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당(加糖):단 성분을 첨가하거나 혼합함.
* 연정(恋情):애정. 사모하는 마음.
조금 쌀쌀한 가을 밤. 완전하게 어둠에 덮인 유리 너머의 경치와는 반대로, 랩 안은 천정에 달린 조명 빛에 의해, 빈틈없이 비춰지고 있었다.
인공적인 빛이 드러내는, 어딘가 무기질적인 광경. 그 안에서, PC 모니터와 마주보고 있는 크리스의 등만이, 조그만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평소의 개조 교복을 의자 등받이에 걸어 얇은 블라우스 한 장만 입은 채로 모니터를 삼킬 듯 응시하고 있는 크리스. 흰 블라우스에, 붉은 빛의 긴 머리카락의 색이 잘 돋보이고 있었다.
랩 한 구석에 우뚝 선 나는,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오른손에 든 머그컵을 입가로 옮겼다. 그러자──
“엣취.”
대수롭지 않은 얼빠진 소리가, 랩 안에 흐르고 있던 고요함을 갈랐다.
『못살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구만.』
가볍게 한숨을 쉬고, 커피를 마실 예정을 취소해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윗도리라도 걸쳐 입으라고 했지. 감기에 걸려도 모른다.”
지금까지 집중해서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던 크리스. 그러나 간신히 내 말이 들렸는지, 의자를 돌려 이쪽을 향한다.
“우우……. 추워졌어.”
어깨를 끌어 모으듯 몸을 움츠리며 단정한 얼굴을 조금 일그러뜨렸다.
마치, 오늘 밤의 갑작스러운 저온 현상을 지금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듯한 크리스의 모습에 『에구에구』하고 말하며 눈을 돌리고, 나는 천천히 걸어서 다가간다.
“정말, 뭘 그만큼 열심히 읽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매달리지는 마.”
빈 왼손을 사용해, 의자 등받이로부터 크리스가 애용하는 개조 교복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그대로, 둥글게 말고 있는 크리스의 머리를 목표로 해서 덮어 씌웠다.
“웃.”
천 너머로 눌린 작은 숨결이 들렸다.
“빨리 입어.”
짧게 고하자, 크리스는 머리에 걸쳐진 윗도리를 잡아, 익숙한 손놀림으로 소매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 크리스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며, 『그럼 이번에야말로』하고 오른손의 머그컵을 입가로 가져간다. 그러나──
“……아.”
윗도리를 맵시 있게 입은 크리스가 조심스런 눈으로 올려다보며 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손이 멈춘다.
『또냐…….』
또다시 보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입에 댈 수 없는 커피에 아쉬운 시선을 떨어뜨리며, 나는 별 관심 없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번엔 뭐야?”
“오카베. 내 건?”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한 크리스. 그 시선은, 머그컵을 든 내 오른손에 향하고 있었다.
“마시고 싶었어? 그럼 그렇게 말하면 좋았을 것을.”
“아니, 오카베가 커피 타는 거, 지금까지 눈치 못했으니……. 라고 할까, 그런 때는 세세하게 신경써주는 것이, 인기남의 필수 조건이잖아.”
“유감스럽지만, 나는 그런 뜻 모를 어리석은 장르에 분류될 생각 같은 건 없다.”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크리스가 의자 위에서 양 무릎을 안아 두 볼을 불룩하게 부풀렸다.
“오카베가 차가워.”
“바보 녀석. 세상은 그렇게 무르지 않아.”
딱 잘라 말하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머그컵을 PC 책상 위에 둔다. 그리고 둥글게 된 크리스를 정면에서 응시해,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아직 입 대지는 않았어. 그걸로 좋다면 마음대로 해.”
그런 내 말에, 멍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크리스. 나는 그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져, 180도 몸을 돌려 크리스에 등을 돌렸다. 그러자──
“오오. 뭔가 오카베가 귀엽다구.”
등 너머로 들리는 크리스의 소리를 들어, 거기에 180도 회전을 추가해, 다시 크리스를 향한다.
“불필요한 찬물을 끼얹는다면, 반환을 요구한다.”
쑥하고 책상 위에 손을 뻗자,
“허나 거절한다.”
말하자마자 크리스가 재빨리 머그컵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의자를 휙하니 회전시켜, 내게 등을 돌렸다.
『완전히, 폐를 끼치는 조수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감싼 컵에 “후― 후―”하고 입김을 불고 있는 크리스에게서 시선을 떼, 발을 돌려 키친으로 향한다. 그리고 싱크대 위에 내놓고만 있던 자루 주머니를 거머쥐어, 다시 크리스의 옆으로 발길을 향했다.
내가 크리스의 바로 뒤까지 되돌아오자, 마치 타이밍을 가늠한 것처럼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씁쓸해.”
어딘가 비탄에 잠긴 크리스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솟아올랐다.
“바보 녀석. 그건 내 전용의 무가당 블랙커피다. 씁쓸한 게 당연하지.”
입가가 풀린 내 말에 크리스가 얼굴만 이쪽을 향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속였어, 오카베.”
“속는 편이 나빠.”
특별히 속일 생각 같은 건 없었지만──하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맞장구를 쳐서 단적으로 이의를 각하했다. 그리고 가지고 돌아온 자루 주머니에서 작은 덩어리를 두 개 꺼내, 머그컵을 채우고 있는 갈색 액체에 살짝 던져 넣었다.
“고……고마워.”
어딘가 수줍은 듯한, 크리스의 인사. 왠지 조금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뭐, 기분 탓일 거다. 왜냐면──
“아깝네. 여기에, 휘저을 스푼도 있었으면, 인기남으로 인정해줬는데.”
인사를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입으로, 다음 대사가 이것이다.
“알까보냐, 그런 인정. 젓고 싶다면 자신의 손가락이라도 넣으면 되잖아.”
뻔뻔함을 전개하는 크리스에, 나는 스푼 하나로 합격 여부가 달라지는 『인기남 인정』인지 하는 존재 가치를 의심하며 무뚝뚝하게 단언했다.
“아~ 네네. 사실은 인정되지 않아서 분한 거네요. 압니다.”
크리스는 밉살스런 말을 토해내곤, 의자에서 일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키친으로 향한다.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저 억지는, 평생 나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일단 자신의 충분히 비틀린 성격은 보류해 두고, 어든가 들뜬 것처럼 보이는 가녀린 등을 응시한다.
몸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면서, 싱크대의 서랍을 찾아다니는 크리스. 얼마 있지 않아 적당한 스푼을 찾아냈는지, 머그컵의 내용을 저으면서 뒤돌아선다. 컵을 한 손에 쥐고 보이는 그 웃는 얼굴은, 내 눈에 매우 따뜻하게 비쳤다.
“커피 한 잔에, 대단히 기분이 좋잖아.”
마치 콧노래라도 부르기 시작할 것 같은 크리스. 나는 얼버무리듯이 말을 던지고, 키친을 향해 내디딘다.
“응……그렇게 보여?”
“분명하게.”
“그럼, 그런 거겠지.”
작은 주머니를 한 손에 쥐고 걸어서 다가가는 내게, 마치 남의 일인 양 대답하는 크리스. 그리고──
“뭐, 매너 전무인 오카베는, 이런 걸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딘가 나를 바보 취급하는 발언을 남겨, 살며시 머그컵에 입을 댔다.
“잘난 듯 하긴. 블랙도 마실 수 없는 애가 잘도 말한다.”
나는 가벼운 말로 돌려주면서, 손에 늘어뜨린 각설탕이 담긴 작은 주머니를, 크리스의 시선에 맞춰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키친에 서서, 역할을 끝낸 작은 주머니를 싱크대 위로 던지자──
“아…….”
갑자기, 크리스의 입에서 희미한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그 짧은 소리가 마음에 걸려, 나는 바로 옆의 크리스에게 눈을 돌린다. 거기에 보이는 크리스의 몸은, 이제 경쾌한 리듬을 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와는 완전히 바뀐, 조금 쓸쓸한 듯한 눈동자. 그 조금 움푹 패인 듯한 옆얼굴에, 무심코 『맛이 없었던 걸까?』하는 두서없는 걱정을 안는다.
크리스의 커피 기호.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지금, 가녀린 손에 잡아진 머그컵의 내용은, 그런 그녀의 취미를 따라한 모양새가 되어 있을 테지만──
“설탕은 둘, 밀크는 안 넣는다……가 아니었나?”
확인할 겸 해서 물어본다. 그러자 크리스가 조용히 입술을 떨었다.
“역시, 그러네. 또……처음은 나뿐인 건가…….”
그것은, 바로 옆에 서 있는 내게도 들릴까 말까 할 정도의 매우 작은 중얼거림. 나는 재빨리 귀 기울여 크리스가 흘린 말을 줍는다.
“처음이라고? 갑자기 무슨 이야기야. 그보다, 조금 전까지의 좋은 기분은 어디에 갔어?”
내가 물어보자, 크리스는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되돌아본다.
“아, 미안. 별로 아무것도 아니니까. 굉장한 일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해, 억지웃음을 지어 머그컵을 입가로 옮긴다. 그 눈동자에, 미미한 외로움을 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뻗은 손바닥을, 재빠르게 머그컵과 크리스의 입술 사이에 집어넣었다.
“그런 눈으로 마시면, 내가 탄 커피가 보답 받지 않잖아. 입맛에 맞지 않다면, 일부러 마실 것도 없는데?”
“아니, 보통으로 맛있으니까. 그러니까 먹게 해. 랄까, 손, 방해.”
“으옷!?”
집게손가락 중간을 가볍게 씹혀 당황해서 손을 끌어당긴다. 예상하지 않았던 부드러운 감촉에, 가슴의 고등이 멋대로 높아진다. 그런, 얼굴을 붉거니 희거니 변화 하시키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크리스는 가볍게 커피를 훌쩍인다.
“이 무슨, 대담한…….”
“그 정도로 대담이라니. 오카베, 때 지난 동정 ㅅㄱ.”
컵에서 입을 떼고 내 동요를 야유하는 크리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뺨에도 나와 같은 종류의 붉은 빛이 돋보이는 일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흥. 놀라기는 피차일반이지. 얼굴이 붉다. 무리하지마라, BYEONTAE 처녀여.”
“시꺼.”
크리스는 내게 등 돌리고 그 자리에 선 채로 조용히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다.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방금 전, 단 한 순간만 크리스의 눈동자에서 쓸쓸함을 본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크리스의 등에는, 그런 모습은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으음. 너무 신경 쓰는 건가?』
아무래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이 있던 탓으로, 크리스의 심정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해버린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잊었지만, 어느새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한심한 습성. 그것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흘리며 말없이 크리스의 등을 계속 본다. 그러자──
“그런데 말이야, 오카베.”
내게 등 돌린 크리스가, 그 자세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뭐냐.”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의, 어느 정도……야?”
또 다시 갑작스런 맥락 없는 말을 했다. 나는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속으로 에구에구 하고 중얼거리곤 되묻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내 말에, 크리스는 기가 막힌 듯한 눈으로 되돌아본다.
“변함없이 둔하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나, 여러 가지 생각해 냈잖아.”
“아아, 그래.”
“그렇지만, 전부를 생각해 내고 있는 건 아니야.”
“뭐, 그렇지.”
“그럼, 전부 기억하고 있는 당신과 비교해서, 나는 어느 정도 생각해 낼 수 있었던가……같은, 그런 이야기야.”
크리스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어느 정도……라고 해도 말이지.』
α세계선으로부터 β세계선으로, 그리고 슈타인즈 게이트를 거쳐, 모든 것을 잊어버렸던 크리스. 그러나, 지금의 크리스는 사라져버린 역사의 일들을, 그 기억에 품고 있다. 그것은 틀림없었다.
바보 같은 독선에 삼켜진 나. 그런 남자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결과, 크리스가 비명과 함께 되찾은 기억. 그것은 완벽하지는 않다고 해도, 그런데도 둘도 없는 기적의 덕이었다. 거기에 잘못된 것 같은 건 없는 것이다.
『그것을, 내 기억과 비교하는 것 같은 일을…… 뭘 하고 싶은 거야?』
너무도 시시한 크리스의 이야기. 역시 그 진심은 읽어낼 수 없다. 그러니까 말한다.
“시시한 생각하지 마. 한가한 녀석”
내뱉는 듯한 내 말에, 크리스는 그것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오카베, 당신 말이야.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다……같은, 외롭다고 생각한 적 없어?”
나를 올려다보는 그 시선에, 두근 하고 사고가 뛴다. 크리스의 말에 가슴이 흔들린다.
“어째서 내가……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단 거야…….”
허둥지둥 거짓말을 한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현상에 대해, 외롭다거나 허무하다거나 하는 그런 감정이 전혀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
크리스가 곁에 있고, 모두가 아니라고는 해도, 그런데도 그 여름의 기억을 되찾아 주고 있다. 그러니까 그 이상을 바랄 필요 같은 것은 내게 없다. 그것을 이해하고 있고, 그 마음은 본심이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드물게, 정체 모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은 있다. 마유리나 다루나 루카코. 거기에 페이리스나 모에카나 그 외의 아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크리스와의 사이에서 사소한 위화감을 느낄 때마다, 뭐라 말 할 수 없는 감정이 작게 솟구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나라는 남자는, 어디까지 탐욕스러운 거야.』
하고 억지로 마음을 억지로 집어넣는다.
절조 없는 자신의 욕구. 그런 것을 보는 것이 싫어, 솟구치는 무언가를 없었던 것으로 해 왔다. 그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내 안에 남아 있는 오만함을 크리스에게 간파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안…….”
그 소리에, 시시한 사고가 중단되었다.
“어……어이, 무슨 짓이야……크리스.”
아무 예고도 없이, 내게 안긴 크리스. 방금 전까지 그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컵이, 싱크대 위에 툭하니 올려져 있었다.
“미안, 오카베…….”
“왜……사과하는 거야?”
“하지만 방금, 굉장히 외로운 듯한 눈을 했어…….”
작게 들린 말에 초조해 한다. 크리스의 지적에, 그것을 용납한 한심하기 그지없는 자신에게 혀를 차고 싶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외로운 듯한 눈을 해야 한다는 거지? 기분탓이야.”
“거짓말. 왜냐면 오카베, 가끔씩 굉장히 외로운 듯한 눈을 하곤 하니까. 그러니까 분명, 지금도……”
“그건 네 녀석이잖아? 너야말로 좀 전에, 뭔가 쓸쓸한 듯한 눈을 하고 있었던──”
“외로운 게 나쁜 걸까.”
내 거짓말을, 크리스의 마음이 싹 지워버렸다.
“당신이 탄 커피 마시는 거, 나는 처음이었어. 그러니까 대단히 기뻤어. 그런데 오카베만 경험이 있는 상태. 처음은 나만. 커피만이 아니야. 그 밖에도 『그렇구나』같이 아는 일, 많이 있었어. 어쩐지……오카베만, 치사해.”
크리스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보통……외롭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크리스의 마음. 그 올곧은 말에, 집어넣었던 것이 분명한 뭔가의 그림자가 엷어졌다.
나만이 계속 가지고 있는 기억. 거기에서 생기는, 작은 엇갈림. 거기에서 느끼는, 오만한 감정.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그런 사고.
그것은, 나만이. 무엇하나 잊을 수 없는 나만이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도, 터무니없는 자만이었군.』
가슴 속에서, 작게 안도의 한숨을 흘린다.
입장이 다른데도 크리스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 만큼인 일이, 왠지 매우 기뻤다.
“그러니까 말이야. 오카베도, 외롭지 않으면……치사하잖아.”
내 가슴에서 얼굴을 올려 투명한 눈동자를 내게 향하는 크리스. 그 말에,
“아아 그래. 나도……조금 정도는 외로울지도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게 본심이 흘러 넘쳐 떨어진다.
“그렇구나. 자~ 자~, 솔직하게 되라구, 오카베.”
크리스가 웃는다.
“어디 사는 성범죄자의 대사야.”
나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돌린다. 그리고──
“욕심쟁이 조수 녀석.”
수줍어하며, 크리스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래. 나는 욕심쟁이야. 그러니까 반드시, 언젠가…….”
크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어떤 마음을 담아 말한다.
“당신의 리딩 슈타이너도, 언젠가 반드시 해명해 보일거야. 언제까지나 오카베에게 리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그런, 엄청나게 황당무계한 크리스의 의사에, 입가가 피기 시작한다.
“또, 터무니없는 소리를.”
“터무니없지 않아. 분명하게 가설도 있다구?”
“어이 어이…….”
“아, 믿지 않네. 오카베, 믿어. 나는 천재지?”
벌써 밀착하고 있다는데, 거기에서 더욱 다가서려는 듯한 크리스의 눈동자.
그 미소 띤 모습에, 언젠가 보았던, 그러나 사라져 버렸던 7월 28일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나와 크리스를 잇고 있던 쇠사슬이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린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라면, 정말로 할지도 몰라…….』
그런 것을 생각하며, 크리스의 얼굴을 바라본다.
세계선 이동에 수반하는, 역사의 재구축. 거기에 따라 고쳐 써지는 모든 사람의 기억이나 생각. 절대적인 룰에서 나만을 계속 배척한, 정체 모를 능력.
그것이야말로 리딩 슈타이너이며, 그리고 그것은 분명하게 인지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다는데, 크리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그런 능력마저도, 이론으로 마술의 비법까지 공개되어 버릴 것 같은──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군. 그렇다면,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게.”
“조금은 기대해, 돌팔이 과학자.”
조용히 중얼거리는, 크리스의 턱 끝에 손가락을 댄다.
“아……바보. 마유리가 오잖아.”
크리스가 살짝 눈을 감는다.
“그렇게 자주, 매번 올까 보냐.”
나는 크리스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밤공기는, 점차 차가워진다.
그 안에서, 오래된 빌딩 2층에 진을 친 약소한 랩만이, 따스한 온기에 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랩으로 계속되는 계단을 만면의 웃는 얼굴로 달려 올라온 소녀가, 랩의 도어 노브를 잡아, 지금 막 문을 밀어 열려는 것을──
그 두 명은 알지도 못했다.
끝
* 연정(恋情):애정. 사모하는 마음.
가당연정의 오카린티나
조금 쌀쌀한 가을 밤. 완전하게 어둠에 덮인 유리 너머의 경치와는 반대로, 랩 안은 천정에 달린 조명 빛에 의해, 빈틈없이 비춰지고 있었다.
인공적인 빛이 드러내는, 어딘가 무기질적인 광경. 그 안에서, PC 모니터와 마주보고 있는 크리스의 등만이, 조그만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평소의 개조 교복을 의자 등받이에 걸어 얇은 블라우스 한 장만 입은 채로 모니터를 삼킬 듯 응시하고 있는 크리스. 흰 블라우스에, 붉은 빛의 긴 머리카락의 색이 잘 돋보이고 있었다.
랩 한 구석에 우뚝 선 나는,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오른손에 든 머그컵을 입가로 옮겼다. 그러자──
“엣취.”
대수롭지 않은 얼빠진 소리가, 랩 안에 흐르고 있던 고요함을 갈랐다.
『못살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구만.』
가볍게 한숨을 쉬고, 커피를 마실 예정을 취소해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윗도리라도 걸쳐 입으라고 했지. 감기에 걸려도 모른다.”
지금까지 집중해서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던 크리스. 그러나 간신히 내 말이 들렸는지, 의자를 돌려 이쪽을 향한다.
“우우……. 추워졌어.”
어깨를 끌어 모으듯 몸을 움츠리며 단정한 얼굴을 조금 일그러뜨렸다.
마치, 오늘 밤의 갑작스러운 저온 현상을 지금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듯한 크리스의 모습에 『에구에구』하고 말하며 눈을 돌리고, 나는 천천히 걸어서 다가간다.
“정말, 뭘 그만큼 열심히 읽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매달리지는 마.”
빈 왼손을 사용해, 의자 등받이로부터 크리스가 애용하는 개조 교복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그대로, 둥글게 말고 있는 크리스의 머리를 목표로 해서 덮어 씌웠다.
“웃.”
천 너머로 눌린 작은 숨결이 들렸다.
“빨리 입어.”
짧게 고하자, 크리스는 머리에 걸쳐진 윗도리를 잡아, 익숙한 손놀림으로 소매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 크리스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며, 『그럼 이번에야말로』하고 오른손의 머그컵을 입가로 가져간다. 그러나──
“……아.”
윗도리를 맵시 있게 입은 크리스가 조심스런 눈으로 올려다보며 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손이 멈춘다.
『또냐…….』
또다시 보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입에 댈 수 없는 커피에 아쉬운 시선을 떨어뜨리며, 나는 별 관심 없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번엔 뭐야?”
“오카베. 내 건?”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한 크리스. 그 시선은, 머그컵을 든 내 오른손에 향하고 있었다.
“마시고 싶었어? 그럼 그렇게 말하면 좋았을 것을.”
“아니, 오카베가 커피 타는 거, 지금까지 눈치 못했으니……. 라고 할까, 그런 때는 세세하게 신경써주는 것이, 인기남의 필수 조건이잖아.”
“유감스럽지만, 나는 그런 뜻 모를 어리석은 장르에 분류될 생각 같은 건 없다.”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크리스가 의자 위에서 양 무릎을 안아 두 볼을 불룩하게 부풀렸다.
“오카베가 차가워.”
“바보 녀석. 세상은 그렇게 무르지 않아.”
딱 잘라 말하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머그컵을 PC 책상 위에 둔다. 그리고 둥글게 된 크리스를 정면에서 응시해,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아직 입 대지는 않았어. 그걸로 좋다면 마음대로 해.”
그런 내 말에, 멍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크리스. 나는 그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져, 180도 몸을 돌려 크리스에 등을 돌렸다. 그러자──
“오오. 뭔가 오카베가 귀엽다구.”
등 너머로 들리는 크리스의 소리를 들어, 거기에 180도 회전을 추가해, 다시 크리스를 향한다.
“불필요한 찬물을 끼얹는다면, 반환을 요구한다.”
쑥하고 책상 위에 손을 뻗자,
“허나 거절한다.”
말하자마자 크리스가 재빨리 머그컵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의자를 휙하니 회전시켜, 내게 등을 돌렸다.
『완전히, 폐를 끼치는 조수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감싼 컵에 “후― 후―”하고 입김을 불고 있는 크리스에게서 시선을 떼, 발을 돌려 키친으로 향한다. 그리고 싱크대 위에 내놓고만 있던 자루 주머니를 거머쥐어, 다시 크리스의 옆으로 발길을 향했다.
내가 크리스의 바로 뒤까지 되돌아오자, 마치 타이밍을 가늠한 것처럼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씁쓸해.”
어딘가 비탄에 잠긴 크리스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솟아올랐다.
“바보 녀석. 그건 내 전용의 무가당 블랙커피다. 씁쓸한 게 당연하지.”
입가가 풀린 내 말에 크리스가 얼굴만 이쪽을 향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속였어, 오카베.”
“속는 편이 나빠.”
특별히 속일 생각 같은 건 없었지만──하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맞장구를 쳐서 단적으로 이의를 각하했다. 그리고 가지고 돌아온 자루 주머니에서 작은 덩어리를 두 개 꺼내, 머그컵을 채우고 있는 갈색 액체에 살짝 던져 넣었다.
“고……고마워.”
어딘가 수줍은 듯한, 크리스의 인사. 왠지 조금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뭐, 기분 탓일 거다. 왜냐면──
“아깝네. 여기에, 휘저을 스푼도 있었으면, 인기남으로 인정해줬는데.”
인사를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입으로, 다음 대사가 이것이다.
“알까보냐, 그런 인정. 젓고 싶다면 자신의 손가락이라도 넣으면 되잖아.”
뻔뻔함을 전개하는 크리스에, 나는 스푼 하나로 합격 여부가 달라지는 『인기남 인정』인지 하는 존재 가치를 의심하며 무뚝뚝하게 단언했다.
“아~ 네네. 사실은 인정되지 않아서 분한 거네요. 압니다.”
크리스는 밉살스런 말을 토해내곤, 의자에서 일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키친으로 향한다.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저 억지는, 평생 나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일단 자신의 충분히 비틀린 성격은 보류해 두고, 어든가 들뜬 것처럼 보이는 가녀린 등을 응시한다.
몸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면서, 싱크대의 서랍을 찾아다니는 크리스. 얼마 있지 않아 적당한 스푼을 찾아냈는지, 머그컵의 내용을 저으면서 뒤돌아선다. 컵을 한 손에 쥐고 보이는 그 웃는 얼굴은, 내 눈에 매우 따뜻하게 비쳤다.
“커피 한 잔에, 대단히 기분이 좋잖아.”
마치 콧노래라도 부르기 시작할 것 같은 크리스. 나는 얼버무리듯이 말을 던지고, 키친을 향해 내디딘다.
“응……그렇게 보여?”
“분명하게.”
“그럼, 그런 거겠지.”
작은 주머니를 한 손에 쥐고 걸어서 다가가는 내게, 마치 남의 일인 양 대답하는 크리스. 그리고──
“뭐, 매너 전무인 오카베는, 이런 걸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딘가 나를 바보 취급하는 발언을 남겨, 살며시 머그컵에 입을 댔다.
“잘난 듯 하긴. 블랙도 마실 수 없는 애가 잘도 말한다.”
나는 가벼운 말로 돌려주면서, 손에 늘어뜨린 각설탕이 담긴 작은 주머니를, 크리스의 시선에 맞춰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키친에 서서, 역할을 끝낸 작은 주머니를 싱크대 위로 던지자──
“아…….”
갑자기, 크리스의 입에서 희미한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그 짧은 소리가 마음에 걸려, 나는 바로 옆의 크리스에게 눈을 돌린다. 거기에 보이는 크리스의 몸은, 이제 경쾌한 리듬을 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와는 완전히 바뀐, 조금 쓸쓸한 듯한 눈동자. 그 조금 움푹 패인 듯한 옆얼굴에, 무심코 『맛이 없었던 걸까?』하는 두서없는 걱정을 안는다.
크리스의 커피 기호.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지금, 가녀린 손에 잡아진 머그컵의 내용은, 그런 그녀의 취미를 따라한 모양새가 되어 있을 테지만──
“설탕은 둘, 밀크는 안 넣는다……가 아니었나?”
확인할 겸 해서 물어본다. 그러자 크리스가 조용히 입술을 떨었다.
“역시, 그러네. 또……처음은 나뿐인 건가…….”
그것은, 바로 옆에 서 있는 내게도 들릴까 말까 할 정도의 매우 작은 중얼거림. 나는 재빨리 귀 기울여 크리스가 흘린 말을 줍는다.
“처음이라고? 갑자기 무슨 이야기야. 그보다, 조금 전까지의 좋은 기분은 어디에 갔어?”
내가 물어보자, 크리스는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되돌아본다.
“아, 미안. 별로 아무것도 아니니까. 굉장한 일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해, 억지웃음을 지어 머그컵을 입가로 옮긴다. 그 눈동자에, 미미한 외로움을 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뻗은 손바닥을, 재빠르게 머그컵과 크리스의 입술 사이에 집어넣었다.
“그런 눈으로 마시면, 내가 탄 커피가 보답 받지 않잖아. 입맛에 맞지 않다면, 일부러 마실 것도 없는데?”
“아니, 보통으로 맛있으니까. 그러니까 먹게 해. 랄까, 손, 방해.”
“으옷!?”
집게손가락 중간을 가볍게 씹혀 당황해서 손을 끌어당긴다. 예상하지 않았던 부드러운 감촉에, 가슴의 고등이 멋대로 높아진다. 그런, 얼굴을 붉거니 희거니 변화 하시키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크리스는 가볍게 커피를 훌쩍인다.
“이 무슨, 대담한…….”
“그 정도로 대담이라니. 오카베, 때 지난 동정 ㅅㄱ.”
컵에서 입을 떼고 내 동요를 야유하는 크리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뺨에도 나와 같은 종류의 붉은 빛이 돋보이는 일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흥. 놀라기는 피차일반이지. 얼굴이 붉다. 무리하지마라, BYEONTAE 처녀여.”
“시꺼.”
크리스는 내게 등 돌리고 그 자리에 선 채로 조용히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다.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방금 전, 단 한 순간만 크리스의 눈동자에서 쓸쓸함을 본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크리스의 등에는, 그런 모습은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으음. 너무 신경 쓰는 건가?』
아무래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이 있던 탓으로, 크리스의 심정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해버린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잊었지만, 어느새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한심한 습성. 그것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흘리며 말없이 크리스의 등을 계속 본다. 그러자──
“그런데 말이야, 오카베.”
내게 등 돌린 크리스가, 그 자세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뭐냐.”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의, 어느 정도……야?”
또 다시 갑작스런 맥락 없는 말을 했다. 나는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속으로 에구에구 하고 중얼거리곤 되묻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내 말에, 크리스는 기가 막힌 듯한 눈으로 되돌아본다.
“변함없이 둔하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나, 여러 가지 생각해 냈잖아.”
“아아, 그래.”
“그렇지만, 전부를 생각해 내고 있는 건 아니야.”
“뭐, 그렇지.”
“그럼, 전부 기억하고 있는 당신과 비교해서, 나는 어느 정도 생각해 낼 수 있었던가……같은, 그런 이야기야.”
크리스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어느 정도……라고 해도 말이지.』
α세계선으로부터 β세계선으로, 그리고 슈타인즈 게이트를 거쳐, 모든 것을 잊어버렸던 크리스. 그러나, 지금의 크리스는 사라져버린 역사의 일들을, 그 기억에 품고 있다. 그것은 틀림없었다.
바보 같은 독선에 삼켜진 나. 그런 남자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결과, 크리스가 비명과 함께 되찾은 기억. 그것은 완벽하지는 않다고 해도, 그런데도 둘도 없는 기적의 덕이었다. 거기에 잘못된 것 같은 건 없는 것이다.
『그것을, 내 기억과 비교하는 것 같은 일을…… 뭘 하고 싶은 거야?』
너무도 시시한 크리스의 이야기. 역시 그 진심은 읽어낼 수 없다. 그러니까 말한다.
“시시한 생각하지 마. 한가한 녀석”
내뱉는 듯한 내 말에, 크리스는 그것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오카베, 당신 말이야.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다……같은, 외롭다고 생각한 적 없어?”
나를 올려다보는 그 시선에, 두근 하고 사고가 뛴다. 크리스의 말에 가슴이 흔들린다.
“어째서 내가……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단 거야…….”
허둥지둥 거짓말을 한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현상에 대해, 외롭다거나 허무하다거나 하는 그런 감정이 전혀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
크리스가 곁에 있고, 모두가 아니라고는 해도, 그런데도 그 여름의 기억을 되찾아 주고 있다. 그러니까 그 이상을 바랄 필요 같은 것은 내게 없다. 그것을 이해하고 있고, 그 마음은 본심이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드물게, 정체 모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은 있다. 마유리나 다루나 루카코. 거기에 페이리스나 모에카나 그 외의 아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크리스와의 사이에서 사소한 위화감을 느낄 때마다, 뭐라 말 할 수 없는 감정이 작게 솟구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나라는 남자는, 어디까지 탐욕스러운 거야.』
하고 억지로 마음을 억지로 집어넣는다.
절조 없는 자신의 욕구. 그런 것을 보는 것이 싫어, 솟구치는 무언가를 없었던 것으로 해 왔다. 그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내 안에 남아 있는 오만함을 크리스에게 간파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안…….”
그 소리에, 시시한 사고가 중단되었다.
“어……어이, 무슨 짓이야……크리스.”
아무 예고도 없이, 내게 안긴 크리스. 방금 전까지 그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컵이, 싱크대 위에 툭하니 올려져 있었다.
“미안, 오카베…….”
“왜……사과하는 거야?”
“하지만 방금, 굉장히 외로운 듯한 눈을 했어…….”
작게 들린 말에 초조해 한다. 크리스의 지적에, 그것을 용납한 한심하기 그지없는 자신에게 혀를 차고 싶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외로운 듯한 눈을 해야 한다는 거지? 기분탓이야.”
“거짓말. 왜냐면 오카베, 가끔씩 굉장히 외로운 듯한 눈을 하곤 하니까. 그러니까 분명, 지금도……”
“그건 네 녀석이잖아? 너야말로 좀 전에, 뭔가 쓸쓸한 듯한 눈을 하고 있었던──”
“외로운 게 나쁜 걸까.”
내 거짓말을, 크리스의 마음이 싹 지워버렸다.
“당신이 탄 커피 마시는 거, 나는 처음이었어. 그러니까 대단히 기뻤어. 그런데 오카베만 경험이 있는 상태. 처음은 나만. 커피만이 아니야. 그 밖에도 『그렇구나』같이 아는 일, 많이 있었어. 어쩐지……오카베만, 치사해.”
크리스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보통……외롭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크리스의 마음. 그 올곧은 말에, 집어넣었던 것이 분명한 뭔가의 그림자가 엷어졌다.
나만이 계속 가지고 있는 기억. 거기에서 생기는, 작은 엇갈림. 거기에서 느끼는, 오만한 감정.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그런 사고.
그것은, 나만이. 무엇하나 잊을 수 없는 나만이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도, 터무니없는 자만이었군.』
가슴 속에서, 작게 안도의 한숨을 흘린다.
입장이 다른데도 크리스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 만큼인 일이, 왠지 매우 기뻤다.
“그러니까 말이야. 오카베도, 외롭지 않으면……치사하잖아.”
내 가슴에서 얼굴을 올려 투명한 눈동자를 내게 향하는 크리스. 그 말에,
“아아 그래. 나도……조금 정도는 외로울지도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게 본심이 흘러 넘쳐 떨어진다.
“그렇구나. 자~ 자~, 솔직하게 되라구, 오카베.”
크리스가 웃는다.
“어디 사는 성범죄자의 대사야.”
나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돌린다. 그리고──
“욕심쟁이 조수 녀석.”
수줍어하며, 크리스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래. 나는 욕심쟁이야. 그러니까 반드시, 언젠가…….”
크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어떤 마음을 담아 말한다.
“당신의 리딩 슈타이너도, 언젠가 반드시 해명해 보일거야. 언제까지나 오카베에게 리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그런, 엄청나게 황당무계한 크리스의 의사에, 입가가 피기 시작한다.
“또, 터무니없는 소리를.”
“터무니없지 않아. 분명하게 가설도 있다구?”
“어이 어이…….”
“아, 믿지 않네. 오카베, 믿어. 나는 천재지?”
벌써 밀착하고 있다는데, 거기에서 더욱 다가서려는 듯한 크리스의 눈동자.
그 미소 띤 모습에, 언젠가 보았던, 그러나 사라져 버렸던 7월 28일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나와 크리스를 잇고 있던 쇠사슬이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린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라면, 정말로 할지도 몰라…….』
그런 것을 생각하며, 크리스의 얼굴을 바라본다.
세계선 이동에 수반하는, 역사의 재구축. 거기에 따라 고쳐 써지는 모든 사람의 기억이나 생각. 절대적인 룰에서 나만을 계속 배척한, 정체 모를 능력.
그것이야말로 리딩 슈타이너이며, 그리고 그것은 분명하게 인지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다는데, 크리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그런 능력마저도, 이론으로 마술의 비법까지 공개되어 버릴 것 같은──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군. 그렇다면,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게.”
“조금은 기대해, 돌팔이 과학자.”
조용히 중얼거리는, 크리스의 턱 끝에 손가락을 댄다.
“아……바보. 마유리가 오잖아.”
크리스가 살짝 눈을 감는다.
“그렇게 자주, 매번 올까 보냐.”
나는 크리스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밤공기는, 점차 차가워진다.
그 안에서, 오래된 빌딩 2층에 진을 친 약소한 랩만이, 따스한 온기에 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랩으로 계속되는 계단을 만면의 웃는 얼굴로 달려 올라온 소녀가, 랩의 도어 노브를 잡아, 지금 막 문을 밀어 열려는 것을──
그 두 명은 알지도 못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