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는 제 9화의 큐베에게 계약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의 분기입니다.
본편을 읽은 뒤의 감상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 주세요.
그냥 소재거리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세요.
애초에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시간은, 소년이 지구외 생명체인 인큐베이터에게 계약 이야기를 들은 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 있게 된 미래와 있었을지도 모르는 미래와는, 또 다른 미래.
소년이 힘을 바랐을 때, 결말은 어떻게 바뀌는 걸까…….
*****
그날, 시간역행자 아케미 호무라에겐 말료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몇번이나 되풀이해온 1개월. 평소와 변함없이 시간역행에 성공했을 텐데, 뭔가가 부족하다……. 호무라는 그 기분을 머리를 힘차게 흔들어서 억지로 억누른다.
호무라의 목적은 오직 하나. 카나메 마도카를 구하는 것. 그것만 이룰 수 있다면, 설령 자신이 희생된다고 해도 호무라에겐 사소한 일일 뿐이다.
전학 첫날, 조례 시간에 자기소개를 한다.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몇 번이나 전학을 되풀이한다는 경험을 하는 일은 그리 없겠지만, 호무라는 수백 번이나 경험해왔다. 그러니 자기소개 내용도 자연스럽게 적어져 가고, 이제 와서는 자신의 이름과 최소한의 것들 정도밖에 말하지 않는다.
교실을 둘러본다. 낯익은 광경. 낯익은 반 친구들. 그리고, 카나메 마도카의 모습. 그녀는 호무라와 눈길이 마주치자 놀란 듯이 몸이 굳는다. 그걸 본 호무라는 표정에 나오지 않도록 마음 속에서 미소를 띄웠다.
이 시간축의 마도카는, 호무라가 알고 있는 마도카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 사실만으로도 호무라에게 기쁨이 솟아오른 거다.
그 뒤에, 마도카에게 큐베와 계약하지 않도록 에둘러 충고한 호무라는, 그 몸을 쇼핑몰의 한 곳으로 옮겼다. 그 층은 새로운 이익을 원한 쇼핑몰측의 의향으로 개장중이어서, 사람의 기척은 없다.
그런 공간에서 호무라는 한 손에 권총을 들고, 모든 것의 원흉인 인큐베이터를 추적했다.
팡! 팡! 팡! 인큐베이터를 향해서 여러 번 발포한다. 하지만 그 갸냘픈 체구 탓으로 그리 조준이 쉽지 않아 명중하지 않는다.
빨리하지 않으면 마도카가 와 버려. 호무라는 초조해서, 주위의 피해를 고려해서 작은 동물을 죽일 정도의 화약이 들어있는 폭탄을 집어, 인큐베이터를 노리고 던졌다.
폭탄은 호무라가 노린 대로 인큐베이터를 덮쳤지만, 그때의 폭풍이 바닥에 쌓여있던 먼지를 날려 올렸다.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시야를 막게 되었고, 호무라는 인큐베이터의 모습을 놓쳐 버렸다.
간신히 호무라가 인큐베이터의 모습을 찾아냈을 때, 그 모습은 마도카와 함께 있었다. 상처입은 인큐베이터를 마도카가 안아 올려서 간병하고 있다.
그 광경에 혀를 차고, 호무라는 그 무대에 올라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최악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마도카와 인큐베이터의 접촉을 허용해 버렸고, 거기에 토모에 마미나 미키 사야카가 끼어들어온 것도 나빴다.
이걸로 또 장애가 늘어 버렸다.
오직 친구인 마도카를 구하고 싶은 것 뿐인데, 어째서 운명이라는 녀석은 여기까지 호무라를 방해하는 걸까.
운명과 싸우는 한 소녀는, 자신을 속이면서 그 오직 하나의 바람을 향해 돌진할 수밖에 없다.
마녀와 계속 싸워나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호무라에게 전환기가 찾아온 건, 마미의 구속마법으로 움직임을 봉쇄되어 버렸을 때였다.
이대로는 마도카의 눈앞에서 마미가 죽는 장면을 보여주게 되어 버린다. 마미가 죽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 광경을 눈에 넣은 마도카가 슬퍼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호무라는 몸의 자유를 빼앗겼다. 방패에서 도구를 꺼낼수도 없고, 설령 시간을 멈춘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손도 발도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딸랑
구속된 상태에서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실태를 한탄하고 있던 호무라의 귀에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마녀나 사역마일 가능성이 있기에, 바로 방울 소리가 들려온 쪽을 확인한다.
“도움 필요해?”
호무라의 눈에 들어온 건 무녀 옷차림을 몸에 두른 소녀. 먼지 하나 붙어있지 않은 순백의 백의, 가슴 아래 즈음의 분홍색 하카마가 소녀의 긴 흑발과 잘 어울린다. 그 긴 흑발은 방울이 달린 머리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어, 때때로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울린다.
하지만 소녀의 가슴팍에는 무녀 옷에는 어울리지 않는 로사리오같은 십자 목걸이가. 그게 없었다면, 설이었다면 어딘가 신사에라도 머무를 법한 무녀였다.
호무라는 갑자기 나타난 무녀복장의 소녀를 경계하면서도, 도움을 바라는 걸로 마미의 죽음을 마도카에게 보이지 않고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네. 가능하면 부탁하고 싶어.”
“응, 알았어.”
소녀는 소환마법으로 일본도를 불러내서, 호무라를 구속하고 있던 마법을 쉽게 찢어갈랐다. 마법소녀로서의 경험이 긴 마미가 쓴 강력한 구속마법일 터인데, 정말로 손쉽게 찢어가른 거다.
호무라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서두르고 있다는 걸 소녀에게 알리기로 했다.
“감사할게.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없어. 답례는 다음에 하도록 할게.”
“아아, 답례같은 건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한 것 뿐이야.”
“아니, 받은 은혜는 꼭 갚을게. 그럼.”
호무라는 달려나간다. 시간정지 마법을 쓰면서 달리기에, 옆에서 보면 텔레포트 처럼 보인다.
그 자리에 남겨진 소녀는 호무라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본 뒤, 살포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기억하고 있지 않나…….”
소녀――무카이 크리토는, 그 사실에 낙담했다. 하지만 크리토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호무라에게 마도카를 구하게 한다. 그걸 위해서 크리토는 마법소녀가 된 거니까.
예상했던 것보다도 대가가 컸다.
크리토는 호무라가 싸움으로 나아간 쪽을 계속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
마법소녀가 된 크리토라면 카나메 마도카를 구하는 것 따윈 손쉬운 일이겠지. 그걸 위해 힘을 얻은 걸 크리토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가가 지나치게 컸던 거다.
‘설마 네가 미타키하라에 찾아올 줄이야. 약간 의외야.’
마녀의 결계 안이기에 이질적인 건 당연하지만, 크리토의 머릿속에 마치 로봇에게 말을 시킨 것 같은 감정 없는 소리가 울렸다.
딱히 그 소리에 놀라는 일 없이, 크리토는 자연스레 대응한다.
“뭐야, 큐베냐.”
크리토가 눈길을 내리자, 거기에는 토끼랑 고양이가 섞여있는 것 같은 기묘한 흰색 작은 동물이 있었다.
그녀석의 이름은 큐베. 그와 계약하는 걸로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
‘정말, 이레귤러는 아케미 호무라 한 사람으로도 충분한데, 어째서 크리토까지 미타키하라에 와 버린거야? 이 이상, 내가 그린 시나리오에서 탈선하고 싶지 않은데.’
“그건 미안했어.”
‘정말이야. 내가 계약한 기억이 없는 마법소녀라니, 한 사람도 주체하기 힘든데. 그래도, 아케미 호무라 이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났다고 하면 경계하지 않을 순 없나.’
큐베는 크리토와 계약한 걸 기억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큐베는 거기에 위화감을 느끼거나 하진 않는다. 그건 수천 년이라 하는 긴 시간, 인류와 얽혀온 큐베 앞에 때때로 그녀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큐베 인식 밖의 마법소녀. 그녀들은 그 강한 바람의 결정인 소원에 의해, 부화자인 큐베의 인식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했다. 그렇기에 큐베는 그녀들과 계약한 걸 기억하고 있지 않은 거다.
호무라는 평행세계의 과거로 돌아가는 걸로, 그리고 크리토는 힘을 바란 결과로써.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된다. 큐베가 계약한 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그녀들이 마녀로 변모를 이룸에 따라 감정 에너지를 짜낼 수 있다. 그러니 큐베에게 있어선 그리 신경 쓸 일도 아니다. 결국은 마른 우주를 적실 에너지원일 뿐이니까.
“이 마을에 발푸르기스의 밤이 찾아와.”
변할 리 없는 확정된 미래. 지금 이 상황에서 큐베에게 전할 필요따윈 전혀 없지만, 크리토는 조금 생각한 뒤 말하기로 했다.
‘호오, 그건 그건. 제법 흥미로운 정보잖아. 그걸 나에게 전해 버려도 괜찮았어?’
“별로 상관없어. 어차피, 머지않은 미래에 큐베도 눈치챌 일이야.”
‘확실히. 정말 발푸르기스같은 초대형 마녀가 미타키하라에 나타난다고 하면, 나는 그 조짐을 빠르게 눈치채게 되겠지.’
“뭐어, 시나리오라는 데 수정이라도 해 두면 돼. 이게 내가 큐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감사의 증표야.”
시간의 되풀이에 말려들어간 근본적인 원인은 큐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큐베――아니, 인큐베이터가 이 지구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인류는 수렵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을 거라 한다.
거기에, 되풀이에 말려들어갔다곤 해도 그 덕에 크리토는 호무라와 만날 수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해 크리토는 큐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있다.
‘후훗, 그렇구나. 네가 뭘 바랐는지 나에게 기억은 없지만, 그 바람의 끝에 네가 뭘 보여줄지는 기대하고 있을게.’
마법소녀가 된 크리토는, 마법소녀 중에서도 최강의 힘을 손에 넣었다. 그 사실을 느낀 큐베는 겁없이 웃는다.
최강의 마법소녀와 초대형 마녀. 그것들이 부딪치면 필연적으로 격전이 일어난다. 그래도 크리토가 승리를 손에 얻으리라 큐베는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쪽으로 구른다고 해도 자신들의 이익이 되는 걸 큐베는 이해하고 있다.
크리토가 최강의 마법소녀로서 최대의 적을 쓰러뜨려 버린다면, 그 뒤는 당연히 최악의 마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의 마력을 소비하고, 소울젬에 마법을 쓴 만큼 더러움이 모이면, 크리토는 마녀로 그 모습을 바꾸겠지. 그때에 만들어질 에너지양은 막대할 터라, 그건 아마도 큐베의 에너지 회수 할당량을 대폭 채워주게 될 거다.
그리고 혹시나, 크리토가 쓰러진다고 해도 상냥한 마도카라면 마법소녀가 되어 발푸르기스의 밤과 싸우겠지. 그녀 역시 크리토와 마찬가지로 최강의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
하얗고 개같은 커다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큐베는 그 모습을 감춘다.
그것과 동시에 마녀의 결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끝났나. 호무라 녀석, 제대로 토모에 씨를 구할 수 있었다면 좋겠는데.”
크리토에게 있어, 마도카를, 그리고 마도카를 구하려 하는 호무라를 구한다면, 다른 건 희생되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역시 아는 사람이 죽는 건 그리 보고 싶지 않은 거다.
거기에, 친구가 살해당하면 마도카가 슬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호무라도 슬퍼한다. 가급적 남도 구한다. 그 정도의 위안 정도밖에 크리토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크리토는 한 번, 주황빛의 하늘을 우러러본 뒤 남에게 보이기 전에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
소년――무카이 크리토가 마법소녀가 된 건, 실은 몸은 남자인데 마음은 여자애라거나 하는 트랜스 젠더……우리말로 하면 성 동일성 장애같은, 그런 유쾌한 이유에서가 아니다.
단순히 힘을 바란 결과라고 하면 괜찮은 걸까.
크리토가 큐베에게 바란 건 ‘운명을 찢어발길 힘’이었다.
운명이라고 하는 건 설명할 것까지도 없이, 마도카가 죽을 운명이고, 그와 동시에 발푸르기스의 밤을 쓰러뜨릴 수 없는 호무라의 잔혹한 운명이다.
그걸 찢어발기려면 힘이 필수적이었기에, 크리토는 그렇게 바랐다.
크리토는 계약의 끝에 큐베에게 들은 대로 마법사가 될 마음이 가득했었지만,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되어 버렸다. 그건 큐베 역시 생각지 못했을 일이다.
크리토가 힘을 손에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괜찮을까?
그의 문에 대답하기로 하자. 뭐, 간단한 거다.
크리토는 마도카에 준한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력 덩어리임에 변함은 없다. 하지만, 그가 2차성징기의 소년이기에 계약해서 마법사가 된다고 해도 마법소녀 1인분과 동등한 힘밖에 발휘할 수 없다. 아무리 저장량이 많아도 외부에 내보내는 기능이 취약해선,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
바란 것은 ‘운명을 찢어발길 힘’. 분수에 맞지 않는 소원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외부에 내보내는 힘을 강화하면 좋은 거다. 수도꼭지를 돌리는 걸로 기세가 부족하다면, 소방차에 달려 있는 호스를 가져오면 된다.
그 결과, 크리토는 마력을 외부에 내보내기에 최적인 몸인 제 2차성징기의 소녀의 몸을 손에 얻게 되었다.
뭐, 여기까진 크리토도 허용할 수 있었다.
애초에 크리토는 호무라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발푸르기스의 밤을 쓰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몸이 소녀가 되었다는 거나, 왠지 지금 위치가 꿈에서 보고 있었던 자기 집인 미타키하라가 아닌 어딘가의 지방도시라는 것도 별로 상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무카이 크리토라는 사람의 기억이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 건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자기 집일 건물 문패에는 ‘무카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 집에 사는 건 부모님인데, 왠지 부모님은 크리토를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머리가 이상한 소녀라고 부모님이 착각해서, 자칫하면 경찰에 신고당할 뻔했다.
거기에는 아무리 크리토라고 해도 힘들었다. 그 바로 뒤에 만난 큐베도, 미타키하라에 간신히 도착한 뒤에 만날 수 있었던 호무라도, 크리토를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거기에는 계약시에 아직 소년의 몸이었기에 계약시에 생겨난 에너지가 부족해서, 원래라면 기억을 지운 뒤에 기억조작으로 크리토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덮어쓰는 수순이지만, 그걸 하지 못하고 기억 소실에서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선 모순이 생겨 버리기에, 크리토가 존재했다는 흔적도 모두 사라졌다.
그걸 모르는 크리토는 패닉에 빠질 뻔 했지만, 호무라를 구하는 걸 강하게 의식하는 걸로 자신을 억눌렀다. 그래도 슬프긴 하지만.
“아아, 젠장!”
맑은 방울소리를 울리며, 크리토는 춤추듯 일본도를 휘두른다. 크리토가 일본도를 휘두를 때마다 사역마는 찢겨나가, 그 존재가 멸살된다.
여전히 무녀복에 십자 목걸이라고 하는, 종교를 바보취급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것만 같은 차림으로 마녀의 결계 안을 나아간다. 하지만 이 무녀복이 크리토의 마법소녀로서의 복장이고, 십자 목걸이를 목에 걸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크리토가 고를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이런 꼴이 되어 버린 거다.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 크리토는 그 사실을 일단은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때때로 이렇게 가슴속의 울분을 발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건 다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거지만,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녀의 결계 안은 슈퍼 안 같은 곳이었다. 선반에는 상품 대신에 사역마가 늘어서 있고, 크리토가 안으로 나아가자 사역마들이 선반에서 뛰쳐나와 덮쳐오는 거다.
거기에 울분을 토해내듯이 크리토는 일본도를 휘둘러대지만, 그게 계속 되풀이됨에 따라 그 행위 자체에도 크리토는 울분이 쌓이기 시작했다.
“적당히 마녀를 찾아내고 싶은 시점인데.”
조미료가 진열되어 있는 곳을 오른쪽에 끼고 돌자, 냉동식품이 진열되어 있는 냉장고가 보이기 시작한다.
냉동식품 포장같은 사역마가 덮쳐왔기에, 방해된다는 듯 베어내 버린다.
“그러고 보면, 아직 가게 뒤쪽에 가지 않았네.”
결심하고 바로 행동해서, 점원의 휴식 공간에 이어지는 문을 찾아낸 뒤 주저하지 않고 안에 들어간다.
크리토의 예상대로 거기에는 이형의 존재가 고개를 숙이며 머물러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몸에 이질적으로 커다란 머리. 대체 그녀는 뭘 바란 걸까.
“뭐어, 결국은 나를 위해서 사라지게 되겠지만.”
말한 게 빨랐는지, 자르는 게 빨랐는지, 어느 쪽이든 마녀는 다음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마치 주인의 뒤를 따르듯 결계가 무너졌다.
크리토는 남은 그리프 시드를 잽싸게 회수하고,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얼마 뒤에 찾아온 마미 일행이나 호무라에게 제 3세력의 존재에 대한 의심을 안겨주고…….
*****
――역시, 발푸르기스의 밤은 나타나는구나.
피할 수 없는 사태에 크리토는 탄식했다.
발푸르기스의 밤이 나타나지 않는 미래. 모두가 바라는 그런 미래를 기대했지만, 그 소망은 당연하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낙담한 크리토는 잿빛 하늘을 올려봤다.
“어째서 방해하는 거야, 무카이 크리토! 드디어……드디어, 내 소망을 전해서, 마도카 일행과 서로 이해할 수 있었는데!”
소리지르는 듯한 소녀의 목소리에 크리토는 눈길을 향한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온몸이 엉망진창인 호무라. 그 외에 기절해 있는 세 소녀의 모습. 마미오 사아캬라나ㅡ 마법소녀. 거기에 아직 일반인일 마도카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참상은 크리토가 자신의 의지로 저지른 것이기에, 이제와서 후회는 없다.
죽이지 않고 움직임을 멈춘다. 거기에는 기절시키는 게 제일 손쉬운 수단이고, 확실히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 수단이다.
일본도의 칼등 부분으로 소녀 셋의 목덜미를 후려쳐, 의식을 끊었다.
“방해, 인가. 확실히 나는 널 방해하는 상황이 되는구나. 그건 미안해. 솔직히 사과할게.”
“그렇게 생각하면, 거길 비켜줘! 내가 저녀석을 쓰러뜨릴테니까!”
호무라가 말하는 저녀석이라는 건 당연히 발푸르기스의 밤이겠지. 지금까지 쓰러뜨릴 수 없어서 시간을 계속 되풀이해온 그녀가, 홀로 쓰러뜨린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시간축이 호무라에게 있어서 마음에 들었겠지. 그러니, 호무라는 무리를 하려 하고 있다.
크리토는 호무라의 소망을 느끼고 웃는다. 하지만 그 웃는 모습이 호무라에겐 바보취급한다는 오해를 낳아버린 모양이라, 호무라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진다.
“아아, 미안. 결코 널 바보취급한건 아니야. 하지만――.”
사과한 뒤에,
“호무라가 슬퍼하는 그런 잔혹한 운명따윈, 내가 찢어발겨 주겠어.”
크리토는 호무라의 등 뒤로 한 순간에 이동해, 아까까지와 마찬가지로 칼등으로 목덜미를 쳐서 의식을 끊는다.
호무라가 혼자서 발푸르기스의 밤과 싸워도 이길 순 없다. 그리고 또 일이 되풀이 되겠지.
그런 잔혹한 운명을 크리토는 알고 있기에,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크리토는 의식이 없는 소녀들에게 등을 향하고, 여유롭게 그 곳에 존재하는 초대형 마녀인 발푸르기스의 밤에 맞서, 일본도의 칼끝을 향하며 선언한다.
“자아, 막을 시작하지 않겠나! 무대는 미타키하라, 배우는 최강의 마법소녀인 무카이 크리토가 맡겠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된다.
경과는 말할것도 없겠지.
큐베가 예측한 것과 같은 격전이었다. 양자는 서로를 상처입혀, 한쪽이 승리를 얻었다. 단지 그것 뿐이다.
싸움을 끝낸 크리토는 돌조각들 속에서 힘없이 누워 있었다. 대부분의 마력을 써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감사할게, 무카이 크리토. 네 덕에 내 할당량이 크게 채워지게 될거야.’
그 하얀 생물은 크리토의 얼굴을 살피는 듯 했다.
‘아하하, 그건 다행이네.’
입을 움직일 체력도 없는 크리토는, 마지막에 남은 자그마한 마력을 써서 직접 큐베에게 말을 걸었다. 남은 마력이 떨어져 버리면 마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하고 싶은데, 나에게서 짜낼 수 있는 에너지로 네 할당량은 얼마나 채워지는 거야?’
‘7할 정도일까. 너 하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지금까지 내가 얻어온 에너지와 큰 차이 없어. 이건 솔직히 놀람을 숨길 수 없어.’
‘그런가, 그거 잘됐네.’
큐베의 대답을 듣고, 크리토는 안도한다.
――이걸로 더이상 걱정할 건 없다.
천천히 눈을 감는다.
곧 크리토는 마녀가 된다. 그건 바꿀 수 없는 운명이자, 크리토 자신도 바꿀 생각은 없다.
크리토에게 있어 소중한 건 한 소녀가 웃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거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마치고, 크리토는 생각한다.
――바라기를, 모든 마법소녀에게 희망을.
그날, 최악의 마법소녀는 퇴치당해 새로운 마녀가 그 지위에 군림했다.
그녀는 어떤 절망을 흩뿌리게 될까. 그걸 그녀들이 알게 되는 건 수년 뒤의 일이다.
*****
설령, 소년이 힘을 바랐다고 해도, 결말은 그리 바뀌지 않는다.
빠를까, 늦을까. 겨우 그정도의 차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약간이라도 만들었다. 거기에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닐까.
본편을 읽은 뒤의 감상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 주세요.
그냥 소재거리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세요.
애초에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또 다른 미래
시간은, 소년이 지구외 생명체인 인큐베이터에게 계약 이야기를 들은 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 있게 된 미래와 있었을지도 모르는 미래와는, 또 다른 미래.
소년이 힘을 바랐을 때, 결말은 어떻게 바뀌는 걸까…….
*****
그날, 시간역행자 아케미 호무라에겐 말료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몇번이나 되풀이해온 1개월. 평소와 변함없이 시간역행에 성공했을 텐데, 뭔가가 부족하다……. 호무라는 그 기분을 머리를 힘차게 흔들어서 억지로 억누른다.
호무라의 목적은 오직 하나. 카나메 마도카를 구하는 것. 그것만 이룰 수 있다면, 설령 자신이 희생된다고 해도 호무라에겐 사소한 일일 뿐이다.
전학 첫날, 조례 시간에 자기소개를 한다.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몇 번이나 전학을 되풀이한다는 경험을 하는 일은 그리 없겠지만, 호무라는 수백 번이나 경험해왔다. 그러니 자기소개 내용도 자연스럽게 적어져 가고, 이제 와서는 자신의 이름과 최소한의 것들 정도밖에 말하지 않는다.
교실을 둘러본다. 낯익은 광경. 낯익은 반 친구들. 그리고, 카나메 마도카의 모습. 그녀는 호무라와 눈길이 마주치자 놀란 듯이 몸이 굳는다. 그걸 본 호무라는 표정에 나오지 않도록 마음 속에서 미소를 띄웠다.
이 시간축의 마도카는, 호무라가 알고 있는 마도카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 사실만으로도 호무라에게 기쁨이 솟아오른 거다.
그 뒤에, 마도카에게 큐베와 계약하지 않도록 에둘러 충고한 호무라는, 그 몸을 쇼핑몰의 한 곳으로 옮겼다. 그 층은 새로운 이익을 원한 쇼핑몰측의 의향으로 개장중이어서, 사람의 기척은 없다.
그런 공간에서 호무라는 한 손에 권총을 들고, 모든 것의 원흉인 인큐베이터를 추적했다.
팡! 팡! 팡! 인큐베이터를 향해서 여러 번 발포한다. 하지만 그 갸냘픈 체구 탓으로 그리 조준이 쉽지 않아 명중하지 않는다.
빨리하지 않으면 마도카가 와 버려. 호무라는 초조해서, 주위의 피해를 고려해서 작은 동물을 죽일 정도의 화약이 들어있는 폭탄을 집어, 인큐베이터를 노리고 던졌다.
폭탄은 호무라가 노린 대로 인큐베이터를 덮쳤지만, 그때의 폭풍이 바닥에 쌓여있던 먼지를 날려 올렸다.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시야를 막게 되었고, 호무라는 인큐베이터의 모습을 놓쳐 버렸다.
간신히 호무라가 인큐베이터의 모습을 찾아냈을 때, 그 모습은 마도카와 함께 있었다. 상처입은 인큐베이터를 마도카가 안아 올려서 간병하고 있다.
그 광경에 혀를 차고, 호무라는 그 무대에 올라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최악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마도카와 인큐베이터의 접촉을 허용해 버렸고, 거기에 토모에 마미나 미키 사야카가 끼어들어온 것도 나빴다.
이걸로 또 장애가 늘어 버렸다.
오직 친구인 마도카를 구하고 싶은 것 뿐인데, 어째서 운명이라는 녀석은 여기까지 호무라를 방해하는 걸까.
운명과 싸우는 한 소녀는, 자신을 속이면서 그 오직 하나의 바람을 향해 돌진할 수밖에 없다.
마녀와 계속 싸워나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호무라에게 전환기가 찾아온 건, 마미의 구속마법으로 움직임을 봉쇄되어 버렸을 때였다.
이대로는 마도카의 눈앞에서 마미가 죽는 장면을 보여주게 되어 버린다. 마미가 죽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 광경을 눈에 넣은 마도카가 슬퍼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호무라는 몸의 자유를 빼앗겼다. 방패에서 도구를 꺼낼수도 없고, 설령 시간을 멈춘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손도 발도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딸랑
구속된 상태에서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실태를 한탄하고 있던 호무라의 귀에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마녀나 사역마일 가능성이 있기에, 바로 방울 소리가 들려온 쪽을 확인한다.
“도움 필요해?”
호무라의 눈에 들어온 건 무녀 옷차림을 몸에 두른 소녀. 먼지 하나 붙어있지 않은 순백의 백의, 가슴 아래 즈음의 분홍색 하카마가 소녀의 긴 흑발과 잘 어울린다. 그 긴 흑발은 방울이 달린 머리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어, 때때로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울린다.
하지만 소녀의 가슴팍에는 무녀 옷에는 어울리지 않는 로사리오같은 십자 목걸이가. 그게 없었다면, 설이었다면 어딘가 신사에라도 머무를 법한 무녀였다.
호무라는 갑자기 나타난 무녀복장의 소녀를 경계하면서도, 도움을 바라는 걸로 마미의 죽음을 마도카에게 보이지 않고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네. 가능하면 부탁하고 싶어.”
“응, 알았어.”
소녀는 소환마법으로 일본도를 불러내서, 호무라를 구속하고 있던 마법을 쉽게 찢어갈랐다. 마법소녀로서의 경험이 긴 마미가 쓴 강력한 구속마법일 터인데, 정말로 손쉽게 찢어가른 거다.
호무라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서두르고 있다는 걸 소녀에게 알리기로 했다.
“감사할게.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없어. 답례는 다음에 하도록 할게.”
“아아, 답례같은 건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한 것 뿐이야.”
“아니, 받은 은혜는 꼭 갚을게. 그럼.”
호무라는 달려나간다. 시간정지 마법을 쓰면서 달리기에, 옆에서 보면 텔레포트 처럼 보인다.
그 자리에 남겨진 소녀는 호무라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본 뒤, 살포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기억하고 있지 않나…….”
소녀――무카이 크리토는, 그 사실에 낙담했다. 하지만 크리토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호무라에게 마도카를 구하게 한다. 그걸 위해서 크리토는 마법소녀가 된 거니까.
예상했던 것보다도 대가가 컸다.
크리토는 호무라가 싸움으로 나아간 쪽을 계속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
마법소녀가 된 크리토라면 카나메 마도카를 구하는 것 따윈 손쉬운 일이겠지. 그걸 위해 힘을 얻은 걸 크리토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가가 지나치게 컸던 거다.
‘설마 네가 미타키하라에 찾아올 줄이야. 약간 의외야.’
마녀의 결계 안이기에 이질적인 건 당연하지만, 크리토의 머릿속에 마치 로봇에게 말을 시킨 것 같은 감정 없는 소리가 울렸다.
딱히 그 소리에 놀라는 일 없이, 크리토는 자연스레 대응한다.
“뭐야, 큐베냐.”
크리토가 눈길을 내리자, 거기에는 토끼랑 고양이가 섞여있는 것 같은 기묘한 흰색 작은 동물이 있었다.
그녀석의 이름은 큐베. 그와 계약하는 걸로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
‘정말, 이레귤러는 아케미 호무라 한 사람으로도 충분한데, 어째서 크리토까지 미타키하라에 와 버린거야? 이 이상, 내가 그린 시나리오에서 탈선하고 싶지 않은데.’
“그건 미안했어.”
‘정말이야. 내가 계약한 기억이 없는 마법소녀라니, 한 사람도 주체하기 힘든데. 그래도, 아케미 호무라 이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났다고 하면 경계하지 않을 순 없나.’
큐베는 크리토와 계약한 걸 기억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큐베는 거기에 위화감을 느끼거나 하진 않는다. 그건 수천 년이라 하는 긴 시간, 인류와 얽혀온 큐베 앞에 때때로 그녀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큐베 인식 밖의 마법소녀. 그녀들은 그 강한 바람의 결정인 소원에 의해, 부화자인 큐베의 인식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했다. 그렇기에 큐베는 그녀들과 계약한 걸 기억하고 있지 않은 거다.
호무라는 평행세계의 과거로 돌아가는 걸로, 그리고 크리토는 힘을 바란 결과로써.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된다. 큐베가 계약한 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그녀들이 마녀로 변모를 이룸에 따라 감정 에너지를 짜낼 수 있다. 그러니 큐베에게 있어선 그리 신경 쓸 일도 아니다. 결국은 마른 우주를 적실 에너지원일 뿐이니까.
“이 마을에 발푸르기스의 밤이 찾아와.”
변할 리 없는 확정된 미래. 지금 이 상황에서 큐베에게 전할 필요따윈 전혀 없지만, 크리토는 조금 생각한 뒤 말하기로 했다.
‘호오, 그건 그건. 제법 흥미로운 정보잖아. 그걸 나에게 전해 버려도 괜찮았어?’
“별로 상관없어. 어차피, 머지않은 미래에 큐베도 눈치챌 일이야.”
‘확실히. 정말 발푸르기스같은 초대형 마녀가 미타키하라에 나타난다고 하면, 나는 그 조짐을 빠르게 눈치채게 되겠지.’
“뭐어, 시나리오라는 데 수정이라도 해 두면 돼. 이게 내가 큐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감사의 증표야.”
시간의 되풀이에 말려들어간 근본적인 원인은 큐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큐베――아니, 인큐베이터가 이 지구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인류는 수렵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을 거라 한다.
거기에, 되풀이에 말려들어갔다곤 해도 그 덕에 크리토는 호무라와 만날 수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해 크리토는 큐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있다.
‘후훗, 그렇구나. 네가 뭘 바랐는지 나에게 기억은 없지만, 그 바람의 끝에 네가 뭘 보여줄지는 기대하고 있을게.’
마법소녀가 된 크리토는, 마법소녀 중에서도 최강의 힘을 손에 넣었다. 그 사실을 느낀 큐베는 겁없이 웃는다.
최강의 마법소녀와 초대형 마녀. 그것들이 부딪치면 필연적으로 격전이 일어난다. 그래도 크리토가 승리를 손에 얻으리라 큐베는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쪽으로 구른다고 해도 자신들의 이익이 되는 걸 큐베는 이해하고 있다.
크리토가 최강의 마법소녀로서 최대의 적을 쓰러뜨려 버린다면, 그 뒤는 당연히 최악의 마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의 마력을 소비하고, 소울젬에 마법을 쓴 만큼 더러움이 모이면, 크리토는 마녀로 그 모습을 바꾸겠지. 그때에 만들어질 에너지양은 막대할 터라, 그건 아마도 큐베의 에너지 회수 할당량을 대폭 채워주게 될 거다.
그리고 혹시나, 크리토가 쓰러진다고 해도 상냥한 마도카라면 마법소녀가 되어 발푸르기스의 밤과 싸우겠지. 그녀 역시 크리토와 마찬가지로 최강의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
하얗고 개같은 커다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큐베는 그 모습을 감춘다.
그것과 동시에 마녀의 결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끝났나. 호무라 녀석, 제대로 토모에 씨를 구할 수 있었다면 좋겠는데.”
크리토에게 있어, 마도카를, 그리고 마도카를 구하려 하는 호무라를 구한다면, 다른 건 희생되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역시 아는 사람이 죽는 건 그리 보고 싶지 않은 거다.
거기에, 친구가 살해당하면 마도카가 슬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호무라도 슬퍼한다. 가급적 남도 구한다. 그 정도의 위안 정도밖에 크리토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크리토는 한 번, 주황빛의 하늘을 우러러본 뒤 남에게 보이기 전에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
소년――무카이 크리토가 마법소녀가 된 건, 실은 몸은 남자인데 마음은 여자애라거나 하는 트랜스 젠더……우리말로 하면 성 동일성 장애같은, 그런 유쾌한 이유에서가 아니다.
단순히 힘을 바란 결과라고 하면 괜찮은 걸까.
크리토가 큐베에게 바란 건 ‘운명을 찢어발길 힘’이었다.
운명이라고 하는 건 설명할 것까지도 없이, 마도카가 죽을 운명이고, 그와 동시에 발푸르기스의 밤을 쓰러뜨릴 수 없는 호무라의 잔혹한 운명이다.
그걸 찢어발기려면 힘이 필수적이었기에, 크리토는 그렇게 바랐다.
크리토는 계약의 끝에 큐베에게 들은 대로 마법사가 될 마음이 가득했었지만,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되어 버렸다. 그건 큐베 역시 생각지 못했을 일이다.
크리토가 힘을 손에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괜찮을까?
그의 문에 대답하기로 하자. 뭐, 간단한 거다.
크리토는 마도카에 준한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력 덩어리임에 변함은 없다. 하지만, 그가 2차성징기의 소년이기에 계약해서 마법사가 된다고 해도 마법소녀 1인분과 동등한 힘밖에 발휘할 수 없다. 아무리 저장량이 많아도 외부에 내보내는 기능이 취약해선,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
바란 것은 ‘운명을 찢어발길 힘’. 분수에 맞지 않는 소원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외부에 내보내는 힘을 강화하면 좋은 거다. 수도꼭지를 돌리는 걸로 기세가 부족하다면, 소방차에 달려 있는 호스를 가져오면 된다.
그 결과, 크리토는 마력을 외부에 내보내기에 최적인 몸인 제 2차성징기의 소녀의 몸을 손에 얻게 되었다.
뭐, 여기까진 크리토도 허용할 수 있었다.
애초에 크리토는 호무라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발푸르기스의 밤을 쓰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몸이 소녀가 되었다는 거나, 왠지 지금 위치가 꿈에서 보고 있었던 자기 집인 미타키하라가 아닌 어딘가의 지방도시라는 것도 별로 상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무카이 크리토라는 사람의 기억이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 건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자기 집일 건물 문패에는 ‘무카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 집에 사는 건 부모님인데, 왠지 부모님은 크리토를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머리가 이상한 소녀라고 부모님이 착각해서, 자칫하면 경찰에 신고당할 뻔했다.
거기에는 아무리 크리토라고 해도 힘들었다. 그 바로 뒤에 만난 큐베도, 미타키하라에 간신히 도착한 뒤에 만날 수 있었던 호무라도, 크리토를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거기에는 계약시에 아직 소년의 몸이었기에 계약시에 생겨난 에너지가 부족해서, 원래라면 기억을 지운 뒤에 기억조작으로 크리토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덮어쓰는 수순이지만, 그걸 하지 못하고 기억 소실에서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선 모순이 생겨 버리기에, 크리토가 존재했다는 흔적도 모두 사라졌다.
그걸 모르는 크리토는 패닉에 빠질 뻔 했지만, 호무라를 구하는 걸 강하게 의식하는 걸로 자신을 억눌렀다. 그래도 슬프긴 하지만.
“아아, 젠장!”
맑은 방울소리를 울리며, 크리토는 춤추듯 일본도를 휘두른다. 크리토가 일본도를 휘두를 때마다 사역마는 찢겨나가, 그 존재가 멸살된다.
여전히 무녀복에 십자 목걸이라고 하는, 종교를 바보취급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것만 같은 차림으로 마녀의 결계 안을 나아간다. 하지만 이 무녀복이 크리토의 마법소녀로서의 복장이고, 십자 목걸이를 목에 걸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크리토가 고를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이런 꼴이 되어 버린 거다.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 크리토는 그 사실을 일단은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때때로 이렇게 가슴속의 울분을 발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건 다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거지만,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녀의 결계 안은 슈퍼 안 같은 곳이었다. 선반에는 상품 대신에 사역마가 늘어서 있고, 크리토가 안으로 나아가자 사역마들이 선반에서 뛰쳐나와 덮쳐오는 거다.
거기에 울분을 토해내듯이 크리토는 일본도를 휘둘러대지만, 그게 계속 되풀이됨에 따라 그 행위 자체에도 크리토는 울분이 쌓이기 시작했다.
“적당히 마녀를 찾아내고 싶은 시점인데.”
조미료가 진열되어 있는 곳을 오른쪽에 끼고 돌자, 냉동식품이 진열되어 있는 냉장고가 보이기 시작한다.
냉동식품 포장같은 사역마가 덮쳐왔기에, 방해된다는 듯 베어내 버린다.
“그러고 보면, 아직 가게 뒤쪽에 가지 않았네.”
결심하고 바로 행동해서, 점원의 휴식 공간에 이어지는 문을 찾아낸 뒤 주저하지 않고 안에 들어간다.
크리토의 예상대로 거기에는 이형의 존재가 고개를 숙이며 머물러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몸에 이질적으로 커다란 머리. 대체 그녀는 뭘 바란 걸까.
“뭐어, 결국은 나를 위해서 사라지게 되겠지만.”
말한 게 빨랐는지, 자르는 게 빨랐는지, 어느 쪽이든 마녀는 다음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마치 주인의 뒤를 따르듯 결계가 무너졌다.
크리토는 남은 그리프 시드를 잽싸게 회수하고,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얼마 뒤에 찾아온 마미 일행이나 호무라에게 제 3세력의 존재에 대한 의심을 안겨주고…….
*****
――역시, 발푸르기스의 밤은 나타나는구나.
피할 수 없는 사태에 크리토는 탄식했다.
발푸르기스의 밤이 나타나지 않는 미래. 모두가 바라는 그런 미래를 기대했지만, 그 소망은 당연하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낙담한 크리토는 잿빛 하늘을 올려봤다.
“어째서 방해하는 거야, 무카이 크리토! 드디어……드디어, 내 소망을 전해서, 마도카 일행과 서로 이해할 수 있었는데!”
소리지르는 듯한 소녀의 목소리에 크리토는 눈길을 향한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온몸이 엉망진창인 호무라. 그 외에 기절해 있는 세 소녀의 모습. 마미오 사아캬라나ㅡ 마법소녀. 거기에 아직 일반인일 마도카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참상은 크리토가 자신의 의지로 저지른 것이기에, 이제와서 후회는 없다.
죽이지 않고 움직임을 멈춘다. 거기에는 기절시키는 게 제일 손쉬운 수단이고, 확실히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 수단이다.
일본도의 칼등 부분으로 소녀 셋의 목덜미를 후려쳐, 의식을 끊었다.
“방해, 인가. 확실히 나는 널 방해하는 상황이 되는구나. 그건 미안해. 솔직히 사과할게.”
“그렇게 생각하면, 거길 비켜줘! 내가 저녀석을 쓰러뜨릴테니까!”
호무라가 말하는 저녀석이라는 건 당연히 발푸르기스의 밤이겠지. 지금까지 쓰러뜨릴 수 없어서 시간을 계속 되풀이해온 그녀가, 홀로 쓰러뜨린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시간축이 호무라에게 있어서 마음에 들었겠지. 그러니, 호무라는 무리를 하려 하고 있다.
크리토는 호무라의 소망을 느끼고 웃는다. 하지만 그 웃는 모습이 호무라에겐 바보취급한다는 오해를 낳아버린 모양이라, 호무라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진다.
“아아, 미안. 결코 널 바보취급한건 아니야. 하지만――.”
사과한 뒤에,
“호무라가 슬퍼하는 그런 잔혹한 운명따윈, 내가 찢어발겨 주겠어.”
크리토는 호무라의 등 뒤로 한 순간에 이동해, 아까까지와 마찬가지로 칼등으로 목덜미를 쳐서 의식을 끊는다.
호무라가 혼자서 발푸르기스의 밤과 싸워도 이길 순 없다. 그리고 또 일이 되풀이 되겠지.
그런 잔혹한 운명을 크리토는 알고 있기에,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크리토는 의식이 없는 소녀들에게 등을 향하고, 여유롭게 그 곳에 존재하는 초대형 마녀인 발푸르기스의 밤에 맞서, 일본도의 칼끝을 향하며 선언한다.
“자아, 막을 시작하지 않겠나! 무대는 미타키하라, 배우는 최강의 마법소녀인 무카이 크리토가 맡겠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된다.
경과는 말할것도 없겠지.
큐베가 예측한 것과 같은 격전이었다. 양자는 서로를 상처입혀, 한쪽이 승리를 얻었다. 단지 그것 뿐이다.
싸움을 끝낸 크리토는 돌조각들 속에서 힘없이 누워 있었다. 대부분의 마력을 써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감사할게, 무카이 크리토. 네 덕에 내 할당량이 크게 채워지게 될거야.’
그 하얀 생물은 크리토의 얼굴을 살피는 듯 했다.
‘아하하, 그건 다행이네.’
입을 움직일 체력도 없는 크리토는, 마지막에 남은 자그마한 마력을 써서 직접 큐베에게 말을 걸었다. 남은 마력이 떨어져 버리면 마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하고 싶은데, 나에게서 짜낼 수 있는 에너지로 네 할당량은 얼마나 채워지는 거야?’
‘7할 정도일까. 너 하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지금까지 내가 얻어온 에너지와 큰 차이 없어. 이건 솔직히 놀람을 숨길 수 없어.’
‘그런가, 그거 잘됐네.’
큐베의 대답을 듣고, 크리토는 안도한다.
――이걸로 더이상 걱정할 건 없다.
천천히 눈을 감는다.
곧 크리토는 마녀가 된다. 그건 바꿀 수 없는 운명이자, 크리토 자신도 바꿀 생각은 없다.
크리토에게 있어 소중한 건 한 소녀가 웃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거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마치고, 크리토는 생각한다.
――바라기를, 모든 마법소녀에게 희망을.
그날, 최악의 마법소녀는 퇴치당해 새로운 마녀가 그 지위에 군림했다.
그녀는 어떤 절망을 흩뿌리게 될까. 그걸 그녀들이 알게 되는 건 수년 뒤의 일이다.
*****
설령, 소년이 힘을 바랐다고 해도, 결말은 그리 바뀌지 않는다.
빠를까, 늦을까. 겨우 그정도의 차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약간이라도 만들었다. 거기에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