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어라라라, 살라딘씨와 얀이 서로 아는 사이었다니 이런 놀라운일이~"
잠시 뒤에 돌아온 세토는 서로 마주보며 머뭇거리는 살라딘과 얀을 보며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것 같은 예감이 든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걸 알아본 사람은 도키미와 와슈뿐이었지만 말이다. 당장에 두사람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온 세토는 무척이나 반짝이는 눈으로 살라딘과 얀을 번갈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두사람은 어떻게..."
"뭐, 말하자면 길지만서도... 동생과 누나같은 사이였소."
"질기디 질긴 인연이랄까..."
"호오~ 운명의 두사람인걸까요?"
뭔가 음모 비슷하게 꾸미는듯한 세토의 표정, 뭐 그 음모란 건 보지 안해도 뻔했지만 말이다.
"역시 결혼인가?"
"좋지 않습니까? 서로 아는 사이인데다가 사이까지 각별한 두사람이라면"
새토는 평소처럼 부채로 한껏 찢어진 입을 가리며 말했다. 중매하는 것이 취미인 그녀에게 있어서 이번 기회는 좀처럼 없는 붙이기 손쉽고도 굴리기 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세토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미안하지만 저는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네? 그러지 마시고 조금은 생각해 보시는게..."
"실례하지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집밖으로 향하는 살라딘을 보며 세토는 살짝 당황했다.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던 탓이었다. 분명 호감을 가지고 있는건 분명한데 예상외로 결혼얘기에 대한 반응이 너무 냉담했다. 살라딘이 나가기 무섭게 세토는 예상외의 반응에 불평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후음... 처음 만날떄 반응으로 봐선 저런 반응이 나올리가 없는데..."
"뭐, 나로선 알것 같다만..."
"뭐?"
갑작스럽게 말을 던지는 아수라를 보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수라는 갑작스럽게 몰리는 시선을 치우라는듯 손을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나에게서 뭘 들을 생각은 하지 마. 이건 저녀석이 해결해야만 할 문제니까 말이야. 뭐 힌트라면 던져주겠지만서도..."
"힌트?"
"세라자드."
"!!!"
아수라의 말에 얀은 눈을 크게 치켜뜨며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뭔가 눈치챈듯한 얀의 모습을 보며 아수라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 안색이 창백해진 얀이 살라딘을 뒤쫓아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 무섭게 얀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호수가에 걸터앉아 달을 올려다보고 있는 살라딘을 볼 수 있었다.
"살라딘..."
"오늘과 같은 날이었지. 내가 그녀와 처음 사랑을 속삭인건..."
"세라자드에게 무슨일이 생긴거야?"
"..."
"말해 살라딘!!"
얀의 외침에 살라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모든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얀이 죽은 직후... 정확히는 죽었다고 생각한 직후 수개의 요새를 가로질러 세라자드에게 도착했을 때, 동생에 의해 죽은 세라자드와 그 동생을 어쩔 수 없이 용서해야했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철가면... 아니 샤른호스트와 만나 안타리아를 지키기위해서 해온 일들에 대해서. 그리고 아르케라는 과거이자 미래인 세계에서 자신이 행한 일과 잘못들을 수시간에 걸쳐 얀에게 말한 살라딘은 이야기가 마치기 무섭게 입을 다물었다.
"뭐야 그거... 터무니 없잖아."
"...하지만 그때문에 여기 있는거다."
"그리고말이야. 왜 그런 멍청한짓을 하려했던거야? 그러고도 세라자드가 좋아할거라 생각해?"
"..."
"세라자드는 말이야. 널 살리기 위해서 가베라의 꽃을 사용했어, 누구도 아닌 널 위해서 말이야! 그 꽃이 어떤 꽃인지 너도 세라자드에게서 직접 들었으니 알거 아냐! 수백, 수천명을 살릴 수 있던 꽃을 너에게 사용한 이유도 잘 알잖아! 그런데 왜 그런짓을 하려한거야!! 왜!!"
"그녀가... 살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걸 세라자드가 바라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그녀가 네가 살아가길 "
"그래..."
짝-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살라딘의 머리가 돌아갔다. 그리고 얀은 흐르는 눈물을 머금으며 포스를 일으켰다. 그리고 한껏 젓힌 손을 살라딘을 향해 날리며 외쳤다.
"한심해! 지금의 넌 무척이나 한심해!"
얀의 외침과 함께 호수로 날려진 살라딘. 포스 임팩트에 의해 날려진 살라딘은 호수 위에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런 살라딘을 보며 얀은 천천히 호수위를 걸어 살라딘을 향해걸어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살라딘, 간만에 내기하지 않겠어?"
"응?"
"지면 너는 나와 결혼... 아니 약혼이라도 좋아. 함께 살아줘야 겠어..."
"무슨...!"
"네 정신 머리좀 고쳐주려고!!"
얀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애검인 지하드가 그녀의 의지에따라 그녀의 손에 쥐여졌다. 그리고 그와동시에 그녀의 비어져있던 왼손에서 부터 무시무시한 뇌전이 발해지기 시작했다. 저 먼 우주에서 시스라는 존재들이 사용하는 포스 라이트닝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발해지는 포스 라이트닝은 그들이 사용하는것과 비교를 불허했다.
"포스 썬더!!!"
얀의 외침과 함께 포스에 의해 발현된 뇌우가 호수 전역에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료오코의 뇌전격파에 필적하는 위력... 살라딘으로서도 그냥무시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살라딘은 건 슬라이서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흔들리는 공간 너머로 손을 집어넣은 후 한자루의 검을 꺼내들었다.
적황빛을 발하는 검신, 그리고 그 검신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문자. 그리고 척보기에도 중국풍과 한국풍이 뒤섞인듯한 검형. 오래전 기파랑이 이 세계에서 만들고 사용한 또 다른 유성검 성휘(星輝). 그것이 지금 살라딘의 손에 들린 것이었다.
은은한 노을빛을 발하는 성휘를 든 살라딘은 힘을 개방하며 성휘를 휘둘렀다.
"하아아앗!!"
살라딘의 기합성과함께 발해지는 기파. 그리고 그 기파에 의해서 포스 선더는 단번에 깨어져 나갔다. 얀은 살라딘이 발하는 기파를 보며 살라딘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도키미님의 힘을 빌린 나도 저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포스... 인페르노"
얀이 손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막대한 포스가 그녀의 손에 뭉쳐졌다. 그녀의 손에 뭉쳐진 포스는 화염을 담으며 맹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백광을 띄기시작하는 불타는 포스. 얀은 그 포스를 압축하며 광검 지하드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불타올라라 지하드!!"
포스 인페르노를 담은 지하드는 맹렬한 불길을 과시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하는 얀과 살라딘. 물위를 달리는 두 사람은 서로의 검을 맞부딪혔다.
콰과광!!
요란한 굉음과 치솟아오르는 호수의 물, 미호시의 우주선이 추락했을때 보다 높이 치솟는 호수물에 세토와 와슈는 재빨리 방벽을 펼쳤다. 저정도양의 물이 마사키가에 쏟아졌다간 마사키가에 꽤나 피해가 갈 것이 뻔한 탓이었다.
"이거 둘다 광응진검을 발휘한 텐치님과 비슷한 정도의 힘인데..."
"까딱잘못하다간 마을까지 여파가..."
"얀과 살라딘씨가 싸우기 직전에 결계를 쳐놨지만... 저정도 힘이라면 곧 찢겨져 나가겠죠."
"제가 나서야겠네요."
어느새 나선 도키미는 마사키가를 중심으로 반경 1km가량을 뒤덮는 보호막을 전개했다. 초신의 권능으로 만든 이 보호막은 지금의 텐치가 전력을 다해도 부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강력한 보호막이였다. 이러한 보호막이라면 두사람의 전투에도 끄떡하지 않으리라.
"지하드 템페스트!!"
"멸살성천무!!"
포스가 모여 만들어진 무수한 검이 살라딘을 향해쏘아졌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수히 많은 검들을 보며 살라딘은 자신의 사부에게서 자신에게로 이어진 낭천의 필살기인 멸살성천무를 사용했다. 흩뿌려지는 별빛의 검기와 포스의 검. 강력하기 그지없는 두개의 필살기의 격돌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충격파를 흩뿌렸다.
"아야야야...!"
"큭..."
"나참, 자기 기량은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퍼부으니 이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살라딘 너도! 적당히 끝낼 수 있잖아!!"
잔뜩 상처입은 얀과 살라딘을 보며 와슈는 무척이나 거칠게 상처를 치료했다. 장장 5시간에 걸친 두사람의 격돌은 두사람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인 지하드 레볼루션과 창성무극광의 격돌로 마무리 지어졌다. 물론 그 결과는 무지막지하기 짝이 없었다.
두 필살기가 격돌한 호수는 완전 초토화 되다 못해 증발해 버렸으며 그 충격의 여파로 인근 지역에선 진도 2~3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났다. 아무리 가볍게 쳤다지만 도키미가 친 방어막으로도 이정도 여파인데 만약 아무것도 없이 싸웠다면 마사키일족이 사는 마을은 초토화 되다 못해 완전히 사라졌으리라.
"그나저나 무지막지하구만..."
"얀은 제 힘을 끌어다썼지만서도... 저 살라딘은 혼자서 잘도 저런 엄청난 힘을 발휘하네요..."
"뭐, 저리보여도 보통의 신체는 아니니까 말이야. 신체(神體)라고 해야할까나...? 그리고 살라딘씨의 본연의 힘만해도 왠만한 신에 맞먹고 말이야."
"저기 있는 아수라 처럼요?"
"그래, 뭐 아수라의 경우엔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영성을 자각하면서 신격화 된거지만 말이지."
"어떤 의미론 저희들 같은 존재네요."
"그런것~"
와슈와 도키미는 묵묵히 사사미의 요리를 먹고 있는 아수라를 보며 말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 태어난다는건 뭔가 다른 존재를 통해 일어나는 거니까."
"그나저나 아수라양을 만들었을 정도의 존재라면 어느정도의 인간인 거야?"
"그냥 지닌 무력만으로 안타리아의 25신들중 2~3명은 붙어야 했을 정도였지... 그리고 궁극의 그리마를 사용했을때는 그 신들이 100명이 모여야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궁극의 마장기 아스모데우스를 완전히 가동시켰고. 뭐랄까... 인간의 한계는 옛저녘에 초월한 존재였어..."
"단순 전투능력만 따지면 Z나 텐치님 정도이려나?"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와슈와 도키미는 인간 같지도 않은 흑태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살짝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물론 그쯤은 되어야 아수라같은 존재를 만들겠지만서도 솔직한 말로 평범한 인간이었으면서 너무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런데 그리마란건 대체..?"
"뭐 신체 변이란 걸까나... 본래 마장기는 주신들의 기술이어서 말이야.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 암흑신이라 불린 존재들은 신체변이 능력을 만들었찌. 그게 바로 그리마야. 뭐... 그리마도 그리마 나름이랄까... 그리마의 힘은 꼭 변이를 하지 않아도 행할 수 있는 거니까 말이야."
"예를 들면?"
"이런것 이랄까?"
아수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수라의 손에는 감이 한자루가 들렸다. 칠흑빛을 띈 검... 공간을 이동해서 온건 아니었다. 그저 생겨났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물질변화뿐만이 아닌 물질화인가... 일종의 권능이로구만."
"그러게요. 그런걸 인간이 행사할 수 있다니..."
"뭐 그쪽에선 신조차도 못썼던 능력이니까 말이야. 유일하게 날 만든 '흑태자' 칼 스타이너 게이시르만이 쓸 수 있었지."
"그거 인간?"
"인간 맞아, 확실하게... 그러는 텐치랑 살라딘도 인간이잖아? 살라딘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그렇네... 이런 우리도 일단은 인간인 셈이고 말이야."
"뭐 어떤 방식으로 보느냐 문제겠지만서도."
아수라는 살라딘을 보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말했지만 인간을 초월한 힘을 지녔으며 doll이란 인공 신체를 지닌 살라딘을 과연 인간이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어버린 탓이었다.
"뭐 상관은 없나?"
잠깐 생각하던 아수라는 자신이 생각해봤자 별거 없음을 깨닫고 열심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사미가 만든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조용히 밖으로 나서는 살라딘을 내버려 둔채.
"밥... 먹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텐치인가..."
호숫가에 앉아있던 살라딘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텐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들 밥먹고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오니 좀 의외인 살라딘이었다.
"밥같은거 먹을 기분이 아냐."
"떠올려 버리신거죠? 그 엠블라란 분을..."
"어떻게..."
살라딘은 어떻게 텐치가 정곡을 찔렇는지 의아해 하면서 놀란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놀라는 살라딘의 반응에 텐치는 쓴 웃음을 흘리며 살라딘을 향해 말했다.
"뭐, 얀씨와의 대화중에 엠블라씨를 언급할때 마다 미묘하게 목소리가 떨렸거든요. 아마 저 말고도 와슈씨나 세토님은 눈치챘을 거에요."
"그렇군..."
"좋아하시나 보죠? 그 엠블라라는 분을?"
"그럴지도..."
살라딘은 텐치의 말에 엠블라를 떠올렸다. 세라자드와 닮았으면서도 전혀다른... 온화한 그녀와는 달리 강인한 여성...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배신했다."
"..."
"내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저 변명이겠지... 하지만 난 그녀의 사랑보다도 세라자드가 사는걸 바랬다."
"살라딘씨..."
"엠블라보다 세라자드를 더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책임감인 것일까... 이제는 자신할 수 조차 없어..."
"자신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응?"
"자신하지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 크기가 어찌되었든..."
그 말을 하며 텐치는 조용히 살라딘 옆에 걸터 앉았다.
"사실 애정문제란 미묘한 거에요. 자신이 억지로 결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죠. 그저 마음 가는대로 흘러갈 뿐..."
"마음 가는대로라..."
"뭐 너무 마음가는대로 해서도 좀 곤란하겠지만서도... 그래도 살라딘씨가 그 두사람을 좋아하는건 진심이죠?"
"아,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 뒤늦었지만서도..."
"그래도 진솔한 마음을 전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는 편이 좋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너는 참 대단한 녀석이야. 모두에게 균등한 사랑을 고루 나눠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지. 아무런 의문도 망설임도 없이."
"그녀들의 진심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래도 말이지... 보통 사람들은 누구 한명에게 치우치거나 그녀들의 기세에 눌려서 도망치거나 할텐데... 그런걸 보면 너도 보통은 확실히 아냐."
"뭐... 힘을 지니고 있지만..."
"힘이 아냐. 인간으로서 보통이 아니라는 거지."
살라딘은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라딘이 자리에서 일어서기 무섭게 텐치도 따라 일어나 살라딘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먹지 않은 저녁을 먹기위해 말이다.
"아수라."
"왜?"
다음날, 다른사람들과 느긎하게 TV를 보고 있던 아수라는 살라딘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아수라가 고개를 돌리자 평소와는 다른 표정의 살라딘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심한건가?"
"아아... 적어도 내가 하고자할 일은 말이지."
"그래? 좋아, 그정도 결심이면 됐겠지. 게다가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고 말이야."
아수라는 그렇게 말하며 먹고 있던 과자를 내려놓았다. 아수라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옆에 있던 사사미가 놀란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에엣? 돌아가는거야"
"애초에 우리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너무 오래 머문거야."
길다면 꽤나 긴 3년이란 시간... 그 기나긴 3년의 시간만에 결심을 마친 살라딘을 보며 아수라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3년이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서도 해답을 낸것이다. 그 해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난번과 같은 택도없는 결정과는 분명 다르리라...
"살라딘, 방법은..."
"알고 있어. 차원을 벤다. 너와 나의 힘을 합쳐서."
살라딘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살라딘이 힘을 끌어 올리자 붉은날개가 살라딘을 휘감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힘을 개방하려던 순간...
"어이, 인사도 없이 갈 생각?"
"섭섭하다고요, 살라딘씨"
"여~"
"모두들..."
살라딘과 아수라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모두를 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사미에게 말하긴 했지만 각자 다른곳에 있던 모두가 이곳에 온것에 대해서 놀란 탓이었다.
"어떻게?"
"어제 텐치가 뭔가 결심한듯하다고 해서 말이지. 이전에 전례를 비추어 볼때 돌아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살라딘, 자네는 인사 없이 슬쩍 떠나는데 익숙하니까 말이야."
"슬쩍 떠난다기보다는 한곳밖에 볼줄 모른달까... 그래서 인사 안하고 갈거란거 대충 눈치챘거든"
"확실히..."
그 말에 살라딘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세라자드가 죽은 이후 시야가 많이 좁아진 관계로 뭔가 일을 정하면 다른건 보지도 않고 그곳에만 몰두해버리는 습관이 생긴 살라딘이었다. 확실히 신세를 지고도돌아갈 생각에 인사를 깜빡한 살라딘은 그런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돌아갈 생각에 그동안 신세진것 조차 까먹고 있었군요."
"뭐, 그럴수도 있음이지. 애초에 그런건 우리쪽 애들도 마찬가지니 말일세"
말을 마친 카즈히토와 다른 그 외 수명은 은근슬쩍 아에카와 료오코, 그리고 미호시쪽을 향해 슬쩍 눈을 돌렸다. 둔하디 둔한 미호시를 제외한 두사람은 곧장 그 시선을 눈치챘으나 실제로 그랬던 관계로 반박할 수 없었다. 더구나 최근에 '그' 일이 있었던 관계로 더더욱...
"그런데 어떻게 돌아갈 생각이야? 보통 방법으로는 무리일텐데?"
"나와 아수라가 힘을 합쳐 차원을 가른 후 아수라가 기억하고 있는 아르케의 영기를 쫓아서 돌아간다."
살라딘의 말에 도키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무식한방법이네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확실히 살라딘과 아수라, 둘 만이라면 그 방법박엔 없었다. 둘이 힘을 합치면 왠만한 차원신과 동등한 힘을 지닌... 어쩌면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아수라와 살라딘이었으나 그 힘을 권능으로서 다루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던 탓이었다.
"게다가 돌아가는 시간대에 대한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 각 차원마다 시간변동성은 제각각인데"
"아, 까먹고 있었다!!"
와슈의 말에 아수라는 자신이 중대한 것을 간과했다는걸 깨달았다. 가ㄱ 차원마다 시간의 흐름은 다 틀리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각 차원마다 시간변동성이 틀리다는 점이었다. 시간변동성이란 두 차원간의 이동시 생기는 시간의 차이로 이것은 각 차원간의 거리나 시간의 흐름 차이와는 다르게 적용 되는 것이었다. 가령 각 차원간의 시간의 차이가 없더라도, 바로 지척이라 할지라도 시간변동성이 크다면 그만큼 자신이 바라는 시간대와 다른 시간대에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골치아픈데..."
지금의 힘이라면 시간을 거스르지 못할것도 없엇지만 그랬다간 자신들의 차원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았다. 심할경우 차원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어쩔 수 없네요. 언니들 도와주실거죠?"
도키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세의 3여신이자 3명의 초신 와슈, 츠나미, 도키미는 자신들의 본모습으로 돌아갔다. 간만에 느껴지는 엄청나기 그지없는 신격에 아수라와 살라딘은 일순간 전율했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지난 3년간 그녀들의 기운에 익숙해진 것이 도움이 된 순간이었다.
"간만이네요. 와슈씨와 사사미, 그리고 도키미씨가 본 모습을 드러낸건."
"정확히는 4년만이지. 그리고 이것도 본신을 드러낸건 아니지만 말이야."
만약 본신을 드러냈다면 이 차원 자체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으리라. 그만큼 그녀들은 초월적인 존재였다. 자신의 본신의 힘을 수천, 수만배 가량 억누른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힘은 이 세계를 가볍게 지우고 다시 만들 수 있을 만큼, 또한 인과조차도 마음대로 바꿔버릴 만큼 엄청났다.
[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뭐 제트 사건이후 향후 수만년간은 이 모습이 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뭐, 살라딘씨를 위해서니 조금만 참죠.]
츠나미, 와슈, 도키미는 각각 그렇게 말하며 살라딘과 아수라를 내려다보았다.
"애초에 신격이 무지막지하다는건 알고 있었지만서도... 어정도였을 줄이야. 이래서야 내가느낀 신격은 발치에도 못미치는거 아냐?"
[그 이전에 완전 봉인된 상태의 우리의 신격을 엿본것만해도 엄청난거지만요.]
[일종의 육감이려나? 혹시 세븐 센시즈라던가..]
"그나저나 현현한 이유는?"
아수라의 물음에 츠나미가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들이 원하는 시간대로 돌려보내드리기 위해서랍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너희들도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
"모두들..."
[뭐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가 데려다주면 되지만...]
[그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 패스-]
[그럼 그 차원간의 시간변동성을...]
[그것도 패스. 차원운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은 큰 영향을 주지않더라도 대차원상 시간에서 수억년이 지난 후 어떤 결과가 생기게 될지...]
[흐음]
[거듭 말하지만 도키미,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 어차피 네가 바라는 초고위차원존재는 수십만년 후 텐치씨가 정식적으로 각성하면서 이뤄지게 되니까 말이야.]
[아하하...]
뭔가 찔린 것일까? 도키미는 와슈에게서 부터 눈을 피한채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그럼 남은 방법은?]
[그걸 하는거지]
"그거라니 대체..."
살라딘의 질문에 와슈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비~밀!]
"뭐.. 뭐지?!"
와슈가 손가락을 튕기기 무섭게 반투명한 막이 구형태로 나타나 아수라와 살라딘을 휘감았다. 시간이 정지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때문인지 살라딘들은 당황하던 모습 그대로 멈춰진 상태였다.
[자 도키미 간다!]
[오세요 언니!!]
와슈는 살라딘들이 든 구체를 집어들며 힘껏 와이드 업을 행했다. 그리고 도키미는 어느새 만들어 낸 전용 야구배트를 가볍게 휘두르며 홈런 예고를 날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전략하고... 여신님 캐논볼 어택!!!]
[여신님 홈런!!!!!!!!!]
와슈가 엄청난 강속구를 던지기 무섭게 도키미가 그 강속구를 아주 강하게 쳐버렸다. 그리고 그 강속구는 츠나미가 몰래 열어둔 공간의 틈새로 날아가 버렸다.
그것을 본 텐치들은 식은 땀을 흘리며 와슈들을 향해 물었다.
"그... 그걸로 된거야?!"
[물론~]
"전혀 괜찮지 않아보인다만..."
[모든건 신의 뜻대로.]
"그 신이 댁들이잖아!!!!"
[문제없음~ 문제없음~]
"문제 지대해보입니다만..."
오늘도 요란스럽지만 평화로은 마사키가였다. 물론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텐치네 일가가 단체로 아르케에 와 문제가 된 일이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으음..."
왠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살라딘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흑단의 머리칼을 지닌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여인의 이름은 엠블라 폰 프라이오스. 밤을 샌 탓인지 졸고있는 엠블라를 끌어앉았다.
"앗?!"
갑작스럽게 살라딘이 끌어앉은 탓일까? 엠블라는 깜짝 놀라며 졸음에서 깨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살라딘을 향해 외쳤다.
"뭐하는 거에요 당신!"
"엠블라... 그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하오."
"잠깐 무슨 말을...?"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 만큼은 알 수 있소. 이전까지는 세라자드와 겹쳐보았지만 지금은 당신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걸. 하지만 아직 세라자드를 좀 더 좋아하오. 그러니까 기다려주지 않겠소? 그녀가 되살아나 그녀에게서 답을 얻을때까지..."
"아아아..."
살라딘의 말에 붉은 홍시가 된 엠블라는 이내 증기를 뿜더니 살라딘의 정수리를 향해 수도를 날렸다.
빡-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침대에 널부르전 살라딘을 보며 엠블라는 얼굴을 붉힌채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살라딘을 향해 외쳤다.
"아침부터 왠 뜬금없는 소리야!!"
엠블라는 그렇게 말하며 살라딘의 목을 조르며 이런저런 말들을 내뱉었다. 그 장면을 밖에 있는 두 여성이 홍차를 마시며 조용히 구경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깨가 쏟아지는 두사람이로구만."
"살라딘 녀석, 드디어 덧씌어진건가?"
"지금까진 최대한 역사대로 진행되도록 했지만. 이 이상은 필요 없겠지?"
"확실히. 더 이상 퉁 파오 그 돼지 녀석 비위 맞추긴 싫고 말이야..."
"아슈레이 녀석은 확실히 아군으로 포섭했지?"
"아직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야."
"슬슬 달려보자고. 해피엔딩을 위해서 말이야."
두 여인은 아직까지도 사랑싸움중인 살라딘과 엠블라를 보며 말했다. 여인의 이름은 얀 지슈카와 아수라. 일찍이 마사키가에서 살라딘과 함께 지내던 두 여인은 지금의 행복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살라딘은 마에라드로서의 힘을 발휘해 아르케를 구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이야기. 하지만 이렇게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져 나간다.
잠시 뒤에 돌아온 세토는 서로 마주보며 머뭇거리는 살라딘과 얀을 보며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것 같은 예감이 든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걸 알아본 사람은 도키미와 와슈뿐이었지만 말이다. 당장에 두사람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온 세토는 무척이나 반짝이는 눈으로 살라딘과 얀을 번갈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두사람은 어떻게..."
"뭐, 말하자면 길지만서도... 동생과 누나같은 사이였소."
"질기디 질긴 인연이랄까..."
"호오~ 운명의 두사람인걸까요?"
뭔가 음모 비슷하게 꾸미는듯한 세토의 표정, 뭐 그 음모란 건 보지 안해도 뻔했지만 말이다.
"역시 결혼인가?"
"좋지 않습니까? 서로 아는 사이인데다가 사이까지 각별한 두사람이라면"
새토는 평소처럼 부채로 한껏 찢어진 입을 가리며 말했다. 중매하는 것이 취미인 그녀에게 있어서 이번 기회는 좀처럼 없는 붙이기 손쉽고도 굴리기 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세토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미안하지만 저는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네? 그러지 마시고 조금은 생각해 보시는게..."
"실례하지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집밖으로 향하는 살라딘을 보며 세토는 살짝 당황했다.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던 탓이었다. 분명 호감을 가지고 있는건 분명한데 예상외로 결혼얘기에 대한 반응이 너무 냉담했다. 살라딘이 나가기 무섭게 세토는 예상외의 반응에 불평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후음... 처음 만날떄 반응으로 봐선 저런 반응이 나올리가 없는데..."
"뭐, 나로선 알것 같다만..."
"뭐?"
갑작스럽게 말을 던지는 아수라를 보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수라는 갑작스럽게 몰리는 시선을 치우라는듯 손을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나에게서 뭘 들을 생각은 하지 마. 이건 저녀석이 해결해야만 할 문제니까 말이야. 뭐 힌트라면 던져주겠지만서도..."
"힌트?"
"세라자드."
"!!!"
아수라의 말에 얀은 눈을 크게 치켜뜨며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뭔가 눈치챈듯한 얀의 모습을 보며 아수라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 안색이 창백해진 얀이 살라딘을 뒤쫓아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 무섭게 얀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호수가에 걸터앉아 달을 올려다보고 있는 살라딘을 볼 수 있었다.
"살라딘..."
"오늘과 같은 날이었지. 내가 그녀와 처음 사랑을 속삭인건..."
"세라자드에게 무슨일이 생긴거야?"
"..."
"말해 살라딘!!"
얀의 외침에 살라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모든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얀이 죽은 직후... 정확히는 죽었다고 생각한 직후 수개의 요새를 가로질러 세라자드에게 도착했을 때, 동생에 의해 죽은 세라자드와 그 동생을 어쩔 수 없이 용서해야했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철가면... 아니 샤른호스트와 만나 안타리아를 지키기위해서 해온 일들에 대해서. 그리고 아르케라는 과거이자 미래인 세계에서 자신이 행한 일과 잘못들을 수시간에 걸쳐 얀에게 말한 살라딘은 이야기가 마치기 무섭게 입을 다물었다.
"뭐야 그거... 터무니 없잖아."
"...하지만 그때문에 여기 있는거다."
"그리고말이야. 왜 그런 멍청한짓을 하려했던거야? 그러고도 세라자드가 좋아할거라 생각해?"
"..."
"세라자드는 말이야. 널 살리기 위해서 가베라의 꽃을 사용했어, 누구도 아닌 널 위해서 말이야! 그 꽃이 어떤 꽃인지 너도 세라자드에게서 직접 들었으니 알거 아냐! 수백, 수천명을 살릴 수 있던 꽃을 너에게 사용한 이유도 잘 알잖아! 그런데 왜 그런짓을 하려한거야!! 왜!!"
"그녀가... 살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걸 세라자드가 바라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그녀가 네가 살아가길 "
"그래..."
짝-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살라딘의 머리가 돌아갔다. 그리고 얀은 흐르는 눈물을 머금으며 포스를 일으켰다. 그리고 한껏 젓힌 손을 살라딘을 향해 날리며 외쳤다.
"한심해! 지금의 넌 무척이나 한심해!"
얀의 외침과 함께 호수로 날려진 살라딘. 포스 임팩트에 의해 날려진 살라딘은 호수 위에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런 살라딘을 보며 얀은 천천히 호수위를 걸어 살라딘을 향해걸어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살라딘, 간만에 내기하지 않겠어?"
"응?"
"지면 너는 나와 결혼... 아니 약혼이라도 좋아. 함께 살아줘야 겠어..."
"무슨...!"
"네 정신 머리좀 고쳐주려고!!"
얀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애검인 지하드가 그녀의 의지에따라 그녀의 손에 쥐여졌다. 그리고 그와동시에 그녀의 비어져있던 왼손에서 부터 무시무시한 뇌전이 발해지기 시작했다. 저 먼 우주에서 시스라는 존재들이 사용하는 포스 라이트닝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발해지는 포스 라이트닝은 그들이 사용하는것과 비교를 불허했다.
"포스 썬더!!!"
얀의 외침과 함께 포스에 의해 발현된 뇌우가 호수 전역에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료오코의 뇌전격파에 필적하는 위력... 살라딘으로서도 그냥무시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살라딘은 건 슬라이서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흔들리는 공간 너머로 손을 집어넣은 후 한자루의 검을 꺼내들었다.
적황빛을 발하는 검신, 그리고 그 검신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문자. 그리고 척보기에도 중국풍과 한국풍이 뒤섞인듯한 검형. 오래전 기파랑이 이 세계에서 만들고 사용한 또 다른 유성검 성휘(星輝). 그것이 지금 살라딘의 손에 들린 것이었다.
은은한 노을빛을 발하는 성휘를 든 살라딘은 힘을 개방하며 성휘를 휘둘렀다.
"하아아앗!!"
살라딘의 기합성과함께 발해지는 기파. 그리고 그 기파에 의해서 포스 선더는 단번에 깨어져 나갔다. 얀은 살라딘이 발하는 기파를 보며 살라딘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도키미님의 힘을 빌린 나도 저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포스... 인페르노"
얀이 손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막대한 포스가 그녀의 손에 뭉쳐졌다. 그녀의 손에 뭉쳐진 포스는 화염을 담으며 맹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백광을 띄기시작하는 불타는 포스. 얀은 그 포스를 압축하며 광검 지하드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불타올라라 지하드!!"
포스 인페르노를 담은 지하드는 맹렬한 불길을 과시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하는 얀과 살라딘. 물위를 달리는 두 사람은 서로의 검을 맞부딪혔다.
콰과광!!
요란한 굉음과 치솟아오르는 호수의 물, 미호시의 우주선이 추락했을때 보다 높이 치솟는 호수물에 세토와 와슈는 재빨리 방벽을 펼쳤다. 저정도양의 물이 마사키가에 쏟아졌다간 마사키가에 꽤나 피해가 갈 것이 뻔한 탓이었다.
"이거 둘다 광응진검을 발휘한 텐치님과 비슷한 정도의 힘인데..."
"까딱잘못하다간 마을까지 여파가..."
"얀과 살라딘씨가 싸우기 직전에 결계를 쳐놨지만... 저정도 힘이라면 곧 찢겨져 나가겠죠."
"제가 나서야겠네요."
어느새 나선 도키미는 마사키가를 중심으로 반경 1km가량을 뒤덮는 보호막을 전개했다. 초신의 권능으로 만든 이 보호막은 지금의 텐치가 전력을 다해도 부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강력한 보호막이였다. 이러한 보호막이라면 두사람의 전투에도 끄떡하지 않으리라.
"지하드 템페스트!!"
"멸살성천무!!"
포스가 모여 만들어진 무수한 검이 살라딘을 향해쏘아졌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수히 많은 검들을 보며 살라딘은 자신의 사부에게서 자신에게로 이어진 낭천의 필살기인 멸살성천무를 사용했다. 흩뿌려지는 별빛의 검기와 포스의 검. 강력하기 그지없는 두개의 필살기의 격돌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충격파를 흩뿌렸다.
"아야야야...!"
"큭..."
"나참, 자기 기량은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퍼부으니 이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살라딘 너도! 적당히 끝낼 수 있잖아!!"
잔뜩 상처입은 얀과 살라딘을 보며 와슈는 무척이나 거칠게 상처를 치료했다. 장장 5시간에 걸친 두사람의 격돌은 두사람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인 지하드 레볼루션과 창성무극광의 격돌로 마무리 지어졌다. 물론 그 결과는 무지막지하기 짝이 없었다.
두 필살기가 격돌한 호수는 완전 초토화 되다 못해 증발해 버렸으며 그 충격의 여파로 인근 지역에선 진도 2~3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났다. 아무리 가볍게 쳤다지만 도키미가 친 방어막으로도 이정도 여파인데 만약 아무것도 없이 싸웠다면 마사키일족이 사는 마을은 초토화 되다 못해 완전히 사라졌으리라.
"그나저나 무지막지하구만..."
"얀은 제 힘을 끌어다썼지만서도... 저 살라딘은 혼자서 잘도 저런 엄청난 힘을 발휘하네요..."
"뭐, 저리보여도 보통의 신체는 아니니까 말이야. 신체(神體)라고 해야할까나...? 그리고 살라딘씨의 본연의 힘만해도 왠만한 신에 맞먹고 말이야."
"저기 있는 아수라 처럼요?"
"그래, 뭐 아수라의 경우엔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영성을 자각하면서 신격화 된거지만 말이지."
"어떤 의미론 저희들 같은 존재네요."
"그런것~"
와슈와 도키미는 묵묵히 사사미의 요리를 먹고 있는 아수라를 보며 말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 태어난다는건 뭔가 다른 존재를 통해 일어나는 거니까."
"그나저나 아수라양을 만들었을 정도의 존재라면 어느정도의 인간인 거야?"
"그냥 지닌 무력만으로 안타리아의 25신들중 2~3명은 붙어야 했을 정도였지... 그리고 궁극의 그리마를 사용했을때는 그 신들이 100명이 모여야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궁극의 마장기 아스모데우스를 완전히 가동시켰고. 뭐랄까... 인간의 한계는 옛저녘에 초월한 존재였어..."
"단순 전투능력만 따지면 Z나 텐치님 정도이려나?"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와슈와 도키미는 인간 같지도 않은 흑태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살짝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물론 그쯤은 되어야 아수라같은 존재를 만들겠지만서도 솔직한 말로 평범한 인간이었으면서 너무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런데 그리마란건 대체..?"
"뭐 신체 변이란 걸까나... 본래 마장기는 주신들의 기술이어서 말이야.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 암흑신이라 불린 존재들은 신체변이 능력을 만들었찌. 그게 바로 그리마야. 뭐... 그리마도 그리마 나름이랄까... 그리마의 힘은 꼭 변이를 하지 않아도 행할 수 있는 거니까 말이야."
"예를 들면?"
"이런것 이랄까?"
아수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수라의 손에는 감이 한자루가 들렸다. 칠흑빛을 띈 검... 공간을 이동해서 온건 아니었다. 그저 생겨났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물질변화뿐만이 아닌 물질화인가... 일종의 권능이로구만."
"그러게요. 그런걸 인간이 행사할 수 있다니..."
"뭐 그쪽에선 신조차도 못썼던 능력이니까 말이야. 유일하게 날 만든 '흑태자' 칼 스타이너 게이시르만이 쓸 수 있었지."
"그거 인간?"
"인간 맞아, 확실하게... 그러는 텐치랑 살라딘도 인간이잖아? 살라딘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그렇네... 이런 우리도 일단은 인간인 셈이고 말이야."
"뭐 어떤 방식으로 보느냐 문제겠지만서도."
아수라는 살라딘을 보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말했지만 인간을 초월한 힘을 지녔으며 doll이란 인공 신체를 지닌 살라딘을 과연 인간이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어버린 탓이었다.
"뭐 상관은 없나?"
잠깐 생각하던 아수라는 자신이 생각해봤자 별거 없음을 깨닫고 열심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사미가 만든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조용히 밖으로 나서는 살라딘을 내버려 둔채.
"밥... 먹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텐치인가..."
호숫가에 앉아있던 살라딘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텐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들 밥먹고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오니 좀 의외인 살라딘이었다.
"밥같은거 먹을 기분이 아냐."
"떠올려 버리신거죠? 그 엠블라란 분을..."
"어떻게..."
살라딘은 어떻게 텐치가 정곡을 찔렇는지 의아해 하면서 놀란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놀라는 살라딘의 반응에 텐치는 쓴 웃음을 흘리며 살라딘을 향해 말했다.
"뭐, 얀씨와의 대화중에 엠블라씨를 언급할때 마다 미묘하게 목소리가 떨렸거든요. 아마 저 말고도 와슈씨나 세토님은 눈치챘을 거에요."
"그렇군..."
"좋아하시나 보죠? 그 엠블라라는 분을?"
"그럴지도..."
살라딘은 텐치의 말에 엠블라를 떠올렸다. 세라자드와 닮았으면서도 전혀다른... 온화한 그녀와는 달리 강인한 여성...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배신했다."
"..."
"내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저 변명이겠지... 하지만 난 그녀의 사랑보다도 세라자드가 사는걸 바랬다."
"살라딘씨..."
"엠블라보다 세라자드를 더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책임감인 것일까... 이제는 자신할 수 조차 없어..."
"자신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응?"
"자신하지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 크기가 어찌되었든..."
그 말을 하며 텐치는 조용히 살라딘 옆에 걸터 앉았다.
"사실 애정문제란 미묘한 거에요. 자신이 억지로 결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죠. 그저 마음 가는대로 흘러갈 뿐..."
"마음 가는대로라..."
"뭐 너무 마음가는대로 해서도 좀 곤란하겠지만서도... 그래도 살라딘씨가 그 두사람을 좋아하는건 진심이죠?"
"아,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 뒤늦었지만서도..."
"그래도 진솔한 마음을 전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는 편이 좋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너는 참 대단한 녀석이야. 모두에게 균등한 사랑을 고루 나눠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지. 아무런 의문도 망설임도 없이."
"그녀들의 진심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래도 말이지... 보통 사람들은 누구 한명에게 치우치거나 그녀들의 기세에 눌려서 도망치거나 할텐데... 그런걸 보면 너도 보통은 확실히 아냐."
"뭐... 힘을 지니고 있지만..."
"힘이 아냐. 인간으로서 보통이 아니라는 거지."
살라딘은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라딘이 자리에서 일어서기 무섭게 텐치도 따라 일어나 살라딘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먹지 않은 저녁을 먹기위해 말이다.
"아수라."
"왜?"
다음날, 다른사람들과 느긎하게 TV를 보고 있던 아수라는 살라딘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아수라가 고개를 돌리자 평소와는 다른 표정의 살라딘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심한건가?"
"아아... 적어도 내가 하고자할 일은 말이지."
"그래? 좋아, 그정도 결심이면 됐겠지. 게다가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고 말이야."
아수라는 그렇게 말하며 먹고 있던 과자를 내려놓았다. 아수라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옆에 있던 사사미가 놀란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에엣? 돌아가는거야"
"애초에 우리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너무 오래 머문거야."
길다면 꽤나 긴 3년이란 시간... 그 기나긴 3년의 시간만에 결심을 마친 살라딘을 보며 아수라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3년이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서도 해답을 낸것이다. 그 해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난번과 같은 택도없는 결정과는 분명 다르리라...
"살라딘, 방법은..."
"알고 있어. 차원을 벤다. 너와 나의 힘을 합쳐서."
살라딘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살라딘이 힘을 끌어 올리자 붉은날개가 살라딘을 휘감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힘을 개방하려던 순간...
"어이, 인사도 없이 갈 생각?"
"섭섭하다고요, 살라딘씨"
"여~"
"모두들..."
살라딘과 아수라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모두를 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사미에게 말하긴 했지만 각자 다른곳에 있던 모두가 이곳에 온것에 대해서 놀란 탓이었다.
"어떻게?"
"어제 텐치가 뭔가 결심한듯하다고 해서 말이지. 이전에 전례를 비추어 볼때 돌아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살라딘, 자네는 인사 없이 슬쩍 떠나는데 익숙하니까 말이야."
"슬쩍 떠난다기보다는 한곳밖에 볼줄 모른달까... 그래서 인사 안하고 갈거란거 대충 눈치챘거든"
"확실히..."
그 말에 살라딘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세라자드가 죽은 이후 시야가 많이 좁아진 관계로 뭔가 일을 정하면 다른건 보지도 않고 그곳에만 몰두해버리는 습관이 생긴 살라딘이었다. 확실히 신세를 지고도돌아갈 생각에 인사를 깜빡한 살라딘은 그런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돌아갈 생각에 그동안 신세진것 조차 까먹고 있었군요."
"뭐, 그럴수도 있음이지. 애초에 그런건 우리쪽 애들도 마찬가지니 말일세"
말을 마친 카즈히토와 다른 그 외 수명은 은근슬쩍 아에카와 료오코, 그리고 미호시쪽을 향해 슬쩍 눈을 돌렸다. 둔하디 둔한 미호시를 제외한 두사람은 곧장 그 시선을 눈치챘으나 실제로 그랬던 관계로 반박할 수 없었다. 더구나 최근에 '그' 일이 있었던 관계로 더더욱...
"그런데 어떻게 돌아갈 생각이야? 보통 방법으로는 무리일텐데?"
"나와 아수라가 힘을 합쳐 차원을 가른 후 아수라가 기억하고 있는 아르케의 영기를 쫓아서 돌아간다."
살라딘의 말에 도키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무식한방법이네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확실히 살라딘과 아수라, 둘 만이라면 그 방법박엔 없었다. 둘이 힘을 합치면 왠만한 차원신과 동등한 힘을 지닌... 어쩌면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아수라와 살라딘이었으나 그 힘을 권능으로서 다루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던 탓이었다.
"게다가 돌아가는 시간대에 대한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 각 차원마다 시간변동성은 제각각인데"
"아, 까먹고 있었다!!"
와슈의 말에 아수라는 자신이 중대한 것을 간과했다는걸 깨달았다. 가ㄱ 차원마다 시간의 흐름은 다 틀리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각 차원마다 시간변동성이 틀리다는 점이었다. 시간변동성이란 두 차원간의 이동시 생기는 시간의 차이로 이것은 각 차원간의 거리나 시간의 흐름 차이와는 다르게 적용 되는 것이었다. 가령 각 차원간의 시간의 차이가 없더라도, 바로 지척이라 할지라도 시간변동성이 크다면 그만큼 자신이 바라는 시간대와 다른 시간대에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골치아픈데..."
지금의 힘이라면 시간을 거스르지 못할것도 없엇지만 그랬다간 자신들의 차원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았다. 심할경우 차원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어쩔 수 없네요. 언니들 도와주실거죠?"
도키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세의 3여신이자 3명의 초신 와슈, 츠나미, 도키미는 자신들의 본모습으로 돌아갔다. 간만에 느껴지는 엄청나기 그지없는 신격에 아수라와 살라딘은 일순간 전율했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지난 3년간 그녀들의 기운에 익숙해진 것이 도움이 된 순간이었다.
"간만이네요. 와슈씨와 사사미, 그리고 도키미씨가 본 모습을 드러낸건."
"정확히는 4년만이지. 그리고 이것도 본신을 드러낸건 아니지만 말이야."
만약 본신을 드러냈다면 이 차원 자체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으리라. 그만큼 그녀들은 초월적인 존재였다. 자신의 본신의 힘을 수천, 수만배 가량 억누른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힘은 이 세계를 가볍게 지우고 다시 만들 수 있을 만큼, 또한 인과조차도 마음대로 바꿔버릴 만큼 엄청났다.
[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뭐 제트 사건이후 향후 수만년간은 이 모습이 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뭐, 살라딘씨를 위해서니 조금만 참죠.]
츠나미, 와슈, 도키미는 각각 그렇게 말하며 살라딘과 아수라를 내려다보았다.
"애초에 신격이 무지막지하다는건 알고 있었지만서도... 어정도였을 줄이야. 이래서야 내가느낀 신격은 발치에도 못미치는거 아냐?"
[그 이전에 완전 봉인된 상태의 우리의 신격을 엿본것만해도 엄청난거지만요.]
[일종의 육감이려나? 혹시 세븐 센시즈라던가..]
"그나저나 현현한 이유는?"
아수라의 물음에 츠나미가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들이 원하는 시간대로 돌려보내드리기 위해서랍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너희들도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
"모두들..."
[뭐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가 데려다주면 되지만...]
[그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 패스-]
[그럼 그 차원간의 시간변동성을...]
[그것도 패스. 차원운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은 큰 영향을 주지않더라도 대차원상 시간에서 수억년이 지난 후 어떤 결과가 생기게 될지...]
[흐음]
[거듭 말하지만 도키미,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 어차피 네가 바라는 초고위차원존재는 수십만년 후 텐치씨가 정식적으로 각성하면서 이뤄지게 되니까 말이야.]
[아하하...]
뭔가 찔린 것일까? 도키미는 와슈에게서 부터 눈을 피한채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그럼 남은 방법은?]
[그걸 하는거지]
"그거라니 대체..."
살라딘의 질문에 와슈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비~밀!]
"뭐.. 뭐지?!"
와슈가 손가락을 튕기기 무섭게 반투명한 막이 구형태로 나타나 아수라와 살라딘을 휘감았다. 시간이 정지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때문인지 살라딘들은 당황하던 모습 그대로 멈춰진 상태였다.
[자 도키미 간다!]
[오세요 언니!!]
와슈는 살라딘들이 든 구체를 집어들며 힘껏 와이드 업을 행했다. 그리고 도키미는 어느새 만들어 낸 전용 야구배트를 가볍게 휘두르며 홈런 예고를 날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전략하고... 여신님 캐논볼 어택!!!]
[여신님 홈런!!!!!!!!!]
와슈가 엄청난 강속구를 던지기 무섭게 도키미가 그 강속구를 아주 강하게 쳐버렸다. 그리고 그 강속구는 츠나미가 몰래 열어둔 공간의 틈새로 날아가 버렸다.
그것을 본 텐치들은 식은 땀을 흘리며 와슈들을 향해 물었다.
"그... 그걸로 된거야?!"
[물론~]
"전혀 괜찮지 않아보인다만..."
[모든건 신의 뜻대로.]
"그 신이 댁들이잖아!!!!"
[문제없음~ 문제없음~]
"문제 지대해보입니다만..."
오늘도 요란스럽지만 평화로은 마사키가였다. 물론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텐치네 일가가 단체로 아르케에 와 문제가 된 일이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으음..."
왠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살라딘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흑단의 머리칼을 지닌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여인의 이름은 엠블라 폰 프라이오스. 밤을 샌 탓인지 졸고있는 엠블라를 끌어앉았다.
"앗?!"
갑작스럽게 살라딘이 끌어앉은 탓일까? 엠블라는 깜짝 놀라며 졸음에서 깨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살라딘을 향해 외쳤다.
"뭐하는 거에요 당신!"
"엠블라... 그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하오."
"잠깐 무슨 말을...?"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 만큼은 알 수 있소. 이전까지는 세라자드와 겹쳐보았지만 지금은 당신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걸. 하지만 아직 세라자드를 좀 더 좋아하오. 그러니까 기다려주지 않겠소? 그녀가 되살아나 그녀에게서 답을 얻을때까지..."
"아아아..."
살라딘의 말에 붉은 홍시가 된 엠블라는 이내 증기를 뿜더니 살라딘의 정수리를 향해 수도를 날렸다.
빡-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침대에 널부르전 살라딘을 보며 엠블라는 얼굴을 붉힌채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살라딘을 향해 외쳤다.
"아침부터 왠 뜬금없는 소리야!!"
엠블라는 그렇게 말하며 살라딘의 목을 조르며 이런저런 말들을 내뱉었다. 그 장면을 밖에 있는 두 여성이 홍차를 마시며 조용히 구경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깨가 쏟아지는 두사람이로구만."
"살라딘 녀석, 드디어 덧씌어진건가?"
"지금까진 최대한 역사대로 진행되도록 했지만. 이 이상은 필요 없겠지?"
"확실히. 더 이상 퉁 파오 그 돼지 녀석 비위 맞추긴 싫고 말이야..."
"아슈레이 녀석은 확실히 아군으로 포섭했지?"
"아직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야."
"슬슬 달려보자고. 해피엔딩을 위해서 말이야."
두 여인은 아직까지도 사랑싸움중인 살라딘과 엠블라를 보며 말했다. 여인의 이름은 얀 지슈카와 아수라. 일찍이 마사키가에서 살라딘과 함께 지내던 두 여인은 지금의 행복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살라딘은 마에라드로서의 힘을 발휘해 아르케를 구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이야기. 하지만 이렇게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