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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미 연애혁명

黄薔薇恋愛革命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 에필로그 ~


 신문부의 부실 안에 키보드를 누르는 율동적인 소리가 울리고 있다.
 앞머리가 눈에 걸리지 않도록 핀으로 머리를 꽉 붙잡은 스타일로 마미는 워드 프로세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원축제 기사는 대체로 호평이어서 제법 부수도 많이 나갔다. 다음 호를 향한 기사도 순조로우니 참 경사스런 일이다.
“슬럼프는 탈출한 모양이네, 마미.”
 한숨을 돌리고 있자 미나코 언니가 부실에 찾아왔다.
 그쪽을 돌아보려 하는 마미의 어깨를 누르고, 갑자기 주무르기 시작한다.
“앗…….”
 기분이 좋아서 무심코 표현하기 힘든 소리와 한숨이 새어나온다.
“제법 굳어있네. 마미.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무리는 하지 말도록 해.”
“언니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어요.”
“어머머, 아주 멀쩡해진 모양이네. 얼마 전까지는 완전히 울상이었는데.”
“어, 언니!”
 무심코 크게 소리쳐 버렸다.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기야 하겠지만, 혹시나 누구든 부원이 듣기라도 했다간 마미의 이미지가 망가져 버린다.
 언니는 웃으면서 마미의 앞에 앉는다.
“뭐어, 괜찮잖아. 가끔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소중해.”
“언니는 조금 감정을 드러내는 걸 억눌러 주세요.”
“예ー. 그래도 마미, 정말로 좋은 표정 짓고 있어. 마치 사랑하는 아가씨처럼.”
“차, 차암! 방해할 거면 나가 주세요, 언니!”
“아하하, 미안해. 그럼, 힘내.”
 한눈을 찡긋하면서 언니는 부실을 나갔다. 정말, 대체 뭘 하러 온 걸까. 대충 쓸쓸한 탓에 마미가 상대해줬으면 싶어서 온 거겠지만.
 맥이 빠진 마미는 워드프로세서에서 손을 떼어놓고 별생각 없이 볼을 괴며 옆을 바라봤다.
 얼굴을 향한 곳에는 어떤 부원이 놓아둔 자그마한 거울이 전등 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었다.
 손을 뻗어 거울을 잡아 자신의 얼굴을 살펴본다.
 비어있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본다.

 ―――가끔은 머리 모양을 바꿔 볼까.



 장비관에 향하는 길에 유키는 최근 며칠간 수없이 들었던 불평을 다시금 듣고 있었다.
“차암, 정말로 믿을 수 없어. 그런 걸 말하다니.”
“이제 알았다고 했잖아.”
 옆에서 걷는 유미가 입을 빼쭉이고 있다.
 여러 일이 있었던 릴리안 학원 축제도 무사하게 끝나, 오늘은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으로서 최후의 인사로 다시금 릴리안에 찾아왔다.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사랑 고백 씬이잖아?! 좀 한심하다니까.”
“시끄러워, 멋대로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잖아. 애초에 아직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고백같은 걸 할 리 없잖아.”
“그런 거 아니야, 사랑에 시간은 관계 없어.”
“자기도 경험 없는 주제에 잘난 척은.”
“그, 그래도 그 상황에서 아무리 그래도 ‘친구’는 너무하다니까.”
 유미가 끈질기게 들러붙는다.
 확실히 자신이 유미가 말하는 것도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감이 있다는 걸 유키는 깨닫고 있다.
 하지만 유키는 왜 그 상황에서 그렇게나 긴장된 분위기가 만들어진 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요시노 양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분명하고, 싸움의 원인이 된 오해를 풀고 친구가 되고 싶어서 간 걸 텐데.
“……역시, 갑자기 고백이라니 비약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치만 유키, 요시노 양을 좋아하잖아?”
“에, 잠깐 기다려. 왜 갑자기 그렇게 되는 거야? 그거야 뭐, 귀엽고, 싫어할 리 없지만.”
“그치만 유키, 요시노 양의 사진 가지고 있었잖아. 교복에 넣어서.”
“에, 뭐, 뭐를……잠깐, 아! 유미, 너”
 거기서 유키는 학원축제 준비 전에 좋아하는 애가 있는지 유미가 물어봤던 적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딱 요시노 양과 사진의 일로 엇갈리기 직전이었을 건데.
“그래서 그런 걸 물어봤던 건가…….”
“여자애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다르게 생각할 수 없잖아.”
“아니, 그건……뭐어, 됐어. 오히려 다른 사진을 못 본 게 ​다​행​이​었​을​지​도​…​…​.​”​
“에, 뭐, 그거 말고도 사진 가지고 있었어?! 아, 혹시나 카시와기 씨의 사진? 차암, 유키. 너 설마?!”
“아니야! 제대로 여자애의 사진……을”
 무심코 말실수를 해 버렸다.
 옆에 있는 유미가 뱀 같은 눈으로 유키를 노려보고 있었다. 식은땀이 등 뒤를 미끄러져 떨어진다.
“뭐야, 너 그것 말고도 사진 가지고 있었어? 산백합회의 임원? 유키 너 그런 애였어? 대체 누구 거, 아, 설마 언니라거나!”
“그런게 아니라, 그게, 그거야. 아아, 저기, 아, 봐. 레이 님하고 요시노 양이 저쪽에.”
“유키, 말돌리지 마!”
 언니의 추궁에서 달아나기 위해 유키는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이 있는 쪽을 향했다.



 가을도 깊어져서 슬슬 추워져 왔다.
 그런 가을바람을 가르듯이 요시노는 레이 쨩과 나란히 걷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굉장히 거북해서, 레이 쨩의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시 옛날과 같은 친한 사이로 돌아갔다.
“빠르네, 눈 깜짝할 새에 학원 축제가 끝나고, 오늘로 며칠 째고.”
“그러게. 뭔가 여러 일이 있었고.”
“정말로, 여러 일이 있었지.”
 거기서 레이 쨩과 얼굴을 마주 보며 함께 웃었다.
 지금은 이렇게 함께 웃을 수 있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지금쯤 함께 있지조차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레이 쨩, 소녀가 되었네.”
“너무하네, 난 원래 소녀야. 그렇지만, 요시노도 남의 일이 아니잖아.”
“시, 시끄러워, 차암.”
 요시노가 뺨을 뾰루퉁 부풀린다.

 그날 장미관에서 유키 군에게 터무니없는 ‘고백’을 받은 뒤, 그때까지 요시노의 속을 채우고 있던 ‘고백’의 결과와 너무 차이가 나는 탓에 얼이 빠졌다고 할까, 자신이 지나치게 고민했던 게 바보 같아졌다고 할까. 그건 레이 쨩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라, 유키 군의 ‘고백’의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쪽으로 굴러갔다.
 요는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 것뿐.
 과연 유미 양의 남동생이라고 할까.
 그 뒤에는 학원 축제까지 어수선한 나날이 지나가, 학원 축제의 후야제 때 간신히 레이 쨩과 제대로 이야기 할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거기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산백합회의 무대에서 무심코 유키 군의 옷자락을 밟아 버렸던 것도 레이 쨩에게 자백했다. 레이 쨩은 웃었다.
 불가능 까진 아니었겠지만, 후야제 시간만으로 이야기를 마치는 건 힘들어서 집에 돌아간 뒤에도 레이 쨩 방에서 하루 밤 묵으며 이야기를 했다.
 레이 쨩과는 지금까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야기해 왔었지만, 이때까지는 전혀 한 적 없는 이야기도 했다.

 요시노의 마음.

 레이 쨩의 마음.

 잊을 수 없는 시간과 이야기.


“……혹시, 요시노와 레이 쨩, 라이벌이 될지도.”
“후후, 그렇네. 아, 그래도 마미 쨩도 그렇게 될 지도 몰라.”
“에, 마미 양이?! 뭐야 그거, 처음 들었어.”
“에ー, 그게 말이야…….”


“……그런데, 유키 군도 너무하다고 생각 안해?”
“역시나 유미 쨩의 남동생이라고 할까. 두려울 정도야.”
“레이 쨩을 함락시킬 정도니까.”
“아, 아직 함락된 건 아니잖아.”
“아, 레이 쨩 얼굴 빨개졌어!”


“……요시노와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
“응.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해. 안 그랬으면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거야.”
“그래, 그렇지…….”


 별 것 아닌 이야기도 했고, 진지한 이야기도 했다.
 학교에 대해, 과거에 대해, 친구에 대해, 서로에 대해, 장래에 대해, 그리고……연애에 대해.
“그러고 보면 오늘, 유키 군이 오는 날이었구나.”
“아, 그런가.”
 확실히 그런 예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레이 쨩은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럼, 혹시나 마미 쨩이 취재하러 올지도.”
 요시노도 웃으며 대답한다.
“분명 올 거야. 거기서 ​이​러​쿵​저​러​쿵​하​면​서​도​,​ 츠타코 양도 사진을 찍으러 올 걸.”
 듣고 레이 쨩도 웃었다.
 일단, 요시노와 레이 쨩의 의견은 최종적으로 일치했다.

‘유키 군은 타고난 마성의 남자다.’라는데.

“……어라, 유키 군이다.”
 발걸음을 멈춘 레이 쨩이 오른쪽을 보고 있다. 요시노도 눈길을 따라 옮기자, 확실히 교복을 입은 남자애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유미 양에게 뭔가를 추궁당해서 도망쳐 오는 듯한 모습인데, 사이가 좋다고 해야 할까.
 요시노와 레이 쨩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동시에 웃었다.

 이윽고, 유키 군이 요시노와 레이 쨩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까지 찾아왔다.
“레이 씨, 요시노 양, 안녕하세요. 그게…….”
 거기서 뭔가를 말하려고 한 유키 군이었지만, 그걸 가로막듯 요시노와 레이 쨩은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유키 군, ​바​보​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유키 군과 유미 양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다.

 요시노와 레이 쨩은 웃으면서 달려나갔다.


 달리는 동안, 유키 군을 향해서 “메롱”하고 혀를 내미는 걸 잊지 않고.





~ 황장미 연애혁명 ~



~ ‘황장미 연애 광상곡’, 머지않아 개막(하는 건가)?! ~
~ 추신 ~
 우선 마지막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키의 러브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던 분들께는 면목없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과 결말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대로입니다.
 이번에 쓰고 싶었던 건 “황장미”의 “연애혁명”이라는 걸로, 요시노,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이쨩을 그 스테이지에 올리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왔던 두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서로 간의 거리나 마음이 조금씩 엇갈리는 것 같은 느낌을.
 하지만 완전히 써내지 못한 건 제가 무른 탓일까요. 그래도 이번의 마무리는 아직 갓 시작한 상태로, 이 뒤에 어떻게 될지는 두 사람 나름이겠지요.
 마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좀 더 얽혀서 후쿠자와 가(家)에서 요시노와 맞부딪치는 전개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전개로 끌고 가는 게 어려운 것과, 그렇게 하면 레이 쨩이 얽히게 하는 게 힘든 것 때문에 그만뒀습니다.

 아쉽다는 등 여러분의 생각이 여러 가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은 이걸로 완결입니다.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역자의 말 :
 아아……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마미가 깍두기가 된게 좀 안쓰럽긴 하지만, ‘황장미’ 연애혁명이니까요. 어쩔 수 없죠.
 아 참, 본문 중 황장미 연애 광상곡 부분은 원래 흰색으로 쓰여 있었는데, 어차피 본가에서 정말로 황장미 연애 광상곡이 올라왔으니 가릴 것도 없어 보여서 그대로 썼습니다. (사실은 삼천세계에서 색글이 안되죠.)
 사실 번역을 마친 건 15분쯤 전이지만, 이전 화를 올릴 때 ‘내일’ 뵙겠다고 해서 15분 기다려서 올렸습니다.

 자, 그럼 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2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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