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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아래에


첫작이니 좋게 봐주세요 :D

1장






원래라면 상쾌해야 할 아침햇살이 유난히도 찌뿌둥하고 무겁게 몸을 짓눌러 평소보다 아주 약간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햇빛을 조금 막으면 좀 더 잘 수 있을까 침대에 붙어있는 것만 같은 몸을 힘겹게 일으켜 커튼을 치고 다시 누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자시계가 최대 음량으로 알람을 울려댔다. 이불 속에서 팔을 뻗어 버튼을 눌러 알람을 끄고 몸을 뒤척거리고 있으려니 알람 소리가 멈춘 시계의 화면 위로 현재 시각이 보였다.

“오늘까지도 가야하는 건가…”

익숙하지 않은 혼잣말까지 중얼거리며 일어나 터덜터덜 걸어 방에서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구운지 조금 된 토스트와 잼이 들어있는 병, 커피분말이 들어있는 잔과 커피포트가 놓여있었다. 평소처럼 의자에 앉아 커피 잔에 뜨거운 물을 붙고 리모컨을 들어 tv를 켰다.

커피에서 쓴 향이 올라왔다. 덕분에 몽롱하던 것이 약간 가셨다. tv소리 때문에 부모님이 깨실까 소리를 작게 줄였다.

식탁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tv스크린에는 사흘째 같은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사흘 모두 챙겨 보고 있지만 볼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양쪽 관자놀이를 세게 눌러 편두통을 조금 억누르고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한 당일, 그러니까 정확히 사흘 전 중학교 3학년 남학생 하나가 동급생인 여학생을 계단에서 밀쳐 뇌사상태에 빠지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유례없는 어린 범죄자의 존재에 세간은 떠들썩해졌고 언론사는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단순한 장난’… 학교가 위험하다.」같은 식의 제목을 내어 가해학생이 연쇄살인마인 것 마냥 보도하고 있었다. 가해학생은 범행동기에 대한 질문에 ​“​장​난​이​었​다​.​”​라​는​ 식의 대답을 해 더욱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세상이 요지경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이 사건이 나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이유는 뉴스마다 얼굴을 비추고 있는 저 남학생의 담임이 ‘나’이기 때문이다. 뉴스에선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침마다 화면에 나오며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저 학생의 이름은 ‘김 지훈‘, 내가 처음으로 담임을 맡게 된 3학년 3반의 학생이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다음 날엔 가해 남학생과 나에게 요청된 인터뷰에 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거의 겁박을 하다시피 가해 남학생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나도 학생의 평소 생활 태도라든가 두 학생 사이의 관계라든가 몇 가지 질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억이 난다.

경찰에게 듣기론 사건은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방과 후에 발생했고, 피해학생은 얼마 후에 지나가던 동급생 친구의 신고로 응급실에 이송 될 수 있었지만 피해학생이 뇌사상태에 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게다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민 곳이 하필 층계가 다른 곳보다 많은 2층이었다고 한다. 급식실이 있는 1층의 높이 때문에 다른 층보다 유난히 계단이 많았던 2층이 3학년 교실이 위치해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사건 장소가 2층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밀쳐져 머리를 땅에 부딪쳤고, 계단에서 굴러 돌바닥에 머리를 받은 피해학생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수사는 경찰의 몫이고 나는 그저 알고 있는 것만을 알려주면 되는 입장이었지만 사건이 터지고 나서 불안한 마음에 그날 밤부터 잠을 설쳤다. 몇 가지 의심 가는 점이 있어 머릿속이 복잡했다.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앙심을 품는 것은 갇혀있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알고 있던 지훈이는 함부로 남을 해치거나 할 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교우관계도 원활했고, 평소에도 활발했고, 항상 수업태도 좋았고,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았던, 말하자면 모범생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런 지훈이가 친구를 다치게 하다니…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함에도 지훈이는 여전히 수사관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된 지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단순히 장난이었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훈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말 이번 사건이 단순한 장난으로 인한 사고였던 걸까?

나는 커피가 조금 남은 커피 잔을 소리가 나게 비워냈다. 토스트가 있던 그릇 위에 커피 잔을 올려 싱크대 안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작지만 기분 좋은 달그락하는 소리가 우울했던 기분을 조금 밀어내는 듯 했다. 잠이 깨어 조금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나는 지훈이의 담임이다. 내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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