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배·애?
엉뚱한 일로 나나의 집에 가게 돼서, 나나의 방까지 들어갔다. 가족에겐 이미 유키가 알려져 있고, 거기다 남친 취급 받고 있었다. 학교도 학년도 다른 남자니 친구라고 어설프게 말하는 것 보단 나을지도 모른다. 나나는 그런 유키 앞에선 그런 거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나인 유미 외의 여자의 방에 들어가서, 뭘 하고 있는가 하면.
둘이서 수줍어하며 이야기중인 것도 아니고, 전형적으로 졸업 앨범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라, 둘이서 나란히 액정TV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 뜨는 건 게임 화면. 둘의 캐릭터가 눈이 빙빙 돌 정도로 뛰어다니며 격렬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요즘은 온라인을 통한 대전이 성황이지만, 타임 렉 문제나 전투상대의 레벨, 매너 문제 등이 있어서 나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하는 1:1 대전인데다 게다가 유키와는 레벨도 비슷한 정도라 신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유키 씨는 예상대로 야한 코스튬의 여성 캐릭터를 골랐네요.”
“아니아니, 나는 몸이 가볍고 움직임이 빠르고 트리키 계통인게 주체라고, 정말로.”
도끼눈으로 보는 나나에게 왠지 진심으로 변명해 버린다. 덧붙여서 나나는 수염에 대머리, 근육 울퉁불퉁한 마초 아저씨가 주캐라, 움직임이 둔하지만 강력한 던지기 기술이나 콤보를 확학 넣어댄다.
“거유가 팡팡 흔들리는 걸 목적으로 고른 거 아녜요?”
“그, 그야,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던 건……아야―――?!”
말한 순간 나나에게 다리를 꽉 밟혀서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조작이 멈춘 한 순간의 틈을 찔려, 초절 콤보를 먹어서 패배했다.
정말 봐주지도 않은 공격에 진짜로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나나를 바라보자, 나나는 입술을 빼죽이며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나, 나나 쨩, 괜찮다니까.”
“…………뭐가 말예요?”
“나나 쨩도, 앞으로 성장――으가악?!”
중간까지 말했을 때, 나나의 백핸드가 턱에 작렬.
얼얼한 턱을 손으로 누르고 있자, 나나가 쓰윽 하고 다가와서 노려본다.
“그 이상 말하면, 때릴거예요?”
“아니, 벌써 때렸잖……”
이라고 말하는 중, 눈이 가슴팍에 빨려 들어간다.
유키 쪽이 크기에 필연적으로 내려보는 꼴이 되지만, 그러면 조금 느슨한 가슴팍이 아무래도 눈에 들어와 버린다. 딱히 속옷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가슴 부푼 부분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거의 부풀지도 않았다. 그래도 가슴쪽에서 엿보이는 피부라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고 돋우는 법이고, 그건 아직 유아체형에 가까운 나나도 마찬가지다.
“잠깐……어, 어딜 보는 거예요.”
그렇게 나나는 아스라이 뺨을 붉혔지만, 떨어질 기색은 없다. 알고 있는데도 그만두지 않는다는 건 지기 싫어하는 성질 때문인지, 아니면 권하고 있는 건지.
“――별로, 아무데도.”
고개를 들고, 나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얼버무리듯 쓰다듬는다.
“그도 그럴게, 볼 정도가 아닌 걸.”
“열받아――――!! 마, 말하면 안 되는 소릴―――!”
“명치?!”
보디 블로가 절묘한 곳에 박혀, 거의 기절 직전인 유키.
소리도 안 나올 정도의 고통을 참으면서 불만스런 표정으로 나나를 바라본다.
방금 말은 사실 부끄러워서 그런 거기도 하다. 유키도 남자다 보니 여성의 부푼 가슴이라는 건 동경하지만, 거유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취향은 아니다. 갸냘프고 슬렌더한 체형도 좋아하고, 빈유도 웰컴이다. 하지만 물론, 인터넷에서라면 몰라도 그런 걸 현실에서 입에 담을 수도 없다보니 아까같은 말투가 되어 버린 거다.
“……그, 그것보다 나나 쟝, 애초에 오늘 급하게 집에 돌아온 건 산 게임을 플레이 하고 싶어서 아니었어? 그런데 나랑 격투게임만 해도 괜찮아?”
아픔이 잦아들기 시작한 즈음, 조금 신경 쓰였던 걸 물어봤다.
“……저기 말예요. 그건 애초에 1인용 게임이고, 유키 씨가 보고 있는 앞에서 BL 게임을 할 정도로 전 지독하지 않아요.”
“왠지 그거 모순된 이야기 같은……아, 그런가, 혹시.”
“흐럇!!”
“으악!!”
떠오른 걸 입에 담기 전에 나나의 돌려차기를 정수리에 받고 넘어진다. 발차기 때, 들어올린 다리의 안쪽에서 숏 팬츠 안에 속옷같은 게 조금 보인 것 같기도 하고 안 보인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들어서, 유키는 자신의 동체시력이 엉망이 아니라는 데 만족하면서 그런 에로기쁜 걸 생각하는 걸로 아픔을 참았다.
“그건 유키 씨의 오해예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아직!”
“아무것도 안 해도 알아요. 기쁨이 조금 넘쳐 흘러서, 저도 모르게 유키 씨를 초대해 버린 것 뿐이니까요.”
“음~, 그래도 말야, 왠지 미안한데, 조금쯤 플레이 해 보면?”
“………….”
유키가 권하자, 나나는 눈에 보일 정도로 망설였다.
그리고, 한동안 고민한 뒤에.
“그, 그럼 도입부 정도만……유키 씨는 적당히 게임하거나 책 읽거나 하고 있어도 괜찮으니까요.”
“OK.”
대답을 하고 나니, 나나는 잽싸게 PC를 켜고 산 게임 봉인을 뜯는다. 역시 꽤나 플레이 하고 싶었던 거겠지. 왠지 절로 웃음이 흘러나오는 느낌을 받으며, 나나에게 들은 대로 책을 뒤지기 시작한다.
만화부터 소설까지 굉장히 다채로운 책이 늘어서 있는 책장이고, 만화는 의외로 소년만화도 많이 보였다. 유키가 좋아하는 작품도 좀 있어서 이러니 마음이 맞는 것도 이해가 되고, 다음에 화제로 삼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우오오, 떴다!! 계속 두근거려!”
묘한 혼잣말이 뒤쪽에서 들려오지만, 일단 무시한다.
책장을 보다 보니, 한쪽 구석에 확실히 BL코너로 보이는 구역이 있었다. 커버도 안 씌우고 당당히 늘어놓아서, 제목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걸 잡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아아, 잠깐, 이거 여기까지 하면 18금이겠죠 상식적으로.”
신경 쓰이지만 신경 쓰면 안 된다고 마음속 굳게 맹세한다.
하지만 BL 코너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드러내다니, 꽤 배짱이 있다.
“……응, 이건 뭐지?”
BL 코너를 지나, 책장 제일 아랫단에는 얇은 책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얇으니, 옆표지에도 제목이 쓰여있지 않다.
유키는 딱히 별생각 없이 한 권을 들고,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펼쳤다.
“푸우웁?!”
편 페이지 안에는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남자들의 모습이 선정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한 쪽의 ○○이 다른 한 쪽 남자의 ■■에 ▼▼하고, 거기다 ○○를 입에 ※※한 끝에 ◇◆◇――.
설마 싶어 몇 권을 더 잡아 보자, 이것도 저것도 그림이랑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남자끼리 얼우는 만화 뿐. 그것도 프로의 만화라기 보단 어딘가 초보자 같아 보이는 부분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제일 아랫 단에 있는 건 전부 그런 얇은 책이었다.
BL을 좋아하는 부녀자라는 건 들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실물을 보면 조금 걸린다.
조용히 책을 돌려두려 한 때, 뒤에서 차가운 기척이 느껴졌다.
“……굉장히 열심히 보고 계셨네요.”
“으아앗?!”
나나가 등 뒤까지 와 있었는데, 아무래도 책에 열중하느라 깨닫지 못했던 모양이다.
“호, 혹시나 흥미 있거나 해요?”
“아, 아니아니, 없으니까, 응.”
“그러고 보면 유키 씨, 하나데라는 남학교였지요. 혹시나 그런……듀후후.”
“나는 그런 거 아니니까, 때끼.”
“아야!”
입을 ω모양으로 하고 다가오는 나나의 머리에 가볍게 촙을 날린다.
“여자한테 폭력이라니, 최악이에요.”
“그보다 나나 쨩, 이것들 18금 뿐이잖아.”
“무슨 소리에요, 그 쯤은 보통이라니까요. 보통.”
뭐어, 유키도 중학생 무렵,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18금 물건들에는 흥미가 있고 방에 없는 것도 아니지만, 여자도 똑같은 거려나.
이런 책을 읽고, 나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뭘 하는 걸까. 혹시 남자랑 비슷한 걸 할까 하는 상상이 들어, 얼굴을 붉힌다. 나나의 방인데다 나나의 침대가 눈에 들어와 있는 것도 안 좋을지도 모른다.
“잠깐……저, 정말, 됐으니까 되돌려 놔 주세요.”
뭔가를 민감하게 느낀 건지, 나나도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면서 얇은 책을 책장의 원래 장소에 돌려놓기 시작했다. 유키도 쭈그려 앉아, 바닥에 흩어져 버린 책을 잡아 책장에 돌려놓는다. 표지도 꽤 과격한 것들이 많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도록 한다.
바로 옆에서 나나가 작업을 하고 있다보니 중간중간 몸이 닿거나 하지만, “아……미, 미안”같은 전개가 되지도 않고 담담히 일을 끝냈다.
“정말, 쓸데없는 걸 하니까 그렇죠.”
“아니아니, 책 읽어도 된다고 한 건 나나 쨩이잖아.”
“그렇다고 해서, 아가씨의 비밀 코너에까지 손을 넣어서 안을 엿보곤 하아하아 하다니, 지독해요.”
“오해받을만한 말투, 그만둬 줄래?”
나나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바뀌어 간다. 처음부터 이상한 애라곤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좋게 생각하면, 그만큼 유키에게 마음을 열어서 본모습을보여주고 있다는 거겠지만.
에이구야 하고 고개를 젓다, 문득 테이블에 눈길을 향해보니 PC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엔 여자애 같은 사랑스런 얼굴의 남자가 뒤에서 얼짱같은 남자가 안겨붙어 가슴을 쓰다듬는 중 애절한 표정을 띄우고 있는 씬이 비치고 있었다.
“이, 이건 비 18금이니까 문제 없어요! 그도 그럴게, 국부는 노출 안 되니까요!”
“그런 문제야?!”
“괘, 괜찮아요, 정말.”
나나는 잽싸게 PC 앞에 가선, 세이브를 하고 게임을 껐다.
“……덤으로 이 작품은, 여자애 같이 사랑스런 상급생 이성애자 선배를, 얼짱 하급생 군단이 낚으려고 하는 거라, 선택에 따라서는 하렘 전개로도 갈 수 있는…….”
“쓸데없는 정보는 필요 없으니까!”
애초에, 전부 남자인 주제에 하렘 전개라는 건 대체 뭐야. 게다가, 이성애잔데.
유키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머리를 감싸안는다.
“에―, 왜 이해 못하는 건가요? 유키 씨도 백합겜 하렘같은거에 모에하잖아요?”
“모르고, 한 적 없어!”
“칫, 이 아닌척 색골이~.”
나나의 이야기는 좀 그렇지만, 그런 나나에게 유키도 별 부담감 없이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연하라곤 해도 비슷한 나잇대의 여자애고, 게다가 외모는 꽤 귀엽다. 남학교라서 여자애에게 익숙해지지 않은 입장에서 보면 긴장도 될만한 상황인데, 나나의 방이라는 시추에이션인데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 없이 평소대로 있을 수 있었다. 그건 나나라는 여자애가 자아내는 분위기나 매력 같은 것 때문일지도 모르고, 상성이 맞아서일지도 모른다.
나나를 바라본다.
“에?! 뭐, 뭔가요 그, ‘나나땅 귀여워, 핥딱핥딱킁킁하고싶어’ 같은 욕망이 담긴 표정은!”
“그런 생각 안 했어!”
역시, 완전히 익숙해지는데는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맞아맞아, 그러고 보면 ‘유키 씨’라는 호칭 말인데요.”
“뭐가 ‘그러고 보면’인지 전혀 맥락을 모르겠는데……그게 왜?”
“왠지, 그냥 ‘유키 씨’라고 부르는 것도 재미없잖아요. 좀더 그, 다른 호칭같은 게 좋지 않아요?”
“다른 호칭이라니, 예를 들면?”
“여기는 정석적인, ‘유키 오빠야~’라거나.”
“그거, 어떻게 봐도 내가 오해 받을 거잖아!”
딱히 유키는 여동생 속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싫은 건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역시 누나 속성이다.
“그럼, ‘쥬잉님’이라거나?”
“……왜 혀 짧은 소리?”
“귀여움을 어필.”
혀를 낼름 내미는 나나.
“어쨌든지 기각. 그런 식으로 불리면 인격을 의심받는다니까.”
“불만이 많네요. 그럼…….”
잠시 고개를 숙이고 고민한 뒤, 유키의 눈 앞에 선 나나는 치뜬 눈으로 바라보면서.
“……‘유키 선배.’”
약간 수줍음을 보이면서 말했다.
이상한 애긴 하지만 작고 귀여운 나나가 바라보면서 ‘선배’같은 말을 하는 상황에, 생각지도 못하게 두근거려버리는 유키.
“아, 그 반응. 마음에 든 거죠? 혹시나 후배여자 속성이에요? 덧붙여서 물론 ‘선배’는 좀 어린 느낌이니까요.”
“의, 의미 모르겠어.”
“에―, 뭔가요, 유키 선~배. 저기, 선배~, 선배도 참―.”
왠지 부끄러워져서 나나를 피하듯 몸의 방향을 바꿨지만, 나나도 쫓아오듯이 정면으로 돌아온다. 한동안 쫓고 피하고 하듯 빙글빙글 돌고 있었지만, 이윽고 나나에게 손목을 잡혀서 움직임을 멈춘다.
“유키 선배……그렇게 나나가 싫으신가요?”
그리고 나나는 눈썹 끝을 늘어뜨리며 슬퍼보이는 표정을 짓곤, 그런 물음을 꺼냈다. 연기라는 걸, 유키를 놀리고 있는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런데도 가슴이 울리는 게 느껴지는 건 어째설까.
약점을 보여선 안된다 싶어, 유키는 무리하게 잘라버리려 했다.
“정말, 장난치는 것도 적당히 하라니까…….”
하고, 나나를 가볍게 떼어 놓으려고 손을 뻗었을 때.
“――――.”
“……에?”
물컹, 이라고 표현할 법한 감각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뻗은 손은 빨려들어가듯 나나의 가슴에 놓여 있었다.
겉보기로 평평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부드럽게 약간 부푼 부분이 손바닥에 느겨껴져, 역시 여자애구나 싶었다.
“에, 그…….”
비빈다고 할 정도의 볼륨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르면 미묘하게 반발해 오는 탄력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다. 옷 탓인가도 싶었지만, 단순한 천이 낼 수 있는 감촉은 아닐 거다. 그걸 확인하고자 지금 한 번 눌러 본다.
“저기……적당히.”
“에……으앗?!”
거기서 간신히, 나나의 가슴을 비벼 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아니, 알곤 있었지만, 왠지 떼놓을 수가 없었던 거다.
유키는 당황해서 손을 떼고 만세를 한다.
“후후……각오 좋으시잖아요.”
“아, 아니, 괜찮아! 그렇게 잘 안 느껴졌고, 가슴을 만지고 있다고 할지 어떨지 미묘한 느낌이었고!”
말한 순간 나나 주변의 기온이 단숨에 내려간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하늘로 소천하고 싶으신 모양이네요.”
“아니 지금 건 다른 의미가 있었던 건……크헉!”
변명할 틈도 없이 나나에게 태클을 먹어서 그대로 침대로 뻗었다. 그리고 바로 나나가 덮쳐왔다.
“배짱 좋잖아요. 남의 가슴을 만져 놓고 그런 소릴.”
“그, 그러니까 가슴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괜찮……으윽?!”
꾹꾹 체중을 걸쳐 목을 조이는 나나. 진심이라곤 생각지 않지만 괴로운 건 마찬가지라, 의식이 멀어져 간다.
“으, 죽는다고!”
“아, 잠깐, 저항하지 말아 주세요.”
“엉터리 소리 하지 마, 이, 이게!”
마운트 포지션을 뺏긴 자세론 불리하지만, 상대는 여중생. 힘을 짜내서 나나의 몸을 밀쳐내려 떠민다.
“――――잠깐 나나, 시끄러워. 조금 더 조용히, 아.”
마침 그때, 안을 살피러 온 건지 루루가 얼굴을 드러냈다. 루루는 방 안을 본 순간에 굳어지고, 한 순간 뒤.
“크, 큰일이야 네네 언니, 모모 언니! 나, 나나 녀석이 갑자기 격하게 승마위로 해대고 있어?!!!”
확실히 지금의 나나는 위로 누운 유키의 위에 말을 타듯 걸터앉아 활처럼 등을 굽혔고, 그런 나나의 가슴을 유키가 잡고 있는 꼴이었지만.
“……아니, 옷 입고 있고.”
“착의 플레이 하고 있어! 분명 남친 바지 자크는 열려 있을거고, 거기서 치솟은 우람한 그게 쇼트 팬츠 틈새로 나나를 찌르고 있는 거야?! 그러면 척 보는 걸론 모르는 걸!”
“루, 루, 루루 언니 바보! 것보다, 유키 씨도 언제까지 가슴 만지고 있을 거예요?!”
“아야!”
찰싹, 팔을 얻어맞았다.
나나는 유키의 위에서 내려와, 떠들며 뛰쳐나간 루루의 뒤를 허둥지둥 쫓았다.
“후우……대체 뭐야.”
홀로 남겨진 유키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나나에게 죄였던 목을 손으로 누른다.
결국 그 뒤, 나나는 언니 셋에게 잔뜩 놀림받아, 그 나나도 형세가 불리해져서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 뭐어, 시간도 이미 저녁이고 밖도 어두워 지기 시작했기에, 딱 좋을지도 모른다.
역까지 가는 길에 옆을 걷는 나나의 모습을 보자, 심기가 불편한 듯 입을 빼죽이고 있었다.
“정말, 터무니 없는 오해를 받았잖아요.”
“내 탓이야?”
“당연해요, 설마 이럴 때, 여자 탓으로 할 생각이에요?”
“아니, 전면적으로 제 탓입니다, 네.”
이 이상 화내게 만드는 것도 안 좋기에 전면적으로 항복해 보였지만, 그래도 아직 나나는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
“……오늘은 두 번이나 가슴을 만졌어요.”
“그, 그건 불가항력이었어! 미안했다니까.”
“게다가 파인 가슴이라느니, 빨래판이라느니, 나나는 굉장히 상처입었어요…….”
“아니, 그런 소리 안했는데…….”
“흥이다.”
휙 고개를 돌리며, 빠른 걸음으로 유키를 쫓아가는 나나.
그 자그만 뒷모습을 보고 당황한다. 화내고 있는 거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조금 앞까지 나아간 뒤, 빙글 뒤를 돌아본 나나.
노려보는 듯한 눈초리와 표정은 넋을 잃을 정도로 생명력으로 넘친다.
“말해 두겠지만요, 앞으로 3~4년만 지나면 저도 쭉쭉빵빵한 초~나이스바디가 될 거니까요!”
그 말을 듣고 상상해 봤지만, 거유인 나나는 전혀 머릿속에 떠올릴 수가 없다. 그보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되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오늘 비빈 거랑은 전혀 감촉도 다를 거니까, 그걸 깨닫게 해 줄게요!”
휙, 하고 손가락을 가리키는 나나.
“엣? 그건 또 만지게 해준……것보다, 3년 뒤에도 함께 있겠다는 거려나?”
“하아? 딱히 그렇게 간단히 죽을 일도 없겠죠. 그리고, 만지지 않아도 겉보기로 알 정도가 될 테니까요……것보다, 그렇게 만지고 싶다는 오라 내지 말아 주세요, 에로남작.”
“안 냈어.”
“에, 그럼 만지고 싶지 않은 거예요?”
“당연히 만지고 싶겠지……아니, 그게 아니니까!”
깜빡 쓸데없는 말실수를 해 버려 급히 부정했지만, 이미 내 버린 소릴 되돌릴 수는 없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뭐어뭐어, 솔직한 건 좋은 거예요. 그렇네요, 그렇게 저랑 함께 있고 싶다면, 함께 있어 줘도 괜찮다고요? 모처럼 게임 동료기도 하고요.”
정면에서 히죽~하고 웃으며 올려다보는 나나.
말을 되돌려주기 위해 입을 열려 했지만, 먼저 나나가 말을 꺼냈다.
“제발 그래달라는 거라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나나와 함께 있고 싶으신 거면……저기, 유키 서언배애?”
눈을 치뜨고, 조금 응석부리는 듯한 말투. 만든 건지 천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유키의 스트라이크존이라는 것 만은 틀림 없었다.
그래서 말을 되돌려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나나에게 당해주는 것도 좋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걸로 앞으로도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어, 잠깐 기다려. 그건 진짜야, 나? 그래도.”
“왜 그러셔요, 유키 선배?”
“으?!”
당황하는 유키를 수상쩍게 느낀 건지, 나나가 다가붙어 모습을 살핀다.
“벼, 별로, 아무것도 아니고.”
“하앙~, 그러고 보면 사랑스런 나나땅에게 ‘선배’라고 불려서, 하아하아참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있는 거네요, 알아요.”
“아니, 아, 아냐……아니니까!”
“에. 지금 무슨 소리 흘렸었어요? 혹시나 진짜였나요?”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아하핫, 싫다, 무서워요, 선배.”
“아니라고 했잖아!”
웃으면서 도망치는 나나를 쫓는다.
정말로 나나에게 사로잡히기 시작한 자신을 깨달으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