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새하얀 뭉게구름, 살갗을 찌르는 햇살, 울려 퍼지는 동료들의 환성, 그리고 흰 공이 미트에 빨려들어갈 때의 마른 소리.
――올해도 이 계절이 찾아와 버렸다――
1
고교 마지막 여름……요시노는 언제부턴가 유키가 때때로 보여주는 그늘진 표정을 깨닫곤, 그 시선 끝을 왠지 모르게 쫓게 되었다. 하지만 유키의 눈은 어디도 향하지 않고, 아무 곳도 보고 있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는 없는 뭔가를 바라며 눈매를 좁히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걸려고 해도 그보다 먼저 눈치채일 때가 많아, 바로 평소처럼 미소를 지어 주지만, 반대로 그게 요시노의 마음을 꾹 죈다.
확실히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하고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요시노는 여친인 거다. 그런데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물론, 사귄다고 해서 뭐든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요시노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그렇다면, 함께 있을 때 뭔가를 떠올리는 듯한 기색은 보이지 말아줬으면 싶다. 그러면 요시노도 신경 쓸 일 없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보이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알고싶어져 버린다.
유키의 옆모습이 울고 있는 것처럼만 보이니까.
그냥 감이긴 하지만, 떠오르는 건 있다.
예전에 유키와 이야기하는 중 중학교때 야구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이유를 묻는 걸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분명, 그게 아닐까.
“하아~…….”
오늘, 몇 번째의 한숨인지. 예의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찌는 더위를 참지 못하고, 교복 옷깃을 당기고 책받침으로 바람을 보낸다. 미지근한 바람이지만, 없는 것 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요시노 양, 요시노 양 답지 않네……유키랑 무슨 일 있었어?”
1학기 종업식 뒷정리를 마치고, 지금은 장미관에서 유미와 둘이서 홍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요시노의 모습을 보던 유미가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유키와 사귀고 있는 건 다른 임원들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정면에서 물어보는 건 단 둘이 있을 때니, 즉 유미가 유키의 언니기 때문이겠지. 요시노도 그렇기에 약한 태도를 보여버렸을지도 모른다.
“음……특히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닌데……”
유키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마음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는데, 홀로 고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저기, 유미 양……유키 군, 중학교 때 야구 했었지?”
“응……투수 했었어.”
유미의 말끝이 흐리다.
침을 삼키고, 요시노는 입을 열었다.
“……팔꿈치, 망가진 거였나?”
“아니, 어깨 쪽.”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실이 눈앞에 보이면 역시나 충격은 크다.
말을 잃은 요시노를 보고, 유미는 눈을 크게 뜬다.
“――혹시나, 몰랐었, 어?”
“아……응, 미안해, 넘겨짚어 본 거야.”
고개를 숙인다.
“혹시 유키 군이 이걸 알게 돼도, 나한테 속아서 말했다고 하면 되니까.”
“그, 그런 소리 안해. 그렇구나, 당했네……그래도, 유키가 말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으니까, 괜찮아.”
“그래도, 멋대로 퍼트리는 건 기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후회된다.
자신이 알고 싶었다고 해서, 유미를 낚아서 이야기를 듣다니. 원래라면 자기 입으로 유키에게 물어야 하는 건데, 무서워서 그러질 못한 거다.
사실을 아는게 무서웠던 게 아니라, 혹시나 요시노가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면,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어쩌지 싶은게 무서웠던 거다. 자신이 유키의 여친으로서 신뢰받고 있지 않은 건가 싶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런 생각 또한, 자신이 유키를 끝까지 믿을 수 없다는 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침울해진다. 그야말로 부의 스파이럴이었다.
혼자서 침울해진 요시노를 보고, 정말 의외로 유미는 조용히 미소짓곤 말을 잇는다.
“……요시노 양, 괜찮아. 유키는 내 남동생이고, 요시노 양이 고른 남친이니까.”
요시노가 생각하고 있는 것 쯤이야 다 꿰뚫어 보는 건지. 친한 친구라는 건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법이다. 그래도 요시노는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 것처럼 느꼈다.
“어지간히 유키가 걱정인 거구나……그래도 괜찮아. 지금도 근육 트레이닝은 계속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전혀 못 던지는 건 아니야……단지 고교야구나 프로야구처럼 격렬한 투구가 계속되는 상황은 무리인 것 뿐이고.”
“그렇구나.”
전혀 던지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구제긴 하지만,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아니, 혹시 던질 수 있는 만큼 더 괴로운 걸지도 모른다. 전혀 던질 수 없다고 하면 완전히 체념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조금이라면 던질 수 있기에, 응어리진 마음이 남아서 유키가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요시노가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자,
“요시노 양이니까, 유키를 위해서 뭔가 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는 거지? 일단 하교시간이고, 뒷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안 갈래?”
그렇게 말하면서 유미는 비스켓 문 너머로 말을 걸었다.
“나나 쨩도 계속 서서 들으면 피곤하지?”
쿵!! 문 너머에서 큰 충격음이 들린다.
“유미 님……깨닫고 계셨으면서……너무해요…….”
천천히 문을 열곤, 모습을 보인 건 요시노의 여동생.
이마를 문지르면서 나나는 눈물맺힌 눈으로 유미를 치떠봤다.
“미안미안, 대신에 나나 쨩도 초대할테니까.”
“잠깐, 유미 양?!”
“괜찮잖아?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나 쨩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고, 그치?”
방 안에 들어온 나나를 보고 한쪽 눈을 감으며, 유미는 마음 속으로 중얼였다.
――그리고, 나나 쨩이 요시노 양이랑 보낼 【고교생활】도 그리 길지 않으니까――
――올해도 이 계절이 찾아와 버렸다――
메시지 1
1
고교 마지막 여름……요시노는 언제부턴가 유키가 때때로 보여주는 그늘진 표정을 깨닫곤, 그 시선 끝을 왠지 모르게 쫓게 되었다. 하지만 유키의 눈은 어디도 향하지 않고, 아무 곳도 보고 있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는 없는 뭔가를 바라며 눈매를 좁히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걸려고 해도 그보다 먼저 눈치채일 때가 많아, 바로 평소처럼 미소를 지어 주지만, 반대로 그게 요시노의 마음을 꾹 죈다.
확실히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하고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요시노는 여친인 거다. 그런데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물론, 사귄다고 해서 뭐든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요시노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그렇다면, 함께 있을 때 뭔가를 떠올리는 듯한 기색은 보이지 말아줬으면 싶다. 그러면 요시노도 신경 쓸 일 없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보이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알고싶어져 버린다.
유키의 옆모습이 울고 있는 것처럼만 보이니까.
그냥 감이긴 하지만, 떠오르는 건 있다.
예전에 유키와 이야기하는 중 중학교때 야구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이유를 묻는 걸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분명, 그게 아닐까.
“하아~…….”
오늘, 몇 번째의 한숨인지. 예의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찌는 더위를 참지 못하고, 교복 옷깃을 당기고 책받침으로 바람을 보낸다. 미지근한 바람이지만, 없는 것 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요시노 양, 요시노 양 답지 않네……유키랑 무슨 일 있었어?”
1학기 종업식 뒷정리를 마치고, 지금은 장미관에서 유미와 둘이서 홍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요시노의 모습을 보던 유미가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유키와 사귀고 있는 건 다른 임원들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정면에서 물어보는 건 단 둘이 있을 때니, 즉 유미가 유키의 언니기 때문이겠지. 요시노도 그렇기에 약한 태도를 보여버렸을지도 모른다.
“음……특히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닌데……”
유키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마음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는데, 홀로 고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저기, 유미 양……유키 군, 중학교 때 야구 했었지?”
“응……투수 했었어.”
유미의 말끝이 흐리다.
침을 삼키고, 요시노는 입을 열었다.
“……팔꿈치, 망가진 거였나?”
“아니, 어깨 쪽.”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실이 눈앞에 보이면 역시나 충격은 크다.
말을 잃은 요시노를 보고, 유미는 눈을 크게 뜬다.
“――혹시나, 몰랐었, 어?”
“아……응, 미안해, 넘겨짚어 본 거야.”
고개를 숙인다.
“혹시 유키 군이 이걸 알게 돼도, 나한테 속아서 말했다고 하면 되니까.”
“그, 그런 소리 안해. 그렇구나, 당했네……그래도, 유키가 말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으니까, 괜찮아.”
“그래도, 멋대로 퍼트리는 건 기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후회된다.
자신이 알고 싶었다고 해서, 유미를 낚아서 이야기를 듣다니. 원래라면 자기 입으로 유키에게 물어야 하는 건데, 무서워서 그러질 못한 거다.
사실을 아는게 무서웠던 게 아니라, 혹시나 요시노가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면,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어쩌지 싶은게 무서웠던 거다. 자신이 유키의 여친으로서 신뢰받고 있지 않은 건가 싶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런 생각 또한, 자신이 유키를 끝까지 믿을 수 없다는 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침울해진다. 그야말로 부의 스파이럴이었다.
혼자서 침울해진 요시노를 보고, 정말 의외로 유미는 조용히 미소짓곤 말을 잇는다.
“……요시노 양, 괜찮아. 유키는 내 남동생이고, 요시노 양이 고른 남친이니까.”
요시노가 생각하고 있는 것 쯤이야 다 꿰뚫어 보는 건지. 친한 친구라는 건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법이다. 그래도 요시노는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 것처럼 느꼈다.
“어지간히 유키가 걱정인 거구나……그래도 괜찮아. 지금도 근육 트레이닝은 계속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전혀 못 던지는 건 아니야……단지 고교야구나 프로야구처럼 격렬한 투구가 계속되는 상황은 무리인 것 뿐이고.”
“그렇구나.”
전혀 던지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구제긴 하지만,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아니, 혹시 던질 수 있는 만큼 더 괴로운 걸지도 모른다. 전혀 던질 수 없다고 하면 완전히 체념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조금이라면 던질 수 있기에, 응어리진 마음이 남아서 유키가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요시노가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자,
“요시노 양이니까, 유키를 위해서 뭔가 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는 거지? 일단 하교시간이고, 뒷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안 갈래?”
그렇게 말하면서 유미는 비스켓 문 너머로 말을 걸었다.
“나나 쨩도 계속 서서 들으면 피곤하지?”
쿵!! 문 너머에서 큰 충격음이 들린다.
“유미 님……깨닫고 계셨으면서……너무해요…….”
천천히 문을 열곤, 모습을 보인 건 요시노의 여동생.
이마를 문지르면서 나나는 눈물맺힌 눈으로 유미를 치떠봤다.
“미안미안, 대신에 나나 쨩도 초대할테니까.”
“잠깐, 유미 양?!”
“괜찮잖아?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나 쨩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고, 그치?”
방 안에 들어온 나나를 보고 한쪽 눈을 감으며, 유미는 마음 속으로 중얼였다.
――그리고, 나나 쨩이 요시노 양이랑 보낼 【고교생활】도 그리 길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