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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데뷰

ランデブー


원작 |

역자 | 아이시스

본 작품은 KZ=SK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9권에서 오리모토 재등장에 의해, 아마 환상이 될 【랑데뷰】에는, 이런 장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할 예외편.
이것으로 본작은 ​끝​=​중​지​(​보​류​)​되​었​습​니​다​.​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랑데뷰 번외편&FINAL



찌~이잉!

 연주한다기 보다는 두드리듯이 나의 열 손가락이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을 누르자, 화음이라기 보다는 아닌 클러스터=소리 덩어리가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터져 나온, 드럼, 베이스, 그리고 알토 색소폰의 작렬하는 소리가 합쳐져, 혼연일체가 된 폭음의 코더가 PA를 흔들고 청중들의 뺨을 두드린다. 결코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소리는 순간 정적을 불렀다 싶더니만, 또 그 다음 순간,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대환성을 야기했다.
 땀투성이가 된 나는, 색소폰, 베이스, 드럼 멤버들과 함께 앞에 나란히 서서는,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나 자신도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싹눈을 먹은 듯한」 쾌감이 온 몸을 떨게 만든다.
「모모타로 밴드였습니다! 한번 더 성대한 박수를!」
 MC의 갈라지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죠오젠지(定禅寺) 거리로 울려 퍼진다.

(역주 : 센다이에 있는 죠오젠지 재즈 페스티벌이 유명한 모양입니다.)

 텐트 장막 대기실에서, 멤버들과 하이 터치로 기쁨을 나눈다.

「오늘도 늘 그렇듯이 엉망이었다고? 너의 피아노」

 그렇게 나에게 반 기막힌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말을 거는 것은, 모모타로 밴드 리더이자 색소폰 연주자, 모모하마 타로다.

「음악 이론은, 나중에 따라오는 거다, 라고 말한 건 리더야?」

「그야 그렇지만, 너, 이따금 키와 전혀 다른 코드를 하니까 방심할 수가 없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모모하마씨가 어깨를 움츠린다.
 그런 평소와 같은 대화를 하면서, 간신히 거칠었던 숨도 진정되었을 무렵.

「그럼, 나, 다른 밴드 보러 갈게. 인사는 안 해도 돼」

「어라? 리더, 도쿄에서 그녀……」

「어이, 카오리짱, 링(玲)짱도 같이 당연한 듯이 말하지마」

 나에게, 귀뜸을 하는 척하면서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사람은, 베이스인 사루시마 마사루다.

「바보~ 당연하잖아. 분하면 사루도 빨리 그녀 만들어 버려」

「별로 분한 거 아니야. 이래 뵈어도 팬 레터도 몇 장 정도는 받는다고?」

「네네, 그보다 너 본업인 술집으로 돌아가서 뒷풀이할 술, 준비해?」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이 밴드의 전임 피아니스트인, 현 매니저 토리하마 아키지.

「앙? 너희들 진짜로 내가 술집을 이을 거라고 생각하는 겨? 꿈을 쫓아서 버클리나 콩세르바투아르 같은 데 가 버릴 거라는 생각은 없는 거고?」

「너가 프로 뮤지션이라니 그럴 리가..」

 사루시마씨에게, 드럼인 이누쿠라 타이조우가 매정하게 말한다. 매정한 것은 어조뿐, 제법 뜨거운 사람이지만.
 모모타로 밴드 멤버는 모두, 한 살 연상, 빠른 생일인 나와는 두 살 연상인데도, 계층적인 상하 관계는 이 밴드에 한해서는 전무로, 모두 나를 여동생처럼 귀여워해 준다. 성적 매력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여동생처럼.

「핫핫하……그럼, 내일 뒷풀이는 평소 인디고인가?」

 리더는 빨리 짐을 챙기고는 허둥지둥 떠났다. 그녀를 만나는 것이 반년만이니 어쩔 수 없다.

「……카오리, 너도」

「헷?」

 토리하마씨가 턱으로 가리키는 그 곳에는, 등을 구부리고 마치 기척을 지우려는 듯한, 한 남자가 있었다.

「아……」

「하루 전담 매니저였나? 너의 그이」

「응, 뭐……그렇습니다, 만」

 사정상이랄까, 내기 승부로, 그렇게 되었다.
 학생에게 내기를 시키는 코스기 교수, 얄짤없다.

「모처럼이고, 함께 여러 밴드라도 보러 가는 게 어때? 작년에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지?」

「에, 에에…… 그럼」

 일어서려는 나에게 사루시마씨가 말했다.


「카오리짱의 그이로서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녀석일세」

「사루! 들린다……」

 토리하마씨가, 쉿! 하고 꾸짖는다.
 나는,

「그, 그이 같은 거 아니에요!」

「기척도 숨기고, 보기에도 내키지 않잖아」

「사루씨, 그렇다고는 해도, 저건 저런 것으로……」

 그러자, 사루시마씨는 빙긋 웃고는,

「그렇게 변호하려는 걸 보니, 마음은 있나 보네, 카오리짱?」
 .
 잘 보면, 사루시마씨만이 아니라, 토리하마씨도 이누쿠라씨도, 의미심장하게 히죽히죽 거리고 있다.
 당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은……
 나는, 있기 힘들어하는 듯한 옆에 있는 그에게 살며시 다가가, 속삭였다.

「가자, 히키가야」

「아, 아아……」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리쿠젠 대학. 나는 그 법학부 법률학과 2학년인, 오리모토 카오리. 치바현 치바시 출신. 꽃도 부끄러워할 19살이다.
 정든 치바를 떠난 지 일년 반, 센다이는 정말 살기 편하고 매일이 즐겁다. 겨울에 엄청 추운 것이 옥에 티이지만. 치바 만의 해안 지구에서 편하게 자랐기에, 토호쿠의 겨울 추위를 견디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센다이에 있는 이벤트라고 하면, 여름에 있는 【칠석제】, 겨울에 있는 【빛의 패전트】같은 것도 있지만, 초가을인 지금은 이 【죠오젠지 스트리트 재즈 페스티벌】이다.
 죠오젠지 대로를 중심으로 이틀간, 센다이시 거리 여기저기에서 스트리트 라이브가 펼쳐지는,  음악을 좋아하면 견딜 수 없는 이벤트다. 타이틀 대로 재즈만 한정하는 것도 아니어서, 민속음악도 연주도 뭐든지 있어, 축제다운 것이 좋다.
 나는 어떤가 하면, 올해로 2년째 출장이다.
 1학년 때에 알게 된, 타가죠 대학 재즈 동아리 밴드인, 모모타로 밴드. 탈퇴한 피아니스트 후임으로 발탁 되었던 사람이, 재즈 경험이 부족한 나였다는 것이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이자 친구인, 코우가야 미유키, 얌전한 것 같은 외모에 비해 배짱이 두둑한 여자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는 이유만으로, 어렸을 때 가끔 연습 삼아 피아노를 연주한 정도의 실력밖에 안 되는 나를, 재즈 밴드에 추천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인간, 무엇이 행이고 무엇이 불행인지 모른다.
 재즈라는 것은 자유로운 음악이다, 그런 달콤한 말에 속아, 얄팍하고 생각대로 쳐지는 나의 피아노가, 리더인 모모하마 타로 마음에 들어 대학 울타리 너머로 나는 모모타로 밴드의 일원이 되었던 것이다.


 죠오젠지 대로는, 높은 느티나무 가로수가 늘어서 있는, 삼림의 수도 센다이에 어울리는 대로이다. 평상시에는 차가 많이 지나다니지만, 이 시기만은 일정 시간 동안 한쪽 차선을 통제해서 보행자 전용으로 만들고, 평소 산책로가 되는 중앙 분리대에 몇몇 스테이지를 설치한다.
 죠오젠지 대로 구석구석에서, 여러 밴드를 볼 수 있고, 동쪽에 있는 니시키쵸 공원, 서쪽 끝에 있는 니시공원에도 스테이지가 있다. 니시공원에는 센다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히로세천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기에, 나는 이 죠오젠지 대로를 아주 좋아한다.
 비서가 된 히키가야를 따라 다니게 하며, 나는 여기저기 있는 스테이지를 둘러 보았다.

「자, 제대로 따라와! 매니저!」

「너, 기억해라……」

「훗, 리벤지 할 담력도 없는 주제에」

「짜증난다……」

 불평하면서도, 히키가야는 내 뒤를 한 걸음, 떨어진 채 걷고 있다. 사루시마씨가 아니라도, 내키지 않기는 할 것이다.
 나는 뒤를 돌아 보며 히키가야에게, 비난하듯 날카롭게 쏜다.

「히키가야, 라이브에 흥미 없는 거야? 고등학교 때, 문화제에서 보거나 하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히키가야는 딱 걸음을 멈추고는 뭐랄까……
 불쾌한 표정으로, 스테이지에서 시선을 돌린다.
 또다, 또 이런 느낌……
 전에도, 아니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뭔가, 라이브에 추억이라도 있는 것일까?
 트라우마라도 될만한, 괴로운 추억이라든지.
 아니, 반대로, 좋은 추억이 있기에, 지금,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라든지……

「……뭐랄까, 나, 속상해 할 만한 말 했어?」

 이럴 때, 히키가야는, 나 같은 것은 보지 않는다.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다. 과거일까, 추억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런 거, 화난다. 나는, 현재를 사는 인간이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현실에 눈을 감고, 어딘지 모를 다른 시간이나 공간을 보는 것, 의미도 없다. 그런 인간이다, 나는.
 하지만, 그런 건 반드시 이 녀석에게는 관계없을 거다. 그런 거, 강요해 봐야, 내가 이 녀석이라고 해도, 곤란하다.
 1년 반 동안, 히키가야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이 녀석은, 부정적인 것들에 노출되며 살아 왔었다는 것이다.
 뭐, 확실히, 칭찬받은 삶이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러나 이 녀석은, 자신하고 관련된 모든 사상을, 오히려 스스로 부정적으로 살짝 바꾸고 있다, 굳이 부정 속에다가 자신이 있을 곳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생각조차 든다.
 자신이 부정하는 것에게 부정되는 것이, 긍지라는 듯이.
 어떤 의미로는, 고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닌가.
 그렇지만.
 올바름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까 나는 강요할 수 없다. 이 녀석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것이 이 녀석을 배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다면, 그대로 두면 된다. 접하기 싫은 것이라면, 특히나.
 이 녀석의 삶의 방법을, 일부러 긍정하지도 않는다. 부정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둔다.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
 프리 재즈라는 장르가 있다. 오 넷·콜맨이나, 알버트·아이 같은 것. 내가 듣기엔, 너무나도 자유로워서, 이해가 안 되는 게 사실이다. 소음으로 들린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프리 재즈는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어떠한 것? 음악이니까, 듣고 나서 좋아하든가 싫어하든가,로 괜찮지 않아?
 인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 녀석은 그런 녀석이다. 그러니까, 좋아하든가 싫어하든가 그런 아니라, 그런 의미로, 나는 히키가야를 좋……

 음음,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리자.
 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끼어든 사람이 있었다.

「하치만……」

 미츠코시 셋길에서, 이치반쵸 대로로 들어가자.
 우리들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났다.
 아니, 동급생이니까, 소녀는 아니다.
 히키가야가, 그 이름을 불렀다.

「스미레다이라, 너, 그 차림……」

 그렇다, 스미레다이라 스미레. 우리들하고 같은, 리쿠젠 대학 법학부 2학년.
 만났을 당시의 이 녀석은, 웨이브가 된 흑발에, 키도 작고, 인형 같은 용모, 긴 속눈썹에 화장도 없는 무표정, 니트에 진에 멜빵 바지라는, 촌스러운 인상 밖에 없었다. 상당한 미소녀인데,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이거, 보러 가자고 약속했었다……」

「이것인가……」

 스미레다이라가, 히키가야에게 팜플렛을 건네주었다. 같은 것을 몇 장이나 가지고 있었다. 요점은, 관광객이 많은 이 시기라면, 전단지 배포에 딱이라는 것이다.
 나도 그 팜플렛을 본다.
 오싹오싹한 검정과 빨강 색채로, 마치 주문처럼 새겨진, 뭔가 악마적인 디자인. 다음 주말, 이 근처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전단지였다.
 고딕풍, 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 확실히 그것이 지금의 스미레다이라 스미레의 차림이었다.
 검정과 빨강의 새틴지 비스치에에, 파니에에 팔랑팔랑한 롱 스커트. 웨이브인 흑발을, 트윈 테일로 묶었다
 이른바, 고스로리라는 것이다. 보통 상점가라면 주목은 보증.
 스미레다이라의 메이크도, 평소 같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새하얀 피부에 빛나는 피 같은 붉은 입술, 검게 드리워진 아이라인, 본 바탕인 인형 페이스가 이렇게나 빛날 메이크가 있을까 하는 정도였다
 진짜로 미소녀였어, 이 녀석……
 스미레다이라가, 이 근처 소극장에서는 전설 취급 받는 연극 소녀라는 것을 안 것은, 1학년 여름을 넘길 때쯤이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현지에서는, 언더 그라운드 같은 암흑 무도 연극을 하면서, 그 방면으로는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자랑하는 카리스마였던 것이다.

「간다고 약속했던가? 내가……」

「내기에 졌다……」

「……」

 나는, 그 말을 듣고 진이 빠졌다.

「히키가야…… 너……」

 기가 막힌다. 이 녀석 뭐야, 여기저기에서 내기에 진 거야?
 그러자.

「하치만의 시나리오…… 구미가 당기니까……」

「윽!?」

 스미레다이라의, 선정적으고 고혹적인 말이, 나의 등골을 오싹오싹! 하게 만든다. 히키가야도 비틀비틀 거리고 있다.

「그럼…… 기다린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스미레다이라의, 희미한 미소가 어쩐지 나를 술렁거리게 한다.
 우리들은, 떠나는 스미레다이라를, 멍- 하니 전송했다. 어라? 저 녀석, 전단지 배부는 이젠 상관없다는 거야?
 나는, 멍하니 서 있는 히키가야에게, 싸늘한 말을 날린다.

「……뭐였어?  스미레다이라가 하는 연극?」

「……아―」

「고스로리 뮤지컬?」

「틴에이지·고딕 로리타·탐미계 종말적·백합 뮤지컬, 이다」

「전원 여자아이에, 전원 고스로리 극단이잖아. 그 녀석 거기 여왕님 아니야?」

​「​작​·​연​출​·​미​술​·​의​상​,​ 전부 그 녀석이다」

「그렇지만, 최근 시나리오는, 히키가야가 썼네?」

「우연이다, 우연」
「그런 게 우연일 리가 없잖아! 그거지?  니 시나리오가 스미레다이라 마음에 들은 거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전혀 모른다」

「어쩐지 굉장해, 썩어 빠진 쓰레기라 구할 방법이 없는 파탄 난 인생관이라서 좋다고, 스미레다이라가 말한 거 들은 적 있어」

 정확하게는, 조금 전 같이 「못 견딜 만큼 구미가 당긴다」 , 라고 말했다.

「그 녀석, 이제 20살이니까 틴에이지가 아니다만」

「헤에, 알고 있네. 스미레다이라의 생일」

「……뭔가」

「……아무 것도 아니야-」


 히키가야 녀석……
 사실은 기뻐하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보이는 대로 곤혹스러워 하는 걸까.
 나는, 봐버렸다.
 스미레다이라가, 히키가야에게, 고백하는 것을.
 뭐, 스트레이트한 사랑의 말 같은 건, 없었지만 서도.
 문학적인 건지 시적인 건지 모를 말이었지만, 그것만은 안다.
 그것은, 고백이었다.
 백합 뮤지컬은, 여자아이끼리 츄츄 하는 연극은 이라고는 해도, 스미레다이라 자신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소문이, 그녀를 카리스마로 만드는 한 요인일지는 모르지만.
 공연 때마다, 관객 중 여자아이가 몇 명 정도는 실신하는 모양.
 그렇다고는 해도, 시내에서 저런 차림을 한다고는 해도, 스미레다이라는 별로 중2병 같은 기이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본인 자체는 매우 착실하다.
 그렇기에, 취미는 어쨌든, 사실은 히키가야에게 매료되었다고 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뭐, 그래도, 히키가야가 쓴 시나리오라니, 한 번관 보러 가볼까나……」

 나는 히키가야가 들고 있는 팜플렛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해 본다.

「어이 그만둬라. 그런 망할 것 부끄럽다」

「아―. 히키가야가 대사 쓰는 거네? 여자아이 밖에 등장하지 않는 연극에서, 사랑의 대사라든지」

「……」

「저기, 그 대사 어떻게 생각했어? 역시 자기가 여자라고 생각하고 쓴 거야?」

「…………」

 히키가야는, 썩은 눈을 더욱 흐리며,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틀림없이, 히죽히죽거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짓궂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꼴 좋다.
 그런 미소녀에게 마음을 전해 받고, 우쭐거려도, 곤란하다.
 ……어째서 곤란할까?


 이치반쵸 거리에도, 여러 스테이지가 있다.
 거리에서 연주하던 여자아이의 노래가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뒤에 있는 드럼과 심벌즈를 짊어지며, 노래하면서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이른바 원맨 밴드도 재미있었다. 가수의 캐릭터와 시니컬한 가사에 끌렸다.
 히로세 대로로 나와, 센다이역으로 향한다.
 그러자, 드물게, 히키가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오리모토. 조금 부탁이 있는데」

「하아!?」

「아니, 그렇게 놀랄 건 없겠지」

「아니, 놀란다고! 히키가야가 나에게 부탁을?」

「……싫으면 됐다」

「아니 아니 아니, 그런 말은 안 했어! 뭐야? 말해봐?」

 히키가야가, 후우, 한숨을 쉬고는.

오늘, 오후 신칸센으로, 코마치가 온다. 센다이로」

「호오, 코마치가?」

「사실은 그 녀석 너의 밴드 라이브를 보고 싶었던 거 같다. 토요일이니까 오전 수업도 있으니 무리였겠지만」

「아―. 코마치도 올해 수험이지」

 그러자 히키가야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어째서 너가 말하는 건가? 같은 느낌인가.

「그렇지만, 너, 내일은 다른 밴드에서 피아노 연주하지 않은가? 미디아 테크에서」

「아아, 응. 토리하마씨의 소개로, 빅 밴드에서」

「그걸 보고 싶은가 보다. 그리고, 오늘, 내 집에서 묵는다」

「응, 좋잖아. 오랜만에, 남매끼리.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코마치의 희망이다. 오늘, 그 녀석하고 저녁에 어울려 주었으면 한다」

「하아 ……딱히 상관 없다고? 뭐랄까, 너가 기특하게 『부탁이 있다』 라고 하기에 뭔가 했는데, 그런 걸로 괜찮아?」

「……너, 어째서 코마치가 따르는 건가?」

「글쎄? 뭐, 나, 여자에게는 인기 높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원인은 너야? 히키가야.
 코마치는 코마치 나름대로, 오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고, 코마치는 그 일로 얇은 가슴이 아픈 채야(실례).
 아무리 따르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나에게 말할 수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나도 묻지 않아. 그 대신, 코마치를 마음껏 귀여워해 줄 테야.
 다만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공감해야지.
 닮았어, 니들 남매는.
 제일 중요할 때는, 혼자서 떠맡아 버린다,  라는 거라든가.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알았어. 코마치와 저녁 먹으면 되는 거지? 단, 조건이 있어」

「하? 뭔가?」

「너도 동석해」

「하!?」

「당연하잖아. 사랑스러운 여동생의 보호자로서, 그리고 지갑으로서」

「내가 가는 건가……」

「당연하다니까! 거기에 내가 낼 생각이었어?」

「……뭐, 그 정도는 낼 거다만」

「대체로 그전에 니 부탁을 들어주는 거니까, 우선, 감사합니다, 해야지?」

「……칫」
「……들리는걸?」

「……고맙, 다」

「응, 좋아」

「큭…… 코마치, 어째서 이런 녀석을」

「이런 녀석이라 미안……」

「피아노를 연주 한다, 그러나, 재즈는 전혀 모른다, 그런데도, 의자에도 앉아서 땅땅 두들기는 녀석의 음악을 듣고 싶을까?」

「……그건 나로서도 뭐라 말할 수 없네……」

 피아노를 쓰가루 샤미센같이 치는 여자, 라는 평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일이지만, 음악적인 평가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뭐, 코마치 녀석은, 넷에서 너의 평판을 들은 거 같다.」

「하, 하아!?

「센다이에 재미있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있다, 는 소문이 나는 모양이다」

 하, 그런 거 금시초문이야!?
 문자 그대로, 나는 머리를 싸맸다.
 그야, 나 자신도 엉뚱한 연주가라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은 그런 소문이, 치바에 있는 여고생에게 까지 퍼지다니!
 인터넷 무섭다……
 혹시, 우리 가족도 이것을……
 머리에서 핏기가 가신다.


 파르코 앞에 있는 스테이지에서, 여성 고스펠 그룹의 훌륭한 합창을 들었다.

「그런가―, 코마치도 고3이네……어디 수험쳐? 센다이에 오는 거야?」

「아니, 그 녀석은 치바다. 아버지가 현 바깥으로 내보낼 일도 없고,  대체로, 본인도 현지 지향이고」

「과연……」

 말은 그렇지만, 나는, 히키가야도 현지 지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학원에서, 리쿠젠 대학을 수험 친다고 했을 때는, 놀랐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 것 같다, 그런 생각도 든다.
 코마치 가라사대, 히키가야는 입학 이 후, 한번도 치바에 돌아가지 않았다, 라는 것 같다.
 이 녀석에게는, 치바에서 멀리 떠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걸까.
 그리고 그 탓에, 코마치도 상처 받았다.


 고스펠 그룹의 하모니는, 훌륭했다.
 이만큼이나 되는 인원수가, 흐트러지지 않는 통제로, 혼연일체가 되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이런 것은, 히키가야의 취향은 아닐 거 같다.
 반드시 이 녀석은, 협조성이 없다든가, 다른 사람에게 맞추지 않는다든가, 통제를 어지럽힌다든가, .그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본인은, 어째서 자기를 죽이면서까지, 타인에게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아니, 이해는 하고 있어도, 자기 자신은 그것을 하고 싶지 않다, 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맞추며, 자신을 죽이는 것을.
 예를 들어, 세상에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부하나 재앙을 스스로 맡아 버리는 인간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희생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환상이다.
 그런 것은, 문자 그대로 환상으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을 자기희생이라고 받아 들이는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돕는다」 라는 것이 좋다는, 자기만족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도취적인 행위라고 한다면, 너무 비뚤어질 것일까.
 그것은 정말로, 누군가를 돕고 있는 것일까.  그런 것을, 단 한 사람이 결론 내릴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오만이 아닐까.
 그러니까, 아마 정말로 그런 식으로 재앙을 짊어지게 된 인간이 있다면, 그 방식으로 밖에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 밖에 안 든다.
 만약 그렇다면, 그 행위를 자기희생이라고 칭찬하는 것은, 굴욕이 아니었을까.
 반드시 히키가야라면, 그런 말을 할 것이다.


 고스펠 그룹의 합창이 아름다운 것은, 각자 하모니를 위해서 자신을 죽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을 살리며, 타인을 살리기 때문이다.
 재즈에선, 인터플레이라는 말이 있다.
 모모타로 밴드를 예로 들자면,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서로 결코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죽이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연주를 한다는 거다.
 색소폰이 솔로 연주할 때, 뒤에서 음수를 줄여 두드러지게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색소폰을 위해서 자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색소폰의 스페이스를 만드는 것도 물론이지만, 그것은 색소폰을 부추겨서, 퍼포먼스를 유도한다, 라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의 소리에 반응해서, 촉발 되고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살린다. 그것이 인터플레이다.
 그 때문에, 서로의 소리를 잘 들어야만 한다.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플레이어끼리라면, 서로 하려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안다.
 키와 연관이 없는 코드를 내가 연주해도, 모모하라씨가 거기에 반응해 색소폰을 분다. 그것은, 내가 그런 일을 저지를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나도, 모모하라씨가 나의 엉뚱한 짓을 대범하게 받아주고 수용해 주는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연주할 수 있다.
 인간 관계도,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
 그것이 좋은 것이 아닐까.
 서로를 잘 보고, 잘 듣고, 잘 알고 있으면, 말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 이해한다, 라는 말은 조금 다르다.
 이해하지 않아도, 문제 없다.
 알고 있다는 것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어중간하게,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뭔가 멈춰 버린다. 뭔가 간과해 버린다.  서로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상대에게 자기의 취향을 기대하고 자기를 상대의 취향에 맞추려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기만이다.

(역주 : 分かって는 이해하다의 범주의 안다.  知って는 알고 있다의 범주의 안다 입니다.)


 히키가야가, 자기 자신을, 부정 속으로 가두려고 한다면, 그대로 두면 된다.
 그렇다고 나에게, 히키가야에게 맞출 생각도, 필요도 없다.
 나 자신은,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삶의 방법을,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나와 히키가야가, 맞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가치관의 공유 같은 건, 반드시 환상이다.
 가치관이 엇갈린다고 해도, 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는 중얼거린다.

「조금은 어른이 되었을까, 코마치 녀석」

「그럴 리가 있을까. 그 녀석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뿐일지도」

「……너가 무엇을 안다는 건가」

「여자끼리? 남자에게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야?」

「잠깐 기다려라, 너희들, 언제나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메일도 라인도 하는데?」

「어이 오리모토, 너,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설마……남자인가! 그 상담을 위해 너와 밥을 먹겠다는 건가……」

​「​글​-​쎄​-​어​-​떨​-​까​―​」​

「큭……」

「……감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나쁜 남자는, 있는 거네」

「뭔가, 그건! 어이 오리모토!」


 하아 …………
 이 녀석은 정말로 모를 녀석이다.
 묘하게 감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나쁘다고 생각하게 될 때도 적지 않다.
 그래, 코마치는 남자에 대한 일로 고민하고 있으니까.
 정말로 좋아하는, 오빠에 대한 일로.


 아니, 아마 이 녀석, 너무 빠른 머리 회전과 인식력에, 이성이 필터를 두는 게 아닐까?
 언제라도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
 스미레다이라도 그렇다.
 그녀가, 히키가야에게 보내는 호의를 알아도,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마치 자신 같은 것은 여자에게 사랑 받을 리가 없다, 라고 말하는 듯이.
 뭐라고 해야 할까, 어쩐지 유감스런 녀석이다.
 보통 사람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이성이 감정을 능가해 버린다는 걸까.
 ――뭐, 됐나. 그것이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그것으로 좋다.


「그럼, 코마치가 도착할 때까지, 뭐할까? 둘이서 영화라도 볼까?」

「하!? 너 무슨 말 하는 건가?」

「코마치가 신칸센을 타고 오려면 3시간 정도 있으니까, 영화 한 편 보고 나서, 윈도우 쇼핑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

「그러니까, 어째서 내가 너와……」

「너가 나에게 부탁했잖아. 코마치에 대해. 오빠로서는 그 정도는 해야지? 대체로 지금부터 돌아다녀도 바로 이 역에 오지 않아? 아니야?」

 큭, 마른침을 삼키는 히키가야, 이지만.
 어깨를 움츠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훗, 나를 얕잡아 보지 마라? 나의 자택 회귀 능력은 전서구를 능가한다. 오늘은 스쿠터이고, 3시간 정도 있으면 일단 아파트에 돌아가 낮잠 자고 나서 게임하고 텔레비전 보고 나서 센다이역에 다시 올 수 있을 정도다」

 이것 또한 유감스런 자랑이다. 그야말로 히키가야 답다.
 하지만 히키가야, 너에 대해선 알아. 괜히 1년 반이나 관찰한 게 아니야.

「스쿠터는 그거 이려나, 이전에 타던 거지?」

「아?」

 힘껏,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나는 히키가야에게 단언했다.

「둘이서 탈 수 있지?」

〈마지막〉
이로서 랑데뷰가 끝났습니다.
9권 때문이랄까, 작가가 안 쓴다고 단언했는데도 갱신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요청 받은 게 아닐까 합니다.
그전에.. 어째 기분 탓인지 쓰기 싫은 티가 납니다만 -_-;;; 기분 탓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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