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와 가면 라이더 시리즈의 2차 창작입니다.
또한, 2차 창작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스토리가 있으며, '가면라이더'나 '리리컬 나노하'의 팬 여러분들은 불쾌하게 여기실만한 설정이나 장면도 다수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OK, 문제없이 볼 수 있어"라고 한다면 부디 봐주시기 바랍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붉은 빛으로 가득 차있을 때.
저는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인간이라고도,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모습을 한 그 사람을.
그에게 허락된 것은 오로지 싸우는 것 뿐.
하지만 그 사람은 신이 정한 운명마저 뛰어넘어, 이곳에 있습니다.
끊임없이 헤메이면서도.
끊임없이 괴로워하면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운 대가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면서도.
그 사람은, 지금도 사람을 돕기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직 그 가슴 속에 새겨진, 친구들과의 약속만을 의지한 채.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2화 불사와 야천
『25년 후』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중동의 어느 국가.
이곳의 전장에는 기이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인간'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무언가'가 전쟁터를 해매고 있다고.
그'것'은 왠만한 사람보다도 큰 검을 한손으로 들고 다니며, 전쟁을 하고 있는 한가운데에 나타나 문답무용으로 쳐부순다고 한다.
주먹으로 때려서 전차를 날려버리고, 검을 휘둘러 지면에 크레이터를 만들고, 그에 일어나는 먼지 구름만으로 사람을 날려버리는 '괴물'.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전쟁공포증으로 인한 환상이라고 치부했다.
이에 '당사자'들은 그 '괴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괴물'이 날뛴 현장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인간'은 커녕 이 세상의 어떤 '짐승'이라도 낼 수 있을 리 없는 힘으로 날뛴 흔적.
그러나 그에 반론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괴물'이 날뛰었는데, 어째서 '사상자'가 단 한 사람도 없는 거냐고.
그 어마어마한 파괴의 흔적에도,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되려 패배의 책임을 존재하지도 않는 '괴물'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진 상식으로는, 그런 '괴물'이 존재할 리 없었으니까.
[여기의 내전도 슬슬 끝일까…]
현재 정부와 레지스탕스 사이에서 협정이 오가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는 무력 충돌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거리도 상당히 복구되어 지금은 꽤나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물론, 협정의 계기에는 양측의 군대가 '싸울 무기'를 대부분 날려먹었다는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의 손으로 파괴한 것들. 이 정도면 그럭저럭 도움이 됐다고 자부해도 괜찮을까.
그렇다고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중동, 아프리카, 아일랜드, 웨일즈, 프랑스. 그 외에도 내전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나라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세계를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무기를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자신의 힘이 이토록 작고 무력한 것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니, 전쟁만이 아니다. 이 세상에 '불합리한 일' '옳지 못한 일'같은 건 얼마든지 있다.
고위층의 직권 남용, 문명 발전으로 인해 생겨나는 공해, 환경 파괴의 가속, 타인을 속이고 이용하는 사기, 법도와 윤리를 무시하는 에로그로, 그리고 사람 그 자체를 부수고 파괴하는 상해와 살인.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렇다. 이 세상에는, "최강의 언데드"로서도 해결할 수 없는 일따윈 발에 채이도록 많이 있다.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범죄따윈 얼마든지 있고, 싸우는 것만으론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기껏해야 이렇게,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노약자들을 보호하거나 양 군대의 무기를 몽땅 때려부숴 전쟁 자체를 못하게 만들거나.
고작, 그런 것들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이곳에 있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언젠가 똑같은 일이 또 되풀이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데도, 자신은 여전히 인간을 좋아하고 있다.
그 옛날,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과거.
이 세상의 운명을 걸고 언데드들과 싸웠던 그때처럼.
[타치바나 씨… 무츠키… 코타로… 히로세 씨… 카라스마 소장…]
다행이다. 아직 잊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싸워주고, 고난을 함께 해나가고, 끝내는 운명까지 뒤집을 수 있게 해주었던 '동료'들의 이름도 얼굴도.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잊어버릴 것 같긴 하지만, 잊진 않았다.
그리고─
[하지메…]
인간이 아니면서도, 누구보다도 인간같았던 친구의 이름.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이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증거다.
동료들과 친구들의 이름, 얼굴을 차례대로 떠올린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을 되새긴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 이걸로, 된 거겠지? 하지메.
나는 아직… 사람을 위해서 살아도 되는거지?
유감스럽게도, 그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친구는 이곳에 없었다.
『73년 후』
그에게 있어서 알래스카는 나쁘지 않은 은신처였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지구의 지표 대부분이 발달했어도, 이런 아무것도 볼 것 없는 '극지'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인간은 드물다. 게다가 요즘에는("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무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환경보호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이라고도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모습'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
얼음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미, 어지간히 힘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된 지금의 자신.
양 손과 양 발은 이미 완전히 죠커의 것이 된 상태. 얼굴조차, 코 아래 부분은 죠커의 얼굴이다. 그나마 그 위쪽에 있는 왼쪽 눈 부근에도 각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면 금새 이 모습이 되버린다. '인간도 아니고 죠커도 아닌' 이 모습이. 굳이 이름붙이자면 '언데드 하이브리드'라고 해야할까.
이름을 붙여봤자, 그걸 사용해줄 사람은 없겠지만.
문득, 기척이 느껴졌기에 고개를 뒤로 돌려보았다.
─거기에는, 약 1톤에 달하는 대형 백곰이 일어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인가, 라고 생각하며 얼음판 위에 구멍을 뚫고 드리웠던 낚시줄을 회수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일어나서 몸을 돌리고는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백곰을 받아내, 같이 뒹굴었다.
[간지러워, 자식아.]
얼굴을 핧아대는 곰에게 말하며, 그는 백곰을 들어올린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만남은 이 녀석의 할아버지대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눈사태로 부모를 잃은 백곰을 우연히 발견해서 구해줬는데, 이 녀석은 그 곰의 손자다. 이 일가(一家)와는 처음의 그 곰을 구해줬을 때부터 같은 동굴에서 살고 있기에 상당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
… 그렇다고는 해도, 1톤이 넘는 몸으로 다이브해오는 건 참아줬으면 한다. 그 정도로 죽을 일은 없고 충분히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지만서도 놀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자신에게는 '인간'이었던 시절의 감각이 조금은 남아있으니까.
가끔은 이렇게 곰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물론 곰이 그의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지만, 그럼에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언어'를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았으니까.
인간의 세계가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켄자키 카즈마는 분명 '인간'으로서 태어났고, 그 감정이나 사고방식, 가치관도 인간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몇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릴지 모르는 생활을, 벌써 수십년이나 이어오고 있다.
인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을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서 이곳에 있다. 자신이 그곳에 있으면 틀림없이 누군가는 다치거나, 죽어버릴테니까.
무엇보다도, 소중한 친구가 그곳에 있는 이상 자신은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서도 안된다.
그는, 너무나도 '인간'다웠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과 떨어진다'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그는 그런 방법으로밖엔 인간을 지킬 수 없었으니까.
『308년 후』
최근 들어서 눈이 내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조금이지만 빙하도 녹기 시작한 것 같다.
300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긴 했지만, 이렇게 '죠커'가 되고보니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는다. 뭐니뭐니해도 '빙하가 녹는 정도'라거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의 온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감각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지난 200년 동안 함께 해왔던 백곰 가족은 결국 보다 추운 북쪽으로 집을 옮겼다. 그는 따라가지 않았으니까, 아마 이제부터 두번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 조금이지만, 쓸쓸해졌다.
그는 이제부터 밀림 쪽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이미 절반쯤 죠커화가 진행되버린 몸이기에 온도 차이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언제나 하얀 눈이 쌓인 광경을 바라보며 지낸다는 것에 슬슬 질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바나로 갈지 아마존으로 갈지. 그는 그 정도의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 끝에, 아마존으로 향하기로 했다. 일단 사바나에는 내셔널 뭐라든지 동물의 왕국이라든지, 그런 쪽 사람들이 꽤 많이 갔던 것으로 기억하니까. 적어도, 아마존 쪽이 사바나보다 방문객들의 숫자는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 … 아니라면 곤란하지만.
… 넉넉 잡아서 잠수로 3개월 정도 헤엄치면, 도착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778년 후』
아마존에서의 생활은, 알래스카에서처럼 느긋하지 않았다. 나무 위에서 자다가 왠지 숨이 막혀서 눈을 떠보니 아나콘다에게 조여지고 있었다던가, 재규어에게 습격받은 다큐멘터리 취재팀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구해준다던가 하는 일도 꽤 고달팠지만, 뭐니뭐니해도 피라니아 무리가 살고 있는 호수에 빠졌을 때가 제일 곤란했다. 아무리 죠커라도 그렇게 우글우글 몰려들어서 물어뜯으면 아프고(언데드라서 죽을 일은 없지만, 아픈 건 아프다).
알래스카 때와 비교하면 스릴이 넘치니까 재미있다는 감정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건 있겠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수풀 속에 숨어있는 그의 눈에 '탐험가'들이 들어왔다.
그들의 배를 덮치고 있는 아나콘다는 기억에 있다. 분명 30m가 넘는 길이까지 성장한 돌연변이 아나콘다였지. 겁을 상실하고 그에게도 덤빈 적이 있는데, 물론 가볍게 때려눕혀 두번다시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이후로는 조용하다 싶었더니 결국 이렇게 사고를 치는건가.
'… 그냥 죽일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좀.
일단 아직까진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는데 '위험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는 건 사양하고 싶다. 저 녀석은 '인간'과 달리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공격하는 거니까.
… 아, 그러고보면 좋은 게 있었다. 그는 실로 오랜만에 몸의 일부가 되버린 파괴검 올 오버를 꺼냈고, 동시에 한장의 카드를 꺼내 벨트 위로 슬래쉬한다.
「썬더」
그 순간, 뇌전의 기운을 품게 된 올 오버.
그는 그 검을 힘차게 휘둘러 아나콘다에게 날린다… 같은 짓을 하진 않았다. 인간들 눈에 띄니까.
그저 살짝, 검 끝을 물에 담갔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아나콘다는 무시무시한 경련을 일으키더니 기울어지고 쓰러진다.
'… 쬐끔 심했나.'
어느 사이엔가 탐험가들은 짐을 수습하고 맹렬하게 도망친 다음이었다. 부상자는 있는 것 같지만, 저런 녀석에게 습격당하고 전원이 생존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겠지.
그는 꿈틀거리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아나콘다에게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며 말했다.
[미안. 나중에 다른 걸로 몇마리 잡아줄테니까 그걸로 참아주라.]
그 순간 아나콘다는 그를 발견했고,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엄청난 속도로 달아났다.
… 진심이었는데. 그는 아쉬움이 섞은 한숨을 토하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1416년 후』
… 돌연변이 생물은 장수한다. 그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아무래도 사실이었던 것 같다.
결국 그 아나콘다는 조금 전에야 겨우 숨을 거두었다. 10년 쯤 전에야 간신히 친해져서 공격받지 않고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는데.
우선, 이 녀석의 시체가 다른 녀석들에게 뜯어먹힌다는 건 싫었기 때문에 화장으로 결정했다.
그것이 끝나자, 그의 머리속에는 오직 한가지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이제는, 어디로 갈까.
그러고보니 이 숲에 인간들이 들어오지 않게된 것도 상당히 오래 전… 벌써 수십년째의 일이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흥미는 생기지만, 그렇다고 알아보러 가는 것은 할 수 없다.
설령 어떤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인간'들이 여전히 바깥에 있는 이상, 자신은 나가서는 안된다.
『2029년 후』
뭔가가 잘못 됐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에 나타난 '하얀 벌레'를 파괴검 올 오버로 베어넘긴다.
바로 조금 전부터, '하얀 벌레'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오고 있다. 아무리 베고 베고 없애도, 끊임없이 나타난다. 앞에 다가오던 녀석들이 산산조각나버려도 전혀 겁을 먹은 기색이 없이. 마치 자신에게 죽기 위해서 모여드는 것처럼.
더더욱 마음에 걸리는 일은, 그가 이 벌레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과 비슷한 다른 벌레'였지만, 색깔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똑같다.
그랬다. 이 녀석들은, 똑같다.
─오랜 옛날, 그의 친구가 이 세상을 멸망시킬 뻔했을 때 불러냈던 '다크로치'들과. 이 경우엔 하얀 색이니까 알비로치라고 불러야하는걸까. 어느 쪽이든 벌레라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로치들은 배틀파이트가 끝나고, 죠커만이 남았을 때만 발생한다. 그래야할 텐데…
[무슨 일이…?]
생겼을 리 없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불안을 털어버린다.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그의 친구 역시 그와 똑같은 존재… '세계 최강의 생물' 죠커다. 오히려 '그'와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죠커였으니까, 힘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러니까… 틀림없이, 아무 일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만.
[두번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사회에서 살아가야할 것은, 인간의 사회에서 태어난 자신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 태어나 인간의 마음을 가지게 된' 자신의 친구.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은 지금까지 인간 사회와의 연결을 모조리 끊어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것을 지킬 수는 없다.
친구에게, 그리고 지금 이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 돌아갈까.]
그는, 2천년만의 귀향을 결정했다.
─그리고.
─2천년만에 돌아간 고향에서.
─그가 본 것은─
─키─
──군
─켄──군
"켄자키 군!"
"~~~~~~~~~~!!"
갑자기 귀 근처에서 나온 고음성에 켄자키 카즈마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그 와중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부터 바닥에 찍어버린다던가 험한 꼴을 당했지만, 어차피 그 정도론 별로 아프지도 않으니까 문제없다.
하지만 귀가 멍멍해진 건 그것과 별개의 문제. 한동안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신음을 흘려야했다.
"이건 또 나이스 리액션. 하지만 나쁜 건 언제까지고 일어나지 않는 켄자키 군이니까요."
방금의 참사를 일으킨 주범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샤멀은 그렇게 단언했다.
"비타한테서 들은거지만, 정말 효과 굉장하네요 이거."
"그런 건 배우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오…"
오만상을 찌푸린 채, 카즈마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그래도 죠커인데 이 정도로 고함쳐졌다고 반고리관이 울리는 건 좀 뭐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할 무렵.
"벌써 일어날 수 있나요? 마력을 실어서 소리친거라 10분 정돈 못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 했던 겁니까?!"
"보통 방법으로 소리쳐봤자 끄떡도 없을테니까, 이렇게 해보라고 비타가 말해서."
그, 빨간 털 꼬맹이가.
지금쯤 짜증나는 미소를 짓고 있을 소녀 기사를 떠올리며 카즈마는 이를 박박 갈았다.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씻고 내려와요."
"… 아, 네. 곧 내려갈게요."
샤멀이 문을 닫고 나간 후.
카즈마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정신을 차렸다.
"… 꿈, 이었나."
한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 손 아래의 얼굴이, 한순간 죠커로 돌아갔었다.
지금 자신이 잠든 상태에서 봤던 광경은 분명히 '꿈'.
그러나 그 '꿈'은, 틀림없이 '과거에 그가 겪었던 일들'이었다.
휘두른다.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이 담긴 파괴검 올 오버를 양손에 쥐고서.
─한순간 수십마리의 알비로치들이 썰려나갔지만, 그 자리를 곧 다른 로치들이 메웠다. 메워지기 무섭게 썰려가며, 다시 메우고, 다시 썰리며, 다시 메우고, 다시 썰리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벌써 20분 째. 죠커의 압도적인 힘에, 로치들은 압도적인 물량으로 대처한다.
[쳇…!!]
카즈마는 혀를 차며, 싸우는 방식을 바꾼다.
몸을 크게 뒤로 젖히고, 파괴검을 휘두른다. 죠커가 된 이래,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서.
뒤로 젖혀졌던 몸이 앞으로 돌아온다.
그와 함께, 양손에 들려져있는 파괴검도 함께 따라온다.
그것의 이동이 멈춰진 순간.
─360도 전방향에 있는 모든 물체가, '폭풍'에 휩싸였다.
물론 자연적으로 발생한 폭풍이 아니다.
오로지 카즈마가, 죠커가 그 '힘'으로 대기를 흔들어 일으킨 결과물.
그가 일으킨 대기의 진동으로 인해 주변 건물들의 유리창이 산산히 깨져나가고, 가로수가 쓰러지며 바퀴가 없는 자동차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파'로 인해 일어난 것. 폭풍을 일으킬 정도의 '힘'이 목표로 했던 죠커 주변의 알비로치들은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박살'난 상태로 흩어졌다.
그렇게 파괴검을 휘두른 상태에서, 다시 한번 반대 방향으로 검을 휘두른다. 조금전과는 역방향의 폭풍이 일어나면서 알비로치들을 산산조각내고, 주변의 건물이나 도로는 더더욱 엉망진창이 된다.
마지막으로, 파괴검을 위로 높이 치켜들어올린다.
단 한순간이지만 파괴검을 붙잡고 있는 오른팔의 근육이 맹렬하게 팽창했다. 두배에 가까운 굵기가 된 오른팔로, 파괴검을 내리친다.
만약 멀리서 보고 있었다고 해도, 언제 내려쳤는지 모를 정도로 신속(迅速). 오직 힘에만 의존한 참격이 바닥에 꽂힌다.
그 위력으로 검이 꽂힌 곳에서부터 도로가 둘로 갈라져, 그 균열이 수백미터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놀라야할 것은 갈라진 도로가 아니라… 그 도로를 갈라버린 '충격파'다.
그 일섬(一閃)으로, 죠커의 전방에 있던 알비로치 전부가 사라졌으니까.
한 개체의 생물에게서 발해졌다고 믿기엔 너무나 터무니없는 위력.
단 한번의 참격으로 도시의 한 구획을 두 구획으로 늘려놓은 파괴력.
그런 일을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죠커"다.
[후우─────웁…]
아무리 죠커라곤 하나 '전력'으로 검을 휘둘러댔기에, 심호흡이 필요했다. 죠커는 숨을 딱 한번 몰아쉬었고, 줄어들었던 흉곽이 다시 원상태로 부풀어오른다.
단지 그것만으로, 방금 전 세번의 참격에서 소모된 체력이 돌아왔다. 그러자 죠커는 주변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가 도착한 이곳은 틀림없이 '인간의 도시'다. 물론 2천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만큼, 그가 알고 있던 도시의 풍경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라거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봤던 곡선도형의 건물이나, 하늘을 떠다니는 초대형 TV라거나(지금은 추락했지만).
하지만 그 '상상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래의 도시'에, 감상을 가질 틈조차 카즈마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어쨌건 이 도시는 그가 오기 전부터 알비로치들에게 공격받고 있었으니까.
수비대가 어떻게 됐을지, 바닥에 널리고 깔린 시체들로 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본적도 없는 무기들로 무장한 '미래의 군인'들조차, '무한의 어둠' 앞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걸까.
…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카즈마는 지금 그의 친구… 또 한 사람의 죠커인 '아이카와 하지메'의 힘이 느껴지는 방향을 따라서 이곳까지 왔다. 하지만 정작 그를 맞이한 것은 끊임없이 몰려오는 알비로치들 뿐이고, 하지메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가 잘못됐다. 틀림없이 무슨 일인가가 생겼다.
예감은 확신으로 변했고, 확신은 곧 행동으로 옮겨진다.
친구의 힘이 느껴지는 장소를 향해서 달린다. 완전히 죠커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의 카즈마는, 자동차를 훨씬 웃도는 스피드로 달려나갔다.
아직도 살아남아있던 알비로치들이 달려와서 그의 몸에 매달리지만 신경쓰지 않고 달린다. 달리는 동안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알비로치들은 그걸 견디지 못하거나 여기저기에 부딪히거나 해서 결국은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알비로치의 대군이 가로막는다.
그 수────── 눈에 보이는 것만도 수천. 죠커로서의 감각에 의하면 최저 수만.
시야 내에 있는 녀석들을 몽땅 날려버린게 바로 조금 전, 그로부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만큼의 숫자가 쌓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발걸음을 멈춰야하는 이유는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달려나갔다.
수천, 수만의 괴물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 한복판에.
아무런 주저도 없이, 돌진했다.
─그 뒤에 일어난 장면은, 확실히 '벌레 폭풍'이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포효라고 해야할까, 기합이라고 해야할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를 소리가, 괴물들밖에 없는 무인도시에서 울려퍼졌다.
그렇다. 죠커는, 켄자키 카즈마는 돌진하고 있었다. 산더미처럼 포진해있는 알비로치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몸으로 부딪혀 날려버리고, 쓰러진 녀석들을 짓밟아 뭉개가면서.
그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방향을 틀지도 않고, 다른 어떠한 기술이나 능력도 없이 그저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러나 알비로치들에게, 그 "일방돌진"을 막아낼 방법은 없었다.
카즈마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전력으로 달린다'는 행위였을 뿐이다. 단지 그 뿐이지만, 그걸 막을 수 없다.
수십, 수백, 수천의 알비로치들이 붙들고 늘어져도 끄떡없이 움직이는 압도적인 힘. '폭력'이 생물의 형체를 하고 있다면 틀림없이 이럴 것이다라는 것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존재. 싸우려고 결심할 때까지 망설이는 것이 문제지 일단 싸우기로 결심한 카즈마는 강하다. 말그대로, '세계를 구할 수 있을'만큼.
자신의 의지도 없이, 그저 본능대로 보이는 것을 죽이고 부수는 알비로치'따위'가 수천만이 모인다한들 지금의 카즈마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양쪽으로 갈라져 카즈마를 통과시켰다.
'… 무슨 속셈이지?'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던 주제에.
… 아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막지 않는다면 막지 않는대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으니까 좋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를 알비로치들을 때려잡는 게 아니라 '원인'을 알아내서 해결하는 거니까.
죠커의 다리로 달리기 시작한지 10분 정도. 카즈마는 간신히 '친구'의 힘이 느껴지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보게 된다.
──'파괴'가 실체를 가지고 구현화한 존재인 '죠커'.
───그보다 훨씬 더 불길하고도 '악의'로 가득찬 존재.
──────파괴보다도 훨씬 거대한 '재앙'이 실체를 가지고 구현화된 존재.
카즈마는 이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한번도 본 적없고, 생각도 해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이 존재'는 오랜 옛날부터 존재해왔다.
지금으로부터 1만 2천년전에 벌어졌던, 53종의 언데드가 각자의 종족의 번영과 미래를 걸고 싸웠던 대전쟁 '배틀파이트'.
그때부터 언데드와 함께 존재해왔던 것.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 태어난 죠커를 제외한 다른 언데드들은, 배틀파이트에서 우승하는 순간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다시 만들 힘을 얻게 된다. 그 당시, 배틀파이트에서 우승한 휴먼 언데드는 그때 얻은 만능의 힘으로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승자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그 전에 존재했던 '구 세계'를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가, 바로 '재앙'이 구현화된 존재.
존재할 리 없는, 그러나 존재하고 있는 열 네번째 카테고리.
그 이름은, 포틴(14)이라고 칭했다.
카즈마의 앞에 있는 존재는 거대했다.
거대한 해골에, 다리 대신 골각으로 이루어진 꼬리가 달렸으며 네 개의 팔을 가진 모습.
각각의 손에는 검, 곤봉, 술잔, 방패가 들려져있다.
그리고, 카즈마가 그 앞에 나타나는 순간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 순간.
'내가…… 물러났어……?'
포틴이 눈을 뜨고 자신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전신을 감싸고 있는 오한. 땀을 흘릴 리 없는 몸인데도 땀이 나는 듯한 느낌.
지난 2천년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퍼져나간다.
아아, 생각났다.
아마 이걸……… '공포'라고 하던가.
[왔군. 생각보다 빠른데.]
[?! 말했어?!]
아니, 다르다. 녀석이 말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 직접 울려퍼졌다. 예전에 휴먼 언데드가 하지메의 몸을 빌려서 말했을 때처럼.
이것이, 저 녀석의 목소리인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무지막지할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이 목소리가.
[만나서 반갑다, 54번째의 언데드이자… 있어서는 안될 2번째 죠커.]
그 말을 듣는 순간 카즈마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아무리 '중간 참가자'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 언데드. 그렇기 때문에 포틴이 어떤 존재인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저것은, 그것이다.
2천년 전. 자신이 언데드로 막 변화했을 때, 자신과 하지메의 사이에 나타났던 물건.
'모노리스'라고 불리는, 배틀파이트의 통제자. 그것과 같은 종류의 물건이다.
[너… 는…]
[호오? 말할 수 있는건가. 보통의 언데드라면 입도 놀리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버릴텐데.]
인간에서 언데드로 변화한 이레귤러 주제에 잘도.
포틴의 말에는 그런 의미도 담겨있었다. 단순한 모멸이 아니라, 약간이지만 진심의 칭찬도 섞여있는 말.
[…… 저 하얀 벌레들은…]
[물을 필요도 없지 않나. 내가 불러냈다.]
역시나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의문은 남아있다.
['너'는, 어째서 나타난거야?! '너'는 배틀파이트가 끝나야지만 나오는 존재일텐데…!]
[아, 그렇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타난거지.]
… 뭐?
그럴리가 없다. 배틀파이트는 분명 계속되고 있었다. 2천년 전, 카즈마가 또 하나의 죠커가 되었던 그 순간부터.
카즈마의 생각을 꿰뚫어본 포틴은 그의 머리속에 다시 직접 말을 집어넣는다. 냉소와… 약간의 경멸도 함께 담아서.
[남아있던 언데드는 2개체. 그러나 그 둘 모두 카테고리 '죠커'. 즉, 어느 쪽이 살아남든 이 세상의 끝은 멸망이다. 당연하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배틀파이트를 속행해봤자 의미가 없다.
그렇게 판단한 통제자는 세계 리셋 프로그램 '포틴'을 작동시켰고, 그것이 지금 카즈마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포틴의 압력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던 카즈마의 정신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 녀석… "남아있'던' 언데드는 2개체"라고 하지 않았나?
[눈치는 꽤 빠르군. 오리지널 카테고리 '죠커'는 이미 봉인했다. 남은 건 네놈 뿐이야.]
그 뒤의 한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은 파괴검을 쥐고 있었고, 전신에 감겨있던 위압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정말로 해보겠다는거냐. 언데드, 그것도 변종 한마리가 정말로 이 나에게?]
여전히 목소리 자체에는 '무게'가 실려있다.
그러나 지금의 카즈마는, 더이상 '공포'도 '위압감'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메가 봉인당했다. 그것은 분명 큰일이다. 그럼에도, 카즈마는 스스로도 놀랄만큼 냉정했다.
자신이 해야할 일은 이미 명확하게 정해져있고, 거기에 망설임이 있을 리 없으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싸우는데에 망설임이 없는 카즈마는 강하다.
[너를 쓰러트리고, 하지메를 해방시킨다.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겠지?]
[… 확실히, 그 말에 틀린 점은 없다. 단지 나를 쓰러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만 빼면.]
자신이 질 거라는 가능성따윈 염두에도 두지 않은, 절대적인 자부심.
포틴에게 있어서 자신이 '진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배틀파이트의 통제자─ 이 세계의 '신'에 의해 탄생된 '구 세계를 소멸로 이끄는 파괴신'. 아무리 최강의 언데드라고 해도, "처음부터 세계를 파멸시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포틴에게는 한없이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본인도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래 인간이었던 이 죠커에게서는 어떠한 망설임이나 공포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나타난 이상, 지금의 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은 운명. 그것도 신이 강제로 정한 게 아니라, 너희들이 언제까지고 배틀파이트를 끝내지 않음으로서 자처한 결말이다. 그럼에도 거부하겠다는거냐.]
[운명이란 말이지…]
죠커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포틴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웃기지 마라.]
파괴검을 앞으로 내민 자세로 포틴을 향한다.
포틴이 말한대로, 배틀파이트의 끝은 좋든 싫든 '멸망'이다. 그것이, 배틀파이트를 만들어낸 통제자가 정한 '운명'.
─하지만, '우리들'은 그딴 걸 승낙한 기억이 없다.
모든 것은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배틀파이트를 재개시켜, 현재의 인류를 멸망시키고 자신이 새로운 신이 되려고 했던 남자.
그가, 모든 언데드들을 해방시키고 자신들의 일상이 무너졌던 '그날'부터.
그 재개된 배틀파이트를 끝낸 것이, 4인의 가면라이더.
가면라이더 「게렌」 타치바나 사쿠야.
가면라이더 「렌겔」 카미죠 무츠키.
가면라이더 「카리스」 아이카와 하지메.
그리고… 가면라이더 「블레이드」 켄자키 카즈마.
그들과 언데드들의 싸움은, 더할나위없이 치열하고 처절했다.
완전히 끝났다고만 생각했던 '종족의 번영'을 붙잡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내던지고 덤벼드는 언데드.
지금 현재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가면라이더.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고, 어느 쪽도 물러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처절할 수밖에 없었다.
의혹.
분노.
망설임.
슬픔.
이별.
배신.
수없이 많은 운명의 카드들이 그들에게 주어졌다.
몇가지인가의 만남이 있었다. 그 이상의 이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뛰어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투쟁들이 있었다.
그 많은 시련들을, 그들은 모두 이겨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믿을 수 있었다. 믿고 싸울 수 있었다.
싸움은 끝났다고.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것이 끝난 거라고.
그렇지만,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
또다시, 싸움이 일어났다.
또다시, 세계의 미래를 지워없애려는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걸,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날' 이후부터… 우리들이 몇개나 되는 '운명'을 깨부수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거야…]
불가능하다고 들었던 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들었던 일.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고 지나오면서, 그들은 이겼다.
[내 눈으로 보면, 너도 그 중 하나일 뿐이야.]
허세는 있는 힘껏 부렸지만, 확실히 눈앞의 포틴이라는 존재는 강하다.
하지메를 제외하면 최강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다섯번째 카테고리 A 「켈베로스」. 그 녀석이 포틴에게 덤빈다고 해도, 포틴이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면 죽을 것 같다. 아, 언데드니까 전투불능이려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래. 아무래도 상관없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이 녀석이 '어마어마하게 강하다' 정도의 표현으론 어림없을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도.
─그 어느 것도, 자신이 도망쳐야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이 녀석은.
─그날, 자신들이 지켜냈던 이 세계를.
─모든 걸 걸고, 모든 걸 잃어가며 지켜냈던 이 세계를.
─지워없애려고 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쳐부순다.]
네놈을.
[…… 후. 후후. 후후후후후후─]
카즈마의 결의에 대해, 포틴은 웃음으로 답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냉소도 아니고 헛웃음도 아니다.
진심으로, 이 녀석은 웃고 있었다.
[아아… 멋지군. 정말로 멋져.]
서서히.
포틴의 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의 네 팔도 벌어져간다.
['눈앞에 확실하게 실체화한 파멸'을 눈앞에 두고도, 공포에 질리기는 커녕 도전하려 하는건가. 게다가 '질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기기 위해서' 검을 들어올리는 건가…!!]
포틴의 몸이 공중에 떠오른다.
스페이드(♤)를 상징하는 검. 다이아(◇)를 뜻하는 방패. 하트(♡)를 의미하는 성배. 클로버(♧)의 형태를 한 곤봉.
그 모든 무기들이 포틴의 손에 쥐어져있다. 그것으로, 카즈마는 이해했다.
─자신이 '진심'으로 포틴을 쓰러트리려는 것처럼, 포틴 역시 '진심'으로 자신을 밟으려들고 있다는 것을.
[너 정도의 인간이 그렇게까지 해서 지키려는 세계… 더더욱 부수고 싶어졌다!!]
[… 해보시지.]
그 대화를 끝으로.
'죠커'와 '포틴'의 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성배의 힘으로 일어난 낙뢰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수십, 수백줄기에 달하는 칠흑의 번개.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죠커─ 카즈마다.
낙뢰가 떨어지려는 순간 카즈마는 그 자리에서 피했다. 죠커의 '감각'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면 '어디로 번개가 떨어질지'는 몰라도 '언제쯤에 번개가 칠지'는 알 수 있다. 번개가 목표로 할 곳은 당연히 자신이 있는 곳일테니까, 번개가 치기 직전 그 자리를 피하기만 하면 된다(아무리 죠커라고 해도 번개보다 빠를 수는 없는 관계로 번개가 치기 전에 먼저 피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정 피할 수 없겠다 싶은 번개들은 올 오버를 휘둘러 둘로 쪼갰다.
─하지만, 이런 게 아니겠지. '포틴'의 힘이라고 하는 건.
분명히 어떠한 전조나 예비동작도 없이 낙뢰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은 확실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데드 중에서 고작(?) 번개 한두방 맞았다고 뻗어버리는 약골은 없고, 적중된다고 해봐야 움직임이 멎는 정도.
그렇다면 녀석이 노리는 건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포틴이 쥐고 있던 거대한 검이 횡으로 베고 들어온다. 크기가 크기이다보니 '벤다'기 보다는 '때린다'에 가깝지만.
카즈마는 몸을 바닥에 붙이다시피 낮춰서 검을 피해낸다.
검은 카즈마의 바로 위를 지나갔는데도, 그 풍압만으로 카즈마의 몸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스치고 지나간 압력만으로 죠커를 날려버린 '검격'은, 그 뒤에 있던 빌딩 하나를 완전히 절단내고도 힘이 남아 그 뒤의 빌딩들까지 쓰러트린다.
… 직격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언데드니까 죽을 일은 없다고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자신은 저 공격을 너머서, 저 포틴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되니까.
힘과 격의 차이는 있다고 하나, 포틴 역시 언데드와 같은 종류의 '힘'. 그렇다면 아마 파괴하거나 죽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 다른 언데드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될 정도의 데미지를 주고 봉인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겠지.
전장 80m. 2m 남짓의 죠커와 비교하면 40배에 달하는 크기 차이. 그런 상황에서 죠커가 포틴에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데미지"를 입히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려야할 곳도 노릴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있다.
─포틴이 가진 '힘'의 중심. 심장의 바로 밑 부분.
지금이라면 보였다. 포틴의 거대한 힘, 그 격류와 같은 흐름이 전부 그곳을 지나고 있다. … 아니, 그곳을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해야할까.
불사생물인 언데드에게 있어서 머리나 심장은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이 담겨있지 않은 이상'은 그다지 큰 위크 포인트가 못된다. 하물며 이 사이즈 차이라고 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노려야할 곳은 '생물적으로서의 약점'이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하나의 존재로서의 약점'. 포틴이라고 하는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중심.
아무리 언데드라고 해도, 아무리 죠커라고 해도 그런 것이 보일 리는 없다. 하지만 카즈마는 '특별'했다.
인간이면서 언데드가 된, 신이 정해놓은 운명마저도 뛰어넘은 남자. 배틀파이트에서 승리하지도, 패배하지도 않은 채 2천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자.
그 2천년동안의 방랑이, 그 2천년동안 느껴온 이 세상의 공기가, 그 2천년동안 지켜봐온 생명의 약동이.
본래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힘을 그에게 선사했다.
지금의 그에게는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포틴의 '코어'가.
포틴이 가진 4개의 손 중 하나에 들려져있는 곤봉이 내려쳐진다. 그것을 피해내고, 살짝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성배의 힘에 의해 쏟아져내리던 번개줄기들이 카즈마를 향해 집중적으로 떨어졌다. 그것들마저도 모조리 피해내며, 다시 거리를 좁혀 곤봉을 쥐고 있던 포틴의 손목을 올 오버로 내리친다.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다른 곳보다 부드러운 관절 부분에 두 검이 박힌다. 그 순간 녹색의 피가 튀어올랐고, 포틴은 거세게 팔을 휘저었다.
포틴의 손목에 박힌 검을 붙잡은 채, 카즈마는 그 움직임을 피하고 반대로 손 위에 올라탄다. 그리고는 검을 뽑아내고, 그대로 포틴의 팔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번개가 떨어진다. 그 번개의 폭우를, 피하지도 않은 채 몸으로 받아 견디며 달려나간다.
그 직후, 카즈마의 앞을 다이아(◇)의 방패가 가로막았다.
뛰어넘을까, 부딪혀볼까. 생각하다가, 다른 쪽 팔을 향해 뛰어올라 거기로 갈아탔다.
카즈마를 떨쳐내버리는 것에 실패한 포틴은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 기세로 인해 카즈마는 한순간 균형을 잃고 팔 위에서 미끄러졌지만 손으로 팔을 붙잡아 추락은 면했다. 그 상태에서 오직 포틴의 팔뚝에 걸쳐져있는 팔 하나의 힘만으로 몸을 위로 띄워, 다시 포틴의 팔 위로 올라간다.
─할 수 있다.
아무리 절대적인 만능의 힘을 지니고 있는 포틴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가진 '힘의 크기'를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가진 힘이 아무리 거대하다 한들, 그 본인은 제대로된 싸움 한번 치루지 못한 '애송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카즈마는 다르다.
목숨을 건 싸움이라면 수없이 치루어봤다. 그리고 그 중, 카즈마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와 싸웠던 적따윈 없다. 카즈마의 눈으로 보자면 '자기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 승리하는 것'은 오히려 특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지 않는다. 져서도 안된다.
다시 한번 포틴의 팔 위를 달린다. 포틴이 검을 휘두르면 그대로 밑으로 뛰어내려, 그 아래의 팔 위에 내려서서 달렸다. 방패로 막으면 그 방패를 발판으로 삼아서 다시 윗쪽 팔에 올라선다.
천천히, 목표를 향해 접근했다.
하지만 절대로, 자신이 어디를 노리는지 포틴이 알게 해서는 안된다.
일부러 가끔씩 심장에서 먼 곳까지 떨어지며, 포틴의 몸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것과 동시에, 포틴의 신체를 공격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팔을, 꼬리를, 손목을, 어깨를, 가슴을, 목을, 머리를.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공격했다. 아예 공격하지 않았다간 자신이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라는 사실을 포틴이 눈치챌지도 모르니까.
물론 어지간히 전투를 치른 베테랑이라면 지금 카즈마가 사용하는 전술정도는 간파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포틴은 '어지간히 전투를 치룬 베테랑'에 해당하는 존재가 절대로 아니다.
─천천히, 가까워진다.
눈치채지 못하도록, 공격과 회피와 이동을 섞어가며 행한다.
[네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분노한 포틴이, 스스로의 육체에 번개비를 뿌린다.
하지만 그것도 예상했던 일 중 하나. 카즈마는 미련없이 포틴의 몸을 박차고 뛰어내려 바닥에 앉는다.
곧바로 '코어'로 향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아깝지만, 상관없다. 여기까지 성질을 긁어놨으니까, 놈의 말투와 성정을 생각하면 분명 마무리는 스스로 하기 위해서 내려올 것이다.
─그 틈을, 찌른다.
포틴이 다시 번개의 폭우를 뿌리기 시작하고, 카즈마는 그것을 피해 여기저기로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적당한 순간 번개에 직격'되어준다'.
[맞았다!!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핫!!]
번개에 맞아, 고통이 흐르는 몸을 움직여 이동했다. 그 순간, 수십발의 뇌격이 겹쳐져서 카즈마에게 떨어진다.
─물론 그 번개가, 카즈마에게 치명타가 되는 일은 없다.
「디어 썬더」
「리저드 슬래쉬」
전격을 다스리는 '디어 언데드'의 힘.
만물을 가르는 검을 지닌 '리저드 언데드'의 힘.
전격을 전신에 두르고, 그것으로 포틴의 벼락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 벼락을 전부 강화시킨 올 오버로 전달했다.
그것으로 데미지는 제로. 포틴이 수없이 뿌려댄 벼락에도, 카즈마는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포틴은 모른다.
[──────────────!!]
길게 포효를 터트리며, 포틴은 그에게서 등을 돌린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카즈마를 향해 달려든다.
─앞으로 조금.
포틴은 손에 들고 있는 검과 곤봉을 휘두르며, 주저없이 접근한다.
이만큼 화려하게 두들겨맞고 축 늘어지면, 반격할 힘따윈 없다고 방심하게 된다.
그 틈을 노려, '결코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공격'을 포틴의 코어에 날린다.
한가지 불안이라면, 자신이 코어를 감싸고 있는 포틴의 장갑을 돌파할 수 있을지 어떨지.
만약 돌파하지 못하면 자신은 그 순간 반격당하고, 재기불능이 되어 봉인당한다. 이기고 살아가느냐 패배하고 세계와 함께 사라지느냐. 가능하면 두번다시 하고 싶지 않았던 도박이지만, 이 이외에는 자신에게 승리할 기회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다. 이제와서 망설일수도 주저할수도 없으니까.
─앞으로 조금만 더.
의심하지마라. 주저하지마라. 눈치채지마라.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채로, 접근해라. 자신의 검이 코어에 닿는 위치까지.
─아직, 부족하다.
0.1초가 수시간처럼 느껴졌다.
초조하긴 했지만 해야할 일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다.
─아직─
포틴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부족했다. 카즈마가 기다리는 것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고 결코 피할 수 없는 위치'까지 오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이 왔다.
포틴이 자신의 힘을 검에 담아, 그것을 높이 치켜세워든다.
그것이 내려쳐지는 순간, 설령 죠커라고 해도 일격에 박살나버린다. 그 정도의 힘이 거기에 담겨있다.
그렇다면, 그 전에 움직인다.
카즈마의 다리가 한순간 2배 정도로 부풀어오른다.
다리를 덮고 있는 갑각이 벌어질 정도로 크게 팽창한 근육은, 설령 카즈마와 같은 언데드라고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끌어냈다.
그 다리로 대지를 박차, 등을 돌린 상태 그대로 포틴을 향해 뛰었다.
그 반동으로 밟고 있던 땅이 박살나, 사방으로 파편이 날리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쓸 이유는 없다.
[─?!]
인간 사이즈의 포탄.
카즈마의 속도도 기세도, 그렇게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것을 갑자기 받게 된 포틴은 순간적으로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할만큼 당황했다.
그리고 그때, 포틴의 약점이 완전히 노출됐다.
포틴을 향해 날아가며, 몸을 180도 회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파괴검 올 오버를 휘두른다.
근육에서 나오는 힘, 뼈의 움직임, 타격까지의 호흡, 혈관과 혈액의 움직임, 신경과 힘줄의 약동. 그 모든 것을 오직 '휘두른다'는 행위에 집중시킨 결과물. 그것에서 폭발한 힘. 순수하기까지 한 힘의 폭풍으로 인해 주변의 대기가 흔들렸다.
분명 그것은 지금의 카즈마가 할 수 있는 최강의 일격. 그러나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아직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카즈마는 신경쓰지 않았다. 분명 자신이 모든 힘을 발휘한다고 해도 충분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을 다른 힘이 있다.
지금 올 오버에는, 카즈마가 주입한 힘 이외에도 조금전까지 포틴이 열심히 날려댄 전격의 힘까지 담겨져있으니까.
올 오버가 포틴의 갑각을 파고든다.
그것을 피하거나 막기에, 포틴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너무나도 둔했다. 그저 자신의 방어력을 믿고 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검에 휘감긴 전격이 갑각을 녹이며, 검날은 녹아내리는 갑각을 찔러 꿰뚫는다.
카즈마와 포틴이 접촉한지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 올 오버는 갑각을 돌파했다.
─그러나 갑각의 안에있던 작은 뼈들의 사이에 걸려, 전진이 멈춰진다.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보다 먼저 카즈마의 몸이 움직였다.
올 오버에 담겨있는 전격을 단번에 폭발시켜, 걸리는 뼈들을 '녹여'없앴다.
하지만 이미 돌진력을 잃어버린 올 오버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카즈마의 '본능'은 '이성'보다도 빨리 대책을 강구했다.
─이미, 포틴은 카즈마를 향한 공격을 시작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고, 곤봉을 내려치고, 방패를 뻗으며, 번개를 흩뿌린다.
그 모든 행동이 카즈마를 목표로 하고 있고, 그것들 중 하나에라도 적중되면 어떻게 될지 결과는 뻔하다.
그 공격들이 카즈마에게 닿을 때까지, 1초.
─하지만 카즈마는 그것보다도 빨리 움직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또 한 자루의 검.
수천년의 세월 동안 단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검.
─블레이라우저가 그의 손에 쥐어진다.
물론 지금 이 블레이라우저는 그가 '가면라이더 블레이드'였던 시절에 사용했던 것이 아니다. 오래 전 '죠커로서의 힘'이 카즈마의 무기를 만들어낼 때 파괴검 올 오버만이 아니라, "카즈마가 사용했던 것들 중 가장 익숙한 무기"를 이미테이션해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즈마에게 있어서, 이 검은 그가 가진 '강함'의 결정체였다.
올 오버가 만들어낸 틈 사이로 블레이라우저를 찔러넣는다.
바로 조금 전의 돌격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약하고, 느린 공격.
하지만 이미 장갑을 모두 잃어버린 코어를 관통하기엔 그걸로 충분했다.
[■■■■■■■■■■■■■■■■■■■■!!!]
형용할 수 없을만큼, 끔찍하고 거슬리는 비명이 터져나온다.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뽑아내고, 포틴의 몸을 박차 거리를 띄운다. 그 순간 카즈마가 있던 저리에 검과 곤봉과 번개가 떨어진다.
그것을 보며, 카즈마는 바닥에 착지하고 올 오버와 블레이라우저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곧바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포틴은 카즈마쪽을 보지도 않은 채, 끊임없이 비명을 올리며 발버둥쳤다. 과연 80m가 넘는 거구이기 때문에, 그 발버둥만으로 주변이 초토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카즈마의 눈에는 보였다. 구멍이 뚫린 코어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힘'이 방출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날아가는 것이.
서서히, 서서히. 뿜어져나오는 '힘'의 양이 줄어들고, 그것과 함께 포틴의 발버둥도 진정되어갔다.
그것이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약 2분.
포틴의 움직임이 완전히 정지하고, 그 육체가 회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붕괴되기 시작했다.
[끝났나…]
생각했던 것보다 간단히 끝난걸까.
아니, 다르다. 싸움 시간 자체는 5분도 되지 않을만큼 짧았지만, 그 시간 동안 패배의 위기가 수없이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의도했던 것 이외의 공격을 받지 않았던 것은 카즈마 자신조차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전투 동안, 포틴이 날뛴 덕분에 주변의 도시는 완벽할 정도로 초토화. 아마도 사람들이 돌아와도 몇년정도론 복구가 어렵지 않을까.
[이래선 하지메를 찾는 것도 어떨지 모르겠는데.]
쓴웃음을 지으며, 카즈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 뒤의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운이 좋았다' 이외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고개를 젓는 순간, 반쯤 깨지다만 창문이 눈에 들어왔고.
그 창문에, 자신을 향해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광경이 비추어졌기 때문에.
그것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적중됐을 것이다. 그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무언가'는 카즈마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그의 앞에 있던 건물과 충돌하여 때려부순다.
─그런데, 그럼에도.
틀림없이 '피해갔을' 터인 그 공격.
그 공격이 일으킨 여파만으로, 카즈마는 거세게 튕겨져 날아갔다.
[크……!!]
지금, 그건…?
카즈마의 이성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그의 눈이 먼저 현상을 파악했다.
저 앞쪽.
그곳에 있는 포틴의 거대한 사체(死體).
그 사체의 가슴 부분을 찢고, '무언가'가 일어났다.
───'그것'의 크기는 카즈마와 비슷할까, 아니면 약간 더 클까. 어쨌든 인간의 사이즈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럼에도, 카즈마는 '저것'에게서 이날 이때까지 느껴본 적 없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크기가 줄어들고.
팔이 두개로 줄고.
동체가 제대로 생겨, '다리'로서 땅을 밟고 서있는 인간형의 모습이었지만.
'저것'은, 틀림없는 포틴이었다.
[후, 후후후후…… 그런가… "신의 의사에 따라 모든 것을 멸해야할 존재"… 그 짐을 벗어던졌다는 것이 이렇게도 상쾌한 것이었나…]
포틴은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저건… 무슨 이야기야…?
열네번째 카테고리 「포틴」. 배틀파이트가 끝나면 드러나는 만능의 힘이 실체화된 존재로서, 그 역할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전에 앞서 만들어져있던 세상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그럴 것인데.
그런 존재일텐데.
지금, 저 말은…
[지금까진 그 사실에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신의 의사에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가". 이토록 간단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꿈에서조차 생각해본 적 없었다…]
스스로가 한 말에 취해, 포틴은 말을 이어나간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말할 수 있다… 나야말로 이 새로운 세계의 '신'으로서 어울리는 존재… 나를 만들어낸 것은 '신'이지만,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지금의 나는 그마저도 초월했다!!]
─위험하다.
뭐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포틴은 터무니없이 위험하다.
다행히도, 포틴은 이쪽을 보지 않고 있다.
양손에 올 오버와 블레이라우저를 나누어쥔다.
그리고, 그대로 자세를 낮추고 다리에 힘을 가한다.
아까 전 포틴을 쓰러트리는데에 결정적인 기여가 됐던 '폭발적인 기습'. 그것과 똑같은 정도의 힘으로, 대지를 박찬다.
포탄과도 같은 기세로, 카즈마는 포틴을 향해 날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는 자신의 위에서 떨어져내린 포틴에게 머리를 붙잡힌다.
뭐라고 생각을 하기도 전에, 포틴의 손에 의해 머리부터 땅바닥에 쳐박힌다.
그 충격으로 주변 도로 일대가 무너져내려 크레이터를 만들었고, 그걸로도 모자라 카즈마의 몸은 바닥을 뚫고 떨어져 지하도와 충돌, 그것마저 돌파하여 그 밑의 수도시설까지 떨어진다.
단 한번,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 터무니없는 파괴행위를 벌인 포틴은 카즈마에게서 떨어져, 원래 있던 도로 위로 올라섰다.
[개목걸이가 채워진 상태였다곤 하나, 이 나를 한번 쓰러트린 남자조차 고작 이 정도인가… 하지만 지금 것으로 확신했다.]
포틴은 다시 한번 두 팔을 옆으로 벌리고, 진심으로 감탄을 담아 말했다.
[이것으로 나는, 완벽하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터져버린 수도관과 물 속에 파묻혀있던 카즈마는 간신히 팔을 뻗어 몸을 일으킨다.
분명 자신은 포틴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고, 그 시점까지도 포틴은 분명 자신의 앞에 있었다.
그럼에도, 포틴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공격을 가했다.
그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단 한가지.
포틴은, 수천년간의 야생으로 단련된 카즈마의 감각조차 웃도는 스피드로 움직였다.
카즈마는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다.
입에서 녹색의 피를 토하면서도, 손이 미끄러져 다시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몇번이나 몇번이나.
일어서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포틴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호오. 그걸 맞고도 아직 일어서려고 하는건가. 과연 배틀파이트의 영웅. 훌륭하군. 훌륭하지만… 일어서서 뭘 어쩌겠다는거냐. '마스터'의 제어에서 벗어난 나에게 이길 수단따윈 없다. 일어서봤자 네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없다. 그런데도, 너는 뭘 하기 위해서 일어서려는거냐.]
알까보냐, 그딴 걸.
부러진 수도관을 붙잡고, 무너진 콘크리트 벽을 붙잡으며 어떻게든 일어선다.
그 한번의 공격을 허용한 것만으로, 이미 그로기에 가까운 상태. 이런 몸으로 녀석에게 이길 수 있을까.
… 아니, 틀렸다. 설령 몸이 멀쩡한 상태였다고 해도 저것을 쓰러트리는 일은 할 수 없다.
[흥…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도 일어나버리는 건, 그것도 '전사로서의 본능'인지 하는 것 때문인가. 꽤 불편하겠군, 어중간하게 강하다고 하는 건.]
포틴은 오른손을 들어올려, 뚜둑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주먹을 쥐는 듯했지만, 엄지손가락만은 살짝 밖으로 드러나있다.
저 자세에서 무엇이 가능할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엄지 손가락이 검지 손가락을 밀어내며 튕겨졌다.
─그 순간 카즈마는 강렬한 타격감과 함께 간신히 일으켰던 몸이 쓰러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건…?!'
엄지와 검지를 움직여, 튕겼다. 단지 그것 뿐이다.
단지 그것뿐인 행위에, 공기가 움직여서 '탄환'으로 바뀌어 자신을 때렸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 어느 정도의 스피드여야 그것이 가능한 걸까.
[빨리도 눈치채는군.]
말과는 반대로, 포틴은 별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카즈마가 올 오버와 블레이라우저를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공기의 탄환이 블레이라우저에 의해 가로막히기 무섭게, 다시 손가락을 튕긴다.
카즈마는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막아내기 바빴고, 그런 반면 포틴은 단지 손가락만을 연속으로 튕겨낼 뿐이었다.
멀리서 본다면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광경. 그럼에도 카즈마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올 오버와 블레이라우저로 쳐낸 공기탄이 주변의 콘크리트를 박살내며 사라지는 속도와 간격이 점점 줄어들어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검을 움직이는 속도가 탄환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되고, 틈이 생기게 된다.
그 뒤로는 처참하게 변한다. 한번 놓치기 시작하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탄환들이 엉망으로 카즈마의 몸을 두들긴다.
이윽고, 막는 것도 회피하는 것도 할 수 없게 된 카즈마로서는, 단지 탄환에 두들겨지며 그것이 끝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가 흘렀을까. 포틴의 손가락이 멈추는 것과 함께 카즈마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고, 그의 무릎이 꿇려진다.
[… 어째서일까. 한번 나를 죽인 상대를 가지고 놀고 있다… 틀림없이 즐거워야할 상황인데도, 지금 이렇게 너를 몰아붙이는 것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겠군.]
내가 너무 강해져버린 탓일까.
포틴은 그렇게 덧붙이며, 손을 내렸다.
하지만 그 직후, 포틴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 아직도 일어서는건가, 너는.]
완전히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 카즈마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전신의 갑각에 금이 가고 깨져서, 녹색의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는데도.
그럼에도, 이빨을 물고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하고 있는거냐, 켄자키 카즈마. 이미 이 상황은 너의 힘으로 어떻게도 되지 않는데.]
[… 글쎄, 뭘하고 있는걸까…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카즈마는 생각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포틴을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을.
카즈마는 그때 분명 포틴의 '코어'를 부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지 반괴하는 것에 그쳤을 뿐이다.
포틴의 힘은 '신'─ 배틀파이터의 마스터라고 불리는 존재에게서 직접 이어지는 것이었고, 그것과 함께 포틴은 마스터에게 통제되고 있었다. 즉, 포틴의 코어는 신과 포틴을 연결하는 힘의 전송로임과 동시에, 신이 포틴을 통제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그것이 부서진 지금, 포틴은 신에게서 해방되었고, 그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에게서 받고 있던 힘은 끊어졌지만, 그런 것이 없어도 포틴은 그 자체만으로 '만능의 힘'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까 전엔 포틴의 방심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승리했다. 하지만 지금의 포틴에게 그것을 또 기대할 수는 없다.
완벽한 체크메이트. 포틴이 말하는대로, 이미 이 상황은 카즈마의 힘으론 어떻게도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기한다'는 선택만은 할 수 없었다.
[나는, 바보니까 말이지.]
[… 하아?]
포틴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음성을 발한다.
실제로도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수천년을 살아왔지만… 내가 바보라는 건 안변하더군. 내가 왜 다시 일어서는지, 일어서서 뭘하고 싶은건지… 말로 바꿀 수가 없어… 하지만…]
전신이 고통에 휩싸여, 손가락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
차라리 이대로 봉인되버려서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있다.
[이 세계는… 우리들이 지켜낸 세계다.]
타치바나 사쿠야가.
카미죠 무츠키가.
아이카와 하지메가.
그리고 켄자키 카즈마가.
그들을 도와준 조력자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치열한 전쟁 끝에 지켜낸 세계.
[그런 이 세계를… 너같은 녀석 마음대로 하게 두진 않아…!!]
그것은, 결의.
'켄자키 카즈마'라고 하는 '인간'이 수천년 전부터 품어왔고, 단 한순간도 잊어버린 적이 없는 결의.
그것을 입밖으로 끄집어내면서, 다시 한번 확고히 한다.
[이 세계는, '우리들'의 세계다!! 우리들이 지켜냈고, 우리들이 살아왔고, 우리들이 살아갈 세계다!! 이 세계에, 너 같은 '신'따윈 필요없어!!]
[정말이지, 그말 그대로다.]
[!!]
허공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포틴과 카즈마가 동시에 반응했다.
─그 순간 수십개의 '빛'이 날아와, 포틴에게로 향했다.
[무엇을…!!]
포틴이 왼팔을 휘두르자, 빛들은 그것에 맞고 튕겨나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빛들은 사라지지 않고, 재차 포틴을 향해 돌진했다.
결국 포틴조차, 수십개의 빛들의 돌진을 막지 못하고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 하나의 빛이 카즈마를 향해 내려왔다.
─지금, 그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잖아.]
지난 수천년동안, 한번도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
하지만 결코 잊어버린 적은 없었던 목소리.
그의… 이 세상 유일의 '동족'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우'의 목소리.
카즈마의 앞에선 '빛'이, 서서히 커졌다.
그것이 카즈마와 비슷할 정도의 크기가 되고, 이윽고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카즈마와 비슷한, 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오리지널 죠커, 「아이카와 하지메」의 모습으로.
[하지메…!! 하지만, 어떻게─]
[아, '마스터'도 앞뒤 꽉막힌 녀석은 아니었다고 하는거지.]
'마스터'와 '포틴'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던 존재다.
그것이 끊어지자, 포틴에게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챈 마스터는 모놀리스를 통해 포틴을 직접 지켜보았고, 포틴의 행동과 말까지 전부 파악했다.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포틴에게 봉인하게 했던 하지메를 해방시키고, 그에게 다른 언데드 카드까지 넘겨준 것이다.
지금, 포틴을 공격하고 있는 빛들이 바로 나머지 언데드들인 것이다.
[받아라, 카즈마.]
[어, 어?!]
하지메는 카즈마를 향해 '어떤 것'을 내던졌고, 카즈마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것 역시, 2천년동안 보지 못했던 것.
─하지만 역시,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는 것.
「블레이 버클」. 그를 '가면의 기병'으로 존재하게 해주었던 물건.
[역시 너는, '블레이드'가 가장 어울리지. 그렇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하지메에게, 카즈마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확실히 그랬다.
분명 지금의 켄자키 카즈마는 언데드 카테고리 '죠커'였지만─
그 이전에.
이 세상을 구해낸 영웅.
「가면라이더 블레이드」였으니까.
[1800년쯤 전에 보드가 사라지고, 내가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관하고 있던 채로 봉인당해버려서 말야. 그때 네가 가지고 가지 않았던 카테고리 에이스의 카드도 들어있다. 설마, 사용법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없잖아.]
다른 것도 아니고, 그것을 잊어버릴 리 없다.
2천년 전 그날, 하지메의 앞에서 모습을 감출 때.
유일하게 소유하지 않았던 카테고리 A '체인지 비틀'이 그대로 담겨져있는 벨트.
그것을 복부 앞에 갖다대자, 카드 형상의 벨트─ '셔플 랩'이 생겨나면서 저절로 허리에 장착된다.
그리고, 버클의 핸드를 당긴다.
「TURN UP」
무뚝뚝한 기계음성과 함께 라우즈 리더가 회전. 카테고리 스페이드 에이스의 문장이 새겨진 빛의 게이트(오리할콘 엘리먼트)가 카즈마의 앞에 방출되고, 저절로 움직여 카즈마를 통과한다.
그 순간, 카즈마의 전신을 "블레이드 아머"가 감싸게 된다.
「가면라이더 블레이드」.
카테고리 스페이드(♤)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름처럼 검을 사용하는 라이더.
─2천년 전 재개되었던 배틀파이트를 끝낸 기사.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세계를 지켜온 영웅.
'죠커'가 아닌, '켄자키 카즈마'가 가진 진정한 '강함'.
[… 가자, 카즈마.]
[아아.]
블레이드의 왼팔에 장착되어있는 것은 라우즈 업소버.
카라스마 케이 소장이 만들고, '타란튤라 언데드' 시마 노보루가 카즈마에게 가져다 주었던 물건.
「ABSORB QUEEN」
카테고리 스페이드 퀸의 카드를 집어넣자 기동을 시작한다.
그렇게나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용케. 이렇게까지 관리하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걸까.
옆에 서있던 하지메의 모습이 점차 흐려지더니, 곧 원래의 빛으로 돌아가 카즈마의 손 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빛은, 지금까지 카즈마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카드로 변화했다.
그것을, 라우즈업소버에 세트한다.
「JOCKER」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화했다.
가장 먼저, 블레이드의 전신이 빛으로 휩싸인다.
그와 동시에 포틴을 견제하고 있던 빛들이 일제히 블레이드를 향해 날아왔다.
카테고리 A - 체인지 비틀(♤) 체인지 스태그(◇) 체인지 맨티스(♡) 체인지 스파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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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Q - 앱소브 카프리콘(♤) 앱소브 서펜트(◇) 앱소브 오키드(♡) 업소브 타이거(♧)
카테고리 K - 에볼루션 코카서스(♤) 에볼루션 기라파(◇) 에볼루션 파라독사(♡) 에볼루션 타란튤라(♧)
여기에,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탄생한 합성 언데드 '다섯번째 A' 켈베로스.
그리고 카테고리 JOCKER 「아이카와 하지메」까지.
카즈마와 포틴을 제외한 모든 카테고리.
카즈마와 포틴을 제외한 모든 언데드.
그 모든 이들이, 블레이드에게로 모였다.
블레이드와 동료였던 언데드.
블레이드와 반목했던 언데드.
블레이드와 조우한 적조차 없는 언데드.
그 모든 이들이, 단 한가지 목적만을 위해 블레이드에게 힘을 더해주었다.
자신들이 살아가길 원했고, 그 후손들이 살아가길 원했던 세계.
그런 세계를, 저런 녀석의 손에 넘겨줄 것 같으냐.
이 세상 모든 생물들의 시조, 「언데드」.
그 언데드 전원의 '힘'과 '마음'과 '소망'을 담은, 최강의 기사가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났다.
[너에게 정말로 이 세계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면, 우리들의 저항따윈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
단 한번의 도약으로, '그'는 자신이 있던 크레이터에서 벗어나 포틴이 있는 반대편의 도로로 착지한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포틴과 마주한다.
[그렇다면 그 자격을, 지금 보여봐라.]
자신들은 「언데드」.
포틴이 파괴해야할 '구 세계'의 생명, 그 집합체다.
포틴이 '신 세계의 지배자'로서의 자격을 증명하는데에, 자신들 이상의 상대가 있을까.
[간다, 카테고리 14(포틴).]
모든 생명을 짊어진 최강의 기사가, 지금 포틴을 향해 검을 겨눴다.
[과연. 그것이 너희들의 진짜 힘인가. 기다린 보람은 있는 것 같군.]
앱솔루트 블레이드의 모습을 보고도, 포틴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토록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앱솔루트 블레이드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분명히 자신보다 아래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죠커였던 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강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맞설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포틴의 안면에 블레이드의 주먹이 꽂혔다.
일단은, 지극히 단순하고 심플한 타격.
어떠한 특수 능력이나 기술없이, 그저 힘과 스피드만으로 때려박은 난폭한 일격.
그 일격으로 포틴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그 몸이 뒤로 좌악 밀려난다.
그럼에도, 데미지는 없다.
애초에 맞아도 데미지가 없을 걸 알았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음에도 순순히 맞아준 거고.
[… 그럼, 즐겨보도록 하지. '구 세계'의 생명.]
인간으로 치자면 '코'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녹색의 피를 닦아내고, 포틴은 블레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야 겨우.
포틴은, 눈앞의 남자를 '장난감'이 아니라 '적'으로 인식했다.
달린다.
블레이드는 자신의 검─ '앱솔루트 라우저'를 양손으로 쥐고 자세를 낮춘 후, 달려나간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모든 언데드와 융합한 지금의 앱솔루트 블레이드는 카드를 라우즈하지 않고도 원하는 언데드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다. 조합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포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어떤 카드를 사용하고, 어떤 콤보를 적용해도.
'그냥' 사용해서는 포틴에게… 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코어를 노린다.
한번 더 코어를 파괴하면, 이번에야말로 포틴은 소멸된다.
물론, 그 사실은 포틴도 알고 있다. 당연히 필사적으로 방어하겠지.
그것을 알지만, 그 이외엔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만 더.
블레이드와 포틴의 능력 차이를 생각하면,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그것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카즈마는 신에게 기적을 바라거나 하진 않는다.
─믿는 것은, 자신의 힘.
─의지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자신과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의 힘.
그러니까, 카즈마는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자신과 동료들의 힘으로,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낼 뿐.
[우오오오오오오오오!!]
포틴과의 싸움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기합을 내지른다.
지금의 이 결의가 무뎌지지 않도록.
[받아주마. 새로운 신으로서 구 세계를 파괴하고, 신 세계를 창조하기 위한 준비로서!!]
포틴 역시 '공격'을 택하고 블레이드를 향해 돌진했다.
블레이드가 코어를 노리든 말든, 자신이 먼저 블레이드를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그에게는 그럴 힘이 있었다. 그럴 의지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는 건 자신이다.
포틴이 번개를 몸에 두른 채 검을 휘두른다.
─그 전에, 블레이드의 손이 포틴의 손목을 붙잡는다.
…쓰잘데기없는 짓을.
포틴은 짧게 혀를 차고 왼손에 메이스를 만들어내 쥐고서, 그대로 블레이드를 향해 내려친다.
─그보다 먼저 올라간 블레이드의 발이 포틴의 손목을 걷어차서 막아낸다.
[바보같은…!!]
포틴은 당황하며 뒤로 점프하여 거리를 벌렸다.
「드래곤플라이 플로트」
하지만 이미 카즈마는 '부유'의 힘을 발동시켜, 그것을 따라가고 있었다.
「로커스트 킥」「디어 썬더」
「호크 토네이도」「드릴 쉘」
「코브라 바이트」「폴라 블리저드」
「플라이 파이어」「웨일 드롭」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 클로버 각각 두개 씩.
총 여덞 언데드의 힘을 동시에 발동시킨 카즈마는 그대로 다리를 뻗어, 포틴의 동체에 날린다.
「테트라 블래스터」
전기, 바람, 얼음, 불.
네 가지 각기 다른 원초의 힘이 한데 뭉쳐 소용돌이치며, 블레이드와 함께 포틴에게로 날아갔다.
4색의 창은 섬광처럼 빛을 발하며 포틴의 몸에 꽂혔다.
─그 직전, 포틴은 가슴 바로 앞에서 두 팔을 교차시켜 가드했다.
폭염이 일어나고 회오리가 몰아치며, 주변이 얼어붙고 전기가 튄다.
그 일격을, 포틴은 견뎌내고 있었다. 비록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며, 지면을 가르고 있었다곤 해도.
그리고 잠시 후. 포틴은 블레이드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어째서냐…!!]
두 팔을 강하게 밀어내, 블레이드를 튕겨냈다.
블레이드는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아 지면에 착지. 다시 한번 돌진할 준비를 했다.
[파워도 스피드도, 내 쪽이 훨씬 우위일텐데…!!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자신의 공격이 전부 막히는건가.
어째서 자신의 움직임이 블레이드에게 따라잡히는건가.
그것은 지금 블레이드가 사용하고 있는 언데드들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전기의 힘을 조종하는 「디어 썬더」
자력을 지배하는 「버팔로 마그넷」
동작 속도를 높이는 「재규어 마하」
색적능력과 정밀성을 높이는 「배트 스코프」
배트 스코프와 디어 썬더의 힘으로 포틴이 행동하기 전에 일어나는 '전기 신호'를 캐치하고, 마하 재규어로 신체와 신경의 반응 속도를 올린 후 버팔로 마그넷으로 포틴의 몸을 S극, 자신의 몸을 N극으로 바꿔 포틴이 행동하면 거기에 따라붙을 수 있게 했다(물론 그 전환과 조절 자체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즉─ 포틴이 '생물'로서 구현화된 이상, 어떤 공격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 카즈마는 그것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모자라…!!'
지금의 자신이 가진 힘은 분명, 2천년 전 배틀파이트 당시 이상. 그때의 감도 완전히 되찾았다.
그러나 그래도 부족했다. 순수하게, 포틴을 '날려버릴' 수 있는 파괴력이 부족했다.
─그러니까, 단번에 꿰뚫는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검에 집중시켜서.
[웃기지 마라!!]
포틴이 그 힘을 폭발시켰다.
무형의 힘으로 이루어진 창이 360도 전방으로 퍼지고,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꿰뚫고 부수고 날렸다.
[나는 '신'이다!! 옛 신이 만든 이 세계를 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존재다!! 그런 내가, 언데드따위에게 당할 것 같으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의 갯수는 26개. 아니, 27개.
피해도 막아도 받아쳐도 어떻게 해도, 딜레이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버티기로 했다.
「트릴로바이트 메탈」「보어 태클」
몸을 강철로 바꾸고, 돌진력을 높인다. 그리고는 포틴이 날려보낸 창을 몸으로 받아내며 그대로 돌진했다.
당연히 그의 몸에도 데미지가 들어간다. 강철로 변한 몸이 찌그러지거나 꿰뚫리거나, 수없는 상처를 입어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돌진이 멈춰지는 일은 없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지금까지 여유로 가득 차 있던 포틴의 음성에서 살의와 적의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별로 무섭거나 하진 않았지만.
[언데드 주제에… 인간이었던 주제에 이 나를 여기까지…! 훌륭하다고 칭찬해주지!!]
그리고 카즈마는 놓치지 않았다.
가면의 아래.
포틴이, 웃고 있는 기색을 내보인 것을.
분명히, 상대를 함정에 빠트리고 검은 기색을 보이며 미소지을 때의 웃음. 그런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포틴이 행동을 개시했다.
[하지만, 강한 건 나다!! 이기는 것도 나다!! 이 세계를 손에 넣는 것도, 바로 이 몸이다!!]
─하늘 위에서 검이 떨어졌다.
거대화되어 있을 당시의 포틴이 사용하던 검. 포틴 자신의 크기에 맞춰 줄어들어있었지만, 그래도 카즈마보다 큰 검이었다.
그런 것이 카즈마의 등을 뚫고 복부를 뚫으며, 바닥에 박혔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이겼다! 이겼어! 이겼다! 내가 이겼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 하…?]
포틴의 미친듯한 광소는 중간에 끊어졌다.
─검에 꿰뚫린 카즈마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스페이드 에이스」
[어째서냐…]
「하트 에이스」
[왜 아직도 움직이는거냐?! 왜 아직도 덤비는거야?!]
「다이아 에이스」
[네가 이겨봤자 변하는 건 없다… 그걸 왜 몰라?! 이 세계의 인간들은 이미 우주로 날아갔고, 이곳은 놈들에게 있어서 버려진 땅이나 마찬가지야!! 그런데, 왜 이런 세계를 위해서 싸우는거냐… 네가 지켜야할 것따윈,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단 말이다!!]
「클로버 에이스」
포틴으로선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포틴이 아니라 그 누구라고 해도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오직 자신과 하지메 이외에는.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 보드는 사라졌고, 소장님도… 타치바나 씨도… 무츠키도… 아마네짱들도… 시오리 씨나 코타로도… 이젠 이 세상에 없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지. 내가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도, 지키고 싶었던 것들도 이젠 남아있지 않아…]
「와일드 에이스」
[하지만, 그래도 이 세계는 우리들이, 내 친구들이 살아갔던 세계다!! 이 세상 어딘가, 이 우주 어딘가에 그 사람들의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커」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남아있다!! 그때 함께 싸웠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그게 있는 한, 나는 언제까지라도 싸울 수 있어… 어디까지라도 싸워나갈 수 있다!!]
다섯 장의 에이스. 그리고 친구가 봉인된 카드.
그 모든 힘을 하나로 합친다.
'있을 리 없는 다섯번째 에이스'가 포함된, 원래라면 존재할 수 없는 힘.
「The World」
'세계'가 지니고 있는 모든 종류의 힘과 원소를 나누어가지고 있는 언데드.
그 언데드들의 힘이, 완전히 하나로 합쳐진 '비장의 카드'.
그 힘이 블레이라우저에 깃들고, 투명한 빛을 발한다.
[이 세계에서, 사라져라!!]
[사라질 것 같으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블레이드가 검을 내지르고, 포틴은 모든 힘을 방어에 집중해 코어를 막는다.
블레이라우저가 포틴의 갑옷을 돌파해나가며, 동시에 포틴의 갑옷도 재생했다.
갑옷을 부수고, 재생하고, 부수고, 재생하고, 부수고, 재생하고.
'구 세계'의 힘과 '신 세계'의 힘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리고, 서서히.
포틴의 재생속도가, 블레이드의 공격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후, 후후…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떠냐, 켄자키 카즈마!! 이것이 나의, '신'의 힘이다!!]
아아, 분명히 포틴, 너는 강하다.
그렇지만… 착각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너는, '신'이 아니다.
단지, 제어에서 풀려난 힘덩어리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리는 55명. 너는 혼자.
그런 우리를, 네가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
포틴의 검에 찔린 몸을 빼낸다.
상처가 벌어지며, 녹색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지만, 그럼에도 블레이드는 멈추지 않았다.
몸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져도.
단지, 그저, 앞으로 나가서 검을 박는다.
─마침내, 검이 포틴의 코어를 부수고.
─켄자키 카즈마와 나머지 54체의 언데드들은.
─'운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
눈을 떴을 때, 카즈마는 바닷가의 모래 사장에 누워있었다.
파도가 지면을 때리는 소리라던가, 바다내음을 싣고 부는 바람이라던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데엔 문제없다.
… 어째서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라는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 지금의 카즈마는 주변을 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모래사장에 드러누운 채로 꼼짝도 할 수 없는 신세. 아까 상반신을 일으키려 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아 그만뒀다.
… 그래서, 몸이 나을 때까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우선, 자신이 포틴의 코어를 깨부숴서 그를 완전히 쓰러트렸다. 그것까진 확실히 기억난다. 포틴이 비명을 질러대며, '빛'으로 변해 소멸해버리던 광경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 그때 포틴을 소멸시키면서, 자신도 함께 육체가 갈기갈기 찢어졌었다.
언데드 55체의 힘을 집켤시킨 「더 월드」. 언데드는 죽지 않는 존재지만, 그렇다고 아예 파괴가 되지 않는 존재라는 건 아니다. 그 정도의 힘을 직격으로 받게 되면 당연히 카즈마도 무사할 리 없다.
그 이후로 기억이 없는데… 아마 폭발에 휩쓸려서 이곳까지 튕겨져온 것 같다.
'… 뭐, 상관없을까.'
언데드니까, 굶어죽는다거나 탈수로 죽는다거나 상처가 도져서 죽는다거나 하는 일은 물론 없다. 이대로 잠이나 자면서 상처가 나을 때까지 기다릴까.
주변의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있다.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고, 폭발이 일어나고.
소녀, 야가미 하야테는 필사적으로 휠체어를 움직이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병원 스텝의 한 사람과 함께 산책을 나왔지만, 지금의 그녀는 혼자였다.
언제나 폐를 끼치고 있는 것도 미안하기 때문에, 오늘은 될 수 있는 한 혼자 움직인다고 하는 게 이런 상황을 불러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아… 하아… 우왓?!"
휠체어의 바퀴가, 건물 파편에 걸려 넘어졌다.
하야테는 휠체어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지게 된다.
"윽…!"
본래,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그녀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대단히 위험했다. 주변은 아직도 무너지고 있는데, 그녀는 움직일 수 없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거대한 파편 하나가 떨어진다.
─싫어…
─이대로, 이대로 죽게 된다는 건… 싫어…!
─누가…
─누가, 도와─
그 순간, 그녀를 향해 떨어져내리던 파편이 둘로 쪼개진다.
그녀는 그곳에서 만났다.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자신의 앞에 서서, 자신을 지켜준.
인간이라고도,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모습을 한 '기사'를.
─이것이, 훗날.
─「야천의 왕」이라고 불리게될 소녀 '야가미 하야테'와.
─「불사의 기사」라고 불리게될, '켄자키 카즈마'의 만남이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