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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X초전자포] 어떤 과학의 제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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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업로드는 힘들 듯 합니다. ㅈ

프롤로그


"...아직 들리나? 네가 구하지 못한 수천의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서서히, 극저온의 냉동 탄소 탱크의 아래로 단단히 묶인 채 끌려들어가는 나를, '놈'은 증오로 불타오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지만, 사지의 말단에서부터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과도 같은 냉기는 무수한 사선을 넘어 온 나조차도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미한 냉소를 지을 수 있던 건, 나 이상으로 '놈' 이 고통스러울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테지.

"쌍둥이, 더군."

순간 이해하지 못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내 말에 담긴 진실을, 그 폐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의미를 느낀 순간, '놈'은 10년 전 나와 만난 이래 처음으로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네가-! 파드메를-! 내 아이들을-! 그러고도 네놈이 감히 제다이 행세를 해-?"

기가 막히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저지른 짓을 생각한다면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는 위선자 주제에.

"그러게 아무것도 모르는 영링들을 죽이지 말았어야지. 시스의 허울 좋은 꼬임에 넘어가서 마스터 윈두와 내 스승님을 급습하지 말았어야지. 빌어먹을 3류 쿠데타로 공화국을 멸망시키고, 의원들을 암살하고, 클론 부대를 이끌고 제다이들을 말살하는 데에 동참하지 말았어야지!"

"닥쳐! 난 구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내가 바랬던 건 그저, 그저 파드메와 평온하게 사는 것이었는데..."

'복수는 어둠의 힘에 잠긴 시스나 하는 짓이다.' 스승님은 일찍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마 그 분께서 살아계셨더라면, 그리고 공화국의 복수라는 명목으로 내가 저지른 일을 보셨더라면 망설임 없이 내 목숨을 거두셨겠지. 알고 있다. 나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파드메를, 내 오랜 친구이자, 눈 앞의 사내의 아내이기도 한 공화국의 명망 높은 상원의원을, 그리고 그 뱃속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베었다.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이것만으로 나는 영원불멸 지옥에서 불타오를 것이다.

"...아니, 너에게는 죽음조차 과분해."

이미 가슴 부근까지 잠긴 액체 탄소가 호흡을 막는다. 이제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겨웠다. 얼마 남지 않은 삶에 구차한 미련을 가지고 버둥거리는 나를 응시하며 '놈'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 훗날 다스 베이더라고 불리울 악적은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결정했다. 탄소 결정체가 된 네놈을 외우주로 발사하기로. 운이 좋다면, 수백만년 정도 우주를 멤돌다가 이름 모를 소행성의 중력에 끌려들어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녹아버리겠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시간이란 개념이 존재가치를 상실할 아득한 흐름 속에서, 언젠가 도달할 '사상의 지평선' 의 너머에는 안식이 있기를 기원하며 암흑 속을 떠다닌다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죽음이 신의 축복으로 여겨질 정도의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겠지.

굳이 녀석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각오한 일이었으니까. 이미 전신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게 탄소 경화된 직후로,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고는 고작해야 눈, 그리고 입 정도뿐이었다. 이제 정말 끝이로군. 그저 목가에까지 차오른 냉기를 느끼며, 나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예언 하지, 아나킨 스카이워커-. 네놈의 미래는 절망과 증오, 그리고 후회와 번민으로 가득할 것이다. 너를 무간지옥에서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은 이미 죽었으니, 천천히 썩어가며 시취를 풍기는 망자로 일평생을 살아라!"

"너야말로! 기억해라! 파드메를! 언젠가 죽음이 찾아올 그 무한한 시간 속에서!"


아이러니하군. 나는 놈이 죽길 바라고, 놈은 내가 살아남길 바라니. 역시, 처음 만난 그 순간 어떠한 이유를 붙여서라도 죽였어야만 했을까.

서서히 시야가 흐려진다. 이 이상 의식을 길게 유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무력하게 끝나는 건가. 어느 누구도 구하지 못하고 이대로 죽을 수 밖에 없는 건가. '원작' 의 흐름을 막기 위해서, 그 안에서 벌어질 불운한 사건들을 저지하기 위해 일평생 싸워 왔건만, 나아질 가망 따윈 없는, 희망이라곤 일말의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 최악의 결과만 불러 왔으니까.

다스 몰과의 결전에서 콰이곤 진, 그리고 오비완 케노비 모두 죽었다.

분리주의자들과의 전쟁에서 요다를 비롯한 많은 마스터들이 죽었다.

오더 66이 발동되었을 시점에는 고작해야 한 줌의 제다이들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파드메 아미달라를 죽였기에, 황제와 다스 베이더를 쓰러트릴 루크 스카이워커도, 반란군을 결집시킬 레아 오르가나도 없다. 아무도 없다.

...내가 개입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절망적인 결과가 이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적어도, 언젠가 '포스의 균형을 이끌 자' 가 나타나서 이 무의미한 전쟁의 결말을 낼 거라는 희망은 남아 있었을 텐데-.

그런 짙은 회한을 안고서, 나는 한없이 죽음에 가까운 수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뜨리라는 기대는 조금도 남기지 않은 채.


하지만, 다시 맞이한 세계는, 조금 더 따뜻한 편이었다.




"친구들과의 관계 -, 특히 하굣길에서 묘하게 자주 마주치는 바로 옆자리의 씩씩한 아가씨와 친해지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하군요."

"네, 맞아요! 어쩜, 어떻게 안 거에요? 마치 마음이라도 읽는 것 같아~!"

"하하,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대로변의 한 구석. 길거리에 버려져 있던 탁자를 집어와서, 지나가던 여중생들이 문득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큼지막한 문구를 적어 내걸었다.

'연애운, 학업운, 금전운 - 1000엔에 당신의 미래를 읽어드립니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이런 직종만큼은 항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신기한 눈빛으로 기웃거리던 소녀들이 하나 둘씩 말을 걸어온 덕분에, 불과 개시 1시간만에 5000엔이라는 거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전직 제다이를 이 정도 시급에 부려먹는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긴 하지만.

"행운의 컬러는 라이트-퍼플.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치에 따라 정열적인 화(火) 속성인 아가씨에게 이번 주 딱 어울리는 아이템은, 동물 - 특히 수중 생물 모양의 스트랩이로군요."

"정말 고마워요, 점쟁이 아저씨!"

차마 아저씨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못한 채, 웃는 얼굴로 환하게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그녀를 배웅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몇 살인지는 나조차도 모르니까. 아나킨 스카이워커에 의해 인과율(因果律)의 역전이 벌어지는 사건의 ​경​계​선​(​事​件​地​平​線​)​으​로​ 추방당한지 몇 순이 지났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확실한 것은, 이 세계는 뇌를 조작함으로서 '초능력' 이라는 힘을 발현시키는, 과학문명이 극히 불합리하게 발달한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시대라는 것이다.

-내가 눈을 뜬 곳은 '학원도시'. 도쿄 서부에 위치한 총 인구 230만, 그 중 학생 80%라는 비율을 자랑하는, 거의 대부분의 초능력자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통​제​실​험​구​역​이​었​다​.​



오후 5시가 지나자 학생들로 시끌벅적거리던 거리도 어느 정도 차분해진다. 오늘 목표치는 달성했으니 이제 그만 접어도 괜찮겠지. 펼쳐놓았던 좌판을 치우고, 로브 자락을 툭툭 털고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딱 좋다. 이대로, 모든 것이 이렇게만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세계는 그럭저럭 평온한 편이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삼류 점쟁이 행세로 밥을 먹는 일이 가능하니까. 이 이상 이 세계에 개입할 마음이 조금도 없는 나에게 있어서는 퍽 긍정적인 상황이다. 어리석은 실수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 이제 질렸다.

그렇다. 나는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이상 제다이로서의 의무를 지킬 필요는 없는 거다. 이제는 설령 눈 앞에서 사람이 덜컥 죽어나가더라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의 굳건한 의지가-

​"​.​.​.​.​.​.​.​!​"​

순간 손을 뻗었다. 마치 버려진 인형처럼 무기력하게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던 물체를 땅에 직격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멈춰세울 수 있었다. 소녀였다. 불과 중학생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고글을 쓴 아주 어린.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짙은 혈향(血香)은, 끈적거리는 피로 물든 상의의 상처는, 그리고 손에 들린 묵직한 납빛의 돌격소총은 이 모든 일들이 그저 사소한 사고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불길하다. 한없이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다. 과거 지오노시스에서 홀로 드로이드 군단을 상대했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역시 버리고 갈 순 없겠지."

추격자의 기세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대로 한 몸 숨기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의식을 잃은 상대를 짊어지고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다는 것은 - 특히 감시의 눈길이 온 사방에 퍼져 있는 이 도시에서는 - 상당히 힘든 일이니까.

망설일 시간은 없다. 결국, 나는 재빨리 소녀를 어깨에 걸쳐 매고, 이 낯선 도시에 도착한 이후로 단 한번도 내보이지 않았던 ​전​심​전​력​(​全​心​全​力​)​의​ 힘을 사용해, 가능한 한 적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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