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 이름, 지명, 단체는 픽션에 근거한 것이며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프롤로그 - 모든 것을 잃은 소년과 소녀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넘어진 한 소년이 고개를 든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일그러진 얼굴을 지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하게 보이는 광경이 눈이 익숙해지자 그 소년은 공포애 휩싸였다.
방금 전까지 분명 그의 앞에는 어느 때와 같은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학생들. 화창한 날씨를 즐기는 가족.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년에 눈 앞에는 뭐라 표현하지 못할 잔혹함만 남아있었다. 여기저기 날아간 건물과 자동차의 파편들. 불길에 휩쌓여 타들어가는 건물들.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무언가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감각을 되찾은 소년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통스러움이 느껴지는 신음과 함께 천천히 일어났다.
아프다.
소년의 몸이 울부짖었다.
살아야한다.
소년의 마음이 외쳤다.
후자를 택한 소년은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살기 위해서는 몸의 고통도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골절 혹은 심한 부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몸에 모든 관절 그리고 마디마다 느껴지는 고통은 참기 힘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 자신이 무언가를 해서 몸이 그나마 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이 도심에 가까워 질수록 눈앞에 광경은 더욱 참혹해졌다.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살아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봤더라도 죽은 줄 알았을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자신이어도 그런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자신 앞에 펼쳐진 참상은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파편 밑으로 보이는 손과 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린 무언가. 계속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소년은 계속 걸었다. 살기 위해서.
타닥. 타닥.
터벅. 터벅.
잔해들이 불에 타는 소리와 소년의 무거운 발걸음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년을 조롱하듯 태양은 높은 곳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도 구름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다. 생명의 소리는 물론 기척조차 없는 고요한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치지직... 지직... 지지지..."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마치 무전기 혹은 라디오 전파를 잡는 소리.
소년은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통을 망각한체 뛰기 시작했다. 자신을 가로막는 벽, 자동차 잔해 그리고 시신들을 넘으며 소리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소리의 근원에 도착했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나마 작동이 되는 자동차였다. 운전자가 보이지 않았기에 소년은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면서 무언가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 치... ㅍ..겨..해..."
주파수를 돌리던 소년은 남자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듣기위해 주파수를 최대한 정밀하게 맞추기 시작했다.
"오늘... 북... 폭격... 처... 국...의..."
"제대로 나오라고!"
아직도 잡음이 섞인 라디오 수신을 참다못한 소년은 분노를 나타내며 라디오를 주먹으로 내리쳤고 라디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선명하게 라디오 너머 남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오늘 오전 긴장되던 한반도 국경에서 북한군이 폭격을 시작하였고 그와 동시에 공중 폭격 또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인해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또한 공격당했고 대통령과 내각 그리고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의 생사가 불분명 합니다."
소년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싶었지만 자신 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됬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소년을 무시하듯 라디오의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북한군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군은 즉각 대응을 시작하였고 북의 지도층 역시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년은 더 이상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살던 세상이 없어졌다는 것을 파악하자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았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한 소년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목적도 목표도 없이 그저 이곳에서 빠져나와야 살 것같다는 본능에 이끌려 발이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만약 이 방송을 듣고계신 살아남은 시민들이나 대피하고 있는 시민들은 모두 내일 오후 8시까지 OO공항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내일부터 안전을 위한 수송이 시작될 것입니다."
야속하게도 대피명령에 대한 소식은 소년이 한참 멀어진 뒤에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얼마나 걸었을까? 소년은 계속해서 자문했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 멈출수도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몸이 움직였다. 그는 자신이 산속을 걷고 있다는 사실마저 모르며 계속 걸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길을 가던 도중 소년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흐끅. 흐끅."
사람이다. 그것고 우는 사람.
목소리만으로는 어린아이로 추정되었고 소년은 다시한번 소리의 근원을 찾아 몸을 움직였다.
소리는 숲속 깊은 곳에서 나고 있었다. 주위가 나무로 가득차면 찰수록 소리는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저번에는 사람의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사람이었다. 아니, 두명의 사람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울고있는 어린소녀와 소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나무 그루터기를 벽 삼아 앉아있는 피를 흘리는 여인이었다. 소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여인은 눈을 감은체 가뿐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소년은 어쩔줄 몰랐으나 한걸음 한걸음 그들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여인은 눈을 살며시 떳고 소년을 발견했다.
"얘. 아줌마가 부탁해도 되겠니?"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함과 고통이 섞여있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만으로 소년은 눈차챘다. 이 여인은 죽기 직전인 것을. 폭발이나 혹은 다른 요인으로 부상을 입었고 치료하지도 못한체 피를 너무 흘렸다.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제 그녀의 힘은 고갈되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가까이 와주겠니? 아줌마가 손을 잡아보고 싶네."
여인은 소년을 향해 오른손을 떨면서 들었고 소년은 주저없이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잡아 무릎을 꿇은체 그녀의 눈 높이와 가까워졌다.
"네 이름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
"정일환이에요."
"일환이라... 참 좋은 이름이구나."
여인은 계속해서 가뿐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고 일환이라는 소년은 그녀의 손을 꼭 쥔체 그녀의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이 아줌마는 더 이상 못 갈것 같애.:
"엄마! 그런 말 하지마!"
"미안해, 우리 딸. 엄마가 너무 미안해."
여인의 말을 들은 울고 있던 소녀는 그녀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고 여인은 눈물을 참으며 미소를 지은채 소녀의 머리를 왼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우리 유미. 엄마 말 잘들어."
"싫어! 싫어! 엄마랑 같이 갈거야!"
자신의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소녀는 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도 소녀의 어머니는 눈물을 참은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여기 일환 오빠가 이제부터 너랑 같이 있을거야. 그러니까 울음 뚝."
"싫어! 난 엄마랑 같이 있을거야!"
계속해서 우는 자기의 딸을 안은체 여인은 일환을 올려다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염치없지만 우리 유미를 부탁해도 될까? 좋은 오빠가 되 줄 수 있겠니?"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어서 일환은 잠시 당황했지만 큰소리로 우는 소녀와 죽음을 맞이한 소녀의 어머니의 부탁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자신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곧 죽을 사람의 부탁을 무시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었고 연약한 소녀를 내버려두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일환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여인은 안도 미소를 지으며 울고있는 자신의 딸의 손을 잡아 일환에게 내밀었다. 일환은 즉시 아이의 손을 잡았고 여인은 양손으로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감싸며 미소를 지었다.
"일환아. 우리 유미를 부탁한다. 어른이 되서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다 부디 우리 유미를... 행복하..."
마지막 부탁을 하던 여인은 말을 잊지못한채 고개를 떨구었고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 아, 아니지? 엄마. 엄마! 엄마아아아!"
소녀는 서글피 울기 시작했고 소년 또한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두 사람과는 달리 그 여인의 입가는 안도의 미소로 차 있었다.
여인을 묻어준 뒤 소년은 아직도 울고 있는 소녀를 업고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프롤로그 - 모든 것을 잃은 소년과 소녀
프롤로그 - 모든 것을 잃은 소년과 소녀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넘어진 한 소년이 고개를 든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일그러진 얼굴을 지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하게 보이는 광경이 눈이 익숙해지자 그 소년은 공포애 휩싸였다.
방금 전까지 분명 그의 앞에는 어느 때와 같은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학생들. 화창한 날씨를 즐기는 가족.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년에 눈 앞에는 뭐라 표현하지 못할 잔혹함만 남아있었다. 여기저기 날아간 건물과 자동차의 파편들. 불길에 휩쌓여 타들어가는 건물들.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무언가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감각을 되찾은 소년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통스러움이 느껴지는 신음과 함께 천천히 일어났다.
아프다.
소년의 몸이 울부짖었다.
살아야한다.
소년의 마음이 외쳤다.
후자를 택한 소년은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살기 위해서는 몸의 고통도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골절 혹은 심한 부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몸에 모든 관절 그리고 마디마다 느껴지는 고통은 참기 힘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 자신이 무언가를 해서 몸이 그나마 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이 도심에 가까워 질수록 눈앞에 광경은 더욱 참혹해졌다.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살아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봤더라도 죽은 줄 알았을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자신이어도 그런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자신 앞에 펼쳐진 참상은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파편 밑으로 보이는 손과 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린 무언가. 계속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소년은 계속 걸었다. 살기 위해서.
타닥. 타닥.
터벅. 터벅.
잔해들이 불에 타는 소리와 소년의 무거운 발걸음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년을 조롱하듯 태양은 높은 곳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도 구름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다. 생명의 소리는 물론 기척조차 없는 고요한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치지직... 지직... 지지지..."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마치 무전기 혹은 라디오 전파를 잡는 소리.
소년은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통을 망각한체 뛰기 시작했다. 자신을 가로막는 벽, 자동차 잔해 그리고 시신들을 넘으며 소리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소리의 근원에 도착했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나마 작동이 되는 자동차였다. 운전자가 보이지 않았기에 소년은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면서 무언가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 치... ㅍ..겨..해..."
주파수를 돌리던 소년은 남자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듣기위해 주파수를 최대한 정밀하게 맞추기 시작했다.
"오늘... 북... 폭격... 처... 국...의..."
"제대로 나오라고!"
아직도 잡음이 섞인 라디오 수신을 참다못한 소년은 분노를 나타내며 라디오를 주먹으로 내리쳤고 라디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선명하게 라디오 너머 남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오늘 오전 긴장되던 한반도 국경에서 북한군이 폭격을 시작하였고 그와 동시에 공중 폭격 또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인해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또한 공격당했고 대통령과 내각 그리고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의 생사가 불분명 합니다."
소년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싶었지만 자신 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됬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소년을 무시하듯 라디오의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북한군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군은 즉각 대응을 시작하였고 북의 지도층 역시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년은 더 이상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살던 세상이 없어졌다는 것을 파악하자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았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한 소년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목적도 목표도 없이 그저 이곳에서 빠져나와야 살 것같다는 본능에 이끌려 발이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만약 이 방송을 듣고계신 살아남은 시민들이나 대피하고 있는 시민들은 모두 내일 오후 8시까지 OO공항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내일부터 안전을 위한 수송이 시작될 것입니다."
야속하게도 대피명령에 대한 소식은 소년이 한참 멀어진 뒤에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얼마나 걸었을까? 소년은 계속해서 자문했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 멈출수도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몸이 움직였다. 그는 자신이 산속을 걷고 있다는 사실마저 모르며 계속 걸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길을 가던 도중 소년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흐끅. 흐끅."
사람이다. 그것고 우는 사람.
목소리만으로는 어린아이로 추정되었고 소년은 다시한번 소리의 근원을 찾아 몸을 움직였다.
소리는 숲속 깊은 곳에서 나고 있었다. 주위가 나무로 가득차면 찰수록 소리는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저번에는 사람의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사람이었다. 아니, 두명의 사람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울고있는 어린소녀와 소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나무 그루터기를 벽 삼아 앉아있는 피를 흘리는 여인이었다. 소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여인은 눈을 감은체 가뿐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소년은 어쩔줄 몰랐으나 한걸음 한걸음 그들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여인은 눈을 살며시 떳고 소년을 발견했다.
"얘. 아줌마가 부탁해도 되겠니?"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함과 고통이 섞여있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만으로 소년은 눈차챘다. 이 여인은 죽기 직전인 것을. 폭발이나 혹은 다른 요인으로 부상을 입었고 치료하지도 못한체 피를 너무 흘렸다.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제 그녀의 힘은 고갈되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가까이 와주겠니? 아줌마가 손을 잡아보고 싶네."
여인은 소년을 향해 오른손을 떨면서 들었고 소년은 주저없이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잡아 무릎을 꿇은체 그녀의 눈 높이와 가까워졌다.
"네 이름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
"정일환이에요."
"일환이라... 참 좋은 이름이구나."
여인은 계속해서 가뿐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고 일환이라는 소년은 그녀의 손을 꼭 쥔체 그녀의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이 아줌마는 더 이상 못 갈것 같애.:
"엄마! 그런 말 하지마!"
"미안해, 우리 딸. 엄마가 너무 미안해."
여인의 말을 들은 울고 있던 소녀는 그녀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고 여인은 눈물을 참으며 미소를 지은채 소녀의 머리를 왼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우리 유미. 엄마 말 잘들어."
"싫어! 싫어! 엄마랑 같이 갈거야!"
자신의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소녀는 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도 소녀의 어머니는 눈물을 참은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여기 일환 오빠가 이제부터 너랑 같이 있을거야. 그러니까 울음 뚝."
"싫어! 난 엄마랑 같이 있을거야!"
계속해서 우는 자기의 딸을 안은체 여인은 일환을 올려다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염치없지만 우리 유미를 부탁해도 될까? 좋은 오빠가 되 줄 수 있겠니?"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어서 일환은 잠시 당황했지만 큰소리로 우는 소녀와 죽음을 맞이한 소녀의 어머니의 부탁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자신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곧 죽을 사람의 부탁을 무시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었고 연약한 소녀를 내버려두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일환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여인은 안도 미소를 지으며 울고있는 자신의 딸의 손을 잡아 일환에게 내밀었다. 일환은 즉시 아이의 손을 잡았고 여인은 양손으로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감싸며 미소를 지었다.
"일환아. 우리 유미를 부탁한다. 어른이 되서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다 부디 우리 유미를... 행복하..."
마지막 부탁을 하던 여인은 말을 잊지못한채 고개를 떨구었고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 아, 아니지? 엄마. 엄마! 엄마아아아!"
소녀는 서글피 울기 시작했고 소년 또한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두 사람과는 달리 그 여인의 입가는 안도의 미소로 차 있었다.
여인을 묻어준 뒤 소년은 아직도 울고 있는 소녀를 업고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