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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Scout, 새로운 동료 (4)


 자리에 앉자 분명 간식을 먹었는데도 조금 배가 고팠다. 괜히 사람들 시선을 신경쓰느라 배가 금방 꺼져버린걸지도.. 다행히도 꼬르륵 소리는 안나지만. 이 언밸런스한 조합에서 겉보기에는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아보인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절망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걸을 때 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나를 중심으로 내 옆에 '시밀러', 후루야마 후미카. 시밀러의 반대편에 루스터 씨. 그리고 그 옆에 윤이 선생님.. 아니, 이제는 '유니스'라고 불러야겠지. 그렇게 4명이 앉아있었다. 자리 하나를 비워둔 채.

 "특이한 가족이네."
 "부인이 젊어."
 "능력 있네. 그런데 애들은 왜 저모양이래.."
 
 다 들립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내 청력이 좋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퍼지는 순간이었다. 험담의 대상이 내가 된다는 건. 이렇게도 충격적인 것이었던가. 그렇게 절망하고 있자, 유니스가 테이블에 놓인 메뉴 패널을 꺼내. 이리저리 손으로 패널의 화면을 바꿔가면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엠페러 씨는 이런 곳이 익숙치 않으신가보네요."
 "꽤나 오랜만에 와서 말이죠.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조금 그리워서 말입니다."
 "흐음~ 그런 것 치고는 뭔가 답답해보인다고 해야 할까?"
 "시밀러 양. 눈치없이 끼어들지 마세요."
 "뭐야, 루스터!"

 저 둘은 멋대로 이야기하게 냅두자. 익숙치 않다는 걸 단숨에 간파당했기에 조금 불안해졌다. 눈썰미도 장난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어색함을 감추는 기술이 부족했던건가..

 "시밀러 양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뭘 먹을건가요?"
 
 그 한마디에 눈이 초롱초롱해진 19살의 여자아이는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가리키기 시작했고. 더 이상 추가 주문을 하면 아무도 못 먹을 정도였다.

 "시밀러 양.. 그걸 다 먹을 수 있겠어요?"
 "루스터, 여자의 위장을 얕보지 마."

 그러고보니 저 둘의 말투.. 변장하던 때에는 뭔가 좀 딱딱한 느낌이었는데. 뭔가 자연스럽고 오래된 친구사이같은 느낌이 드는 말투로 바뀌었다. 특히나 루스터 씨가 '시밀러 양'이라고 부를 때 마다, 료스케의 여동생이자 올해 열 아홉인 '후루야마 후미카'는 루스터 씨를 살짝 노려보는듯한 느낌까지 주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3인분을 한번에 시키는 건.."
 "괜찮잖아, 아저씨? 아침도 제대로 못먹었다구~"
 "아.. 아저씨.."
 "시밀러 양은 엠페러 씨랑 친분이 있으신가보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에 알게 된 사이인데. '료스케'라는 연결고리때문에 편하게 대하는건가? 아니면, 저것도 '변장'의 일환?

 "가끔 이렇게 밥을 얻어먹는답니다~ 헤헤."
 
 저렇게 활짝 웃는 이유는 뭔데.. 그리고 오늘 처음 사주는거야. 그리고 내 돈이 아니라고..

 "그나저나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는 나랑 요 세트메뉴 먹자!"
 "죄송합니다. 엠페러. 시밀러 양도 오랜만이라 꽤나 즐거운 모양이네요."
 "아.. 괜찮습니다.."
 
 사주는 건 별 문제 없다만 솔직히 '아저씨'라는 저 칭호가 너무나도.. 나, 이래뵈도 16살이야. 당신이 이렇게 변장시킨거잖아..

 "아저씨 아저씨! 이거 먹자 이거!"

 사람이 이렇게 성격 자체가 바뀔 수도 있는건가.. 그리고 아저씨 아저씨 그만 불러줬으면 좋겠다. 왠지 내가 더 리치를 향해 불렀던 그 칭호가 오버랩되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연락을 안했다. 스카우트 담당은 그 아저씨가 하는거였잖아! 때마침 주머니에서 메세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아, 잠시만 자리를 좀 비우겠습니다. 금방 돌아올겁니다."
 "그러세요.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기 전까지 오는게 좋을거에요~ 늦으면 얼마 못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 ​C​a​n​n​o​t​F​i​n​d>​ 캬아]
 ... 디시브 너는 뭘 보낸거냐. 저건 치환표로도 전혀 들어맞는 메세지가 없다고.. 무시.
 [<- ​M​o​n​e​y​P​o​w​e​r>​ 가볍게 이겼네. ㅋㅋ. 또 하는 중?]
 '이겼네. 유니스하곤 또 붙고 있어?' 치환표를 이용해서 말하라고. 이 인간들아.
 [-> ​M​o​n​e​y​p​o​w​e​r>​ 슬슬 배고파서 뭐좀 먹고 있음 ㅋㅋ. 친구 둘 만나서 내가 쏘는걸로 ㅠㅠ. 아저씨는 점심 아직?]
 '시밀러 씨, 루스터 씨와 함께 레스토랑에 왔습니다. 돈은 제가 내는걸로.. 미안합니다. 그나저나 이쪽으로 합류해줘야 합니다만.'
 [<- ​M​o​n​e​y​P​o​w​e​r>​ 그러고보니 사야 할 게 있었는데 거기 식당도 있었나? 가는 김에 가든가 할까 ㅋㅋ. 랭커들은 꽤나 바쁘네.]
 '대형 쇼핑센터로 가면 되나? 레스토랑이라.. 조금 걸릴 것 같으니 먼저 먹고 있어. 그나저나 유니스는 지금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은데.'
 [-> ​M​o​n​e​y​P​o​w​e​r>​ ㅇㅈ. 방금 랭커 만나서 한판 하고 쉬는 중. 일 끝나고 한판 ㄱ?]
 '유니스는 이쪽에 있습니다. 스카웃을 위해 합류를 부탁합니다.'
 [<- ​M​o​n​e​y​P​o​w​e​r>​ 길가다 랭커 만나기 쉽지 않은데 와 ㄷㄷ 운 ㄹㅇ.. ㅇㅋ 일 끝나면 한판하자]
 '전혀 위치 파악이 안됐는데.. 자세한 건 가서 듣도록 해야겠네.'
 
 디시브는 그냥 쉬게 냅두자. 지금 그 여동생이 저런 상태인데 디시브를 부르면 오히려 더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 ​C​a​n​n​o​t​F​i​n​d>​ 배 안고픔? 슬슬 밥 시간인데 ㅋㅋ]
 '식사는 끝냈나? 휴식을 즐겨도 좋으니까 너무 풀어지지만 마라.'
 [<- ​C​a​n​n​o​t​F​i​n​d>​ 슬슬 밥먹을까 하고 ㅋㅋ 기분 엄청 좋다. 오랜만에 한판하니까]
 '쉬어도 되는건가? 아. 진짜 기분좋다. 오랜만에 한판 하고 나니까..' 뒷부분은 그냥 치환문을 안 쓴 수준이다. 치환문을 써버리면 지금 유니스랑 싸우고 있다는 소리가 되는데. 그녀는 지금 여기에 있거든.. 게다가, 리치에게서 '그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연락까지 받은 상황. 디시브. 치환문 표는 괜히 준게 아니야.. 저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뭔가 슬퍼오기 시작했다. 저게 도리어 젊어보이는 노력인가 싶지만. 저건 그냥 '어린애'잖아. 

 연락은 끝났으므로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자 마자 다시 또 사람들의 시선이.. 그냥 식사나 하시죠 제발..

 "유니스 언니라고 부르면 돼?"
 "그래. 시밀러."
 "음. 그건 뭔가 딱딱하니까 '후미카'라고 불러줘!"
 "그래. 그래 후미카."

 ... 저것들은 왜 통성명을 하고 있는지. 자리에 앉자, 후미카 양이 내 팔을 다짜고짜 붙잡았다.

 "왔네! 이 사람은 엠페러. 나랑 엄청 친해!"
 "음. 역시 그랬구나."
 "엄청 착해! 밥도 가끔 사준다!"

 뒤에 쓰잘데기 없는 말이 붙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이라니까.

 "저기 건너편에 집사 옷같은거 입은 사람이 루스터. 근데 너무 딱딱하지? 카토라고 부르면 돼."
 
 이 여자. 엄청나게 텐션이 높아진 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이어 점원이 하나씩 음식을 갖고 와 어느새 테이블이 음식으로 가득해졌다.

 "그나저나 후미카. 너는 그런 옷이 마음에 들어? 음.. 조금 더 멋을 내도 좋을 것 같은데."
 "오늘은 카토랑 축제를 즐기려고 온거야!"
 "하아.. 후미카. 뭘 입고 온건지 자각은 있는거지?"
 
 이제 모두가 '후미카'라고 부르니까 그냥 나도 후미카라고 불러야겠다. 변장의 귀재 '시밀러 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으니..

 "후미카 양. 조금 얌전히 있어주세요.."
 "응! 잘 먹겠습니다!"

 대답은 시원시원하게 잘 한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가늠도 못하겠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유니스 씨는 드라이브를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포크를 이용해 면을 말고 있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조금 됐네요. 정확한 기간은 글쎄.. 반년 전쯤일까요. 저도 푹 빠져버려서. 그나저나 엠페러 씨는?"
 "처음에 테스터 구할때부터 했었죠."
 "굉장하네요."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해서.."
 "겉보기엔 전혀.. 아, 미안해요."
 
 알아. 안다고. 다시 한번 19살의 여자아이를 향해 눈총을 쏘았다.

 "어, 이거 먹을래?"
 "아니. 됐습니다.. 후미카 양은 참 잘 먹네요"
 
 내 눈총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샐러드를 하나씩 집어먹으며 다시 유니스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다른 랭커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음. 엠페러라는 칭호가 괜히 붙은 건 아닌가봐요."
 "아니 뭐. 제 닉네임이 그런거고. 메카 이름이 그런거니까.. 그나저나 '유니스의 집'이라니.. 궁극기를 쓸 때 좀.."
 "처음에 게임 장르를 착각해서. 그냥 우리 집이라고 지어버렸거든요. 그래서 매번 패배할때마다 좀 슬퍼요."
 
 슬픈 듯한 표정을 살짝 지어보이다가 금새 또 활짝 웃는 유니스. 다만, 그녀가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잊지 말자.. 나 역시 미소를 지어보이며 가볍게 웃고 있었는데. 후미카 양이 갑자기 포크에 뭔가를 돌돌 말아 나에게 갖다댔다.

 "아저씨, 말만 하지 말고 아~"
 "전 괜찮습니다."
 "아~ 해 아~"

 안 받아먹으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그냥 받아먹었다. 음. 이거 꽤 맛있네. 저절로 시야가 넓어졌다. 가격이 비싼 값은 하는구나.

 "자, 체할라. 여기 마실것도 쭉 들이켜고.."
 "꽤나 잘 챙겨주네. 후훗"
 "아저씨가 미덥지 못해서 후미카가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 돼!"

 겉모습은 30대인 사람이 겉보기에 그 나이 반은 되어보이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뭔가 얻어먹고 있는 꼴이라니.. 그리고 '아저씨'로 만들어 놓은건 당신이잖아..

 "후미카 양이야말로 많이 먹어요. 난 괜찮다니까."

 더 얻어먹으면 저 시선때문에 부끄러워 죽을 것 같으니까. 그만 좀 해주세요. 후미카 누나...

 "아, 맞아. 그러고보니 물어볼 게 있었는데."
 "뭔가요. 유니스 양."
 "랭커가 되면 원래 막 쫓기는 느낌이 드나요? 요즘들어 뭔가 랭커들한테 찍혔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 느낌이 들어서.. 최근 전투상대들이 다 랭커이기도 하고."

 너무 노골적이었나. 그래도 시간차를 적당하게 두어 긴 시간에 걸쳐 분석했었는데.. 오늘 하루는 좀 달랐지만.

 "언제나 도전받는 입장이죠. 랭커는.. 뭐. 그래도 1:1 개인전이라면 레이팅에 영향을 주진 않으니까 상관 없지만. 지고 나면 조금 분하긴 하죠."
 "그러네요. 제 집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나니 뭔가 좀 분하긴 했어요."
 "그렇게 이름을 지은 쪽이 잘못한 거 아닌가요. 하핫."
 "그렇긴 하지만요. 후훗.."

 가만히 웃고 있자. 다시 또 후미카 누나가.. 이번엔 숟가락을 갖다댄다. 무언가가 옆구리를 찌르는 감각도 느껴진다. 왜 찌르는거에요. 아파요 누나. 제발 그만 좀..

 "아저씨, 아~"

 보다 못한 루스터.. 카토 씨가 한마디.

 "후미카. 적당히 해.. 당황해하잖아."
 "아~"

 누나. 그만 해줘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기 시작했어. "쯧쯧.. 나이 먹고서는.." "와, 진짜 성공한 인생 아니냐 저거." "뭐야, 당신도 저런 아이한테 막 받아먹고 그러고 싶어?" "가족이 아닌가?"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걸 알고 있기에 너무나도 속이 쓰리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내 시선이 닿을 때 마다 눈을 슬쩍 돌리는 사람들. 그러나 다시 또 나에게 돌아오는 시선. 그 드라마 보는 듯한 시선. 제발 그만둬주세요.

 "후미카 양이 제 몫까지 골고루 맛있게 먹어주세요. 저는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답니다."

 그러니까 그만 해. 제발.. 왠만한 임무보다 난이도가 배는 어려워졌다고 이거. 말만 하는데 왜 이런 느낌을 받아야 하는거야..

 "유니스 양도 골고루 좀 드시죠. 제가 말을 너무 시켰던가요. 식사 시간인데.."
 "괜찮아요. 저도 궁금한 게 있어서 초대에 응한거니까."
 "아저씨! 음식 다 식겠어!"

 아까 안내방송에서 들었던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것도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살짝 돌려보니 가만히 먹기만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입은 삐죽 내놓고 있는건지. 그 반대편에 있는 카토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고. 신경쓰지 말자. 이 식사의 주된 목적은 어디까지나 '유니스'와 이야기를 해서 정보를 캐내어야 하는 거니까.

 "일단 좀 먹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 할까요. 유니스 양."
 
 그제서야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서인지 후미카 누나는 화가 나 있는 상태. 저것도 '변장'의 일종이고 '화난 척'을 하는 거라면 정말로 변장의 귀재라고 할 법 한데.. 어째서인지 진짜로 화나있다. 괜히 신경쓰이게 만든다. 아.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저 둘을 같이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그냥 베개만 넘겨주고 말걸.. 이건 그야말로 타이밍이 안좋았다고 해야할까.

 "미안해요. 엠페러.. 후미카가 오늘따라 좀 막무가내.. 축제를 보고 왔더니 조금 들뜬 모양이라.."
 "뭐, 그럴 수도 있죠.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음식은 입에 좀 맞으시는지?"
 "이 타이밍에.. 인가요. 음식은 맛있어요. 후미카가 저런 상태인게 오히려 더 신경쓰인달까.."
 "카토는 쓸데없는 걱정이야!"
 "후미카 좀 달래줘봐요. 엠페러 씨.. 저렇게 먹다간 체하겠어."

 .. 윤이 선생님. 저 여자. 열 아홉이에요. 열 아홉. 저보다 세살이나 많다고요. 저 아준이에요. 모르시겠나요.. 아니. 알면 도리어 곤란하지.. 하아. 어조를 좀 바꿨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속아넘어가다니 다행이긴 한데, 아무래도 유니스 저 여자 역시 날 30대나 그 언저리쯤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먹어요. 후미카 양. 그렇게 먹으면 체할지도.."
 "아저씨 몫까지 다 먹어치울거다!"

 후미카 누나. 제발 그만..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참자. 참아라. 스페셜리스트 클래스의 수많은 갈등과 고난을 말로 이겨내온 나. 엠페러라는 칭호는 괜히 붙은 게 아니야.. 여기서 포기하면 임무가 엉망이 된다. 혹시라도 유니스가 불편해해서 자리를 뜨기라도 하면 말짱 꽝. 그저 더 리치가 여기에 빨리 도착해주길 바랄 수 밖에 없다.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식사를 하기로 했다. 스테이크도 있었네. 가볍게 살짝 썰어. 입에 넣었는데 아무 맛도 느껴지질 않는다..

 방금 입에 집어넣은 음식이 뭐였을까.. 입으로 들어가기는 했는지 모르겠지만, 소화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저절로 입 안에 들어온 뭔가를 씹고 있다. 디시브와 시밀러. '다혈질'이라는 걸 봐서는 누가 봐도 남매가 확실하다. 게다가 오히려 여동생 쪽이 더 파악하기 힘들다고!

 정작 내가 파악해야 할 상대는 '유니스'인데.. 현재까지 '랭커 중에 지인이 있다' , '몇달 전에 시작했다' 라는 것 말고는 알아낸 게 없다고.. 왠지 이 테이블에만 폭풍우가 치는 느낌이 든다.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반대로 노려보자, 시선이 흩어진다. 그래. 이렇게라도 버티자. 버텨야 돼..
 
 더 리치. 진정으로 '신사'의 품격을 지닌 그 아저씨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 줄수 있을거야. 참자. 참아.. 

 "컥. 크헉.. 켁."
 
 이러다간 오히려 내가 체하겠다! 가장 손에 가까이 놓인 컵을 들고서 그냥 마셔버렸다. 목넘김이 이상하다. 목이 따가운게.. 뭐야. 물 아니었어? 크헥. 쿨럭. 으어억.

 "어.. 그거. 에이드인데.."
 "크헥. 켁. 켁. 쿨럭. 무.. 물.."
 "엠페러.. 괜찮나요? 물은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까 얌전히 후미카가 주는 걸 받아먹으면 좋았잖아!"
 "감사합니다. 괘.. 괜찮습니다. 쿨럭."

 이러다 음식이 목에 걸려 죽는게 아닐까. 한 손에 컵을 들고 그대로 쭉 들이켰다. 더 리치.. 아저씨 어디서 빈둥대고 있는겁니까. 빨리 좀 와주세요. 후미카 누나는 '나 화났다' 라는 표정, 행동 그만 좀.. 왜 화내는건지 모르겠으니까.. 정말 모르겠다고요!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그러는거야..

 물을 마시고도 목에 무언가가 걸렸는지, 자꾸 쿨럭대게 된다.. 아무래도 디시브를 부르는게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남매라면 왜 저러는지 이유는 알 수 있을테니까.. 아마 이번만큼 힘든 스카웃 과정은 없을거다.

 "켁. 쿨럭."
 "괜찮으세요 엠페러 씨?"
 "아, 유니스 양. 괜찮습니다. 켁. 전 상관말고 식사를.. 쿨럭."

 아.. 울고 싶다. 정장 차림에 이게 무슨 꼴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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