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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 케이 시리즈

加東景シリーズ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카토 케이의 간난신고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된 거야?
 나, 카토 케이는 찻집에서 눈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문자답했다. 하지만, 답은 알 수 없다. 어느샌가, 깨닫고 보니 이곳에 있었던 거다.
 기억하고 있는 건 대학교를 나왔을 때 그녀가 말을 걸어, 조금 이야기했던 부분 까지다. 그 뒤에 이 가게에 올 때 까지의 기억이 없다.
“저기, 그, 카니나, 양이었나?”
 그렇게 부르자, 눈앞의 여성은 가지런히 정돈한 아름다운 흑발을 약간 흔들며 케이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아름다운 여성이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굉장히 예쁜 여성들이랑 알게되는 일이 너무 많은 기분이 든다.
 좋은 건지 나쁜 지는 별개로 치고.
“시즈카, 면 돼요. 케이 양.”
 아무래도 상대는 케이를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케이 자신은 상대를 알지 못한다. 틀림없이 초대면일 텐데.
“저기, 당신은 대체 누구?”
 냅다 무례한 질문을 던져 본다.
 하지만 눈 앞의 여성, 카니나 시즈카 양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카니나 시즈카. 남들은 저를 ‘릴리안의 가희, 조용한 로렐라이’라고 불러요.”
 이런―, 역시 릴리안이냐!
 케이는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런 케이의 속마음 따윈 개의치 않고, 시즈카 양은 뒷말을 이었다.
“아니면, ‘피렌체에 내려앉은 침묵의 세이렌’이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안 부릅니다.
 것보다, 노래 한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하나만 골라! ……라는 딴죽은 마음 속만으로 멈춰 두었다.
“그래서, 그 시즈카 양께선 제게 뭔가 볼일이라도?”
“물론. 볼일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미즈노 요코 님에 대해서예요.”
“미……미즈노, 양?”
 그 명사를 듣고, 갑자기 눈앞이 새카매졌다. 최근의 시즈카에게 《미즈노 요코》라는 명사는 귀문이었다.
“케이 양, 요코 님을 함락시키고 있는 거죠?”
“하아?!”
“멋져요. 게다가 이미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피부를 겹친 거지요?”
 잠깐 기다려, 그걸 어디서 알았어?!
“부디, 그대로 요코 님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요코 님과 맺어져 주세요. 그렇게 되면 저는 상심한 세이 님을 ​위​로​해​서​…​…​우​후​후​.​”​
 아아아, 역시 이 사람도 그쪽 계통 사람인가!
“그러니, 어떻게든 요코 님이랑 잘 돼 주세요. 안 그러면 저, 일부러 유학 장소인 이탈리아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의미가 없어져 버리니까요.”
 바보다, 이 사람. 그런 걸 위해서 귀국했다는 건가.
“그러니, 케이 양은 꼭 요코 님을 함락시켜 주셨으면 해요. 거기서, 제가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를 드릴게요.”
“아니, 이제 정말, 봐 줘요.”
“안심해 주세요, 답례는 필요 없으니까요.”
 당연하다, 누가 그런 정보가 필요하다는 거야. 하지만 시즈카 양은 개의치 않고 담담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요코 님의 약점은 귀랑 옆구리예요. 거기가 뜻밖에 민감해요. 그리고, 오른쪽 허벅지 안쪽에 점이 있어요.”
“에, 뭐, 당신, 어째서 그런 걸?!”
 혹시나 이 사람, 미즈노 양이랑 이전에 그런 관계였던 걸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본인에게서 들었어요.”
“……에? 보, 본인에게서?”
“예. 저는 로렐라이. 제 노랫소리를 들은 사람은 모두 제 마성의 노래에 마음을 엽니다.”
 최면?! 세뇌?! 아니 그보다, 대체 어떤 노랜데?! 혹시나 이 찻집까지 이끌려 온 기억이 없는 것도 그 노래에 조정당한 탓?!
 그렇다면, 그 노래로 사토 양이든 미즈노 양이든 꾀어버리면 될텐데.
“유감이지만, 제 노랫소리는 세이 님께는 듣지 않아요. 백장미의 계보에는, 제 노랫소린.”
 読心術?!
 독심술?!
“아뇨, 케이 양 지금, 입 밖으로 내서 말했어요.”
​“​…​…​그​렇​습​니​까​.​”​
 이런. 케이도 꽤나 정신적으로 몰려있는 모양이다.
 케이가 축 처져 있자, 시즈카 양은 시계를 슬쩍 보곤 일어났다.
“슬슬 시간이 됐네요. 저는 갈게요. 그럼, 이 뒤는 잘 부탁드려요.”
“에? 무슨 소리야?”
“후후, 아디오스.”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곤, 시즈카 양은 가게를 떠나갔다. 남겨진 케이에겐 피로만이 남아있다.
“……것보다, 아디오스는 ​스​페​인​어​잖​아​!​!​!​”​
 딴죽을 넣곤, 케이는 테이블에 엎어졌다.
 지쳤다. 대체 그 사람은 뭐였던 거지. 아무래도 사토 양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모양이라, 방해가되는 미즈노 양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케이에게 잘 부탁한다는 건가. 그런 걸 부탁받는다고 해도, 케이에겐 별 도리가 없는데.
 한동안 그대로 뻗어 있다가, 문득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찻집 점원이라도 온건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자, 거기엔.
“미, 미즈노 양?!”
“………….”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말없이 앞자리에 앉는 미즈노 양의 모습이 보였다.
 어째서 여기에,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입을 뻐끔뻐끔거리고 있다가, 얼마 안 가 이해했다. 시즈카 양, 그 사람이 꾸민 일이 틀림없다. 그 마녀.
“저, 저기, 미즈노 양.”
 말을 걸려 하자, 미즈노 양은 눈을 크게 뜨고 케이를 바라보곤.
“나를 부를 땐 이름으로 불러 줘요.”
“……에? 미즈노 양, 무슨 일일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를 ‘요코’라고 이름으로 불러 줘요.”
“에에……요, 요코 양?”
“예…….”
 이름으로 부르자, 요코 양은 왠지 얼굴을 붉히며 케이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아니, 잠깐 기다려. 그 반응은 뭐야.
“에에, 오늘은 대체?”
“케이 양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내, 마음……?”
 식은땀이 옷 아래로 흘러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뭐가 어찌되든, 이 뒤에 일어날 일이 제대로 된 일일 리가 없다.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그럴게, 그……우리들, 그런 관계가 되어 버려서……케이 양의 마음을 모르고 있기에는…….”
 그런 관계라니, 어떤 관계야――――?! 말해 두겠지만, 케이에게 있어선 완전한 누명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전라로 껴안고 자고 있었는 걸……그, 케이 양, 취한 나를 집에 데려가서 내가 취하고 있는 걸 기회로……한 거죠?”
“안 했어!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저도 모르게 테이블을 두드리고 소리치며 일어난다.
 그 순간 주위의 눈길이 꽂혀서 당황하며 자리에 앉는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한 건 틀림 없다. 그 뒤에는 지쳐서 그대로 쓰러지듯이 자 버렸던 거다. 그때는 확실히 요코 양도 케이도 속옷을 입고 있었다. 아니, 분명 케이는, 자기 전에 제대로 셔츠를 입었을 거다.
 아침에 일어났을 땐……이미 요코 양의 모습은 없어서, 어라,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안 입었던 것 같기도?! 그때는 술기운이 조금 남아있던 탓인지 정신이 멍해서 별로 신경 안 썼었는데.
 그렇단 건, 밤중에 벗었나? 아니면 벗겨졌나?!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없었다는 건 믿기 힘든데.”
“아니, 기다려. 아니니까.”
“거기에 나, 흐릿하긴 해도 기억하고 있어. 케이 양이 내 위에서 내 옷을 벗기고 있었던 걸. 하지만 어중간하게 벗겨서, 내 몸이 자유롭게 못 움직이도록 하고, 그 뒤에, 나한테 열심히 입맞춤을 해서. 그리고 케이 양의 부드러운 가슴을 나한테 억눌러서…….”
 잠깐 기다려! 그건 뻗은 당신을 돌봐 준거야! 거기에, 키스를 해 온건 당신 쪽에서였고.
 하지만, 요코 양은 당연하게도 케이의 속마음따윈 알 리도 없고.
“나, 그날부터 이상해져서. 케이 양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그, 그만둬! 나한테 그런 마음은 없으니까!”
“뭐……!! 너무해, 그럼 내 몸 만이 목적이었던 거야?!”
“나, 남 듣기 안 좋은 소리 하지 말아 줘. 그래선 마치 내가……에?!”
 그때 뭔가를 느껴 주위로 눈길을 돌리자.
 자연스럽게 소리가 커져갔던 건지, 이야기는 근처까지 들렸던 모양이라 다른 손님들이나 점원들이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수​라​장​이​네​…​…​.​”​
“여자끼리야? 우와―, 그런 사람 정말 있는 거구나―.”
“저 안경 낀 사람이, 저쪽 여성을 농락한 모양이야…….”
 소근소근 그런 이야기를 하는게 들려온다.
 엑! 저기 앉아 있는 거, 같은 강의 듣고 있는 걸 본 적 있는 애야! 아, 왠지 뺨을 붉히면서 눈을 돌렸어?!
 눈앞에선 그런 주위 모습도 깨닫지 못한 건지 요코 양이 흥분한 듯이 케이를 추궁한다.
“내 모든 걸 안 주제에!”
“아니, 모르니까.”
“속옷 색도, 입술의 맛도.”
“그러니까, 그건 우연이라니까.”
“내 몸의 약한 부분도, 특징도.”
“귀랑 옆구리가 제일 약한 것 말이구나. 그리고, 오른쪽 허벅지 안쪽에 점이.”
“봐, 역시!”
“아.”
 아냐, 오해야. 지금 건 아까 마녀가 불어넣은 정보고.
“저, 저기, 커피 리필은…….”
 아니라니까, 웨이트리스 양. 그렇게 새빨간 표정으로 이쪽을 보지 말아줘.
“케이 양, 지독해. 세이도, 나도, 몸만이 목적이었던 거구나. 그런, 그런 사람한테 나는……!”
 요코 양은 억지로 짜내듯 그 말을 남기곤, 바로 자리서 일어나 눈가에 손을 대고 달아나듯이 가게서 떠나가 버렸다.
 남겨진 건 얼이 나간 케이와, 커피 포트를 손에 들고 당황하고 있는 웨이트리스와, 주위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 뿐이고.
 케이는 힘없는 눈으로 웨이트리스를 바라본다.
“…………저기, 받을 수 있을까.”
 간신히 그 말만을 입에 담는다. 그러자 웨이트리스는 움찔 몸을 떨고는.
“엣, 저기, 저, 저를 말이신가요?! 그, 그런! 저, 몸만의 관계는!!”
​“​바​보​냐​―​―​―​―​―​―​?​!​”​
 계속해서 수렁에 빠져들어간다.
 케이는 힘이 빠진 듯 테이블에 엎어졌다.




“……저기, 저, 곧 시프트 빠지니까요. 어, 어디서 기다리면 괜찮을까요? 아, 그리고, 제복은 그대로 입은 편이……?”
“그러니까, ​오​해​야​―​―​―​―​!​!​”​

 카토 케이의 재난은 그치지 않는다.
~추신~
 시즈카 님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보다 요코 님도 시즈카 님도 이미 원형을 잃었다고 할까. 이런 걸로 괜찮은 건가?!
 과연 계속 이어질까??

역자의 말:
 ……. 번역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한 화 한 화가 지나갈 때 마다 점점 더 불쌍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런 맛으로 보는 소설이긴 한데…….

 그나저나, 최근에 회사를 옮기고서 일이 많아서 한동안 번역이 뜸했네요. 조금 여유가 생길 시기니 다시 슬슬 시동 걸어 보겠습니다.

 뱀발. 이 번역은 sylph님 댓글의 협찬에 따라 보내드립니다.
 뱀발2. 간난신고는 艱難辛苦라고 쓰고, 지독한 고생을 의미합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대체할까 했으나, 일본서도 흔히 쓰는 단어는 아니라 그대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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