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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미 세레나데

黄薔薇小夜曲


원작 |

역자 | 淸風

7. 따뜻한 빛


 레이 외의 사람에게 약한 부분을 보여 버린 건 요시노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날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던 것도 있어 에리코에게 마음을 쏟아내 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뜻밖에 상황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에리코가 요시노를 접하는 방법이 바뀌어 온 거다.

 물론 요시노의 몸에 대해 배려해 주는 건 여전하다. 그래도 이전의 거짓 같다고 할 법한, 만든 것만 같은 ‘상냥한 할머니’의 모습이 사라졌다. 요시노가 에리코의 정보를 모은 것도 당연히 눈치채고 있을 텐데, 그걸 내색지도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요시노 쨩, 요리 잘하니?” 라거나 “이번 겨울에는 새 머플러가 있으면 좋겠어.” 같이 노골적으로 비꼴 지경이다.

 ​요​시​노​는​ 에리코의 취미를 알고 싶었던 게 아니라(아니, 전혀 그렇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주목적은 서투른 것들을 알아보는 것이었다.(물론 서투른 건 없다고 하는 결론이 나왔지만.)

 그래도 장미관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있기 편한 곳이 된 건 확실했다.

 ​에​리​코​와​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바뀐 것 없이 가을을 맞이했다. 심장의 수술은 받는 편이 좋다는 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해도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혹시나 만에 하나의 일이 일어나면.

 다시는 레이와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해도 그 공포를 넘어서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도​ 괴로워하면서 여기까지 살아왔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질 않는다.

 하지만 커다란 계기가 찾아왔다.

 운명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요시노에게 있어서는 그런 게 된다.

 ​후​쿠​자​와​ 유미.

 처음 만났을 때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요시노와 마찬가지로 유치원 때부터 리리안이라고 하지만, 기억에는 없었다. 그건 아마도 유미 쪽도 마찬가지였겠지. 일이 묘하여져 문화제를 돕는다는 걸로 장미관에 출입하게 되었다. 그동안 요시노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에게 듣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미는 지금까지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말할 기회가 그리 많았던 것도 아닌데, 유미의 말은 요시노의 마음에 직접 울려왔다. 유미가 요시노를 대하는 방법은 다른 1학년인 시마코나 카츠라 같은 반 친구들을 대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도 없었으니까. 요시노의 몸에 대해서 모르는 거려나. 그건 굉장히 신선했다.

 그리고 요시노는 그걸 잃고 싶지 않다고 간절히 바랐다.

 얻는 게 없으면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도 없었겠지만, 요시노는 한 번 얻어 버렸다. 그 맛을 알아 버렸기에 더는 그걸 잃는 걸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후에 유미가 요시노의 병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보게 될까. 지금과 같은 태도로 있어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거리를 벌리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었다간 이번에야말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열렸던 문을 닫고, 자신의 껍질에 틀어박혀 버리는 자신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싫다. 그런 건 싫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알고 있다. 한참도 전부터 그 답은 알고 있었다. 단지 한 걸음을 내디딜 수가 없어서. 그런 용기를, 강인함을 가지지 못했기에.

 ​그​래​도​…​…​

 황장미 혁명.

 ​여​동​생​들​에​게​ 큰일이 났을 때, 에리코는 자기 일만으로 힘겨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일의 경위 유미에게 듣고, 오히려 다행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에리코가 나왔다고 해서 무언가 바뀌었으리라곤 할 수 없다. 레이와 요시노는 자신들의 의사로 마음과 기분이 서로 통하여 연이 더욱 한 층 깊고 강인해졌다.

 그리고 그걸 그림자 속에서 지원 한 게 산백합회의 모두들이자, 지금 에리코의 앞에서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눈길을 이리저리로 돌리고 있는 유미였다.

 ​에​리​코​는​ 요시노에게 필요한 것, 그건 요시노에 대등한 관계를 가져주는 상대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가족과 레이 외의 사람 중에서.

 하지만 그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아닌 요시노 자신이, 요시노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니까. 요시노는 자신의 몸이 병마에 시달리느라 다른 사람보다 약하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주변에서 환경을 갖춰 주더라도 대등한 인간관계를 쌓아올릴 수는 없겠지. 요시노 자신이 대등하다고 느끼지를 못하는 거니까.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후쿠자와 유미라 하는 1학년. 에리코 일행이 하고 싶었음에도 하지 못했던 걸 정말로 간단히 해치워 버린 애. 유미 본인은 그런 걸 의식조차 하고 있지 않겠지.

 아마도 그런 걸 거다.

 ​인​간​관​계​나​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진정한 의미로 대등하게 있을 수는 없게 되겠지.

“정말로 유미 쨩은 구세주구나.”

“에, 에, 무슨 소리예요. 그거?”

“후후, 말 대로야.”

 ​허​둥​지​둥​거​리​는​ 유미를 보고 미소 짓는 에리코.

 문득 입원하고 있는 요시노를 문병했을 때를 떠올린다.

 병실의 침대 위에 상반신을 세워 책을 읽고 있는 요시노가 병실에 들어온 에리코를 알아차리고 눈길을 향한다.

“건강해 보이네. 수술 성공 축하해. 먹는 건 괜찮니? 잘 몰라서 꽃과 과일, 양쪽 다 가져와 버렸어.”

“감사합니다.”

 가져온 꽃을 화병에 꽂으며 요시노의 상태를 살핀다. 안색은 나쁘지 않고, 정말로 건강해 보였다. 커다란 눈으로 에리코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그런 요시노의 시선을 느끼면서 침대 옆의 접이식 의자에 앉는다.

“……다시금 축하해. 나도 기뻐.”

“감사합니다.”

“정말로 쌀쌀하네.”

“그런가요?”

 문득 에리코는 요시노의 손을 잡았다.

 가늘고 자그마한 손. 약간 힘을 줘서 쥐는 것만으로 망가져 버릴 것 같은, 마치 유리 세공품 같은 섬세한 손.

“에리코 님?”

 ​당​황​하​는​ 듯한 표정의 요시노. 에리코는 개의치 않고 손을 양손으로 감싸듯이 쥐고 약간 힘을 준다.

“정말로 기쁘다고? 그렇잖아. 손녀인 요시노 쨩이 기쁜 건 내게도 기쁜 일이니까.”

“에리코 님…….”

“이번 수술로 가장 기쁜 건 다른 누구도 아니라 요시노 쨩 당신 자신이겠지. 그래도, 나도 이걸로 좀 더 요시노 쨩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기뻐.”

 그렇게 말하고 에리코는 살며시 요시노를 끌어안았다.

“그게, 지금까지는 이런 식으로 껴안지조차 못했는걸.”

“에, 에, 에리코 님?! 자, 잠시…….”

 ​허​둥​거​리​며​ 에리코의 가슴 안에서 날뛰는 요시노.

“괜찮잖아. 나라도 가끔은 상냥한 할머니로써 요시노 쨩을 귀여워해 주고 싶으니까.”

“하, 하아…….”

 ​얌​전​해​진​ 요시노. 그 뺨이 붉게 물든 게 보인다.

“……잘 다녀왔어, 요시노 쨩.”

“……예, 에리코 님.”

 그때의 요시노는 굉장히 귀여웠다. 지금 떠올려도 미소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에리코라 해도 평범하게 요시노를 사랑스레 생각한다. 다만, 요시노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상냥한 할머니도 좋지만, 역시나 자신에게는 심술꾸러기 할머니로서 손녀와 투닥거리는 게 훨씬 더 어울린다. 레이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과 왼쪽에서 에리코와 요시노가 서로 끌어당긴다. 어느 쪽도 힘을 빼는 일 없이. 가운데에 있는 레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처럼 즐거운 일은 없지 않을까.

 ​장​미​관​의​ 2층 창가에 앉아 뺨을 괴며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봐, 귀여운 새끼 고양이들이 왁지껄 떠들어온다.

 ​요​시​노​는​ 창가에 있는 에리코의 모습을 찾아내고선 두 사람의 친구랑 떨어져 뛰어 다가왔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요시노의 눈은 도전적이고, 이쪽을 노려보는 표정은 밉살스러울 정도로 귀엽다.

“에리코 님! 언니에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신 건가요?!”

 땋아 내린 머리를 흔들면서 요시노는 에리코에게 달려들어 온다. 요시노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무심코 뺨이 풀리려 하는 걸 억누르며, 에리코는 일부러 도발하는 듯한 말을 고른다.

“무슨 일이니?”

“시치미 떼지 말아 주세요!”

 ​에​리​코​의​ 기대대로, 소리칠 정도로 달려들어 온다.

 뒤에서 유미와 시마코가 드디어 도착해서 요시노의 양옆에 선다.

“자, 잠깐 요시노 양. 진정해. 아까 전부터 기분 나빠 보였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 시마코 양?”

“그게, 요시노 양과 레이 님은 오늘 함께 산백합회의 일을 하러 갈 약속을 했던 모양인데 갑자기 레이 님이 다른 일이 있다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가 버려서…….”

“그래서 남겨진 요시노 양이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있는 거야?”

“뭐어, 말해 버리면 그런 게 되겠지만.”

“잠깐, 거기 두 사람. 뭘 냉정하게 해설하고 있는 거야!”

“요시노 쨩, 진정하렴. 내가 레이에게 뭔가 말했다곤 할 수 없잖아?”

“그럼 아니라고 하실 건가요?”

“안 할 거지만.”

“으아! 역시 그렇잖아요!”

 발을 구르며 감정을 똑바로 폭발시키는 요시노.

 봐, 이렇게나 즐거워. 이렇게나 멋진 여자애는 그렇게 간단히 안 나온다고.

 ​에​리​코​는​ 웃는다.

 이제 괜찮아. 요시노에게는 레이만이 아니야. 유미가 있어.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었던 시마코도 유미라는 매개를 통해서 마음을 터놓게 되었어. 저렇게나 마음을 닫고 있던 애가 지금은 친구라 하는 둘도 없는 보물을 얻어서, 이렇게나 빛나고 있어.

 그러니 이제 -

 이제, 괜찮아.

 그건 물론 요시노는 성격이 이러니까 때때로 폭발하거나, 길을 잘못 들 것 같을 때도 있겠지.

 하지만 요시노에게는 레이가 있어. 그리고 레이만이 아니야. 유미가 있고 시마코가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이제는 말할 수 있어.

 자신이 틀림없이 행복하다고.

 문자 그대로 세계가 바뀐 거야.

 친구가 생겼어.

 체육도 참가할 수 있어.

 ​에​리​코​와​도​ 거리낌 없이 대치할 수 있어.

 분명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한 것들이겠지. 그래도 요시노에게는 이것도 저것도,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

 ​이​제​부​터​ 앞으로 두근두근할 일로 가득해. 기쁜 것도 즐거운 것도, 괴로운 것도 슬픈 것도, 힘껏 마음속 깊이 느끼자.

‘친구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건 생각하지 않을 거야.

 ​유​미​의​,​ 시마코의 미소가 요시노의 어둠을 날려버려 줄 거야.

 ​에​리​코​의​ 미소가 요시노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해 줄 거야.

 그리고 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걸음소리가 들려오잖아.

“잠깐, 무슨 소란이야~?”

 ​요​시​노​와​ 2층의 창문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에리코를 보고 곤란한 듯한 얼굴로 그 사람은 나타났다. 요시노를 가장 빛나게 해 주는 사람.

“레이 쨩, 나와의 약속은 팽개치고 어디 갔었어?!”

“레이, 너로부터 요시노 쨩에게 말해 주도록 해.”

“에, 에, 요시노? 언니?”

 ​요​시​노​와​ 에리코의 얼굴을 왔다갔다 바라보며, 역시 당황하며 허둥지둥거린다.

 유미와 시마코는 어떻게 된 거냐는 듯 곤란한 듯한 쓴웃음을 띄워 얼굴을 마주 보고, 에리코는 즐거운 듯이 요시노 일행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더는 쓸쓸하지 않아.

 그게, 이 사람들과 멋진 인생을 연주해 나갈 거니까.

  ​   ​~​s​e​r​e​n​a​d​e​~​ 황장미 세레나데  완
  추신

 ​이​야​~​,​ 끝났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요​시​노​와​ 에리코, 버라이어티 기프트에서 에리코가 요시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작중의 그런 묘사는 요시노와 에리코가 투닥거리는 묘사가 대부분이지 않습니까, 에리코 재학중에는. 그래서 뭔가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해서 쓴 작품입니다.

 ​에​리​코​가​ 요시노를 문병하러 갈 시간이 있었을지는 묻지 말아 주세요...

 그치만 곤란하네~. 홈페이지 만들고 나서 처음이 중요하다는 듯이 작품을 올려 왔는데, 예정보다 페이스가 너무 빠른데~. 작품의 남은 수가···

 역자 추신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요​시​노​x​블​레​이​드​의​ 모든 마리미떼 SS에 대해 번역 허가를 받아서, 앞으로 여유가 있을 때 마다 번역해 나갈 예정입니다.

 ​마​마​마​마​의​ 경험으로, 종종 슬럼프가 생길 때 다른 번역거리가 없으면 슬럼프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번역 허가를 딴 SS가 두 자릿수가 되는거니…… 뭐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가급적 많은 분들이 번역글을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서​ 리플 중에서 내용이 충실한 리플은 (혹은 감상을 쓰기 괜찮은 다른 사이트에 쓴 감상이 있다면, 그런 감상글도) 번역 후 작가인 虹님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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