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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무구전기


"흐음, 반도인 화령귀마火領鬼魔를 잡으러 나왔는데 뭔가 재밋는 광경을 보게 되었네."
칠흑보다도 어두운듯한 흑색의 장포를 걸친 아직 약관정도로 보이는 청년은 숲 한쪽 구석에 있는 나무에 앉은채 숲안에서 일렁이고 있는 불기둥을 바라보았다.
화령귀마가 신교 상층부 몰래 익혔다는 상고시대의 무공인 구유화령공에 대한 위협에 의해 본래라면 척살대에서 처리해야할 일을 맡게 되어 신강에서 흑룡강성까지 오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청년이었으나 지금 보이는 광경으로 인해 안좋던 기분이 대부분 날아가 버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말이다.
"설마 구유화령공이 저런식으로 밀릴 줄은 꿈에도 몰랐군."
청년은 구유화령공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사부에게서 들은 상고 시대의 무공 중 하나로 서열 300위권인 화령귀마가 무려 신교 서열 100위 내에 있는 고수 두명을 태워죽일 수 있게 해준 무공이였다. 그 위력이 절대 약하다고 할 수없는 무공이었으나 지금 자신의 사부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에게 사정없이 당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구유화령공의 화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다니. 굉장하구나 저사람... 설마 사부급은 아니겠지?"
청년은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당하고 있는 화령귀마를 보면서 살짝 우려를 내비쳤다.

 

화령귀마 2화


"커헉-"
노인의 목을 틀어쥔 시현은 그대로 근처에 있는 고목을 향해 노인을 집어 던졌다. 던져진 노인은 그대로 두어개의 고목을 부러뜨린채 바닥을 내뒹굴었다.
"구유화령공. 확실히 좋은 무공이야. 애초에 천마조사의 최측근인 염마의 독문무공이었으니까 말이야. 상고시대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뛰어난 화공이기도 하고. 그게 진체라면 말이지-"
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일어난 노인이 도깨비불을 던졌으나 시현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않게 터트려버리며 노인을 향해 다가갔다.
"구유화령공은 말이지, 죽인이의 사기만 갈취해서 자신의 화령에 더하는 그런 저급한 무공이 아니란 말이지. 자신이 죽인이의 의념을 화령에 담아 그걸 귀화에 담는거다. 그런것도 모르는 녀석이 뭐? 진짜라고. 웃기는 군"
"이... 이몸 화령귀마 율찬이 이런 취급을 당할줄이야."
노인, 전 신교 서열 336위 화령귀마 율찬은 입가에 내상의 증거인 죽은피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 이 내가 얻은 구유화령공이!"
"그러니까 그건 구유 화령공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시현은 그리 말하며 발을 율찬의 몸 아래 넣고 위로 올려찼다. 위로 날려진 율찬은 재빨리 양손에서 맹렬한 화염을 발해 시현을 공격함과 함께 시현이 원래 날리려던것 보다 더 높게 날아올랐다.
"잔재주를-"
지근거리에서 귀마화염주도 통하지 않았건만 이러한 잔재주와도 같은 공격이 통할리가 없었다. 시현은 그의 잔재주와도 같은 공격에 인상을 찌푸리며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율찬과 가까워진 시현은 그의 목에 발을 걸고서 그대로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쿵-
마치 빈통이 울리는듯한 소리가 나무에서 부터 울려퍼졌다. 율찬은 나무를 잡으며 시현의 공격에서부터 벗어나려 했으나 시현은 도리어 그걸 이용해 목의 건 발로 율찬의 기도를 압박하고 뇌를 뒤흔들었다.
일순간 호흡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진 율찬은 나무를 잡고 있던 오른손의 힘이 절로 빠져나가며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머리부터 떨어져 내려 목이 꺾이려는 찰나 시현은 다리쪽을 강하게 차, 다리가 먼저 떨어지도록 했다. 그냥 떨어지게해서 율찬을 죽이는 것도 괜찮았으나 물어볼것이 있었기에 죽게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멀쩡하게 할 필요도 없었지만
"끄아아악!!"
시현의 발차기로 인해 다리부터 착지하게 된 율찬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잊기 위해 등뒤의 나무를 향해 상반신을 부딪혔다. 다리가 꺾이고 부러져 뼈가 완전히 드러나다 못해 신경까지 갈기갈기 찢겨진 상황. 제아무리 고수라 하나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이상 이러한 상처의 고통을 버틸 수 있을리가 없었다.
시현은 그렇게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는 율찬의 상반신을 발로 차 누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제 질문을 좀 해볼까나-"
"사... 사람을 이리 만들어 놓고 끄악!"
"먼저 공격한건 그쪽이잖아?"
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발에 힘을 주었다. 시현의 무지막지한 다리힘 탓일까? 율찬의 어깨는 조금씩 으스러져가고 있었다.
"구유화령공은 누구에게... 아니 대체 어디서 얻은거지?"
시현은 처음에 누구에게서 받은것이냐고 물으려 했다가 이내 말을 바꾸었다. 아까전의 반응으로 보아 누군가에게 직접 건네받거나 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 그걸 말할... 크악!"
"사, 삼촌!"
어느새 쫓아온 걸까? 성진은 아까 자신들을 공격한 노인의 어께를 밟고 있는 시현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성진의 반응에 시현은 아무렀지도 않은 표정으로 태연하게 성진에게 말했다.
"잠깐 기다리거라 성진아. 볼일 곧 끝나니까."
시현이 발에 좀더 힘을 주자 율찬은 고통을 이기지 못한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마... 말하겠네!"
"진작 말했으면 좋잖아. 그래, 그걸 발견한건 어디야?"
"신교의 ​지​급​무​서​고​에​.​.​.​"​
스걱-
무언가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율찬이 몸을 기대고 있던 나무가 잘려 쓰러졌다. 그리고 잠시 후, 율찬의 눈에 생기가 사라지며 이내 그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죄송합니다만 그 이후부턴 신교 내부사정인듯해서 부득이하게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네요."
어느새 ​나​타​난​것​일​까​?​갑​작​스​럽​게​ 나타나 율찬의 목을 베어버린 청년은 이 밤의 어둠속에서도 확연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칠흑의 장포를 흩날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 성진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청년의 모습에 놀라 당황하고 있었고 시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단지 눈가만 살짝 찌푸리며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랬어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 해도 신교의 정보가 새는건 소교주로서 탐탁치 않은 일이거든요"
​"​소​교​주​인​라​.​.​.​"​
청년의 말에 시현은 10년전 설산에서 싸운 한 여인을 떠올렸다. 그녀도 분명 신교의 소교주라고 말했었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의 교주는 현영인가? 10년만에 교주라니 대단하네"
"사부를 아십니까?"
"사부인가, 확실히 천마신공 진체를 얻은건 그녀 뿐이니 그걸 잇고 있는 네가 그녀의 제자인건 확실하겠네"
"그... 그걸 어떻게?"
"그건 나중에 네 사부에게 물어보거라. 그보다 너 이름이 어떻게 되지?"
시현의 말에 청년은 은은한 패기를 흘리며 시현을 향해 포권을 했다.
"천마신교 소교주 은성銀星이라고 합니다. 일단 예는 표하지만 당신은 제게 하대를 할 자격이 있습니까?"
흘러나오는 패기의 정체는 3성의 천마신공에서 발해지는 무형지기. 3성임에도 불구하고 천마신공에서 발해지는 무형지기의 압력은 왠만한 중견고수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현은 그 무형지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면서 은성을 향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장난은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고 나서해라-"
시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성은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무시무시한 압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은성은 천마신공을 운용하며 그압력에 맞섰으나 이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바닥에 닿게 하고 말았다.
은성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자신의 자존심이 아니었다. 그보다 자신의 자존심은 어찌됐든 좋았다. 그런 자존심이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테니까- 그보다 상처입은 자존심은 천마신교의 소교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천마신교의 소교주로서 정체도 알수 없는 이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는 노릇이건만 지금 눈 앞의 사내는 그런 소교주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은성은 재빠리 천마군림보를 밟으며 시현의 뒤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지극히 쾌속하고도 은밀한 움직임. 그리고 그렇게 뒤를 잡았다 생각한 순간 은성은 자신의 눈앞에서 시현의 모습이 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천마신공은 3성에서 4성정도인데 천마군림보는 7성가량인가. 보법하난 천재적이군."
은성이 눈치채지 못할정도의 은밀함과 빠름으로 그의 뒤를 잡은 시현은 다시한번 은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사방팔방으로 무수한 수의 비침이 시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시현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침들을 몸을 회전시켜 튕겨냈다. 그리고 그사이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뛰어들면서 은성을 데리고 뛰기 시작했다. 은성은 자신은고 뛰는 사내의 복장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대는..."
"전원, 그의 발을 잡아라! 단 한순간이라도 좋다!"
"그 한순간도 힘들지 않아?"
어느샌가 앞질러 그를 가로막고있는 시현의 모습을 보며 사내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시현을 향해 말했다.
"오랜만이구려. 10년 만인것 같소만"
"뭐 그쯤이려나.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천마수호위를 보는것도. 설마 댁이 아직도 대주를 하고 있을줄은 몰랐지만."
시현은 나름 친근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10년하고 조금 더 된 일이지만 시현은 사내를 몇번이고 만난 일이 있었다. 물론 좋게 만난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나름 인연이기에 시현은 그를 반기며 말했다.
"정말 오랜만이오. 천마수호위 대주 갈위천"
원로원의 장로들과 부교주, 그리고 마가의 가주들과 마교 팔대각의 각주들외에 가장 강한 고수- 천마수호위 대주 갈위천이 사내의 정체였다. 뭐 그렇다 해도 갈위천은 눈앞에 있는 시운에게 객기를 부릴 생각은 없었다.
"간만에 얼굴을 본 정으로 보내주지 않을텐가?"
"뭐, 그건 상관없으려나. 그래도 현영의 제자에게 가르침 정도는 주고 싶은데..."
"교주님 존함을 함부로 부르지 말게나. 자네와 교주님은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네"
"아, 그건 그런가. 그래도..."
위천의 말에 수긍하던 시현은 이내 무지막지한 기세를 발하며 주위에 있는 모두에게 압박을 가했다. 내공이 없기에 무형지기를 사용할 수 없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시현이 발하는 기세는 천마수호위 전원에게 내상을 입힐정도의 압박을 주고 있었다.
"댁이 나한테 그런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크으으으으-"
털썩, 털썩-
"수, 숙부! 갑자기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르는 사람들을 보며 놀라 외치는 조카의 말에 다급히 기세를 거두었다.
"아, 조금 흥분했군."
"우엑-"
"대주!"
갈위천의 옆구리에 들려있던 은성은 갑작스럽게 갈 위천이 울혈을 토해내자 놀라며 외쳤다. 울혈을 토하는 갈위천을 보며 시현은 씁쓸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있지만 이것만큼은 알아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저는 현영을 소중히 생각했단걸."
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난감해하고 있는 조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현영은... 잘 있습니까?"
"사부님은, 현재 무척이나 바쁘게 지내고 계십니다."
"현영이 답네..."
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조카인 성진과 함께 숲을 빠져나갔다. 천마신교의 소교주 은성과 그의 호위들을 숲에 두고서-
쓰다가보니 원래 쓰려던거랑 좀 많이 바뀐듯한...
본래라면 성진과 은성의 대면이라던가 있었을텐데... 쓰다보니 사라져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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