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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재회 (1)


 휴가같지 않은 휴가도 끝나고, 그날 하루는 오랜만에 푹 잤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예정대로 브리핑 시간에 새로운 동료를 정식으로 모두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유니스를 만나서 브리핑 룸으로 향하고 있다. 다행히도 3층 복도에서 어물쩡거리고 있기에 큰 문제 없이 만나는 데에 성공했다.

 "유니스 누나. 리더인 제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스페셜리스트 클래스에는 좀 특이한 멤버들이 많아요."

 그 말에, 가만히 서서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리치급의 뻘소리가 유니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너만큼 특이한 사람이 또 있니? 저번에 디시브인가 걔는 좀 정상적인 거 같았는데."
 "디시브가 정상.."

 그야, 생각해보면 휴가기간엔 돌변하거나 하는 건 없었고. 당황한 모습이라거나 짐을 들어준다거나.. 성격이 변했던 적은 한번도 없긴 했네. 마지막 날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기분도 들었지만.

 "리더가 정상이 아닌 만큼 멤버도 특이하다는 말일까?"
 "리더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거 없을텐데요. 유니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저렇게 말하는 모습은 3일만에 익숙해지긴 힘든 부분이지만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선생 일을 하던 모습과 전혀 매치가 되질 않는데..

 "말이 그렇다는거지. 그리고 실제로는 내가 더 위잖아?"

 예. 예. 그야 그렇죠. 당신은 대표 직속이니까..

 "그걸 누가 지나갈지도 모르는 복도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도 되나요?"
 ".. 아. 아아.. 그렇네."

 그제서야 뭘 잘못했는지 깨닫고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 기밀 유지를 해야 한다는 자각은 있기나 한걸까.

 유니스의 RC는 아직 안만들었기에 브리핑 룸에는 내 RC를 찍어서 들어갔다. 빠르면 오늘 하루만에 만들어질테고.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한대로 한명을 제외한 모두가 다 모여 있었다.

 "디시브. 리치는?"
 "급한 일이 있다고 오늘 브리핑 시작 전에 어디 가던데."

 리치나 디시브는 이미 알고 있으니.. 상관은 없다. 나랑 같이 들어온 여성을 바라보는 몇명의 눈이 묘하게 빛나는 것 같다. 특히 스피드스타, 안 소연..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유니스 역시.. 엄청나게 놀라는 눈이다. 단발머리를 한 모습이 그야 놀랄만도 하겠지. 그래도 유니스 역시 한번에 스피드스타의 정체를 알아채는 걸 보면..

 "어째서..?"
 "왜 네가 여기에?"

 여기선 일단 중재를 해야겠지.. 소연이가 당황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 하지만.. 유니스를 향해 손바닥을 뻗어, 소개에 들어갔다.

 "여기는 오늘부터 우리 클래스에 합류하게 된, 현재 메카드라이브 랭크 5에 당당히 랭크인해있는 유저, 유니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가 현재 스페셜리스트 클래스에 소속된 유저들."

 얼굴 곳곳에 흉터가 난 모습이 인상적인 마이스터는 가만히 앉아 그녀를 지켜보고만 있다.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역시나 그녀라도 벌벌 떨고 있다. 그 진동이 바로 옆에 있는 나에게 울려퍼질 정도.

 "마이스터. 그렇게 노려보는 거 그만두시라니까요. 오해받기 좋다고 했잖습니까."
 "아아. 미안하군. 버릇같은 거다. 유니스라고 했나? 잘 부탁한다. 스페셜리스트 클래스 뿐만 아니라 전체 클래스에 명령을 하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벌벌 떨고 있지만, 악수하고 나서는 그나마 좀 마음이 편해진 모양인지 가슴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니 뭔가 안쓰럽기도 하고.. 모두가 마이스터를 처음 봤을때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는 언제나 저런 시선으로 상대를 관찰했기 때문에.. 디시브, 스피드스타, 바운더리.. 모두 이 과정을 겪었었지. 나보다 먼저 온 몇명은 잘 모르겠지만.

 "스피드 스타라고 부르면 돼.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경악하면 이쪽이 오히려 당황스러운걸. 당황스러운건 피차일반인데.."
 "미안해.. 소.. 스피드 스타. 앞으로 잘 부탁할게."

 평소에는 조용한 에리카마저 소연이의 그 반응에 당황한 모양인지, 소연이에게 질문까지 하고 있다.

 "아는 사이야?"
 ".. 그냥 예전에 알던 사이."

 다소 냉담한 스피드스타의 반응에 조금은 당황한 듯한 에리카였으나, 이내 질문을 중지하고 내 옆으로 붙.. 아니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붙는건 좀 아니지 않나.

 "에리카?"
 "으.. 으으.."

 서서 유니스쪽을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다. 유니스도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옆에 붙은 에리카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반가워, 난 유니스라고 해요."
 "난 바운더리. 엔마이트라고 불러줘."

 이렇게까지 벽을 두는 걸 본 적이 없다. 아마 두 사람이 친해지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들겠구나.. 싶다. 생각해보면 동료들 모두가 서로 친한 관계는 아니긴 하지만.. 작전에 지장이 갈만한 정도는 아니니까.

 유니스는, 내 옆에 바짝 붙어서 내가 미소짓는 것조차 힘들게 하는 에리카를 가만히 바라봤다. 에리카는 여전히 유니스를 향해 손만 내밀고 노려보고 있어, 둘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만 같다..

 "뭐랄까.. 어린아이 같네?"
 "올해 열 일곱."
 "그래? 그럼 내가 언니네. 내가 무섭니?"

 내 등쪽 옷깃을 잡아당기는 고운 손길이 느껴진다. 유니스도 유니스인게 에리카를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는데.. 전혀 웃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에리카가 무서워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아마, 몇명밖에 모르겠지만 그녀의 완력은 수준급이거든.

 "유니스. 그쯤 해둬."
 "앞으로 잘 부탁해. 에리카 양."

 묘한 관계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디시브, 이미 면식이 있죠?"
 "저기, 그 말투 좀 어떻게 안될까."

 디시브 역시 그녀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악수를 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느껴진다.

 "원래 이렇게 말하는데요?"
 "아니.. 됐어. 다른 사람들하고나 인사하라고."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다. 이어서 그녀가 향한 쪽은 주황색 머리에.. 겉보기에는 수혁이랑 똑같이 생긴, '아르게미드'. 아니나 다를까 유니스 역시 놀란 모양이다.

 "반갑습니다. 아르게미드라고 불러주세요.."

 아르게미드 쪽에서 먼저 걸어나와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외형적으로는 주황색의 머리칼 말고는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수혁이를 빼다 박아놓은 느낌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스.. 스피드스타? 얘는.."

 말까지 더듬거리고 시선을 어디 둘 데를 모르는 걸 보면.. 확실하다. 저 반응은.. 소연이는 역시나 그 반응을 이해하고 있는지, 신경쓰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걔 아니야. 다른 애."
 "아.. 그렇네. 스.. 스피드 스타?"
 "왜 자꾸 부르는건데? 그 앞에 있는건 아르게미드라는 녀석이라고."

 어지간히 당황한 게 아닌 모양인지, 자꾸만 소연이를 찾고 있다. 이거야 원. 역시나 소연이도 자기 코드네임이 자꾸 불리는게 짜증날 법도 하다. 

 "아니.. 하아. 그래. 아르게미드 씨? 반가워요. 난 유니스라고 해요."
 "저 여자하고도 아는 사이인가 보군요. 반응이 둘 다 비슷한 걸 보면.. 아르게미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마디 더 하자면, 실력면에서는 나보다도 우위에 있는 멤버지."
 "리더, 그렇게 치켜세워주지 않아도..."

 실력의 우위를 미리 알려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말한거지만. 유니스 역시 조금은 놀란 표정이다. 앞으로 콤비네이션을 짜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되겠지.

 "섀도우 체이서다."
 "유니스라고 해요. 음.. 겉모습에 비해서 꽤나 어른스럽네요."

 그리고는 귓속말로 뭐라고 하는데, 그 체이서마저도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글쎄. 네가 말한 대로 누군가하고는 다르긴 하지."

 그리고 에리카 쪽을 쳐다보고 다시 한번 또 피식 하는 체이서. 저 반응을 보아하니 에리카가 어린애같다거니 뭐 그런 험담이라도 한 모양이다...

 "에리카. 신경쓰지 마."
 "저 여자.. 뭐야. 스피드스타랑은 좀 다른 의미로 무서워."

 내심 스피드스타도 무서웠던 모양이군. 지난번에 그렇게 말다툼했던 걸 떠올리면 그동안 꾹 참아왔다는 게 되려나.. 결과적으로 에리카하고는 더 친밀해지기도 했고.

 "마냥 겉모습만이 무서운 건 아니지만.."
 "뭐?"
 "아니.. 뭐. 이따가 말해줄게."

 지금 말하면 들을 것 같으니까..

 "잘 부탁한다."
 "잘 부탁드리죠."
 "자, 그럼 이제 인사는 끝났지 모두들?"

 이제 정식으로 그녀의 포지션에 대해 알려줘야 할 타이밍이겠지.

 "유니스는 앞으로 디시브를 대신해 전술담당을 하게 될거야. 디시브는 나와 같이 전방 근접전 담당으로.. 특별한 지시가 없을 경우에는 그렇게 되는거지."
 "후... 예상이야 했지만, 역시나.."
 "뭐, 그렇게 실망하진 말라고."
 "조금 미안하게 됐네.. 후훗."

 전혀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생각해보면 미안해 할 이유도 없고 말이야. 이미 사전설명이 끝난 상황이기도 했고..

 "미안해서 웃는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도저히 그 속을 알 길이 없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 디시브."
 "그.. 그러도록 하지."

 마이스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브리핑 종료를 선언하는 걸로 새로운 동료 소개가 끝이 났다. 오늘은 특별한 임무 지시는 없는 모양인가.

 "엠페러. 마무리를 부탁하지."
 "자, 그럼 오늘은 특별한 지시 사항도 없는 모양이고.. 여기까지만 하도록 할게.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알아서 하도록 하고.. 오후에 또 모일 예정인데, 자세한 내용은 따로 연락하도록 할테니.. 유니스는 1시에 여기 와 있도록 해."
 "연락수단이 없으니 불편하네. 알았어 리더."
 "자, 그럼 오늘 아침 브리핑은 여기까지. 자유롭게 시간을 써도 좋아."

 마이스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시작으로, 그날 아침 브리핑이 종료되었다. 나 역시 아침을 먹지 못했고.. 에리카는 여전히 나한테 붙어있다. 다른 멤버들은 이 광경을 신경쓰지 않지만.. 유니스에겐 역시나 당황스러운 광경이었던 모양이라, 밖으로 나가는 중에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에리카는 또 내 등을 잡아당기고 있다. 지나가자는 의미인가..

 "너무 어리광 받아주는 거 아니야? 키는 리더랑 비슷해보이는데. 게다가 열 일곱이면 말이지.."
 "엠페러는 ​어​른​스​러​우​니​까​.​.​"​

 그렇게 답하면 좀.. 그렇네. 늙어보인단 소리처럼 들려 이젠..

 "나, 그렇게 ​늙​어​보​이​는​건​가​.​.​"​
 "아니, 그런 말은.."

 한탄처럼 내뱉은 말이지만, 에리카는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다. 이런 모습도 귀여워.. 그런 에리카를 웃음기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유니스. 여기까지 한기가 느껴진다..

 "때와 장소는 적당히 구분해줬으면 좋겠는데?"
 "알았어.."

 에리카가 내 옆에서 떨어졌다. 후. 조금만 더 가까이 왔으면 솔직히 위험했다.. 유니스가 "그럼. 난 식사나 하러 가야겠네." 하고는 그 자리를 뜨자, 에리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역시.. 무서워. 뭐랄까.. 선생님 같아."
 "그 말대로. 예전에 체육 선생이었거든.."

 선생이었다는 말에 걷다가 멈춰 서고는, 에리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게다가?"
 "언니.. 같아. 겉모습은 다르지만."
 "음.. 언니가 있었구나."

 에리카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는데. 언니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주로 내 이야기만 했지 에리카의 이야기는 그렇게 듣질 못했었다. 

 "아니.. 방금 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나저나 아준이 너야말로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거야?"

 하아. 나도 모르게 두려움에 떨고 있던 모양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내키면 알아서 말 해주겠지 싶고.. 두려워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보였나보네."
 "그렇게 보였나보네..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무서워하는 것 처럼 보였어. 디시브도 너도."
 "뭐.. 디시브가 저렇게 두려워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라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완력이 엄청나다는 것 정도일까?"

 실제로. 예기치 못한 피해도 입었고.. 두번째 날 대낮을 떠올리면 잡혔던 팔이 또 아파오기까지 한다. 그 힘은 정말.. 붙잡혀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

 "완력?"
 "그래. 완력. 팔 힘이 장난이 아니야."

 진실은 모를 일이지만. 스키넥 한 두세개는 부수지 않았을까 싶다. 에리카는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지만..

 "혹시, 막 사람을 붙잡거나 해?"
 "겉보기처럼 연약하지는 않아. 적어도.."
 "음.. 겉으로 보기에도 강해보였지만.. 여러 의미로."
 "그래.."

 여자들이 보는 시선은 좀 다른 모양이다.

 "여기 계속 서서 말하는 것도 그렇고.. 난 슬슬 식사나 하러 갈 생각인데. 에리카는 밥 먹었어?"
 "아직. 휴가때 있던 일들도 그렇고.. 듣고 싶은 것도 더 많으니까, 같이 가자.."

 오늘은 별 일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내일 오전에 포지션 배분을 다시 할 예정이다. RC를 통해 이따가 모두에게 말해두도록 할까.. 밥을 먹으면서 에리카가 또 뭘 물을지가 내심 불안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재회'에서는 전투 장면이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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