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 그 자체의 주기로 글을 씁니다만후후
아무도 댓글을 써주지 않음에 방치플레이를 당하는 기분.
물론 저의 떵퀄의 탓도 있지만여 음냐.
맘대로 봐주세여.
“대부에게 인사!”
“인사!”
그리고 모두 고개를 들었을 때 조용히 주위를 돌아보면 항상 내 동료들은 흡사 불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거대한 스크린에 있는 한 노인을 보곤 했다. 정말 열렬한 한 녀석은 노인이 팔을 흔들며 연설하면 큰 목소리로 계속 만세를 하는 탓에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던 한 여자와 난투극을 벌이던 일도 있었고, 심약한 정보국 녀석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기절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의문점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항상 나와 근력 수련을 하던 옆의 녀석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물론 대부가 우리를 키워주고 사랑하는 건 맞아. ‘흑사회’는 가족이다. 라는 말 아래 모두들 서로를 존중하잖아. 하지만 대부는 우리를 죽는 곳으로 넣을 때가 많다고. 가족인데도, 혹은 가족이라서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 말을 들은 파견국의 한 정예요원도 이런 불평을 했었다.
“모든 자신의 자식들을 ‘흑사회’에 넣어야 하더니 임무 도중 한 녀석의 아들이 죽었다고. 더 웃긴 건 뭔 줄 아나? 오히려 그 녀석이 미안해하더군. 임무를 실패했다고 말이야.”
다만 이런 불만을 듣는 것은 꽤나 오랜 반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워낙 사람이 많이 소속된 터라 ‘흑사회’는 이런 저런 사람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흑사회’에 소속된 쪽, 정부관련 모 부처에서 일하던 한 배불뚝이 중년, 유명 킬러, 천재 해커, 악명 높은 전과자 등등.
하지만 놀랍게도 각기 천차만별의 성격을 가지고 특기도 달랐지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자는 정말 소수였다. 대부에게 감화되거나 스스로 흑사회를 그만두거나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라는 면은 대부를 향한 흑사회의 단결된 의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부의 연설이 끝나고 거대한 모니터가 꺼지자 아나운서는 외쳤다.
“포권지례”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권!”
한 손의 주먹을 다른 손아귀에 쥐었다.
아나운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리는 답했다.
“오직 대부를 위하여.”
내 기억의 처음은 빈민구역이었다. 어머니는 어딘가의 창녀. 아버지는 누군지 몰랐다. 나는 흑인이었고 동생은 황인이었다. 형이 몇 명 있지만 마약에 취해 어딘가로 사라졌었다. 어머니는 다행히 인자하신 분이었다. 덕분에 올바르게 자라왔다고는 자부하지만 이곳 빈민구역은 그런 교육이 무의미한 생존의 장이기도 했다.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죽여야 하는.
처음 살인은 어느 조직과 조직의 싸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지역을 지배하던 조직이 싸움에 휘말린 때를 틈타 한 적 조직원이 나와 여동생만 있던 집에 들어왔던 것이다.
내 어린 몸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총알 몇 방을 견뎌내야 했고 마침 근처에 있던 유리조각으로 여동생을 겁탈하려던 놈의 눈알을 뽑아버렸다.
"크아악 미친XX!"
라며 달려드는 그를 어떻게 죽였는지 모른다. 다만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손에 그 녀석에게서 빼앗은 나이프를 들고 그 녀석의 난도질당한 몸을 보았을 뿐이었고 어머니의 말로는 집에 돌아왔을 때 피투성이가 된 채 울고 있는 여동생을 끌어안고 있었다고 한다.
빈민가에서도 꽤 빠른 살인에 성공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의 세력에 들어갔고 그럭저럭 조직에서의 공을 세웠다. 곧 지역에서 꽤 알아주는 조직원이 될 수 있었다. 빈민가에서의 유일한 출세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 여동생. 유일한 혈육만큼은 빈민가와는 다르게 바래왔다. 그리고 그 소망은 빈민가 유일의 학교를 다니고 놀랍게도 성적이 전국에서 알아줄 만한 단계라는 사실로 현실화되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여동생은 워낙에 수다가 많았다.
"오빠! 나 벨소리 바꿔줄게 'shape of my heart' 라는 거야. 아 맞다 그리고 옆 반의 찰스라는 얘가 총에 맞았다지 뭐야 하하 그리고……."
라며 끝없는 수다를 가지고 있었고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지 않아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다. 또한 그렇게 붙임성 좋은 서글서글한 성격이라 우리 조직원들은 내 여동생을 귀여워했으며 연분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여동생만큼은 이 저주받은 구역을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과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되어 가는 지역에 희망을 가지고 어쩌면 우리에게도 밝은 나날이 펼쳐질 꺼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거대한 꿈이었을까.
그날 빈민가에는 비행기가 추락했다.
질병재앙.
비행기의 잔해를 수거하던 고물상이 온 몸을 떨면서 피를 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의 같은 증상. 살고자 하는 욕망은 빈민가에 살고 있던 420만 명의 거대한 패닉을 가져왔고 질병의 발현 속도는 걷잡을 수 없었다.
죽음이 바로 옆에 있는 만큼 생존에 대한 처절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대다수는 자신 혼자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100%에 가까운 치사율과 감염률은 골목골목마다 질병의 발현흔적으로 피의 바다를 이루었고 피는 거대한 질병의 덩어리로 작용 다시 질병 자들을 빠르게 양산했다.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각기 지점에 뭉쳐 질병과의 접촉을 최대한 막았고 각자 비닐로 된 옷을 입어 그날 쓴 옷은 그날 폐기했다. 만약 자신이 조금이라도 접촉했다면 나머지의 생존을 위해,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류탄도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 총구를 들이밀던 근처 다른 조직들과도 손을 잡아 최대한의 격리를 하기위한 노력도 서슴지 않았다. 피를 뿌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구하는 나날의 반복.
라디오에선 400만 명이 죽었다고 얘기가 나오고 정부는 빠른 조치를 약속하겠다고 말했지만 우리들은 서로 모여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한 아파트의 지하에 조직원들의 가족과 구출한 사람들을 모았고 힘을 쓸 수 있는 장정은 힘쓰는 일에 동원되었다.
생존자는 생각보다 많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의 수는 줄어들었다. 그러자 한 달 뒤에는 생존자의 구출은 포기. 식량과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해 일종의 사냥꾼처럼 빈민가의 여러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식량을 구하기 위해 감염지 깊숙한 곳의 마트를 다녀오고 난 뒤였다. 꽤 많은 양의 식량들을 구했기에 오랜 반에 보는 밝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경쾌하게 걷던 중.
우리의 피난처로 향하는 중무장한 군인들이 보였다.
구하러 온 줄 안 한 녀석이 반가운 말로 손을 흔들며 가까이 갔고 우리들도 이젠 살았다며 안도하고 있을 때였다.
“여기야!”
라며 가까이 다가간 곤잘레스는
"콰직"
먼저 슬러그 탄으로 머리가 터졌고.
그것을 신호탄으로 중무장한 그들과 우리는 총격전을 시작했다. 겨우겨우 이겼지만 중무장한 6명을 제압하기위해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어 나 홀로 살아남아 겨우 피난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권총만으로 자동소총과 각종 화기들로 무장한 저들을 모두 죽인 것이 기적이었다. 하지만 살아남았던 나마저 2발정도 총알을 복부에 맞았기에 비틀거리며 힘겹게 걸어야 했다.
그리고
겨우 도착한 대피소에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어머니의 잘려진 머리였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안으로 들어갈수록 피를 내뿜고 있는 우리들의 가족과 잘려진 여러 몸뚱이와 총에 찢겨진 고깃덩이들.
지하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친함 혹은 면식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지하실 가장 깊은 곳.
그곳에
여동생이 온몸이 붉게 변하며 피를 쏟아내는 것을 보았다.
백열전구 하나밖에 없는 어두운 지하실은 여동생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로 가득 찬 채 존재했고
나는 전염된 여동생을 가슴에 끌어안고 울부짖어야 했다.
"엡실론"
조회가 끝나고 나의 위치로 돌아가던 도중 내 상관이 내 이름을 불렀다. 냉정하고 치밀한 성격이라 많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상관은 자동차 키를 건네며 서류에 눈을 박아둔 채 나에게 말했다.
"파견이다. 도시A에 '태극'을 만나도록."
나는 알았다는 말을 했고 자동차 키를 받았다. 상관이 다른 곳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곧 사무실로 가서 장갑 몇 개와 임무용 검은색 양복을 입었다. 그리고 정보국에서 보내주는 목표를 전화기에 저장을 했다. 무기수령을 하는 단순한 임무다. 각각 한 개씩의 산탄총과 저격총을 도시A에서 받고 옆의 도시에 있는 동료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
'암살임무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무기 값을 할 금괴3덩이를 받았다. 그리고 도시A로 간다고 신고를 했다. 자주 파견되지 않는 곳이기에 약간의 의아해 했다.
도시A는 우리를 포함해서 다른 조직들의 손이 뻗지 않은 몇 안 되는 도시이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 '바벨'의 존재로 인해 정보교류에 있어서 최고의 도시이기도 했다. 분지임에도 쾌적한 기후인지 회사들의 본사도 꽤 많았고 인구도 많았다. 단 단점은 도시A로 진입하는 교통편이 고속도로뿐이라 접근성이 약간 떨어진다는 것뿐이었다. 예전 산사태로 고속도로가 통제되자 모든 교통편이 막혀버린 사건도 있었다.
아마 중립지에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무기거래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순순히 납득했다.
흑사회 본부에서 나와 몇 개의 교통편을 타고서 이름 모를 조그마한 도시에 도착해 흑사회 소속의 차를 찾았다. 매번 흑사회로 오갈 때는 항상 안대를 끼고 자동화된 차량에 올라타 예상할 수 없는 곳에 내리기에 바로 출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저번보다는 나았다. 해변 한 가운데에 내려서 임무 수행을 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소모했으니까.
낡고 검은 세단의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그리고 고속도로로 가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했다. 약간 낡은 차량이라 핸들이 약간 뻑뻑했지만 차량에 있는 내비게이션이 최신형 이였기에 커브를 잘못 드는 일은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어 차라고는 앞에 한 중년 남성이 모는 차량 한 대밖에 없었다. 긴 터널을 지나 도시A에 거의 다다를 무렵, 다시 말해 도시A로 향하는 터널을 빠져나와 도시A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구간에 나는 차를 멈추어야했다. 왜냐하면
"쿠구구구구……."
라는 소리와 비슷한 낮은 소리를 내며 밤하늘에 빛을 내며 저 하늘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이 길을 가던 중년 남성은 차를 멈추고 휴대폰으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찍었다. 나는 조직에 소속된 사람답게 당장 휴대전화를 꺼내고 전화를 걸었다. 정보국의 전화로 바로 이어지는 직통 전화번호. 20초를 기다리고, 받았을 시 5초의 침묵을 하고 정보 보안을 통과했다.
"어떤 일이십니까 엡실론 응답하십시오."
"임무 수행 중. 사고 발견. 항공기."
"보고 받았습니다. 정보 수행 중. 근처 항공기 정보 검색 중."
잠시 후 응답을 들을 수 있었다.
"화물기. A-102번입니다. '태극'의 화물. 프로텍터가 심하게 결려있습니다. '병기'중 하나라는 사실만을 공표했습니다."
"유사 사례 검색."
임무에 지장이 있을 변수가 있으면 안 된다.
"화물기 추락, '태극', '병기' 검색 중."
휴대전화를 닫고 결과를 기다리며 저기 멀리서 땅과 서서히 가까이 도달하는 비행기를 보았다. 내 옆에서 계속 있던 중년 남성은 다른 각도에서 찍기 위해 나와 조금 떨어져 있었다.
나름의 좋은 구도를 원해 상당히 뛰어다녔는지 약간 벗겨진 땀을 닦던 남성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본 것처럼 당황해 하면서
"저게 뭐야!!!!!! 어! 어! 어어어어!!!"
라며 비명을 지르기에 갑자기 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라는 생각으로 그 남성을 보았고
이윽고
"부웅"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남성이 세로로 두 동강이 나면서 그의 단면을 잘 알 수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흩뿌려지는 피와 체액을 뚫고 금속성의 물체가
"키이이이……."
라는 목소리를 내며 흡사 사마귀와 비슷한 외모로 두 팔에 보라색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다시 그 시체를 쪼개고 순간의 당황을 가진 나의 몸은 움찔거렸고.
내가 몇 초 동안의 빈틈을 보이자 나에게 달려드는 물체. 허리를 베려는 칼날을 피하기 위해 뒤로 움직이면서 겨우 거리를 두었다.
로봇인가?
몇 번 호신용 로봇을 본 적이 있었지만 저런 로봇은 처음 보았다. 물체는 남성을 베었던 칼날을 입으로 핥으며 붉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직감. 임무에 몇 번 투입되었을 때 동료가 허무하게 죽고 바로 나를 보는 그 느낌과 매우 비슷한.
“어떤 일.”
나는 양 주먹을 ‘짝’소리가 나도록 쳤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게 로봇도 동시에 뛰어 올랐다. 아주 높게 하늘로 점프한 물체.
약 7미터 정도. 점프력이 상당하다.
아까처럼 나도 한 번에 두 동강을 낼 생각인가. 나는 위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일에 왜 휘말리는지. 어디 연구소에서 탈출이라도 한 것일까.
“캬아아아!!!!!!!”
날을 세우며 달려드는 로봇.
“흡!”
"쾅!"
옆으로 날을 피하자 내 옆쪽에 서늘하게 베어가며 로봇은 허공을 베고 밑의 아스팔트를 찍었다.
"키... 키익……."
날이 박혀버려 당황하듯이 로봇은 버둥거렸고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죽어라”
"캬악?"
한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단단했다. 하지만 이것을 우그러트리기엔 너무나도 쉬웠다.
“으그적.”
“캬아아아아……. 지지지직”
약간의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물체는 온 몸을 떨었다. 손에 녹색의 액체가 묻어나고 마침내 추우욱 하는 소리가 났다. 액체 때문인지 약간의 쓰림을 느끼며 물체를 아무렇게 내동댕이쳤다.
“지지직……. 지지직…….”
이라는 소리를 내며 널브러져 있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 주먹만 한 ‘태극’문양이 선명하게 로봇의 머리 안 코어로 보이는 뇌에 박혀있었다. 내 힘으로도 저 뇌는 부수지 못한 건가.
‘태극’
전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모든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곳. 칼과 책으로 무장하고 있는 그들이 어째서.
손에 묻은 액체를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로봇과 시체를 한 구석에 놓아 혹시 다른 차량이 지나갔을 시를 대비했다. 다른 로봇의 가능성을 경계하기 위해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두었다. 멀리 떨어져가는 비행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다. 나오는 번호는 없지만 어디서 왔는지는 안다. 휴대폰을 열고 20초를 기다리고, 받았을 시 5초의 침묵을 하였다.
“보안완료. 응답.”
잠시 후 정보국에서의 답변이 차갑게 나왔다.
“보고. 정보결과. 병기. 비밀 명 ‘붉은 거미’.”
역시 ‘태극’은 뭔가 의도가 있었다. 지금 내가 부순 로봇 외에도 다른 로봇들이 있겠지. 그런데 어째서 전투형에 가까운 로봇을 투입한 것일까. 약간의 궁금증이 더해진다. '병기'의 회수를 원하는 의도일까.
“명. 자세한 설명”
"생물병기. 치사율 100%에 가까운 질병. 공기 중 전염 불가. 경로 체액을 통한 피부로의 직접접촉. 감염 후 1분~10분내 발병. 과거 8년 전 ‘빈민가 혈사병’사태 바이러스로 추정."
!!!!!!!
순간 내 머리에 그때의 악몽이 지나갔고 기억과 목이 잘려있던 그 풍경과 온 몸을 떨며 피를 흘려 죽어가야 했던 내 여동생의 모습이.
“다시!”
“재보고. 생물병기 즉사율 100%에 가까운 질…….”
“증상!”
“증상 보고. 접근금지.”
“말해라.”
“프로텍터. 이후 정보에 대한 권리는…….”
“말해라!!”
“보호할 수 없…….”
전화기의 소리가 점점 들릴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잦아드는 목소리와 함께 나의 절망과 급함 그리고 옛날의 잊을 수 없던 분노가 생겨나고 있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점차 땅에 가까워지는 비행기의 움직임.
과거의 악몽과 기억의 시작이 엉겨 붙고 지금의 회환과 여동생의 얼굴을.
“막대한 양의 출혈과 충혈.”
그때 꽃잎을 떨어트리던 붉은 장미처럼 온 몸에 피를 흘리던 그리고 나의 모든 몸을 불살라 없앨 듯 한 고통을 가져다주던 그.
그때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을.
나는 마지막 확인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유사……. 사례."
"8년 전 빈민구역…….지지직……. 대전염……. 지직……."
"원인은"
"지지직……. 지지지직……."
"원인은!!!!"
"쿵"
바닥이 흔들리며 전체의 도시A의 모든 것에 굉음이 들리는 것처럼 멀리 불꽃이 인다.
"지직……. 비행기추락……. 지지직…….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 죄송합니다. 전파신호가 원활하지 않아……."
"젠장!"
나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저 멀리 이미 추락해버린 비행기를 보았다. 재앙의 반복이 겹쳐졌다. 그때와 같은 내 이웃들 가족들 내 여동생을 고통스럽게 죽게 한 그리고 내 저주의 표식의 시작점.
도시A에 '태극'이 그때와 같은 일을 원하는 것일까.
저들이 숨기려 하는 것을 밝혀야 한다. 아니 숨기지 않더라도 이들이 하려는 짓의 이유를 적어도 조금만이라도 밝혀야 한다.
내 임무는 '태극'과의 무기거래.
그들과 나의 접촉. 8년만의 이유이자 고통의 회귀.
지금 시간은 0시 30분.
지옥에서 올라온 원한을 같은 고통을.
내 가슴에 있는 붉은 거미자국이 다시 울부짖고 있었다.
아무도 댓글을 써주지 않음에 방치플레이를 당하는 기분.
물론 저의 떵퀄의 탓도 있지만여 음냐.
맘대로 봐주세여.
엡실론. ε 5
5 엡실론. ε.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거대한 회색빛 용 모양 카펫이 깔려있고 그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형스피커에서 아나운서의 말이 나왔다. 맨 앞에 있지도 맨 뒤에 있지도 않은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항상 매주 월요일 조회를 했었다. 아나운서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실적 혹은 대부의 업적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20분여 정도 말한 후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되면 아나운서는 신호를 보내고 우리는 고개를 숙였다. 맨 앞의 간부가 외쳤다."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대부에게 인사!”
“인사!”
그리고 모두 고개를 들었을 때 조용히 주위를 돌아보면 항상 내 동료들은 흡사 불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거대한 스크린에 있는 한 노인을 보곤 했다. 정말 열렬한 한 녀석은 노인이 팔을 흔들며 연설하면 큰 목소리로 계속 만세를 하는 탓에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던 한 여자와 난투극을 벌이던 일도 있었고, 심약한 정보국 녀석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기절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의문점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항상 나와 근력 수련을 하던 옆의 녀석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물론 대부가 우리를 키워주고 사랑하는 건 맞아. ‘흑사회’는 가족이다. 라는 말 아래 모두들 서로를 존중하잖아. 하지만 대부는 우리를 죽는 곳으로 넣을 때가 많다고. 가족인데도, 혹은 가족이라서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 말을 들은 파견국의 한 정예요원도 이런 불평을 했었다.
“모든 자신의 자식들을 ‘흑사회’에 넣어야 하더니 임무 도중 한 녀석의 아들이 죽었다고. 더 웃긴 건 뭔 줄 아나? 오히려 그 녀석이 미안해하더군. 임무를 실패했다고 말이야.”
다만 이런 불만을 듣는 것은 꽤나 오랜 반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워낙 사람이 많이 소속된 터라 ‘흑사회’는 이런 저런 사람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흑사회’에 소속된 쪽, 정부관련 모 부처에서 일하던 한 배불뚝이 중년, 유명 킬러, 천재 해커, 악명 높은 전과자 등등.
하지만 놀랍게도 각기 천차만별의 성격을 가지고 특기도 달랐지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자는 정말 소수였다. 대부에게 감화되거나 스스로 흑사회를 그만두거나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라는 면은 대부를 향한 흑사회의 단결된 의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부의 연설이 끝나고 거대한 모니터가 꺼지자 아나운서는 외쳤다.
“포권지례”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권!”
한 손의 주먹을 다른 손아귀에 쥐었다.
아나운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리는 답했다.
“오직 대부를 위하여.”
내 기억의 처음은 빈민구역이었다. 어머니는 어딘가의 창녀. 아버지는 누군지 몰랐다. 나는 흑인이었고 동생은 황인이었다. 형이 몇 명 있지만 마약에 취해 어딘가로 사라졌었다. 어머니는 다행히 인자하신 분이었다. 덕분에 올바르게 자라왔다고는 자부하지만 이곳 빈민구역은 그런 교육이 무의미한 생존의 장이기도 했다.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죽여야 하는.
처음 살인은 어느 조직과 조직의 싸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지역을 지배하던 조직이 싸움에 휘말린 때를 틈타 한 적 조직원이 나와 여동생만 있던 집에 들어왔던 것이다.
내 어린 몸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총알 몇 방을 견뎌내야 했고 마침 근처에 있던 유리조각으로 여동생을 겁탈하려던 놈의 눈알을 뽑아버렸다.
"크아악 미친XX!"
라며 달려드는 그를 어떻게 죽였는지 모른다. 다만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손에 그 녀석에게서 빼앗은 나이프를 들고 그 녀석의 난도질당한 몸을 보았을 뿐이었고 어머니의 말로는 집에 돌아왔을 때 피투성이가 된 채 울고 있는 여동생을 끌어안고 있었다고 한다.
빈민가에서도 꽤 빠른 살인에 성공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의 세력에 들어갔고 그럭저럭 조직에서의 공을 세웠다. 곧 지역에서 꽤 알아주는 조직원이 될 수 있었다. 빈민가에서의 유일한 출세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 여동생. 유일한 혈육만큼은 빈민가와는 다르게 바래왔다. 그리고 그 소망은 빈민가 유일의 학교를 다니고 놀랍게도 성적이 전국에서 알아줄 만한 단계라는 사실로 현실화되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여동생은 워낙에 수다가 많았다.
"오빠! 나 벨소리 바꿔줄게 'shape of my heart' 라는 거야. 아 맞다 그리고 옆 반의 찰스라는 얘가 총에 맞았다지 뭐야 하하 그리고……."
라며 끝없는 수다를 가지고 있었고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지 않아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다. 또한 그렇게 붙임성 좋은 서글서글한 성격이라 우리 조직원들은 내 여동생을 귀여워했으며 연분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여동생만큼은 이 저주받은 구역을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과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되어 가는 지역에 희망을 가지고 어쩌면 우리에게도 밝은 나날이 펼쳐질 꺼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거대한 꿈이었을까.
그날 빈민가에는 비행기가 추락했다.
질병재앙.
비행기의 잔해를 수거하던 고물상이 온 몸을 떨면서 피를 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의 같은 증상. 살고자 하는 욕망은 빈민가에 살고 있던 420만 명의 거대한 패닉을 가져왔고 질병의 발현 속도는 걷잡을 수 없었다.
죽음이 바로 옆에 있는 만큼 생존에 대한 처절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대다수는 자신 혼자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100%에 가까운 치사율과 감염률은 골목골목마다 질병의 발현흔적으로 피의 바다를 이루었고 피는 거대한 질병의 덩어리로 작용 다시 질병 자들을 빠르게 양산했다.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각기 지점에 뭉쳐 질병과의 접촉을 최대한 막았고 각자 비닐로 된 옷을 입어 그날 쓴 옷은 그날 폐기했다. 만약 자신이 조금이라도 접촉했다면 나머지의 생존을 위해,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류탄도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 총구를 들이밀던 근처 다른 조직들과도 손을 잡아 최대한의 격리를 하기위한 노력도 서슴지 않았다. 피를 뿌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구하는 나날의 반복.
라디오에선 400만 명이 죽었다고 얘기가 나오고 정부는 빠른 조치를 약속하겠다고 말했지만 우리들은 서로 모여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한 아파트의 지하에 조직원들의 가족과 구출한 사람들을 모았고 힘을 쓸 수 있는 장정은 힘쓰는 일에 동원되었다.
생존자는 생각보다 많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의 수는 줄어들었다. 그러자 한 달 뒤에는 생존자의 구출은 포기. 식량과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해 일종의 사냥꾼처럼 빈민가의 여러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식량을 구하기 위해 감염지 깊숙한 곳의 마트를 다녀오고 난 뒤였다. 꽤 많은 양의 식량들을 구했기에 오랜 반에 보는 밝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경쾌하게 걷던 중.
우리의 피난처로 향하는 중무장한 군인들이 보였다.
구하러 온 줄 안 한 녀석이 반가운 말로 손을 흔들며 가까이 갔고 우리들도 이젠 살았다며 안도하고 있을 때였다.
“여기야!”
라며 가까이 다가간 곤잘레스는
"콰직"
먼저 슬러그 탄으로 머리가 터졌고.
그것을 신호탄으로 중무장한 그들과 우리는 총격전을 시작했다. 겨우겨우 이겼지만 중무장한 6명을 제압하기위해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어 나 홀로 살아남아 겨우 피난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권총만으로 자동소총과 각종 화기들로 무장한 저들을 모두 죽인 것이 기적이었다. 하지만 살아남았던 나마저 2발정도 총알을 복부에 맞았기에 비틀거리며 힘겹게 걸어야 했다.
그리고
겨우 도착한 대피소에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어머니의 잘려진 머리였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안으로 들어갈수록 피를 내뿜고 있는 우리들의 가족과 잘려진 여러 몸뚱이와 총에 찢겨진 고깃덩이들.
지하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친함 혹은 면식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지하실 가장 깊은 곳.
그곳에
여동생이 온몸이 붉게 변하며 피를 쏟아내는 것을 보았다.
백열전구 하나밖에 없는 어두운 지하실은 여동생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로 가득 찬 채 존재했고
나는 전염된 여동생을 가슴에 끌어안고 울부짖어야 했다.
"엡실론"
조회가 끝나고 나의 위치로 돌아가던 도중 내 상관이 내 이름을 불렀다. 냉정하고 치밀한 성격이라 많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상관은 자동차 키를 건네며 서류에 눈을 박아둔 채 나에게 말했다.
"파견이다. 도시A에 '태극'을 만나도록."
나는 알았다는 말을 했고 자동차 키를 받았다. 상관이 다른 곳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곧 사무실로 가서 장갑 몇 개와 임무용 검은색 양복을 입었다. 그리고 정보국에서 보내주는 목표를 전화기에 저장을 했다. 무기수령을 하는 단순한 임무다. 각각 한 개씩의 산탄총과 저격총을 도시A에서 받고 옆의 도시에 있는 동료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
'암살임무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무기 값을 할 금괴3덩이를 받았다. 그리고 도시A로 간다고 신고를 했다. 자주 파견되지 않는 곳이기에 약간의 의아해 했다.
도시A는 우리를 포함해서 다른 조직들의 손이 뻗지 않은 몇 안 되는 도시이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 '바벨'의 존재로 인해 정보교류에 있어서 최고의 도시이기도 했다. 분지임에도 쾌적한 기후인지 회사들의 본사도 꽤 많았고 인구도 많았다. 단 단점은 도시A로 진입하는 교통편이 고속도로뿐이라 접근성이 약간 떨어진다는 것뿐이었다. 예전 산사태로 고속도로가 통제되자 모든 교통편이 막혀버린 사건도 있었다.
아마 중립지에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무기거래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순순히 납득했다.
흑사회 본부에서 나와 몇 개의 교통편을 타고서 이름 모를 조그마한 도시에 도착해 흑사회 소속의 차를 찾았다. 매번 흑사회로 오갈 때는 항상 안대를 끼고 자동화된 차량에 올라타 예상할 수 없는 곳에 내리기에 바로 출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저번보다는 나았다. 해변 한 가운데에 내려서 임무 수행을 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소모했으니까.
낡고 검은 세단의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그리고 고속도로로 가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했다. 약간 낡은 차량이라 핸들이 약간 뻑뻑했지만 차량에 있는 내비게이션이 최신형 이였기에 커브를 잘못 드는 일은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어 차라고는 앞에 한 중년 남성이 모는 차량 한 대밖에 없었다. 긴 터널을 지나 도시A에 거의 다다를 무렵, 다시 말해 도시A로 향하는 터널을 빠져나와 도시A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구간에 나는 차를 멈추어야했다. 왜냐하면
"쿠구구구구……."
라는 소리와 비슷한 낮은 소리를 내며 밤하늘에 빛을 내며 저 하늘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이 길을 가던 중년 남성은 차를 멈추고 휴대폰으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찍었다. 나는 조직에 소속된 사람답게 당장 휴대전화를 꺼내고 전화를 걸었다. 정보국의 전화로 바로 이어지는 직통 전화번호. 20초를 기다리고, 받았을 시 5초의 침묵을 하고 정보 보안을 통과했다.
"어떤 일이십니까 엡실론 응답하십시오."
"임무 수행 중. 사고 발견. 항공기."
"보고 받았습니다. 정보 수행 중. 근처 항공기 정보 검색 중."
잠시 후 응답을 들을 수 있었다.
"화물기. A-102번입니다. '태극'의 화물. 프로텍터가 심하게 결려있습니다. '병기'중 하나라는 사실만을 공표했습니다."
"유사 사례 검색."
임무에 지장이 있을 변수가 있으면 안 된다.
"화물기 추락, '태극', '병기' 검색 중."
휴대전화를 닫고 결과를 기다리며 저기 멀리서 땅과 서서히 가까이 도달하는 비행기를 보았다. 내 옆에서 계속 있던 중년 남성은 다른 각도에서 찍기 위해 나와 조금 떨어져 있었다.
나름의 좋은 구도를 원해 상당히 뛰어다녔는지 약간 벗겨진 땀을 닦던 남성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본 것처럼 당황해 하면서
"저게 뭐야!!!!!! 어! 어! 어어어어!!!"
라며 비명을 지르기에 갑자기 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라는 생각으로 그 남성을 보았고
이윽고
"부웅"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남성이 세로로 두 동강이 나면서 그의 단면을 잘 알 수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흩뿌려지는 피와 체액을 뚫고 금속성의 물체가
"키이이이……."
라는 목소리를 내며 흡사 사마귀와 비슷한 외모로 두 팔에 보라색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다시 그 시체를 쪼개고 순간의 당황을 가진 나의 몸은 움찔거렸고.
내가 몇 초 동안의 빈틈을 보이자 나에게 달려드는 물체. 허리를 베려는 칼날을 피하기 위해 뒤로 움직이면서 겨우 거리를 두었다.
로봇인가?
몇 번 호신용 로봇을 본 적이 있었지만 저런 로봇은 처음 보았다. 물체는 남성을 베었던 칼날을 입으로 핥으며 붉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직감. 임무에 몇 번 투입되었을 때 동료가 허무하게 죽고 바로 나를 보는 그 느낌과 매우 비슷한.
“어떤 일.”
나는 양 주먹을 ‘짝’소리가 나도록 쳤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게 로봇도 동시에 뛰어 올랐다. 아주 높게 하늘로 점프한 물체.
약 7미터 정도. 점프력이 상당하다.
아까처럼 나도 한 번에 두 동강을 낼 생각인가. 나는 위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일에 왜 휘말리는지. 어디 연구소에서 탈출이라도 한 것일까.
“캬아아아!!!!!!!”
날을 세우며 달려드는 로봇.
“흡!”
"쾅!"
옆으로 날을 피하자 내 옆쪽에 서늘하게 베어가며 로봇은 허공을 베고 밑의 아스팔트를 찍었다.
"키... 키익……."
날이 박혀버려 당황하듯이 로봇은 버둥거렸고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죽어라”
"캬악?"
한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단단했다. 하지만 이것을 우그러트리기엔 너무나도 쉬웠다.
“으그적.”
“캬아아아아……. 지지지직”
약간의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물체는 온 몸을 떨었다. 손에 녹색의 액체가 묻어나고 마침내 추우욱 하는 소리가 났다. 액체 때문인지 약간의 쓰림을 느끼며 물체를 아무렇게 내동댕이쳤다.
“지지직……. 지지직…….”
이라는 소리를 내며 널브러져 있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 주먹만 한 ‘태극’문양이 선명하게 로봇의 머리 안 코어로 보이는 뇌에 박혀있었다. 내 힘으로도 저 뇌는 부수지 못한 건가.
‘태극’
전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모든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곳. 칼과 책으로 무장하고 있는 그들이 어째서.
손에 묻은 액체를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로봇과 시체를 한 구석에 놓아 혹시 다른 차량이 지나갔을 시를 대비했다. 다른 로봇의 가능성을 경계하기 위해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두었다. 멀리 떨어져가는 비행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다. 나오는 번호는 없지만 어디서 왔는지는 안다. 휴대폰을 열고 20초를 기다리고, 받았을 시 5초의 침묵을 하였다.
“보안완료. 응답.”
잠시 후 정보국에서의 답변이 차갑게 나왔다.
“보고. 정보결과. 병기. 비밀 명 ‘붉은 거미’.”
역시 ‘태극’은 뭔가 의도가 있었다. 지금 내가 부순 로봇 외에도 다른 로봇들이 있겠지. 그런데 어째서 전투형에 가까운 로봇을 투입한 것일까. 약간의 궁금증이 더해진다. '병기'의 회수를 원하는 의도일까.
“명. 자세한 설명”
"생물병기. 치사율 100%에 가까운 질병. 공기 중 전염 불가. 경로 체액을 통한 피부로의 직접접촉. 감염 후 1분~10분내 발병. 과거 8년 전 ‘빈민가 혈사병’사태 바이러스로 추정."
!!!!!!!
순간 내 머리에 그때의 악몽이 지나갔고 기억과 목이 잘려있던 그 풍경과 온 몸을 떨며 피를 흘려 죽어가야 했던 내 여동생의 모습이.
“다시!”
“재보고. 생물병기 즉사율 100%에 가까운 질…….”
“증상!”
“증상 보고. 접근금지.”
“말해라.”
“프로텍터. 이후 정보에 대한 권리는…….”
“말해라!!”
“보호할 수 없…….”
전화기의 소리가 점점 들릴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잦아드는 목소리와 함께 나의 절망과 급함 그리고 옛날의 잊을 수 없던 분노가 생겨나고 있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점차 땅에 가까워지는 비행기의 움직임.
과거의 악몽과 기억의 시작이 엉겨 붙고 지금의 회환과 여동생의 얼굴을.
“막대한 양의 출혈과 충혈.”
그때 꽃잎을 떨어트리던 붉은 장미처럼 온 몸에 피를 흘리던 그리고 나의 모든 몸을 불살라 없앨 듯 한 고통을 가져다주던 그.
그때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을.
나는 마지막 확인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유사……. 사례."
"8년 전 빈민구역…….지지직……. 대전염……. 지직……."
"원인은"
"지지직……. 지지지직……."
"원인은!!!!"
"쿵"
바닥이 흔들리며 전체의 도시A의 모든 것에 굉음이 들리는 것처럼 멀리 불꽃이 인다.
"지직……. 비행기추락……. 지지직…….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 죄송합니다. 전파신호가 원활하지 않아……."
"젠장!"
나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저 멀리 이미 추락해버린 비행기를 보았다. 재앙의 반복이 겹쳐졌다. 그때와 같은 내 이웃들 가족들 내 여동생을 고통스럽게 죽게 한 그리고 내 저주의 표식의 시작점.
도시A에 '태극'이 그때와 같은 일을 원하는 것일까.
저들이 숨기려 하는 것을 밝혀야 한다. 아니 숨기지 않더라도 이들이 하려는 짓의 이유를 적어도 조금만이라도 밝혀야 한다.
내 임무는 '태극'과의 무기거래.
그들과 나의 접촉. 8년만의 이유이자 고통의 회귀.
지금 시간은 0시 30분.
지옥에서 올라온 원한을 같은 고통을.
내 가슴에 있는 붉은 거미자국이 다시 울부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