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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SS The blank of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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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3년 10월 26일 토요일.
그 날의 날씨는 꽤 좋은 편이었다.
이런 날은 쓸 때 없이 날씨가 좋지.
타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돌렸다. 이른 아침부터 동원되어 간단히 이삿집의 청소를 도왔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기분도 들었지만, 그런 말을 하자 아버지는 ‘그런가.’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해주었다.

“하긴, 너 어릴 때 만나 뵌 분이니까.”
“어릴 때?”

그 물음에 아버지는 하던 것을 멈추고 잠시 기억을 떠올리시는 모습을 보이시더니,

“글쎄, 네가 한 다섯 살쯤 되었나? 마침 그쪽에 들를 일이 있어서 널 데리고 이토모리까지 갔던 일이 있었지.”
“이토모리?”
“너 모르냐? 이번에 혜성의 파편이 떨어진 그 마을 말이다.”

아버지는 짧게 혀를 차시고는 ‘이래서 요새의 젊은 녀석들은 시사에 관심이 없단 말이지.’라며 중얼거리셨다.

“요새도 TV에서 아침마다 지겹게 떠들어 대고 있잖느냐? 혜성이 어쩌고 해서. 뭐 이젠 슬슬 시들시들 해지는 추세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있었다.
그날, 별이 떨어진 날.
꿈속에서나 볼법한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던 그 때,
어딘가에 그 별이 떨어져 재해를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신타 녀석이 그 다음 다음쯤인가 신문기사를 들고 막 무어라 시끄럽게 떠들어 댔었지. 기적인가, 뭔가.

“그때 너 아마, 그 아이랑도 만난 적이 있을 거다. 미츠하쨩이라고 했던가? 선생님의 첫째 아이. 아마 너보다 3살 위일 거야.”
“흐응.”

나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서 그 문제의 미츠인지 뭐 시긴지 하는 사람은 언제 오는데?
그런 표정으로 아버지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아버지의 시선이 갑자기 어디론가 향했다.
그에 맞추어 시선을 돌려보니 지금 우리들이 청소중인 맨션이 있는 골목으로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오셨군. 인사를 드리게 따라오너라.”

하고 빗자루를 내려놓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아빠의 뒤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복도 난간에 기댄 체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타키!”

막 계단 아래쪽을 내딛으려던 아버지의 부름에,

“예이~.”

난 마지못해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근엄한 인상의 정돈된 머리스타일을 한 초로의 신사였다.
아버지에겐 미안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이 사람은 뭔가. 좀 더 대단한 무언가를 할 것 같은 사람. 음… 정치인? 아니, 그러고 보니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 신사 분은 이쪽을 발견하고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성큼 성큼 걸어왔다.

“오랜만일세, 타치바나군.”
“그간 잘 계셨습니까, 미조구치… 아니, 이젠 미야미즈 선생님이라고 불러야하나요?”
“하하, 자네에겐 아무래도 좋네. 옛날처럼 그냥 토시키씨라고 불러도 좋지.”

 아버지와 미야미즈라고 자신을 밝힌 신사 분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는 그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이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어젯밤 귀가 따갑게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 
난 가만히 아버지가 오랜만에 만난 은사와 회포를 나누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그러고 있자니, 뒤늦게 내 존재를 눈치 챈 아버지가 미야미즈 씨에게 나를 소개해주었다.

“선생님, 예전에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제 아들, 타키입니다.”
“아아, 그랬지. 그땐 많이 조그마했던 것 같은데. 반갑네, 타키군. 자네 아버지와 같이 공부를 했던 미야미즈 토시키라고 한다네.”

그렇게 말하며 이쪽으로 뻗는 손을,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잡았다. 큰 손. 그리고 왠지 따스한 손.

“타키입니다.”
“그래, 모쪼록 잘 부탁하네.”

꽤 상냥하신 분이구나.
아버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단순히 이야기만 들었을 땐 깐깐하고 근엄해 보이기만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버지가 미야미즈 씨에게 묻는 말이 들려왔다.

“그런데, 선생님. 따님은?”
“…아, 그게 말일세.”

조금 전까지 환하게 웃고 계시던 미야미즈 씨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웃어 보이셨다.

“아무래도 첫 도쿄 여행이다 보니 설레는 마음이 컸던 모양이지.”



#



 불행 중 다행으로, 미야미즈 씨의 이삿짐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하기야, 재해로 인해 집이 통째로 날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삿짐이 많으면 그게 더 이상했을 거다. 간단한 몇 가지의 물건들과 약간의 짐. 그리고 그 외에 여자아이가 쓸법한 가구나 그런 것들은 주변의 가구매장에서 주문하거나 해야겠다며 이야기를 나누는 미야미즈 씨와 아버지를 두고 나는 다시 난간으로 나와 고민에 잠겨있었다.
아, 나는 이렇게 날 좋은 토요일 날 여기서 뭘 하나.

“타키!”

아버지의 부름에 나는 예, 예이. 하고 난간에서 몸을 일으켜 두 분이 계시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부른 이유는 심부름이었다. 차마 미야미즈 씨 앞에선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짓지 못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돈을 받아들고 맨션을 나섰다.

10월 말.

아직은 아침이건 밤이건 선선한 날씨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늘 같은 날, 비가 안와서 정말 다행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버지가 시킨 심부름 목록을 확인하고 적당히 걸어 인근의 편의점으로 향한다. 도쿄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이미 이 주변의 지리 정도는 완벽하게 익힌 지 오래다. 좀 더 자신 있게 말하자면, 지름길도 숙달한 상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노라니, 어느새 집 주변에 있는 신사까지 와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걸 생각 못했네.
가깝다는 건 사실이지만, 이 계단 무지막지하게 가파른데. 쓸 때 없이 길고.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오른다.
때마침, 위쪽에서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슬쩍 시선을 들어보니 하얀 원피스에, 노란 카디건을 걸친 여자였다.
마치 이 주변에는 처음 와본 듯이 무언가 황홀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발밑을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할 텐데, 저거.
그렇게 생각하며 빠른 속도로 그 여자와 스쳐지나갔다.
막 계단을 다 올라왔을 때, 아래쪽에서는 어떻게 잘 내려간 것인지 멀쩡히 내려간 그 여자가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짧은 단발. 그것을 머리 옆으로 붉은 끈 리본과 함께 끈으로 묶고 있다.
어쩐지 어린 애 같은 느낌이네. 스쳐 지나갈 때의 대충 감상으로 볼 때 나보단 연상인 것처럼 보였는데.
쓸 때 없는 이야기지만, 이 몸의 취향은 긴 검은 생머리다. 저런 건 어린애 같다.
침대 밑에 숨겨둔 것도 대부분 그러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목적지에 닿아 있었다.



#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버린 이상, 어쩔 수 없다.
처음 아버지에게 부탁해 차에서 내린 것은 어떠한 충동에 의한 것이었다. 차창 밖으로 보인 풍경이 왠지 모르게 낯익었기 때문에.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오늘은 집을 잠시 확인하고 조금의 짐만 옮겨둔 후 다시 돌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에게 부탁해 주변을 산책하고 찾아가겠다고 말한 후 차에서 내렸다.
아버지는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지체 없이 전화를 하란 말씀을 하신 후 먼저 맨션으로 향하셨다.

“하아. 도쿄 좋구나.”

처음 본 풍경일 텐데, 어쩐지 그리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시감. 
처음 보는 마을에 왔음에도 나는 그 기시감에 이끌려 자신 있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가끔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 발걸음을 옮긴다. 다행히도 아버지가 잡아주신 맨션 근처에는 커다란 신사가 하나 있어 자세한 지명을 몰라도 그곳을 중심으로 길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자니, 신사 옆의 계단에 닿았다.
아까 길을 가르쳐주신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면 이쪽을 통해서 쭉 내려가면 보일 거라고 그랬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조심스럽게 계단 아래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때마침 반대편 계단 아래쪽에서도 남자아이 하나가 올라오고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하듯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아이의 더벅머리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왠지 그립구나.
도쿄 남자애들은 다 저런 걸까.
그러고 있자니, 이쪽의 시선을 의식한 걸까? 남자아이가 고개를 드는 것이 보였다.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신사 쪽을 바라보며 내려갔다.
괜히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간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그 남자아이와 눈을 맞추지 않도록 노력하며 내려가는데,

딸랑.

어디선가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신사에서 울리는 소리인걸까?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지만, 계단 옆으로 철창너머로 신사의 모습이 보였고 더 이상 방울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남자아이는 이미 계단을 다 오르고 있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시간이 꽤 흘러 있다.
늦겠단 생각이 들어 나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다.
어차피 도쿄의 풍경은 또 다시 눈에 담으면 된다. 저쪽의 일이 완전히 정리 되는대로 며칠 내로 다시 이곳에 올 테니까.



#



“타키. 늦었잖냐.”
“미야미즈 씨는?”

뒤늦게 맨션으로 돌아오니 맨션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아버지만이 맨션 아래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이미 돌아가셨다. 어차피 오늘은 확인 비슷한 느낌으로 온 거였다고 하니까, 나중에 준비가 완료되면 그때 다시 한 번 오시겠지. 따님이 이 주변의 고교에 대한 전학 수속도 있어서 오늘은 좀 바쁜 분위기였고.”

이 주변의 고등학교면, 진고인가?
건축양식이 괜찮아서 관심을 담고 있었던 학교다. 1942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라고 들었는데 여러 차례의 보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옛날의 풍미와 현대의 새로운 느낌을 가진 건물… 이라고 츠카사가 평했었지. 그로 인해서 나중에 진학을 결정한다면 목록에 넣어둔 곳.

“어쨌든 오늘은 이만 됐으니까 돌아가도 좋아.”
“아빠는?”
“직장에서 연락이 와서 말이야. 빌어먹을 사무차관께서 주말에도 나오셨다니 가봐야지.”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 하신 후 차에 타라는 손짓을 했다.

“집까지는 태워 줄 테니, 어쩔 거냐?”
“음, 괜찮아. 걸어갈게.”
“그러냐.”

고개를 끄덕이시곤 바삐 차를 몰고 사라지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게, 이혼의 원인이기도 했지.
뭐, 그 덕에 아버지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별로 관여를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부모의 잘못을 아이에게까지 덮어주고 싶지는 않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약간 멀리 보이는 신사 쪽을 바라봤다.
이참에, 신사 쪽이나 한 번 둘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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