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l End 「코메이지 사토리」
선대무녀가 죽고 한 달이 지났다.
계절은 조금씩 변하며, 달은 모습을 바꾸고, 시간은 흐른다.
하늘이나 대지 또한 변함없이 모습을 간직하며.
강은 흐르고 바람은 불며, 해는 뜨고 지기를 반복한다.
사람은 매일을 급박하게 살아가며, 요괴는 시간의 흐름에 느긋이 몸을 누인다.
세상은 그야말로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직도, 선대무녀의 영혼이 피안 저편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마리사가 하쿠레이 신사의 뜰에 착지해, 이런 느긋한 아침 시간대엔 툇마루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을 레이무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보니, 역시 그곳에는 예상대로 졸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여어, 오늘도 느긋해 보이네」
빈정거리며 심술궂은 웃는 표정을 지은 마리사는 레이무에게 다가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일부러 밝게 행동하지 않으면 이렇게 그녀를 대할 수 없었다.
레이무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활발한 녀석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어머니를 잃고 난 뒤로는 더 조용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슬픔에 잠겨 무기력해진 건 아니다.
그런 성격의 인간은 아닌데다가, 레이무가 그날 명계에서 어머니와 주고받은 최후의 회화가 많은 것을 남겼다는 것을, 마리사는 알고 있다.
침착하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 한마디가 가장 들어맞는다.
다만 그것은,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기보다, 무언가가 결핍되어, 그 무언가를 속에 묻어버리는 것으로 「변화」한 것 같은, 조금 비틀린 성장이었다.
「늦은 봄을 만끽하는 중이야」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고? 이제 봄도 끝날 거야」
「계절이 변하는 건 이변이 아니니 이러고 있어도 문제될 건 없잖아?」
묘하게 느긋한 대답.
역시 약간 태평스러움이 늘어난 것 같은 레이무의 성격에 마리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툇마루에서 보이는 빨랫줄에 걸린 이불을, 조금 전부터 일부러 무시하고 있었다.
이불은 「두 개」말려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한 달, 이구나……」
「…………레이무」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해, 정말로 무심코 말려버린 거야. 역시, 한 달 정도면 자의식은 바뀌어도, 습관까지는 바뀌지 않는 구나」
레이무는 부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정말로 기가 막힌 것 같기 때문에 숨을 하나 토했다.
한 달에 한 번, 이 신사를 방문하던 어머니는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이다.
그 사실에 대해, 그저 멍하니 이불을 바라보는 레이무에게, 마리사는 지울 수 없는 거북함을 묵묵히 맛보고 있었다.
「요, 요즘…… 상태는 좀 어때?」
어떻게든 뭔가 말을 꺼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싸맨 마리사는, 결국 그런 바보 같은 질문 밖에 할 수 없었다.
레이무는 그 말에 약간 장난이라도 쳐볼까하고 생각했지만, 친구의 서투른 걱정을 배려해 조금 생각한 뒤 대답했다.
「좋아. 능력 면으로는 명계에 가기 전보다 향상하고 있는 것 같던데?
탄막놀이에서는, 왠지 전보다 더 감이 선명하고. 왜 저번에 오니가 솜씨 시험이라면서 덤볐을 때. 너도 봤잖아」
「응…… 대단했지」
마리사는 그때 일을 떠올리며 칭찬하면서도, 말 뒤에 감춰진 공포를 마음속에 숨겼다.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오니」라 자칭하는 소녀가 하쿠레이 신사를 방문하여 승부를 요청했다.
어떤 인연이나 인과가 있었던 걸까. 그 오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정정당당한 승부를 박력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신청하고, 레이무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수락했다.
결과는, 사투 끝에 레이무의 승리로 끝났다.
초반엔 평범한 탄막놀이로 시작됐지만, 후반부터 서로 살기를 마구 흩뿌려대는 굉장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오니는 터무니없는 힘의 소유자였다.
저만한 실력을 가진 요괴는 마리사의 기억에도 없다. 그 레밀리아나 란조차, 저 오니에게는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인 레이무는 적을 쓰러뜨렸다.
만신창이로, 죽을힘을 쥐어짜며 고통이나 필사적인 감정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는 레이무의 옆모습에, 마리사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전에도, 레이무에게 이런 감정을 품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다른 감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철처럼 굳어진 레이무의 얼굴을 정면에서 마주보며, 너덜너덜하게 된 오니 소녀는 생긋 웃었다.
──훌륭한 오니 퇴치다. 자, 오니의 목을 가져갈 차례다.
오니는, 웃으며 자신을 죽이라 말했다.
하지만 흥미 없다며 거절하는 레이무에게, 오니의 말이 격해진다.
──그걸로 어머니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겠어? 네 어머니도, 오니를 퇴치하기는 했어도, 마지막 마무리를 하기 직전에 그만뒀어.
레이무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눈만으로 격정을 드러낸다.
어머니를 잃은 이래, 마리사가 처음 보는 레이무의 분명한 감정의 표출이었다.
──유감은 있다만, 너와의 싸움은 그보다 더한 의미가 있었다. 자, 해라! 하쿠레이의 무녀!
그 오니가 어떻게 레이무의 어머니를 알았고,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어떤 대답을 얻었는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듣지 못한 채, 레이무는 엄숙하게 오니의 목을 벴다.
두 개의 긴 뿔을 가진 그 오니의 목은, 지금도 하쿠레이 신사 안쪽에 봉인되어 있다.
마리사는 그날, 확신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바뀌었다.
어머니를 잃은 것을 계기로 크게 성장하여, 더욱 강대한 힘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만약 그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이 성장을 기뻐했을까?
그런 전제조차 성립하지 않는 의문이, 마리사의 마음속에 줄곧 남아 있다.
「그때부터, 한 달…인가…」
무심코 중얼거린다.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건의 계기가 된 그날── 명계의 이변을 해결하고, 선대의 영혼과 함께 마을에 돌아왔을 때의 일을.
그 영혼을 육체에 되돌리려다, 원인 불명의 실패가 일어난 것을.
「마을 말인데, 조금 안정됐어. 아직 그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는 녀석은 실종되서 발견되지 않았다던데. 경영하던 서당은 가게가 서로 돈을 보태서 계속 한다더라」
「아, 그래」
모두가 온갖 방법을 다 써봤으나, 결국 선대무녀는 소생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대로, 죽음에 저항하지도 못한 채 죽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전에 치르노를 만났다고. 탄막놀이가 지독할 정도로 강해졌더라. 전보다 더 요정 같지 않게 됐다고, 그 녀석. 얼마나 강해질 생각이야?」
「헤에」
한탄도 했었다.
슬퍼하고, 후회하며, 저주를 퍼 붓는다── 그러나, 그에 완전히 절망하지 않은 것은, 마음 어딘가에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죽음은, 완전한 끝이 아니다.
적어도, 세계를 이승과 저승. 두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인외의 존재들에는 그런 마지막 희망이 있었다.
──그것도 곧바로 허무하게 사라졌지만.
「홍마관은 변함없더라. 아니, 문지기는 조금 건강하게 됐던가. 플랑도 최근 조금이나마 식사를 하게 됐다고 파츄리가 말했었지. 될 수 있으면 한 번, 레이무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더라. 좋은 자극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뭐, 기분이 내키면 말이지」
죽은 인간의 영혼은, 삼도천을 건너, 염라의 재판을 받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윤회전생 한다.
그러나, 선대무녀의 영혼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역시 원인은 모른다.
선대의 영혼은, 명계에도, 피안의 끝에도 없고, 이 세상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지도 않다.
이름 있는 강력한 대요괴들이 총출동해서, 모든 능력을 구사해 환상향 안을 찾아다녔지만, 누구도 찾아낼 수 없었다.
이윽고, 모두가 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첸이라고 하는 고양이 요괴를 만났다구」
이 사건에 관련된 자,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파악한 자가 각각의 대답을 냈으며, 혹은 아직도 내지 못하고 고민 중이다.
「야쿠모 란의 식이래」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모든 자들이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다.
「야쿠모 유카리는, 최근 쭉 자고만 있다더라」
너무나 큰 상실감에 의해, 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말을 끝맺은 마리사가 그대로 묵묵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레이무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변함없이 묘하게 나긋한 동작으로 힐끔 움직인 눈동자와 마주친다. 그 순간. 마리사는 바로 눈을 돌렸다.
식은땀이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등골이 얼어붙는다.
「흥미없어」
레이무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눈에 비치는 유일하게 거짓 없는 감정은──증오였다.
◆
카자미 유카는 구 지옥 거리를 걷고 있었다.
자신의 다리로 이곳을 걷는 것은, 이걸로 「두 번째」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당연하게도 낯선 지상의 요괴로서 거주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묵묵히 살기를 내뿜고 있던 유카에게 싸움을 건 것은 적당히 실력과 배짱이 있는 요괴들이었다.
앞에 선 몇 마리의 요괴를 바라보고 있자니, 유카의 뇌리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녀석도 이런 느낌으로 싸움이 났던가.
선대무녀가 지저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 그것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쓴웃음을 지은 다음 순간,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이, 녀석과 나눈 최후의 대화였다.
그것을 이해한 순간, 느껴지던 그리움은 날아가 버리고, 분노와 초조함이 마음을 좀먹으며 모든 존재를 향한 파괴충동이 순식간에 몸을 잠식했다.
괴성을 외치며 갑작스레 분위기가 변한 유카를 보고 겁을 집어먹은 눈앞의 요괴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학살했다.
가슴을 찢는 것 같은 괴로움이, 유카를 광기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현재. 유카는 다시 이곳에 왔다.
지상에서 쫓겨날 정도로 두려움 받았던 요괴들의 거리를, 더욱 커다란 공포로 억누른 유카의 재래에, 길은 그녀를 피하듯이 매우 조용했다.
모두가 집안이나 포장마차의 그늘, 골목길 안으로 도망친다.
유카는 길의 중앙을 묵묵히 걷고 있었다.
걸으면서, 문득 시야의 한쪽 구석에서 낯익은 모습을 보았다.
저건…… 분명, 마을의 반인반수 아닌가?
확신하지 못한 이유는 유카가 그 요괴에게 거의 흥미를 갖지 않은 탓도 있지만, 길 한구석에서 잔뜩 헤진 옷을 입고 지친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기억속의 그녀와 전혀 일치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만약, 그 거지 같은 몰골을 한 자가 진짜로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본인이라면, 너무나도 변해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이런 곳에?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저에 떨어진 것인가──.
그러나, 유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진위를 확인하려고도 않은 채, 그저 발 가는 대로 몸을 맡기며 그녀에 대한 것을 잊었다.
어찌됐든 상관없다.
선대무녀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린 그날부터, 유카에게 있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어찌되든 좋은 것들이 돼버리고 말았다.
「──또, 온 거냐. 꽤 빠른걸」
옛 지옥 거리의 끝자락. 유카가 찾고 있던 요괴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서있었다.
그 정체는 호시구마 유우기.
손에는 잔이 들려 있지 않다.
「또 승부하러 온 거냐?」
지저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으로 두 번째인 유카에게, 유우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내가 너를 패서 지상으로 돌려보내고 나서 아직 3일도 지나지 않았어. 도박은 환영이다만,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닌가?」
적의와 살의를 지저에 도배될 정도로 뿜어내는 유카는, 말없이 유우기를 노려보고 있다.
「전에 입었던 부상, 아직 전부 나은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만」
유우기는 미소를 거두고, 굳은 시선으로 유카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적하듯이 움직인 시선 끝에는, 유우기와의 싸움에서 잃은 유카의 오른쪽 눈과 왼팔이 있었다.
목에는 피가 배인 붕대가 난폭하게 감겨져 있다. 뜯긴 숨통이 거의 재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카는 생각대로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꾸짖는 것 같은 유우기의 시선에, 유카는 변함없는 전의를 뿜어내며 답했다.
「……물러날 생각은 없다는 건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유카는 대답했다.
한 걸음, 나아간다.
「그런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나를 쓰러뜨리는 게, 선대를 뛰어넘었다는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유카의 얼굴이 끔찍하게 비뚤어졌다.
유우기의 말에 화내고, 초조해하며── 그리고 어딘가 포기와 절망이 숨어있는 것 같은, 고뇌하는 것처럼 보이는 표정이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녀는 마구 아우성쳤을지도 모른다.
의미도 없이, 그저 자신의 안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전부 토해내듯이.
「나는 너를 놔두고 「결판을 낸」입장이다. 무시할 수는 없지」
유카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유우기의 눈으로 비쳐지는, 자신을 향한 충고와 연민이, 모두 얕보는 걸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멈출 수 없다.
멈추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뇌리에, 골목길에서 본 케이네 같은 요괴의 말로가 스쳐지나간다.
「그 괴로움, 멈춰주마」
맞서 싸우는 유우기에게, 유카는 뭉개진 성대를 울리며 미친 듯이 괴성을 내질렀다.
◆
이미 말로는 들리지 않는 절규와도 같은 마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토리는 서류에서 얼굴을 뗐다.
이 목소리는 낯이 익다. 먼 옛 지옥에서, 본래라면 닿을 리가 없는 지령전까지 닿을 정도로 커다란 마음의 절규다.
「확실히, 카자미 유카……였나요」
살짝 중얼거린 목소리에는 약간의 연민만이 있을 뿐, 큰 흥미는 품지 않는다.
그 요괴 또한, 선대무녀의 죽음에 마음을 붙잡혀 괴로워하고 있다.
선대의 죽음을 계기로, 사토리는 그 무녀와 관계를 맺은 몇 명의 인간이나 요괴들과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마음속에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이상 일을 할 생각도 사라져버린 사토리는 펜을 놓더니 꼼꼼하게 책상 위를 정리하고는, 사무실로 사용하는 방에서 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때때로 느껴지는 진동이나 애완동물들이 벌벌 떠는 이유는, 옛 지옥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투 탓일까.
강력한 요괴가 서로 싸우면 이렇게 된다. 거기에 비장감이나 비참함 같은 것이 더해지면, 그 영향도 강해지는 걸까.
가는 도중 부엌에 들러 차와 과자를 일인분만 준비하고, 그것을 들어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안에 들어가, 만일을 위해 열쇠를 잠근다.
이 안은, 사적인 휴식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사토리는, 무심코 최근 새로 들인 두 개째의 침대에 다가가, 옆에 있던 책상에 쟁반을 내려뒀다.
침대 옆에는 쉬기 위한 안락의자가 놓여 있다. 그 위에 앉는다.
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 한숨 내뱉으니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 침대에 누운 인물을 내려다본다.
죽은 것처럼 자는── 아니, 「어느 의미」정말로 죽어 있는 선대무녀의 시체가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부패 하지는 않았다. 겨울의 요괴의 힘으로 육체를 동결시켜놨으니까.
그 이변에서 이런 처치가 행해진 채 결국 해제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선대무녀는 그날 이래 눈을 뜨지 않는다.
그날, 그녀는 죽은 것이다.
「──눈이 뜨였나요? 라는 것도 왠지 이상한 표현이네요」
말하지 않는 선대의 시체에 사토리는 미소 지었다.
당연히 대답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토리는 미친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 말에 의한 대화의 성립은 큰 의미가 없으니까.
「예, 좋은 아침이에요. 선대」
성립되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사토리는 매우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그 제3의 눈에는, 선대가 눈을 떴다는 대답이 제대로 비치고 있었으니까.
◇
눈을 뜨고 처음 보는 게 사토리의 미소라니……좋은데?
뭐, 사토리의 말대로 이 「눈이 뜨인다」라는 표현도 이상한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지.
나 지금. 정말로 죽은 상태고.
「변함없이 사고가 시끄럽네요. 죽은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전혀 변화가 없어요」
우왓,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고!?
뭔가 싫다, 지금 상태에서는 왠지 모르게 감각이 이상하다. 애매한 상태여서 그런 걸까, 시간 감각이 분명히 생전보다 이상해졌다.
사토리에게 듣고 다시 생각해보자니, 확실히 한 달 정도 지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반대로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옛 추억을 떠올리면, 몇 년 전에 일도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착각해버리기도 하듯이, 내 인식이 어딘가 어긋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아─, 이렇게 된지도 꽤 됐지만, 여전히 어떤 상태인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 근래 이렇게 당신과 대화를 하며 마음을 읽고 있었습니다만, 말투도 변하지 않았고,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생명활동이 정지한 당신의 육체가 눈앞에 없었다면, 죽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사토리가 모를 정도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내 상태를 알고 있는 자가 사토리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사토리를 제외한 다른 인물과 상담을 할 수도 없으니까.
최근, 이런 상태가 된 후로 무료함을 해소하기 위해 옛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거나 한다.
그렇게, 그날── 원작에서 「춘설이변」이라 불리는 이변을 레이무가 해결한 날, 나는 죽었다.
……란다.
솔직히, 그때의 기억이 애매해서 확실히 기억나지가 않는다.
레이무와 명계에서 재회한 뒤, 부모와 자식의 정을 비온 뒤의 땅처럼 딱딱하게 굳힌 후에 지상으로 돌아가서, 그리고 유카리와 레이무에게 다시 소생할 수 있다고 듣고, 그 후에 작업이 시작되서──.
눈을 떠보니, 나는 이런 상태였다.
의식은 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에, 그나마 깨어있는 의식도 육체의 감각이 죽어 있는 탓일까, 묘하게 애매한 느낌이 든다.
처음엔 말도 나오지 않는데다가 눈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주변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대로 누구도 나를 눈치채지 못하는 엉망진창인 상황에 잠시 초조해하다가, 사토리를 만나 간신히 지금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토리에 설명을 들은 나는 내가 진짜로 죽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뭐, 그 말에 충격은 받았지만, 솔직히 죽었다는 것에 대한 감상은 명계에서 지낼 때 끝마쳤으므로, 임팩트는 별로였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사토리도 풀어내지 못한 수많은 수수께끼다.
우선, 유카리의 능력을 이용해서 치러졌음이 분명한 소생 의식이 실패한 원인. 그것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납득 가지 않는다.
유카리의 실력을 아는 내 생각으로는, 단순한 미스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이미 단서를 찾을 수도 없고 전문분야가 아닌 이야기이므로,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있다면, 지금 내 상태도 수수께끼구나.
죽었다면 죽은 대로, 환상향에는 명계도 삼도천도 있는데다가, 염라도 있으니 영혼이라든가 그런 게 그쪽으로 갈 텐데.
이건, 옛 지옥을 관리하며 사망자의 영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토리가 보기에도 이상한 상태란다.
죽은 후에도 영혼이 시체에 머물고 있는 상태. 그리고, 역시 원인 불명.
덧붙여서, 내가 여기 지령전에 있는 이유는, 영혼이 옛 지옥으로 온 것이 아니라, 단지 시체가 이곳에 물리적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 영혼은 완전히 육체와 세트인 것 같아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이동도 할 수 없다.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불편하지만,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일까, 이상하게 생전과 사후의 차이에 고통이나 불만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의사소통도 할 수 있는 사토리에게 옮겨져서 어느 정도 불편이 해소된 것도 이유이려나.
사토리가 마음을 읽어주지 않으면 의사소통조차 못하는걸.
그야 그 누구와도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이 시체에 들어간 상태에서 의식만 남아있게 된다면, 고독해서 발광할지도 모른다. 무셔, 상상한 것만으로 무섭다.
이야, 정말로 사토리에게는 감사한다니까.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솔직히, 이정도 밖에 해드릴 수 없어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요」
역시, 사토리.
오오, 마음의 친구여∼!
「으응~……그렇군요, 지금의 당신이라면 불필요한 말썽도 일으키지 못할 테니, 친구로 인정해드리죠」
너무해! 즉 생전에는 친구라고 부르기에 주저할만한 요소가 있었다는 거구나…….
「지금이니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만, 당신 자신은 그렇다 쳐도 당신의 친구들 쪽이 너무 귀찮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친구 중에 거물이 너무 많아요. 좀 더 절도를 갖추세요」
확실히 유카리라든가 대단한 요괴뿐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사토리라도 만만치 않는 거물이라고 생각해? 기죽을 필요 없어.
「용케 그런 말이 나오는 군요……」
그러고 보니, 친구라 하니 생각난 건데, 다른 애들은 지금 어떤 느낌?
자각은 없지만, 벌써 한 달이나 지났잖아.
지저에서 지상의 정보는 구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뭔가 알고 있다면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신경이 쓰여서.
레이무. 제대로 밥 먹고 있을까?
아니, 이 생각은 이제 됐나. 명계에서 나눈 대화로, 레이무의 성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이렇게 보니, 나는 딱히 생전에 대한 감정 같은 건 없구나.
「카자미 유카에 대한 건 어떤가요? 그 요괴는 당신과의 대결에 상당히 집착했었습니다만」
! 이, 잊고 있었다─!
대결은커녕, 제대로 이별의 인사도 안했어!
위험해, 유카한테 살해당할 거야…….
「이미 죽어 있지만 말이죠.
사실 이제까지 잠차고 있었습니다만, 3일 정도 전에 지저로 들어오는 입구의 결계를 찢고 이쪽으로 왔었습니다. 호시구마 유우기에게 격퇴됐습니다만, 오늘 복수전을 치르러 온 것 같네요」
정말임까!?
에…… 혹시, 나를 쫓아온 거야?
「글쎄요,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당신의 시체가 지령전에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것 같네요. 지금은, 유우기 씨와 싸우는 것이 목적 같습니다만」
그, 그런가……나와 싸우지 못한 울분을 유우기에게 풀고 있는 건가?
미안해, 유우기. 움직일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땅에 머리박고 빌러 가고 싶다.
일단, 유카가 건강해서 안심이다.
「그리고, 당신의 딸 말입니다만,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절호조네요. 풍문으로 듣자니 지상으로 올라간 오니 이부키 스이카를 혼자서 퇴치했다고 합니다」
오, 그건 원작 대로인가─.
그런데, 내 자신이 오니을 상대로 싸워 봤으니 잘 알지만, 용케 이길 수 있었구나 레이무. 역시 나의 딸이다.
뭐, 그래도 나처럼 정면에서 진검승부 같은 짓으로 승부를 낸 건 아니겠지만.
그럼, 지금 하쿠레이 신사에는 스이카가 있는 거구나.
「……예, 그렇네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좋겠다.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었어.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봤자 어쩔 수 없나.
나는 이제 옆에 있을 수 없지만, 레이무는 순조롭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우리 딸이다.
그러고 보니, 케이네는 지금 어쩌고 있으려나─.
나의 소생이 실패했을 때, 바로 의식 자체는 돌아와서 주변의 상황을 확인할 때도 상당히 소란스러웠지만, 케이네는 그중에서도 꽤 심상치 않게 폭주하고 있었다.
사토리를 만나기 전까진 내 주위의 상태를 보고만 있었던 데다가 그나마도 단편적으로 밖에 보지 못했지만, 뭐라고 할까 항상 필사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역시, 내 시체를 발견한데 더해, 진짜로 사망해버린 충격적인 장면을 연속해서 봐버린 탓일까.
「……그녀는 지금 마을을 나왔다고 하더군요. 카자미 유카처럼, 이 지저에 와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 만날 수 있다면 기쁠 텐데. 대화는 못하지만.
그렇다면, 제일 신경 쓰이는──.
「야쿠모 유카리에 관해선」
그때까지 한 템포 말이 늦던 사토리가 갑자기 즉답하여, 나는 무심코 놀라버렸다.
「저도 모릅니다」
사토리는 단언했다.
◆
야쿠모 유카리는 다급해하고 있었다.
선대가 눈을 뜨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녀의 심장은 아직도 맥동하지 않으며, 호흡도 하지 않고, 육체는 완전히 생명 활동을 정지하고 있다.
죽어 있다.
그러니까, 눈을 뜨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유카리는 그 현실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녀가 이대로 죽을 리가 없다.
소생한다.
적어도, 그렇게 될 예정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서 영혼을 빼내어, 일시적으로 가사 상태로 만든 것은 자신이니까.
그 영혼을 명계까지 데려가, 망령으로 만든 것은 자신이니까.
그리고, 그 자신이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린다고 결정했으니까.
그러니까, 돌아올 것이다.
그녀의 영혼은 육체로 돌아와, 다시 숨을 쉬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유카리의 마음속은 의심과 초조로 넘칠 만큼 가득 차있었다.
무덤덤하게 보이도록 꾸민 표정에 한계가 온다.
눈이 붉게 충혈되고, 뺨은 굳어지며, 식은땀이 솟아오른다.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선대는 눈을 뜨지 않는다.
영혼을 육체로 되돌려보내는 것 까진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후엔 눈을 뜨기만 하면 됐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눈을 뜨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멈춰 있다.
어디에서 멈춘 건지 알 수 없다.
이유마저 모른다.
유카리는 물론, 이 일에 협력한 다른 자들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선대가 눈을 뜨지 못한 채, 시간과 해결책만이 점점 사라져 간다.
하루가 지날 쯤엔 유카리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선대가 이렇게 죽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그것이 「죽음」이라는 물감으로 현실에 진하게 칠해져 닦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미, 일각의 유예도 없다.
그 「유예」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유카리의 이성은 초조함에 점점 침식당하고 있었다.
계책이란 계책을 전부 써도 진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유카리는, 사토리에게 부탁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경계 조작을 포함한 모든 능력으로 시도해봤으나, 선대의 영혼을 인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토리의 제3의 눈이라면, 자신들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괴의 현자라 불리는 야쿠모 유카리로서는 너무나도 불확정한 요소에 의지하는── 그야말로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대의 시체를 지령전에 옮겨서, 사토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 뒤로는 그녀의 부탁에 따라, 둘만 남겨둔다.
예상 외로 긴 시간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사토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방에서 나왔다.
날뛰고 싶은 기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유카리는 질문했다.
「그래서, 어때?」
「당신의 예상대로군요. 선대의 영혼은 시체에 머물고 있습니다. 의식도 있어요, 조금 전까지 가벼운 잡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토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기대와 불안감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유카리에게, 그 간단명료한 대답은 너무나도 기막히기 그지없었다.
기쁨도 감동도 없이, 그저 멍하니 사토리의 단순명쾌한 말을 몇 번이고 되새긴다.
「……사실이야?」
「예, 평범하게 마음이 읽혔습니다만」
「내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가요」
사토리는 흥미 없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 자연스러운 태도에, 유카리는 당혹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온갖 방법을 써봤을 텐데.
능력을 한계까지 사용해서, 그럼에도 선대의 영혼을 감지할 수 없었다.
그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영혼을 찾아낼 수 없는 것뿐이다. 그 영혼은 아직 육체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 답을 바란 것은 어떠한 힌트가 있었음이 아니라, 희망적인 기대와 그런 것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믿을 수 없었다.
「정말로, 선대의 마음을 읽은 거야?」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유카리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사토리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눈을 반 정도 감은 자신의 두 눈과 제3의 눈을 모두 유카리를 향한 채 가만히 보고만 있다.
교섭에 관련해 여러 상대와 대치해본 유카리이었지만, 이때 처음으로 긴장했을 정도의 박력이 있다.
「……믿을 수 없나요?」
사토리는 조용히 되물었다.
「당신씩이나 되는 대요괴조차, 선대의 영혼을 감지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영혼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저의 말뿐. 별 볼일 없는 요괴 한 마리의, 진위도 뭣도 없는 얄팍한 거짓말, 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까요. ──당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어지럽게 움직이던 유카리의 사고가, 얼어붙듯이 정지했다.
「조금 전 선대와 나눈 대화의 내용을 숨기지 않고 말하죠, 간신히 말이 통하는 상대가 나타나서 다행이라는 감정을 드러내며 농담을 했어요, 이런 꼴이지만 오랜만에 저와 만나서 기뻤다며, 유카리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전달해 달라든가, 만약 괜찮다면 저를 중개로 두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든가── 뭐, 그런 느낌으로 태평하게 이야기 했었습니다」
「……무슨, 말이야?」
「아아, 지금 가드가 약간이지만 풀렸네요. 동요한 건가요? 마음이 읽혀요.
흠흠, 무슨 바보 같은 말을, 인가요. 뭐, 그렇네요. 당신이 생각한 것과, 선대의 반응이 너무 다르니까.
당연히, 매도당할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죠. 원래는, 선대가 무사히 소생한 뒤 처단을 받아들일 생각이었군요.
거기다, 사태가 이렇게 되서 자신은 선대와의 사이에 메꾸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골짜기를 만들어 버렸다며 두려워하는 건가요. 그러니까, 선대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고, 제 이야기도 거짓말, 이라는 거군요.
그러나, 한편으로 제 이야기를 믿고 싶다는 감정도 있네요. 아아, 그런가요. 그건 그저 일이 좋게 풀리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라며 자신에게 경고하고 있는 거군요. 뭐랄까, 사고가 상당히 쓸데없이 돌고 있네요.
당신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겁니다.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확실히 위화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선대는 당신 생각만큼 심각한 성격이 아닙니다. 의외로 가벼운 인물이라구요. 그러니 그렇게 진지하게 파고들지 말아주세요」
사토리는 가벼운 어조로 말했지만, 유카리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사토리가 말하는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녀의 말대로 모두 자신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로 정리되는 걸까.
그러나, 믿을 수는 없다.
그렇게까지 단순하게 일이 풀릴 리가 없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애당초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유카리는 완전히 의심암귀에 빠져 있었다.
「……말해」
「네?」
「사실대로 말해!」
「……아니, 조금 전부터 진실 외에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나는 딱히, 당신이 믿어 줬으면 하진 않습니다만, 일부러 의심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말했었죠「제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은 믿지 않을 거다」라고」
사토리는 평소와 다름없는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에 마주한 유카리의 가면은 끔찍하게 붕괴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고뇌로 비뚤어진 표정이 얼굴 위로 떠오른다.
그 눈동자에는 공포가 가득 차있었다.
사토리의 말대로,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한 유카리는 이미 말로는 그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돼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사토리의 말 외에 선대에 관한 진실을 알 방법이 없다.
사토리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좋다.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사토리의 이야기가 모두 거짓말이라면 좋다. 하지만, 그 결과로 따라올 최악의 현실 따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이를 꽉 깨문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유카리는 심각한 구토기를 느끼며 입가를 눌렀다.
「──당신은, 자신이 선대를 죽인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사토리의 목소리에는 딱히 이렇다 할만한 감정은 담겨있지 않았다.
처음 보는 요괴의 현자의 나약한 모습을 놀리려는 악의 따윈 없었으며, 구하려하는 자비 또한 없다.
그저, 타인으로서 약간의 연민만을 품고 있었다.
「죄를 범한 자에게 처벌 받는 것을 두렵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책심도 강하죠.
그러니까, 당신은 어느 쪽의 현실이든 선택할 수 없는 거군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고, 들이닥친다면 받아들일 각오는 하고 있지만, 스스로 선택하려니 사정이 좋은 쪽에 기대 버릴 것 같아서, 제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거에요」
드디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유카리를 내려다보며, 사토리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제 말은 바뀌지 않아요」
유카리는 그것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경계하면서도, 매달리듯이 사토리를 올려다봤다.
「선대는, 당신을 용서했습니다. 믿든 믿지 않든 맘대로 하세요」
유카리는 도망갔다.
◆
사토리는 유카리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아주 조금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주 조금, 이다.
그때 한 대화는 정말로 악의도 선의도 없는, 사무적인 말이었다.
자신은 선대의 말을 그대로 들려줬고,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든 유카리의 자유다.
뭐, 선대의 외면과 내면에 갭이 상당하다는 건 자신 밖에 모르는 사실이고, 그 이해의 차이가 필요 없는 의심을 낳은 원인이다.
그 강대한 야쿠모 유카리의 겁먹은 표정을 떠올려보니 안됐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힘내서 설득할 만큼 친밀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따금, 린을 지상에 보내서 선대가 신경 쓰고 있는 것에 관한 정보를 구해오지만, 사토리는 그 정보를 왜곡하여 선대에게 말해왔다.
야쿠모 유카리는 마을은커녕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게 되어, 요괴조차 목격하지 못하고 있단다.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는 걸까? 혹은 어딘가로 떠난 건가?
사토리가 모르는 사실을 선대에게 말해봤자 쓸데없는 걱정을 시킬 뿐이므로, 자신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퇴치된 이부키 스아카의 목만이 하쿠레이 신사에 있다는 것도, 카자미 유카가 유우기와 거의 살인에 가까운 결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로 보이는 요괴가 옛 지옥의 골목길에서 방황하고 있었다든가-자세하게 말하지 않았을 뿐,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사토리 나름의, 부자유스러운 친구를 위한 약간의 배려였다.
다른 타인은 어찌돼든 상관없지만, 친구라면 조금 쯤은 배려한다.
「당신의 상태에 관해, 수수께끼는 많습니다만……」
사토리는 지금 선대가 처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억측은 하고 있다.
선대의 사정에 대해 모르는 유카리에겐 착상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인간은 한 번 윤회전생을 했다. 그것도,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이세계로부터 전생이라는 특이한 윤회전생을.
아마, 그것이 이 사건의 원인일 것이다.
그런 불확정 요소가 잔뜩 숨어있는 선대의 영혼을 뽑아내서,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면, 그야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떼어낸 육체와 영혼을 다시 합쳤을 때, 어떠한 이유로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 그런 막연한 이미지만이 떠오르는 억측을 사토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 억측을 어떻게 증명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대답을 서두를 필요도 없다.
「뭐, 느긋하게 해결하도록 하죠. 아무도 급해하지 않으니까요」
자기 자신과 누워있는 선대에게 타이르듯이, 담담하게 중얼거린다.
서두를 필요성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선대 자신에게 초조함은 없고, 자기 자신도 초조해할 이유가 없다.
「시간은 충분히 있습니다. 현 상황에 무언가 변화를 줄 계기도, 앞으로 많이 일어날 것 같지 않나요? 그러니까, 이 다음은 「동방영야초」였나요. ……호오, 이 이변에도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 같네요」
딱히 신경도 안 쓰이는 수많은 걱정거리를 머릿속에서 내쫒고, 사토리의 흥미는 지금 입에 올린 내용으로 쏠렸다.
선대의 죽음에 한탄하고, 슬퍼하며, 괴로움에 떨며, 아직도 그로부터 빠져 나가지 못한 인요는 많지만, 그것들은 사토리에게 있어 남 일일 뿐이었다.
이곳은 지저의 지령전.
미움 받고 사토리 요괴가 사는 저택.
좋아서 가까이 오는 자는 없다, 앞으로도 반드시 그럴 것이다.
지상과는 다른 시간의 흐름이, 이곳에는 있다.
「자, 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토리는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들으며, 말하지 않는 선대의 시체를 보고 미소 지었다.
【Ending No.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