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래, 어디 한번 세상을 뒤집어 보자고! 5화
"화, 황제? 저 자식이? 저 비리비리해 보이는 자식이?" "뭐, 뭐야?!" 온갖 질문과 괴성이 쏟아져 나왔지만, 현지는 그것에 흔들리지 않고, "좋은 속셈이야, 가짜. 내 동료들을 저렇게 혼란시킬 줄이야." "가짜라고?" "그래, 너 같은 쓰레기 녀석이 우리가 기다리던 [황제]일 리가 없지. 안 그래? 어떻게는 내 6식 영창은 막아냈지만, 다음 것도 막을 수 있을까?" "젠장, [불신자]들-, 좋아. 어디 한번 다시 날려 보라고. 저번 껀 막을 가치도 없었거든. 아~, 내 마력이 아깝다." "닥쳐! 개자식아! 영창한다-! 하늘의 심판이여, 신의 창이여. 신의 권위를 지키는 수호자들이여. 신께 도전하는 무모한 이에게. 감히 그 권위를 넘보는 파렴치한 자에게. 수호의 일격을-, 최강의 공격을-, 빛보다도 날쎄게. 바람보다도 강하게. 주인의 명예를 위하여. 적을 처단하는 최후의 공격을 가하라!" "뭐야.. 현지가 저렇게 강했었나~?" "저건 또 뭐야!!" "웬 8식 전격마법? 게다가, 저건 [고유 기술] 라고! 저딴 건, 한 번도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단 말이야!" "흠. 저 [마법]은 본 적이 있다. 옛날에 저녁을 먹을 때, 식당 뒷산으로 끌고 가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저 마법을 보여 주더군. 어지간히 화났나 본데?" "뭐야~ 현지! 대장한테만 알려 주고! 흥이다!" 그 '소란'을 한 번에 깨뜨리는 말이, 어디선가 들려왔다. "그래서, '최후의 발악'은 끝났어?" "젠장, 저 자식 미쳤군." "아무리 그래도 8식이야, 8식! 대마법 뺨치는 수준이라고! 왜 [전쟁]때 안 쓴 거지?" "저건 진짜 [최후의 발악]이기 때문이다." "대.. 대장?" "저건 현지의 몸 안에 있는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사용하는 마법. 그녀의 [고유 마법], 신성창병(神聖槍兵)-, 어차피 저게 막히거나 빗나가면, 더 이상 공격할 방법 따윈 없어. 빗나갈 리는 없으니, 저 신입대원 군이 막아야만 살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강한 마법이라고?" "괜히 8식이 아니지, 바보야! 우린 아직 영창도 못 하는 거라고!" 또, 마력이 응축되는 동안의 기묘한 정적을 깨뜨리는 한 마디- “왜. 이젠, 무섭냐? 에휴. 8식은 처음 보지? 촌놈 자식.” 그 말을 상큼하게 무시하면서, "너희들은 말이야. 이걸 막는 게 [방어]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 그럼! 피할 건가?" "아니, 역으로, 더 강한 마법을 사용하여 '부수면' 되는 것 아닌가?" "넌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그건 이제 대마법도 넘어서는 힘이 있어야 된다고?" "보여주지, 내가 왜 [황제]인지를. 내가 너희들의 [구세주]라는 것을 증명해 주겠어. 게다가 저 마법은 시전속도가 더럽게 느리다고. 잡담이 가능할 정도면 말 다했지. 저런 건 8식 마법 중에서도 [최하위급]이라고. 이제, 진짜 [대마법]을 보여줄게." “아앙?” "흐음. 이걸로 할까? 그래. 영창한다- 제국의 아들들이여, 나의 충성스런 신민들이여. 억압과 모멸의 시기가 끝났노라. 제국의 [검병]들아, 강대한 [궁병]들아. 나의 가장 날카로운 검으로써.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활로써. 나의 적을 처단하거라. 감히 내게 도전한 자들에게, [황제]의 능력을 간과한 자들에게, 저들의 실수가 얼마나 큰 것이였는지. 돌려주어라. 도전 그 자체가 잘못됐음을. 느끼게 하라. 황제의 강대한 [힘]을. 나, 황제 이 현의 이름으로 명하니. 나아가거라. 너희들이 섬기는 주인의 명예를 위하여, 영광을 위하여! 내게 적대하는 자들을, 멸(滅)하라!" "멍청이들아, 이게 진짜 [대마법]이다." “어....어어?!” “영창속도가 30초?” “16식? 어떻게 저딴 게 존재해?” “본 적도 없는 거라고!” 순백색의 열기를 띠는 [마력]이 응축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그 [마력]은 검과 활을 든 병사의 모양으로 변해 아직도 생성되는 중인 [신성창병(神聖槍兵)]에 날아갔다. 선두에 섰던 병사의 [검]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번개의 [창]에 닿자, 엄청난 폭발과 함께 그 충격파가 다른 [대원]들을 덮쳤다. 경외와 충격에 떨고 있는 관전자들을 내버려두고, 왼손엔 황금색의[마력]을, 오른손에는 순백색의 [체력]을 담고 와들와들 떨고 있는, 방금 전까지도 오만한 미소를 짓고 있던 여자아이에게 걸어갔다. “살...살려 줘. 내가 잘못했어. 내가 말했던 건 전부 사과할게. 제발...제발...” “이거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쓰레기’인데? “그게...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전의 [대마법]에 충격을 먹은 대원들은 자신들이 자연스럽게 자기보다 나이도 한창 어려 보이는 녀석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잖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면, 끝까지 그 패기(覇氣)를 유지하라고. 널 무시하는 녀석들을 그냥 두진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굴복하지 말고, 널 모욕하는 녀석들을 조져버리란 말이야. 그런 ‘마음가짐’이 없으니까 전쟁에서도 펀칭백같이 탈탈이 털리는 거라고.“ “그럼... 당신이 예언의 [황제]가 맞으십니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다른 대원들을 대신해서 물어본 대장, 김태현의 물음에 답했다. “응. 내가 너희들이 말하는 그 [황제]야. 그 예언 있잖아. 그 예언. 액운이 다가오고, 미래가 암울할 때-” [예언]을 암송하기 시작한 현의 말을 끊고 다른 대원들은 한목소리로, “너희들을 구원할 [황제]가 나타나리라. 칠흑빛 갑주를 두르고, 그의 애검(愛檢)을 들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너희들을 건질 [구세주]가 되리라. 영웅의 운명을 지닌 자, 멸망해가는 제국을 지킬 수호자. 그의 업적을, 명예를, 영광을 찬양하라.“ “응. 다 아네?”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한 [여자아이]가 끼어들었다. “정말, 정말 [황제] 이십니까?” “맞다니까.”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승리의 영광을, 복수의 단맛을 느끼게 해 주실 그 [황제]야?” “맞다고.” “그렇다면, 바꿀게. 당신의 뜻대로, 당신의 말대로.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래, 이래야 싸울 맛이 나지!”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너희들은, 나를 인정해?” “물론이다! 20년 동안, 우리와 선배들이 당한 모욕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보지. 너희들은, 우리가 왜 [펀칭백]이라 불리는지, [최약체]라고 불리는지 알아?” “그거야 물론, 연전연패하니까...” “그럼 왜 연전연패하는데?” “랭크 A랑 S가 없어서...” “그 썩어빠진 ‘생각’부터 바꾸라고! 젠장, 어차피 ‘내 책임은 아니야~’, ‘내 잘못은 아니야~’ 하는 더러운 변명일 뿐이잖아! 그럼, 랭크 A가 있었으면, S가 있었으면, 이길 수 있었을까? 아니, 절대로 못 이겼을 꺼야! 그땐 또 뭐라고 변명하려고? 왜, 랭크 S보다 높은 사람이 없다고 하려고?“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생각해 봐! 우린 떨어질래야 떨어질 곳도 없다고! 벌써 [나락]의 주민인데,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어디 있겠어! 우린 쓰레기야. [최약체]라고. 그렇기에-, 그렇기 때문에-, 패배의 굴레를 집어던지고, [비상(飛上)]할 일밖에 남지 않은 거라고! 나도, 완벽한 [구세주]는 아니야! 너희들의 맨 앞에 서서, [선봉대장]으로써, 너희들의 [황제]로써 같이 싸워나가는 거라고! 한번 ‘세계를 조져봐야 되지 않겠어’?“ 그 순간, 그곳에 있던 500명 전원이,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황제]여, 나의 주인이시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길]을, [복수]의 기회를 붙잡겠습니다! 설령 그 대가가 죽음이더라도! 영원한 고통이더라도!” “그래, 어디 한번 세상을 뒤집어 보자고. 약자의 [반란]을 시작해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