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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주비행사는 여고생이라고요!


4장 - 리프트 오프


1.


20XX년 초봄 어딘가

대구공항 인근 김다혜 자택


“내일부터 10시 야자.. 학생 인권은 어디에 있나,”


입학식으로 학교에서 야자가 없이 집에 돌아온 다혜는 한 숨을 쉬었다. 야간 자율 학습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고등학생인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의식이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 밤 10시고, 내년에 고삼이 되면 11시 이후까지 있어야만 했다. 입학시이 있었기에 오늘 특별히 야자 없이 집에 보내준 학교의 배려라는 선생님에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수 밖에는 없었다.


“아이고, 귀여운 손주 왔냐?”

“할아버지, 영국 여행 다녀 오신거에요?”


영문과 교수(이자 사실 전작 공군 중령)였던 김세원은 얼마전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왔다. 대구에 있는데 대구란 이름이 안 붙은 국립 대학교의 영문과 교수로 전직 공군 장교답게 여러 공군 관련 저서들을 번역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밥 먹었어요?”

“라면 끓여 먹었다!”

“에에, 쌀밥 드셔야죠.”

“사람이 귀찮게 뭘… 아 그리고 우리 귀여운 손녀 주려고 선물 사왔지!”


거실 탁자 위에  할아버지가 뭔가 조그만 병을 올려놓자 다혜는 눈을 반짝였다. ‘영국에 갔다 오셨으니 홍차라던가!’ 같은 기대가 가슴을 두들였다.


[Marmite]


귀여운 유리 통에 적혀 있는 문자를 보고 다혜는 얼굴이 굳었다.


“할부지!!!”

​“​으​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랬다. 다혜의 할아버지인 김세원 교수는 장난을 좋아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밝고 붙임성 좋고, 사람도 좋고 기분이 나쁘지 않는 장난도 잘치고 분위기도 주도 잘하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적이 적고,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사람이었다.


“줄 선물은 이거!”


할아버지가 꺼낸 것은 유니언이 세겨져 있는 큰 셔츠였다. 딱 봐도 관광지용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이었지만 다혜가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고 기분이 중요한 것이니 웃으면서 받았다.


“할부지 감사 감사!”

“아, 맞다!”


방에 들어 가려던 다혜를 할아버지가 막아 세우고 말했다.


“여행 다녀왔다 하니 사성이 녀석이  술 먹자 하더니 이거 주더라!”


할아버지가 내민 것은 항공 우주 연구원의 마크가 붙어 있는 이상한 서류였다.


“한국 유인 우주선 사업... ​청​소​년​.​.​꿈​.​.​미​래​.​.​체​험​ 모집 서류?”

“이거 경험하고 나면 무려 공군 사관학교 입학도 유리해 진다는거다.”


몇 장으로 구성된 서류를 다혜가 읽어서 안 것은 방학 쯤에 사천과 나로 우주 기지에서 우주 비행사 훈련을 체험 한다는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총 몇 명을 뽑는다는 것은 나와 있지 않지만 상당한 경쟁률이 있을 듯 했다.


“이거 딱 봐도 과학고나 특성화고 애들이 유리할 것 같은데요?”

“그 말할 줄 알았다. 뒤를 봐라 추천인 항목이 있지?”


몇가지 작성 서류에 뒷편에는 한 장의 종이가 있었는데, 악필로 장황 하게 여기 김다혜양은 뛰어난 인재로 부모가 공군 장교로 항공 우주에 관심이 많고, 본인도 많은 지식을 쌓고 있으며 그걸 공군 참모 총장인 구사성 내가 보증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아… 사성이 할아버지..”

“현 공군 참모 총장의 추천서다!”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자 한국 공군 최고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구사성 공군 참모총장의 친필 추천서라면 특성화고나 과학고 학생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을 수 있었다. 그냥 다혜 입장에서는 공군의 높으신 분이 빽이 된다. 정도의 생각만 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 로켓 사업 자체가 한국 공군의 지원이 크기 때문에 공군 최고 지휘관의 추천서는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었다.


“놀러 오시면 술주정이나 부리는 할아버지 친구분들이라 생각했는데…”


이전 티비에 나온 장재윤 교수도 그렇고, 구사성 총장 역시, 집에 놀라와서는 친구 소녀를 상대로 수청을 들라니 하는 술주정이나 부리는 영감탱이였기 때문에 기분이 묘했다.


“하하하, 지금까지 녀석 논문을 영어로  다 공짜로 번역해주고 했는데, 이럴 때 써먹어야지!”

“그런데 사성이 할아버지 방공 사령부 사령관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참모총장 오르신 것은 대단하네요.”

“그게 다 내가 논문 번역 해주고, 한국 우주 로켓 개발의 대중서 번역해주고 해서 유명해진 것 때문이 아니겠냐!”


공군 통역 ROTC 장교 출신으로 당시 초급 장교들 논문이나 여러 번역서를 도와 주다보니 군대 나온 다음에는 별들을 막 부르고 다닐 수 있는 그이기에 하는 말이기도 했다. 특히 구사성 참모총장은 한국의 로켓이나 우주궤도 방어 관련으로 여러 대중서와 연구 논문을 한국에 이전부터 소개하고 인지도를 쌓아왔던 것이 다 다혜의 할아버지의 도움이 있었고, 팬텀 후방석 출신인 그가 이번 정권에서 우주개발 부분으로 공군 참모총장 까지 오른 것은 다혜의 할아버지의 덕이 분명히 있었다.


“공군 사관학교에 전형이 유리하다라..”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공군 출신아니 다혜 역시 공군 사관학교에서 관심이 있었고, 나름 대로 성적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당간당한 것이 공군 사관학교의 경쟁률이었니 확실히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했다.


“뭐 상세는 애비, 애미에게 말해 놓으마.”

“네!”


이 작은 서류가 다혜에게 있어서 인생을 뒤바꿀 엄청난 모험을 하게 될 줄은 그 때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2.


경기고 과천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실


“아니, 도대체 왜 이걸 취소시킨다는 겁니까!”


강이팔 연구원장은 너무 화가나 있었다. 얼마나 화가 나 있냐면 과학부의 부속 기관인 항우연의 원장이라는 사람이 지금 상급 기관인 과학부 그것도 장관실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로켓 엔진하고 그 사업에만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데 애들 소풍에 이만한 돈을 쓴다는 거야!!”


여성으로 장관까지 오른 허순옥도 그런 소리에 질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대통령하고 끈이 유명해서 막무가내로 노는 강연구원장이라도 아래 기관의 사람이 장관에게 대드는 꼴은 용납할 수 없었다.


“미래!!! 빅 피쳐를 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지금 공부 잘하고 능력 좋은 아이들 잡아 놔야 뒤에 얘네들이 우주 개발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그걸 몰라! 지금 우주 사업에만 연간 10조씩 40조원을 뿌렸는데 기재부 놈들이 또 돈 쓰냐고 얼마나 난리인 줄 알아!”


허순옥 장관도 열이 올랐다.

당장 지금 대통령이 임기 말에 실적 세운다고 유인 우주선 가조립 빛 추가 발사 예산을 쓰는데다 하고 있는 170톤짜리 액체 메탄 엔진 개발까지 생각하면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실적이 묘한(?) 상황이었고, 다행이 여야 국감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기재부가 너무 돈이 들어간다면서 지적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  학생들 체험회에 많은 돈을 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니깐, 예산 아낄려고 공군한테 부탁도 했고 로켓 체험도 업체들 가조립 할 때 타볼 수 있게 한다던가 한거 아닙니까? 좀 어떻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일단 강원장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안 그래도 대통령하고 끈까지 있는 사람을 자기가 막 누를 수도 없었다.


“일단 이번 일도 기업들 잘 구슬려 보고 그 쪽 라인 보다보면 기재부랑 얽힌 것도 많을테니.. 그리고 참여 학생도 이번에는 한명으로 줄이고요.”

“그..그래도 한명이면..”

“로켓을 한 번만 쏠 것도 아니고 다음 정권가도 사업은 계속 할 껍니다. 그 때 교육 명목이다 하면 학생들 참여 예산은 계속 늘꺼니까 말이죠.”


아까 격앙되어 있던 허장관의 목소리도 줄어들고 어느 순간 말이 존대어로 바뀌어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그들은 동지는 아니었지만 결국 한 배를 탄  사람들이었고, 서로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우주 개발 계획은 성공할 수 없었다. 특히 틈만 나면 로켓 사업에 딴지를 걸려고 하는 기재부의 마수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더더욱 협력은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 사람만 뽑는 걸로 하고…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원장도 이 정도면 물러날 때이긴 했다.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교 학생들 수십 명 모집을 해서, 우주 관련 경험을 빵빵하게 해서 우주병에 걸리게 만들고 항공대나 관련 연구 기관으로 진로 방향을 틀게 만들게 한다는 미래를 위한 계획이니 사실 좀 더 늦어져도 될 것이었다.


‘그럼 홍보효과 우선으로 계획을 바꿔야 겠군’


강원장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다수의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형태가 불가능하다면 당장에 우주 사업 홍보에 치중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좋을터였다.  


“아 정말로 연구만 하고 싶은데..”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는 170톤의 액체 메탄 엔진도, 신형 대형 로켓 개발 사업이나 하고 있는 유인 우주 사업도 이미 연구 전체가 자신의 손을 떠나 있었다.  강이팔 원장이 하고 있는 것은 그런 연구가 아니라 우주 사업 전체의 통괄과 지루한 정치였다.


예산이 오가고 확보하고 그에 관련되어 있는 업체들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시하거나 끌어들이는 것들…  장관실을 나오면서 나오는 것은 한 숨 뿐이었다. 옛날 젊은 시절에 타국의 로켓 모터 분해하고 그거 따라 만들기 위해서 잠을 못 잤던 그런 시절이 좋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새차게 흔들었다.


“아니지, 아니지.. 우주에 사람 보내는거 해야 다음은 달이건 화성이건 갈 거 아닌가?”


현재의 유인 우주선 사업과 함께 우주 기지 건설 사업들을 궤도로 올리고 다음에는 화성이고 목성이고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해야만 했다. 자신과 같은 늙은 쪽이 다음 젊은 쪽이 좋게 연구할 수 있게 기반을 쌓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다. 괜히 옛날이 좋았어 하면서 향수를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좀 늦었습니다. 얼마간 구글 독스 오류도 그렇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바빠서.. 다음 편부터는 빨리 빨리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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