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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레이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BE MY BABY


 충격적인 고백 이후 정식으로 사귀게 된 날의 다음 날은, 단숨에 계절이 겨울로 바뀐 것 같은 추위에 뒤덮여 있었다.
 어제는 너무 기뻐서 흥분이 식질 않았다. 대대적으로 고백해 버렸고, 유미에게도 질문 공세를 받았고, 저녁 식사때는 부모님께도 들켜서 식은땀이 흘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굉장히 신경 쓰이는 모양인지 ‘다음에 집에 데려 오렴’이란 소리가 바로 나왔다. 유키도 레이도 마음 준비가 안 됐기에 바로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으―, 추워!”
 머플러로 코 아래를 죄다 두르고, 어깨를 움츠리며 걷는다.
 솔직히 말해서 어제의 흥분으로 별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긴 여친이니까. 게다가 상대는 하세쿠라 레이. 릴리안 여학원의 전 황장미님이자, 미스터 릴리안이자, 검도도장의 외동딸이면서 유단자인데다, 늠름해서 밸런타인 데이에는 산처럼 초콜릿을 받고, 유키보다도 키가 크고 멋지고.
 이렇게 말하면 왠지 유키보다도 훨씬 남자다운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도 사랑스런 여자라는 걸 유키는 알고 있다.
 과자나 요리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뜨개질이 특기고, 순정만화를 좋아하고,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고민하는 등, 정말로 사랑스런 여성인 거다.
 그런 멋진 여성이 여친이 되었으니, 그야 흥분되고 기뻐서 잠을 못 들게 된 거지만, 전혀 괴롭지 않다. 아마 몸은 나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마음이 가벼웠다.
 덤으로 말하자면, 학교를 조금만 더 다니면 봄방학이 되고, 방학이 되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도 늘기에 레이와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늘어서 들떠 있다. 유키도 3학년이 되면 수험이 있기에 이번 여름방학이야 말로 고등학생으로서 맘편히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방학인데, 여기서 안 놀고 언제 놀라는 건가. 그런 의미론 레이와 사귀기 시작한 시기로선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봄이다.
 최근 그리 없을 정도로 들뜬 채로, 유키는 하나데라에 등교했다.
 그리고.


“――뭐, 뭐, 뭐, 뭐야 이거?! 뭐 하는 거야 너희들!!”
 유키는 소리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이 일어난 건, 교실에 발을 한 걸음 디딘 직후였다.
“여어, 유키치.”
“안녕. 뭐야, 오늘은 굉장히……어, 와악?!”
 손을 들고 인사를 해 온 코바야시에게 인사를 돌려준 타이밍에, 양팔을 붙잡혔다. 살펴보니 오른팔은 타카다가, 왼팔은 미식축구부의 모리야가 껴안듯이 잡고 있었다. 육체파인 둘에게 붙잡혀 버려선, 아무리 유키가 학교생활 중에 온갖 일들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상황이 너무 나쁘다.
“어이, 뭐야, 그만두라니까?!”
 질질질 몸이 끌고 가서, 의자에 억지로 앉히고는 손을 뒤로 하고 로프로 꽉 묶여 버렸다. 손만이 아니라, 양다리 또한 의자 다리에 고정하듯 로프로 묶여, 사지의 자유를 빼앗긴다.
 몸을 움직여 보려고 해도 의자가 드르륵 떨릴 뿐이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러는 동안에 학생 여럿이 주위를 둘러싼다.
 대체 무슨 일인 건가. 설마 유키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의 복수 같은 건가. 확실히 학생회장으로서의 임무를 해 나가는 중에 원한을 살만한 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오늘은 졸업식도 아니고, 애초에 유키는 졸업생조차 아니다.
 고개를 들고 다시금 주위를 둘러싼 녀석들의 모습을 둘러보면, 같은 반의 학생도 있지만 다른 반의 녀석들도 꽤 많이 있고, 졸업을 앞둬서 등교할 필요도 없는 3학년의 모습까지도 여기저기 보인다.
 설마 싶긴 하지만, 어딘가 험악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는게 정말로 집단 린치가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어 마음 속으로 식은 땀을 흘린다.
“……미안, 유키치.”
 코바야시가 연기하는 것 처럼 눈물을 닦는 몸짓을 보인다.
“어이, 어떻게 된 거야.”
 코바야시의 태도를 보고 최악의 사태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물어본다.
“포기해라. 너도 이렇게 되는 건 각오하고 있었을 거잖아?”
“하아? 무슨 소리야, 왜 내가 이런 꼴을.”
 그 말을 한 순간, 아까 유키를 잡았던 미식축구부의 모리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서 의자에 묶여있는 유키를 내려다본다. 체격이 좋은 만큼 지금 위치관계에선 압박감도 배로 느껴진다.
“시치미 떼지 마, 후쿠자와. 너, 너말야, 하세쿠라 씨랑 사귀게 됐다고――”
“엣! 아……에.”
“이야기는 이미 전교에 다 퍼졌다고. 어제, 릴리안 교내방송을 이용해서 학교에 있던 사람들 모두에게 어필했다는 모양이잖아, 아앙?!”
 깜빡하고 있었다.
 릴리안과 하나데라는 옛날부터 교류가 있어서 사이가 좋았고, 남자라면 하나데라, 여자라면 릴리안 식으로 입학시키는 부모도 많다. 유키네 처럼 딸과 아들이 양교에 다니고 있는 집도 꽤나 있을 거고, 레이는 릴리안의 학생 전원에게 알려져 있는 유명인이자 인기인이기에 릴리안만이 아니라 하나데라에도 정보가 전해지는 건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잘 바라보면 유키를 둘러싸고 있는 건 하세쿠라 레이 팬클럽의 녀석들이다. 하나데라에선 비공식이긴 하지만 산백합회 임원들의 팬클럽이 결성되어 있고, 학생회장인 유키도 그것들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을 몰래 찍어서 팔거나 스토킹 행위를 하는 등의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고, 단순히 같은 마음을 가진 동지들의 집단이기에 방치해 둬도 문제는 없었다.
 겉보기부터 미소녀인 사치코나 시마코와 다르게 레이는 소년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런데도 팬의 수는 꽤나 있어서, 그런 녀석들에게 둘러싸인 거다. 그들 입장에선 동경하던 여성을 뺏겨서 이가 갈리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후쿠자와, 너 어떤 수단으로 하세쿠라 씨랑 사귀게 된 거야?”
“어, 어떤 수단이라니, 별로.”
“시치미 떼지 마, 후쿠자와랑 하세쿠라 씨는, 아무리 봐도 무게가 안 맞는다고 할까……주로 신장적으로.”
“으윽?!”
 아픈 부분을 찔렸다.
 나란히 걸으면 레이 쪽이 키가 큰 데, 이것만은 지금의 유키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앞으로 개선될지 어떨지도 미심쩍은 부분이었다.
“키, 키가 크고 작고는 관계 없잖아! 마음만 통하면.”
“크윽, 이게, 부끄러운 소리를 태연히 입에 담곤…….”
“너희가 말하게 시켰잖아!”
 수많은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니, 유키도 충분히 부끄럽다는 건 자각하고 있다. 어제부터 대체 얼마나 수치플레이를 시켜대는 거냐고 소리치고 싶다.
“젠장, 나도 하세쿠라 씨를…….”
“모리노…….”
“나도, 늠름한 하세쿠라 씨에게서 죽도로 강렬한 일격을 맞아 보고 싶었어!”
“어이, 모리노…….”
 기막혀서 몸에서 힘이 빠진다.
 이 녀석들은 레이의 뭘 보고 있는 걸까. 검도 외의 일에 레이가 죽도를 휘두르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다곤 해도, 정줄을 놓은 눈앞의 녀석들에게 무슨 소리를 해도 들을 것 같지도 않다. 여기선, 우선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유키가 올려다 보자, 마침 모리노와 눈이 마주쳤다. 
“……후쿠자와, 너 진심인 거구나. 평생 하세쿠라 씨를 사랑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냐.”
“맹세해!”
 자기도 놀랄 정도로 답이 바로 나와서, 주위의 학생들도 술렁였다.
“그런가……남자가 맹세한 거다. 그러면 더이상 할 말은 없어.”
“모리노 씨?!”
“떠들지 마! 후쿠자와는 맹세했어. 하세쿠라 씨를 반드시 행복하게 하겠다고. 혹시나 하세쿠라 씨를 울리거나 했다간, 지옥의 업화로 불태워, 미래영겁 계속되는 고난을 받아도 괜찮다고!”
 아니아니, 그런 소리 안 했다고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들어줄만한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포기하고 입을 닫는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우리도 후쿠자와의 진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 거기다, 하세쿠라 씨가 행복해 진다면, 우리도 그게 제일이지 않나?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이 말한 거다. 설마 거짓말이 되는 일은 없겠지.”
 울면서 모리노가 역설하자, 감염된 것 처럼 주위 녀석들도 울기 시작한다. 이제 어찌됐든 좋으니 구속을 풀어 달라는 게 지금 내 마음이다.
​“​후​쿠​자​와​…​…​맡​길​게​.​”​
​“​아​아​…​…​맡​겨​라​.​”​
 탈출하려면 이 진부한 연극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모리노의 말에 맞춰 대답을 한다. 물론 뜨거운 마음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러자 예상대로, 모리노는 말 없이 수긍하고 유키를 묶었던 줄을 풀어 주었다. 단순히 수헙 시작시간이 가까워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의미도 없이 묶였던 손목을 흔들고 있자, 모리노가 정면에 서서 아직 뭔가 말하고 싶은 게 남은 것 같은 눈으로 말을 걸었다.
“후쿠자와, 마지막으로 한 발 때리게 해 줘.”
“하아?!”
 딱히 모리노 자신이 레이와 어떤 관계가 있던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건가. 게다가 때린다니, 유키 혼자 맞아서 손해가 아닌가. 하지만 모리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지, 이거야 말로 남자와 남자간에 결판을 내는 방식이라든가 하는 소리를 하며 자신에게 도취된 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
 거기다 주위를 바라보면, “나도”, “아니 나도”, “그렇다면 나도” 식으로 말하면서 주먹을 쥐는 녀석들이 증식하고 있다.
“기다려 너희들, 뭐야 그 손은. 것보다, 왜 맞아야 하는 건데??”
“한 명의 여성을 둘러싼 연적이지만, 이걸로 하세쿠라 씨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봉인하는 걸로 하지. 자아, 후쿠자와!”
“자아, 가 아냐――!!”
 불합리한 싸구려 희극은, 유키의 비명을 무시하고 펼쳐졌다.



“……젠장, 지독한 꼴을 당했네. 오늘은 최악이야.”
 아픈 몸을 문지르며, 종례를 마친 교실을 나선다.
 아침만이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아침에 못 왔던 녀석들이 밀어닥쳐와서 불합리한 공격을 당했다.
 릴리안의 산백합회라고 하면 미소녀가 모인 걸로 유명하고 지금까지 재학중에 산백합회 임원과 교제하게 된 하나데라 학원 학생의 이야기는 들은 적도 없다보니, 쓸데없이 선망과 질투를 부른 걸지도 모른다.
 정식으로 사귀게 되고 첫날, 최고의 기분으로 집을 나왔을 텐데 왜 이런 꼴로 학교를 나서야 하는 건가. 투덜투덜 불만을 흘리며 학교 건물을 나서고, 정문을 지난다.
“…………콜록.”
 3월이라곤 해도 아직 차가운 바람이 뺨을 쓰다듬어,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린다.
“저, 저저, 저저저기, 유, 유키 군!”
“에, 어, 레이 씨?!”
 불려세워져서 돌아보자, 거기에는 레이가 서 있었다. 설마 있다곤 생각지도 못했기에, 놀라서 멈춰서 버렸다.
“다행이다, 눈치채 줘서~.”
 안도한 표정을 보이며 다가오는 레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아닌 모양인지, 데님 팬츠에 코트와 머플러 차림은 겉보기론 미소년처럼 보여서, 하나데라의 학생들도 레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황송함을 느끼고 있는 건지, 가까이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어, 어떤 일인가요?”
 놀란 유키는 허둥지둥 얼빠진 소리를 입에 담아 버렸다.
 사귀기 시작한 상대가 학교 교문에서 기다려 줬는데,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텐데.
 하지만 레이도 긴장한 건지 유키의 실례되는 발언에도 딱히 기분을 해친 것 같지 않고, 수줍은 듯 우물쭈물한 느낌으로 입을 연다.
“저기, 유키 군을 맞으러…….”
“저를, 말인가요.”
“응, 그……함께 하교하는 걸, 한 번이라도 해 보고 싶어서.”
 레이의 그런 귀여운 소망을 듣고, 유키는 현기증을 느낄뻔 했다.
“사, 사실은, 나도 귀가길이 괜찮았겠지만, 이미 수업도 없고, 다른데 들르는 건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그래서, 그, 사복이라서 미안해.”
“무슨 소리에요, 전혀 문제 없어요. 네. 꼭 함께 돌아가요.”
“그래? 다, 다행이다.”
 레이는 안도한 표정을 보였다가, 유키의 얼굴을 보곤 눈꼬리를 내린다.
“유키 군, 그 멍은 어떻게 된 거야? 다쳤어?”
 하루 내내 학교 녀석들에게 지독한 꼴을 당해서, 뺨이나 이마 일부에 멍이 남아 버린 걸 레이가 보게 된 거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말할 수도 없다. 레이가 원인이라는게 알려졌다간, 레이가 충격을 받을 거고, 슬퍼할 게 틀림 없으니까.
“아뇨, 괜찮아요, 그냥 스친 정도니까.”
 걱정시키지 않도록 웃으며 얼버무리려 했지만, 레이의 표정은 풀리지 않는다.
“정말로? 아파 보여, 괜찮아?”
 레이의 손가락이 뻗어와서 뺨을 쓰다듬는다. 가늘고 나긋하지만 검도로 단련된 상냥한 레이의 손이, 상처로 뜨거워진 피부엔 차가워서 기분이 좋다. 다시금 걱정스런 표정을 띄운 레이가 유키의 얼굴을 살펴보려 한다.
 가까이 다가온 레이의 이목구비 뚜렷한 얼굴에, 자연스레 얼굴이 뜨거워져 간다. 레이는 순수하게 다친 걸 걱정해 주고 있는 거니까 이상한 걸 생각하지 말라고 마음 속에서 자신을 필사적으로 말린다.
 그때, 근처에 있던 학생이 흘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뭐야 저거 혹시나 그쪽 계통? 부녀자들 기뻐할 것 같네.”
 소리가 들린 쪽을 노려보자, 상대 학생은 허둥지둥 눈을 돌리고 도망치듯 떠나갔다. 한편 레이를 보자, 역시나 귀에 들어간 모양이라, 곤란한 듯하면서도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레이 씨, 갈까요?”
“으, 응.”
 걸음을 옮긴다.
“저기, 레이 씨.”
“응, 왜?”
“저……좋아하는 여성이랑 함께 돌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교길에 놀러 가는게 꿈이였는데, 함께 해 주실 수 있나요?”
“에?! 아, 으, 응, 물론, 기꺼이!”
 부끄러워 하면서 말하자, 레이는 바로 동의해 주었다.
 그 뒤 둘은 약간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며 걸었다.

 긴장해서 대화도 어색했지만, 역에 도착할 무렵에는 평소대로 가까워져 있었다. 평소대로, 역시 조금 긴장하고 있는 상태긴 하지만.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요?”
“에? 저기, 유키 군에게 맡길게.”
“그런가요? 사양하지 말아 주세요.”
“응……아, 아냐. 그, 릴리안은 귀가 중에 다른데 들르는게 금지고, 우리 집도 가까우니까, 어떤 곳에 가면 좋은지를 몰라서.”
 허둥지둥 말을 고치는 레이가 귀여워서, 다시금 유키는 한순간 현기증이 들었다.
 얼버무리려고 휴대폰을 꺼내서 화면을 만진다.
“그럼, 케이크라도 먹으러 갈까요? 어디 좋은 가게 없는지 찾아볼게요.”
 레이와 데이트를 하게 됐다곤 해도, 아무래도 디저트 가게 같은 걸 잘 알진 못한다. 간 적 있는 가게라면 기억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아는게 없다보니 인터넷을 의지한다.
 조작을 하는 중, 화면에 그림자가 생겼다.
“――아, 미안.”
 레이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건 굉장하네. 역시 편해?”
“그렇네요, 너무 의지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없으면 곤란한 상태예요.”
“음……나,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폰을 사려고 해. 대학에 가면 지금보다 귀가가 늦어질 때도 있을 거고, 여러모로 필요할 것 같아서. 거기에……유키 군과 좀 더 메일이나 전화,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거고.”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레이.
 정말로 이렇게 사랑스런 사람이 여친이어도 괜찮은가 싶어, 입으로 넋이 빠져나갈 지경이다.
“그, 그래도, 나, 지금까지 가진 적이 없었다보니 잘 몰라서, 뭐가 괜찮은지 함께 골라주면 기쁠 것 같아.”
“무, 물론이에요, 좋아, 그럼 지금부터 가죠!”
 레이와 휴대폰으로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다니, 바라마지 않던 일이다. 혹시나 앞으로도 1주일에 메일을 한 번 정도밖에 주고받을 수 없는게 아닌가 불안했던 거다.
“지금부터? 에, 그, 그럼 케이크는?”
 쓸쓸한 표정을 짓는 레이를 보고, 유키는 미소짓는다.
“……물론, 케이크도 같이 먹어요.”

 핸드폰 가게에서 여러 기종을 둘러본다. 그렇다곤 해도, 유키와 같은 회사의 기종으로 고르는 건 정해 뒀기에 그 외에는 디자인이나 기능으로 고르는 게 된다. 솔직히 요즘 나오는 물건들은 기능적으로 곤란할 일은 없다. 그렇다 보니 쓰기 편한지랑 취향에 맞는지가 큰 조건이 될 정도다.
 레이는 특별한 기능을 바라고 있지 않으니까 디자인으로 정하면 좋을 거라고 이야기하자, 귀엽고 팝한 느낌의 디자인인 핸드폰을 손에 들곤 즐거운 듯이 바라봤다.
 오늘은 물건을 보러 온거라 구입은 안하지만, 그런데도 후보는 몇 개로 정리한 모양이다. 레이가 손에 들고 있는 두 기종을 유키도 살펴본다.
“으음……이쪽이 디자인이 귀엽지만, 색은 이쪽이 마음에 드네……으으, 고민돼.”
“그 두개라면, 기능적으로도 문제 없어요. 왼쪽은 조금 무겁지만 배터리는 그쪽이 더 많고요.”
“그런가―, 어쩌지, 으―.”
“서둘러 오늘 정하지 않아도, 팸플릿 받아서 천천히 고민하면 돼요.”
 둘이서 이래저래 이야기하면서 고르고 있는 것 뿐인데도, 굉장히 즐거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문득 느껴지는 시선.
 바라보자, 가게 안에 있던 여고생같은 3인조가 유키와 레이를 보고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둘은 마침 몸을 붙이고 휴대폰을 보고 있어서, 옆에서 보면 염장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고생의 반응을 보면, 조금 부녀자적인 냄새가 느껴진다.
“――나, 착각당하는 거 익숙하니까.”
 여고생 쪽에 눈을 향하고 있자, 레이가 그런 말을 흘렸다. 샘플 휴대폰을 원래 자리에 돌려둔 레이의 옆모습은, 웃고 있는데도 어딘지 쓸쓸하게도 보였다. 어렸을 무렵부터 남자로 착각당해서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쁠 리가 없다.
 유키는 살며시 레이의 손을 잡았다.
“에, 유, 유키 군.”
 뒤에서 작고 새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상관 없다.
“갈까요, 레이 씨. 케이크 먹으러.”
 레이의 손을 집어 당기며 가게를 나선다.
“미안해 유키 군, 내 탓에 이상한 식으로 보여 버려서.”
“에, 뭐가 말인가요?”
“나, 사복 치마같은 거 전혀 가진게 없어서……미, 미안해.”
 침울해지는 레이.
“사과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 레이 씨의 바지 차림, 저 좋아해요.”
 멈춰서서, 다시금 강하게 손을 잡는다.
“거기에 저, 오늘 다시금 깨달았어요. 레이 씨는 역시, 굉장히, 무진장, 터무니없이 사랑스럽다고.”
​“​사​사​사​사​사​랑​스​럽​다​니​,​ 무슨”
“그러니까, 사실은 오히려 꽤 좋은 상황이 아닌가 하고.”
“에? 좋다……니?”
 몸을 반회전 시켜서, 정면에서 마주본다.
 이쪽을 내려다보는 레이는, 눈을 끔뻑거리고 있다.
“그치만, 저만이 사랑스런 레이 씨를 독점할 수 있으니까……다른 사람들은 레이 씨의 이런 사랑스런 부분을 모르는구나 싶어서.”
 말하면서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런데도 손은 놓지 않는다.
“레이 씨는 신경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기쁠지도요. 아니면, 역시 싫으신가요? 제 생떼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제게만 사랑스런 사람으로 있어 주시면……하고.”
​“​하​…​…​우​…​…​…​…​.​”​
 얼굴에서 김이 나오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빨개진 레이. 다만, 그건 유키도 지지 않을 정도긴 하지만.
 둘은 어느 정도를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걸까. 이윽고 간신히 레이 쪽이 입을 열었다.
“에에, 조, 조건이 있어.”
 생각지도 못한 답에 고개를 들자,
“제……제대로 이름을 불러 준다면…….”
“에? 앗, 에에.”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바로 이해했다.
 익숙지 않은 것과 부끄러움이 더해져, 아무래도 자연스레 입에 담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불리는 레이 쪽도 아직 익숙지 않아서, 부끄러워서, 불릴 때마다 당황하는데도, 그걸 바라온다.
 그런 그녀가 역시 사랑스러워서.

 유키는 레이의 이름을 부른다.

“――레이 쨩.”

 하고.



~ 추신 ~
 레이 쨩은 기본적으로 순정 순수 순애 노선으로 가고 싶습니다. 에로한건 없는 걸로.
 꽤 진도가 나아가질 않습니다만, 뭐어 이렇게 보면 단순한 닭살커플 같습니다만, 과연 어떻게 될지??

역자의 말:
 제목을 보고 진짜 아기가 되는건지 3초쯤 고민했다는 건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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