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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용의 대격전


투고 | 문학소년

× × ×


천사가 상제를 찾을 마음이 바빠 즉시 도사를 배사(拜謝)하고 쥐구멍을 찾아간다. 쥐구멍을 찾다가 의외에 용신묘(龍神廟)를 발견하고 천사가 ​대​경​(​大​驚​)​하​였​다​.​

“용은 미리의 별명이니 미리가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다”하고, 묘중(廟中)에 들어가 보니 과연 미리가 있기는 있다마는 석일(昔日)에 풍(風), 우(雨), 뢰(雷), 정(霆)의 조화(造化)를 부리던 〈미리〉가 아니요 일개 토우상(土偶像)의 미리이다. 귀가 떨어졌고, 눈이 빠졌고, 이마가 깨어졌다., 그 앞에는 한 접시 제물도 놓이지 않았으니, 드래곤에게 패전하고 이곳에 와서 퇴거(退去)한 것이 명백하다.

“미리야, 이놈 상제는 어디다 두고 너 홀로 여기에 있느냐. 나는 상제를 잊지 못하여 이렇게 찾아 다니는 길이다…….”

고 천사가 미리를 대책(大責)한다.

미리는 냉소한다.

“천사야, 이놈, 상제는 찾아 무엇하느냐? 천궁이 있던 때에 상제이지 천궁이 깨어진 뒤에도 상제가 있느냐. 상제가 있다면 죽은 상제이다. 죽은 상제는 산 쥐새끼만도 못하다. 말하자면 상제도 멸망하여야 옳지, 기실 내나 네나 상제가 모두 상고(上古) 민중의 일시 미신의 조작이 아니었더냐. 민중의 조작으로서 얼마나 민중의 해(害)를 끼쳐 왔느냐. 상제 자신만 호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제의 제물·공물이다 핑계하고 민중의 돈을 협잡한 놈이 없었더냐. 상제의 명을 봉승(奉承)하였다 하며 세세(世世) 황제로 행악(行惡)한 놈이 없었더냐. 최근 세계 대전에 다수한 민중을 죽이어 낸 각국 ​제​왕​·​원​수​(​元​首​)​·​총​사​령​관​들​이​ 모두 상제의 이름으로서 하지 않았느냐. 남의 나라를 먹고 그 나라의 유민(遺民)의 뼈다귀를 녹이는 놈들도 또한 상제의 뜻이라 하지 않았느냐. 오늘은 미신이 깨어지니 상제도 또 깨어졌다. 상제에 부속하였던 네가 안 깨어질소냐. 억만 민중들은 고양이가 되고 과거 모든 세력자는 쥐가 되었다. 상제를 찾으려거든 쥐구멍으로 가 보아라.”

천사가 미리의 말을 듣고 괘씸히 생각하였지만, 그 마음이 벌써 상제에게 떠나 돌릴 수 없는 바에야 다언(多言)이 쓸 데 있으랴. 상제나 찾아가리라고 묘문(廟門)을 나오니 ​서​역​방​지​(​鼠​疫​防​止​)​를​ 위하여 쥐를 박멸하려고 출동한 민중들을 만났다. 천사 문득 도사의 점에 상제가 쥐구멍에 있으리란 말을 생각하고 울면서

“여보시오. 쥐를 잡지 말으시오. 쥐는 곧 하늘에서 도망하여 온 상제올시다.”

하나, 이 말에는 대답이 없고 다만

“왔다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인제는 쥐의 말일이다.”

하는 소리만 사방에서 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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