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너희들을 구할 [영웅]이 등장하리라 3화
1화. 영웅의 출현
2015년, 가평-
“젠장. 이딴 일, 지루하다고. 어차피 죄다 랭크 C들, 그 중에 잘나가 봤자 랭크 B인데 왜 훈련이고 나발이고 하고 있어야 되는데?"
"그런 말 마라, 현지. 그래도 우리는 이 사람들의 [수호자]. 저들을 외적에게서 수호하는 최전선의 방패 아닌가?"
"대장은 맨날 그래! 자기도 랭크 B 밖에 안 되면서! 완전 모병 포스터에서 걸어나온 것 같다고! 뭐, 모병도 안 하긴 하지만."
"자자, 현지도, 태현 대장님도, 참아, 참아. 그래도 저번엔 일본과의 전쟁
에서 그렇게 참혹하게 단체로 뻗진 않았잖아? 지긴 졌지만 말이야.
하아.. 우리는 왜 랭크 A 도 하나 없을까? 꼴엔 정규군인데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에 대한 대우도 쓰레기. 당장 옆나라는 훈련용 건물에, 부지에, 예산까지 빵빵한데 우린 창고에서 훈련하잖아. 썅,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
"야, 김지수! 너도 불평하고 있구만!"
"헤헤......"
"그나저나 그 소문 들었나?"
"뭐요, 대장. 나 태현지가 못 들은 소문이 있다고?"
"랭크 승급 말이야, 거의 불가능이라고 하더군. 결국 태어날 때부터의
[자질]로 결정된단 말인가? 휴.."
"하긴, 그렇지 뭐. 당장 우리도 인원은 500명인데 승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말 되는 소리네."
"됐어! 그런 힘없는 소리는 갖다 버려버리라구! 언젠간 우리도 승리를 거머쥘 날이 오겠지!"
이 세 아이들은 태현지, 김지수, 그리고 송태현. 모두 등급 B이자 대한민국의 모든 워리어(징표를 받은 아이들)들을 통솔하는 부대장이였다. S 등급은커녕 A 등급의 워리어도 없는 탓에 근접국과의 전쟁에서도 말 그대로 [연전연패], 심지어 일본과 중국의 워리어 부서에서는, '신병 훈련시키려면 한국군 조지러 가라' 라는 말이 정설이 될 정도로 약체, 아니 펀칭백 취급을 받고 있는 [군대]였다.
"참, 이틀 후에 신입대원 심사가 있었지!"
"이번 애들 중에는 혹시 S등급이 있을 수도?!"
"꿈 깨, 바보야. S등급은커녕 A등급이나 나왔으면 소원이 없겠다, 소원이."
"근데근데~,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역시 현지 말이 맞는 것 같아. 훈련을 해도 변화가 없으니까 할 마음도 안 난다구!"
"하긴, 요즘은 우리 말고 다른 애들도 훈련 제끼고 일반인들 돈 뜯으러 가더만. 그러라고 준 힘이 아닐 텐데."
"하아~, 우리가 뭘 하겠어?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그들은 아직, 이틀 후에 불어올 폭풍을 예상치 못했다-
그때, 서울 인왕산의 중턱에서-
"젠장. 드디어..., 드디어 끝인가."
나, 이 현은 2005년, 내가 다섯 살 때부터 내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들었었다.
"네놈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너의 [힘]을 쟁취해! 핏줄의 명예를, 영광을 찾으란 말이다!"
처음에는 이 목소리에게 말을 해 보려고 했다.
" 넌 뭐야? 왜 내 머릿속에 있어?"
"그딴 건 네놈이 알 바가 아니다. 어서 [힘] 을 되찾아, 잊혀진 우리의 명예를, 영광을, 되살리란 말이다."
이런 목표도 없고 의미도 없는 대화를 자그마치 5년간 이어갔었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였을 때-
" 더 이상 못 참겠군. 이제 네놈이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네녀석이 가장 아끼는 사람들을 죽이겠다. 그럼 내 말을 들을 마음이 생기겠지?"
"또 뭐야, 넌. 난 핏줄의 명예고 영광이고 관심이 없다고. 한번 해 봐,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그건 내 인생 최대의, 최악의 실수였다.
그 다음 날부터, 나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재앙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내 부모님이 차에 치여 돌아가셨다.
나와 가장 친하던 친구가 실종된 지 하루도 안 되서 강물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내가 말을 걸기만 해도 사람들이 이상한 사건사고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주변에 털어놓았다.
내 안에 이상한 [목소리]가 있다고. 그 [목소리]가 날 저주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아무도, 심지어 나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도 나를 믿어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저주받은 아이, 악마의 자식이라며 수군거렸고, 나를 배척했다. 내 행복한, 아니, 행복할 수 있었던 인생은, 그 [목소리]에 의해 거부당했고 짓밟혔다.
"이젠 네 말을 들을게. 뭐든지 하지. 그러니까 제발, 제발 이 저주를 풀어줘!"
"좋다. 우리가 합의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군."
하지만, 너무 늦었었다.
그런 일이 끝났어도 나는 악마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고, 계속해서 사람들은 나를 피했다.
그때, 내 [핏줄]에 대한 설명을 처음으로 들었다. 우리가 이 땅을 호령했을 때. 그때 선봉에 서서 우리를 영광과 명예로 인도했던 [영웅]들. 그런 위대한 사람들의 [핏줄]이 섞여 결국 나에게로 오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다른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수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이 세계에서의 전쟁을 멈추고자 했던 신의 선택을 받아, 자신의 국가를 위해서 싸우는 세계를. 이야기가 끝나자 [목소리]는 내게 말했다.
"너는 새로운 시대의 개벽(開闢)을 이끌 영웅의 의무를 가지고 태어난 녀석이다. 이제 5년 후, 내 [전달]이 끝나면, 나가라. 나가서 너의 의무를 다해라! 우리가 세계를 다시 호령하는 황금기를 시작하거라!"
뭐? 이런 이유 하나 때문에, 내 가족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였다고?
그래. 이게 내 [의무]라면, 나에게 주어진 [권능]이라면, 내 책무를 다하자. 다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나와 같은 불행을 겪는 아이들이 없도록-, 철저히 완수해주지. 이 [황금기]가 계속되도록, 다시는 이런 슬픈 경험을 하는 [영웅]이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이 임무가 완수되면, 신을,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었던 그 개자식을, 죽이고야 말겠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설령 지옥이 나를 가로막더라도, 무조건, 무조건 이 운명을 내게 짊어지게 한 녀석에게 되갚아 주고 말겠어.
그런 다짐을 하자마자, [목소리]는-
"그럼, 이 몸, 잠시만 빌리지." 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그 녀석은 내 몸을 [지배]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떤 울창한 숲 안에 있었고,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날 어디로 데려온 거지? 한국에 이런 숲이 있었나?"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이다. 이제는 시작할 수 있겠군."
"시작하다니, 뭘 시작해?"
"성질이 급하구나. 차근차근 알려 줄 테니 가만히 있도록."
[목소리]는 내게 자신이 말했던 [힘]의 뜻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자신을 초월존재라 부르는 자가 나타났던 것. 그리고 자칭 [신]이라는 녀석이 아이들에게 [징표]를 부여해 자신의 국가를 위해 싸우도록 한 것. 모든 아이들은 그 국가의 '영광의 시대' 에 한 획을 차지했던 인물들의 힘이나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힘은 두 가지 특성으로 나뉘는데, [체력]과 [마력]으로 나뉜다. 체력은 말 그대로 몸의 힘, 검이나 활을 들고 싸울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리고 마력은 백병전 대신 후열에서 마법을 [영창]하여 싸울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마력에는 전격, 화륜, 진수, 폭풍, 그리고 강토. 5개의 계열로 나뉘어진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무슨 [계열]일지 생각해 보려는 순간, 그 목소리가 나에게 말했다.
"설레발치지 말도록. 네놈의 힘은 이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느니."
"엥? 그럼 난 왜 [선택] 받은 건데? 힘이 없는 건가?"
"멍청한 자식. 말했잖느냐. 이 중에 속하지 않는다고. 잘 들어라. 너희들이 말하는 [국가]에는 하나씩의 [예언]이 전해저 내려온다. 그들의 전성기를 다시 열, 최강의 용사들의 출현을 점지하는 글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용사야?"
"맞다."
"그 이유 때문에 내 인생을 망가뜨렸어? 한 사람의 인생을?"
"그건....."
"됐어. 이 얘기를 너한테 해서 뭐 하겠니. 그래서, 내 힘은 언제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건데?"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네놈의 힘은 벌써 안에 있어! 그저 네놈의 [그릇]이 완성되지 않아서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 뿐! 네녀석은 두 가지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그 힘은 평범한 범위에 들어가지도 않지.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의 계열은 [제국]이고, 체력을 사용하는 백병전 계열은 [해동]이다."
"그럼, 그만 이야기하고 빨리 시작하자고. 한 반년이면 될려나?"
"아니, 지금 네 몸으로는 5년이 걸릴 것이다만..."
"더 빨리 시작해야겠네. 바로 시작하자고."
맹세했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복수]를 쟁취하겠다고. 그러니까 강해질 것이다. 내 힘을 되찾고, 그것을 준 놈을, 망할 [신]이란 자식을,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