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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시리즈


Original |

8화. 그래서?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유키노 집>

코마치: 그래서?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하치만: ……

코마치: 놀래줄 생각으로 말 안 하고 찾아갔더니 모르는 사람이 나와서 오히려 내가 놀라버렸어.  코마치한테 말도 없이 이사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단순한 이사는 아닌 모양이네.

하치만: ……

코마치: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목소리는 영하 10℃인데 얼굴은 생글생글 웃고 있으니까 더 무섭네……

코마치: 왜 오빠가 유키노 언니네 집에 얹혀살고 있는 거냐고.

하치만: 아, 아니…… 그게 말이지……

코마치: ……  째릿

저렇게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으니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걸로 넘기는 것도 불가능하겠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솔직하게 털어놓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언젠가는 말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하치만: 실은 시즈카가 나 몰래 사촌 동생의 보증을 서줬다가 거액의 빚을 떠안았었거든.

코마치: 뭐……? 보증……? 시즈카 언니가 보증을 섰어?

하치만: 그래.

코마치: …………

보기 드문 코마치의 아연한 표정……
그야말로 아 씨바, 할 말을 잊었다는 표정이군…… 그럴 만도 하지만……

코마치: …………  부들부들

크, 큰일 났다…… 코마치의 분노 게이지가 MAX를 찍을 기세로 올라가고 있어……!

코마치: 보증이라니!? 시즈카 언니 미친 거 아냐!? 어떻게 오빠한테 말도 없이 보증을 설 수가 있냐고!!

오빠를 걱정해서 화내는 여동생의 마음은 기특하지만, 솔직히 좀 무섭다…… 
이렇게 분노 폭발한 코마치를 본적이 있던가?
나의 코마치는 그러지 않는다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다만…….

코마치: 그래서 빚이 얼마나 되는데?

하치만: 삼천이백만엔 정도. 빚은 이미 다 갚았어. 덕분에 전에 살던 집이랑 그때까지 모아온 돈은 다 날렸지만.

빈털터리가 되긴 했지만 어떻게든 갚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는 점에선 그나마 양호했던 걸지도 모르겠군. 보증 한번 잘못 섰다가 억 단위의 빚을 지게 된 경우도 있는 모양이니까.

하치만: 아무튼 그래서 값싸고 괜찮은 집 없나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었거든. 그러던 중에 만난 유이와 유키노가 혹시 무슨 일 있냐고 귀신같이 물어보더라고.

코마치: 유이 언니랑 유키노 언니가……

하치만: 도와달라고 할 생각도 없었고, 괜히 걱정 끼치는 것도 싫었으니까 숨길 생각이었지만, 20년 지기에 여자의 감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들켰다는 거다.

코마치: 그래, 그래서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던 유키노 언니네 집에 신세 지게 됐다는 거구나.

하치만: 뭐, 그런 거지…… 시즈카한텐 뭐라고 하지 마. 이미 석 달은 지난 일이고, 시즈카도 반성 많이 했으니까. 

코마치: 뭐? 그치만……!

하치만: 코마치, 부탁할게.

시즈카는 내가 화가 나서 일주일 정도 차갑게 대했더니 미안하다고, 나 혼자 책임지고 갚을 테니까 너까지 고생하지 말고 이혼하자는 말을 꺼낼 정도의 두부 멘탈이니까. 
안 그래도 요즘 여러모로 복잡할 텐데 여기서 시누이의 분노의 디스까지 더해지면 분명 울고 말 거다.

코마치: 하아…… 오빠는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다니까…… 난 시즈카 언니한테 실망했어. 남편한테 말도 없이 보증을 서줬다가 재산을 다 날려먹다니, 이건 이혼당해도 할말없다고.

하치만: 그야 나도 당시엔 화도 나고 실망도 했지만, 남편인 내가 용서 안 하면 누가 용서해주겠냐? 어려울 때야말로 서로 돕고 지지해주는 게 부부잖아.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집도 돈도 전부 시즈카가 벌어온 거고 말이지.

코마치: 우와, 뭐야 그게! 오빠가 완전 기특한 소리를 하고 있어! 그래도 시즈카 언니가 남편 교육 하나는 잘했구나! 오레기를 사람으로 만들었어!

하치만: 뭐야 이거. 왜 좋은 말은 내가 했는데 칭찬은 시즈카가 받는 거야? 내 취급 너무 심하지 않냐?

뭐, 사실 좋은 남편은 아니지만. 
전업주부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여태껏 아내한테 돈 한번 가져와 준 적 없는 남편이니까. 게다가 불륜까지 저지른 남편을 좋은 남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코마치: 그래, 알았어. 남편인 오빠가 그리 말하면 어쩔 수 없지. 15살이나 연상인 시언니를 구박하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고.
 
하치만: 야야, 구체적인 나이 차를 말하지 말라고. 애가 둘이나 딸린 유부녀가 15살 연상이라고 하니까 시즈카가 할머니라도 되는 것 같잖아. 그야 나이 50이면 할머니 소리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 서도.

코마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건 생각한 적도 없다고! 오빠가 지금 한 말 시즈카 언니한테 다 말한다?

하치만: 어이, 농담으로 한 거뿐이니까 그만둬! 시즈카에게 그런 소리를 하면 농담으로 안 끝난다고!

코마치: 후후, 시즈카 언니의 철권제재가 무섭긴 한가 보네.

하치만: 철권제재면 차라리 낫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마음이 약해져서 요즘은 그런 말 들으면 울지도 모른다고.

코마치: 어? 그, 그래……?

하치만: 모처럼이니까 시즈카 앞에서 하면 안 되는 삼대 금지어도 가르쳐주마. 50, 불임, 그리고 폐경이다. 기억해둬.

코마치: 마지막에 폐경은 뭔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시즈카 언니한테 폐경기가 왔다고 했었던가…… 그게 뭐 어떻다고 그러는 건데? 그냥 생리가 안 오는 거뿐이잖아? 난 오히려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하치만: 아니 뭐, 폐경기라고 하면 생리가 안 올 정도로 늙었다는 느낌이 드니까 말이지. 폐경기가 왔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지만, 기분적으로 좀 그렇잖아.

코마치: ……오빠 설마 폐경기 가지고 시즈카 언니한테 뭐라고 한건 아니겠지? 

하치만: 어? 아니, 별로…… 한마디도 안 한 건 아니지만, 특별히 뭐라고 한 적도 없다만…… 

코마치: 정말이야?

하치만: 그러고 보니 다른 친한 사람들에겐 한 번씩 하소연 했던 것 같은 기분이……
 
코마치: 아까 좋은 남편이라고 했던 거 취소. 나이를 먹어도 오레기는 역시 오레기였어.

하치만: 야야, 시즈카한테는 딱히 뭐라고 한 적 없다고.

코마치: 그럼 왜 삼대 금지어가 돼버린 건데?

하치만: 그 뭐냐, 시즈카랑 나는 나이 차이가 꽤 있는 부부잖아? 난 아직 장년기인데 자신은 갱년기라는 사실이 아무래도 많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야.

코마치: 하긴, 나도 남편은 아직 젊은데 나 혼자 늙어버리는 건 참기 힘들지도. 여자로서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이겠네.

하치만: 역으로 생각하면 좋을 텐데. 13살이나 어린 영계 남편이라고.

코마치: 30대가 꺾인 아저씨는 영계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하치만: 아, 그래…… 아무튼 50, 불임, 폐경은 금지어니까 되도록 조심해줘. 시즈카가 우울해하니까.

코마치: 시즈카 언니…… 예전엔 그렇게 건강하고 활기찬 사람이었는데……  글썽

하치만: 후우,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거다.

코마치: 그러면 시즈카 언니 얘기는 이쯤하고, 이제 오빠 얘기로 넘어가 볼까?  왜 오빠는 그런 중대사태를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던 거야?  째릿

하치만: 엥!? 대충 훈훈한 분위기로 끝난 거 아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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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코마치, 너 몇 시까지 있을 거야? 

코마치: 음― 원래는 저녁 되기 전에 돌아가려고 했었지만, 오늘은 애들도 시어머님이 돌봐주고 계시고, 모처럼이니까 기다렸다가 유키노 언니랑 시즈카 언니 얼굴 좀 보고 가려고.

하치만: 그런가. 근데 유키노는 늦게 들어올 때도 잦은데. 오늘은 좀 일찍 들어올 수 없냐고 메일이라도 보내둘까?

코마치: 아냐, 유키노 언니 일하느라 바쁠 텐데 그럴 순 없지. 8시까지만 기다려보고 갈게. 꼭 오늘이 아니라도 다음에도 기회는 있으니까.

하치만: 그래, 주말에는 대게 집에 있으니까 다음엔 애들도 데리고 놀러 와. 뭣하면 내가 차로 데리러 갈까?
  
코마치: 아하하, 마음만 받을게.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그나저나 유키노 언니네 집 진짜 좋다! 그야말로 상류층이라는 느낌!

하치만: 느낌인 게 아니라 실제로 상류층이니까.

코마치: 유키노 언니한테 감사하라고. 오빠가 언제 또 이런 좋은 집에서 살아보겠어~

하치만: ……뭐, 고등학교 교사 월급으론 확실히 무리네.

코마치: 거기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부정하라고…… 그리고 뭘 당연하다는 듯이 시즈카 언니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거야……

하치만: 야야, 돈 안 벌어오는 전업주부인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코마치: 그나저나 유키노 언니도 진짜 대단하다. 아무리 부자고 혼자 산다지만 대가도 없이 자기 집에 같이 살게 해주고…… 그런 좋은 친구 흔치 않다고. 정말로 친구 하나는 잘 뒀다니까~

하치만: 일단은 나 유키노네 가정부로서 일하고 있다만.

코마치: 그럼 얹혀사는 주제에 손가락 까딱 안 하려고 했어? 그 정도야 말 안 해도 당연히 해야지!

하치만: 아니, 말 안 해도 알고 있다고. 가정부가 아니었다고 해도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어.

유키노는 돈을 받아도 모자랄 판국에 가정부란 구실로 오히려 내게 돈을 주고 있다.
분명 가정부라는 '구실'이라도 없으면 내가 도움을 거절하리라 생각한 거겠지.

하치만: ……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은혜를 입었다. 설령 유키노에게 다른 속내가 있었다고 해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치만: 언젠가 보답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만……

코마치: 그래야지. 혹시 유키노 언니에게 힘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유키노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오빠가 언니를 도와줘. 꼭 금전적인 게 아니라도 좋으니까 곁에서 도와주고 격려해줘. 유키노 언니는 남편도 자식도 없고, 가족들하고도 별로 사이좋지 않으니까,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곤 오빠랑 유이 언니 정도일 거로 생각해.

하치만: ……그렇구나.

곁에서인가…… 은혜를 금전적으로 갚는다 한들 유키노는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받으려 들지도 않겠지. 
만약, 유키노가 내게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코마치: 아, 코마치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하치만: 어, 저기 왼쪽에 있는 게 화장실이야.

벌써 다섯 시인가. 곧 시즈카랑 유이도 돌아오겠군. 오늘 저녁은 코마치도 있으니 특별히 신경 좀 써볼……

하치만: 아……

이런, 그러고 보니 유이도 같이 살고 있다는 걸 코마치한테 말 안 했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거지…… 
그냥 평범하게 내가 신세 지기 전부터 유키노랑 같이 살고 있었다고 하면 되려나…….

삐빅 삑삑삑 철컥

하치만: !?  흠칫

유이: 다녀왔습니다ㅡ! 

하치만: 어, 어서 와 유이.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왔네.

유이: 응, 당분간은 여유가 있으니까. 시즈카 언니는?

하치만: ……시즈카는 아직이야.

언니인가…… 
유이의 부모님을 찾아뵈었던 그 날 이후로 어째선지 유이와 유키노는 시즈카를 선생님이 아닌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물어봐도 두리뭉실한 대답만 해줄 뿐, 자세한 사정은 말해주지 않는다.
단순히 시즈카와 사이가 깊어진 것뿐이라면 다행이지만…….

유이: 그렇구나. 시즈카 언니는 아직인가…… 

하치만: 어. 근데 실은 지금 집에 코……

유이: 그럼 오늘은 눈치 안 봐도 되겠네.  꼬옥

하치만: !? 자, 잠깐! 뭐하는 거야!?

유이: 에헤헤~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하치만: 바보야! 하나도 안 괜찮다고! 빨리 떨어져!

유이: 우응…… 힛키한테서 좋은 냄새 나……

하치만: 좋은 냄새라니, 바디샤워 너랑 똑같은 쓰고 있다만…… 그게 아니라! 빨리 떨어……

코마치: 아, 혹시 시즈카 언니 온 거야? 시즈카 언니 저 왔………… 어라……?

유이: …………

하치만: …………

코마치: …………

하치만: 아…… 그…… 코마치, 이쪽은 내 친구인 유이가하마 유이다. 유이, 이쪽은 내 여동생인 코마……

코마치: 알고 있거든!? 뭘 초대면인 것처럼 설명하려 드는 거야! 

유이: 아, 아하하…… 오, 오랜만이야 코마치……

코마치: 네, 유이 언니 오랜만이에요…… 그래서? 오빠,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째릿

하치만: ……아까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실은 유이도 유키노네 집에서 같이 살고 있거든.

코마치: ……같이 살고 있다고……?

유이: 으, 응! 나랑 유키농은 힛키랑 시즈카 언니가 오기 전부터 같이 살고 있었어!

전부터라곤 해봐야 3일밖에 차이 안 나지만.

코마치: 헤에―――

하치만: 이 집, 혼자 살기엔 너무 넓은 집이니까. 여자 혼자서 살기엔 흉흉한 세상이기도 하고.

유이: 그, 그래! 여자 혼자서 살기엔 흉흉한 세상이고! 혼자 살면 심심하기도 하고! 아하하하!

야야, 너무 어색하잖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거짓말이 엄청 서툴었었지…….

코마치: 그렇군요. 오빠네가 신세 지기 전부터 유이 언니가 유키노 언니랑 같이 살고 있었다는 건 알겠어요.

하치만: 어, 어어.

코마치: 그럼 이제 왜 두 분이 껴안고 있었는지도 가르쳐주실래요?

유이: 어, 어!? 아 그……

하치만: 깊은 의미는 없어. 친애하는 친구에게 인사로서 포옹한 것뿐이야. 왜 그 뭐냐, 서양에선 인사 대신 볼에 뽀뽀하기도 하고 그러잖아?

유이: 으, 응! 힛키랑은 거의 가족 같은 거니까! 친애의 뜻으로 가볍게 포옹한 것뿐이야!

하치만: 뭐, 그런 거다.

코마치: 헤에――― 그렇구나――― 정말 사이 좋은 친구지간이네요~ 부러워라~  

유이: 그렇지? 아하하. 아, 난 그……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코마치: 네, 그러세요~ 

하치만: 어, 느긋하게 갈아입고 와.

코마치: ……  까딱까딱

하치만: ……  흠칫 

코마치: 잠깐 음료수라도 사러 갈까?  방끗

하치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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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치: 오레기, 지금 뭐하는 거야? 설마 유이 언니랑 바람 피우는 거야? 미쳤어?

하치만: 코, 코마치, 오해다……

코마치: 뭐가 오해인데? 좀 전의 그거 어떻게 봐도 아웃이잖아.

하치만: 아니, 정말로 친애의 뜻으로 친구끼리 포옹한 것뿐이니까……

코마치: 헤에――― 학창 시절엔 차려진 밥상도 거절하던 오레기는 언제부터 이렇게 거침없는 스킨십을 하게 된 걸까? 이분 남자친구들이랑 만날 때도 물론 허그하겠죠?

하치만: ……

이젠 틀렸어! 끝장이야……!
눈치 백 단의 코마치를 속인다니, 처음부터 무리였어…….

코마치: 실망이야 오레기…… 포인트 낮아도 너무 낮은데……

하치만: ……

언제나처럼 반농담이 아니라 진심 100%의 쓰레기를 보는 눈이다.
매도 100% 시절의 유키노조차 꼬리를 내릴 레벨…….

코마치: ……
        
코마치에게 미움받게 되다니, 내 건다늄 멘탈로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만……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실제로 불륜을 저질렀으니까…….

하치만: ……

코마치: 하아……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상대가 유이 언니면 오레기로서도 어쩔 수 없었으려나……

하치만: ……어?

코마치: 유이 언니도 참 대단하다고 할까…… 안타깝다고 할까…… 유이 언니가 그렇다는 건 어쩌면 유키노 언니도 그런 걸까……

하치만: 코마치, 너……

코마치: 그 수동적인 오레기가 유이 언니를 먼저 꼬셨을 리도 없고, 유이 언니에게 감정에 호소라도 당한거겠지.
           
하치만: ……

코마치: 난 시즈카 언니 편이니까, 오빠와 유이 언니의 관계를 인정할 생각도, 편들 생각도 없어.
   
하치만: 그래……

코마치: 하지만…… 오래전부터 유이 언니의 마음을 알고 있던 사람으로서 솔직히 동정해…… 같은 여자로서 불쌍하다고 생각해…… 정말 바보라니까……

하치만: 그러냐……

코마치: 그러니까 조금 전에 본건 보지 않은 걸로 할게. 아무 말도 안 할게.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둬야겠어. 

하치만: ……

코마치: 시즈카 언니를 울리지 마.

하치만 : 그건 무리야. 벌써 울려버렸고…… 하지만…… 시즈카를 버리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다. 누가 뭐라든 이혼할 생각은 없으니까……
             
불륜을 저질러버렸으니까 시즈카가 이혼하자고 해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지만…….

코마치: ……응, 알았어.

하치만: 그만 들어가자. 이제 곧 시즈카도 돌아올 테고, 슬슬 저녁 준비해야 할 시간이니까.

코마치: 우웅…… 솔직히 그냥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유키노 언니까지 꼭 보고 가야겠어. 얼마나 막장스러운 상황인지 코마치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거야.

하치만: 막장이라니…… 그야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코마치: 오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할게.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될 수 있으면 빨리 결정해.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리 없어. 오래 끌면 오래 끌수록 사태만 악화 될 뿐이야. 

하치만: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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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와 선을 넘은 지 10일. 그 사이 유이가 내게 한 거라곤 자기가 시즈카 보다 먼저 집으로 돌아오면 인사 대신 나를 끌어안고, 내 볼에 뽀뽀한 것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보다 더한 것을 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유이는 그것밖에 하지 않았다.

유키노의 경우는 불륜조차 아니다. 유키노는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유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건 명백한데도 어째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나와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처럼……

그런 애매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 막장 관계가 파국에 이르지 않고 평온하게까지 보이는 것은……

하지만……



하루노: 어라ㅡ?

유키노: 언니……

시즈카: 오, 오랜만이구나 하루노.

하루노: 히키가야군에 시즈카, 가하마까지. 혹시 오늘은 무슨 날인 걸까? 이상하네. 놀러 온 거라고 하기엔 다들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너무 편해 보이네.            

유키노: 뭐하러 왔어? 나한테 신경 끄라고 말했잖아? 돌아가.

하루노: 하나밖에 없는 언니가 오랜만에 얼굴 보러 와줬는데 너무하네~  

유키노: 잠깐, 멋대로 들어오지 마!

하루노: 헤에―― 유키노는 혼자 살면서 칫솔을 네 개나 쓰는구나――  철컹

유키노: 아……

하루노: 아니면, 넷이서 같이 살기라도 하는 걸까?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누나한테 설명 좀 해줄래? 히키가야군.

하치만: ……



코마치의 말대로 이 애매한 관계조차도 오래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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