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리메이크하는데 이 음악을 듣고 하고 있습니다.
Fate UBW - LAST STARDUST
하드보일드한 분위기 내는 데에는 괜찮더라고요.
공안청 본관 내의 특수수사과 구역, 특수수사과 사무실 앞에 도착한 에두아르드는 아까 종합 창구에서 수령한 ID카드를 스캐너식 카드 인식기에 가져다 대었다.
삭막한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처음 보인 것은 각종 고급 사양의 컴퓨터 사이에 앉아 있는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의 남자였다. 조 형사였다.
"하, 아까 그 홀로그램실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인상적인 표정이군요."
에두아르드는 조 형사의 비아냥거림에 눈살을 잠깐 찌푸렸다가, 다시 펴면서 입을 열었다. 말의 내용은 평범했지만 말하는 투는 어쩔 수 없이 짜증이 잔뜩 배여나왔다.
"...뭐, 그렇다고 치고, 예의 회사 측의 직원은?"
"아아, 그 양반들 말이군요? 좀 있으면 여기에 도착할 것 같더군요."
조원규 형사의 말에는 여전히 기분 나쁜 능글거림이 배여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이에 에두아르드는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가 폈다. 더 이상 에너지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탓이리라.
바로 그때, 사무실의 슬레이트 문이 열리는 소리가 에두아르드의 귀에 들렸다. 재빨리 고개를 사무실의 입구 쪽으로 돌렸다. 사무실의 입구에는 아까 엔트러스 홀에서 본 그 검은 붕대의 남자가 서 있었다.
"신 자이스 사의 한국 지부 선임 연구원인 슈바르츠 존 타크(Schwarze John Tak)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죠."
에두아르드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붕대의 남자가 선수를 쳤다. 그의 말투와 행동은 꽤 깔끔하고 사무적인, 그러니까 모범적인 공무원 같다는 인상이 강하게 왔다.
"IDAO 외사수사과 1계의 에두아르드 길라트(Édouard Gilad)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에두아르드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그의 얼굴을 흘끔- 하고 처다보았다. 그것은 그의 외양이 너무나도 특이하기 때문이리라. 솔직히 검은 붕대로 얼굴을 가리고 너무나도 괴상한 디자인의 양복을 입은 사람은 그리 흔치 않았기도 했고.
그런 에두아르드의 시선을 감지한건지, 슈바르츠 씨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다. 여전히 담담하고 깔끔한 인상의 말투였다.
"그렇게 처다보시면 제가 좀 당혹스럽습니다만."
"아, 실례했습니다. 외양이 좀 많이 특이하..."
- 아뿔사, 실수했군.
그 자신의 실언을 듣고 슈바르츠 씨가 잠깐 멈칫거리는 것을 본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굳어진 분위기를 진정시킨 것은 그때까지 가만히 관전만 하던 조 형사였다.
"자자, 그렇게 있지 마시고, 서로 볼 일들 보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피차 서로 바쁘실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조 형사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비아냥대는 어투에 신랄한 맛꺼지 더해져 있었지만, 에두아르드는 그를 인지하지 못 했다. 정확히는 인지하려고 하지도 않은 것이지만.
여전히 에두아르드의 두 눈은 슈바르츠 씨를 응시하고 있었다.
-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괜찮아요. 사고 이후로 계속 들어온 질문인 탓에 익숙합니다."
그렇게 오가는 허례허식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그의 귀는 놓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에두아르드는 자신의 회색빛 뇌세포를 여러 차례 회전시켰다.
- 사고 이후라고? 꽤 큰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군.
- 헌데 요근래에 굴지의 콩글로머리트(복합기업) 소속 고위직 간부가 저렇게 심한 꼴을 하고 있을 정도의 사고가 있었던가?
- 저런 고위직 간부가 얽힐 사고라면 이미 우리 쪽에서 뭔가 조사 정도는 나갔을 텐데. 하물며 그 신 자이스 콘체른이라면야. 그게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뭔가 언론보도라도 있을 것 같고 말이지.
- ....이상하군.
"저기, 에두아르드 씨? 왜 말하시다 말고 한참 동안 넋을 놓고 계십니까?"
갑자기 귀에 꽂히는 조 형사의 밉살맞고 능글대는 목소리에 생각의 늪에 잠겨있던 에두아르드의 뇌세포가 현실 세계로 급격하게 끌어올려졌다.
그리고 곧장 조 형사 쪽을 향해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앞에 보이는 조원규 형사의 입가가 장난스레 일그러져있었다. 그것은 마치 트릭스터(Trickster)와도 같은 장난스러우면서도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웃음이었다.
-
다시 정신줄을 붙잡고 존 타크 박사와의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故 김기태 요원이 가지고 있던 신 자이스 사 소유 장비들을 일정 기간동안 대여하는 형식으로, 간신히 존 타크 박사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 고 에두아르드는 믿지 않았다.
신 자이스 사는 일찍이 아일랜드군에게 납품할 전차를 아일랜드군이 점검하는 것도 제품을 손상시킨다면서 길길이 날뛰는 그런 회사였다는 것을 그는 기억했다.
계약 당사국에 대해서도 그렇게 날뛰어대는 놈들이, 일개 강력범죄 수사에 기술실증용 프로토타입을 대여해준다?
-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개소리지.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입장은 존 타크 박사의 이유 모를 호의조차 달게 받아들여야 했다. 국제적인 기관인 UN IDAO의 수사관이란 직책은 허우대만 멀쩡하지, 실상은 그저 허울뿐이니 말이다.
영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공안보다 더더욱 무력하기 짝이 없는 국제법에 의거한 위상과 권한. 당사국이 수사요청을 하지도 않으면 전혀 사건에 개입조차 할 수 없는 위치에 에두아르드는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슈바르츠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협상을 끝마친 후, 슈바르츠 존 타크 박사를 보내고 난 뒤에 에두아르드는 비에 젖어 엉킨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물었다.
"김기태 요원의 전 보좌관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왜, 증인으로라도 쓰시려고 하시는지?"
조 형사의 질문에 에두아르드는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 뭐 근래 피해자인 김기태 씨의 동향 같은 것을 물어보고 싶어서요."
-
폐쇄구획- 구(舊) 구로구 외곽의 쇠락한 아파트 단지.
마찰음을 내며 도착한 복면 순찰차가 멈춰 서고 안에서 내리는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 순찰차의 뒤를 따라다니던 공안청의 홀로그램을 뒤집어쓴 소형 다각 전차도 제각기 경계 포메이션을 취했다.
에두아르드는 순찰차의 트렁크에 꽂혀 있는 도미네이터를 뽑아들고는 조 형사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증인님께서 이런 위험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저는 전혀 이해조차 가지 않는 장소 선정이지만 말입니다. 그 잘난 클로저 증인 후보님이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거, 성가시게... 일단 이 아파트 단지의 6동 503호로 오라고 하더군요."
서로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두 사람은 이내 표정을 풀고, 소형 다각 전차 하나와 같이 신중하게 접선 장소에 진입했다. 프리피야트와도 같은 피폐해진 아파트. 복도에는 유리 파편과 핏자국이 낭자했고, 서까래에는 먼지 덮인 거미줄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 광경들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지어 보이는 조 형사와 그에 동조하는 표정을 지은 에두아르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묵묵부답인 소형 다각 전차.
"가끔가다 우범 청소년들이나 강력 범죄조직이 이런 폐쇄구획을 아지트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왜 그러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무엇보다 소름 끼치잖아요."
"저도 형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리히텐베르크 이상으로 소름이 끼치는군요."
그렇게 잡담을 하며 움직이니, 어느새 목적지인 아파트의 501호에 도착했다.
먼저 조 형사가 나서 문을 여러 번 노크해보았다. 하지만 501호 내부에는 아무런 반응도, 인기척도 없었다.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새로 끼운 듯한 문고리는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다각 전차를 시켜 적외선과 음파로 문 너머를 스캔하였으나, 오히려 에두아르드의 기어에『전자파 차단으로 인해 스캔 불가』라는 홀로그램 메시지만 떠올랐다.
"...소형 다각 전차에 전술 케이블 카메라 같은 것은 내장되어 있습니까?"
"내장되어 있기는 합니다. 왜, 문 너머를 보시려고요?"
조 형사의 질문에 에두아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다각 전차에서 전술 케이블 카메라가 튀어나와 문 밑의 틈을 찔러 들어갔다. 한참 액정을 쳐다보던 조 형사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제기랄. 문 밑에 단열재를 씌워놓아서 카메라가 들어갈 수가 없겠군요."
제대로 낭패를 본 탓에 거친 말을 내뱉은 조 형사와 에두아르드가 시선을 주고받았다.
에두아르드는 먼저 소형 다각 전차를 가리킨 뒤, 손가락을 두 개 세우고,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조 형사는 역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역시 프로들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도어 브리칭." 에두아르드는 작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곧 다각 전차가 공기압 샷건으로 경첩과 문고리를 동시에 날리면서, 쓰러진 문짝에 바퀴 자국을 남기며 실내로 돌입하고, 다음은 에두아르드, 그리고 조 형사가 실내로 돌입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 먼저 잡힌 것은- 벽 일면에 빽빽이 붙은 『하우스 오브 카드』의 포스터와 바닥에 쓰러진 검은 베레모를 쓴 은발의 여성이었다. 당황한 에두아르드가 재빨리 그녀의 맥박을 확인해았다. 다행히도 여성의 맥은 강하게 뛰고 있었다.
그렇게 에두아르드가 쓰러진 여성의 맥박을 확인하는 사이, 조원규 형사는 한창 집 안을 수색하고 있었다.
작은 방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에 보인 것은 오래된 노트북. 그리고 노트북을 장식하듯 폭탄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폭탄에 장착된 진동 감지 센서가 작동, 신관이 움직였다.
"염병할! 폭탄이다!" "?!"
쓰러진 여성을 등에 업은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가 재빨리 몸을 움직여, 문 앞에 대기 중인 다각 전차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곧 폭탄이 폭발, 일각이 폭탄의 폭염에 휩싸였다. 그 후폭풍으로 주위의 건물 창문 유리가 일제히 깨졌다.
그리고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던 소형 다각 전차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건물 안으로 줄줄이 진입하였다.
Fate UBW - LAST STARDUST
하드보일드한 분위기 내는 데에는 괜찮더라고요.
7 - Twin Peaks
공안청 본관 내의 특수수사과 구역, 특수수사과 사무실 앞에 도착한 에두아르드는 아까 종합 창구에서 수령한 ID카드를 스캐너식 카드 인식기에 가져다 대었다.
삭막한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처음 보인 것은 각종 고급 사양의 컴퓨터 사이에 앉아 있는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의 남자였다. 조 형사였다.
"하, 아까 그 홀로그램실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인상적인 표정이군요."
에두아르드는 조 형사의 비아냥거림에 눈살을 잠깐 찌푸렸다가, 다시 펴면서 입을 열었다. 말의 내용은 평범했지만 말하는 투는 어쩔 수 없이 짜증이 잔뜩 배여나왔다.
"...뭐, 그렇다고 치고, 예의 회사 측의 직원은?"
"아아, 그 양반들 말이군요? 좀 있으면 여기에 도착할 것 같더군요."
조원규 형사의 말에는 여전히 기분 나쁜 능글거림이 배여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이에 에두아르드는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가 폈다. 더 이상 에너지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탓이리라.
바로 그때, 사무실의 슬레이트 문이 열리는 소리가 에두아르드의 귀에 들렸다. 재빨리 고개를 사무실의 입구 쪽으로 돌렸다. 사무실의 입구에는 아까 엔트러스 홀에서 본 그 검은 붕대의 남자가 서 있었다.
"신 자이스 사의 한국 지부 선임 연구원인 슈바르츠 존 타크(Schwarze John Tak)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죠."
에두아르드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붕대의 남자가 선수를 쳤다. 그의 말투와 행동은 꽤 깔끔하고 사무적인, 그러니까 모범적인 공무원 같다는 인상이 강하게 왔다.
"IDAO 외사수사과 1계의 에두아르드 길라트(Édouard Gilad)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에두아르드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그의 얼굴을 흘끔- 하고 처다보았다. 그것은 그의 외양이 너무나도 특이하기 때문이리라. 솔직히 검은 붕대로 얼굴을 가리고 너무나도 괴상한 디자인의 양복을 입은 사람은 그리 흔치 않았기도 했고.
그런 에두아르드의 시선을 감지한건지, 슈바르츠 씨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다. 여전히 담담하고 깔끔한 인상의 말투였다.
"그렇게 처다보시면 제가 좀 당혹스럽습니다만."
"아, 실례했습니다. 외양이 좀 많이 특이하..."
- 아뿔사, 실수했군.
그 자신의 실언을 듣고 슈바르츠 씨가 잠깐 멈칫거리는 것을 본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굳어진 분위기를 진정시킨 것은 그때까지 가만히 관전만 하던 조 형사였다.
"자자, 그렇게 있지 마시고, 서로 볼 일들 보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피차 서로 바쁘실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조 형사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비아냥대는 어투에 신랄한 맛꺼지 더해져 있었지만, 에두아르드는 그를 인지하지 못 했다. 정확히는 인지하려고 하지도 않은 것이지만.
여전히 에두아르드의 두 눈은 슈바르츠 씨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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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괜찮아요. 사고 이후로 계속 들어온 질문인 탓에 익숙합니다."
그렇게 오가는 허례허식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그의 귀는 놓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에두아르드는 자신의 회색빛 뇌세포를 여러 차례 회전시켰다.
- 사고 이후라고? 꽤 큰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군.
- 헌데 요근래에 굴지의 콩글로머리트(복합기업) 소속 고위직 간부가 저렇게 심한 꼴을 하고 있을 정도의 사고가 있었던가?
- 저런 고위직 간부가 얽힐 사고라면 이미 우리 쪽에서 뭔가 조사 정도는 나갔을 텐데. 하물며 그 신 자이스 콘체른이라면야. 그게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뭔가 언론보도라도 있을 것 같고 말이지.
- ....이상하군.
"저기, 에두아르드 씨? 왜 말하시다 말고 한참 동안 넋을 놓고 계십니까?"
갑자기 귀에 꽂히는 조 형사의 밉살맞고 능글대는 목소리에 생각의 늪에 잠겨있던 에두아르드의 뇌세포가 현실 세계로 급격하게 끌어올려졌다.
그리고 곧장 조 형사 쪽을 향해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앞에 보이는 조원규 형사의 입가가 장난스레 일그러져있었다. 그것은 마치 트릭스터(Trickster)와도 같은 장난스러우면서도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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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신줄을 붙잡고 존 타크 박사와의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故 김기태 요원이 가지고 있던 신 자이스 사 소유 장비들을 일정 기간동안 대여하는 형식으로, 간신히 존 타크 박사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 고 에두아르드는 믿지 않았다.
신 자이스 사는 일찍이 아일랜드군에게 납품할 전차를 아일랜드군이 점검하는 것도 제품을 손상시킨다면서 길길이 날뛰는 그런 회사였다는 것을 그는 기억했다.
계약 당사국에 대해서도 그렇게 날뛰어대는 놈들이, 일개 강력범죄 수사에 기술실증용 프로토타입을 대여해준다?
-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개소리지.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입장은 존 타크 박사의 이유 모를 호의조차 달게 받아들여야 했다. 국제적인 기관인 UN IDAO의 수사관이란 직책은 허우대만 멀쩡하지, 실상은 그저 허울뿐이니 말이다.
영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공안보다 더더욱 무력하기 짝이 없는 국제법에 의거한 위상과 권한. 당사국이 수사요청을 하지도 않으면 전혀 사건에 개입조차 할 수 없는 위치에 에두아르드는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슈바르츠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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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끝마친 후, 슈바르츠 존 타크 박사를 보내고 난 뒤에 에두아르드는 비에 젖어 엉킨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물었다.
"김기태 요원의 전 보좌관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왜, 증인으로라도 쓰시려고 하시는지?"
조 형사의 질문에 에두아르드는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 뭐 근래 피해자인 김기태 씨의 동향 같은 것을 물어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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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구획- 구(舊) 구로구 외곽의 쇠락한 아파트 단지.
마찰음을 내며 도착한 복면 순찰차가 멈춰 서고 안에서 내리는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 순찰차의 뒤를 따라다니던 공안청의 홀로그램을 뒤집어쓴 소형 다각 전차도 제각기 경계 포메이션을 취했다.
에두아르드는 순찰차의 트렁크에 꽂혀 있는 도미네이터를 뽑아들고는 조 형사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증인님께서 이런 위험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저는 전혀 이해조차 가지 않는 장소 선정이지만 말입니다. 그 잘난 클로저 증인 후보님이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거, 성가시게... 일단 이 아파트 단지의 6동 503호로 오라고 하더군요."
서로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두 사람은 이내 표정을 풀고, 소형 다각 전차 하나와 같이 신중하게 접선 장소에 진입했다. 프리피야트와도 같은 피폐해진 아파트. 복도에는 유리 파편과 핏자국이 낭자했고, 서까래에는 먼지 덮인 거미줄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 광경들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지어 보이는 조 형사와 그에 동조하는 표정을 지은 에두아르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묵묵부답인 소형 다각 전차.
"가끔가다 우범 청소년들이나 강력 범죄조직이 이런 폐쇄구획을 아지트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왜 그러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무엇보다 소름 끼치잖아요."
"저도 형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리히텐베르크 이상으로 소름이 끼치는군요."
그렇게 잡담을 하며 움직이니, 어느새 목적지인 아파트의 501호에 도착했다.
먼저 조 형사가 나서 문을 여러 번 노크해보았다. 하지만 501호 내부에는 아무런 반응도, 인기척도 없었다.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새로 끼운 듯한 문고리는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다각 전차를 시켜 적외선과 음파로 문 너머를 스캔하였으나, 오히려 에두아르드의 기어에『전자파 차단으로 인해 스캔 불가』라는 홀로그램 메시지만 떠올랐다.
"...소형 다각 전차에 전술 케이블 카메라 같은 것은 내장되어 있습니까?"
"내장되어 있기는 합니다. 왜, 문 너머를 보시려고요?"
조 형사의 질문에 에두아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다각 전차에서 전술 케이블 카메라가 튀어나와 문 밑의 틈을 찔러 들어갔다. 한참 액정을 쳐다보던 조 형사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제기랄. 문 밑에 단열재를 씌워놓아서 카메라가 들어갈 수가 없겠군요."
제대로 낭패를 본 탓에 거친 말을 내뱉은 조 형사와 에두아르드가 시선을 주고받았다.
에두아르드는 먼저 소형 다각 전차를 가리킨 뒤, 손가락을 두 개 세우고,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조 형사는 역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역시 프로들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도어 브리칭." 에두아르드는 작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곧 다각 전차가 공기압 샷건으로 경첩과 문고리를 동시에 날리면서, 쓰러진 문짝에 바퀴 자국을 남기며 실내로 돌입하고, 다음은 에두아르드, 그리고 조 형사가 실내로 돌입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 먼저 잡힌 것은- 벽 일면에 빽빽이 붙은 『하우스 오브 카드』의 포스터와 바닥에 쓰러진 검은 베레모를 쓴 은발의 여성이었다. 당황한 에두아르드가 재빨리 그녀의 맥박을 확인해았다. 다행히도 여성의 맥은 강하게 뛰고 있었다.
그렇게 에두아르드가 쓰러진 여성의 맥박을 확인하는 사이, 조원규 형사는 한창 집 안을 수색하고 있었다.
작은 방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에 보인 것은 오래된 노트북. 그리고 노트북을 장식하듯 폭탄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폭탄에 장착된 진동 감지 센서가 작동, 신관이 움직였다.
"염병할! 폭탄이다!" "?!"
쓰러진 여성을 등에 업은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가 재빨리 몸을 움직여, 문 앞에 대기 중인 다각 전차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곧 폭탄이 폭발, 일각이 폭탄의 폭염에 휩싸였다. 그 후폭풍으로 주위의 건물 창문 유리가 일제히 깨졌다.
그리고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던 소형 다각 전차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건물 안으로 줄줄이 진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