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에필로그
"돌아가시는 겁니까."
[아아. 원래는 하루만에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일주일이나 지나버렸으니까.]
루퍼스를 쓰러트린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열쇠'는 다시 브류나크가 7개로 쪼개어 봉인했고, 나머지 일행들은 전부 마을로 내려와 다친 몸을 치료했다.
'기계'때와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들은 느닷없이 찾아온 4명의 인간들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치료할 틈도 없이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시달렸지만, 그 보람은 있었다.
'기계'와는 달리 사성수의 네 사람은 살아있는 '인간'. 그렇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보내주는 약초와 붕대들이 상처를 낫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결국 상처 자체는 3일만에 치료되었지만, 그 뒤로 4일이나 더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버렸다.
"솔직히 이쪽의 억지에 어울려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 가끔은 좋잖나. 그런 일이 있었다. 몇일 정돈 자기가 암살자라는 걸 잊고 쉬어도 문제겠지.]
세계가 멸망할 뻔했다.
결국, 그런 거창한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실감도 나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괜히 마을을 소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다는 쪽으로 전원이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사성수는 '바깥에서 찾아온 인간 손님'으로서 대접받았다. 사실은 상처만 치료하고 복귀할 수도 있었을 것을, 백호가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듣고 조금 더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로 4일 동안, 4성수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 그들에게는 돌아가야할 곳이 있다.
[그렇지만, 괜찮은거냐 너는.]
"… 한쪽으로도 시력에는 문제없으니까요. 팔도 적당히 의수를 만들면 됩니다."
그 마지막 싸움 속에서.
제노사이드를 꽂아넣은 팔이 루퍼스의 소멸에 휘말려 사라졌고, 지나치게 과열되어 녹아내린 왼쪽 눈도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은 그 사라져버린 눈이 있던 자리를 붕대로 감고 숨기고 있는 중이다.
대량의 페이탈 프라이멀 입자와, 거기에 지지않을만큼 대량의 안티 페이탈 프라이멀 입자가 충돌한 결과 생겨난 물질과 반물질의 소멸 현상. 그것에 휘말렸으면서도 직접 닿은 부분인 오른팔만이 사라지고 끝난 것은 일종의 기적에 가까웠다.
오른팔을 잃어버리고, 블랙크로스도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 오버 클럭의 대가까지 돌아왔다.
지금의 그가 가진 힘은, 원래의 30% 이하.
'기계'는 더이상 예전과 같은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자동 회복 시스템이 있는 이상, 다른 상처들은 낫겠지만 눈과 팔, 그리고 떨어진 스펙은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
[연방으로 돌아가면 그 팔도 눈도, 그리고 몸도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는데?]
"… 그렇게 되면 저희들은 적입니다만."
[하긴, 그렇겠군.]
처음에는 적이었고.
그 뒤에도 적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동료'였고.
지금은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만큼 기묘한 관계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적어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전 연방의 입장에서도 이레귤러니까요. 돌아갔다가 머리를 만져지거나 하는 건 사양입니다."
[놈들 입장에선 군침나오는 샘플일테니까 말이지… 알았다. 네가 그걸로 좋다면 좋은 거겠지.]
작별 인사… 같은 것을 따로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친구가 됐다고 해도, 이제와서 그런 것을 하는 것도 웃기다는 백호의 주장 때문이다.
백호는 몸을 돌리고, 나머지 사성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참, 그리고 잊을 뻔했군.]
"……?"
[그때 네가 부탁했던 것 말이다.]
"… 가버렸군."
"가버렸네요."
"… 네에, 갔습니다."
사성수들이 마을에서 떠나고.
그것을 전송했던 마을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것은, 라이네스와 디아나. 그리고 '기계' 뿐이었다.
"하지만 너… 괜찮은건가. 그에게 듣기론 고향이 있다고─"
"라이네스 씨는, 제가 없는 쪽이 좋으신 겁니까?"
"…! 무슨 바보같은 소릴. 그렇게 묻다니 비겁하잖나!"
한순간 화악하고 얼굴이 붉어졌던 라이네스는 그렇게 소리쳤다.
"그야, 나로서는 있는 쪽이 훨씬 좋지만, 그래도…"
"걱정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저는 이걸로 좋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기계는 앞으로 걸어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눈도, 이 팔도. 제가 '감정'을 가지고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가장 큰 증거. 고칠 수 없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어요."
"… 그런가."
라이네스는 안도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라이네스 씨도 남아있는 쪽이 좋으면서."
"… 남말할 처지가 아닐텐데. 그렇게 말하면 너도─"
"네엡! 저는 돌아가지 않고 옆에 있어주는 쪽이 천배 정도 좋습니다아!"
"그렇게 딱 잘라서 단언하다니?!"
… 아아, 또 시작했다. 시시한 말싸움이.
하지만, 그것은 그걸로 좋다. 저것을 듣고 있으면, 기분 좋은 따뜻함이 가슴 속에서 느껴지니까.
기계는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진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라이네스 씨, 디아나 씨."
두 사람이 말다툼을 멈추고,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몸을 뒤로 돌리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저는 기계고,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단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제멋대로고, 감정이라는 걸 갖고 있는 주제에 몇개인가 잃어버린 감정들도 있습니다. 가끔 그 '감정'에 따른답시고 스스로도 이해못할 일을 해버리기도 하고, 자각도 없이 두 사람에게 심한 말이나 행동을 해버릴지도 모릅니다. 팔을 잃어버리고, 눈을 잃어버려 보기 흉할지도 모릅니다. 예전처럼 잘 싸울수도 없게 됐고, 오히려 방해를 해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리고, 말했다.
"그런데도, 말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세요. 함께 있어주세요. 혼자 두지 말아주세요. 이 '감정'을, 두번 다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부탁'.
그에, 두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실로 당연하다는 것처럼, 이렇게 대답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는 것처럼.
" "언제까지라도 함께. 이 마을에서, 이곳에서. 우리들과 같이 살아줘/주세요." "
기억을 되찾으면서 날아가버린 몇개의 감정들.
그것들을 되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괜찮지 않을까.
이 상냥한 두 사람과 함께,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즐거운 일을 하거나.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감정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근거도 무엇도 없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은, 실로 우연.
그것도, 악의로 가득찬 괴물의 조작으로 탄생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건가.
자신은 지금, 틀림없이 '감정'을 가지고 이곳에 있다.
그 사실이 존재하는 한, 감정이 생기게 된 원인같은 시시한 문제는 아무래도 좋아졌다.
기계는 몸을 뒤로 돌리고.
두 사람을 향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웃어보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