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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대전 데몬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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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하아, 지쳤다."

"오랜만에 돌아왔네 쿠로. 이번 의뢰가 많이 고됐나봐?"

여느때처럼 찬거리를 가지고 방문한 라스는 수일만에 돌아온 친구 쿠로를 맞이하며 말했다. 여느때 이상으로 지쳤는지 들어오기 무섭게 소파에 쓰러진 쿠로는 소파에 깔려있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지난 수일간 데몬베인에 대한 기본적틴 지식과 기동에 대한 교육, 그리고 이런저런 협박이 더해진 회유에 시달린 쿠로로서는 전부다 잊고 잠으로 피로를 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물론 그 사소한 소원조차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쿠헉!"

"일어나거라 쿠로. 잘시간 따윈 없느니라"

가볍게 복부에 작렬하는 발꿈치 내려찍기.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내장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충격이 심했다. 일어난 쿠로는 아픈 배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배에 일격을 날린 소녀를 향해 외쳤다.

"알! 너 하도우가에서 지내는게 아니었어?!"

"마도서는 언제나 술자와 함께다. 이정도는 상식인거다 쿠로."

"쿠로, 이 아이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알을 보며 묻는 라스. 비록 마도서를 지니고 있지만 마술사가 아닌 라스로선 바로 눈치챌 수 없었다. 사실 계약도 안한 마도서가 옆에 있다는 것이 참 의아할 따름인 쿠로였지만 깊게 파고 들지는 않았다.

"마도서 알 아지프- 다른 이름으론 ​네​크​로​노​미​콘​이​라​고​도​ 하지."

"헤에, 그럼 쿠로군 음비학과에 복학하는거야?"

"틀려, 하도우 재벌쪽에서 의뢰한 일의 연장이야."

며칠전 받은 의뢰에 의해서 여러가지 사정에 휘말리고 데몬베인에 타 프나레 데우스라는 대회에 나가게 되었지만 쿠로로서는 단순히 의뢰의 연장이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이래저래 사정에 파묻혀 질식사해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난 절대로 협박당해서 아는게 아니니까!'

아주 슬픈 자기 합리화였다.

"헤에, 알쨩도 마도서구나."

"쨩은 붙이지 말도록, 그나저나 방금 그 말은 무슨 의미인가?"

"실은 우리집에도 마도서가 하나 있거든"

"마도서가?"

알의 물음에 답하려던 라스는 갑작스럽게 열린 문을 보았다. 거기에 서있는 것은 금발에 화려한 금빛드레스를 걸치고 있는 소녀였다. 소녀는 언제나 처럼 나태한 표정으로 라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라스, 푸딩이 먹고 싶다."

"잠시만 기다려 줄래? 일단 이거좀 쿠로네 냉장고에 넣고. 아참 이스, 쿠로한테 마도서가 생겼어"

"그래봤자 그 삼류탐정에게 어울릴 만한건 삼류마도서 정도..."

​"​삼​류​마​도​서​라​.​.​.​ 내가 삼류마도서면 네놈은 폐기물인거냐 이스?"

갑작스럽게 이스에게 들려오는 독설, 갑작스런 독설에 나태한 표정을 푼 이스는 자신에게 독설을 날린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심히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야 말로 자신의 원적, 숙적, 반드시 넘어야 할 존재였으니까.

자신만의 생각이지만서도-

"아... 알 아지프!? 네 녀석이 왜 여기 있는거야!!"

"나야 언제나처럼 나의 술자를 택한거다만... 네놈은 어찌하여 계약도 맺지 않고 뒹굴뒹굴거리고 있는거지?"

"히끅-"

"혹시나 계약 할까 하다가 먹을것에 홀려서 뒹굴뒹굴 거리다가 현재에 이르렀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

식은땀을 한 가득 흘리는 이스, 이정도로 정곡을 찔리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뭐, 내가 상관할바는 아니지만 말이야. 만년 2등씨"

"캬악!!! 이번에야 말로 박살내주마 알!"

"가능하리라 생각하느냐! 만년 2등이? 이몸은 마술의 예지, 마를 사냥하는 외도. 모든 마도서의 정점에 이른 존재니라."

오만하게 이스를 내리까는 알, 하지만 이스로서는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실제로 지난 20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100번이 넘게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무승부를 제외하고는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만 했던 탓이었다.

"으음..."

"그게 좋은것이다. 네놈같은 2등 인생은 이몸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한채 머리를 내리깔고있는 것이 좋은것이다."

뭔가 각성한 것일까? 청녹빛 눈동자를 희번득 거리며 이스를 매도하는 알, 그런 두사람을 보면서 왠지 관여해서는 안될것 같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쿠로와 라스는 눈에 보이는 것을 외면한채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라스, 혹시 차라던가 커피 남는거 있어? 다 떨어져가지고."

"뭐, 있기는 하지만서도,.. 역시 허브티 같은게 좋으려나? 그보다 갑자기 차는 왜? 차랑은 인연이 없는 인생이잖아."

"큭, 그렇게 말하면 할말이 없지만서도..."

사실 그간 가난하기 짝이없는 생활을 해온 쿠로에게 있어 차茶라는 기호식품은 절대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굳어져 있었다. 차 같이 비싼 것을 살 바에야 라면이나 빵 모퉁이나 그런 생활에 필요한 식품을 사는 것이 더 이득인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호식품을 살 필요가 지금의 쿠로에겐 있었다.

왜냐하면 나중에라도 올지모를 '악마'를 대비해야 하니까.

띠리링-

"전화네, 왠일일까?"

어쩌면 한참 빨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시각 하도우 재벌 본사 수백m 밑 지하기지.

"치아키, 그쪽 회선은 잠시 놔두고 일단은 팔부분부터, 데이터 보니 팔 부분 출력이 좀 약하니."

"네!"

"아, 그리고 끊어진 왼팔은 연결 유닛을 통째로 교체해야하니 그 점에 유의해서 회선 교체하고"

하도우 재벌의 총수이자 살아있는 거인, 혹은 마인이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선망과 공포 그리고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하도우 코조는 노쇠(?)한 몸을 이끌고 직접 데몬베인의 보수및 개수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물론 오퍼레이터진인 치아키들에게 맡겨도 되지만 역시 20년을 함께해 온 기체인 만큼 데몬베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망가졌구만. 처음인걸 생각하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인가?"

"엄격하시군요."

류가의 말에 코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뭐, 나를 대신해 프나레 데우스에 나가줘야하니까 말이지. 그정도 적에게 고전하면 안된다고. 자네도 알지 않나 프나레 데우스에 나오는 데우스 마키나의 수준을."

"하기사, 그렇긴합니다만."

귀계신의 제전, 프나레 데우스는 대회 규모가 규모인 만큼 나오는 데우스 마키나들의 수준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데우스 마키나중 최고인 데몬베인에 필적할 정도의 스펙을 지닌 기체가 많았다. 더구나 그것을 조종하는 술자들의 수준도 일류-

지금 다이쥬지 쿠로의 실력으로는 1회전도 제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뭐, 그만큼 독려해줘야겠지. 훈련으로 말일세-"

​"​독​려​입​니​까​.​.​.​"​

독려 수준이 아닌 지옥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훈련이 될듯했지만 집사로서 굳이 그러한점을 지적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하도우가의 집사가 된지 10년 남짓, 이미 해야될 말과 하지 않아야 될 말을 구분하는 것 예전에 넘어선 시련이었다.

"아참, 류가군 나중에 미스카토닉 대학의 아미티지 영감에게서 네크로노미콘 신석 사본좀 받아오게나. 내 전용으로 만든 상급 사본이 하나 있을터이니."

"네크로노미콘 신석입니까... 역시 리틀 에이다는?"

"뭐가 문제인지 정말... 설마 또 그녀의 ​농​간​이​라​던​가​.​.​.​"​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건 아미티지에게 마도서를 받아오고... 그 다음은 또 뭘 하는게 좋을까? 아, 그러고보니 루리는 어디있지?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것 같다만..."

"루리아가씨라면 분명..."

"아까 다이쥬지씨의 집에 간다고 말하고는 윈필드씨를 대동하고 가셨습니다만?"

​"​다​이​쥬​지​군​에​게​?​"​

코조의 반문에 치아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아무리 계약직이라지만 일단 데몬베인의 파일럿이 된 이상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녀석, 기회가 생기니 부뚜막부터 올라가려는건가. 그런건 어째 제 아비랑 똑 같다니까"

하도우 코조는 아들, 하도우 카네사다가 며느리 어거스트 에이다 덜레스를 떠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본디 하도우 카네사다의 가정교사이자 하도우 코조의 조수였던 어거스트 에이다 덜레스는 하도우 카네사다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20년 전 화성인 침공사태부터 친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성인이 되기도 전에 사고를 쳐서는 루리까지 임신시켜 버렸다. 뭐 사후처리 이전에 손녀를 볼 수 있었던건 그렇게 나쁜일은 ​아​니​었​지​만​서​도​.​.​.​

"설마 이번에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겠지?"

만약 그런다면 하도우 코조는 그냥 넘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기전에 확실히 자신의 현재입장을 가르쳐야겠군"

어느새 그의 눈은 검은 불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선을 넘을 경우 쿠로를 어째야할지 고민하며.



"그러니까 넌 찌그러져있어 영원한 2등"

"...그런데"

한참을 매도받고 있언 이스는 숙이고 있던 상태로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전보다 마력이 많이 약해졌다 너."

일순간 뜨끔하는 알, 그런 알의 반응을 놓칠 이스가 아니었다. 만년 2등이라 불리며 오로지 알 아지프를 넘기위해 살아온 이스로선 알의 반응 하나하나를 다 눈치챌 수 있었다.

"역시, 보나마나 자긴 최고의 마도서라면서 술자없이 혼자서 무리했겠지. 그러다가 기술이 손상된 거겠고. 아니면 단편이 떨어져 나갔다던가?"

"큭..."

"역시! 역시인거네! 하여간 혼자서 폼 다잡더니만 자기관리도 못하는거야 혼자서는 무모랑 용기도 구분할줄 모르는 무대뽀!"

"말 다했느냐?"

"아니 아직 한참 남았어!"

"쿠로씨, 안에 있죠?"

그동안 쌓인 반동으로 한소리를 내뱉으려던 이스였으나 타이밍 좋지않게 등장한 방해자로 인해 기회를 놓쳐버렸다. 방해자는 주인의 답변도 기다리지 않은채 그대로 방안으로 들어오며 안하무인하게 방을 이리저리 살폈다.

기본적으로 쿠로의 방은 깔끔한 편이 되지 못했다. 본인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워낙에 낡은 아파트라 이렇다할 청소가 힘든 것도 있었다. 청소를 하고자하면 필연 시끄러워 지고 물청소도 해야하는데 이런 허름한 아파트에서 물청소를 했다간 그대로 아랫집으로 새버릴 것이 분명했다.

물론 최근 하도우 재벌에서 만든 청소기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걸 살 수 있을만큼 돈이 있다면 쿠로가 배를 주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데서 잘도 살고 있군요."

"어... 어쩐 일이야 공주?"

"당신이 데몬베인의 파일럿이 된 이상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기때문이죠. 할아버지께서 파일럿으로 계셨을 당시에는 상관없었지만 당신이 파일럿이 된 이상 관리가 필요합니다. 주거도, 식사도, 생활도."

"잠깐! 공주, 그 얘기는 마치 관리할 사람을 상주시킬거란 말로 들리는데?!"

쿠로의 외침에 루리는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이런 중요한 일인 만큼 저와 윈필드가 직접 상주할 생각입니다만?"

"음모다! 이건 음모임에 틀림이 없어!!!!"

루리의 확언에 쿠로는 절규하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원망의 상념을 날렸다. 지난 수일간 하도우가에 있는 지하시설에서 훈련이란 명목으로 혹사당했건만 집에 와서도 편히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 무슨 불합리한 일이란 말인가?

"조용히 하시죠 3류 탐정"

살벌한 미소를 지은 루리는 그대로 권투자세를 잡으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투쾅-

날카로운 스텝과 함께 쿠로의 복부에 작렬하는 루리의 블로, 단번에 쿠로의 복부에 꽂힌 블로는 쿠로의 속을 뒤엎으며 정신을 차리지 못할정도긔 고통을 선사했다. 그나마 다행이도 먹은것이 없었기에 구토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면할 수 있었지만 정신이 날아가버린 쿠로가 다행스러워할 일은 없었다.

"쿠로?!"

"잠깐 그대 무슨짓을!"

갑작스런 루리의 블로와 쓰러지는 쿠로를 보며 놀라는 라스와 알, 그런 두사람을 내버려 둔채 루리는 재빨리 윈필드에게 지시를 내렸다.

"윈필드, 아까 지시한 것을"

"예"

윈필드가 통신기로 뭔가 말하기 무섭게 들어온것은 쿠로와 알이 얼마전에 본 하도우 재벌 특수부대였다. 그들은 들어오기 무섭게 각종 기제로 쿠로의 집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그 시각 하도우 재벌 지하 비밀주차장

"음?"

"왜 그러십니까?"

류가의 질문에 하도우 코조는 떫떠름한 표정으로 주차장을 바라보았다. 평소 차량이 가득할 이곳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꽤나 빈 차량이 많았다. 그것도 특수부대원 관련으로...

"류가, 지금 하도우 재벌 특수부대가 동원되었는가 확인해 주게나."

"무슨 ​일​때​문​이​신​지​.​.​.​"​

류가의 반문에 코조는 주차장의 빈자리들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눈치챈 류가는 재빨리 지하기지에 대기중인 마코토에게 문의한 류가는 아까전 하도우 재벌 특수부대가 동원되었음은 물론 그 특수부대원이 다량의 자재와 가전제품, 그리고 벽지를 조달해갔음을 알게된 류가는 그것을 그대로 코조에게 보고했다.

그 보고를 들은 코조는 한숨을 내쉬며 사라져있는 특수부대 전용차량을 한번더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도우 코조는 하도우의 혈통이 어디 가지 않음을 깨닫고 류가에게 명했다.

"류가, 지금 당장 남은 대원들을 이끌고 루리의 뒤를 쫓도록."

"옛, 당장 모셔오겠습니다."

한숨을 내쉰 류가는 소냐에게 연락해 다른 대원들을 지하 주차장에 집합시키도록 전달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조는 재빨리 기존의 가구 정리를, 2조는 청소를, 3조는 공사준비를 해주십시요"

일사분란한 윈필드의 지휘아래서 쿠로네 집의 개조를 시작하는 하도우 재벌 특수부대원들. 급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고 있던 알과 이스는 이내 정신을 차리며 마력탄을 쏴 하도우 재벌 특수부대원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갑작스런 방해에 하도우 루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알과 이스를 향해 말했다.

"무슨 짓이죠. 지금?"

"그건 우리가 할 말이니라!"

"갑자기 나타나서 남에 집에서 뭐하는 짓거리야!!"

두 마도서의 외침에 하도우 루리는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3류탐정... 다이쥬지 쿠로를 관리하러온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하도우 재벌의 총수 대리로서 하도우 재벌의 상징이자 가장 중요한 데몬베인을 조종하게 된 다이쥬지 쿠로의 관리를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루리의 말에 알은 반박하며 입을 열었다.

"네놈들의 관리따윈 필요없느니라!! 쿠로는 나의 술자, 그의 관리는 내가하느니라."

"너희들 민폐니까 좀 나가지?"

이스의 말에 어느새 불타오르는 세사람. 위험을 느낀 라스는 재빨리 쓰러진 쿠로를 데리고 윈필드와 특수부대원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쿠로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그걸로 안심이 되지 않자 곧장 아파트 밖으로 나와 건너편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건물에 있다간 위험해질것같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간이 크군 만년2등이..."

"헌책 주제에 이미 걸군요"

"민폐녀들 주제에..."

번뜩이는 안광 작렬하는 전광, 이미 특수부대원들도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겁에 질린 상황이었다. 태연한 것은 오로지 루리의 집사인 윈필드 뿐이었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도서란 것들은..."

"우연이군, 나도 쓸데없이 끼어드는 아가씨와 2등주제에 건방진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가서 싸우라니까 빌어먹을 것들이!!!"

이윽고 고조된 살기와 투기는 신호탄이 되어 세사람의 싸움의 개막을 알렸다.

알의 손에서 마력탄이 쏟아지기 무섭게 루리가 스텝을 밟으며 스웨이로 마력탄을 피한후 주먹을 날렸다. 공기가 일그러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주먹이지만 알의 결계에 막혀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틈을 탄 이스는 알의 결계를 부수며 다수의 마력탄을 흩뿌렸다.

"아가씨!"

루리를 향해 쏟아지는 마력탄을 보며 재빨리 몸을 움직여 마력탄을 분쇄하는 윈필드. 인간의 속도를 초월한 몸놀림으로 신속히 알과 이스를 제압하려던 윈필드였지만 갑작스런 루리의 외침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윈필드 물러서세요!"

"하지만..."

"이 제가, 하도우 코조의 손녀인 하도우 루리가 질것 같습니까!!"

"아가씨..."

평소와는 다른 기백에 물러선 윈필드는 특수부대원을 대피시킨후 조용히 아가씨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윈필드가 물러섰지만 방금 끼어든 여파로 인해 기울었던 추는 원래대로 돌아와 버린 상태였다.

"칫, 아쉽군... 둘다 보낼 수 있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정도로 갈것 같으냐!"

"그쪽의 아가씨, 집사를 동원하는게 좋았을 텐데?"

"당신같은 폐품들은 이 두 주먹으로도 충분합니다!"

"자신 만만한걸."

"울지나 말라고!!"

그렇게 세사람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전력을 다해 격돌했다. 자신들이 있는 장소가 어찌될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못한채.



"우욱!"

"정신차렸어 쿠로?"

"라스... 여긴?"

집과는 다른 선선한 바람에 의해 일어난 쿠로는 정신을 차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것은 익숙한 풍경, 바로 아파트 앞 공원이었다.

"난 어째서?"

"아까 루리씨에게 보디블로를 맞았잖아."

"아, 그렇지... 그런데 난 왜 여기있는거야?"

쿠로의 물음에 라스는 조용히 자신들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쿠로는 라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온몸에서 핏기가 싹 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완전히 초토화가 된 것이었다. 아니, 초토화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검은 구체가 작렬하기 무섭게 건물 한쪽이 압착되었고 섬광이 번뜩이기 무섭게 건물 구석이 잘게 다져져 부스러졌다. 건물벽에 일순 엄청난 구멍이 생긴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요란한 파괴가 잠시간 계속되고, 그 사이 파괴에 의해 무너져 폐허가 된 아파트속에서 한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칠게 찢겨진 드레스, 피로 물든 주먹. 그 주먹을 높이 치켜든 소녀는 어느새 몰려든 구경꾼의 시선도 잊었는지 너덜너덜한 드레스 차림으로 온 힘을 다한듯 시선을 떨어뜨리며 입을 열었다.

"이 생에 한점 후회도 없다..."

그 순간 뒤늦게 따라온 류가도, 그 자리에서 모든것을 지켜보고 있던 윈필드도, 자신들의 집이 무너지는 것을 본 쿠로와 라스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도, 그 광경을 구경한 구경꾼 들도 그 모습을 보며 자신들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역시 그렇게 됐나..."

류가의 보고를 받은 코조는 한숨을 내쉬며 죽은 아들내외를 떠올렸다. 그것은 아버지 유전인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 유전인 것인지 솔직하지 못한주제에 활동력이 넘치는 루리의 행동에 대한 감상이기도 했다.

"정말 너희를 닮았구나. 루리는..."

사고로 죽은 아들 내외를 떠올리던 코조는 이번 일에 대한 뒤처리와 입주민들에 대한 보상, 그리고 쿠로에 대한 새로운 거주지 마련을 명하고는 지하의 보관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여태까지 모아둔 마술적 물품이 가득한 이 지하보관소는 세상을 몇번이고 위험에 빠뜨릴 정도의 엄청난 물량과 위험성을 지닌 마술 물품이 가득했다.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마술과는 전혀 관계없어보이는 천공카드 앞에 선 후 그 천공카드를 보관하고 있는 유리 위에 손을 얹어 마력반응을 살폈다.

마력은 그대로지만 마력파장이 불규칙적인 탓인지 마도서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네크로노미콘 기계어 사본인 리틀 에이다였다.

"역시 그렇게 금방 회복되진 않나?"

모종의 이유로 마도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리틀에이다를 확인한 코조는 재빨리 지하에서 만들고 있는 '콜 레오니스'. 은건수호신기관 2호기(예비)의 위에서 그 마력을 충전시키고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기계어사본은 마도서도 마도서지만 그 이전에 은건수호신 기관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 존재. 당연히 은건수호신기관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한시라도 빨리 리틀에이다가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하도우 코조는 의미심장한 말을 읇조렸다. 마치 다짐이라도 하듯...


 
원작보다 무시무시한 하도우 루리...

과연 하도우가는 세계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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