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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광전사

進撃の狂戦士


원작 |

역자 | DanteSparda

​싸울 각오


 천천히, 엘런의 의식은 깨어나고 있었다.

(나……어떻게 된 거지? 바위를……맞아. 벽의 구멍은 막았나?)

 초점이 잡히시 시작한 눈에 주변의 광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리다. 그리고, 뜨겁다.
 어째서 이런 열기와 증기 속에 자신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주변의 상황보다, 자신의 곁에 서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다.
 미카사와 아르민. 소중한 친구들이다.

 두 명이 무사하다는 것에 무심코 안심했다.
 그리고 다른 또 한 사람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그 병사는 등을 돌린 채, 제대로 정신을 다잡지 못하는 엘런과 그것을 걱정하는 두 명을 대신하여,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가끔 여기저기 지시를 내리고 있다.
 엘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닳아 빠진 망토와 그 등에 새겨진 문장이었다.

(——자유의, 날개)

 조사 병단에 소속됐음을 알리는 문장이었다.
 병사가 고개를 돌린다.

「일어났나?」
「……당신은, 클라리스 한니발……분대장」

 엘런의 중얼거림에 클라리스는 작게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아직도 머릿속이 혼란에 빠져있다.

 작전은 성공한 것 같지만, 그 과정이 애매하다.
 도대체 어느새, 클라리스가 이곳에 나타난 것인지, 엘런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그녀와 함께 싸웠다는 실감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때문일까. 장소에 맞지 않게 감동이 솟구치고 있었다.

 클라리스 한니발. 전설의 병사.
 두려울 정도의 소문을 수도 없이 가진 인물이지만, 엘런은 그 소문들에서 존경과 동경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엘런이 가진 거인을 향한 끝없는 증오와 살의.

 ――거인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제거한다.

 그 신념을 현실로 끌고 와, 극대화한 그녀의 존재야말로, 엘런의 이상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클라리스 한니발이야말로, 인간임에도 거인마저 두려움에 떠는 최고의 병사다.

「아, 저기……!」

 제대로 말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엘런은 어떤 말이든 건네려고 했다.
 그 「어떤」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할 새도 없었지만, 어쨌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흥분으로 들떴던 엘런의 행동을 미카사와 아르민이 막는 것보다 빨리, 다른 병사가 막아섰다.

「한니발 분대장!」

 달려오는 병사의 얼굴을 보고 미카사와 아르민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지어진다.

「이안 반장!」
「무사했구나」
「아아, 너희들! 그쪽이야말로, 무사해서 다행이야!」

 한 때엔 엘런을 지키기 위해 미끼가 되는 것조차 각오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사하게 살아남았음에 셋은 잠시나마 기쁨을 느꼈다.

「……이안이라고 했나. 무슨 일이지?」
「시, 실례했습니다!
 이 일대에 들어선 거인의 소탕이 방금 완료되었습니다. 구내에는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만, 리바이 병장이 인솔하는 부대가 그것을 제거하는 중이며, 머지않아 이곳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이안의 보고에 클라리스는 끄덕이며 답했다.
 어디까지나 냉정하며, 과묵한 태도였다.
 그러나 그 동요 없는 모습이 오히려 믿음직함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왜 그걸 네가 보고하는 거지? 내 부하는 아직 전투중인가?」
​「​그​건​…​…​이​쪽​으​로​」​

 클라리스의 질문에 이안은 말끝을 흐리며 앞장섰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 클라리스의 부하가 누워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가 분대장에게 보고를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는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 병사는, 중상으로, 죽어가고 있었기에.

「방금 거인과의 전투에서……이제, 살릴 수 없다고 합니다」

 이안은 클라리스에게만 작게 말했다.
 엘런 일행에게는 물론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눈에 비치는 광경에, 그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전황은 인간이 우세하다.
 작전이 성공한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는 올랐으며, 싸움은 이미 남은 거인의 잔당을 사냥하는 것만이 남았다.
 정예인 한니발의 분대가 더해진 것으로, 전력도 늘어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희생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예이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증 따윈 어디에도 없다.
 인류는 승리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그러나 눈앞의 병사는 죽는다.
 클라리스는 말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분대장」

 쉰 목소리로, 그 병사가 말했다.

「이겼습니다」
「그래」
「인간이, 이겼습니다. 저도, 거인을 상당히 죽였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네. 하지만, 더 이상 당싱과 함께 할 수 ​없​다​니​…​…​유​감​입​니​다​」​

 소리는 힘을 잃고, 얼굴에는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누가 봐도, 그의 생명이 사라지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서는 구하지 않으마」

 부하의 기특한 말에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클라리스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후회만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마지막을 보내주는 말로서는, 너무나도 상냥하지 못한, 딱딱한 말.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병사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듯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눈을 감앗다.
 마치 잠에 빠진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평화로운 표정으로, 그 병사는 숨을 거두었다.

 ――아니,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

 두 병사의 대화를 지켜보던 엘런은 멍하니 어떤 생각을 했다.
 힘을 전부 짜내고, 싸워온 한 병사가, 겨우 맘 편히 잘 수 있게된 것이다, 라고.
 죽은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엇하나 불안함이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이어질 거인과의 싸움 같은 수많은 염려를, 클라리스가 모두 짊어져 준 것이다.
 분명, 저 병사에게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아, 그런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사 병단에서 제일가는 전력과 용맹함을 자랑하는 광전사의 분대――그 비밀을, 엘런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분명, 죽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들의 죽음을 클라리스가 낭비하지 않을 것이란 걸 믿고 있으니까.

 ――「용서는 구하지 않으마. 하지만, 후회만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녀는 ​「​용​서​해​다​오​」​라​고​도​ 「적어도 편하게 가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 평범한 말로, 죽은 병사의 영혼을 위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모두가,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어)

 엘런의 안에서, 클라리스에 대한 먼 발치에서 느낀 동경이 같은 병사로서의 신뢰로 변했다.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한니발의 분대는 다른 분대보다 더욱 목숨을 걸고 미끼가 되는 전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위험도는 높지만 토벌율도 높다.







「후회만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이 대사를 말했던 신죠 씨는, 자신의 말을 그렇게 의심했다.
 절대적인 자신을 가진 지휘관은 없다.
 있다고 한다면, 그 녀석은 위험하다. 자신의 무능을 의심하지 않는 지휘관은, 부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헛되게 죽이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부하를 가지고, 그들이 내 명령으로 죽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그 희생에 대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해왔었다.
 픽션 속에서 흐르던 신죠 씨의 고뇌를, 지금은 잘 알 수 있다.
 아무리 되풀이해도, 부하의 죽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물며, 그 죽음에 아무 감정도 갖지 않는 것은 무리이며,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신죠 씨의 생각을 따라, 부하의 죽음을 낭비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관의 아래에서 일하다가 맞은 최후의 순간에 그들은 정말로 아무 후회 없이 눈을 감을 수 있는 걸까?
 알 수 없다.

 임종의 말을 전해준 녀석은 몇 명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그저 허울 좋은 꿈만을 보여준 채 눈을 감게 한 것은 아닐까?
 지금 했던 말도 그렇다.

 나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올바르다고 믿고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대장. 한니발 분대장?」

 이름을 불린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아―음, 누구야 이 녀석?
 아, 그래그래 생각났다.
 처음 만났다, 이 녀석.
 그럼, 이름을 「평범」이라고 정해두자.

「왜 그러십니까? 역시, 엘런 예거와의 면회는 ​중​지​하​시​겠​습​니​까​?​」​
「아니, 단순한 잔걱정이다. 그와는 만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산더미 같은 고민에 고뇌하던 나는, 지금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머릿속을 재차 정리했다.
 토로스토 구에서의 격전으로부터 며칠 뒤.
 이미 시가지에 남은 거인의 소탕은 종료됐으며, 일단 사태는 일단락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산처럼 남아 있다.

 거리 자체의 피해는 물론, 수많은 병사가 죽었다.
 싸움터가 됐던 벽의 내부를 담당하는 주둔 병단과 원군으로 온 조사 병단.
 조사 병단은 원래부터 임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자신이 싫다. 죽고 싶다――어쨌든, 병력의 보충이나 부대의 재편성 등등, 해야 할 것은 많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상당히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임무 뒤에 항상 일정기간의 휴가가 주어진다.
 내 분대가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맡는 전투의 가혹함과 그 결과의 소모율을 생각하여 주어진 보급 기간 같은 것이다.

 요컨대, 빡세게 일하고, 편하게 쉰다.
 나를 포함한, 한니발 분대의 병사들에게는 그런 우대가 용납되고 있었다.

 이것은 앨빈의 독자적인 배려였다.
 조사 병단 안에 있는 일개 분대에 너무 특별한 대우를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급료를 올려준다든지.
 앨빈 본인은 「너희가 내주는 성과에 비한다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 보탬이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다른 병사는 둘 째 치더라도 나는 충분히 고맙다.
 라기 보다, 솔직히 내 경우엔 휴식이 그다지 필요 없다.
 체력만은 남아도는 녀석이니—.
 쉬는 동안 해먹을 만한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이건 전생의 지식에서 오는 미묘한 폐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세계, 만화라든가 애니메이션이 같은 오락 요소가 전혀 없는걸.
 한가할 때에 하는 게 있다면, 만화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원작 캐릭터의 평소 생활을 관찰하며 속으로 능글거리는 것 정도.

 이전, 리바이를 관찰하고 있자니 「방해다. 귀찮아」하고 몰인정한 취급을 받았다.
 덧붙여서, 그때 내 심경은 ​「​싫​다​…​…​리​바​이​한​테​ 욕먹었어. 결혼하자」였다.
 원작 캐릭터와의 교류는, 내게 있어서 텔레비전 속의 아이돌과 함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 솔직히 뭘 당하든 용서할 수 있단 느낌.

 그런 나이므로, 이번에도 충동적으로 엘런을 만나러 가기로 한 것이다.
 거인화하여 벽의 구멍을 막은 엘런은 그 뒤에 당연히 구속되어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작전을 성공시킨 공을 생각하면 불합리한 처사이기는 하나, 불명확한 부분 또한 너무 많다.

 이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얌전히 원작대로 국가 기관에서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밖에 없다.
 나도 변호하려고 했지만, 그래봤자 혼자 힘으로는 어쩔 수 없고, 반대로 이야기가 복잡해질 수도 있으니 참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놔둬서는 엘런이 너무 불쌍하다.
 미카사와 아르민도 따로 불려가서 어쩌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뭐, 아마 사정을 알기 위한 심문 정도라면 몰라도 뒤숭숭한 일은 없겠지만.
 원작과 달리, 함께 싸운 이안도 살아남았으니, 도와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여러 모로 생각한 결과, 나는 지금 제일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 엘런을 만나러 가기로 한 것이었다.
 덧붙여서, 왜 이상하지 않느냐면――.

「이 앞에 있는 감옥에 구속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얌전합니다만, 충분히 주의해주십시오」
「바보 같은 질문이군」
「그, 그러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사실은, 휴가를 얻으신 한니발 분대장이 와주셔서, 우리로서도 매우 감사합니다. 녀석이 만약 거인이 되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불안했습니다」

 뭐, 요컨대 원작에서 리바이도 썼었던 「나라면 그 녀석을 죽일 수 있다」라는 이론으로 면회 허가를 받은 것이다.
 만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우선 「흥미가 생겼기 때문에」라는 것으로 했다.
 거인으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의 존재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저, 호기심보다 공포가 앞서, 모두가 만나는 것을 꺼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딱히 의심받지도 않고――오히려 환영 받았다――엘런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나는 불안해하지도 긴장하지도 않았다.
 만화의 정보긴 해도, 엘런 예거라는 캐릭터를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그런 내 태연한 대응을 보고, 다른 녀석들도 조금쯤은 엘런을 향한 태도가 부드럽게 변했으면 좋겠는데.
 나를 데려온 병사도, 그리고 지금, 문을 열고 안에 들어올 때 본 문지기 병사도, 모두 눈이 죽었다고〜♪

「하, 한니발 분대장!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려오는 감시병.
 와줘서 감사하다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엘런이 상처입잖아!

「예……!? 클라리스 한니발, 입니까!?」

 나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 족쇄가 채워진 엘런이 일어서려고 했다.
 차륵차륵 하고 쇠사슬이 큰 소리를 내자, 주위의 병사가 일제히 숨을 삼키는 소리가 잇달아 들렸다.
 ……아니, 모두 너무 겁먹었잖아.

「이봐, 움직이지 마라! 죽여 버린다, 괴물 자식아!」
「아……죄, 죄송합니다」

 별다른 이유 없는 말의 폭력이 엘런을 덮친다!

 ――드립 칠 때가 아닌가.
 완전히 괴물 취급이다. 이래서야 엘런의 마음 속 데미지가 심대하다. 진짜 너무 불쌍하잖아.
 인류의 희망인데다가, 주인공님에게 이런 취급이라니!

 뭐, 그런 걸 딴 사람한테 말해봤자 어쩔 수 없지만.
 사실을 알고 있는 내가 어떻게든 도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의심을 사든, 두려움을 사든, 그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옥의 열쇠는 어딨지?」
「아, 예. 이것입니다」

 내민 열쇠를 말없이 받아든다.
 이럴 때, 내 계급이나 무서운 얼굴이 상대에게 문답무용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위압감을 준다. 얼마 안 되는 좋은 점이다.
 나는 주변에서 말리기도 전에 쇠창살에 다가가, 재빨리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 무슨……!?」

 주변의 병사는 물론, 안에 있던 엘런까지 놀랐지만, 나는 그 틈을 이용해 다음 행동을 끝냈다.
 엘런의 양손에 묶인 족쇄까지 벗긴 뒤,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열쇠를 쇠창살의 틈으로 감시병에게 던져서 건네준다.

 후, 기세에 몸을 맡겨서 저질렀다!
 다음은 모르는 척 하면서 묵묵히 위압적이게 나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뭘 하시는 겁니까, 분대장!?」
「빨리 나와주세요! 아니, 그것보다 빨리 그 괴물에 족쇄를――!」

 아니나 다를까, 감시병들이 몹시 당황하며 외치고 있지만, 하는 것은 그뿐이다.
 여기 있는 감시병들처럼 엘런을 꺼리는 인물들은 대체로 소극적이기에. 쇠창살 안에 들어와 나를 데리고 나가려는 녀석이나, 엘런에게 다가가 족쇄를 다시 매려는 녀석은 없었다.
 그런 감시병들을 무시하며, 나는 엘런이 있는 침대의 구석에 앉았다.

「그……괜찮은, 겁니까?」

 족쇄에서 해방된 양손을 어루만지며, 엘런이 조심스러운 느낌으로 애매하게 질문했다.
 괜찮다……인가.
 위험하네, 여기까지 와서 긴장된다.

 ――왜냐하면, 주인공님과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다고!?
 싫다, 나 설마 코털이라든가 나오지 않았겠지? 그 전에, 얼굴에 바보처럼 큰 상처가 난 여자는 기분 나쁘지 않을까?

「족쇄 말이냐?」
「그것도 있습니다만……」
「네가 거인이 된다면, 그런 건 의미가 없다」

 나는 쇠창살 저편에 있는 병사들에게도 들리도록, 또박또박 말했다.
 구속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해서 예상도 못했을 게 뻔하다.

「거기다, 안에 ​들​어​오​다​니​…​…​제​가​,​ 두렵지 않습니까?」
「가까운 편이 너를 빨리 죽일 수 있다」

 불안감에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소란을 피워도 곤란하기에, 리바이의 말투를 따라하며 안심할 수 있도록 덧붙였다.
 ……그랬더니 이번엔 엘런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침체해버렸다.
 미안. 이제 초S인 리바이 흉내는 내지 않을 테니까.

「거기다, 무엇보다도 너를 믿고 있다」

 당황하며, 나는 한 번 더 말을 덧붙였다.
 사실이라고? 덤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메인이란 말이지!
 엘런이 의심하지 않도록, 나는 똑바로 눈을 마주봤다.
 닿아라 내 마음!

 ――외면당했다. 죽자.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전​투​에​서​의​ 강렬한 인상 덕에, 한니발의 위명은 다른 병단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본인 또한 평소에 눈에 띈다.







 엘런은 무심코 눈을 돌려버렸다.

(얼굴, 보고 있지 않았나?)

 얼굴을 돌린 채, 들키지 않도록 심호흡을 한다.
 서둘러――라고 말하자니 기묘한 표현이지만, 심장의 맥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집중했다.
 아마, 새빨갛게 물들었을 자신의 얼굴을, 눈앞의 여성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기습적이잖아……이 사람, 어떻게 이런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 그것도 똑바로 마주보면서)

 바로 옆에 있는 클라리스의 말투에 대한 감상은, 불평이라기 보단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역시, 역전의 병사라는 사람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까?

 이 감옥에 들어올 때까지, 혹은 들어온 뒤부터 자신에게 향해진 시선은 대부분이 두려움이나 혐오로 물든 것이었다.
 그게 당연하다.
 사람들이 꺼리는 거인――엘런 자신에게 있어서도 모든 악의의 대상인 거인으로 변신하는 인간.
 두려워하며 의심하는 게 당연했다.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요 며칠간의 사건에는 견딜 수 없었다.
 주변의 병사들은 모두가 진심으로 자신을 「괴물」이라고 부른다.
 고독하고, 불안했다.

 그럴 때, 클라리스가 갑자기 나타나 당연하단 듯 그 말을 입에 담았던 것이다.

 ――너를 믿고 있다.

 자기 자신조차, 자신을 믿을 수 없는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은 건, 소꿉친구인 미카사와 아르민 뿐이었다.

 그럼, 이 사람은 뭘까?
 이 사람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수많은 의문과 의념이 떠올랐으나, 다시 생각하자니 역시 부끄럽고――약간 기뻤다.

「……저기」
「뭐지?」
「아, 아뇨……아무것도 아닙, 니다」
「그런가」

 말수가 적은 클라리스의 태도에 엘런도 제대로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채 마치 명상이라도 하는 것 같이 눈을 감고 있는 클라리스의 옆모습을 향해, 엘런이 종종 질문을 건넨다는 흐름이 반복됐다.

 가까이서 보게 된 전설의 병사의 늠름함, 아로새겨진 상처의 처참함, 그리고 그것들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에 엘런은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전투가 되면 변해버린다는 소문이 돌 정도인 광전사 클라리스가 가진 평소의 모습.

 과연, 전장에서 느껴지던 경의로운 모습과는 딴판일 정도로 침착해 보였다. 그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안심감과 여성으로서의 포용력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상황임에도 너무나 확연한 태도였다.

 솔직히 너를 죽일 수 있다, 라고――.
 그런 말을 했으면서도, 그런 상황이 될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무방비한 옆모습이었다.

(근데, 이 사람은 어째서 여길 온 거지?)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지도 않고, 심문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곁에 있다.
 클라리스가 이곳에 온 뒤에 한 것이라고 해봤자, 족쇄를 벗겨내고, 자신과 바깥의 병사들에게 경고를 줬을 뿐이다.
 그 덕분에 엘런의 부담은 상당히 줄었다.
 마치 클라리스가 방패가 되어주는 것처럼, 감옥 바깥의 병사들은 엘런에게 악의 섞인 시선으로 쏘아보지 않고 있다.
 클라리스가 와준 덕분에, 자신이 상당히 편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걱정돼서?)

 엘런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을 그 자리에서 부정했다.

(왜 이리 자의식 과잉이 되는 거야 나는!? 이 사람이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잖아!)

 속으로 자신을 꾸짖으면서도, 작은 기대와 기쁨까지는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니 그래도――그렇게 혼자서 괴로워하는 엘런과 그 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클라리스.
 그 둘의 모습을 감옥 바깥의 병사는 기묘한 것을 보는 눈빛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새로이 두 병사가 이 장소에 찾아왔다.

「——아! 클라리스, 왔었어?」
「한지. 거기다, 미케도 온 건가」

 클라리스와 같은 조사 병단 동료인 한지와 미케였다.

「그렇다고 할까, 멋대로 감옥 안에 들어가 있을 줄이야」
「엘런을 데려가려고 왔을 텐데」
「그 말대로지만……」
「꺼내다오」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이젠 네 행동에 뭐라 하는 것도 질렸어」

 한지는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지만, 곧바로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정식적인 수속을 밟아 엘런이 감옥에서 나갈 수 있게 됐다.

 물론, 엘런을 구속하기 위한 수갑이 다시 차였긴 하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여러 가지 의미로 쉴 틈도 없이 압박당하던 곳에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엘런은 안심했다.
 클라리스를 포함한 몇 명의 병사에게 둘러싸여 그저 끌리는 대로 지하에서 나왔다.

「나는 조사 병단에서 분대장으로 있는 한지 조에」
「아, 한니발 분대장과 같은……?」
「그 녀석이랑 같은 수준이라고 착각해도 곤란하지만 말이지. 그 녀석은 특별하니까.
 그리고 뒤에 있는 그쪽도 같은 분대장인 미케 자카리아스. 그런 식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의 냄새를 맡고는, 코웃음을 치는 버릇이 있어」

 한지의 설명과 똑같은 행동을 보이는 과묵한 수염투성이 남자를 엘런은 당황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아마 깊은 뜻은 없을 거라 생각해」
「예……앗!?」

 엘런에게서 흥미를 잃은 미케는, 곧바로 클라리스의 목덜미에 코를 들이댔다.
 헤매듯이 몇 번이나 조금씩 코를 킁킁거리던 엘런 때와는 달리, 조용하고 깊게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어째서일까 자랑스럽다는 듯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클라리스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엘런은 할말을 잃고 그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본 대로, 클라리스에겐 노골적이야. 저 녀석」
「아, 예……」
「클라리스도 딱히 싫다고 하지 않아서 매번 인사하는 것처럼 하고 있어.
 원래라면 그 자리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케니까. 클라리스도 마음이 넓다고 할까, 무방비하다고 할까.
 뭐, 이런 변태라도 그녀는 동료로서 신뢰하고 있고, 실제로도 실력뿐이라면 병단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두는 정예거든」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을 느끼며 엘런은 복도를 지나쳐갔다.
 따라는 병사는 아무 말도 없고, 클라리스와 미케는 과묵하다.
 거의 한지의 말만이 오가던 도중, 이윽고 일행은 큰 문의 앞에 간신히 도착했다.

「아, 미안.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했군. 다 왔는데……걱정 마!」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목적지로 보이는 문 앞에 선 엘런에게 한지가 말했다.

「우리들은, 너를 맹신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방금 감옥에 있던 클라리스를 보고 약간 생각이 바뀌었지만」
「어떻게 된 겁니까?」
「그녀가 네게 뭘 느낀 건지는 알 수 ​없​지​만​…​…​클​라​리​스​는​ 너를 믿었어. 그뿐이지만, 그 덕분에 우리들도 너를 믿을 수 있어」
「——」

 생각지도 못한 말에 숨을 삼키며, 엘런은 재빨리 클라리스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 감옥에서 봤던, 올곧은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심도 경계도 전혀 담기지 않은 믿음이 담긴 눈동자였다.

「클라리스, 뭔가 할 말 없어?」

 한지를 한 번 돌아본 클라리스는, 다시 시선을 돌려 엘런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어떤 질문을 들어도 그저 생각나는대로 말해라」
「네?」
「네 대답은 전부, 믿으마」

 엘런은, 지금 이 앞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랐다.
 갑작스런 클라리스의 말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단 하나.
 그녀의 전폭적인 신뢰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의문도, 이유도, 이제 아무래도 좋다.
 그저, 들은 대로, 그렇게 하자.

「——네!」

 엘런은 그 한 마디에 확고한 의지를 담아 답했다.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원작 지식을 기초로 쌓인 캐릭터들에게의 두터운 신뢰가, 결과적으로 좋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조사 병단 안에서의 클라리스를 향한 신뢰 또한 두텁다.







 ――한지. 변함없이 성별을 알 수 없는 체격과 분위기가 신비적이어서 귀엽네. 결혼하자
 ――미케. 조용히 있으면 침착해 보이는 미남인데 냄새 페티시즘 같은 괴짜적인 모습에서 갭모에를 느낀다. 결혼하자.

 후, 두 명에게 인사를(속으로) 끝냈다.
 친애하는 조사 병단 동료들에게의 인사는 언제가 됐든 빼먹을 수 없다.
 겉으로 말하면 여러 가지 의미로 파멸할 테니까 하지 않지만.

 아니, 그런데 한지랑은 며칠 전의 임무에서 얼굴을 보긴 했지만, 쓰고 있는 고글과 안경의 차이를 즐길 수 있으니, 두 번 맛있구나!
 미케는 변함없지만, 내 냄새를 맡으면 좋은 걸까? 향수 같은 고급스러운 물건은 없으니, 그냥 평범한 냄새라고 생각하는데.

 뭐, 마음에 들었다면 좋다는 걸로 하자.
 이러고 있는 게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아저씨였다면 그 자리에서 때려 눕혔겠지만, 미케라면 OK야.

「——됐으니까 닥치고, 전부 나에게 투자해!!」

 멍하니 기억을 되새기고 있던 나는, 갑자기 울려 퍼진 엘런의 절규에 속으로 깜짝 놀라며 제정신을 차렸다.

 마, 맞다.
 지금, 나는 심의소에 있었지.

 엘런의 뒷날을 정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원작 지식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앨빈의 생각을 사전에 들은 나로서는 딱히 고민할 것도 없다.
 앨빈은 엘런의 신병을 조사 병단에서 맡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위한 절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고, 실제로 그 흐름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현실을 보지 않는 헌병단의 잘나 보이는 사람이라든가, 이미 여러 가지 의미로 힘겨운 닉 사제라든가 하는 인간들 따위가 앨빈을 제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딱히 걱정거리도 없이, 할 것도 없이, 그저 관중에 섞여 일이 돌아가는 것을 계속 지켜볼 뿐이었다.

 ……응, 그러니까 나는 할일 없대도.
 왜 내가 들어가자마자 주변 사람들이 활짝 길을 터서 나를 제일 앞으로 보낸 건지, 모르겠다.

 뭐야? 모두들, 뭘 기대하는 거야? 딱히 이런 곳에 서있어 봤자, 별달리 할 것도 없는데?
 뭐, 어쨌든. 지금 서있는 곳에서는 중앙에 있는 엘런이 잘 보인다.
 조금 떨어진 곳에 리바이와 앨빈, 미카사와 아르민이 따로따로 모여 있는 것도 보였다.
 여기까지는 완전히 원작과 똑같은 흐름이다.
 도중에 리바이가 언급한 보수파 아저씨에게 「돼지」라는 발언을 한 것 말고는 딱히 신경쓸 것도 없었다.

 좋아, 리바이……더 말해줘! 이번엔 나한테!
 그런 느낌으로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딱딱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왔다. 방금 울린 엘런의 말이다.
 주인공 엘런님의 명대사 작렬이다!
 아까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라는 조언을 주긴 했지만, 정말로 사양 없이 말하는구나. 멋져라.

 감동하는 나를 제외한 주변이 아주 조용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엘런이 적의라고 판단되는 격정을 내보인 것이다.
 모두의 뇌리에 엘런이 거인이 되어 난리를 필 것이란 위험성이 떠오르는 게 당연했다.

 곧바로 헌병단이 총을 겨누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어느 누구보다도 빠르게 리바이의 발차기가 엘런의 얼굴에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 없는 폭력이 엘런을 덮친다!

 아니, 물론 지나칠 정도의 이유가 있지만 말이지.
 폭발 직전이었던 상황에서 엘런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으로, 그에게 위기감과 살의를 가진 자들의 움직임을 한순간이나마 진정시켰다.
 그 뒤에, 철저하게 엘런을 괴롭히는 것으로, 다른 위험성을 모여있는 자들에게 알린다.

 만약 엘런이, 자신에게 향해지는 적의에 대해서 반격하려고 했을 경우, 거인으로 변한 그를 정말로 죽일 수 있는가?
 헌병단을 포함한, 이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엘런을 한 치의 방심도 없이 경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구체적인 부분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낙관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충 엘런을 구타한 리바이는 주위를 향해 그 만약의 상황을 말로 알린 것이다.
 이 점은, 거인 토벌에 대해 실적이 높아 평가가 좋은 리바이가 말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엘런을 너무 찬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저 「교육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것은 고통이라고 생각해」라는 명대사는, 아마 주위를 쫄게 만들 의도 또한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리바이의 진심어린 말이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마지막에 「웅크리고 있어서 발로 차기도 간단하고」라는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점에서 S의 본능을 느낀다.

 좋아, 리바이……더 말해줘!

「——엘런의 「거인의 힘」은 불확실한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으며, 항상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앨빈이 의견을 내새운다.
 완벽하게 조사 병단 쪽의 의견이 장소를 지배하고 있었다.

 응, 역시나다.
 그 어떤 문제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엘런이 우리의 관리를 받게 됐을 때는, 그 대책으로 리바이 병장과 한니발 분대장에게 행동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풉!?
 갑자기 이름이 나와서 놀라버리는 나.
 아, 아니,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닌가.
 자각은 잘 되지 않지만, 나도 리바이와 동급의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 앨빈이 내 이름을 꺼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 둘이라면, 만일의 경우에도 확실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호오……」

 어쩐지, 원작보다 꽤 기세가 세진 대사로 변해있다는 것 같단 생각이 드는걸.
 우선, 그 말에 이 장소의 책임자이며 병단의 톱인 다리스 총통은 흥미를 가진 것 같았다.

「할 수 있겠나, 리바이?」
「죽이는 것이라면, 물론입니다」

 다리스에게 질문 받은 리바이는 담담하게 대답한 뒤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니발의 협력이 있다면, 그 중간도 가능합니다」
「중간?」
「엘런을 산채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호오, 그렇게까지 가능한가」

 리바이의 발언을 듣고, 다리스 총통을 포함한 이곳에 모인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어? 어쩐지 예상외의 압력이이이!
 아니, 진정해라 나. 유리한 교섭을 위해 나를 이용한다는 건 있을 법한 이야기다.
 여기서 섣불리 자신 없다는 모습을 보여 버리면, 모처럼 힘내준 둘의 노력이 무의미해지고 만다.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클라리스, 네 의견은 어떻지?」

 다리스 총통이 이번엔 내가 물었다.
 리바이와 앨빈을 돌아봤으나, 그 둘은 나를 보기만 할 뿐 어떤 참견도 하지 않았다.
 아, 알았어……우선, 자신감을 가지고 수긍하면 된다는 거지?

「리바이의 말 대로입니다」

 나는 가능한 망설임이 보이지 않도록, 확실하게 답했다.

「제가 있는 한, 엘런 예거는 확실히 지켜보이겠습니다」

 답했다.
 그 순간, 주변에 기묘한 침묵이 깔렸다.

 ……어?
 어째서, 리바이는 정말로 작게 혀를 찬 거지?
 앨빈, 나 시력은 좋아. 약간 눈썹을 찡그렸지, 지금?

 ……어, 이거……설마.

「——마, 말도 안 된다! 그 괴물을 지켜서 어쩔 셈이냐!?」

 시, ​실​수​했​다​아​아​아​―​―​―​!​!​?​
 잘 돌아갈 것 같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꼬여가기 시작했다.
 외친 것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얌전히 있었음이 분명한 닉 사제였다.

「그 녀석은 신의 영지인 벽에 몰래 침입한 해충이다! 이용해 죽인다면 몰라도, 살리다니! 터무니없는 말을!」

 그걸 반복하지 마! 그것보다, 엘런이 죽는 걸 전제로 깔고 이야기를 진행하지 말라고—!

「클라리스 한니발. 네가 조금 전 지하에서 취한 행동은 보고로 들었다.
 상당히 엘런 예거를 신뢰하고 있는 것 같다만, 그 근거는 뭐지? 그와 개인적인 관계라도 있나?」

 젠장, 이번엔 헌병단까지!?
 나는 단번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버렸다.
 어, 어떻게든 해야 돼! 어떻게든 해야 돼!

「클라리스 한니발! 네 소문은 이미 들었다!
 네놈은 그 벽을……신의 위대한 기술인 그 벽을, 불경스럽게도 사람의 손으로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몇 번이나! 확실히 신을 향한 불경이 눈에 보이는군!!」

 갑자기 기세를 탄 닉 사제.
 그의 말은 내가 단장이었을 시절의 이야기다.
 작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그때의 나는, 조금이라도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벽의 무장을 몇 번이고 신청했었다.
 그 외에 지위를 사용하는 법은 몰랐고, 원작보다 배치되는 대포가 하나라도 늘어났으면 했따.
 그 덕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지만, 벽의 강화에 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벽을 신성시하는 이 이상한 종교에게 주목 받을 정도로, 내 발언은 눈에 띄고 있다는 말이니까.

「인간 따위가, 신의 은혜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그저 맡겨야만 한단 말이다!!」

 ……아아! 정말, 시끄러워!!

「닥쳐」

 무서울 정도로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은 크게 외쳐 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고만 생각하여 필사적으로 억누르자니, 왠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결코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묘하게 주변에 울려퍼져, 한순간 일대가 침묵에 빠졌다.
 많은 사람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구잡이로 외치고 있던 바보 사제도, 얼굴이 창백해져 있다.

 나는 우선, 그 닉 사제를 노려본 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봤다.
 아, 위험해. 리바이랑 앨빈도 봐버렸다. 오해하지 말아줘, 둘에게 적의는 없으니까.

「억지로 떠안기고 있을 뿐이지 않나」
「뭐, 뭐라고?」
「네놈을 포함해서, 이렇게나 대가리를 모아놓고, 자기 발에 불이 붙으니까, 단 하나뿐인 이단자에게 억지로 떠안기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만」

 이 심의가 시작되고 난 뒤 건설적인 의견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엘런을 죽인다든가, 결국은 신이 이러니 저러니……그렇게 외치던 놈들을 닥치는대로 노려본다.

 ……어쩐지, 말하고 있으니 점점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엘런을 믿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불안한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제대로 봐라!

 엘런이 무슨 생각으로 바위를 옮겼는가.
 그의 곁에서, 수많은 병사가 어떤 마음으로 싸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그 때문에 몇이나 되는 인간이 죽었는가!?
 사실을 봐라.
 현실을, 봐라!

「이렇게 몰아넣고 보란 듯이 처형하면 만족하나? 위기가 물러가나?
 불안도 공포도, 엘런 하나에게 떠맡겨서, 기만하고……차라리 산 제물로 바친다고 하지 그래」
「그……그 녀석은, 신의 위광을, 더, 더, 더럽힌……」

 아직, 닉 사제가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지만, 이 녀석의 본성은 알고 있다.
 신이라는 존재를 믿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대고 있을 뿐인 쓸모없는 인간이다.
 자신의 의사로 말할 수 없는 놈의 말 어째서, 들을려고도 하지 않다.

「그 신의 위광인지 뭔지가 거인을 죽일 수 없다면, 다음은 인간의 손으로 할 뿐이다. 내가 엘런을 믿는 것은, 함께 싸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대가 모였을 것이다.
 그 기대들이 뒤얽혀,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원작에서도, 이 세계는 수수께끼 투성이다.
 현실에 사는 사람으로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것을 보다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엘런은 무엇보다도 믿을 가치가 있다.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니라, 숨겨진 기대나 수수께끼 투성이인 세계 속에서, 그의 바람만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고, 무엇보다도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함께 싸울 수 있다.
 함께 싸우려 할 수 있다.

 어둠에 둘러싸인 인류의 미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엘런을 중심으로 한 의지를 가진 인간의 손으로 헤쳐나간다!

「만약, 네놈이 신을 만나면 전해라―― 「가만 좀 놔두라」고!!」

 나는 마지막으로, 닉 사제를 향해 내던지듯이 그렇게 외쳤다.
 말했다.

 ……후, 역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미 신이니 뭐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된 닉 사제는 창백해진 표정으로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장식물이나 다름없게 됐다.
 광신자에게 할 대사라면, 역시 이거지. 역시 가츠씨야.

 자, 그럼.
 말하고 싶은 건 말했다만――.

 …………어떻게 수습하지? 이 사태.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만화 「베르세르크」의 주인공 「가츠」가 광신자를 상대로 말한 대사.







 그 방에 있는 것은, 앨빈과 리바이 단 둘 뿐이었다.
 리바이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서있고, 앨빈은 책상 위의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클라리스 녀석」

 리바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서류에 고개를 떨군 채, 앨빈은 묵묵히 듣고 있다.

「필요한 이야긴 제대로 하지 않는 주제에, 쓸데없는 소리만 주절주절 떠들다니」
「심의소에서의 일 말이냐」
「나보다 하고 싶은 말을 확실하게 말하다니, 망할 자식이.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걸」

 질책하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리바이의 말에, 앨빈은 들키지 않게끔 쓴웃음을 지었다.
 리바이는 사적인 장소에서는 그녀를 「클라리스」라고 부른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평소에도 무뚝뚝한 얼굴인 리바이지만, 분명 그 심의소에서 일어난 사건에 미소라도 짓고 싶었을 것이다.

「꽤 통쾌한 대사더군」
「그 녀석이 그런 복잡한 말을 할 수 있었다니, 놀라울 정도야」
「그녀가 실언했을 때에는 어떻게 될까 했다만, 결과적으로는 좋게 풀렸다」

 심의는 결국, 조사 병단이 엘런의 신병을 맡는다는 결론으로 끝나게 됐따.
 클라리스가 그 발언을 한 뒤, 심의소는 그대로 침묵에 빠져, 반론을 꺼내는 인간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고, 더 이상의 진전은 없을 것이라 판단한 다리스에 의해서 그 장소는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필요이상으로 엘런의 편을 드는 클라리스의 발언도 결국 흐지부지하게 된 채, 그 이상 지적받지 않고 끝났다.

 모두 아무 말이든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말할 수 없었다.
 무리하게 힘으로 누른 것이기는 하나, 적어도 그런 것이 가능할 정도의 힘을 클라리스 한니발이라는 병사는 가지고 있었다.
 왕으로부터 주어진 권위가 아니라, 그저 개인이 가진 압도적인 박력――카리스마와 흉포함이 섞인 것 같은 기백이, 주변의 잡다한 생각을 삼켜 버린 것이다.

「사태는 우리가 바란 대로 됐다. 그리고 뭣보다 클라리스의 진심도 들을 수 있었지」

 앨빈은 말의 끝부분을 강조하듯이 말했다.

「그녀는 틀림없이 인류의 아군이다」
「그래. 알고 있어, 그런 건」

 앨빈의 결단에, 리바이가 당연하다는 듯 동의했다.

「토로스토구에서의 사건 탓에 꽤 고민이 있었다만, 이걸로 결단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클라리스에게 보고서에 쓰라고 한 게 있는데」
「그래, 「감이 안 좋아서 현장으로 급행했다」라고 써져 있더군」
「……그 바보 자식, 조금은 머리를 굴리란 말이다」
「하핫, 역시 리바이의 꾀였나」
「내가 말한 그대로야」
「뭐,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아. 그러니까, 한지가 말했던 비밀 조직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않아」
「그렇다면, 클라리스는 예지 능력을 가졌으며, 상황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었다는 건가?」
「그 녀석이 우리들이 봐왔던 「그 녀석」 ​그​대​로​라​면​―​―​그​쪽​이​ 차라리 가능성이 높겠는걸」
「……그래, 그렇겠지」

 리바이와 앨빈은, 클라리스와 함께 싸워온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거인과 끝까지 싸우고, 거인들을 끝까지 사냥하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전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가장 어려운 것을, 가장 긴 시간동안 계속해온, 진정한 병사였다.
 둘에게 있어서 그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동료다. 몇 번이나 목숨을 맡겼으며 몇 번이나  목숨을 맡겨졌는지 셀 수도 없다.
 그러니까, 큰 신뢰 속에서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가는 그녀를 향한 의심에 계속 몰래 고민해왔다.

 클라리스는 동료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
 그건――어째서지?

「그녀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앨빈은 확인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일부러 말하지 않고 있지」

 리바이는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그건――별다른 악의나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매듭지으며, 크게 한숨을 내뱉고는 의자에 등을 맡긴다.
 지친 것 같은 행동임에도, 표정은 어딘가 안심한 듯 했다.
 그저 입 밖으로 꺼냈을 뿐인데,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여러 잡념이, 모두 깨끗하게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걸로, 틀림없다고 생각한다만」
「그래. 분명 그렇겠지」
「겨우 이 정도의 결론을 내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려버렸군」
「전부 제대로 말하지 않는 그 녀석이 나쁜 거야」

 앨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만은, 리바이의 농담에 동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그녀에게는 불안이 있었겠지.
 만약 예지 능력의 가능성이 맞다 쳐도, 미래의 일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미래의 흐름을 조종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우리가 그녀에게서 미래의 정보를 알아낸다――그 단계에서 이미, 우리가 안 정보와는 차이가 생겼다는 모순이 일어난다. 일어날 수 있는 사태에 대해서 대책을 가다듬고, 그 시점에서 미래는 다른 전개가 돼버리겠지」
「그 녀석도 선택한 결과는 알 수 없다는 건가. 우리들처럼」
「그리고 똑같이 헤매이며, 후회도 한다는 거다」
「……흥」
「안심했나?」
「시끄러워」
「나는 안심했어」

 앨빈은 사실 이런 결론을 추측이 아니라, 본인에게 직접 물어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결과로 그녀에게 어떤 판단을 강요해 버릴지도 모른다.
 클라리스는 그 질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해줄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좋은 결과를 낳을지, 나쁜 결과를 낳을지, 지금으로선 전혀 판단할 수 없다.

 클라리스는 동료로서 신뢰하고 있고,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판단하여, 지금까지 조용히 지내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있는 편이, 적어도 그녀가 상정하는 대로  진행될 것이다.

 자신들만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클라리스에 대한 믿음만은, 이미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인류를 위해, 그저 최선을 다하여 거인과 싸우고 있다――무엇보다도 단순하고 강력하며, 거짓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녀의 모두를 믿을 가치가 있다」

 앨빈의 말에, 리바이는 말없이 긍정의 뜻을 보였다.

「클라리스는 추궁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녀에게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움직일 수 있는 행동권을 준다. 그걸로 좋나?」
「네 판단이라면, 나는 그저 따를 뿐이야」
「리바이. 친구로서의 의견을 듣고 싶다」
「……그래. 나도 찬성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가능한 인류 역전을 위한 포석을 친다.
 그리고 만약 클라리스에게 그 이상의 미래가 보이고 ​있​다​면​―​―​그​녀​에​게​,​ 우리들 전부를 마음껏 발판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

 ――이 날.
 클라리스 한니발이 미래를 바꾸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결단이, 본인이 모르는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작자후기

사샤, 나다. 방귀 껴줘(딱딱하고 공포스런 얼굴로)
애니메이션의 사샤 진짜 귀여워요. 특히 8화는, 원작을 초월할 정도로 멋졌습니다.
어째서 주인공을 동기 훈련병으로 하지 않았던 걸까. 엄청 후회 중.
이 작품의 마지막은 이미 생각해뒀으므로, 아마 애니메이션이 끝날 쯤엔 이것도 끝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자후기

아아, 한니발 누님 멋져부려...



...근데 선대록 남은 용량 72kb.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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