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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언바운드 윙 외전 Angel B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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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바운드 윙 외전 Angel Bound - 3화


 뒤따라온 두 번째 경찰도 내 목을 향해 같은 자세를 취했다. 뭐야.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이래?

 "그게…… 술 좀 깨려고 가게에서 나온 건데요."

 "보아하니 학생이로군. 신분증 좀 보여주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지창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저 무기, 날이 없다고 얕봤다간 순식간에 얼굴을 땅에 처박게 된다. 언제 달려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 똑바로 차리며, 나는 교복 안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두 번째 경찰에게 내밀었다.

 왠지 모르게 측은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경찰들.

 "흠. 마리엘 폰 헤르만이란 말이지. 나이는 19세……."

 내 가문이 어디인지를 깨달은 두 사람의 표정이 가관이었다만, 찔리는 부분이 있어서 일부러 입을 다물었다. 명문가의 자식이 시험에 떨어졌다고 그 나이에 술을 있는 대로 퍼먹냐ㅡ분명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쓴웃음을 지을 가치도 없어 신분증을 돌려받을 때까지 그저 얌전히 서 있기만 했다.

 "일단 받게. 젊은 나이에 고생이 많군."

 두 번째 경찰이 심심한 위로를 전한 직후, 그의 동료가 이지창을 까딱이며 훈계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기강이 흐트러지면 쓰나? 기사는 몸가짐을 항상 단정히 해야 하는 법일세. 거기 들고 있는 술병 내려놓고, 치마도 좀 정리하게."

 ……으응? 뭐라고?

 술병을 내려놓으라는 말은,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까지 술병을 들고 있었다는 게 된다. 그런데 나는 가게를 나올 때 손에 뭘 들고 있지 않았다. 맥주를 병째로 집은 기억이나 감각이 없는데 그걸 놓으라는 건 뭔가 이상ㅡ

아, 진짜다. 오른손으로 병목을 잡고 있어.

 광장의 사람들이 내 손을 노려본 이유를 알겠군. 웬 여자가 술병을 든 채 걷고 있으니 나쁜 일 때문에 병나발을 부는 것으로 보였을 테다. 바로 옆에 있는 분수대에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찰이 보는 앞에서 그랬다간 벌금형이다. 얌전히 그 위에 병을 올려두었다.

 반항할 의도는 없다는 걸 보여주자 경찰들도 일단 안심한 모양이다. 술병 문제는 해결됐으니, 이제 남은 건…… 어?!

 "어서 치마도 바로 하게. 아직 일은 다 끝나지 않았어."

 그 말에 엉덩이가 왠지 허하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으로 가볍고 시원해서, 술이 확 깰 정도로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아니겠지 싶어 곧바로 뒤쪽에 손을 대봤지만…….

 "히익."

 없다. 정말로 없어! 팬티스타킹의 질감만이 느껴질 뿐, 가장 중요한 치마가 잡히지 않아!

 뭐, 뭐, 뭐지, 이 엿같은 상황은?! 언제부터 치마가 말려 올라가 있었던 거야? 그 여자와 부딪쳐 넘어졌을 때 그랬나? 어, 어떻게 하면 좋지? 지금 치마를 바로 해도 벌써 본 사람이 몇ㅡ

툭.

 "아."

 바로 그 때 끼어든 단추 터지는 소리. 이어서 들려오는 경찰들의 당혹스런 외침. 그와 동시에 발밑으로 훅 내려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벼운 정도를 넘어 아예 해방된 것 같은 감각에, 못 견디겠다는 듯 힘없이 떨어지는 심장.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반응이 등장했다. 창피스러운 신음 속에 걱정, 환호, 심지어 휘파람까지 듬성듬성 섞여 나왔다. 사고를 거부하는 머리가 이성을 완전히 얼려버리기 직전, 나는 '경고합니다. 그거 성희롱이 될 수 있어요.'라는 경찰의 외침을 듣고 겨우 의식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다.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고, 이내 어떤 참사가 벌어졌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단추가 터져 벗겨진 치마.

 그것이 제기능을 상실하는 바람에, 속의 옷이 다 드러나고 만 것이다.

 "으, 으으……."

 뭐가 됐든 죽이고 또 죽이고 엄청 죽여버리고 싶다. 내가 울 거라고 생각했는지 경찰 중 한 명이 다급히 설명을 시도했다.

 "우리는 모, 못 봤으니까 안심하게. 교복 단추가 고장나는 거야 흔히 있는 일이니까. 자, 갈아입을 옷을 줄 테니 얼른 서로 가세."

 "괘, 괜찮아요…… 벗겨진 치마야 다시 입으면 되니까, 천천히……."

 수치심으로 머리끝까지 열기가 차오름에도 나는 평정을 유지했다. 어, 어찌됐든 나, 나는 교, 교양 있는 아가씨니까. 겨우 이런 걸로 흔들리면 안 된다는 스승의 가르침도 있었고 말이야. 그런 상황의 7할 5푼은 스승이 자초한 거지만……. 여하튼 치마부터 올리고 보자. 그래, 아직 희망은 있어.

 겨우 정신을 수습한 나는 더 이상 창피를 당하기 싫어 어떻게든 치마를 고정시키려 했다. 하지만ㅡ

 "흠, 흰색인가."

 "보기와는 다르게 감성적이네."

 "스타킹과 매치가 잘 안 되는데."

 ㅡ주위에서 들려오는 갤러리의 웅성거림에, 처절하게 버티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잘 생각해보니 오늘 운수 지지리도 없다. 시험에 떨어져서 이제 사수생이지, 1년 동안 할 일 없으니 백수지, 술이라도 마시면 나을까 싶었는데 스승 때문에 기분만 잡쳤지, 거기에 공공장소에서 치마까지 벗겨지다니. 이런 일들을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최소한 나는 (더 이상) 못 해먹겠는데. 언니한테 맞아죽을 각오로 한 번 뒤집어 엎어봐?

 이런저런 생각을 아무렇게나 흘려보내며, 맥주병을 다시 집어들었다. 이번엔 역수로. 치마가 또 내려갔지만 알 게 뭐야.

 "어이……! ​그​ㅡ​함​부​ㅡ​던​지​면​…​…​!​"​

 경찰 아저씨들이 뭐라 말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남의 치마 속을 봐놓고 무사할 거라 생각하는 인간이 어디 있어? 그럼에도 냉정하게 사고할 수 있는 아가씨가 현자인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아직 현자가 아니다.

 교양 있게 행동하는 것도, 이제 끝이다.

 "어디서 함부로 입을 나불대고 있……!"

 그렇게 외치며 구경꾼들을 향해 맥주병을 집어 던지려는 찰나ㅡ

 탁.

 ……누군가가 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나를 변호하려는 듯 위엄이 서린 명령을 내리면서.

 "어서 제 갈 길들 가세요. 숙녀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품평질이나 하고 있습니까?"

 여자 목소리인데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 든다. 나는 고개를 돌려 누가 내 팔을 잡았는지 확인해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대​지​교​(​G​a​i​a​i​s​m​)​의​ 무녀복.

 검은 머리는 양갈래로 크게 땋아 내렸고, 콧대 위엔 커다란 원형 안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첫눈에 봐도 지식인 같은 인상이 확 풍겨온다. 붙잡은 내 팔을 천천히 내리면서 나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날 잘 아는, 소위 '친구'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미소다.

 "오랜만이야, 마리엘."

 그제야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해냈다. 바로, 1년 전에 알고 지냈던 기사학교 동창.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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