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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SS The blank of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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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 돼, 너무 정보가 부족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그날의 기억들,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보아도 마땅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어째선지 무언가 대답을 피하고 계신 듯 한 기분이 들었지만, 요즘 유독 쓸쓸한 표정을 짓고 계신 일이 잦은 할머니에게 너무 그것에 대해 캐묻는 건 안 되겠다 싶어서 그만두었다.
지금까지 종합한 정보만을 추려본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도쿄에 있는 사람.
누군가와 데이트를 한다던가, 하는 사람.
근 한 달 사이, 기억이 없는 일이 몇 가지 있으며,
그때마다 나는 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이 행동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상했던 것은 최초의 며칠 정도로.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뭔가 께름칙한 모습이었지만 어쨌든 납득하고 있었던 분위기였다고.

“…강신? 빙의?”

텟시는 그에 대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신님이라던가, 도쿄에 살았던 어떤 신령이라던가, 누군가가 내 몸에 깃들어 이 재난을 알려주었다. 라는.
그런 걸까. 정말 「그 사람」은 신님?
하지만 그 물음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젖고 말았다.
명색이 무녀라는 신분이기는 하지만,

“오컬트 같은 거 있을 리가 없잖아.”

더욱이 신님이라니.
어쨌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하곤 연습장의 처음으로 시선을 돌린다.
종종 사람이 바뀐 것 같이 행동했다는 것은, 아마도 텟시와 사야찡 같이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친구들이니까 눈치챌만한 변동이었다고는 해도.

“적응해갔다?”

처음에는 자신의 책상도, 아무것도 몰랐었다는 모양.
하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무언가 점점 바뀌어갔단 모양이었다.

“난 분명 그 변화를 똑똑히 눈에 담고 있었다고.”

텟시는 그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고는 팔짱을 끼고 으쓱하며 말해주었다.

“너 이상한 행동을 할 땐 항상 그 올림머리가 아니라 포니테일이었어.”
“…….”

포니테일? 물론 활동성 같은걸 생각한다면 체육시간이나 그럴 때에는 프시케 노트를 푸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포니테일?
나는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을 거듭했지만 역시나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어째서, 포니테일? 아니, 물론 매번 아침마다 머리를 묶어 올리는 일은 고역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런 머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대, 절대 귀찮다느니… 하는 이유로 그만둘 머리는 아니었다는 거지. 그런데.

“포니테일?”

그렇게 다시 한 번 되물었을 때 이미 텟시는 어째선지 화가 난 사야찡에게 귀를 잡힌 체 끌려 나간 후였다.
음~. 그건 무언가 이유가 있었던 걸까.
그에 대해서 요츠하에게 묻자,

“응? 그러고 보니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어.”

생각지도 못했던 해답이 요츠하의 입에서 나왔다.
어느 날인가, 항상 아침부터 정성들여 머리를 올리던 언니의 모습이 점점 무언가 나태함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변해간 것은.

“처음에는 분명히 그냥 풀어헤치고 다녔었지.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나한테 물어보던데? 머리 항상 어떻게 올리고 다니냐고? 그래서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랬더니, 뭐, 어쩔 수 없지? 라고 하더니 그 다음날부터 하나로만 묶고 다니던데.”

역시, 빙의계열일까.
하지만 머리를 묶는 방법에 대해서는 왜 요츠하에게 물었던 걸까?

“하긴, 그러고 보면 그런 날은 항상 아침부터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지.”

골몰히 생각에 잠겼던 내 귀로 순간 흘려들을 수 없는 것이 들어왔다.
잠깐, 뭐?

“사야카 언니한테 물어봐서 어느 정도 의문은 해소되었지만, 언니 그때 참 자신의 가슴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어. 지금은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설마, 그때 언니에게 쓰인 신님이 가슴신인건…….”

요츠하는 아무래도 그때 내게 쓰였다는 것을 ‘신님’이라고 확정짓고 있는 듯 했다.
그건 아마도 우리 집안의 내력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라는, 생각은 됐고. 가슴!?

“가슴!?”

나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감싸 안으며 놀라 소리쳤다.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그 상황 속에서 문득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요츠하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얼마나? 몇 번이나? 그 자식 몇 번이나 그렇게 했어?”
“어? …어? 그 자식?”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물어대는 내 모습에 요츠하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침착성을 되찾고 손가락을 꼽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글쎄, 한 번, 두 번. 아니, 내가 본 것만 두 손으로도.”
“두…손!?”

순간 머릿속에 수치심과 함께 무언가가 끊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녀석. 거짓말 했어!”
“언니? 괜찮아?”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는 내 모습에, 요츠하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순간 벙찐 기분을 느꼈다.
그 녀석? 잠깐, 나 지금 그 녀석이라고 했나?
거짓말? 무슨 거짓말? 「그 사람」 나한테 무슨 거짓말을 했어?
가슴?
…….

무언가 굉장히 엮고 싶지 않은 것들이 엮이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무언가 확실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다음에 만나면 절대로 되갚아 줘야지. 하는 기분이.





그것과는 별개로 도쿄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도 일사천리로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바쁘신 와중에도 부하직원들에게 부탁해 마침 도쿄로 이주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자녀들이 편입을 준비하는 고등학교들의 팸플릿이라던가, 하는 걸 구해다 주셨다.
눈앞에 쌓인 여러 개의 팸플릿을 보며 나는 고민에 잠겼다.
도쿄로 가면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팸플릿을 뒤적이고 있자니,

“……?”

어떤 학교의 팸플릿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째선지, 처음 보는 학교의 정경임에도 눈에 익은 기분이 드는 사진이 여러 장 보였다.
도쿄에 갔었던 기억은 없다. 그런데도 왠지 낯익은, 어딘가 익숙한 풍경.
…이건 설마?

“미츠하. 마음에 둔 곳이라도 있느냐?”

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러자 왠지 당황한 표정의 아버지가 이쪽을 바라보며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미츠하, 괜찮으냐?”
“예?”

손을 들어보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재빨리 눈물을 감추고는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어보였다.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참 아무 말 없이 서 계시다가,

“뭐, 진정되면 잘 생각해서 말해보도록 하려무나.”
“저기, 아버지.”

그렇게 말하고는 막 방에서 나가시려던 아버지를 나는 불러 세워서는,
팸플릿을 들어서 보여드렸다.

“나, 이 학교로 가도 될까요?”
“…….”

아버지는 말없이 내가 보여주는 팸플릿을 바라보시더니, 손을 뻗어 그것을 챙기시고는 말씀하셨다.

“알아보도록 하마. 조금만 기다리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서는 아버지를 말없이 바라봤다.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기시감이 자꾸만 내 머릿속에서 요동치는 기분이 들었다.
뭘까, 이 기분?
「그 사람」을 만나면, 모든 의문이 풀릴까?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그 사람을 만난다면, 그런 의문조차도 해결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나보지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무언가 확실한 것이 있었다.
틀림없이.
나는 틀림없이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아마도 「그 사람」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알 수 없는 확신이 든다.
그것은, 그 이유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나 꼭 널 찾으러. 이번에는 내가 너를 만나러 갈게.”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건만, 어째선지 언젠가 「그 사람」이 나를 만나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지? 언젠가 도쿄에서 잠시 이 마을에 들렀던 사람인걸까. 그런 걸까?
그렇다면 의외로 해답은 가까이 있을지도.






“아, 타치바나군인가? 오랜만일세, 미야미즈… 아니, 미조구치일세.”
「아,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진구지로부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는 토시키가 젊을 적에 함께 연구소에서 일했던 후배와도 같은 남자다. 교토에 존재하는 K대학의 인문과학연구소에서 민속학 강사로 활동했던 시절, 그의 아래에서 조교이자 학생신분으로 수학했던 이들 중 하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자신이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토모리에 갔다가 후타바와 만나게 된 후 왠지 모를 운명에 이끌려 잘나갔던 당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려고 했던 교수직도 그만두고 이곳에 남게 되었을 때, 은사를 배신했던 그때, 대다수의 지인들과는 연이 끊어지다시피 했지만 몇 안 되는 지인들과는 연락이 아직 닿아있었다.
그것이 이 타치바나 군이다. 지금은 아마도 외무성의 공무원으로써, 도쿄에 살고 있는.

“아, 걱정해줘서 고맙군. 별 일은 없다네. 타치바나군이야말로 최근에 좀 일이 있었다고 들었네만.”
「아… 선생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까. 뭐, 여차저차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서로 간에 불쾌한 이별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제 입장에서는 말이죠.」
“그러한가.”

수화기 건너편의 타치바나군은 그렇게 말하며 하하 하고 웃어보였다. 이쪽과 비슷하게, 저쪽도 얼마 전에 부인과 이혼을 했다고 들었다. 슬하에 자식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모두들 기피하고 있었던 터라 알 수 없었지만. 젊은 시절 함께 지냈던 그의 성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점을 들어 생각해볼 때,

“그렇다면 뭐, 다행일세.”
「네. 선생님.」

토시키는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회포를 풀며 하기로 하고, 본제로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자네, 요새 도쿄에 있다고 했지?”
「아, 예. 얼마 전에 교토에서 도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금은 좁긴 하지만 요츠야 인근의 공무원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요.」
“그렇군.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네만.”

토시키는 그렇게 말한 후, 대강의 자초지종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번에 있었던 일에 의해 딸아이를 다른 곳으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오랜 시간 시골에서 산 딸아이를 갑자기 외지로 보내는 것은 걱정되지만, 딸아이가 도쿄로 가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아쉽게도 자신의 연줄은 거의 다 끊어진 상황이라 부탁할만한 사람이 없다. 그에 대해서,

「음, 그렇군요. 뭐, 선생님께서 도쿄로 오시는 조금의 시간정도라면 제가 간간이 들여다보며 도와주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 미안한 일이지만 좀 부탁하고자 하네.”
「그렇다면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서 집을 알아보는 게 좋겠군요. 여자아이 혼자서도 살만한. 이왕이면 선생님께서 오시기 전까지 저희 집으로 들이고 싶지만.」

타치바나는 거기서 잠시 말을 끊고는 누군가를 향해 무어라 말했다. 아마도 막 누군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타치바나군에게는 아들이 있었던가. 토시키는 언젠가 타치바나군이 데려왔던 작은 남자아이를 떠올렸다. 그랬었지. 나이가 대략 어느 정도 되더라?

「죄송합니다. 선생님. 타키 녀석이 돌아와서요. 아, 죄송하지만 남자 둘이 있는 집에 여자아이를 들이는 건 아무래도 좀 부담이 되는군요. 미츠하 양이었던가요? 그 아이에게도 미안하구요.」
“아니, 그건 괜찮네. 나도 거기까지 바라지는 않아.”

그렇군, 타키라는 이름이었지 참.

“타키군은 잘 지내나?”
「아, 이번에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는 하고 있는데, 글쎄요. 누굴 닮았는지 건축물에 정신을 빼먹고 있어서요.」
“젊었을 때의 자네를 쏙 빼닮은 것 같군.”

토시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수하기 건너편의 타치바나가 그런가요? 하고 되물으며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타치바나의 아들, 타키군이 아버지에게 무어라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그렇다면 다음에 또 연락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아무쪼록 몸조심하십시오.」
“자네도. 고맙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아빠, 누구?”

 막 학원에서 돌아와 식탁에 늦은 저녁을 준비하는 아들을 본 타치바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아들이다. 듣자하니 선생님의 딸은 매우 당찬 모양인데, 이 녀석이 그 아이와 같았다면.

“타키. 밥 먹을 땐 단어장은 집어넣어두라고 하지 않았냐?”
“테스트가 얼마 안 남았단 말이야. 시간이 없어.”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단어장에 시선을 고정한 체 밥을 먹고 있는 아들을 타치바나는 끙끙 앓으며 바라봤다. 그러다가,

“타키, 너 손목에 그건 뭐냐?”

그의 시선이 아들의 손목에 감긴 빨간색 매듭 끈에 닿았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도 한창 어린애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저런 장신구까지 하고 다니게 된 건가?

“아, 이거?”

타치바나의 물음에 타키가 입을 오물거리면서 손목을 들어 보인다.
기다란 빨간색 매듭 끈이 몇 번 휘감겨 그의 손목에 차여있었다.

“음.”

타키는 잠깐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누군가에게 받았어.”
“누구한테?”

아버지의 물음에 이번에는 수저까지 내려놓고 잠시 고민하던 타키는,

“어… 어떤 여자애였는데.”
“허…?”

자신의 아들이 벌써부터 연애를 하고 있을 줄이라곤 생각도 못했던 타치바나는 신음을 흘리며 타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언제까지나 어리고 미숙하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벌써.

“…기억이 안나.”
“뭐?”

타키는 어째선지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누구한테 받았다는 기억은 나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 기억이 안나. 그 이상한 여자의 얼굴도, 마지막에 이름을 물어봤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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