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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호위무사는 백수니트방구석폐인





만사 귀찮은 그가 호위무사로 전직한 이유. (7)


이곳은 모험가 길드 ‘럼블 파티’, 마스터의 방-

 

“집을 ​폭​파​시​켰​다​고​…​…​?​”​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

얼굴이 하얗게 질린 마스터 라트리아의 앞에 선 사건의 범인…… 제인은 목이 부러질 세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인…… 나는 분명히 겁만 주라는 용도로 폭발석을 건네주었을 텐데…… 그걸 진짜 기폭 시켜 버리다니……”

“죄송해요!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그, 그럼 그 사당은 어떻게 됐지……?”

마스터 라트리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사당이요?”

“그래. 그 나무로 만든 작은 집 모형 말이야…….”

“아…… 산산조각 났던데요.”

“역시, 그렇겠지…….”

제인의 대답에 마스터 라트리아는 한숨을 푹- 쉬었다.

“집이 폭파된 시점에서 그게 무사할 리가 없지…….”

“그런데 마스터. 계속 궁금했었는데요.”

“음? 왜 그러느냐?”

“그 사당이라는 게 대체 무슨 용도로 쓰는 거예요?”

제인이 묻자, 마스터 라트리아는 그녀를 슬쩍 흘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너는 잘 모르니까……. 예전에 알던 지인이 보여줬던 적이 있었어. 모양 정도는 대충 알고 있었지.”

마스터 라트리아는 사당을 만들어 죽은 사람을 기리는 것은 어떤 용병 일족의 전통이라고 했다.

“10년 전, 해안가에 떠내려 온 녀석을 주웠을 때는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

……꿀꺽

​“​…​…​어​땠​는​데​요​?​”​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제인이 묻자, 마스터 라트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녀석, 대체 뭘 본 건지…… 당최 입을 열 생각을 않더구나. 근 5년 동안은 매일을 악몽으로 보냈어. 날붙이를 보기만 하면 발작을 일으켰고. 그래서 나도 별 터치는 하지 않았어. 녀석이 너무 가여웠으니까.”

제인은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것을 느꼈다. 5년 동안 매일을 악몽과 발작에 시달리다니, 자신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딱 5년이 지났을 때, 녀석이 처음 입을 열었지. 죽은 일족들을 추모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제인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서 나는 급하게 그 일족에 사는 마을에 찾아가봤지만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더군.”

“그럼…….”

“그래. 저 녀석이 그 마을의 마지막 생존자인 셈이지. 그래서 내가 미숙한 솜씨로나마 만들어줬어. 뭐, 지금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으니 웬만해선 발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악몽을 가끔 꾸는 정도일까.”

‘그런 소중한 물건을……’

제인은 집이 폭발하던 순간, 자신과 사당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결국 자신을 구해낸 루크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 터무니없는 짓을 했네…….’

제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뭔가 결심한 듯이 마스터에게 물었다.

“마스터, 그 ‘사당’이라는 거…… 저도 만들 수 있을까요?”

 



 

“하암……”

하루 사이에 길바닥에 나앉은 신세가 된 루크는 탁 트인 해안가가 보이는 길옆의 풀밭에 누워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참 느긋한 마을이구만.”

일정한 주기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니 잠이 쏟아졌다. 역시 느긋하게 백수 생활을 하기에는 최상의 환경이라는 생각을 하며, 루크는 눈을 감으려고 했지만-

“…….”

저 멀리 보이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 녀석은……?’

루크의 시야 저 멀리, 상점가가 있는 방향에서 나타난 금발 소녀, 제인은 커다란 봉투를 끌어안고 낑낑대며 걸어오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지?’

풀밭에 엎드려 몸을 숨긴 루크는 제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점가에서 사온 듯한 많은 물건들이 담긴 큰 봉투를 한아름 끌어안은 제인이 자신의 앞을 지나치고 나서야 루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루크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기며 제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여긴 내 집이잖아?’

제인이 멈춰선 곳은 며칠 전에 일어난 폭발 때문에 재가 되어버린 루크의 집 앞이었다.

“흐음……”

루크의 집 앞에 멈춰선 제인은 주변 적당한 곳에 봉투를 내려놓고는 집의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찾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의 잔해 속에서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청동 그릇, 루크가 쓰던 향로였다.

“…….”

제인은 잔해 속에서 찾아낸 향로를 조심스럽게 봉투에 집어넣고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다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반면, 모습을 숨기고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루크는 질색을 했다.

‘따라오길 잘했군 그래.’

만약 이상한 짓을 한다면 꿀밤을 먹여주겠다고 생각하며, 루크는 다시 제인의 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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