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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49화 절대 용서 못해


“유토가 사과할 때 까지 절대 용서 못해.”

 방에 돌아온 페이트는 전에 없을 정도로 심기가 언잖은 느낌으로 뺨을 복어처럼 부풀리고 있었다.

‘알프 씨, 저 페이트가 화내는 거 처음으로 봤는데요……!’
‘나도 계속 페이트랑 같이 지냈는데, 이 애가 화내는 건 처음이야!’

 페이트가 화낸다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당황하는 아이들.
 그도 그럴게, 알프마저도 페이트가 화내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인 거다. 게다가 화내는 대상은 적같은 게 아니라, 친구인 유토고.
 그 페이트가 친구에게 이렇게나 분노를 드러내리라곤 아무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아아, 그래도 화내고 있는 페이트는 이것대로 귀여워!’
‘알프 씨…….’

 홀로 몸부림치는 알프에게 할 말도 없는 나노하.

“녀석은 남을 화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건가?”
“일리 있네.”

 정말 아무래도 좋은 디아키의 말에 응응 끄덕이는 알리사.
 의도한 건지 무의식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알리사는 도미네 유토라는 사람이 화를 돋우는데는 초 1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그래도 유토 군도, 페이트를 위해서 한 거고, 응?”
“그런 문제가 아니야!”
“왁?!”

 소리를 높이는 페이트를 보고 얼이 나간 일동. 대체 뭐가 온후한 페이트의 역린을 건드린 건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유토는 자신을 지나치게 막 다뤄! 무리만 해대고!”
‘에에―…….’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이 겹치는 동시에, 그런 거구나 하고 납득하는 나노하 일행.

“페이트한테도 남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노하도 그렇다고 생각해.”
“너도 말야.”

 나노하가 페이트에게, 유노가 나노하에게, 그리고 크로노가 유노에게 딴죽을 거는 삼중주가 이어진다.
 자각 없는 페이트와 나노하는 “에에―”하고 불만스런 소리를 내고, 자각은 있는 유노는 “으윽”하고 조금 분한 듯 신음한다.

“아하하, 크로노 군도 고생이 끊이질 않네.”

 크로노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에이미가 그렇게 이야기를 마감하자, 확 웃음이 솟아오른다.

“뭐어, 페이트네 일은 냅두고, 보통 걔는 넘칠 정도로 제멋대로고 자신을 소중하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이.”

 알리사의 말에 스즈카도 응응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의 유토는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흥미 없는 일에는 스스로 움직이는 일이 없고, 적극성도 없다. 한 마디로 하면 의욕 없는 게으른 사람이다. 페이트가 말하는 것 같은, 무리만 해대는 사람에선 한참 멀다.

“그리고 심술궂고. 언제든 자신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라며, 나노하도 둘의 말에 동의한다.
 볼켄리터들과의 훈련중에도 “아픈 건 싫어어어어!”라고 말하면서 비타에게서 도망친 건 기억에 새롭다.
 단지, 그런데도 훈련 그 자체는 때려치지 않는 걸 보면 이상한 부분에서 성실하구나 싶긴 하지만.

“헤에―, 나노하는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은 거려나―?”

 라며, 히죽히죽거리면서 이야기에 끼어든 건 나노하의 언니인 다카마치 미유키다.

“에에……뭐가 있었더라?”
“주얼시드 탐색 때, 유토 군에게 몇 번이나 업혀서 돌아온 건 어디의 누구였으려나―?”
​“​냐​아​아​아​아​아​아​?​!​”​

 본인조차 잊어가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허둥지둥거리는 나노하. 
 주얼시드 탐색을 시작했을 무렵, 마법 사용에 익숙지 않았던 나노하는 필요 이상으로 체력을 소모해, 유토에게 업혀 집에 돌아올 때도 여러 번 있었던 거다.

“헤에―. 그런 적이 있었어?”
“미유키 언니, 그 이야기 자세히 들려 주세요!”

 미유키의 이야기에 바로 흥미를 보이는 스즈카와 알리사.

“그 때는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잤었어―. 한 번 유토 군의 어깨에 침을 늘어뜨린 적도 있고.”
“어어어, 언니?!”

 나노하 자신도 자느라 기억이 없는 이야기를 폭로당해, 순식간에 창피함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그, 그, 그거 거짓말이지?! 나 침 같은거 안 흘리는데?! 유, 유노 군! 거짓말이지?!”

 일말의 소망을 담아 나노하는 유노에게 기대 봤지만, 무정하게도 유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 나노하. 미유키 씨가 한 이야기는 사실이야.”
“에에에에에엣?! 그, 그치만, 그런 거 나 몰라!!”
“그야, 나노하는 기분 좋은 것처럼 유토 군의 등에서 자고 있었는 걸. 나노하를 업고 집까지 오는 거, 유토 군 굉장히 힘들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불만 한 마디도 없었다고? 집 까지 왔을 때 몸이 덜덜 떨린 적도 있었는 걸.”

 실제로 당시의 유토는 마법도 못 쓰는, 완벽하게 보통 초등학생이었다. 거의 같은 체격인 나노하를 업고 집까지 배웅하는 건 꽤나 중노동이었다.

“에, 나 그런 이야기 못 들었어.”

 처음으로 듣는 사건에 당황하는 나노하. 유토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걸 놀림거리로 삼거나, 불만 한 마디라도 토할 것 같은데.

“나노하를 배려한 거라고 생각해. 나노하가 이걸 알았다간, 유토 군에게 사양해 버리잖아? 아, 이거 비밀로 해 달라고 말했었지만, 벌써 시효는 지났겠지.”

 그렇게 말하며 혀를 내밀며 웃는 미유키.

“그 녀석, 이상한 부분에서 배려심이 있네.”
“유토 군 답다고 하면 그럴지도.”

 기막혀하는 알리사와 쿡쿡 웃는 스즈카.
 평소의 행동에선 배려가 깡그리 빠져있는가 싶으면, 때때로 이런 식으로 신경을 쓴다. 정말로 언밸런스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면, 그 때도…….”

 유토가 주얼시드에 말려들었을 때를 떠올리는 나노하.
 울 정도로 아픈 주제에 페이트 앞에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이 신경 쓸만한 일에는 상냥한 거구나.’
 혹시나 보통 심술궂은 것도 그걸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아니, 역시 그건 진심으로 즐기는 거지, 분명.’
 나노하는 쓸데없이 억측할 뻔 했지만, 바로 그건 아니라며 고개 젓는다.
 나노하나 알리사를 놀릴 때의 유토는 정말로 즐거워 보여서, 그게 가짜일 리는 절대 없다.

“나노하.”
“에, 페이트, 왜, 왜?”

 페이트에게 어깨를 꽉 붙잡힌 나노하는, 겁먹은 듯 몸을 움츠린다.

“뭔가, 나한테 숨기고 있지?”
“그그그그, 그런 거 아냐?!”

 나노하는 허둥지둥 부정했지만, 그 태도가 모든 걸 웅변하고 있다.
 페이트는 지긋이 나노하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 친구지?”

 페이트의 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유토는 약하면서 너무 무리해. 좀 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노하에게서 얼추 이야기를 듣고, 페이트가 낸 결론이 이거였다.
 “페이트 무서웠어.”라고 눈물맺힌 눈으로 말하는 나노하를 알리사와 스즈카가 달래고, 크로노네는 어찌됐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페이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의 정원이나 머티리얼들과의 전투 때를 들고 나와 유토에 대해 푸념을 해대는 페이트를 보고,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다.
 ‘푸념인 것 처럼 보여도 자랑이지, 이거?’
 레비와 디아키까지 가면, 진작에 흥미를 잃어 둘이서 카드 게임을 시작한 상태다.

“저기, 디아키. 나는 마법 못 쓰게 돼도 괜찮으니까, 유토를 원래대로 돌려 줄 순 없어?”
“부품교환도 아니고, 그렇게 가벼운 기분으로 확확 되돌릴 수 있겠냐, 얼간아. 내 턴, 드로.”

 페이트를 돌아보지도 않고 잘라 말하는 디아키.
 디아키의 말에 페이트는 침울해졌지만, 뒤이은 디아키의 말에 고개를 확 들었다.

“애초에 원래부터 녀석의 걱정따윈 필요 없어.”
“넷, 그건 무슨…….”
“냅둬도 한 달쯤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 다시는 마법을 못 쓴다는 소리는 녀석의 그릇을 시험하기 위한 방편이다. 기대도 한참 빗나갔지만.”
“그런 거야?!”

 파아아앗 하고 페이트의 얼굴이 빔난다.

‘와아―, 굉장히 좋은 미소.’
‘무진장 기쁜 거구나…….’
‘아하하, 페이트 귀여운데에.’

 알리사, 스즈카, 에이미가 페이트의 표정에 대해 각자의 감개에 잠긴다.

“방……편이란 건 머우졌ㅣ?”

 그리고 단어의 의미를 몰라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노하.

“기뻐하는 건 자유지만, 이건 녀석에게 말하지 마. 흥이 꺾인다. 그거, 이 몬스터로 직접 공격.”
“에엣―?! 내 패배야?!”

 다짐을 시키는 디아키를 상대로 페이트는 한순간 망설였지만,
‘응, 마법을 못 쓴다고 생각하면 유토도 심한 무리는 안 하겠지.’

“응, 알았어. 절대로 말 안할게.”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관리국에 들어가거나 한다면 몰라도, 일상생활에서 그리 무리해댈 기회도 필요도 없는 거지만, 미묘하게 흥분 상태인 페이트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괜히 레비의 오리지널을 맡고 있는게 아니다.

“괜찮은거려나?”
“유토 자신이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는 것 같고, 괜찮잖아.”

 미묘하게 난처해하는 스즈카와 달리, 큰 신경 안쓰고 대답하는 알리사. 더는 못 따라가겠으니 멋대로 하라고, 그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잠깐, 어라? 그러고 보면 슈테른은?”

 문득, 나노하가 방을 둘러봐도 슈테른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페이트가 방에 돌아왔을 때는 확실히 함께 있었을 텐데.

“슈테른이라면 오리지널과 교대로 나갔어.”
“나랑?”
“응. 에에……어라? 지금은 유토랑 같이 있나봐.”
“그런 거 알 수 있어?”

 나노하의 질문에 레비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편다.

“물론! 우리들 셋은 원래 같은 시스템의 일부니까. 서로의 상태나 위치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어. 덤으로 유토와도 계약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위치 정도는 바로 아는 거야!”
“에―, 그렇구나. 대단하네.”
“엣헴!”
“둘이서 뭘 하고 있는 거려나?”

 나직히 내뱉은 스즈카의 말에, 한 순간 방이 침묵에 감싸였다.

“이건, 상황을 보러 갈 수 밖에 없겠네.”
“이 녀석들은 뭘 기대하고 있는 거야.”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알리사에게, 기막힌 표정으로 말을 토하는 디아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유토와 슈테른의 경우 애들이 기대하고 있을만한 시추에이션은 없으리라 단언할 수 있다.
 둘이 함께 있는 원인도 예상은 가고. 아니, 그렇다기보단 자신이 원인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걸 입에 담을 마음도 안 든다.

“레비, 목욕하러 가자고.”
“에에―, 그 전에 한 판 더!”
“나중에 해. 우선은 낮의 땀을 씻어야지.”
“예~. 그럼, 슈테른도 불러 와야지―!”
“아, 어이, 기다려!”

 디아키가 멈춰세울 틈도 없이, 방을 ㄸ뒤쳐나가는 레비.

“정말, 녀석은 진짜로 남 말을 안 듣네.”

 그렇게 푸념하면서도, 자신과 레비, 슈테른의 몫도 포함해 세 명치 유카타와 입욕 세트를 준비하는 디아키.
 그리고 주위의 미지근한 눈길을 깨닫곤, 지긋이 노려본다.

“뭐야, 네놈들.”
“아하하, 디아키는 애들 잘 돌보고 ​상​냥​하​구​나​―​싶​어​서​.​”​
“정말, 정말. 슈테른과 레비, 정말로 소중한 거지―.”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나와.”
“뭐, 뭐, 뭐…….”

 나노하, 알리사, 스즈카의 콤비네이션 어택으로 인해, 순식간에 디아키의 얼굴이 빨개져간다.
 그걸 보고 있던 미유키, 에이미, 페이트, 알프, 크로노, 유노 또한 한층 더 미지근한 눈길을 보내온다.

“이, 이건 왕으로서의 책무다! 왕이 신하를 돌보는 건 당연한 임무겠지!”

 디아키는 힘껏 허세를 부렸지만, 수줍어하고 있는 건 뻔히 보였다.

“우리도 다시 목욕 들어갈까?”
“응, 그러자.”

 디아키로 인해 풀어진 분위기 탓인지, 독기가 빠진 페이트와 나노하네 또한 온천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깨달았을 땐 낯선 방에서 잠들어 있었다.

“어라?”

 어디야, 여기?

“오옷?”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 시야가 빙글거려 자세가 무너졌다.

“아직 자고 있는 게 나아요.”

 소리가 들린 쪽으로 눈을 향해보자, 의자에 앉아 있는 슈테른이 있었다.

“으음?”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된다. 나 뭐 했었나? ……아, 그런가. 여관에 돌아가려다가 갑자기 힘이 빠졌었지.

“링커코어 일부를 적출한 영향이에요. 왕의 적출방법이 너무 거칠어서, 만일을 위해 상황을 보러 돌아왔는데 예상대로였네요.”
“아아, 슈테른이 도와 준 거구나. 고마워.”
“아뇨, 유토가 동사하면 저도 곤란하고.”

 자연레 무서운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위험했어?”
“지금의 유토라면 두 시간 정도로 아웃이에요.”
“………….”

 아니아니, 그거 웃을 수 없다니까.
 디아키에게 불만을 토하고 싶지만, 특별한 대가 없이 페이트의 치료를 해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할까, 잘못 찌르면 수풀에서 뱀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과 장땡이라는 걸로 이번만은 참아 두자.

“어느 정도 잤었어?”
“20분 정도네요.”

 생각만큼 시간이 지나진 않았다. 어떡할까 고민되지만, 딱히 뭐 할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대로 느긋히 있자.
 드러누운 채로 얼굴만을 슈테른 쪽으로 향한다.

“애들은 내 상태를 알고 있어?”
“아뇨, 말 안했으니까요. 지금쯤 다들 트럼프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가. 일단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 이상하게 신경 써도 귀찮으니까.”
“………….”

 이상한 걸 보는 듯한 눈길을 향해왔다.

“뭐야.”
“아뇨. 억지에 가까운 수단을 주저 없이 쓰면서, 그런 부분에는 신경을 쓰네요.”
“뭐어, 일단.”
“그런 배려를 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설득하면 좋았던 건?”
“아니, 그치만 귀찮았고.”
“………….”

 무언의 시선이 굉장히 거북하다.

“그러고 있으면 언젠가 정나미가 떨어져갈 거예요.”
“…………그것도 좋을지도.”

 나를 보는 슈테른의 눈매가 좁혀진다.
 ‘――――그래도, 정말 좋아.’
 아까 페이트에게 들은 말을 떠올린다.
 젠장,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좋아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친구로서의 관계인지, 이성으로서의 관계인지.
 전자라면 문제 없지만, 혹여 후자라면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할까.
 물론 개인적으론 기쁘다. 굉장히 기쁘다. 분위기 타고 오케이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기쁘다.
 지금은 물론 연령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손을 대기 힘들지만, 10년, 아니 6년만 지나면, 내 기준으론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대환영이다.
 하지만, 페이트 쪽에서 보면 문제가 잔뜩 있겠지.
 페이트가 내 어느 부분을 좋아하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그건 순수하게 내게 끌린다기보단 특수한 상황같은 게 겹친 흔들다리 효과 같은 게 틀림없다.
 한 걸음 떨어진 위치서 보면, 정신을 차리리라 생각한다.
 그건 그것대로 무진장 아까운 기분이 들지만!
 그리고 이래저래 어울리지 않을 것도 눈에 보여, 정나미가 떨어진 페이트에게 버려지는 게 무섭다.
 스스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상대에 대한 의존심은 꽤나 높은 편인 거다.
 페이트에게 버림받았다간 일어설 수 없다고, 나.

“뭐어, 봐, 나 같은 걸 좋아하게 돼도 얻는 건 없고.”

 슈테른의 눈길이 콱콱 박혀와서, 무심코 변명해 버린다.

“예외네요. 평소의 넘치도록 자신감에 넘쳐 흐르는 유토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슈테른의 거리낌 없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실소한다. 뭐어, 주위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하고 있으니까 당연한가.

“그런 건 단순한 행세, 허세야. 언제든 자신감따윈 없어. 싸움도 그 자리의 기세와 분위기로 해쳐나간 것 뿐이야. 너희랑 싸울 때도 무섭고도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어.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체력도 평범하고. 마력도 그냥 크기만 할 뿐이지 쓰지도 못하고, 성격도 멀쩡하지 않은걸. 내가 자신감을 느낄 만한 요소는 어디도 없어.”
“확실히.”

 거기에서 바로 긍정돼도 괴로운데요, 슈테른 씨. 사실이지만.

“그래도 허세든 과시든 그렇게 행동하면, 그 뒤는 마음을 굳히고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돼. 주위의 사람들도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질 일도 없고.”

 형태부터 굳히는 걸로 중심이 없는 자신을 속이고 있다. 언제부턴지 그렇게 하는 버릇이 몸에 배 버렸다.
 평소 생활에서 그걸 의식할 땐 거의 없고, 느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마법에 엮여서 나노하나 페이트, 유노, 크로노 등과의 차이가 드러날 때, 자신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는 거다.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걸 입에 담지 않도록 해 왔지만, 그래도 가끔은 공연히 가슴이 아파질 때가 있다.
 ……잠깐, 왜 난 슈테른한테 이런 폭로를 하고 있는 거야?!

“슈테른, 지금 한 이야기는 전부 오프더 레코드로! 저어얼대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오늘 밤 이야기의 떡밥으론 최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만둬 주세요, 죽어 버립니다.”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슈테른에게, 오의 맹호락지세를 발동한다. 즉, 엎드려 절하기.
 이런 게 애들한테 알려졌다간, 진짜로 내가 여러모로 끝장나 버린다. 진짜 그만둬 주세요.

“빚 하나, 예요.”
“……네.”

 약간 입으로 호를 그리며 말하는 슈테른에게, 억지로 수긍한다.
 으으으, 진짜 왜 슈테른한테 이런 소리를 해 버린 거지.
 체력이 떨어져서 정신적으로도 약해졌다거나? 아니면 슈테른이 별로 농을 하거나 감정을 내거나 하는 타입이 아니니까 마음이 풀어진 걸까. 어느 쪽이든, 앞으로는 조심하자. 상당히 곤란하다.
 그대로 둘 다 침묵. 슈테른은 손에 들고 있는 책에 눈길을 돌리고, 나는 누운 채로 멍하니 있다.
 위험해, 이래서야 그대로 잠들어 버릴 것 같다. 아직 온천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잔다니 좀 싫다.
 벌떡 일어나서, 구석으로 옮겨간 테이블의 주전자를 손으로 잡는다.
 으, 미묘하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데. 대체 얼마나 적당히 한 거야, 그 임금님.

“차 우릴건데 마실래?”
“잘 마실게요.”

 두 명치 차를 우리자, 슈테른데 이쪽에 와서 앉는다.
 둘이서 차를 홀짝인다.

“마음이 안정되네요.”
“아아.”
“단 거 먹고 싶지 않나요?”
“하야테네의 선물용으로 산 만주 정도밖에 없다고.”
“먹죠.”

 선물은 뒤에 다시 사기로 하자.

“맛있네요.”
“응, 맛있어.”

 차를 홀짝이고 숨을 돌린다.
 정말 만족스런 시간.
 슈테른도 공연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아, 마음이 안정된다.
 이거야, 이거. 내가 이번 여행에서 추구하고 있던 건.

“다시 한숨 돌린 뒤엔 목욕 다녀올게.”
“예. 저도 마칠 때는 염화를 보낼 테니 맞춰 주세요.”

 이건 집에서 하던 것처럼 나보고 네 머리를 말려달라는 소린가.
 이런 장소에서 쯤은 스스로 말리든지 다른 녀석들에게 부탁해도 괜찮을텐데.
 뭐어, 상관 없지만. 시험하고 싶은 것도 있고.

“오케이.”

 그리고 방 안은 차를 홀짝이는 소리만으로 가득 찬다.
 평화롭다.
 우당탕탕.
 그리고 내 행복한 시간을 파괴하는 사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짧은 행복이었다.

“슈테룽, 목욕 들어가자―!”

 우당탕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레비가 방에 침입해 왔다.
 역시 너냐.

“우연이네요, 마침 그러려고 생각했었어요.”
“에헤헤―. 과연 슈테룽, 이심전심이네! ……아.”

 레비의 눈길이 슈테른의 손에 있는 만주로 옮겨간다.

“둘이서만 먹다니 치사해!”

 너는 저녁 식사 전에 잔뜩 간식 먹었잖아.
 에이고야.

“너도 차 마실래?”
“물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곤, 슈테른의 옆에 앉아서 만주를 입에 넣는 레비.
 사양도 주저도 없구나, 정말. 괜찮지만.

“자, 뜨거우니까 조심해.”
“응!”

 만주를 입에 넣은 채로 후―후―하고 차를 식히는 레비는 정말로 작은 동물같아 귀여웠다.

“이봐, 레비. 목욕 들어간다면서 갈아입을 옷도 안 가져오면 어떡해? 자, 네놈과 슈테른 몫이다.”
“오오!”
“감사합니다.”

 레비의 뒤엔 디아키나 다른 녀석들까지 줄줄 따라왔다.
 그 안에는 페이트의 모습도 보였다.
 그 페이트와 눈이 마주쳤다.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직 화내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떻게 반응하면 괜찮은 거지, 이거.
 것보다, 아까의 고백? 같은 건 무시하라는 걸로 괜찮은 건가, 이봐.
 페이트에 대한 대응에 곤란해하고 있는 내게, 나노하가 슬며시 귓속말을 해 온다.

“그게, 유토 군이 사과할 때까지 말 안 걸고, 용서 안한다고. 그러니까 빨리 사과하는 게 좋아.”
“사과한다니 뭘……?”

 솔직히, 뭐에 대해 사과하면 좋은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생각하면, 뭐가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로 사과하면 지뢰를 더 밟는 꼴이 되기 쉽고.

“그게, 유토 군이 무리를 해대는 거?”
“언제 이야기야, 그거.”

 슈테른네가 나왔을 때는 몰라도, 그 뒤에 무리한 적은 없다고. 애초에 언제나 좋아서 무모한 짓 하고 있는게 아니고, 그러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니까 무리하는 것 뿐이고.

“아, 에에, 무리라고 할까, 자신을 소중히?”
“생명을 소중히?”
“작전 이야기 하는 거 아냐! 유토 군이 자신을 희생해서 페이트를 고친 걸로 화내고 있는 거야!”
​“​자​신​을​…​…​희​생​?​”​

 미간에 손가락을 대고 고민에 잠긴다.

​“​으​음​―​…​…​…​…​아​,​ 아아.”

 내가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된 걸 말하는 건가. 간신히 이해가 돼서, 손뼉을 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사과할 일은 없으니까, 앞으로 페이트와는 일생 이야기 할 일이 없게 되는 건가. 굉장히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네.”
“엣?!”

 무심코 소리를 내며 반응한 페이트와 눈이 확 마주친다. 허둥지둥 눈을 돌리는 페이트 귀여워.
 페이트의 반응이 재밌어서, 조금 얼굴이 풀어진다.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말을 안 거는 걸로 한 모양인 페이트를 대신해서 질문하는 나노하. 좋은 콤비구나 너희들.
 어찌됐든 좋지만 처음에 귓속말 한 의미 전혀 없어졌는데.

“그도 그럴게, 딱히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안 하고. 애초에 자신을 희생했다든가 하는 생각은, ​눈​꼬​오​오​오​오​오​옵​만​치​도​ 없고.”
“왜 그렇게 잘난 표정인 거야, 너는.”

 알리사가 기막혀하는 표정으로 딴죽을 걸어온다.
 그냥 분위기다.

“그럼, 어떤 생각이었던 거야?”
“으음―.”

 알프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페이트도 곁눈질로 흘낏흘낏 보고 있고.
 내 생각엔 자신의 잘못을 뒷처리 한 것뿐이지만, 그렇게 말하면 페이트는 납득 못할 것 같고.

“마력의 유효이용? 있어봐야 의미가 없는 내가 마법을 쓰는 것 보다, 의욕 넘치는 페이트가 마법을 쓰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낫잖아. 애초에, 이 이상 마법에 얽힐 마음 없었고, 아무런 문제도 없잖아. 말해 두겠지만, 나는 자기희생정신따위 눈꼽만치도 없으니까 거긴 안심하라고. 언제든 자신 최우선이야.”
“라내봐, 페이트.”
“………….”

 알프가 페이트에게 말을 돌리지만, 페이트는 곁눈질하면서 뺨을 부풀리고 있는게, 굉장히 불만스러운 것 같았다.
 더 이상은 진행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 그런 걸로. 나는 온천 다녀올게.”
“에, 그 이상 이야긴 없이?!”

 나노하의 반응이 기대대로여서, 나는 기쁘다.

“그치만……이 이상 무슨 소리를 해도 평행선일 것 같고. 어떡하라고.”
“그,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봐, 좀 더 그……뭔가, 응?”
“그 뭔가를 가르쳐 주세요.”

 말만으로 사과하는 건 간단하지만, 그러면 바로 들킬 것 같고. 억지로 바인드 건 쪽이라면 사과할 생각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럼, 유토. 먼저 가 있을게요. 이따 봐요.”
“아아.”
“이따 봐―.”

 그리고 분위기도 못 읽고, 방을 나서는 머티리얼 3인조.
 펄럭펄럭 손을 흔들며 배웅했지만, 자기들은 알 바 없다는 태도는 정말 프리덤하다.
 잠깐, 잘 보면 만주 상자, 전부 비었잖아?! 어느 샌가 찻잔 하나 늘어있고?!
 디아키까지 셋이서 전부 다 먹어 치우다니……!

“내 몫, 남겨 두라고……!”
“나노하, 우리도 가자.”
“엣, 그래도…….”

 부들부들 분노로 떠는 나를 곁눈질로, 페이트가 언짢은 듯이 나노하의 손을 잡곤 방을 나서려 한다.
 당황하는 나노하가 나와 페이트를 번갈아 바라보지만, 나는 어깨를 움츠릴 뿐이다. 두 손 다 들었슴다.

“정말 귀찮네, 너희들.”

 손을 잡은 채로 방을 떠나는 둘을 배웅하며, 알리사가 기막힌 듯 말한다.

“나도 미묘하게 곤란해.”
​“​미​묘​하​게​…​…​구​나​.​”​

 스즈카가 의미심장하게 말하지만, 거기에 태클 걸 마음은 안 들었다.
 페이트와 싸움을 하고 싶은 건 아니고, 화해를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반면, 페이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나노하라면 몰라도, 내게 의존따윌 하면 좀 그렇고. 조금 쓸쓸하고, 꽤나 아깝다곤 생각하지만!

“정말, 너는 트러블로 쉴 새가 없구나.”

 크로노가 한숨 섞인 말을 내뱉는다.
 좋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닌데 말야―. 어찌 된 건지.






“그래서, 결국 어떡할 거야?”
“으으………….”

 스즈카의 물음에, 페이트는 얼굴 반쯤을 물에 넣은 채로 곤란한 듯 신음한다.

“아까까지의 위세는 어디 간거야.”

 알리사가 말하는 대로, 유토의 눈길이 사라진 순간 페이트는 의기소침해서 계속 신음만 하고 있었다.
 유토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 것까진 좋았지만, 당사자에게 무리한 짓을 했다는 자각도 없는데다, 자신을 희생했다는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확실히 유토가 말하는 대로 본인에게 마법에 대한 미련은 없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마법과 밀접한 생활을 보내온 자신과는 다르게, 유토는 마력에 눈을 뜬지 1년 미만. 거기다가 터무니없이 커다란 마력도 재능이 없는 탓에 썩히고 있어, 큰 집착은 없는 모양이었다.
 시간의 정원에서도, 어둠의 서 사건 때도, 확실히 상황이 무모한 짓을 강요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생활에선 무리할만한 기회가 그리 많지 않겠지.
 이래선 완전히 자신이 헛도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서, 유토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을지를 모르겠다.

“으으―, 나노하아, 어떡하지…….”

 눈물맺힌 눈으로 나노하에게 안겨붙는 페이트.

“괘, 괜찮아. 어떻게든 될 거라니까.”

 착하지 착하지 하며 페이트를 격려하는 반면, 저녁까지 보였던 모습과의 갭에 쓴웃음 짓는 나노하.
 물론, 나노하 입장에선 지금의 페이트 쪽이 훨씬 더 안심 되지만.

“결국, 페이트는 어떡하고 싶은 거야?”
“에에……유토에게 감사를 전하고, 화해……하고 싶어.”

 눈물맺힌 눈으로 눈을 치뜨며 양손 검지를 맞대면서 대답하는 페이트.
 그 사랑스러움에 질문한 알리사가 한순간 가슴이 뭉클한 기분을 느낀 걸 누가 탓할 수 있으리.

“괘, 괜찮아! 평소를 생각하면 딱히 화난 건 아닐 거고!”
“……그래도, 그런 태도 취하고 나서, 어떤 표정으로 만나면 될지 모르겠어.”
“아―, 응, 뭐어 확실히.”

 실제로 아까까지의 유토를 보면, 화내고 있지도 않고, 그리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페이트 입장에선 어떤 태도로 접해야 할지 모르겠을 것도 틀림 없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접하는 게 베스트인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페이트의 성격으로 그건 어렵겠지.
 귀찮다. 정말 귀찮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랑스런 페이트를 냅둘 수도 없는것 또한 알리사의 본성이었다.

“괜찮아, 응, 내가 어떻게든 해 줄테니까! 맡겨 둬!”

 가슴을 치며 말하는 알리사.
 그런 믿음직스런 알리스를 보고 “오~”하고 박수를 치는 나노하와 스즈카. 리더 격의 소녀는 정말 믿음직스러웠다.

“그래서 그래서, 구체적으론 어떻게 할 거야?”
“그건……에에, 앞으로 생각할 건데.”

 알리사에게 나노하가 물어봤지만, 알리사라고 해서 바로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일 리는 없다.

“그건 일단 치워두고! 슈테른은 유토랑 둘이서 뭐 했어?”

 화제를 바꾸려고 슈테른에게 말을 돌리는 알리사.

“뭐라고 해도……그냥 이야기 하고 차를 마셨던 것 뿐이에요.”
“이야기라니, 어떤?”

 하고 흥미진진한 듯 물어보는 스즈카.

“굳이 말하자면 유토의 약점에 대해서, 일까요?”

 웅성거리며 자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뭐야뭐야, 유토 군의 약점이라니 뭐야?”
“가르쳐 줘! 그거 지금 바로 가르쳐 줘!”

 바로 들러붙은 건 나노하와 알리사.
 스즈카도 말은 안 했지만, 흥미진진한 듯 슈테른을 바라보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비밀이에요. 유토와 약속 했으니까.”

 슈테른은 입가에 검지를 대고 말하면서,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에―.”
“으으…….”
“유감.”

 나노하, 알리사, 스즈카는 각자 불만스러운 듯 반응하지만, 레비라면 몰라도 슈테른은 그리 간단히 입을 열지 않겠지.
 셋은 물러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페이트 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토가? 슈테른에게 약점을 보였어?”
“예. 듬뿍.”
“왜 그런 상황에?”
“글쎄요? 본인도 자각 없는 채로 입에 담은 모양이었어요.”
“………….”

 슈테른과의 대화로 점점 표정이 사라져가는 페이트.

“페, 페이트?”

 그 무표정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나노하는 페이트를 불렀지만.

“치사해.”
“에?”
“치사해! 왜 슈테른한테만 약점을 보이는 거야!”
“저한테 이야기해봐야.”

 페이트는 갑자기 격분했지만, 슈테른은 그런 말을 들어도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녀 자신도 유토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는 거니까.

“나한텐 전혀 그런 모습 보여주지 않으면서……내 약점은 잔뜩 보였는데…….”

‘약점이라고 할까, 꼴사나운 부순이라면 꽤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걸론 안되는 거려나?’

 나노하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도 모른 채로, 페이트는 다시금 뺨을 부풀리며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질투……려나?’
‘어떠려나……굳이 말하자면 자신만 약점을 보여서 분하다거나 그런 느낌?’
‘그러려나.’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스즈카와 알리사 둘도 페이트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페이트 자신도 잘 모르는 것처럼도 보인다.

“다시 한 번 묻는데, 페이트는 어떡하고 싶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아까와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알리사.
 본인이 하고 싶은걸 확실히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페이트는 한동안 음~, 하고 신음한 뒤, 고개를 기울이면서 말한다.

“에에……유토의 약점을 잡고 싶다?”
“알리사 같아.”
“잠깐, 나노하? 그건 어떤 의미일까?”
“벼, 벼벼별로 깊은 의미는 아니야?!”

 알리사가 나노하에게 다가가는 동안에도, 페이트는 자문자답을 되풀이하면서 응 응 소리를 내고 있다.

“아냐……깨갱 하는걸 듣고 싶다? 으음―, 힘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손뼉을 친다.

“그렇구나. 나, 유토가 의지해 줬으면 하는 거야.”

――나는 네 힘이 되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줘.
――내가 할 수 있는 게 얼마 되진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뭐든 할게.

 어둠의 서 사건 직후에 유토에게 들은 말.
 기뻤다.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어 준다는 안심감을 받았다.
 물론, 유토 만이 아니라 나노하나 알리사, 스즈카, 크로노나 린디 등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역시 페이트에게 있어선, 나노하와 유토 두 사람은 특별한 존재였다.
 자화자찬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은 나노하를 필요로 하고, 나노하는 자신을 필요로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유토는 어떠려나?
 페이트에게 있어, 유토는 나노하와 비슷할 정도로 소중하고 정말 좋아하는 친구다.
 계속 옆에 있어 줬으면 싶고,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 자신에게 있어 없어선 안 되는 존재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유토는 아마 다르다.
 가슴에 못이 박힌 것 처럼 아프다.
 유토는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 주고 있다. 그건 틀림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링커코어를 대가로 나를 도우려고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거기 까지다.
 나노하 처럼 자신을 필요론 해주지 않는다. 아니, 아마, 자신만이 아니라 특정한 타인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은 거다. 그런 기분이 든다.
 그게 굉장히 쓸쓸하고도 슬프다.
 자신이 유토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처럼, 유토도 누군가, 아니, 자신을 필요로 해 줬으면 싶다. 의지해줬으면 싶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유토의 행동에, 그렇게나 화가 났던 것 같다.

“좋아!”

 그렇게 정해지면 이 뒤는 행동할 뿐.
 우선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유토에게 전하자. 뭐를 할 수 있는진 모른다. 아니, 아마 바로 할 수 있는 건 없겠지.
 그래도 우선은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걸 눈앞의 소중한 친구가 가르쳐 준 거다.

“나노하, 나 힘내 볼게!”
“에, 아, 응?”

 꾸욱 자신의 양손을 잡아오는 페이트의 기세에 밀리며 대답하는 나노하.
 솔직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페이트의 홀가분한 표정을 보면 뭔가 답을 찾은 거겠지.

“힘내, 페이트. 나, 응원할테니까.”
“응!”

 꾸욱 손을 마주잡고, 서로 미소짓는 두 사람.

“별 상관 없지만, 우리는 완전히 무대 밖이네.”
“아, 아하하…….”

 스즈카는 알리사의 말에 쓴웃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시원해~♪”
“달을 보면서 온천에 들어가는 것도 흥취가 있네요.”
“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구나.”

 머티리얼 3인조는 마음껏 노천온천을 만끽하고 있었다.

 한편, 그 무렵.

“유토―, 우리는 먼저 올라갈게―.”
“……여자 목욕은 길구나아.”

 슈테른의 연락을 기다리던 유토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PREVIEW NEXT EPISODE■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찾아낸 페이트.
유토에게 페이트의 마음은 닿을까.


페이트 ‘내가 유토를 지킬테니까.’

역자의 말:
 중간에 잠시 페이트가 얀데레로 각성하려던 순간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죠.
 유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페이트. 자신이 마음속에 남 몰래 품고 있던 열등감을 드러낸 유토. 이 둘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두​구​두​구​두​구​두​구​)​

 몇 화 전에도 한 이야기 같지만, 몇 화 뒤면 리리컬 브레이커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연재 주기가 다른 작품 번역보다 길어지는 건 어디까지나 페이스 조절을 위한 거지, 연중은 절대로 없으니 안심해 주세요. (연중은 소중한 작품을 제게 맡겨주신 작가분을 위한 예의도 아니고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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