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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과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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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Monster] (4)


프롤로그 : [Monster]

2장 : 결백의 증거

꿈을 꿨다.




뭔지는 잘 기억이 나지않았다. 단지, 어두컴컴한 어딘가에 갖혀있었다는건 기억났다.

너무나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던 그곳, 그리고 역설되게 오로지 나만이 보인 그 곳, 거기서 나는 누군가를 만났었다.

​=​×​%​`​%​%​_​@​^&​@&​*​…​…​

뭐라고 말하는게 들려왔지만, 너무나도 작아서 제대로 들리지않았었다. 거기에 나는 몇번이고 되물어봤지만 들리지않았고, 꿈은 거기서 끝났다.






무엇이였을까, 이 꿈.




마치 엄마의 품 안에 있는것처럼 편안하면서도, 악몽을 꾸고 난 다음 지새우는 밤과도 같은 꿈.






그런 꿈




















다시는 꾸고싶지않았다.









버석-

발을 내딛자 부셔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밟혔다. 그리고 나는 내 옆에 무너져있는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을 상점가였을 이곳엔 마치 이 공간 그 자체가 죽어버린것마냥, 아무것도 느껴지지않았다. 그저 남아있는것은, 사람이였다는 흔적의 백골, 혹은 말라붙은 핏자국들 뿐이였다.

「아무도 ​없​나​요​오​오​오​-​-​-​-​」​

거기에서 나는 두손을 입가에 모아서 외쳤다. 하지만 아무도 답하지않았다.

「...아무도 ​없​나​요​오​오​오​오​!​!​」​

이번엔 한차례 더 목소리를 높여서 외쳤다. 하지만 내 목소리만 이리저리 메아리 치면서 울렸을뿐,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그저, 간간히 쥐새끼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건만 보일뿐이였다. 

....

​「​.​.​.​.​.​히​.​.​히​히​,​ 키키킥, 이힉, 으히힉.. 에케헥!! 크흑, 으흐흑, 이헤헥...!!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기에 웃음이 나왔다, 웃겼다. 뭐가 웃긴지 모르겠다. 그냥 웃어보자, 웃을수도 없지만 소리로써라도 웃어보자. 문득 붉디붉은 무언가가 눈 아래에 맺혔지만 무시하고서, 억지로 웃어보자. 몸이 미친듯이 떨려왔고 무언가가 자꾸만 흘려내렸지만 웃어보자, 웃어보자. 마음 속 한구석에 남아도는 구멍을 잊도록. 


..그런데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냐고!!! 씨발 이렇게나 북적거린 상점가에 왜 아무도 없는건데?!!! 으힉! 킥! 키힉, 으히히힉, ​아​하​하​하​하​하​하​하​!​!​!​!​」​

아프네, 구멍이, 참 아프네. 외면하려해도 자꾸만 되지않아. 결국 토해네. 원망을, 분노를. 왜 나에게 이러는거야? 나는 아무것도 하지않았잖아. 뭐가 그렇게 두려워? 내가? 아니면 이 몸뚱이가? 이 몸이 아무리 괴물이라해도 속에든건 사람이에요. 인간이라고요. 같은 사람이잖아. 근데 뭐가 두려운건데, 왜? 어째서? 왜?! 왜!!!!!

응? 대답해봐요, 숨지말고, 그렇게 숨지않아도 되니까.




나와봐요.






나와보라고.







​나​와​보​란​말​야​!​!​!​!​!​!​


「대답해봐!!! 이 씨발 ​새​끼​들​아​아​아​아​!​!​!​!​!​ 대답 좀 ​해​보​라​고​!​!​!​!​!​!​」​

재차 도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답하지않았다. 그저 메아리치는 내 목소리만이 답해줘서, 더더욱 기분나쁘면서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콰장창--!!!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곧바로 내 옆에 있는 옷가게의 유리창을 깨부시고서 그 안에 들어갔다. 그러고선 곧장 그 안에 있는 옷들은 전부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이유따윈, 없었다. 단지 무엇이든지 다 부셔버리고싶었다.

한참을 부셨던 그때, 문득 나는 내 눈을 스치고 지나간 모습에 다시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바라봤다.

거울이 있었다.

커다란 전신 거울이 있었다.

거기엔 내가, 아니 이 빌어먹을 몸뚱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몸뚱이는 지금

「아...?」


「어... 으아..?」





사람을, 부시고있었다.

피다

피다

피다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묻어났다, 팔에, 다리에, 몸에, 머리에, 온몸에. 
붉은 피가, 살점이, 뼈가, 뇌수가, 내장이, 눈알이. 


모든게 


그때처럼 똑같았다.

「우욱... ​웨​에​에​에​에​엑​-​-​-​-​!​!​!​!​」​

그때를 회상하자 미칠듯이 치솟는 구역질에 먹은거조차 없는 속을 게워냈다. 한참을 게워내고, 게워내도 구역질은 멈추지않았다. 되려 더더욱 심해져서 이대로 죽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흐윽...! 이..게 아냐...!! 이게 아니라고!! 이게 아니란 말야!!!」

철퍽-!!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자 피가 튀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튀긴 피들은 내 온몸에 묻어났다. 

싫어.

싫어.


싫어!!!!



​「​K​Y​A​A​A​A​A​A​A​A​A​A​A​A​A​A​A​!​!​!​!​!​!​!​!​!​!​!​!​」​

목이 터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나오는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괴성이여서 더더욱 내 온몸에 피가 묻어났다. 바닥에 있는 피가, 내장이, 뼈가, 살점이, 모든것이, 전부, 전부, 전부.

​「​K​Y​.​.​.​.​A​.​.​.​!​!​」​

숨이 막혀왔다. 점차 밀려오는 살덩이에 깔려서, 이대로 압사당할듯싶었다. 발버둥을 쳐보려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않았다.

-꺄르르륵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듯했다. 아기가 웃는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는듯한 목소리, 그렇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그쪽으로 돌려보았다.

-꺄하하, 아후, 우후으으~

아기가 있었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단지 실루엣만으로 아기라는걸 알뿐이였다. 실루엣에서 내가 알수있는건 입모양 뿐, 그리고 아기는 웃음소리와 별개로 따로노는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뭐라고 하는것일까, 나는, 어째서인지, 무언가에게 홀린것인지 고개를 돌릴수가없었고, 그 입모양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날




아기의 입이 길게 찢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날 왜 만들었어?









「캬학..?!!」

그순간 내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중압감이 사라지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있는것은 그저 옷감들과 부셔진 마네킹들, 그 무엇하나 날 깔아뭉갤것처럼 보이지않았다. 

전신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친것은, 부셔진 마네킹과 나였다. 

마네킹을, 사람으로 착각한걸까?


..그럼, 방금 내가 느낀 건 뭘까, 모르겠다. 

단지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싶었다. 

버석-

깨진 유리창을 밟고서 가게에서 나와, 달렸다, 어디로든 달렸다. 속이 자꾸만 울렁거렸고, 온몸이 미친듯이 쑤셨다. 아팠다, 너무나도 아팠다, 모든것이, 어디라 할거없이, 전부. 

고개를 돌리면 시선이 느껴져, 모두가 나를 바라봐. 하지만, 다들 나를 두려워하고있어. 무서워하고있어. 그런눈으로 보지마, 바라보지마!!! 

「내가 안그랬어!! 나는 ​잘​못​하​지​않​았​단​말​야​!​!​!​!​」​

다리를 박찼다. 이곳에서 도망치기위해, 저 시선들에게서 도망치기위해, 죄악이, 내 뒤를 따라와. 지금 등을 돌린다면 잡아먹힐거같아. 나는 길을 잃어버렸어. 여기가 어디인지몰라. 엄마, 아빠, 어딨어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소리쳐 울부짖어봐도 아무도 답을 안해줘. 반딧불은 악마야, 산속의 악마야. 아이들은 반딧불의 그 신기한 빛에 이끌려 따라가겠지. 그 빛에 이끌려 따라가면서, 그 빛에 홀리면서, 시간이 흐르는것도 알지못해, 자기가 어디를 가는지도 알지못해. 그리고 반딧불이 불을 끄고 유유히 사라지면, 아이는 그제서야 주위를 돌아봐. 어두컴컴한 산,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 아이는 무서워해, 나는, 나는 어디있는거야? 한치 앞도 재대로 보이지않아. 달조차 없는 이 세계에선 한치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못해. 나는 이곳에 홀로 떨어졌어. 아이에겐 반딧불은 환상이겠지. 빛이니까, 환화디환한 빛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아무잘못없어. 근데 왜 이러지? 나는 왜? 왜? 

「그엑...!!」

구역질이 치솟아서 달리던도중 바닥에 쓰러져서 속을 게워내. 게워내고, 게워내고, 마치 이게 나의 죄악같아서 눈앞의 푸른 물이 역겨워보여, 그래, 나는 아무 잘못하지않았어. 네가 나쁜거야. 이 괴물아. 나는, 나는 사람을 죽이지얺았어. 네가 죽인거야.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되? 네가 나쁘잖아, 네가! 네가!!!

바닥에 쓰러진채 그저 계속해서 속을 게워내. 토해낸 물이 얼굴에 묻지만 상관없어. 이건 네 죄악이니까 네가 받아야할것들이야. 나는 잘못없으니까. 이건 내 죄가 아냐.

​「​헤​헤​.​.​.​흐​히​힉​.​.​끄​,​ ​으​으​엑​.​.​.​흐​.​.​히​히​.​.​.​끽​.​.​.​끄​르​륵​.​.​!​」​

웃음이 나와, 나는 결백해. 그래, 나는 아무잘못없었어. 그런거야. 나는 나쁘지않았던거야. 헤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없었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해야할까? 글쎄, 내가 결백하다면,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되는거겠지?


누군가와 함께 있을수 있는다는게



내가 결백하다는거겠지?





비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내딛어. 그러다가 문득 팔에 무언가가 걸려있어서 내려다보니 로브 하나가 걸려있어. 

아, 아하하하, 그래.. 이게 필요하겠구나?

나는 나쁘지않지만, 이 몸이 나쁘니까. 사람들은 두려워하겠지. 그러니까 이 몸을 숨기면 나는 다른 사람들과 있을수 있어. 지난번에도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그래야지, 응.

옷을 걸치니 마치 무언가가 편해진듯한 기분이야. 마치, 내가 구원받은듯한 기분이들어. 이러면 나는 사람이겠지. 자 모두 봐바요! 여기있는건 누구죠? 사람이에요! 하하하 괴물 따위가 아니라고요!

몇바퀴 몸을 빙그르르 돌았다. 돌고 돌아서, 미치고 미쳐서, 마치 광대마냥 돌은 난 몇바퀴 돈뒤 탁, 하고 도는걸 멈추고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볼까나-」



자아, 이번엔 어디로 갈까.










이번엔 좋은 인연이면 좋을텐데.




























Side 작가

군인 피오와 제임스는 이곳 '하탄'에서 몇 남지않은 군인들에 속해있는 자들이다. 

시급도 거의 없다시피하고 무기도 노후화되어있는 환경 속에서 괴수들과 싸워야하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포기하지않고있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 사람들을 지킬수있는 몇 안되는 이들이 자신들이니까. 제임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군인에 남아있을 피오를 바라보았다.

​"​하​악​.​.​.​하​악​.​.​.​"​

"...."

하지만 그는 곧 들려온 거친 숨소리에 한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돌렸다. 절대로 그녀가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고있는꼴을 볼수없어서가 아닐테다, 아마.

"크르르... 못참겠다 제임스!!"

"고만해 미친년아!!"

빡-!!

"아흥!!"

하지만 결국 그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복부에 주먹을 때려박았다. 그리고 거기에 피오는 뭔가 간드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쓰러졌고, 제임스의 표정은 더더욱 썩어들어갔다.

펄럭-

그는 자기 담요를 그녀 위에 덮었다. 차마 저런 타락하고만 어른의 모습을 순수한 아이들에게 보여줄순 없었기에. 그리고 그는 등 뒤에서 '방치플레이야? 내가 딱 좋아하는건데!' 라고 들려와서 다시한번 걷어찬뒤 머리를 쓸어내리며 아이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기시작했다.

'...응?'

그렇게 다섯번째 아이에게 건빵을 나눠주던 제임스는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보인건 더러운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상대에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서 외쳤다.

"어이 거기! 로브 뒤집어쓴 당신 뭐야?!"

혹시 부랑자가 아닐까 싶어 허리춤에 걸어놨던 소총을 집어들어 겨눴고, 제임스의 외침과 동시에 천을 걷어내고서 일어난 피오는 갑작스런 상황에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앞에 서서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상대에 제임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상대가 양손을 들고서 오고, 군인인 입장에선 공격할 의사가 없을 상대를 먼저 쏠순없기에 그저 총을 겨눈채 주위에 동료가 없을지 귀기울여봤다. 

"거기서 멈춰!"

그리고 15발자국 정도 거리까지 온 그에게 명령한 제임스에 그는 걷는걸 멈추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있었다. 물론 여전히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있는 그에 제임스는 잠시 노려본뒤 근방의 인기척을 감시해봤지만 아무도 느껴지지않아 겨눈 총을 내리고서 말했다.

"..여기 이 식량을 원하는거면 포기하는게 좋아. 이것들은 이 아이들 거거든"

간간히 이런 경우도 있었다. 굶주린 사람이 이렇게 식량을 나눠주는 자신들에게 와서 애걸하는것을,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다 눈물을 머금고서 거절할수밖에 없었다. 나눠줄수있는 식량은 한정되있고, 최우선적으로 아이들에게 나눠줘야해서 외면할수밖에 없었다. 잔혹한 현실이였지만 어쩔수없었다. 그것이 자신들로썬 할수있는 최우선이기에 그들은 군인이라는 입장에서도 그런 잔인한 짓을 해야만하는것이다.

그런데

툭-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은 등에 메고있던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뒤, 그것을 바닥에 쏟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다시 총을 겨누고서 방아쇠에 힘을 주려던 제임스와 피오는 순간적으로 소총을 떨어트릴만큼 놀랐다. 

"당신....그걸 어디에...?"

그도 그런게, 배낭엔 그토록 귀한 식량이 한가득 나왔으니까.

「....나.. 식량 많아요..」

그리고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 그는 말했다.

「이거... 앞으로, 앞으로도 계속 가져올수 있어요. 저.. 괜찮죠? 쓸모있는거죠?」

그리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도 여기있어도 되나요?」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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