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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Scout, 새로운 동료 (2)


 -"곧, 제1 통신지구 내 목표지점 근처에 도착합니다. 탑승자 전원은 하차 준비를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적당한 톤의 여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최대 16명까지 탑승 가능한 크기의 적당한 셔틀. 그 안에 젊은 회장.. 으로 분장한 날 포함해, 총 3명의 신사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는 행동만 놓고 보면 신사하고는 거리가 먼 이들이.

 "그나저나 회장.. 풉.. 오늘은.. 무슨 목적으로.. 제 1 통신지구.. 으하하하!"
 "디시브, 적당히 해 두세요. 풉.. 리더.. 회장님도 인상 좀.. 풉. 피시고. 풋."

 한 조직의 리더.. 회장은 아니다. 어쨌든 한 조직의 리더에게 이런 무례한 짓거리를 하는 녀석들에게는 조직의 쓴맛을 보여줘야 겠다고 내심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다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알게 뭐냐. 스페셜리스트 클래스에서는 마이스터 다음으로 내가 제일 높으니까.. 애써 참아가며, 최대한 웃어보였지만. 아무래도 역효과인 모양이다.

 "어이, 웃으니까 진짜로 회장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푸하하하하.."
 "엠페러. 그 미소로 헤드헌팅 하면 100% 성공할것 같은데. 겉모습부터 신뢰할 수 있겠어!"
 "디시브. 더 리치.. 그 표정이라도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디시브가 주머니에서 작은 거울을 꺼내, 나한테 보여주었다. 그 너머로 비쳐보이는 건 누가 봐도 영락없는 젊은 사장..의 모습이었다.

 "후미카! 이거 정말로 걸작인데!"
 
 디시브가 뒤로 돌아, 자기 여동생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자, 답변이 안내방송으로 들려왔다.

 -"후훗. 시밀러라는 네임은 거저 받은게 아니라고. 그나저나 오빠도 그렇게 차려입으니 제 나이로 보이잖아?"
 "젠장. 늙어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난.."
 -"제 나이를 되찾은거라고!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갑자기 그 말에 급격하게 텐션이 저하되어버리는 디시브의 모습을, 미소로 일관하면서 속으로는 엄청 비웃어주었다. 스물 한살이나 되서는 하는 짓이 무슨 청소년 수준이야. 저게 어딜 봐서 어른인가 싶지만, 저렇게 입혀놓으니 오히려 스물 하나보다 더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느낌까지 받는다. 20대 중후반? 키도 적당히 크고.. 리치랑 비슷해보이는 느낌까지 든다.. 거울 너머로 본 내 모습은. 30대에 가까워보였지만..

 "으아아.. 나도 몇년 뒤엔 지루한 회사생활을 하게 되는건가."
 -"료스케 오빠. 이미 조직에 속해있다는 거 인지는 하고 있는지 이 여동생은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어.. 그나저나, 하도 옆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로 회장님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야. 엠페러라고 했나? 당신, 나이 속이고 있다거나 하지 않아?"
 
 그건 너네 남매 특기잖아. 왜 나한테 불꽃을 튀기는건데. 야. 디시브. 그 눈 뭐야. 저리 안치우냐. 리치? 차 홀짝이면서 이쪽 흘깃거리고 그러지 마시죠.

 "안내방송 스위치 켜놓고 뭐하는 짓입니까!"
 -"잡담은 거기까지. 슬슬 착륙합니다."

 루스터 씨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머지않아 땅에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도착했다.

 "뭐, 운만 좋으면 바로 만날 수 있겠군요. 다들 스키넥의 통신프로토콜을 제1 통신지구에 맞춰주세요."
 "대충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
 "통신위치 우회도 길게는 못할 것 같으니.. 누군가 유니스에게 전투 신청을."
 "그건 내가 하지. 리더."

 주변을 슥 둘러보니. 16인승 셔틀 이외에 눈에 띄는 물건은 없었다. 나무가 울창한 것으로 보아 아마 숲 어딘가인 모양.. 셔틀 내부의 차고에는 3기의 컨트롤러도 격납해두어, 혹시나 모를 전투에도 대비하기 위해.. 다만 무게는 최대한 가볍게 해두었다.
 
 "시밀러 씨와 루스터 씨는 다른 임무가 있다면 그 쪽을 먼저 수행하셔도 무관합니다. 이쪽 임무가 완료되는 대로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시밀러 씨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언덕 아래로 보이는 번화가를 향해 내려갔다. 그들이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뒤, RC의 홀로그램 지도 기능을 이용해 근처 나무에 대고 지도를 출력해두었다.

 "계정명 'Yunise'의 마지막 접속위치를 중심으로 최근 1달간의 접속위치와 거리를 평균내어본 결과. 가장 가까운 중계기로부터 300m쯤 떨어진 곳에 착륙한 모양이다. 이 근처에 가장 가까운 중계센터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중계기를 평균내었을 때.. 최소 후보군은 3지점."
 "모두 데이터는 갖고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현재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 거대 쇼핑센터가 위치한 D-3 지점과 C-4 지점. 그리고 작은 중계기가 놓인 A-16 지점으로 흩어지면 되겠다. 중간 합류가 필요하면 스키넥을 이용해서 연락바란다."
 "RC는 못쓰는건가?"
 "통신 프로토콜이 제 1 통신지구의 것으로 맞춰져 있으므로 제 2 통신지구에 맞춰둔 RC로는 불가능. 혹시라도 시도한다면.. 뭐. 안에 있는 정보는 다 유출된다고 봐도 좋겠지."
 "아. OK. 역시나 명쾌하게 설명해주는군."
 "디시브. 그런 기본적인 지식은 알아두는 게 좋아."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해두고. 유니스를 발견하는 즉시 스키넥으로 대화한다. 적절한 통신체를 섞어서 말하고. 언어치환표는 이렇게."

 혹시라도 대화 내용이 중간에 새어나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통신체를 섞어 대화하면서도 일상적인 대화로 보이게끔 치환표를 만들어두어 움직인다. 헤드헌팅 관련 임무에는 기본적으로 쓰이고 있는 방법. 미리 적어둔 두개의 종이를 각자의 손에 건네주고 말을 계속했다.

 "가능하면 오늘 하루로 끝냈으면 좋겠지만. 최대 7일 정도로 기간을 잡아둔 만큼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고. 행동은 자유. 스키넥을 이용해서 일반인과의 대전을 즐겨도 좋고.. 이번 임무로 사용한 돈은 모두.."
 "내 계좌에서 이체된다. 라는거지?"
 "왼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이 카드가 그건가? 은빛으로 번쩍이는데."

 디시브에게 준 것이 은색, 내가 받은 것이 붉은 색.. 그러면, 검은 색이 아마 리치에게 가 있는 모양이다. 신용기관을 표기하는 엠블렘이 구석에 박혀있는 카드다.

 "사용 한도는 걸어두지 않았지만... 뭐. 자기 돈이 아니니까 양심적으로 쓰자."
 "마이스터..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당신이 잘못한 건 지금 여기서 나열하면 20분은 족히 떠들 수 있습니다. 더 리치.

 "더 리치. 너무 그렇게 절망하지 말고.. 오랜만의 휴가? 음. 아저씨는 매일 휴가였지만.. 뭐. 그런 느낌으로 가볍게 가도록 하자고. 디시브가 유니스하고 전투하고 나면 내가 이어서 걸테니, 그동안 잡담이라도 좀 주고 받도록 하고. 그럼. 해산!"

 제 1 통신지구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번화가인 아스메노스 지역에 위치에 있다는 걸, 스키넥을 켜서야 현재 위치정보를 통해 알아냈다. 현재 직업이 없는 사람의 움직임으로 생각해본다면.. 쌓아둔 돈이 있거나 했을때 움직이는 패턴인데. 근처 대형 쇼핑센터, '아트모'에도 자주 들리는 모양이고 말이다. 그러면 난 일단 C-4지점에 위치한 아트모로 가볼까. 에리카한테나 줄 선물이나 살 겸 해서..

 거리를 걷고 있자,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봐요. 나 말고도 정장 입고있는 사람들 많잖아. 그런데 왜 그러는거야.. 신경쓰인다. 무척 신경쓰인다. 하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거리에 놓인 비젼 맵을 바라보고 하면서 아트모를 향해 갔다.

 역시나 대형 쇼핑센터라는 말이 붙은 만큼 'Atmor-e' 라는 알파벳이 화려하게 엠블럼으로 휘갈겨 써져있는 큰 간판이, 내 시선을 압도했다. 생긴 것만 놓고 보면 본부 건물 못지 않게 크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곳이라는건가.. 솔직히. 여기서 ​'​Y​u​n​i​s​e​'​라​는​ 유저를 찾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청력이 좋다는 점을 이용해서 사람들 소리에 섞여 들리는 메카 드라이브의 효과음 소리를 잡아내보는 수 밖에.

 "그나저나, 뭘 사주는게 좋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트모로 들어가는 큰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문의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다.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것이 각종 장신구 센터. 주위를 둘러보면서, 귀를 기울이면서 미세한 효과음을 잡아내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일단 이 근처에는 없었다.

 1층의 무빙워크 앞에 놓인 지도를 보아하니, 마침 딱 눈에 띄는 곳이 보였다. '침구류'. 음.. 그러고 보면 에리카는 곰돌이가 그려진 베개를 베고 잤었던가. 적당한 크기의 비슷한 물건을 하나 더 사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침구류를 파는 4층에 도착해,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상표의 물건도 놓여있었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 '사용 한도가 걸려있지 않은' 카드를 사용한다고 해도 내 양심이 찔려서 도저히 사기가 미안했다. 그래도 이왕 온거, 시험이나 해보기 위해 그쪽을 향해 걸어갔는데, 옷을 입은 여성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더니. 근처에서 조금 높은 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을 찾고 계신가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급하게 돌아보니. 밝은 갈색 머리를 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살짝 핑크빛의 입술을 가진 여성이 날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외형으로 보아, 스물 남짓은 되어보이는 여성이다.

 "아.. 선물이나 하나 할까 하고 말입니다. 좀 귀여운 캐릭터같은게 그려진 뭔가가 없을까 해서.."

 어투도 최대한 신경써서 말했다. 일단은, 나이가 좀 들어보여야 하니까..

 "따님 선물하려고 하시나 보네요. 따님은 좋겠어요~ 이런 아버지를 두어서. 아, 방금 말은 신경쓰지 마세요. 괜한 헛소리가 나와버렸네요. 어떤 걸 찾으시나요?"

 따님이요.. 정말로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는건가. 왠지 디시브가 "늙어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라고 했던 말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그러네. 늙어보인다는건 왠지 슬프네.. 이게 다 네 여동생 때문이지만 말이야. 디시브..

 "베개 같은거..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걸 찾을까 하고요."
 "역시나! 그쪽에 시선이 가 있으신 것 같더니.. 따님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어쩐다. 정말로 어쩐다 이거. 17살이요.. 라고 당당하게 말했다간 주변의 시선을 한 눈에 받게 될거고.. 그런 배짱은 없었기에 점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내가 다가갈수록 뭔가 벌벌 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이겠지..?

 "열 일곱살이요. 딸이 아니고.."
 "아, 조카시군요."

 그렇게 늙어보이는구나 나. 될대로 되라.

 "네.. 뭐. 그런 셈입니다."
 "그러면 이런 캐릭터가 그려진 베개 같은 걸 받으면 내심 상처받을지도요?"

 이 점원. 생글생글 웃으면서 에리카에게 상처주는 말만 골라서 하고 있어..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조카라는 말만 쓰고..

 "아.. 그냥. 조카가 귀여운 걸 좋아해서 말이죠. 곰돌이가 그려진 베개같은 걸 잘 베고.."
 "자는 모습도 봤나요? 열 일곱이나 된 여자아이가.."

 아마, 내 얼굴에 흐르는 이 물같은 것은 땀일것이다. 시선을 살짝 돌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하하. 신경쓰지 마세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잠이 많은 여자애라면.. 이런 건 어떠세요? 물론, 샘플이니까 충분히 만져보셔도 된답니다~"

 그녀가 내쪽을 향해 집어서 보여준 건 작은 별이 수놓아진 베개였다. 크기는.. 머리를 베면 조금 남을 정도의 크기. 그 곰돌이 베개에 비해서 어느 정도였을까.. 음. 자는 중에 잠깐 뒹군다거나 하면.. 너무 작다 싶다. 일단 만져봐도 된댔으니까..

 "예. 그럼.."

 솜이 적당히 박혀있는지, 부드러운 느낌도 들고. 맨날 남의 어깨에 얹혀있거나 조금 머리가 아프진 않았을까. 이걸 어깨에 올려두면 안정적일 것 같은데.. 아니지. 잠깐.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결심했다. 일단 이거 하나 살까.

 "이게 가격이 어느정도 되죠?"
 "그나저나 생각을 좀 골똘히 하시나봐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시고.. 아,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수가 있습니까. 이봐요 점원씨..

 ".. 가격이 얼마죠."
 "아, 10만 3천 시나입니다. 구매하시겠나요?"

 너무 비싸다. 이런 작은 베개가 10만 시나라니.. 밖에서 뭘 사먹는다고 했을 때, 한끼 식사에 보통 9천 시나정도가 들어가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건 너무..

 "자택으로 배송해 드릴까요? 아니면 가져가시겠어요?"
 
 내 말은 신경쓰지도 않고.. 그래. 이 옷차림으로 고작 10만 시나가 없다고 발을 빼긴 좀 그렇지. 어디까지나 '성공한 사업가'로 보여야하니까..

 "조금 더 큰 크기로 하나 더 주셨으면 하는데요. 이번엔 곰이 그려진 걸로."
 "음.. 7살 정도 된 어린아이가 쓸만한 자기 키만한 베개가 있는데요. 이게 있으면 잠 투정도 줄고.."

 7살이요.. 하는 짓만 놓고 보면 그 정도지만. 더이상 질문하기를 포기했다. 푹신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적당하다 싶다. 확실히 이정도 크기면.. 그 곰 모양 베개하고 비슷하겠지.

 "자, 이렇게 펴면. 이렇게 크기가 커지기도 해서, 10살까지는 쓸 수 있어요!"
 "네. 그거 주세요."
 "감사합니다. 12만 7천 시나입니다. 두 개를 같이 사셨으니 20% 디스카운트.. 총합 18만 4천 시나 되겠습니다. 결제는 뭘로 하시겠어요?"
 
 곰 인형은 아니지만.. 뭐. 별이 양쪽으로 이어진 베개라니. 좀 독특하긴 하다. 확실히 이걸 반으로 접으면 튀어나온 부분이 딱 들어맞아 작은 별 모양 베개가 되고. 다시 힘을 살짝 주어 열면 곳곳이 쏙쏙 들어가고 튀어나온 조금 큰 베개가 되기도 한다.. 저 튀어나온 부분, 아프진 않을까? 계산이 완료되어 카드를 건네주는 여성. 사인은 점 하나로 패스.. 하고.

 "자택으로 배송해 드릴까요? 아니면 가져가시겠어요?"
 "아, 그나저나 저 볼록이 튀어나온 부분들. 머리에 닿으면 아프지 않을까요?"

 그러자, 베개를 갖고와서는 이리저리 손으로 눌러보는 점원.. 크게 힘을 주지 않아도 쏙 쏙 들어가는 게 보인다... 뭐, 이정도면 문제 없겠네.

 "보다시피, 자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포장 부탁드릴게요. 직접 가져갈까 하고요."

 포장을 다 마친 점원이. 짧게 한마디 속삭였다.

 "펴서 둘이 딱 베고 자기엔 좋은 사이즈랍니다~"
 "크.. 크흠. 그럼. 전. 이만."

 에리카의 얼굴이 떠올라, 급하게 그 자리를 뜨기로 했다. 저 점원.. 말이 너무 많잖아.. 포장이 다 되어 봉투에 담긴 두개의 베개를 보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가격표에 적힌 '184,000 Seena' 라는 문자를 보니, 리치에게 조금 미안한 감이 들었다.

 "하.. 하하.."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음.. 오랜만의 휴가이기도 하고, 새로 나온 게임이 없을까 해서 게임 코너나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정장 차림이라는 건 전혀 신경도 안쓴 채 6층에 위치한 게임 코너를 가는 도중에 부모를 동반한 어린 아이들이 날 슬쩍 바라보거나 하면서 소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봐, 저런 어른은 게임을 하기 보다는 저렇게 책을 보러 다니잖아. 그나저나, 저런 옷을 입고 이런 곳엔 왠 일로 온걸까.."
 "엄마! 게임~ 게임~!"
 "어휴. 알았어."

 다행히도, 게임 코너는 서점 근처에 이어져 있다.. 내 목적지는 게임 코너지만. 게임 코너에 도착하자 마자 "와! 이거 재밌다! 엄마~ 이거 사줘~" 하는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아까 그 꼬마다. 아.. 또 소곤댄다. "엄마, 저 아저씨. 이쪽으로 왔어! 봐! 어른도 게임 사잖아!"

 "시끄러! 어휴.. 죄송해요. 우리 아이가 꽤나 솔직한 아이라서.."
 "게임~ 게임!"

 저, 열 여섯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울고 싶다.. 울면 저 어린아이가 또 "정장입고 운다!" 같은 소리를 해댈까 두려워, 곧장 그 자리를 떠났다. 아.. 저 스키넥으로 하는 최신작품.. 한번 플레이 해보고 싶었는데.. 짧게 헛기침을 하고, 곧장 게임 코너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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