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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육군 로빈중대


투고 | V노블



CH.2 ROOKIES - 2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훈련소 안 로빈중대 주둔지로 한 대의 1/4톤이 도착했고, 두 명의 여성 장교가 내렸다. 한 명은 정복에 정모까지 착용한 상태였고 다른 한 명은 평범하게 울 재질 셔츠 차림의 근무복에 약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주둔지 밖 훈련장에서 한참 오전 훈련을 진행하던 낸시 중위는 새로운 소대장들이 도착했다는 말에 미리아 중사에게 훈련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주둔지로 돌아갔다. 낸시 중위가 중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있던 두 명의 소위가 일어나서 경례를 했고, 낸시 중위는 답례를 한 다음에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아. 미안하군. 훈련하고 있어서 말이지.”

낸시 중위는 자신의 장구류를 풀면서 소위들에게 말했다. 벗은 장구류를 여며 자신의 캐비닛에 집어넣은 낸시 중위는 위에 입고 있던 야전상의도 벗어서 옷걸이에 걸었다. 그렇게 근무복 차림이 된 낸시 중위는 책상에 앉은 뒤 옆에 있던 서류를 꺼내 들었다.

“아. 그러니까 이름들이?”
“레니 J. 일루아입니다. 중대장님.”
“로나 K. 매치슨입니다. 중대장님.”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정복을 입은 이가 레니, 울 셔츠를 입은 이가 로나였다. 낸시 중위는 둘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레니는 이제 막 기초군사학교를 수료한 학사장교로, 키는 꽤나 컸고 조금은 날카로운 눈매에 머리를 뒤에서 단정하게 말아서 망으로 둘러 풀어지지 않게 고정하고 있었다. 그 옆의 로나는 전쟁 발발로 인하여 임관한 사관학교 3학년이었다. 조금은 작은 키에 서글서글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쓰고 있는 안경이 그런 인상을 더 뚜렷하게 심어 주고 있었다. 머리는 어깨를 조금 넘어가는 단발이었다.

“내 이름은 낸시 C. 콜필드다. 알다시피 우리 2대대 E중대. 속칭 로빈중대의 중대장을 하고 있지. 나도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낸시 중위가 말을 시작하자 두 명은 조용히 경청했다.

“일단 언제 전선으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훈련을 하는 중이다. 부대원의 반 가까이가 신병이기 때문에 말이지. 중대 총인원은 자네들까지 합쳐서 122명이고 나 포함 장교 3명, 하사관 10명, 병사 109명으로 구성되어 있지. 자네들은 각각 2소대와 3소대의 소대장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업무에 충실했으면 좋겠군.”
“1소대장은 누구입니까.”

레니 소위가 낸시 중위에게 물었다. 장교가 3명인데 자신들이 2소대와 3소대를 맡게 되었으니 당연한 질문일 터였다. 낸시 중위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려다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낸시 중위의 들어오라는 소리에 문이 열리고 야전 복장을 갖춘 유리아 중사가 M1 소총을 어깨에 매고 들어왔다. 유리아 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낸시 중위에게 경례했고 낸시 중위가 답례한 뒤 유리아 중사를 자신의 옆으로 불러 세웠다.

“1소대를 맡게 될 유리아 레틴 중사다.”
“예?!”

낸시 중위의 말에 레니 소위가 놀라서 대답했다.

“중대장님. 중사가 소대장을 맡는다니요.”

레니 소위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낸시 중위를 바라보았고 낸시 중위는 살짝 표정을 굳힌 채 그 물음에 답변을 해 주었다.

“유리아 중사는 근속 10년의 베테랑이다. 거기다 지난 전투 때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고 또 뛰어난 지휘 실력을 보여주었다. 현재로써는 중대에 장교가 없기도 하거니와 그 직책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유리아 중사를 1소대장으로 임명한 것이지.”
“그렇지만 중대장님…….”
“그만. 전시하에서 장교가 없을 때 하사관이 지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오후에 소대 편성을 할 예정이니 자네들은 나가서 방에 짐을 풀도록. 점심을 먹고 13시 30분에 다시 이곳에 집결해. 유리아 중사도 동 시간에 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소대장님들은 저를 따라오시죠. 사용하실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낸시 중위가 말하자 유리아 중사가 대답하고는 레니 소위와 로나 소위에게 말했다. 둘 다 일어서서 낸시 중위에게 경례하고 한쪽 벽에 세워 둔 더플 백을 들어 올렸다.

3.

“뭔가 이상해. 전선으로 가려고 유일한 전투중대로 온 건데 이건 뭔가 아니잖아.”

레니 소위가 침대 위에 더플 백을 집어 던지듯 놓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중대에 소위가 없으니까. 그러면 어쩔 수가 없는 거지.”

레니 소위와 같은 방을 쓰게 된 로나 소위가 자신의 더플 백을 내려놓으면서 말했고 레니 소위는 그런 로나 소위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1소대장은 아니잖아. 아무리 나이가 많고 군 생활이 길다지만 말이지.”
“그렇지만 중대장이 저 정도로 신뢰하는 거 보면 실력이 있는 게 아닐까?”

로나 소위가 그렇게 말을 하자 레니 소위가 훌쩍 로나 소위에게 다가가서 손가락으로 뺨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너는 도대체 누구 편이니?”
“아아. 아파. 그냥 그렇다는 거야. 중대장이 그러는 거 보면 실력이 있으니까 1소대장을 시키는 거겠지.”

로나 소위가 아파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레니 소위가 손을 거두자 로나 소위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중대장은 지난번 프로세에서 첫 전투 때 적군 전차 부대를 막았다고 하잖아. 그런 사람하고 첫 전투부터 함께했던 사람이니 신뢰가 가는 거겠지.”
“그걸 믿기가 힘들다는 거지. 무언가 운이 좋았을 거야. 중대장도 그렇고 그 중사도 그렇고. 그때 중대 인원이 30명 남짓 살아남았다며. 소대원도 절반 가까이 전사했고. 그런 상황에서 전차 부대를 막았다는 게 믿어져?”

레니 소위의 말에 로나 소위는 한숨을 쉬고는 안경을 고쳐 썼다.

“레니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야! 전쟁터에서 믿음이 가지 않는 상관과 동료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데! 믿음의 이야기를 하는 거야.”

레니 소위가 자신의 침대에 앉으면서 말하자 로나 소위는 안경을 고쳐 쓰고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중대장의 중대는 지난 전투에서 40명이 채 못 되는 인원만 살아남았어. 정확하게는 중대장 포함해서 39명이었지. 그중 18명이 중대장의 소대였고. 나머지는 두 개 소대에다가 중대본부에서 살아남은 인원들까지 포함해서야. 3개 소대 중에서 소대장에다가 소대선임하사까지 살아남은 소대는 중대장의 1소대뿐이었어. 물론 다른 소대의 소대장이나 소대선임하사들이 운이 없었던 것일 수 있지만, 최소한 그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중대장의 지휘는 적절했다고 할 수 있겠지.”

거기까지 말한 로나 소위는 침대에서 일어나 레니 소위에게로 다가가서 어깨동무했다.

“그러니까. 좀 믿어 보자고. 사단 기초훈련 때도 그랬지만 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잖아.”
“하아. 모르겠어. 믿음이 가지를 않는다고. 그저 가슴만 커다란 그 중위가 말이지. 임관 시기도 우리랑 비슷하잖아.”

레니 소위가 그렇게 말하자 로나 소위는 한숨을 쉬고는 대꾸했다.

“어쨌든 우리는 하지 못한 실전 경험이 있고, 실전에서 전공이 있으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보다 중대장 가슴 크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냥 눈에 띄어서 그런다, 왜. 전투복 입고도 그 사이즈인데 벗으면 꽤 상당할 것 같지 않냐? 아니 상당할 것 같은게 아니라 충분히 상당해.”

레니 소위가 그렇게 말하자 로나 소위는 다시 한숨을 쉬고는 어께에 올렸던 팔을 풀고 침대에 누워 버렸다.

“정말이지 너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너는 안 궁금해?”

그렇게 대꾸하는 레니 소위를 살짝 바라보던 로나 소위는 다시 일어나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음…… 저기…… 네가 여자를 좋아하던 어떻든 상관은 없는데 제발 상관은 건드리지 마라. 군법회의감이야. 그거.”

그런 로나 소위의 말에 레니 소위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로나 소위에게 대꾸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지!”
“여자 가슴이 뭐가 그리 궁금해?”
“딱 보기에 커 보여서 그런다 왜! 좀 궁금하면 어디가 덧나냐?”

결국, 화내듯이 소리를 질러 버린 레니 소위는 침대에서 일어나 로나 소위의 침대로 가서 드러누워 버렸다.



점심 이후 낸시 중위의 중대장실에 모인 인원들은 각자 명단을 받았다.

“일단 중대본부에 8명, 60㎜ 박격포반에 11명이 배치되고 남은 인원을 33명씩 각소대로 배치하지. 3개 분대와 소대본부 인원으로 아주 알맞은 숫자야. 위에서 이런 거 생각해서 병력을 배치해 줬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야. 물론 아직 완편은 아니지만 말이지.”

낸시 중위가 차를 마시며 말했다. 각 소대장은 자신의 명단을 살펴보았다.

“적절하게 섞어 놓으셨군요.”

유리아 중사가 말하자 낸시 중위는 살짝 웃어 보였다.

“일단은 기존에 있던 병사들, 이번에 전입한 병사들, 새로 군인이 된 신병들을 최대한 나눠서 배치했습니다. 기초훈련은 끝났으니 앞으로는 분대별, 소대별 훈련에 돌입해야지요. 전술훈련 위주로 나가면 되겠네요. 각 소대장도 지휘능력실습도 필요할 테니까요.”

유리아 중사의 말에 낸시 중위가 대답했다. 로나 소위와 레니 소위는 명단만 보고는 그런 것을 다 파악하기가 힘들었기에 낸시 중위와 유리아 중사의 틈에 끼어들기가 힘들었다.

“그럼 각 소대별로 오후에는 휴식을 취하고 소대장들은 각자 병사들과 잘 지내 보고. 아, 그리고 내일부터는 소대별로 훈련할 테니 각 소대장은 내일 08시 50분 까지 훈련계획 세워서 나에게 보고하도록.”

그렇게 이야기를 끝낸 낸시 중위는 남은 차를 마저 마셨고, 소대장들은 경례를 한 뒤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각자 소대원들을 집합시킨 소대장들은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훈련내용, 자신의 지휘방침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오후 일과를 종료하고 로나 소위와 레니 소위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왔다.

“어때? 소대원들은?”

로나 소위가 묻자 레니 소위는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모르겠어. 사실 이 정도 병사가 내 밑에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
“나도. 친해지는 것도 일이겠어. 나이가 비슷한 병사도 있고 완전 어린 병사도 있고 하니까 말이지.”
“친해진다니? 뭔 소리야?”
“응? 당연히 앞으로 같이 계속 지내고 어쩌면 전투를 함께 치를 인원인데 친해져야지.”

로나 소위의 대답에 레니 소위는 로나 소위를 바라보면서 표정을 굳혔다.

“너무 친해지면 명령을 듣지 않는다.”
“넌 너무 딱딱해. 병사들과 친해서 나쁠 것은 없지. 뭐 클레어 하사가 지난번 전투에 참가했던 인원이고, 병사들하고 친해서 좀 수월할 것 같긴 해.”
“클레어는 또 누구야?”
“우리 소대선임하사.”

로나 소위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서류철이었는데 양이 꽤 되었다.

“뭐야 그 서류들은.”
“소대원들 기초서류. 보고 알아둬야지.”

그런 로나 소위를 보고 레니 소위는 이상한 것을 보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대로 다시 침대에 바로 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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