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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호위무사는 백수니트방구석폐인





만사 귀찮은 그가 호위무사로 전직한 이유. (4)


마스터 라트리아와 제인이 찾아간 것은 민가가 많은 곳이었다.

“……여기가 어디세요?”

“여기는 코로나 타운 민가촌이야.”

제인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자, 마스터 라트리아는 주변 민가 하나를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대답했다.

​“​민​가​촌​…​…​이​요​?​”​

마스터 라트리아가 말하길 주변에 있는 민가는 전부 마스터 라트리아 자신의 사비를 들여 지은 것이며, 길드 내의 수입이 불안정한 젊은 모험가들에게 임대해준다고 한다.

“그럼 저도 이곳에서 살게 되는 건가요?”

“그렇겠지. 물론 숙소를 따로 얻을 수 있다면 그곳에서 지내도 좋아.”

“월세는 얼마인가요……?”

“요거.”

제인이 조심스럽게 묻자, 마스터 라트리아가 손가락 세 개를 펴보였다.

“30만 골드……?”

“아니, 3만 골드.”

“네? 한 달에 3만 골드요?”

그러자 제인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완전 공짜잖아요. 괜찮은 거예요?”

“내가 옛날에 벌어놓은 돈이 좀 많거든. 뭐, 이거 짓느라 거의 다 써버렸지만.”

“그, 그렇구나……”

제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젊은 모험가들을 위해 사비를 들여 숙소를 지은 것도 모자라서 월세를 3만 골드 밖에 안 받는다니……

모험가들은 다 이런 건가? 라는 생각이 제인의 머릿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럼블 파티는 대 헌터 시대에 남은 마지막 모험가 길드로, 세간에서 ‘답이 없는 모험가 길드’라고 불리며 무시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어서 말이지.”

그 ‘답이 없는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인 마스터 라트리아가 한숨을 쉬며 고민얘기를 꺼내자, 제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걸 해결하는 게 제 입단 테스트인가요?”

“눈치가 빠르군.”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하는 마스터 라트리아를 조용히 따라가던 제인이 묻자, 마스터 라트리아는 싱긋- 웃었다.

“역시 A랭크 헌터 ‘도둑고양이’ 제인…… 이라는 건가?”

“……알고 계셨어요?”

“뭐, 문제 될 거라도 있나?”

제인은 살짝 몸을 움츠리면서도, 다시 조심스럽게 마스터 라트리아에게 물었지만-

“아시면서도 저를……”

“아, 그건 몰라.”

마스터 라트리아는 제인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넘겨버렸다.

“너는 이제 헌터가 아니라 모험가니까. 내가 괜한 말을 꺼냈네. 잊어줘.”

그리고는 하하핫- 하고 웃어넘겼다.

“자, 여기다.”

많은 숙소들 중 하나 앞에 멈춰선 마스터 라트리아가 입을 열었다. 여기가 자신의 숙소인가 싶어서 슬쩍-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제인이 마스터 라트리아를 불렀지만,

“마스터, 여기 창문이 깨졌는……”

“쉿, 숨어.”

마스터 라트리아는 제인의 입을 막고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댔다. 그러자 제인은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천천히 엿보는 거야…….”

제인을 완전히 침묵시킨 마스터 라트리아는 그렇게 속삭이며 창문틀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제인 또한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깨진 창문을 통해 집 안을 엿보기 시작했다.

“…….”

집 안에는 제인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누군가가 나무로 만든 작은 집 모양의 물건 앞에 무릎을 꿇고 묵념을 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묵념을 하는 사람은 이곳에서는 좀 많이 희소한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 또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생김새를 가진 것이었다.

‘그런데 남자? 여자?’

그런 그를 유심히 살펴보던 제인은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렸다.

흑단 같은 검은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길러 대충 묶었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겼고, 얼핏 본 옆모습의 얼굴이나 몸의 선이 가늘었으며, 피부는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하얬으니…… 무심코 보고 있던 제인은 그의 성별에 혼란이 올 것 같았다.

“오늘 하루도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눈을 감고 묵념을 하던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저 녀석이 요즘 내 고민거리야.”

요즘이 아니라 훨씬 예전부터이기는 했지만…… 이라고 마스터 라트리아가 덧붙였다.

“그런가요? 저는 잘……”

마스터 라트리아의 말에 제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외모도 그렇고 묵념 할 때의 예법이나 말투도 그렇고…… 기품이 느껴지는 것이 딱히 말썽을 일으킬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도 않단 말이지.”

하지만 마스터 라트리아는 고개를 젓고는 입을 열었다.

“저 아이는 ‘루크’라고 하는데, 10년 전에 마을의 해안가에 쓰러져 있던 것을 내가 거두었어.”

‘10년 전……?’

제인은 마스터 라트리아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그런데 10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놀고 있어.”

“엥…….”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머리를 벅벅 긁는 루크를 보며 제인은 조금 안 믿긴다는 얼굴을 했다.

“하아암……”

루크가 다시 하품을 하며 문고리에 손을 가져가자, 마스터 라트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저 녀석과 팀을 맺어줘.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저 녀석, ‘일단은’ 검술을 좀 할 줄 아니까……”.

“……일단은?”

“그게 입단 테스트야. 아니, 내 개인적인 부탁일지도 모르지…….”

“왜 그렇게까지 저 사람을……?”

“뭐, 그냥…… 자식 같은 거라. 저 녀석이 활기차게 살아줬으면 할 뿐이야.”

“자식……?”

마스터 라트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침울한 얼굴을 했다. 뭔가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것 같았지만-

“할멈……?”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간 루크가 눈부신 태양빛에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가리다가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 집 주변을 살피자, 황급히 몸을 낮췄다.

“음……”

대충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루크는 집 안을 스윽-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유독 한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의 눈길이 향한 것은 집의 구석에 설치된, 아까 묵념을 올렸던 나무로 만든 작은 집이었다.

‘아, 불이 꺼지고 있어…….’

나무로 만든 집 안에는 청동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청동 그릇에 놓은 불이 꺼져가는 것을 본 루크가 한숨을 쉬고는 집을 나서는 것을 확인한 마스터 라트리아는 제인의 등을 떠밀었다.

“자, 어서 가라구.”

“……네? 뭘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제인은 당연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방법은 알아서 생각해야지. 그게 테스트라는 거니까.”

마스터 라트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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