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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노리코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약간만, 이니까


 오늘 드디어 하나데라 학원의 학원 축제날이 되었다. 학생회장인 유키는 물론 바쁘다. 뭐니뭐니해도 메인이벤트라 할 수 있는, 릴리안 여학원 학생을 게스트로 맞는 ‘하나데라 합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릴리안 학생회를 게스트로 삼은 이벤트는 매년 대성황이었다. 그도 당연할게, 남학교인 하나데라 학원에서 보기에 릴리안의 학생은 무엇보다도 눈부셨고, 거기에 더해 역대 학생회 멤버는 다들 미소녀였으니까. 이것만을 기다리며 1년을 보낸다는 학생도 있을 정도로 열기로 가득찬 거다.
 작년의 삼장미님도 다들 미인이었지만, 올해도 지진 않는다.

 오가사와라 집안의 외동딸, 아가씨 학원인 릴리안에서도 격이 다른 아가씨, 거기에 더해 초절 미녀인 오가사와라 사치코. 그녀에게 하이힐로 밟히고 싶다고 생각하는 녀석도 잔뜩 있다든가.

 하나데라의 어느 학생보다도 미소년이이라는 평으로 가득한, 검도의 명수이자 미스터 릴리안인 하세쿠라 레이. 그녀의 죽도로 두드려맞다고 싶다는 학생은 수를 셀 수 없다.

 푹신한 곱슬머리가 그야말로 서양인형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슈퍼 미소녀인 토도 시마코. 그녀가 미소지으며 욕을 끼얹는 걸 겪고 싶다는 녀석들은 셀 수 없다든가.

 이렇게 쓰면 하나데라가 변태의 마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장미님들의 영향력이 하나데라에서 크다는 소리기도 하다.
 하지만 유키에게는 그런 화려한 삼장미님 외에 왠지 신경쓰이는 존재가 있었다.

 하나데라의 교복을 입고 언니들을 시중들고 있는 봉오리들. 유키의 교복을 입고 머리에 타월을 감은 유미는, 마치 유키같다.
 땋은 머리 그대로 남자 교복을 입고 떠들고 있는 요시노는 귀여워서, 이런 모습을 봤다간 수많은 남자들이 홀릴 건 틀림없었다.
 그리고 평소와 변함없이 쿨한 표정으로 옷을 두른 노리코. 아마 레이가 입으면 아무리 봐도 미소년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노리코가 입으면 소년처럼 보이면서도 여자애라는 느낌도 전해지는, 조금 신비고 늠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묘하게 인연이 있다고 할까. 오기있고 쿨하면서 조금 건방진, 한 학년 아래의 여자애.
“……무슨 볼일 있으신가요?”
 드라이아이스같은 냉기를 담은 목소리가 그 입 밖으로 나왔다.
 깔끔하게 가지런히 단장한 단발머리가 흔들린다. 저도 모르는 새 그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던 모양이라, 허둥지둥 눈길을 돌리려다 거꾸로 자신은 아무 꺼림칙한 일도 하지 않았는데 눈길을 피하는 건 괜히 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똑바로 눈길을 받는다.
“아니, 남자 교복 차림이 제법 어울리는구나 해서.”
“그건, 제가 남자 같다는 이야기신가요.”
“왜 그런 식으로 알아듣는 거야. 그냥 칭찬받았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그런 비야냥거리는 투로 말하면.”
 식의, 또 평소의 일들이 재현되듯 말싸움이 될 뻔한 순간.
“저기―, 두 사람 다, 사이가 좋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런 분홍빛 공간은 둘이 있을때만 만들어 주지 않을래?”
​“​“​―​―​―​하​아​?​?​”​”​
 유키, 노리코 둘이 동시에 의아스런 표정으로 돌아본 곳에는 미간을 찌푸리며 팔짱을 낀 요시노의 모습이.
 발언의 내용과 표정으로 무슨 뜻인질 느끼곤, 바로 둘은 강하게 부정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맞아요, 요시노 님.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 주세요.”
“에에, 그럼, 핑크 디멘전?”
“영어로 바꾼 것뿐이잖아요, 게다가 공간에서 차원이 됐다고요!”
 노리코는 철저히 침착하게 태클을 걸었지만, 요시노는 그 정도로 기죽을 상대가 아니었다. 여유 가득한 미소를 띄우며 몸을 움츠리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뭐어, 숨기고 싶은 기분도 알겠지만, 말하는 편이 마음 편할걸?”
“그러니까, 뭘 말인가요! 이상한 오해 하고 계셔요.”
“그래? ‘영화관 데이트’ 했었는데.”
“에?!”
 그야말로 딱 걸렸단 듯한 느낌으로 입꼬리를 올리는 요시노.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었다.
“‘서점에서 약속’?”
 다음 말은 유미였다.
 이 또한 생각지도 못한 쪽에서 들린 목소리라, 놀라서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자.
“‘오락실에서 사이좋게 게임’.”
“‘같이 우산쓰고 귀가’.”
 등의, 요시노와 유키의 교대 공격에 둘의 대미지는 쌓여나간다. 왜, 어째선가 싶은 의문이 머릿속을 휘몰아친다. 그 상황에서 노리코는 가까스로 침착한 표정을 지키며, 한 사람에게 눈을 향했다.
“……설마, 시마코 선배?”
 의문형이었지만, 반쯤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닐까.
 눈길을 받은 시마코는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멈추지 않는 채로, 그러면서도 약간은 면목 없다는 듯한 몸짓을 보이며.
“미안해, 노리코.”
 라고 사과했다.
 사과했다는 건 노리코가 던진 의문을 긍정한다는 의미기에, 깨달은 노리코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게, 노리코가 계속 자랑하니까 조금 질투해 버려서.”
 시마코의 말을 듣고 유키는 이때야 말로 놀라 넘어질 뻔했다. 자랑? 대체, 뭘 자랑했다는 걸까. 설마 그건 자신과의 일인가 싶은 경악에 휩싸여서.
 표정을 보고 유키의 속마음을 읽은 건지, 허둥지둥 노리코가 부정한다.
“거, 거짓말이니까 진심으로 듣지 말라고요?! 시마코 선배, 누가 뭘 자랑했다는 거예요? 확실히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긴 했지만, 그건 너무나 불쾌하고 쓸데없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했다는 넋두리로 보고한 거니까!”
“어머, 그랬니? 나는 분명 데이트 보고를 했다고만.”
“노리코 쨩, 부끄럽다고 언니 탓으로 하면 안된다?”
“응 응, 뭐어 분명, 내가 유키의 언니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헤에, 노리코 쨩과 유키 군인가. 몰랐는데~.”
“잠깐, 무슨 소리니, 레이?”
 어느샌가 레이나 사치코까지 끼어들어 노리코를 둘러싸고 있었다. 노리코는 필사적으로 반론했지만, 얼굴이 새빨개졌다보니 설득력이 눈꼽만치도 없었다. 얼굴이 빨개진 건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라 분노 때문인 것 같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전혀 없어 보이는 건 확실했다.
 릴리안은 아가씨 학교지만, 그래도 여자애가 여럿 모여 흠미로운 화제를 꺼내면 떠들썩해지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슬슬 준비를 시작해야 하니까.
“어이, 유키치, 슬슬 가자고.”
“아, 아아. 저기, 여러분, 슬슬 나와 주셔야……”
 조심조심 말을 걸자,
 일제히 돌아보는 여성진의 눈길이 유키에게 응축되어 모여, 유키는 한 순간 공포를 느꼈다.
“……노리코 쨩은 만만찮을 것 같으니, 유키 군에게 물어볼까?”
“그렇네, 유키는 나만큼까진 아니지만 알아보기 쉽고.”
 요시노와 유미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상담하고 있다.
“노리코, 나한테도 가르쳐 주지 않다니…….”
“아니 그러니까 시마코 선배, 제가 말하는 게 진짜고,”
 시마코와 노리코는 미묘하게 자매 사이가 꼬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노리코 쨩과 유키 군은 말야…….”
“뭐, 뭐어, 그랬구나…….”
 레이는 뭔가를 사치코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는 중에도 둘이 이쪽으로 흘낏흘낏 눈길을 향해, 묘하게 거북하다.
 어떻게든 모두를 설득해서 질질 끌고 운동장에 향하는 중에도, 소리는 작지만 뒤쪽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게 귀에 들어온다.
“……저기, 노리코 쨩, 정말로 망루에 서는 사람 유키랑 바꿔달라고 안해도 괜찮니?”
“그래, 노리코 쨩. 나는 신경쓰지 말렴. 홍장미님씩이나 되는데, 후배를 위해선 그 정도는…….”
“그러니까, 아니라고 하잖아요!!”
 전부 들리는게 괴롭다. 거기에 더해, 코바야시랑 아리스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것도 괴롭다.
 아직 메인 이벤트를 마친 것도 아닌데, 피로가 몸에 쌓이는 걸 느끼는 유키였다.



 이런저런 일이 있으면서도, ‘하나데라 합전’은 무사히 끝났다. 중간에 유미가 행방불명이 돼서 왠지 인형옷으로 재등장한 뒤 사치코와 포옹한다는 해프닝은 있었지만, 이벤트 자체는 성공이라 해도 괜찮겠지.
 망루는 나중에 정리할 예정이라 그대로 남겨 두고, 릴리안 임원들을 일단 대기실로 돌려보낸다. 유키는 거기서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몸은 피곤했지만, 쉴 시간이 생겼다 보니 문득 지금까지 잊었던 걸 떠올렸다.
 노리코와의 사건.
 아무래도 노리코가 언니인 시마코에게 유키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 모양이다. 노리코는 분명 불만이나 불쾌감을 토해냈을 텐데, 시카모는 왠지 그걸 노리코가 남자친구를 자랑하는 걸로 해석하곤 애인에게 푹 빠진(그렇다고 믿은) 노리코에게 약간 질투해, 무심코 유미와 시마코에게 이야기해버렸다는 게 아까 대화에서 얻은 결론이었다.
 그 뒤엔 각각 다른 망루로 나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은 모양이지만,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오해가 여기저기 퍼질 것 같아서 유키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놀림받을거라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장의 신분인데 도망칠 수도 없다. 조금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며, 릴리안 임원들의 대기실을 향하고자 생각한 순간.
“……어라?”
 복도의 반대쪽에서 교복을 입은 남자가 홀로 이쪽을 ​향​해​온​다​…​…​싶​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노리코인 모양이었다.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건 그렇다 치고, 움직임이 묘하게 이상한 느낌이었다. 평소의 쿨한 노리코를 생각하면 정말 놀랍게도 두리번두리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유키가 있는 것도 깨닫지 못했었는지, 바로 옆에까지 와서야 간신히 유키를 보곤 걸음을 멈췄다.
“아………….”
 어째선지,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또 밉살스런 말을 꺼내는게 아닐까 싶어서 마음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라 다시금 살펴본다.
“뭐, 뭔가요? 전 급하니까요.”
 역시, 어딘지 상태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말투도 왠지 평소보다 빠른 느낌이다.
 거기에, 급하다는 건 무슨 소릴까. 이미 이벤트는 끝났고, 릴리안 임원들의 일은 아무것도 없을 거다. 장미님이 심부름이라도 시킨걸까.
“…………앗.”
“뭐, 뭔가요?”
 손뼉을 치곤, 위를 올려본다.
“아니……그, 나도 선생님이 볼일이 있어서 불린 게 생각나서. 미안하지만 니죠 양, 잠시 같이 와 주지 않을래?”
“에? 왜 제가.”
 노리코는 곤혹스런 표정을 띄웠지만, 유키는 그 말을 일부러 흘려듣곤 말을 잇는다.
“아니, 조금 도움을 받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도, 저”
“조금밖에 안 걸릴 거니까, 정말, 면목 없지만. 자, 이쪽이야 이쪽.”
“아, 잠시, 저는 아직 다른”
 반쯤 억지로 이야기를 끊곤 걸음을 옮기자, 마지못해하는 느낌이긴 했지만 노리코는 뒤를 따라왔다.
 얼마간 걸어, 교무실에 도착했다.
 그러자 노리코가 뒤쪽에서 “아”하고 작게 소리를 내는 게 들렸다.
 하지만 유키는 안 들린 척을 하곤.
“그럼, 나는 잠시 선생님이 있는데 다녀올건데, 미안하지만, 그렇네……5분쯤 기다려 줄래?”
“…………예.”
“응, 그럼.”
 교무실 문에 손을 대고 힘차게 안으로 걸음을 디딘다.
“선생님, 후쿠자와 유키, 들어갑니다.”
 그리고,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았다.


 선언대로 5분 뒤에 나오자, 노리코는 여전히 문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 기다렸지. 갈까?”
“아뇨…….”
 뭔가 말하려는 듯한 노리코의 눈길을 흘려보내며, 유키는 다시금 앞에 서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뒤에서 작게 불러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니죠 양?”
“……볼일은 뭐였나요? 저한테 도와줬으면 한다는 건.”
“아―, 그거, 왠지 다른 녀석이 이미 끝마친 모양이라. 미안, 헛걸음이었지?”
“………….”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이번엔 노리코도 천천히 따라왔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걷기도 전에 다시 말을 걸었다.
“……저기, 고마, 웠어요.”
“에, 뭐가?”
“시치미떼도 소용없어요. 볼일도 없는데 일부러 절 데려온 거죠?”
“무슨 소리야? 아니, 좀 들어줘. 사카키 선생님도 너무하다니까. 나한테 부탁해 놓고 사실은”
“거짓말 하는 거, 서투르네요.”
“아―…….”
 유키는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긁었다.
 뒤를 돌아보자, 노리코가 진지한 표정으로 올려다봐왔다.
 유키는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거짓말, 서투르려나?”
“서툴러요. 빤히 보이잖아요. 볼일도 없었고, 게다가 볼일이 없으면 교무실 안에서 5분이나 있을 필요도 없잖아요. 조금 더 생각하는 게 좋아요.”
“우와, 안 봐주네. 급했어서 그래.”
“아뇨, 죄송해요, 저야 말로. 도움을 받았는데.”
 약간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는 노리코.
“아니, 이쪽 잘못이니까. 처음부터 깨달아야 했는데.”
 중요한 말은 둘 다 입에 담지 않았지만, 둘 다 이해하고 있다.
 무슨 소리냐면 그건 그, ‘여자 화장실’ 이야기다. 남학교인 하나데라 학원에는 당연한 일이지만 여자화장실은 얼마 없다. 아니, 얼마 없다기보단 교직원용 하나밖에 없어서, 그건 당연하게도 교무실 근처에 있다.
 릴리안 임원은 모두 여성이니까 처음부터 설명하고 안내해 뒀어야 했었는데 깜빡 잊었던 학생회의 실태였다.
“저기, 다른 사람은 괜찮을까?”
“……돌아가면 제가 모두에게 말해 둘게요.”
“면목없네.”
 둘은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그 걸음은 거북이가 하품할 정도로 늦었다. 거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좋은 분위기인 것도 아닌, 미묘한 분위기를 사이에 둔 채로 걸음을 기계적으로 옮긴다.
 이윽고 그 분위기를 먼저 견디지 못했는지, 노리코가 입을 연다.
“저기.”
“응.”
“어째서, 깨달은 건가요?”
 아마도 노리코가 화장실을 찾았던 걸 이야기 하는 거겠지. 유키는 잠시 고민한 뒤에.
“으음―, 역시, 여기는 남학교고, 니죠 양은 여자애니까.”
“뭐뭣”
 음색이 바뀌었다.
“뭐, 뭘 이제와서 그런 소릴. 아까는 남자 교복이 어울린다든가 말해놓고서는.”
“그건 그다지 남자같다든가 하는 의미가 아니라, 왠지 여자애가 남자 교복을 입고 있는게 좋은데……아니, 그.”
 바라보자, 노리코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도 발그랗게 뺨을 붉혀서, 그런 노리코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말이 왠지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였던 듯한 느낌이 들어서, 유키도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요, 말하다 그만두다니, 남자답지 않아요.”
 얼굴이 빨개졌는데도 불구하고 트집잡는 듯한 말을 꺼낸다. 대체 얼마나 드센건지 싶으면서도, 그걸 듣고 유키도 밀릴 수 없어 바로 반격해 버린다.
“그러니까, 남자 교복이 어울려서, ​약​간​…​…​귀​엽​다​…​…​싶​어​서​…​…​아​니​,​ 야, 약간이니까.”
 무의미하게 ‘약간’을 강조했지만, ‘귀엽다’는 말을 꺼내버린 걸 담을 순 없었고.
 그리고 노리코는 대놓고 고개를 돌리곤,
“마, 마음도 없는 소릴. 여자애한테 그렇게 말하면 뭐든 용서해 줄거라고 생각하고 있으신 건가요? 저, 이제 갈게요.”
 홀로 걸음을 옮긴다.
“아, 니죠 양.”
“몰라요!”
“아니, 그쪽 반대쪽.”
“―――읏!!”
 멈춰선 노리코는 빙글 180도 돌아서 방향을 바꾸곤, 어깨를 치켜올리며 성큼성큼 다시 걷는다.
“에에, 니죠 양.”
“처음으로 온 학교니까 잘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게 아니라……아―.”
“뭔가요, 정말.”
 노려본다.
 하지만, 무섭다기보단 오히려―――
“……아까부터 뭘 하는 거니, 너희들.”
 그때, 갑자기 근처의 문이 열리곤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누구였냐면, 모습을 드러낸 건 황장미 봉오리인 요시노. 이미 옷을 다 갈아입어서 릴리안 교복차림이었다.
 저도 모르게 이미 학생회실 바로 근처까지 와 있었던 거다.
 유키와 노리코를 바라보는 요시노의 눈은, 어딘가 흐리침침하게 흐려져 있었다. 표정도 진절머리난 것 같은 느낌이고.
“노리코 쨩, 나가서 돌아오는 게 늦는데―하고 생각했더니, 둘이서 스트로베리 하고 있었을 줄이야.”
“대, 대단하네, 유키도.”
“노리코, 파이팅이야.”
 요시노만이 아니라 유미, 시마코도 빼꼼 고개를 내민다.
“대담하네~. 확실히 학생회실 근처로 다른 학생은 별로 안 올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레이, 무슨 일이니?”
 물론, 레이와 사치코도 있고.
 유키와 노리코는 말이 막혀서, 둘이 얼굴을 마주본 뒤.


““차, ​착​각​이​야​―​―​―​―​―​―​―​―​―​―​―​―​―​!​!​!​!​”​”​


 라고, 입을 맞춰 소리쳤다.




“으―, 에고고…….”
 후야제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목욕을 끝내,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하는 유미의 눈길에서 피하듯 방에 틀어박혔다.
 그 뒤, 결국 둘은 산백합회 임원에게 잔뜩 놀림받았다. 둘 다 부정은 했지만, 전혀 믿어주지 않아 오해를 풀지 못한 채로 해산해 버렸다. 최소한의 구제는, 하나데라 학생들이 그 자리에 없었단 것 정돌까.
 눈을 감고 침대에 엎어진다.
 목욕탕에 들어간 뒤라 편안한 피곤이 덮쳐와, 당장에라도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자 버릴까…….”
 바로 어둠이 의식을 덮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에 빠지기 전의 한 순간.

 유키의 뇌리에는 확연히, 부끄러운 듯 화내는 노리코의 얼굴이 떠오른 거였다.




 한편, 노리코는 귀가해서 샤워로 피로를 풀곤, 세면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목욕을 마쳐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 분홍빛이 되어, 흑발은 물에 젖어 빛나고 있다.
 결국 돌아가는 길에는 요시노를 중심으로 산백합회 임원들에게 잔뜩 놀림받았다. 그 사이에 시마코도 섞여 있었고, 게다가 미묘하게 뜨뜻미지근한 눈길로 보고 있었던 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아가씨 학원이라곤 해도, 그런 부분은 평범한 여자애라는 걸까.
 스킨을 집어들고 얼굴에 발라나간다. 상기된 피부에 시원한 수분이 스며드는 게 기분 좋다.
“전혀, 그런 게 아닌데.”
 거울에 비치는, 입을 빼죽이는 자신의 모습.
“봐, 안 귀엽잖아.”
 그래도, 어째설까.

 유키랑 같이 있으면, 평소랑 다른 자신이 나와버리는 건 분명한 느낌이어서.

​“​약​간​만​…​…​인​가​.​”​
 이상한 생각을 할 것만 같아서, 당황하며 고개를 붕붕 젓는다.
 그리고 양손으로 뺨을 가볍게 두드린다.

“……보고 있으라고, 다음에야 말로.”


 대체, 뭘 보고 있으라는 건지 자신도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중얼이고 있었다.







~ 추신 ~
 일단, 2007년 앙케이트를 바탕으로 썼다고 생각하는데……대체 어떤 리퀘스트에 응한건지 스스로도 불명입니다. 아니 것보다, 새침데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 거죠?!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과연 이 내용이 바라시던 내용이 됐을지 어떨지...

역자의 말:
 노리코 귀여워요! 츤데레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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