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ut, 새로운 동료 (5)
한참을 쿨럭대다보니, 어느새 후미카 누나와 윤이 선생님.. 아니. 유니스.. 이렇게 두명이 내 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때문에 더 체할 것 같은데. 한명은 물을 들고 있고 한명은 에이드를 들고 있다. 걱정해주는 모양이다. 그건 고마운데, 물을 들고 있는 유니스 쪽으로 팔을 내밀자 트윈테일의 여성 쪽에서 찌릿 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왜 그러는거냐고. 왜. 이유라도 좀 알자. 내가 뭘 잘못했지?
"쿨럭.. 쿨럭.."
시선이 따가우니까 그냥 에이드가 든쪽을 들었다. 슬쩍 보니 웃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 숨을 잠깐 참고 내쉬고 난 뒤에 탄산을 입에 머금자, 싸아아아 하면서 입 안이 아파왔다. 크윽. 이러는 동안 기침은 좀 멎겠지.. 나만의 방법이다. 잠깐의 고통으로 그 뒤엔 기침으로부터 안녕이라는 것.
목 뒤로 넘기고 나서야 무슨 맛인지 깨달았는데. 하필 레몬에이드다. 자연스럽게 저절로 기침이 나왔다. 하하. 신 거 마셔서 쿨럭댔는데 또 신 걸 주네... 정말 내가 뭔가 잘못하긴 한걸까.
"크헥. 켁. 무.. 물.."
목을 부여잡고 애타게 물을 찾았다. 내 손에 건네주는 물컵을 받아들어 천천히 꿀꺽꿀꺽 마셨다. 이제야 목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사.. 살았다.. 크흠. 감사합니다. 두분 다.."
"이야, 양 손에 꽃인가."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검은색 정장. 적당히 볶인 머리. 그곳에는 나를 이 상황에서 구원해줄 신사분이 계셨다. 오오. 오오. 더 리치!.. 드디어 온건가. 그런데 오자마자 '양손의 꽃'이냐니 뭐니 또 쓰잘데기 없는 말을 꺼내려고 하기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아, 이쪽은 현재 랭크 7위에 들어있는 'MoneyPower' 씨입니다. 부자라는 의미에서 'the Rich'. 저는 줄여서 리치라고 부르고 있죠. 리치! 이쪽으로 오시죠."
"멀리서 봐도 한눈에 다 모여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는데? 반갑습니다 여러분."
"켁. 아저씨다."
"거기, 트윈테일 꼬맹이는 말버릇부터 좀 고쳐줬으면 하는군요."
누나. 저기 진짜 아저씨 있잖아요. 그런데 이 반응의 차이는 뭐야. 리치가 와서 이 상황을 좀 해결해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잖아 이거.
"원피스 차림이 꽤나 잘 어울리시는 이 여성분이 유니스 양인가 보군요, 반갑습니다. 엠페러로부터 연락이 와서 급하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만. 혹시, 동석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저는 괜찮아요. 리치 씨 라고 부르면 될까요?"
"예. 편한 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비어있던 한 자리로 가서 앉는 리치. 벽에 바짝 붙어있는 자리라 등을 기대는 게 더욱 편해보인다. 처음에 저 자리에 가서 앉을걸 그랬다. 역시나. 진짜 '신사'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자, 그럼 주문은.."
"아, 미리 생각해둔 게 있어서 말이죠."
박수를 두 번, 짝짝 치는 소리. 또 사람들이 시선이 한번에 쏠린다. 제발. 신경쓰지 말고 식사하세요 여러분. 부탁입니다. 직접 가서 고개라도 숙여야 하나? 이어 리치가 "웨이터." 하는 소리에 점원이 급하게 달려나왔다. 겉보기에도 당황한 걸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아, 뭔가 필요한 거라도 있으신가요?"
그래도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모양이다. 프로는 다르구만 역시.
"웨지우드 퓨어 다질링 티에. 유러피언 크레이프를.."
면을 물고 있던 후미카 누나, 물을 마시던 나. 고기를 썰고 있던 카토 씨. 고기를 집어 입에 집어넣으려던 유니스. 테이블에 앉은 전원의 시선이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하는 파마머리의 신사에게 가 꽂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뭘 주문하는 거야 이 아저씨? 점원이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서 있자, 손가락을 살짝 튕기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아, 혹시 없나? 그러면 스위티 레몬에 알리오 올리오로."
"저기, 주문은 아래에 비치된 패널을 이용해주시면.."
"이런, 스위티 레몬도 없나요.. 그럼 그냥 얼 그레이로.."
"죄송합니다! 차 종류는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거기 점원, 사과하지 마! 누가 봐도 손님이 잘못한 거잖아! 무슨 처음 보는 품목들을 말하고 앉아 있어! 주문은 거기 패널을 조작해서 하는거라고..! 게다가 고개를 숙인 채 어째서인지 울먹대기 시작한 점원.. 내가 다 미안해진다.
"그런가요. 그럼 여기서 가장 잘 나가는 품목으로 부탁드릴까요."
"네.. 네! 당장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래로 내려묶은 머리카락을 부리나케 휘날리며 재빨리 빠져나가는 점원을 보며, 내심 미안해졌다. 하. 하. 하.. 상황을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어주셨겠다. 아저씨..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어, 상황을 정리할 틈이 생겼다. 본론으로 이야기를 밀고 나가도록 하자.
"유니스 양. 그 랭커들과 전투하게 된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아. 아아 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분명!"
고기를 찍은 포크를 그대로 손에 든 채 굳어있었던 주황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은 내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마저 입에 집어넣고는 우물대기 시작했다. 저걸 보아하니, 내가 쿨럭대기 전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완전히 까먹은 모양이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나저나. 레스토랑에 도착하고 나서 앞주머니에 집어넣어두었던 편광 안경을 꺼내서 쓰고 나면 울어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쿨럭거려서 눈물이 찔끔 찔끔 나오긴 했었지만..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유니스 양. 일단.. 랭커들하고 전투하게 된 부분에 대해서 다시 말씀드리자면.. 일종의 테스트 같은 거였습니다. 아까는 말씀을 못드렸는데.. 주역이 다 모였으니 말씀드리자면.."
"이 두분도 랭커인가요?"
"아. 그냥 제 지인들입니다. 다만 제가 엠페러라고 불리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스피드 체이서와 스피드 스타라고 소개시키려고 했었는데.. 실패. 리치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최근 몇달 사이에 갑작스럽게 랭커로 오른 분들은, 그럴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추정되어.. 이렇게 비밀리에 권유를 하고 있습니다만."
"무슨 권유인가요? 랭커들에게.. 라니."
"메카 드라이브에 있는 자신의 메카를 실제로 탑승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입니다. 제가 그 책임자이기도 하고.."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세요. 최다 이용자. 청산유수라는 건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는 게 아닌가. 책임자라는 말에 유니스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 거대한 프로젝트.. 그런게 진행되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렇다면 혹시.."
"아, 유니스 양은 '테스터'가 아닌 '관리자'로 스카웃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나서 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는 리치. 그걸 바라보는 유니스의 표정. 아니. 그 근처의 두명의 표정마저 변화했다.
"아저씨.. 그 회사, 대표였어?"
"당신. 대체 정체가.."
뭐가 그리 놀랄 게 있나 싶어 나 역시 명함을 바라봤다. 회색 톤 마크에 선명하게 새겨진 알파벳. 저거, 테스트 용으로 만든 명함이 아니잖아. EcS . Elec-consta Splat. 제 2 통신지구에 실존하는, 가장 큰 회사중 하나이다. ..놀랍다. 하지만 여기서 '나도 몰랐어요' 라는 상황이 되었다간 의심받는다. 난 어디까지나 'Elec-consta Splat' 사의 대표를 잘 알고 있는 사이어야만 한다..
.. 머릿속은 엉망진창. 닉네임이 괜히 MoneyPower가 아니구나. 진짜로 돈을 힘으로 휘두르는 인간이었어. 잠깐. 그렇다면.
"아, 엠페러 군. 그동안 속여서 미안했지만. 내가 바로 본 프로젝트의 진짜 책임자가 맞아."
길게 생각할 필요 없이 정답을 말해주시네요.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명함을 유니스에게 건네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니스 양도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메카 드라이브 제작에 협조한 두 회사중에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이 프로젝트를 전 통신지구 전체로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사용자 수는 현저하게 증가,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시동하기 위해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력서는 읽어보셨나요?"
"보통, 대표 직속까지 이력서가 날아오는 일은 드뭅니다만.. 예. 읽어봤습니다. 그렇기에 사전에 약속을 잡기도 한 것이니까 말이죠."
내가 몰랐던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난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이력서라니. 저절로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제 2 통신지구로 오셨어야 하지만, 마침 일정이 겹쳐 제 1 통신지구에서 만나게 된 점은 대표로서 사과드립니다."
"아니요. 그래서.. 즉석 면접인가요."
"합격입니다. 능력도 출중하고.. 잘 받아쳤더군요. 깜짝 테스트도 훌륭하게 클리어 하셨고.. 무엇보다도 정보 관리 능력이 깔끔했습니다. 아아, 여기 있는 엠페러 군 역시 저희 회사의 일원이긴 합니다만.. 제가 대표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겠죠.. 그러고 보니 유니스 양은 저희 회사에 지원한 계기가, 뭔가 해야 할 게 있었다고.."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요."
"음. 그렇군요. 이번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습니까?"
"그 한명은, 과거 '랭커'였던 드라이버에요."
이야기가 너무 빨리 진행된다. 즉석 면접, 합격? 게다가 깜짝 테스트는 또 뭔데?
"잠깐만요. 아저씨. 대체 무슨 소리인거죠. 이해하기 쉽게 좀.."
"본래, 유니스 양을 만나기 위한 면접 장소로 이 곳을 미리 정해두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엠페러. 조금 혼란이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은, 여흥이라는 걸로 해두도록 하고.. 다시 유니스 양에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 '랭커'는, 본 프로젝트에 전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아마, 드라이버라면 잘 알고 있을.. '금빛 돌격'으로 유명한 소년입니다. 그러고보니, 엠페러 씨도 그와 친분이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알다 마다.. 그 정도가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그것보다. '유니스' 아니, 윤이 선생님도 수혁이 그 녀석을 찾고 있었던건가? 이제, 더 이상 이 여자 앞에서 정체를 감출 필요가 없다. 목적이 똑같다면. 협조를 안해줄 리 없을테니까.
"유니스.. 아니, 윤이 선생님."
"어.. 어? 나는 최 윤이가 아니라 베.. 아니, 유니스인데.. 그것보다도 그 이름을 아는 건.. 설마."
"후미카 누나. 제 모습. 원래대로 되돌려주세요."
"어? 아저씨.. 갑자기 누나라니, 왜 그래."
"아니. 이제 더 이상 변장 할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장난은 그만 하시고."
"엠페러 씨..? 당신, 설마. 우리 학교의 학생.."
후미카 누나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니스 언니는 잠깐 기다려줘요. 엠페러. 변장은 원래대로 해 줄테니까. 날 따라와."
후미카 누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변장만 푸는 거면 간단한 일인데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정도인가.. 의문을 품은 채, 레스토랑의 문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왔다.
"하아, 오랜만에 모처럼 재밌었는데~!"
"혹시, 누나는 알고 있었어요?"
"그야 당연한걸. 우리 회사 대표님이신데."
"아까 그 놀란 표정은..?"
붉은 눈동자가 날 정면으로 똑똑히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조금 무섭다. 모든걸 다 알고 하는 행동이었다는건가. 곧, 엷게 칠해진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거야, 어디까지나 연기.. '시밀러'라고. 괜히 그런 이름을 받은 게 아니라는 거지."
"하.. 하하. 완전히 놀아났다.. 라는 건가요."
"사실 방해도 뭣도 아니었다는거지. 상식적으로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면 당장에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겠어, 그 언니야말로?"
이 여자. 무섭다. 그런데 웃고 있다. 피식 하고 소리를 내고는 그녀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지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한숨을 쉬는 게 아닌가.
"갑자기 왜, 한숨을.."
"하아~ 정말. 여기서 10살만 더 많았어도 말이지!.."
옆구리를 다시 또 쿡 쿡 찌른다. 갑자기 부탁하는 말투로 뭔가를 말하는데..
"이 변장으로 계속 있어주지 않을래?"
"그럴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풀어달라고 한 거잖아요."
"하아~ 그렇지.. 아까워, 정말이지 너무 아깝다고! 너, 정말로 나이 속이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진짜 열 여섯살 청소년이라구요.. 그나저나, 누나야말로.."
"나도 열 아홉이 맞아. 하아. 정말이지, 실제 나이는 스물 아홉이라든가 뭐 그런 거길 바랐는데! 어째서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거야! 깜빡 속아버렸잖아!"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아니, 됐어. 내가 잘못한 거니까. 하아아~ 아까워,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까워!"
망토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쁘게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걸작. 원래대로 돌려줄테니까."
"아.. 네. 시밀러 씨."
"후미카라고 불러주지 않겠어?"
"아.. 후미카 누나."
"아. 아아! 정말이지 너무나 아깝다구!!"
탄식을 연발하는 그녀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졌다.
"10살, 10살 차이만 났어도! 정말이지 연기가 이렇게 완벽하면 같이 놀아주기도 힘들다구!"
"아니.. 실컷 갖고 놀았잖아요."
"이 누나는, 네 '신사적인' 모습에 정말로 반했었다구! 하아~ 어째서 내 주위에는 이런 사람이 없는걸까나아아아~~"
손놀림이 멈추고, 그녀가 거울을 꺼내보였다. 그 안에는 원래 나이를 되찾은 내 모습이.. 그나저나, '반했었다' 니.. 그 행동은 진짜였던 거였어? 괜히 '질투'라도 했다는 건가..
"미안해요. 후미카 누나"
"아니, 넌 그저 네가 할 일을 하고자 했을 뿐이었는데 뭐.. 내가 잘못한거지. 대신!"
"대신?"
"혹시라도, 다음에 날 만나게 되면 오늘같은 변장을 해서 한번 데이트해주는 걸로! 이건 괜찮지?"
"어.. 어어.."
"바운더리라고 했던가? 그 아이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는건 이미 알고 있어! 가출성인한테 들었으니까.."
디.. 디시브!! 무슨 말을 해댄거냐!!
"앞으로도 심심하면 거기 놀러갈거야. 이제 서로 숨길 이유도 없어졌으니까 말이지. 그 바보 료스케는 자기가 직업을 갖게 된건지 아직 파악조차 못한 것 같지만 말이야!"
"들고 있던 베개도, 그 아이 주려고 산거였지?"
"네.. 맞아요. 누나, 좀 무서워요.."
"원래, 질투하는 여자는 무서운 법이라구? 정말이지.. 하아. 10살만 더 많았어도! 딱 내 스타일이었는데..!"
그제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미.. 미안해요.. 누나. 제가 괜한 행동을.."
"아니, 사과할 필요는 없고. 나도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까! 자, 유니스 언니한테 말할 게 있었지? 이제 자리로 돌아가야하지 않겠어..?
아, 아아.. 너무나도 충격적이라 잊고 있었다. 고개를 바짝 숙여, 사과했다.
"후미카 누나, 정말 미안해요!"
"사과는 됐으니까! 약속 잊지 말라구!"
"아.. 네!.. 그럼."
"카토에게도 돌아가도록 말할테니까.."
"그거, 진짜 이름이었어요?"
"카토 유즈키. 덤으로 여자아이야. 나이는 열 여섯.."
"네?!"
"아.. 정말. YUZUKI라는 닉네임, 본 적 없어? 랭커 이외엔 관심이 없었구나!"
"드라이버가 얼마나 많은데.."
"으.. 아니야. 빨리 자리로 돌아가!"
"네.. 넷! 그럼, 전 이만!"
"그래. 다음에는 변장하지 않고 갈테니까. 제대로 환영해달라구? 바보 료스케 오빠는 잘 부탁할게!"
조금 쓸쓸해보이는 후미카 누나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유니스, 그녀에게 내 진짜 정체. 엠페러라고 불리는 소년, '손 아준'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같은 목표를 지닌, 앞으로 같이 행동하게 될 동료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