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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렐!

ぱられる!


원작 |

역자 | 淸風

패럴렐 8 ‘솔직해질 수 없어’


 여름방학이 시작되어서, 어젯밤은 굉장히 늦게까지 깨어 있었다. 일어나는 시간을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건 멋져서, 걱정 없이 푹 숙면할 수 있다. 물론 매일마다 이리 절제없이 보내면 안되겠지만, 한동안은 괜찮겠지.
“유키―――!, ​일​어​나​―​―​―​!​!​!​”​
“으와아아앗?!”
 갑자기 들린 큰 소리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유키, 여름방학이라고 계속 자지 말라니까! 빨리 일어나!”
 눈을 떠서 확인할 것도 없이, 요시노다. 그보다, 너무 졸려서 눈이 뜨이질 않는다.
 그런 유키를 보고 요시노는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먹인다.
 크게 소리치면서 고양이펀치를 몸에 먹여댄대. 요시노의 팔이 갸냘픈 걸 생각하면 위력은 별로 없지만, 명치 같은 곳을 정확히 때려서 꽤 아프다.
 유키는 타월이불로 몸을 감싸곤 등을 돌렸다. 여름이라 덥긴 하지만, 일부 타월이불로 숨겨야만 하는 곳이 있는 거다.
“학교가 없어도, 제대로 생활하는 건 기본이니까!”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기다려 줘.”
 여기서 더 버텨봐야 좋을 꼴 못 본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 잠기운을 참으며 대답한다. 손으로 더듬더듬 시계를 잡아, 눈앞까지 가져온 뒤 오른 눈을 필사적으로 떠서 바늘을 바라본다. 한동안 뿌옜던 시야가 약간 깨끗해진 뒤에 바늘 위치를 뇌에 전해준다.
“………….”
“왜 그래, 유키?”
“…………뭔, 아직 7시잖아――?!”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침대 위에서 몸부림친다.
 이 시간이면 거의 학교 다닐때나 마찬가지다. 여름 방학이 대체 왜 있는데.
“7시 15분이야. 아침에 늦잠 자려고 여름방학이 있는게 아니잖아.”
 아무래도 유키의 서슬에 놀랐는지, 약간 쫀 톤으로 말하는 요시노.
“그래도, 좀 더 자게 둬 줘~.”
“으, 응석부린 소리로 말해도 안돼.”
 손으로 눈을 비벼, 간신히 제대로 눈을 뜨자 팔짱을 끼고 버텨선 요시노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랑 같은 땋은 머리에, 원피스 풍의 조금 기장이 긴 탱크톱, 가는 크롭트 팬츠를 맞춰 입은, 여름다운 모습. 드러나 보이는 목덜미나 팔에 눈이 가지만, 이런 것들도 몇 년이나 봐 온 거다. 요철도 없어서 익숙해져 있다.
“애초에, 학교도 없는데 왜 깨우러 온 거야. 작년까지는 그런 적 없잖아.”
“그, 그랬나?”
 놀러 올 예정이 있는 날 같을 때는 깨우러 올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약속이라곤 전혀 없다. 덧붙여서 알바도 없다. 그래서 밤을 샌건데.
“그, 그거야, 봐, 선선한 오전중에 숙제를 마쳐 둔다거나.”
 검지를 세우곤, 멀쩡해 보이는 소릴 한다.
“……요시노, 혹시나 그냥 깨우러만 온 거야?”
“뭐?! 그, 그그그그그그럴 리 없잖아?!”
 말을 더듬으며 얼굴이 새빨개진 요시노. 확실히 적중이란 느낌이었다. 그렇게나 유키의 숙면을 방해하는 게 즐거운 건가.
“아, 아, 아니야, 대체 왜 내가……아, 맞아맞아, 그, 다들 바다에 가자는 이야기 했었잖아. 그 계획을 짤까 싶어서.”
“그런 거, 오후부터 해도 별 상관 없잖아.”
“괜찮아, 내가 아침부터 하고 싶었는걸! 뭐야, 상관 없잖아 딱히!”
“뭐야, 그렇게 가고 싶은 거냐.”
“당연히 가고 싶어. 뭐야, 유키는 나랑 같이 안 가고 싶기라도 한 거니?”
 그렇게, 새벽부터 영문을 알 수 없는 입씨름을 하는 중에 어느새 왔는지 어머니가 복도에서 말을 꺼냈다.
“잠깐, 유키, 요시노 쨩, 아침 일찍부터 큰 소리로 그런 건……여름방학 첫 날이라고 그런, 뭐, 젊으니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한숨 섞인 목소리.
 저도 모르게 요시노와 얼굴을 마주본다.
 한순간 뒤, 어머니가 무슨 소릴 한 건지 이해하곤, 유키는 한순간에 열이 올랐다. 아니 여름이니까 계속 덥긴 했지만, 다른 의미로. 어머니도 진심으로 한 소린 아닌 모양이지만, 터무니없이 부끄럽게 들릴만한 이야기를 했던 건아닌가 생각해 버린다.
“잠깐 유키, 무슨 일이야? 아주머니, 무슨 소릴 하고 싶었어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요시노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런 식으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름은 덥다. 그건 당연한 거다. 특히 요즘은 폭염이 한창이라, 오전중이라면 선선하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아침을 먹고, 일단 거실 소파에서 빈둥빈둥 보내면서 일본 특유의 다습해서 짜증나는 더위를 견디고 있다. TV에선 학교에 다니는 동안엔 못 봤던 방송이, 연예인의 스캔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덥네―.”
 부채로 미지근한 바람을 보낸다.
“칠칠맞기는, 여름은 더우니까 좋은 거잖아.”
“더운 건 싫어. 에어컨 켜줘―.”
“안돼, 계속 에어컨을 켰다간 몸에 나쁘고, 지구에도 나빠. 나, 에어컨 별로 안 좋아하고.”
“그건 알지만―, 그래도, 대체 왜 네가 당연한 듯이 있는 거야.”
“응?”
 건너편 소파에서 완전 제집같은 분위기로 잡지를 읽으며, 보리차같은 걸 마시고 있는 요시노. 아침에 노도의 기세로 유키를 깨우러 오곤 계속 눌러앉아 있는 거다.
“별 상관 없잖아. 뭐야, 시시한 거 신경 쓰지 마. 남자잖아.”
“그래 그래, 요시노 쨩과 레이 쨩은 벌써 우리 딸이나 마찬가지니까, 사양 안 해도 된단다.”
 세탁 바구니를 들고 와선 싱글벙글 웃으며 요시노를 편드는 어머니. 그래, 요시노와 레이랑은 이런 세탁물을 보이는 정도론 별 상관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돼서 집 안에서 둘이서 퍼져 있어도 불만 같은 들을 리 없고, 오히려 아버지는 기뻐할 정도다. 덤으로 남의 집에서 태연히 퍼져 있는 건 요시노고, 레이는 그런 태도는 보이지 않지만.
“오늘은, 레이 쨩은 안 오니?”
“여름방학 첫날이니까 연습이에요. 이제 3학년이니까 수험공부에 집중하면 될 텐데, 성실하다니까.”
“후후, 레이 쨩 답구나.”
 온화히 대화하는 어머니와 요시노를, 부채를 습관적으로 움직이며 바라본다.
 그 뒤에 세탁물을 너는 걸 돕겠다 나선 요시노가 유키의 팬티를 펼치곤 얼굴을 붉히거나, 점심 준비를 돕던 요시노가 소면을 개수대에 떨어뜨리거나, 점심 TV 방송을 보면서 셋이서 소면을 홀짝이거나 하며, 오전이 지나간다.
 배도 차서 천천히 졸음이 찾아와, 여기서 한 번 낮잠이라도 잘까 하고 소파에 뻗었을 때, 왠지 요시노가 몸을 두드렸다.
“뭐 하는 거야. 모처럼 사람이 의미있는 한 때를 보내려고 하는데.”
“의미가 어딨어. 그냥 잘 뿐이잖아. 그런 거 의미 없어. 그보다 자, 빨리 준비하고 쇼핑하러 가자.”
“쇼핑? 이 더위에서?”
 밖을 보자, 햇님은 번쩍번쩍 째려보듯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전중에 넌 세탁물도 이미 다 마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언제 나가도 더우니까, 불평하지 마. 여름방학 첫날부터 계속 집에 있는 건 너무 슬프잖아?”
“알았어, 알았다고.”
 요시노에게 끌려나가듯 거실을 나선다.
 그런 둘의 뒷모습을, 어머니가 따스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한여름의 무더위, 지옥같은 행군을 마치고 목적한 가게에 들어가자, 거기는 완전 천국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에어컨이 도는 가게에서 좋은 기분을 맛보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또 어찌 보면 고문으로 느껴질 만한 입장에 놓였다.
“저기 저기 유키, 이런 거 어때, 귀엽지 않아?”
 순수한 미소로 요시노가 내보이는 건, 칼라풀하고 프릴이 달린 세퍼레이트 수영복. 확실히 수영복은 나쁘지 않지만, 그걸 솔직히 칭찬할 수 있을 정도로 유키는 세련된 남자가 아니고, 어른도 아니었다. 그래서 무심코 평소대로 밉살스런 말투로 말해 버렸다.
“수영복은 귀여울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요시노의 어린에 체형으론.”
“뭐야, 어차피 난 스타일 안 좋으니까!”
 뺨을 부풀리는 요시노.
 평소대로 행동하려 하고 있지만, 사실 내심은 별 여유 없는 유키. 그도 그럴게, 여자 수영복 코너에 있는 거다. 비키니라든지 원피스라든지 탱키니라든지, 어쨌든 사랑스러운 것부터 섹시하고 아슬아슬한 것까지, 온갖 여자용 수영복에 둘러싸여 있다. 당연히 주위에 있는 건 전부 여자. 어딘가 밖에서 기다릴까 싶지만, 요시노가 그걸 봐주지 않은 거다.
 과연 요시노는 알고 있는 걸까. 그런 식으로 둘이서 수영복을 고르고 있으면, 뭘 어찌 봐도 커플로밖에 안 보인다는 걸.
 요시노에게 눈을 향해보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수영복 몇 개를 손에 들곤 비교하고 있다.
“잠깐 나, 시착하고 올게……엿보지 말아 줘.”
“바보, 누가 좋아서 엿보겠냐.”
 메롱―, 하고 혀를 내밀며 요시노는 시착실 안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겨지자, 더더욱 있기가 괴로워진다. 주위에 있는 여성 손님들이 변태라도 보는 듯한 눈초리로 보는 것 같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기척을 죽이고자 인기척 없는 쪽으로 이동한다. 요시노는 수영복 여러 벌을 들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테니 좀 떨어져 있어도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수영복 판매장 한구석으로 갔을 즈음, 유키는 그 사람을 봤다.
“어라, 야마구치 양?”
 사복이어서 한순간 당황했지만, 헤어핀에 깨끗하게 3:7로 나뉜 머리스타일은 평소 낯익은 클래스메이트, 옆자리의 야마구치가 분명했다.
“에, 후쿠자와 구……에엑?!”
 놀라 눈을 크게 뜨는 마미. 급작스럽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놀랄 일일까. 마미는 아무리 봐도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로 당황하고 있었다. 일단, 말을 건다.
“우연이네, 야마구치 양도 수영복을 사러 온거야?”
“아, 응, 그그그그래, 새 수영복, 가지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마미는 손에 든 수영복을 보여준다.
“괴……굉장히, 그, 대담하네.”
“에……아아아앗, 시시시, 실수야 이건?!”
 새빨개져서 붕붕 흔들어대는 손에 잡혀있는 건 굉장히 천의 면적이 좁은 비키니고, 엉덩이같은 건 오히려 죄다 드러나 보이지 않냐고 말하고 싶어 질만한 거였다.
 저도 모르게 마미가 입은 모습을 상상할 것만 같다.
“으아아아아, 아, 안돼 후쿠자와 군! 이상한 상상 하면 안돼!”
 유키가 그릴 뻔한 망상을 손으로 두드려 지워가는 마미. 유키가 상상하고 있단 걸 잘도 깨달은 거다.
“실수야 실수, 진짜는 이쪽 거!”
​“​호​오​…​…​이​것​도​…​…​꽤​ 무섭네…….”
“꺄악―! 이것도 아냐―!”
 다음에 보여 준 건 꽤 격하게 파고드는 하이레그였다. 마미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거기서.
“마미―? 어디 갔니?”
 마미를 부르는, 친구같은 소리.
 거기에.
“――잠깐 유키, 어디 간 거야―?!”
“엑, 요시노.”
 시착을 마친 건지, 유키를 찾는 요시노의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나중이 돼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당황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 때 둘은 밀회의 순간을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버렸다.
 그래서.

“――어라, 카츠라잖아.”
“아―요시농, 올만―! 이랄 정돈 아닌가, 어제 오늘이고.”
“카츠라도 수영복 사러 왔니?”
“응, 신삥 갖고 싶어서―. 봐, 이거. 귀엽지 않니?”
“아, 귀여워 귀여워! 그래도 조금 노출도 높지 않아?”
“냐하하하, 올해는 섹시―노선으로 승부하는 카츠라 씨인 겁니다!”

 같은 대화를, 유키와 마미 두 사람은 왠지 시착실 안에서 듣게 되어 버린 거였다.
 순간적으로 숨으려고, 도망치듯이 둘 다 근처에 있는 시착실에 들어가 버렸지만,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짓이었다. 그리 넓다고 하기 힘든 공간에서, 둘은 아슬아슬하게 닿지만 않을 정도의 거리서 마주서 있다.
“어어어, 어쩌지?!”
“어, 어쩌냐니, 일단 저 둘이 가는 걸 기다릴 수 밖에.”
 밖에 들리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대화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다시 거리도 가까워진다. 여름이니까 둘 다 얇은 티셔츠라, 피부의 감촉마저 느껴질 것만 같고, 숨쉬는 것마저 느껴지는 거리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허둥지둥 하고 있다보니 신경 쓸만한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유키의 소망을 무정하게도 찢어발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흐응―, 마미 양과 같이 온 거구나. 어디 있니?”
“찾고 있는데……아, 이 뮬, 마미 거야. 뭐야, 시착실에 들어가 있었나. 어이―, 마미―, 좋은 수영복 있었니?”
 하고 소리가 다가오나 싶었더니, 갑자기 시착실의 막이 열릴 뻔 했다.
“와왓, 아, 안돼 카츠라! 지금 안 돼니까―!!”
 마미가 허둥지둥 열릴 뻔한 막을 손으로 되돌린다.
“지, 지, 지금,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중이니까.”
“아, 그래? 그럼 다 갈아입으면 가르쳐 줘. 어떤 수영복인지 보여줘.”
“으, 응――?!”
 대답하다가 흠칫 놀란 마미가 뒤를 돌아봤다. 그 눈길 끝에 있는 건, 시착실 구석에 달라붙어 있는 유키. 마미는 아직 사복을 입고 있고, 손에는 아까부터 잡고 있던 심하게 파고드는 대담한 속옷이.
 입을 떡 벌리곤 눈을 크게 뜨며, 그 수영복과 유키를 번갈아 바라본다.

‘무, 무, 무무무무무리! 그런 거 절대 ​무​리​야​―​―​―​―​―​―​!​!​!​!​’​

 마미는 말 없이 절규했다.
 이런 좁은 시착실 안에서, 게다가 유키의 눈앞에서, 노출도가 지나쳐 대담한 수영복으로 갈아입다니, 죽어도 못한다고 마미는 격렬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 그리고, 유시농이 같이 있어―. 우연히 만나서―”
“야호― 마미 양, 귀여운 수영복, 있었어?”
“자 자, 각오하고 보드란 살결과 수영복을 드러내도록 해.”

 위기는 눈앞에 닥쳐 있다.
 만사가 다 틀렸나 생각한 순간, 궁지에 몰린 마미는 유키의 상상을 뛰어넘은 행동을 시작했다.
 갑자기 시착실의 천에서 고개를 내민다 싶었는데, 힘차게 팔을 내밀곤 앞쪽을 가리켰다.
​“​앗​―​―​―​―​―​―​―​―​―​―​!​!​”​
 크게 소리를 지른다.
 카츠라와 요시노가 눈을 크게 뜬다.
“후, 후쿠자와 군이 노출도 높은 옷을 입은 색기 가득하고 놀 것 같은 미인 여대생같은 2인조의 볼륨 만점 가슴에 끼여서 헤벌레한 상태로 납치당할 것 같아!!!!”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마미의 터무니없는 말에 절규했다. 덧붙여서 그 절규 안에는 유키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지만, 다행히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어어어어어, 어디?! 역시 후쿠자와 군, 연상한테 잘 먹힐 것 같았지~.”
“유, 유, 유키 에로마왕! 언젠가 그럴 거라곤 생각했었는데, 캬악―!!”
“저, 저쪽, 돌아갔어.”
“기다려, 유키! 그렇겐 안 둘 거니까―!”
“잠깐, 요시농 기다려. 나도 보고 싶어!”
 마미가 가리킨 쪽을 향해 요시노가 달려나갔고, 그 뒤를 쫓아가는 카츠라.
 저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지 말라고. 것보다 애초에 유키를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고 생각하지만, 모처럼 마미가 만들어 준 틈이다. 잽싸게 시착실에서 탈출한다.
“그, 그럼 야마구치 양.”
 마미는 가볍게 손을 흔든다.
 마미도 역시 막에서 고개만 내밀며 손을 흔든다.
 유키는 떠나가려다, 한 번 멈춰서서 손을 흔든다.
“오늘 일은 남한테 말하지 마.”
“으, 응.”
“그럼.”
 이번에야 말로 유키는 달아나듯 떠나갔다.

 그리고, 그런 유키의 등을 배웅한 마미는.
“두, 두, 둘만의 비밀…….”
 홀로 중얼이곤, 얼굴을 붉혔다.




 돌아갈 때.
 유키는 잔뜩 요시노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마미의 말을 전부 거짓말 취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부 긍정할 수도 없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온 여대생들에게 길을 가르쳐 줬다고 변명했지만, 아무래도 힘들었다.
“정말, 잠―깐 눈을 떼면 바로 여자애의 뒤만 쫓아간다니까.”
“아―, 미안했어 미안했다니까.”
 그 뒤에도 잔뜩 쇼핑에 끌려갔다. 수영복을 산 뒤, 그 외에도 옷이나 소품 등 온갖 가게들을 돌아다니는 꼴이 됐고, 파르페까지 쏘게 되었다. 그런 주제에 산 건 결국 수영복뿐이었다. 어째서 여자의 쇼핑은 시간이 걸리면서도 그런 것 치곤 사는 물건이 적을 때가 많은지 신기하게 느껴진다.
 옆에서 걷는 요시노는 그래도 만족스러운 모양이라, 역시나 신기한 기분이 든다.
“역시, 내가 제대로 안 지켜보면 안되네.”
 산 수영복이 들어간 봉투를 흔들며, 잘난 듯 납작가슴을 편다.
 저녁이 되었다곤 해도 아직 무더운 태양 아래라, 땀을 닦으며 돌아가는 길. 한동안 걷자 앞쪽에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어, 어라, 레이 쨩 아냐?”
“진짜다. 안―녕, 레이 쨩―!”
 요시노가 오른손을 들고 붕붕 크게 좌우로 흔들자, 길을 가던 사람이 멈춰서서 마찬가지로 손을 되흔들어왔다.
 교복 치마차림으로 보였지만, 크고 쫙 빠진 실루엣은 틀림없이 레이였다.
“수영복, 괜찮은 거 샀어?”
 이미 요시노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건지, 레이는 웃으며 물어본다.
“레이 쨩은?”
 레이의 손에는 비닐 봉지가 들려 있다.
“이거? 오늘 저녁밥. 이따 나눠주러 갈테니까, 아주머니들께 말씀드려 줘.”
 가볍게 들어올리곤, 웃어보인다.
“에―, 오늘은 뭐 만들어?”
 다가가자, 레이에게서 은은히 좋은 향기가 났다. 동아리를 마친 뒤 샤워라도 한 걸까.
 더워선지 드러난 목덜미, 그리고 하얀 블라우스 아래서 은은히 비쳐보이는 속옷 라인에 저도 모르게 두근거린다. 이미 익숙한 모습일 텐데, 동아리 뒤의 레이가 자아내는 색기에는 항상 현혹된다.
“잠깐 유키, 뭘 멍하니 있는 거야.”
“아―미안, 짐, 들게.”
“에, 괜찮아. 이 정돈.”
“괜찮으니까, 자.”
“고, 고마워.”
 레이의 손에서, 식재료가 잔뜩 든 비닐봉지를 뺏어들려 한다. 보이시하고 미소년 같아서 여자에게 인기가 있다보니 밸런타인 데이에는 여자에게서 산같이 초콜릿을 받는다곤 해도, 레이가 누구보다 여자애답다는 걸 유키는 알고 있으니까.
“……왠지, 유키는 레이 쨩에겐 상냥하네. 나한텐 대충인데.”
 자신이 들고 있는 짐을 흔들면서, 지긋이 바라보는 요시노.
“너무하네. 난 원래 상냥해. 보통은. 요시노 짐은 가볍잖아.”
“모르는구나. 무게가 중요한 게 아냐.”
“편해지고 싶을 뿐이겠지―.”
 셋이서 떠들며 집을 향한다.
 평소와 변함없는 광경이지만, 그렇기에 마음이 안정된다.

 올 여름은 한 번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여름방학이 계속되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유키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있었다.




<발생 이벤트>
 마미 ‘둘만의 비밀.’
~ 추신 ~
 여름방학이라는 걸로, 소꿉친구·이웃의 특권이 발생했습니다.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패럴렐은 참 좋아하는데, 번역을 하면 항상 막혀서 미루고 미루다가 2년이나 지났습니다. OTL. 이번에도 번역중에 계속 늘어져서···.
 다음 번역은 좀 더 짧은 텀으로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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