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립니다.
가끔씩 께적여서 올릴 예정입니다..
한창 밥을 먹던 중, 에리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역시, 닮았어.."
닮았다니.. 아, 아까 복도에서 잠깐 말이 나왔었던..
"뭔가..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신경쓰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걸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다. 당장에라도 유니스의 험담을 할 것 같았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아, 그러고보니 에리카에게 언니가 있었다고 했던가.
"그나저나 에리카. 유니스 누나가 네 언니랑 닮았다고 했던가?"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에리카. 묘하게 기운이 없어보이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보니.. 아까, '선생'이었다는 말에 걸음을 멈췄던 게 떠올랐다.
"겉모습은.. 꽤 다르지만."
"음.. 네 언니도 선생님이었어?"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가만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냥, 언니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게 갑자기 떠올랐어.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던 거.. 이를테면 선생님이라든가. 나는 뭘 못해도, 누굴 가르치는 건 자신 있다고.. 우리 언니. 꽤나 밝았었는데. 유니스.. 저 언니를 보니까, 그냥.. 우리 언니 모습이 겹쳐 보이더라. 우리 언니도 뭔가.. 저런 강한 느낌이 강했거든.."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가만히 읊조리던 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갔다. 아마도 행방불명인 언니를 떠올리며 그리워 하는 게 아닐까.. 사실, 행방불명 된 쪽은 에리카 쪽이긴 하지만 말이다. 엉뚱한 질문을 던져서 분위기를 좀 바꿔봐야겠다.. 그래, 유니스랑 비슷하다면..
"그 누나도 혹시 완력이 엄청났다던가?"
그 질문을 듣자 그녀는 짧게 '풋'하는 소리를 냈다. 일단은 성공인가..
"뭐야. 그게.. 글쎄?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긴 했지. 루리카 언니는.. 그래도, 겉으로 뭔가 강해보이는 느낌이 들었어. 루리카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간. 언젠가는 루리카 언니같이 멋지고 당당한 여성이 되어야지.. 이런 거."
중간중간 나오는 '루리카'라는 단어가 아마도 그녀의 언니의 이름이겠지. 자매면 겉모습은 꽤나 닮아있을거고.. 음.. 딱 에리카의 성격을 반대로 돌려놓은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위화감이 든다. 상상이 안 간다고 해야 할까. 유니스 같은 느낌의 에리카.. 라니.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글쎄.. 난 지금의 에리카도 괜찮다고 셍각하는데."
이를테면 그런거다. 딱 봐도 지켜주고 싶은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바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만. 말로 하기에는 뭔가.. 음.. 쑥스럽다.. 슬쩍 그녀를 바라보니, 볼이 조금 붉어져서는, 나를 살짝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눈이 마주쳤다. 역시 귀엽다.
"... 짓궂어. 나보다 한 살이나 어린 동생인데."
"그.. 뭐야. 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좋지만.. 무리는 하지 말라는 거지."
전혀 이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말을 돌리려다 보니 전혀 이상한 게 튀어나와버렸다.
"루리카 언니는.. 어딘가에 살아 있긴 한 걸까.."
고개를 슬쩍 들고, 위를 바라보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어쩐지 안쓰러워보였다. 아.. 괜히 그 '언니'라는 단어를 꺼낸걸까.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물어본 거였지만.. 이런 질문을 꺼내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무신경했네. 괜히 그.. 루리카 누나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해. 에리카."
"아니야.. 덕분에, 조금은 괜찮아졌어. 고마워."
애써 괜찮다는 듯 짧게 웃어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때 보다도 더 기운이 없어보였다. 하아.. 경솔했다. 진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녀석이라면 이렇게 안 했을텐데. 내가 저렇게 침울했던 때.. 그 때는.. 수혁이 녀석이 날 격려해줬지.
"임마, 평소의 너 답지 않게 힘 없이 엎드려서는 뭐하는거냐! 같이 놀자!"
신 수혁 이 자식은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무신경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지금.
"누군가 했더니.. 수혁이냐."
"아준이 이 자식 이거 왜 이리 힘이 빠져있냐. 너답지 않게"
다른 애들과는 달리,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를 띠고 있는 신 수혁.. 이 녀석은.. 솔직히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녀석이랑 친구가 된 걸까. 조금은 후회가 된다. 친구라면 이럴 때는 좀 내버려둬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야 이 눈치없는 놈아. 주위에 너 말고 아무도 없잖아. '근처에 오지 마시오' 라고 대문짝하게 써붙여놔야 알아먹겠냐? 방해되니까, 저리 가라고. 이 자식아..!"
라고, 말하려던 걸 꾹 참고. 대신 고개를 살짝 들어 가만히 노려봤다.
"받아 임마. 그리고 뜯어라."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툭 놓고는 날 가만히 보고만 있다. 그렇게 눈에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알지 못할 위압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 녀석의 눈동자 색깔이 특이해서일까. 어째서인지 다른 애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냥. 호기심에 먼저 접근했었던 게 슬쩍 떠올랐다.
처음 봤을때는 솔직히 나도 무서웠다. 다르니까. 눈동자 색깔이.. 다만, 녀석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내심 떠는 걸 멈추고는 반쯤 호기심에 다가온 날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으니까. 그 당돌함에 이끌려서 그 날 바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둘도 없는 친구라는게 이렇게 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이렇게 눈치 없는 놈인 줄은 몰랐지.
"뭐냐 이건."
"뜯고 생각해라."
그 안에는 금빛의 카드가 들어있었다. 내 무기의 랭크에 해당하는 강화 카드.. 가 확실하다. 그나저나. 이거 꽤나 구하기 힘든 건데..
"잘도 구했다."
"생일 선물 대신이다. 이 자식아."
그래. 아직 생일 챙겨주는 놈이 있구나.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가에는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는 눈동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크서클이 져 있었다. 내 생일 챙겨준답시고 그 카드를 구하겠다고 몇 일간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게 눈에 선하다. 괜히 강한 척이나 하고 있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기냐 임마."
"그래 임마."
"안 긁고 뭐하냐."
"그래 바라는 대로 이 형님이 긁어준다."
결국 실패했다. 보기도 힘든 4랭크용 강화카드인데.
"줘도 못 써먹는 구만!"
"임마, 확률이 이 따위인걸.."
"일단 지르고 보는거지 임마."
"그래 잘났다."
눈동자 색깔이 다르든 어떻든.. 뭐, 생각하는 건 비슷하다. 그러니까 친구가 된 거겠지. 단순히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는 것. 강해지고 싶다는 것.. 뭐 그런 간단한 부분도 생각하는 것도 비슷비슷하고..
"붙자 임마. 강화는 실패했지만 이 엠페러님은 건재하시다."
"거 엠페러 엠페러 타령좀 그만 하면 안되겠냐."
"내 아이덴티티라는 거다 임마."
"아이.. 뭐라는거야 이 자식이. 알아들을 수 있게 좀 말해봐라."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이것도 모르다니.. 하아. 신 수혁 이 자식 겉으로 생긴거는 그냥 영어를 달고 살 것 같이 생겼는데..
"거, 생긴건 영어 잘하게 생겼는데 참.."
"뭐 임마? 지금 싸움 거는거냐?"
스키넥에 작은 메세지창이 올라왔다. 거기에는 '마크 2'라고 적혀있었다... 3는 어디가고. 2?
"쓰리는 어디가고 투냐."
그 의문에 손가락을 들고는 절레절레 저으면서 날 손가락질 하고 있다. 하. 이런 놈을 친구라고. 내가.
"쯧쯧.. 지금 니 녀석은 마크 2로도 충분하다."
"얕보냐?"
하, 이 자식 이거. 무기 좀 잘 뽑았다고 얕보는거 봐라. 이런 놈을 친구라고..
"덤벼!"
그 때를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순간 에리카가 앞에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풉' 소리가 그녀를 놀라게 한 모양이다.
"갑자기 먹다 말고,. 왜 웃어. 풉."
"아.. 뭐, 옛날 일이 생각나서."
에리카는 잠깐 생각하는 가 싶더니. 바로 답을 짚어냈다.
"그.. 수혁이 말하는거구나."
"어.. 그렇지. 수혁이 그 녀석이야 말로 어딘가에서 잘 살아 있으려나.. 살아 있으면 뭐 하고 있을라나.."
"그러게. 우리 언니도.. 네 친구 수혁이도.."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수혁이 녀석하고는 친구라기보다는 형제에 더 가까웠던 게 아닐까. 나 역시 가끔은 녀석처럼 날뛰어보고 싶었고.. 나! 엠페러의 드라이버 손 아준이!... 아.. 아니, 잠깐. 이런 건 닮으면 안될 것 같아...
"어쩌면, 그냥 안 닮는게 나을 지도.."
"음.. 솔직히. 나도 수혁이 녀석을 닮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다보니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거, 닮아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에리카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우리 서로.."
"닮아가네.."
뭔가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냥 가만히 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겠어.. 자, 생각을 돌리자.. 그래. 오랜만에 시간이 생겼겠다. 에리카도 오랜만에 봤고.. 좀 오래 있고 싶고.. 그렇네. 그러니까 이럴때는.. 그.. 어디서 봤던 대로 따라해본다면.. 그 다음은 데이트인가. 데이트겠지..?
"다 먹은 것 같고.. 이제 뭐 할거야?"
"데.. 데이브레이크전에 해당하는 전술을.. 1-2 포메이션에서 어.. 내가 전방에 위치하고.."
"뭐야.. 갑자기.. 전술이라니."
"그.. 그러게. 하하..."
내가 뭘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데이브레이크가 뭐냐. 그냥 새벽이라고 말해도 되는 걸.. 아니. 새벽이 왜 나와. 아니잖아. 데이트라는 말이 그렇게 꺼내기 힘드냐. 데이트. 데이트. 데이... 브레이크... 이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잖아. 젠장..
"전술.. 말하는 거 보니.. 오늘도 뭔가 해야하는 모양이네.. 쉴 수도 없는거야..?"
"전술은.. 그.. 내일부터 포지션도 바뀌니까.. 그때 다시 알아봐도 되는 거고.. 그때 정리 해도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같이.. 좀 걸을래?"
이게 최대한 용기를 낸 거라니.. 크흑. 에리카는 대답 대신 나랑 눈을 맞추더니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푹 숙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괜히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이 막 떨린다. 이대로 잡으면 에리카까지 떨게 되는 게 아닐까.. 왠지 고개를 슬쩍 돌려서 쳐다보는 것도.. 못 하겠어.
수명이 반은 줄어버린 것 같다. 몸이 오그라드는 감각이 이런걸까..
"그게 아니라니까!"
한창 집중하고 있는 데, 뒤에서 잡음이 들려온다. 게임 사운드를 조금 낮추고 가만히 들어보니 익숙한 목소리다.. 아마, 몇 일 만에 찾아온 쉬는 날이라거나 뭐 그런 거겠지.. 크게 신경쓰지 말자.
"어휴.. 답답해. 저러니까 요 꼬맹이한테 지는거지!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서야.. 이게 랭커 수준이라니."
"시끄러워.. 집중이 영 안되잖아.."
듣다 못해 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내가 거의 다 이겨가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는 옆에서 뭐라뭐라 떠들고 있고.. 랭커가 뭐니 어쩌니..
"랭커가 뭐니 어쩌고 하기 전에.. 언니.. 랭킹이나 좀 높여오고 말해.."
"윽... 바빠서, 바빠서 못 하고 있는 거라고 누누히 말하잖아!"
".. 총 전적수에 비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Win'이라는 글자가 올라오는 걸 보고. 스크린에 이어놓은 스키넥 선을 뽑아버렸다. 일어나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지.. 음.. 졸려.. 기지개를 살짝 펴고는 내 방에 놓인 침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데, 왠지 오늘따라 집 전체가 더 넓어진게 아닌 가 하는 착각이 든다.. 그래. 마치. 제자리에서 걷는 듯한 느낌이..
"너, 잠이 잘도 오지?"
아무래도.. 랭킹 이야기는 괜히 한 것 같다. 이래서 말을 되도록 아끼는 게 좋아.. 또 귀찮아지겠어. 날 제자리에서 걷게 만든 건 아무래도 언니인가봐..
"루리카 언니.. 이거 놔.. 침대.. 침대로 갈거야.. 졸려 나.."
"이리 와. 너. 내가 오늘은 꼭 이기고 말거야."
"살려줘.. 나 자야 돼.."
아마도 루리카 언니 전적의 반 이상은 나랑 싸워서 채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리카, 똑바로 못해? 거기서는 왼쪽으로 움직여야지."
"언니.. 지금 나랑, 대전하고 있는 거잖아. 내가 어딨는지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플레이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졸리다 졸리다 핑계만 대지 말고 좀 제대로 해보라구!"
아니.. 졸린 건 진짜고. 제대로 하면.. 또 내가 이길텐데.. 적당히 져주고 자러 가려고 했더니 아무래도 그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대로 잠 못자서 죽는 게 아닐까... 그러고보니 인간은 몇 시간 잠을 못자면 죽는다더라.. 어.. 내가 어제 몇시에 잤더라...
"에리카!"
"언니.. 나.. 졸려.."
"평소에도 하루 종일 자면서 뭘 그리 졸리다 졸리다 노래를 불러! 빵도 안 챙겨먹었지?"
뜨끔했다. 어제 한 녀석이 계속 싸움을 걸어오는 바람에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동안 했었더라.. 잘 모르겠다.
"잠깐 좀 누워있어. 다 되면 깨워줄테니까.. 어휴. 내가 없으면 안되지 넌!"
"난 절대 언니같은 잔소리꾼은 되지 않을거야.."
"이게!"
"입이 방정이지.. 잘못했어요 언니!!"
생각하던 게 그대로 튀어나오는 이 습관때문에 난 이 날도 루리카 언니에게 한차례 잔소리를 실컷 들어야만 했다.. 기껏 잠을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여자애가 옷도 좀 챙겨 입고 그래!"
"응.."
가끔씩 옷장을 뒤져보면 처음 보는 옷들이 놓여있다. 그래서 그냥 집어서 입곤 했다... 그러고 나면 항상 이렇게 언니한테 한 소리를 듣게 되더라..
"그런 옷은 집에서 입지 말고 좀 나갈 때 입어!"
"응.."
"넌 왜 한 마디밖에 안하니!"
"응.."
"듣고는 있어?"
"응.."
응.. 듣고 있어.. 그냥.. 할 말이 딱히 없어서 그래..
"에휴.. 그래, 자라."
대답 대신 끄덕이기.
"언니가 했던 말들 잘 새겨 듣고!"
"응.. 잘 자."
"난 안 자. 너나 자. 이 게으른 녀석."
그래.. 나 게을러 그러니까.. 난 졸리니까.. 잘거야. 난.. 절대로..
"언니같은 잔소리꾼은.. 되지.. 않.."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무시하고 조용히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하여간, 잘 때는 누가 데려가도 모르게 저렇게 곤히 잔다니까. 걱정이다. 걱정.."
그 말까지는 잘 들렸어.. 언니.. 자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잖아..? 아.. 자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 이제 잘 거니까.. 음..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많아지는 걸 보니 정말로 잠을 자야할 것 같다.
그럼 난 잘게. 안녕.. 다음에 또 봐. 언니.
또 보자. 꼭..
가끔씩 께적여서 올릴 예정입니다..
재회 (2)
한창 밥을 먹던 중, 에리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역시, 닮았어.."
닮았다니.. 아, 아까 복도에서 잠깐 말이 나왔었던..
"뭔가..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신경쓰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걸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다. 당장에라도 유니스의 험담을 할 것 같았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아, 그러고보니 에리카에게 언니가 있었다고 했던가.
"그나저나 에리카. 유니스 누나가 네 언니랑 닮았다고 했던가?"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에리카. 묘하게 기운이 없어보이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보니.. 아까, '선생'이었다는 말에 걸음을 멈췄던 게 떠올랐다.
"겉모습은.. 꽤 다르지만."
"음.. 네 언니도 선생님이었어?"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가만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냥, 언니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게 갑자기 떠올랐어.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던 거.. 이를테면 선생님이라든가. 나는 뭘 못해도, 누굴 가르치는 건 자신 있다고.. 우리 언니. 꽤나 밝았었는데. 유니스.. 저 언니를 보니까, 그냥.. 우리 언니 모습이 겹쳐 보이더라. 우리 언니도 뭔가.. 저런 강한 느낌이 강했거든.."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가만히 읊조리던 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갔다. 아마도 행방불명인 언니를 떠올리며 그리워 하는 게 아닐까.. 사실, 행방불명 된 쪽은 에리카 쪽이긴 하지만 말이다. 엉뚱한 질문을 던져서 분위기를 좀 바꿔봐야겠다.. 그래, 유니스랑 비슷하다면..
"그 누나도 혹시 완력이 엄청났다던가?"
그 질문을 듣자 그녀는 짧게 '풋'하는 소리를 냈다. 일단은 성공인가..
"뭐야. 그게.. 글쎄?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긴 했지. 루리카 언니는.. 그래도, 겉으로 뭔가 강해보이는 느낌이 들었어. 루리카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간. 언젠가는 루리카 언니같이 멋지고 당당한 여성이 되어야지.. 이런 거."
중간중간 나오는 '루리카'라는 단어가 아마도 그녀의 언니의 이름이겠지. 자매면 겉모습은 꽤나 닮아있을거고.. 음.. 딱 에리카의 성격을 반대로 돌려놓은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위화감이 든다. 상상이 안 간다고 해야 할까. 유니스 같은 느낌의 에리카.. 라니.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글쎄.. 난 지금의 에리카도 괜찮다고 셍각하는데."
이를테면 그런거다. 딱 봐도 지켜주고 싶은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바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만. 말로 하기에는 뭔가.. 음.. 쑥스럽다.. 슬쩍 그녀를 바라보니, 볼이 조금 붉어져서는, 나를 살짝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눈이 마주쳤다. 역시 귀엽다.
"... 짓궂어. 나보다 한 살이나 어린 동생인데."
"그.. 뭐야. 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좋지만.. 무리는 하지 말라는 거지."
전혀 이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말을 돌리려다 보니 전혀 이상한 게 튀어나와버렸다.
"루리카 언니는.. 어딘가에 살아 있긴 한 걸까.."
고개를 슬쩍 들고, 위를 바라보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어쩐지 안쓰러워보였다. 아.. 괜히 그 '언니'라는 단어를 꺼낸걸까.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물어본 거였지만.. 이런 질문을 꺼내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무신경했네. 괜히 그.. 루리카 누나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해. 에리카."
"아니야.. 덕분에, 조금은 괜찮아졌어. 고마워."
애써 괜찮다는 듯 짧게 웃어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때 보다도 더 기운이 없어보였다. 하아.. 경솔했다. 진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녀석이라면 이렇게 안 했을텐데. 내가 저렇게 침울했던 때.. 그 때는.. 수혁이 녀석이 날 격려해줬지.
"임마, 평소의 너 답지 않게 힘 없이 엎드려서는 뭐하는거냐! 같이 놀자!"
신 수혁 이 자식은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무신경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지금.
"누군가 했더니.. 수혁이냐."
"아준이 이 자식 이거 왜 이리 힘이 빠져있냐. 너답지 않게"
다른 애들과는 달리,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를 띠고 있는 신 수혁.. 이 녀석은.. 솔직히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녀석이랑 친구가 된 걸까. 조금은 후회가 된다. 친구라면 이럴 때는 좀 내버려둬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야 이 눈치없는 놈아. 주위에 너 말고 아무도 없잖아. '근처에 오지 마시오' 라고 대문짝하게 써붙여놔야 알아먹겠냐? 방해되니까, 저리 가라고. 이 자식아..!"
라고, 말하려던 걸 꾹 참고. 대신 고개를 살짝 들어 가만히 노려봤다.
"받아 임마. 그리고 뜯어라."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툭 놓고는 날 가만히 보고만 있다. 그렇게 눈에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알지 못할 위압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 녀석의 눈동자 색깔이 특이해서일까. 어째서인지 다른 애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냥. 호기심에 먼저 접근했었던 게 슬쩍 떠올랐다.
처음 봤을때는 솔직히 나도 무서웠다. 다르니까. 눈동자 색깔이.. 다만, 녀석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내심 떠는 걸 멈추고는 반쯤 호기심에 다가온 날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으니까. 그 당돌함에 이끌려서 그 날 바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둘도 없는 친구라는게 이렇게 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이렇게 눈치 없는 놈인 줄은 몰랐지.
"뭐냐 이건."
"뜯고 생각해라."
그 안에는 금빛의 카드가 들어있었다. 내 무기의 랭크에 해당하는 강화 카드.. 가 확실하다. 그나저나. 이거 꽤나 구하기 힘든 건데..
"잘도 구했다."
"생일 선물 대신이다. 이 자식아."
그래. 아직 생일 챙겨주는 놈이 있구나.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가에는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는 눈동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크서클이 져 있었다. 내 생일 챙겨준답시고 그 카드를 구하겠다고 몇 일간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게 눈에 선하다. 괜히 강한 척이나 하고 있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기냐 임마."
"그래 임마."
"안 긁고 뭐하냐."
"그래 바라는 대로 이 형님이 긁어준다."
결국 실패했다. 보기도 힘든 4랭크용 강화카드인데.
"줘도 못 써먹는 구만!"
"임마, 확률이 이 따위인걸.."
"일단 지르고 보는거지 임마."
"그래 잘났다."
눈동자 색깔이 다르든 어떻든.. 뭐, 생각하는 건 비슷하다. 그러니까 친구가 된 거겠지. 단순히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는 것. 강해지고 싶다는 것.. 뭐 그런 간단한 부분도 생각하는 것도 비슷비슷하고..
"붙자 임마. 강화는 실패했지만 이 엠페러님은 건재하시다."
"거 엠페러 엠페러 타령좀 그만 하면 안되겠냐."
"내 아이덴티티라는 거다 임마."
"아이.. 뭐라는거야 이 자식이. 알아들을 수 있게 좀 말해봐라."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이것도 모르다니.. 하아. 신 수혁 이 자식 겉으로 생긴거는 그냥 영어를 달고 살 것 같이 생겼는데..
"거, 생긴건 영어 잘하게 생겼는데 참.."
"뭐 임마? 지금 싸움 거는거냐?"
스키넥에 작은 메세지창이 올라왔다. 거기에는 '마크 2'라고 적혀있었다... 3는 어디가고. 2?
"쓰리는 어디가고 투냐."
그 의문에 손가락을 들고는 절레절레 저으면서 날 손가락질 하고 있다. 하. 이런 놈을 친구라고. 내가.
"쯧쯧.. 지금 니 녀석은 마크 2로도 충분하다."
"얕보냐?"
하, 이 자식 이거. 무기 좀 잘 뽑았다고 얕보는거 봐라. 이런 놈을 친구라고..
"덤벼!"
그 때를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순간 에리카가 앞에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풉' 소리가 그녀를 놀라게 한 모양이다.
"갑자기 먹다 말고,. 왜 웃어. 풉."
"아.. 뭐, 옛날 일이 생각나서."
에리카는 잠깐 생각하는 가 싶더니. 바로 답을 짚어냈다.
"그.. 수혁이 말하는거구나."
"어.. 그렇지. 수혁이 그 녀석이야 말로 어딘가에서 잘 살아 있으려나.. 살아 있으면 뭐 하고 있을라나.."
"그러게. 우리 언니도.. 네 친구 수혁이도.."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수혁이 녀석하고는 친구라기보다는 형제에 더 가까웠던 게 아닐까. 나 역시 가끔은 녀석처럼 날뛰어보고 싶었고.. 나! 엠페러의 드라이버 손 아준이!... 아.. 아니, 잠깐. 이런 건 닮으면 안될 것 같아...
"어쩌면, 그냥 안 닮는게 나을 지도.."
"음.. 솔직히. 나도 수혁이 녀석을 닮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다보니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거, 닮아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에리카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우리 서로.."
"닮아가네.."
뭔가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냥 가만히 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겠어.. 자, 생각을 돌리자.. 그래. 오랜만에 시간이 생겼겠다. 에리카도 오랜만에 봤고.. 좀 오래 있고 싶고.. 그렇네. 그러니까 이럴때는.. 그.. 어디서 봤던 대로 따라해본다면.. 그 다음은 데이트인가. 데이트겠지..?
"다 먹은 것 같고.. 이제 뭐 할거야?"
"데.. 데이브레이크전에 해당하는 전술을.. 1-2 포메이션에서 어.. 내가 전방에 위치하고.."
"뭐야.. 갑자기.. 전술이라니."
"그.. 그러게. 하하..."
내가 뭘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데이브레이크가 뭐냐. 그냥 새벽이라고 말해도 되는 걸.. 아니. 새벽이 왜 나와. 아니잖아. 데이트라는 말이 그렇게 꺼내기 힘드냐. 데이트. 데이트. 데이... 브레이크... 이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잖아. 젠장..
"전술.. 말하는 거 보니.. 오늘도 뭔가 해야하는 모양이네.. 쉴 수도 없는거야..?"
"전술은.. 그.. 내일부터 포지션도 바뀌니까.. 그때 다시 알아봐도 되는 거고.. 그때 정리 해도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같이.. 좀 걸을래?"
이게 최대한 용기를 낸 거라니.. 크흑. 에리카는 대답 대신 나랑 눈을 맞추더니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푹 숙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괜히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이 막 떨린다. 이대로 잡으면 에리카까지 떨게 되는 게 아닐까.. 왠지 고개를 슬쩍 돌려서 쳐다보는 것도.. 못 하겠어.
수명이 반은 줄어버린 것 같다. 몸이 오그라드는 감각이 이런걸까..
"그게 아니라니까!"
한창 집중하고 있는 데, 뒤에서 잡음이 들려온다. 게임 사운드를 조금 낮추고 가만히 들어보니 익숙한 목소리다.. 아마, 몇 일 만에 찾아온 쉬는 날이라거나 뭐 그런 거겠지.. 크게 신경쓰지 말자.
"어휴.. 답답해. 저러니까 요 꼬맹이한테 지는거지!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서야.. 이게 랭커 수준이라니."
"시끄러워.. 집중이 영 안되잖아.."
듣다 못해 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내가 거의 다 이겨가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는 옆에서 뭐라뭐라 떠들고 있고.. 랭커가 뭐니 어쩌니..
"랭커가 뭐니 어쩌고 하기 전에.. 언니.. 랭킹이나 좀 높여오고 말해.."
"윽... 바빠서, 바빠서 못 하고 있는 거라고 누누히 말하잖아!"
".. 총 전적수에 비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Win'이라는 글자가 올라오는 걸 보고. 스크린에 이어놓은 스키넥 선을 뽑아버렸다. 일어나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지.. 음.. 졸려.. 기지개를 살짝 펴고는 내 방에 놓인 침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데, 왠지 오늘따라 집 전체가 더 넓어진게 아닌 가 하는 착각이 든다.. 그래. 마치. 제자리에서 걷는 듯한 느낌이..
"너, 잠이 잘도 오지?"
아무래도.. 랭킹 이야기는 괜히 한 것 같다. 이래서 말을 되도록 아끼는 게 좋아.. 또 귀찮아지겠어. 날 제자리에서 걷게 만든 건 아무래도 언니인가봐..
"루리카 언니.. 이거 놔.. 침대.. 침대로 갈거야.. 졸려 나.."
"이리 와. 너. 내가 오늘은 꼭 이기고 말거야."
"살려줘.. 나 자야 돼.."
아마도 루리카 언니 전적의 반 이상은 나랑 싸워서 채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리카, 똑바로 못해? 거기서는 왼쪽으로 움직여야지."
"언니.. 지금 나랑, 대전하고 있는 거잖아. 내가 어딨는지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플레이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졸리다 졸리다 핑계만 대지 말고 좀 제대로 해보라구!"
아니.. 졸린 건 진짜고. 제대로 하면.. 또 내가 이길텐데.. 적당히 져주고 자러 가려고 했더니 아무래도 그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대로 잠 못자서 죽는 게 아닐까... 그러고보니 인간은 몇 시간 잠을 못자면 죽는다더라.. 어.. 내가 어제 몇시에 잤더라...
"에리카!"
"언니.. 나.. 졸려.."
"평소에도 하루 종일 자면서 뭘 그리 졸리다 졸리다 노래를 불러! 빵도 안 챙겨먹었지?"
뜨끔했다. 어제 한 녀석이 계속 싸움을 걸어오는 바람에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동안 했었더라.. 잘 모르겠다.
"잠깐 좀 누워있어. 다 되면 깨워줄테니까.. 어휴. 내가 없으면 안되지 넌!"
"난 절대 언니같은 잔소리꾼은 되지 않을거야.."
"이게!"
"입이 방정이지.. 잘못했어요 언니!!"
생각하던 게 그대로 튀어나오는 이 습관때문에 난 이 날도 루리카 언니에게 한차례 잔소리를 실컷 들어야만 했다.. 기껏 잠을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여자애가 옷도 좀 챙겨 입고 그래!"
"응.."
가끔씩 옷장을 뒤져보면 처음 보는 옷들이 놓여있다. 그래서 그냥 집어서 입곤 했다... 그러고 나면 항상 이렇게 언니한테 한 소리를 듣게 되더라..
"그런 옷은 집에서 입지 말고 좀 나갈 때 입어!"
"응.."
"넌 왜 한 마디밖에 안하니!"
"응.."
"듣고는 있어?"
"응.."
응.. 듣고 있어.. 그냥.. 할 말이 딱히 없어서 그래..
"에휴.. 그래, 자라."
대답 대신 끄덕이기.
"언니가 했던 말들 잘 새겨 듣고!"
"응.. 잘 자."
"난 안 자. 너나 자. 이 게으른 녀석."
그래.. 나 게을러 그러니까.. 난 졸리니까.. 잘거야. 난.. 절대로..
"언니같은 잔소리꾼은.. 되지.. 않.."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무시하고 조용히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하여간, 잘 때는 누가 데려가도 모르게 저렇게 곤히 잔다니까. 걱정이다. 걱정.."
그 말까지는 잘 들렸어.. 언니.. 자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잖아..? 아.. 자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 이제 잘 거니까.. 음..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많아지는 걸 보니 정말로 잠을 자야할 것 같다.
그럼 난 잘게. 안녕.. 다음에 또 봐. 언니.
또 보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