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2)
계단을 밟으며 유키노시타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묘하게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 설마?.....
[역시, 이 녀석...]
유키노시타는 소파 위에서 잠든 러시안 블루인 새끼 고양이를 껴앉은 채, 손엔 점푸캣을 쥐고, 다른 고양이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 녀석, 얼마나 들떠있었던 건지........
그런데.... 묘하게 귀엽운데다, 그 모습이 너무 어울려서 사진이라도 찍어, 소장할까 생각 중이다...... 라는 알게 모르게 죽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짓을 할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고양이들은 인기척이라도 느낀 것인지, 모두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유키노시타도 눈을 부릎뜨며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지금 광경은 묘하게 무서운데다, 그 모습이 너무 어울려서 공포게시판 같은 곳에 올리면 베스트글이 될 것 같았다.
[... 봤니?]
[머,뭐,뭐, 무엇을 말입니까?]
젠장, 무섭고 갑작스레 말을 걸어 온 탓에 혀가 꼬이고 말았다.
사람들이 공포의 대상과 마주하면, 사고가 느려진다던데 사실인가 보다.
아니면 이 녀석...... 슈레딩거인가? 죽일려는지, 살릴려는지 모르겠어!
[자고 있는 모습....]
[.. 그...그렇습니다만?....]
혹시 화난 건가? 아니, 잠깐만요.
자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보여질 수 있는 광경이잖아? 특히 학교....
아니 설마 내가 보고 있어서 그런거야? 아니, 무슨 문지방효과냐고...
[...그래....]
[......]
[......]
[......]
[어라? 끝이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아니, 그게.... 분명 기시감이 느껴지는 아비터 같은 눈빛으로, 나에게 스테이시스 필드를 걸 줄 알았거든.]
[그게 대체....]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며,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누르고 있었다.
[넌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니...]
[유키노시타, 잘 생각해 보라고. 찔리는 게 없지 않을걸?]
[... 전혀 짚이는 데가 없어.]
엥? 진짜로...?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we feel your presence! (아비터 대사)
[그럼 뭐, 난 이만 너의 퍼스널 스페이스에서 나가도록 하마.]
[아무리 눈이 어두워서, 앞이 라비린스 같아 보이는 히키가야군에게도 눈치는 있나 보구나. 후훗]
[그야 당연하지. 그렇기에 전업주부라는 출구에 도달했거든.]
[하아.... 잘도 그런 바보같은 소릴...]
음? 보통 부러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뭐, 쉬게 해준다면 나야 환영이지.
[그럼, 난 내려가 보도록 하마.]
[....]
내 말을 듣고,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언짢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 도와주러 왔으면, 도와줘야 예의 아니니?]
[아? 아니, 너의 퍼스널 스페이스...]
[잔말 말고, 빨리 도와주도록 하렴. 프롤레타리아트군]
하아.... 뭐냐 쉬게 해주나 싶었더니.... 무슨 희망고문이냐고.
그런데, 멋대로 노동계급으로 만들지 말아주시죠?
[그런데.... 청소 같은건 할 필요없어 보이는데?]
[그냥 고양이들하고 놀아만 주면 돼. 자, 받으렴.]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점푸캣을 주었다.
허허, 얘가 무슨 게임패드를 쥐어 주시나.....
[...... 하긴 하겠다만...... 넌 뭐하는데?]
[난 이만 쉬어야지.]
이 녀석... 결국엔 자기가 쉬고 싶었던거였구만?
역시, 체력엔 정평이 나있는 유키노시타였다.
[뭐, 하는 수 없나....]
하는 수 없이, 할 수 있는 만큼 놀아주기로 했다.
고양이들은 다들 사람손이 그리웠던 건지, 내 쪽으로 몰려 와 몸을 부벼댔다.
하....... 사람손 잘타는 고양이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그런 고양이야 말로 최강이지 않은가?
근데, 난 신기하게도 동물들에겐 그닥 미움을 받지 않는 것 같다.
핫, 이거 꽤 쑥스럽구만?
찰칵!
[잉?]
소리난 곳을 보자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붉힌 채, 내쪽을 향해 폰을 들고 있었다.
[......]
[어이, 어딜 찍는 거야!]
[......]
[유키노시타?]
[걱정하지 마렴. 고양이를 찍은 것 뿐이야.]
[아니, 분명 내 쪽을 향한 채로 폰을 들고 있었...]
[걱정하지 마렴. 고양이를 찍은 것 뿐이야.]
[......]
나 참.... 그냥 신경 끄자. 고양이를 찍고 싶어서 찍었다하니, 내가 찍힌 부분은 자를테고, 딱히 어디에다 쓸 녀석도 아닌데다, 사적으로 사용할 일은 더더욱 없겠지...
20분쯤 흘렀을까. 주위엔 자고 있는 고양이들 뿐이었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가?
[어이, 유키노시...]
[...]
뭐야, 너도 자는거냐?
언제는 고양이와 같이 말도 하더니, 이젠 습성까지 공유한 듯 하다.
깨우긴 뭣해서 내 블레이저를 덮혀주고, 나오기로 했다.
밑으로 내려가보니, 꽤나 시끄러웠다. 아마 교회사람들이 온 모양이구만?
안 쪽엔 아파서인지, 늙어서인지, 호발부동으로 누워만 있는 개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동물들은, 다들 외견엔 문제가 없었다. 아마 사람들에게 입양되어야 한다면 건강도 그렇지만, 외견은 깨끗해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외견에 중요함을 가진다는 것은 예외가 없다.
뭐.... 있다면 성능 좋은, 컴퓨터 본체같은 거려나?
나는 어째서인지, 아까 그 개가 신경이 쓰여, 그 개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분명히...... 내가 향한 곳에는 그 개가 있어야 했을 터인데, 거기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뒷모습만 보이지만, 개와 놀아주고 있는 듯 했다.
흠.... 내가 찾고 있는 개는 다른 곳에 간 건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러,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저 소녀야.]
뒤에선, 사토미씨가 아까 그 곳을 가리키며 나에게 말하였다.
[...네?]
[아까 말한 소녀 말이야. 그 소녀가, 저 개를 보살피고 있는 저 소녀란다.]
[아....!]
좀 더 자세히 보니, 아까 그 썩은 눈을 한 개가 맞는 듯했다.
음? 잠깐, 저 사람.... 낯이 익은데? .... 양갈래로, 머리를 댕기로 땋은 스타일?
...... 저 사람은 분명....
[메구리....선배...?]
[에?......히키가야군?]
[아...... 역시, 선배셨군요. ..... 그런데, 선배께서 어쩐 일로?....]
[아~ 난 교회 사람들과 같이 봉사하러 온 거야.]
[아... 그렇시군요.]
저 개를 데려온 사람이 메구리 선배셨구나..... 과연.... 교회에 다니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천사였던거군.
그럼... 토츠카는 대천사니까.... 조만간 토츠카에게 물어봐야지.
[히키가야군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아.... 뭐, 의뢰일이에요.]
[그렇구나~ 히키가야군은 어딜가나 열심히구나?]
메구리 선배는 미소 지으며, 천사같은 손길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이건..... 그러니까.....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천국인가?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천사들은 다, 이런 패시브 스킬을 배우는 건가? 이쯤되면, 진짜 천사가 아닌지?
[.. 아... 아, 뭐.... 그야, 왕언니가... 가만두질 않거든요.]
[왕언니?]
[... 유키노시타요.]
[어머... 왜 거기서 내 이름이 나오니?]
[헉!]
[안녕! 유키노시타양]
[안녕하세요. 선배]
깜,깜짝이야.... 넌 또 언제 내려왔냐? ... 하긴, 왕언니들은 기본적으로 귀가 밝긴하지.
아니면,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던가? 아, 과연.. 그래서 유미코 앞에서도 꿀리지 않고......
[선배. 그 남자와는 말을 섞지 않는 게 좋아요. 어처구니 없을만큼 이상한 말만 하거든요.]
[또 시작이냐? 남한테 내 험담을 들려주는 게 즐거운 거냐고? ... 그렇다는 건..... 난, 벌써 전설이나 동화화 된 건가? .... 하, 하지만 중구난방은 곤란하다고.
미화되기라도 하면 쑥스럽잖아.]
[그건 기우이니 안심하렴. 미화는 커녕 악화될지도 모르지...... 그리고 난, 메구리 선배님을 위해 말씀드리는 거야.]
[괜찮아, 유키노시타양. 히키가야군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네?], [...]
[아, 아무것도 아냐. 그럼 난 다른 개들 좀 보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선, 메구리 선배는 어디론가 급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방금 잘못 들은건가? 아니다. 결코 잘못 들은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유키노시타의 홍포를 제재해 주시는 것이었겠지..... 참 좋은 선배다.
[히키가야군... 무슨 짓을 한 거니?]
[뭐가?]
[메구리 선배에게 무슨 짓을 한 거 아닐까? 아무 이유없이 네편을 들어줄리가....]
[대체, 그건 무슨 로직이냐? 너도 새인간 콘테스트에 나가냐?]
[...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 고마워.....]
[어, 아...]
유키노시타는 아까 빌려준 내 블레이저를 건네주었다.
일부러 들고 와 준건가 이녀석..... 의외로 상냥한 녀석이네.
[일부러 들고와 주다니, 좀 의외로군.]
[무슨 뜻이니?]
[고, 고맙다고요...]
유키노시타의 뒤에서 다크매터 같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게다가 사람 표정이 저렇게 확 바뀌다니..... 무슨 변검술사냐고......
뭐, 그래도 들고와 줬으니 고맙게 생각하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무사히 의뢰를 끝마치고, 우리들은 카운터에 모이게 되었다.
[자아, 오늘도 다들 수고했다.]
[........ 아까 일은... 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뭐가 말이냐?]
뭐야, 기억 못 하시는 건가? 이 사람 참.... 뭐,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는 게 좋지. 그럼, 그럼.
[아! 그래, 고생도 한 겸. 다같이 라면이라도 먹으러 가는 게 어떻겠나?]
[아.... 저는 이제 유미코와 친구들끼리 모이기로 해서...]
[전, 집에서 호출해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런가..... 그럼 히키가야. 너로 정했다!]
[뭡니까, 그런 포켓몬은 없다고요. 잠깐.... 저요?]
[그래. 뭔가 불만이라도 있나? 딱히, 너한텐 바쁜 일도 없을테고.]
[크윽.... 아,아니, 잠깐만요. 이런 날엔, 선생님은 바쁘시잖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아니, 뭐....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말이죠.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날에 다른 남자와의 약속 같은게 있는 거 아닌가 싶...]
빠드득
[꼬,꼭 데려가 주십쇼!]
역시 잊지 않았어. 잊지 않으셨어. 잊지 않으셨다고!!
[좋아. 그렇게 원하니 데려가 주지. 기대하도록 해라. 이번만해도 좋은 라면집을 꽤 알아뒀으니.]
[하아.....]
아직도 이런 시대에 강제징집이라는 말을 해도 아무도 안 믿겠지....
그렇게 푸념하고 있을 때, 카운터 위에 있는 비닐봉지 안의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음..? 사토미씨 이건 뭔가요?]
[아, 그거? 간혹, 여기 스텝분들이 만들어주시는 팔찌야. 이 팔찌의 판매 수입금으로 운영비에 보태기도 해.]
팔찌는 심플한 실리콘팔찌로, 13가지 색깔로 다양했고, animal like us라는 문장과 함께 양옆으로 개, 고양이 그림이 색깔별로 흰,검정색으로 인쇄 되어있었다.
흠.... 200엔? 하나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군. 나는 라이트그린 색 하나를 집었다.
[이걸로 주세요.]
[에? 그럼 나도 하나 사볼까..... 유키농도 사는 게 어때?]
[그러네.... 그럼 난 이걸로.]
유이가하마는 주황색, 유키노시타는 하늘색 팔찌를 고르며, 카운터에서 계산하였다.
[구매해줘서 고맙구나.]
[에이, 아니에요. 그런데 힛키는 착용 안 해?]
[무슨 소리냐? 코마치한테 줄 선물인데.]
[... 이 남자는 정말.....]
유키노시타는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사랑하는 여동생을 위해 선물을 해주는 일까지 트집을 잡는건데?
[음~ 그럼, 내가 히키가야군꺼 사줄게.]
등뒤에선, 메구리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가셨던건가?
[네? 아니요. 딱히 선배님께 받을 이유도.....]
[아니야. 문화제, 체육제 때 히키가야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아,아뇨... 제가 하고, 자시고는 중요치 않죠. 저말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도왔잖아요. 게다가 그건 봉사부의 일이었으니 당연히....]
[그럼~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고 해 둬.]
[네....? 그게 무슨..... 그러면 더더욱....]
[그만! 신경쓰지마. 내가 선물해주고 싶어서 그런거니까. 히키가야군에겐 검정색이 어울리겠지?]
[..... 그건 또 무슨 뜻인가요?]
[사토미씨 계산해 주세요.]
[그래. 후후...]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메구리 선배는 나에게 팔찌를 선물로 주셨다. 그런데, 아무리 천사라도 메구리 선배의 오늘 행동들은..... 평소 그대로이지만 왠지...
그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하아... 이거 받아도 괜찮은 건가?.....
결국엔 받아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선물이라는데 감사히 받도록 하자.
[고, 고맙습니다. 선배. 잘 간직할게요.]
[응!]
[그럼, 이만 해산.]
우리들은 그렇게 사토미씨의 배웅을 받으며, 유기견 센터에서 나왔다.
만약...... 저 동물들에게도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릴 적에, 작은 종이에 자신이 되고싶었던 꿈같은 순수한 소망이 있다면.......... 부모에 의해, 사회의 의해, 모두에 의해, 꿈을 수축해 나가며, 현실을 직시하고, 평범하며, 안정적인 직업을 갈망하는 것이 아닌.....
진짜로 원하는 소망이 있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
다시 주인과 재회하는 것? 아니면, 현실을 깨닫고 다른 주인에게 선택 받는 것일까? 하지만, 그건 이루어 질 수 없기에.......
...... 그렇기에 소망한다. 그리고, ....죽음으로 인도된다...
각자 흩어지고, 나와 히라즈카 선생님은 근처의 돈코츠 라면집에 도착했다.
역시 라면이라고 하면. 역시, 내 기준으로는 돈코츠가 최고인 것 같다.
맛있는 돈코츠 라면의 기름기와, 진한 국물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지.
등기름을 잔뜩 띄운 스타일도 맛있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등기름의 감미로움, 한 입 깨무는 순간, 입 안으로 쏟아져 나오는 면의 감촉, 돈코츠 육수의 크림 같고, 순한 맛이 인간을 도원향으로 유혹한다.
[와... 이 가게도 상당히 잘하는데요...]
[후후후, 네가 그런 표정도 다 짓는군. 별일인데? 사실, 여긴 사토미와 자주 왔었던 곳이야.]
기분이 들뜨셨는지, 히라즈카 선생님께선 라면 먹는 것을 잠시 멈추고, 사토미씨와의 일화들을 들려주었다.
사토미씨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그렇고..... 꽤나 둘의 사이는 각별했었나 보다.
그렇다면......
[...저기... 선생님.]
[무슨 일이냐? 히키가야]
[이번 의뢰... 선생님이 자발적으로 한건가요?]
무심코 내 던져진 말이 예상 외의 질문이었는지, 정곡이라도 찔린 듯, 잠시 말을 멈추던 히라즈카 선생님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음...... 어떻게 알았지?]
[아뇨... 그냥 선생님이 봉사부를 알려주셨거나, 저희들을 데려 온 게 아닌가.... 해서요. ........ 저희 봉사부를 아는 사람들은 몇 안 되니까요..... 그래서 찔러봤는데, 역시 그랬군요....]
[...... 너희들에게는 미안하게 됐다.]
[아,아뇨, 딱히 그렇지는.... 어차피 선생님의 의향 하나로 활동 지침이, 수시로 변하잖습니까.]
[하하, 그렇긴 하지...]
유독 강해보이고, 남자같아 보였던 히라즈카 선생님이, 오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각별했던 친구와의 헤어짐에, 자꾸 머리 속에 맴돌고 있던 친구에 대한 생각이,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오게 된다....
어쩌면, 히라즈카 선생님은 사토미씨를 보기 위해... 이 의뢰를 우리에게 신청한 것일지도 모른다.
라면을 다 먹고, 히라즈카 선생님께선 자판기에서, 맥스 캔커피 2개를 뽑아,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오오, 마침 목이 말랐는데 잘 됐다.
맥스 커피를 마시면, 그 달달함에 피로도 풀리고, 목까지 적셔준다.
하..... 달콤한 맛에 기분이 풀린다.
[음. 히키가야, 수고했다.]
[네. 오늘도 꽤 수고했죠...]
[아.... 회장선거 일 말이다만, .......... 네덕분에 잘 해결되었던 것 같구나...]
[아, 회장선거 일 말이죠....... 아? 선생님이 제가 한 일이라는 걸 어떻게....]
[네 여동생에게 들었다...]
...... 이 녀석...... 뭣하러, 그런 걸 말하는 건지..... 다른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한 거 아닐런지, 하아.... 이 녀석 안 되겠어,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하더군.]
[.... 네, 뭐...]
[히키가야.... 네가 처음 봉사부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하니? 넌, 나의 강제하에 봉사부에 입부해서... 그 땐, 넌 아주 심각할 정도로 썩은 눈을 내비쳤지...]
[하하.... 아주, 제대로 기억해 주시는군요...]
[입부할 당시, 그렇게 의욕도 없던 녀석이... 의외로 문제해결을 위해, 자신까지 희생하는 모습이 꽤나 놀라웠지.....]
[의외여서 죄송하네요..... 아니, 전 이래봬도 착실히 살았습니다만?]
[하지만, 입부 당시엔 나가고 싶어했던 건 사실이잖나.]
[유구무언입니다......]
변명의 여지를 안 주시는군요.... 칭찬해 주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페인 게이지가 올라갈 쯤, 히라즈카 선생님은 담배를 물더니, 다시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하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건, 네 자유다....
하지만...... 너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잘못된 거야.....
왜냐하면, ...그건 봉사부의 이념에 반하기 때문이지....]
[.... 네?]
[ 봉사부는........ 부원들이 희생하면서까지, 의뢰는 떠안는 곳이 아니란다...
도움을 주되...... 그 해결은 의뢰자 몫이지.....
그건 치바캠프 때의 루미 사건을 예로 들면, 이해하겠지?]
아........ 생각해보니 그렇다.... 유키노시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생선을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법을 가르쳐서 자립하게 하는 것.......
그것이 유키노시타의, 봉사부의 의뢰해결 방법이었다.
언제부터 내 방식은 이상해졌던 걸까...........
빨리, 의뢰를 해결하고 싶어서였을까?
그 계기로, 나혼자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걸까?
............ 나는, 문제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치바캠프 때의 츠루미 루미 사건......
그것은 츠루미라는, 한 여학생이 그룹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 일이었다.
우리는 그 일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그 사건을 해결하기로 하였고.....
나는 그곳에서, 해결법 하나를 생각해 냈다.
그것은.... 츠루미 루미를 둘러싼 그룹의 관계를 와해시키는 것.
그렇게 하면 츠루미는, 왕따라는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는 게 내 발상이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츠루미는, 스스로 그 그룹 아이들을 구제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자기 스스로..... 해결 하였던 것이다. 외톨이가 아닌.... 다른 길을 말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츠루미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겠지......
[그렇게 혼자 떠안을 필요없잖니........ 힘들 땐 기대도 됀단다.
여러사람들이 있으니까, 봉사부엔 너혼자만 있는게 아니란다. 알겠니?]
[.... 네.]
[어쩌면, 내가 너희들에게 승부를 내건 잘못도 있겠구나...... 그 점에선 너희들에게 사과하마.]
[아뇨......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에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잘은 모르겠다.
어째서 나혼자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는지....
나도, 유키노시타도 그 말에 의해, 의뢰해결을 시작하게된 건 확실하다.
하지만..... 난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건 아니었다.
유키노시타는 모르겠으나, 난 그 승부를 의식하며 문제해결을 해왔던 것은 아니었고, 그 내기는 언제부턴가 잊혀졌다.
그저, 빈 껍데기같은 거였다.
그리고 그 승부를 다시 생각나게 해줬던 건, 바로 유키노시타였다......
어째서 그녀는 의식하고 있었던 걸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나는 그 의문점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히키가야, 너에게 하나 확인해 두고 싶은게 있구나. ..... 너의, 그 전업주부 선택엔 변함이 없는거냐?]
[.....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안 되면 포기하라.가 너의 신조 아니었던가?]
큭..... 어째서 포기인 겁니까.... 어째서 안 된다는 전제냐고요!
[잘 들어라. 꿈은 타협하는 게 아니다. 타협한다는 순간부터, 그건 꿈이라는 의미를 소실하게 돼버려... 현실과 타협하는 건, 네가 가장 싫어하는 일 아니었나?]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도 될 수 있다. ........ 너희는, 결코 망가져서는 안 될 보석들이다.]
[....]
[지금은 이 말을 잘 이해 못하겠지만 언젠간 이해할 수 있을거다. 그럼 이만 조심히 가보도록!]
잠시 생각에 빠져, 히라즈카 선생님의 큰 목소리에 정신 차리고보니, 소부고교 앞이었다.
[.. 아,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래.]
학교 앞에서 선생님과 헤어진 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리엔, 곧 대비할 크리스마스에 맞혀놓았던, 일루미네이션이 밤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불빛처럼 쉴새없이 반짝거렸고, 노도같은 인파가 솓구친다.
겨울의 조용한 분위기에도, 이런 날은 꽤나 시끄러워 진다.
한 명, 한 명의 속삭임은 아주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씩 내뱉으면,
어마어마한 음량으로 메아리처럼 호응한다.
뭐, 이런 것도 좋지 않은가. 밖으로 나와서 아는 사람과 만나, 같이 시간을 때우고, 추억도 만들고.......
그래야 집에 있는 내가 덜 시끄럽지.
하지만 거리 속에 쌓여있는 눈을 밟을 때마다, 매료시키는 특유의 느낌과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그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했다.
[늦었다구. 힛키!]
잉?
[좀 빨리 다닐 수 없겠니? 기다리다 지쳤잖니.]
에?
[오빠가 웬일로 늦게 들어 와?]
아? 아니, 코마치구나. 그런데, 왜 이 녀석들이 우리집에 있는거지?.........
아! 우리 집이 그렇게 '머물기에 정말 좋은 곳!'인가?
[어이, 너희들이 왜 우리집에 있는거냐? 너희들, 따로 일정 있었지 않았냐?]
[아, 그게 말이지. 우리, 크리스마스 때 같이 놀기로 했잖아?]
[그렇긴 한데.... 너, 유미코랑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
[사정을 말하니 유미코도 허락해 줬어. 게다가, 내일이라도 만나면 되니까.]
[나도 집에서 허락 받고 왔어.]
[.... 근데, 왜 우리집인건데? 게다가 오늘은 이브인데?]
[어차피 힛키는 나오지도 않을 것 같고, 내일이면 더더욱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거잖아. 그래서 코마치한테 부탁한거야.]
[....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군. 그런데, 우리집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만....]
[아, 그래서 요리 좀 해봤어.]
[뭐?]
집에 들어서니, 맛있는 음식이 풍기는 특유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식탁쪽을 바라보니, 그 위엔 여러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놓여있었다.
뭐야, 저거. 와인? 진짜 와인이냐?
[히키가야군에겐, 누군가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니. 오늘쯤은 신에게 감사하렴.]
감사합니....... 어라? 잠깐, 네가 무슨 샤다이라도 되냐?
뭐, 항상 부모님은 코마치와 외식하러 가긴 했지....... 나만 빼고......
그 때만 되면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어, 보이저호 버금갈 정도로 외롭다.
[그런데 있잖아..... 이거 우리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치울 수 있는거냐?]
[걱정마. 오빠와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이 코마치가 엄마, 아빠도 오늘은, 오붓하게 보낼 수 있도록 손써놨으니까!]
과연 코마치..... 우리집의 컨트롤 타워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특하구나, 코마치. 이 오빠와 단둘이 보내기 위해서..... 그러니 너희들은, 이만 돌아가 줬으면 좋겠다만?]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 오레기짱은.....]
[역시 시스가야군. 너의 그 지긋지긋한 집착도, 코마치에겐 피해가 되니 그만하지 그러니?]
[난 단지 동생을 아끼는 거지,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치면 곤란하다고......]
[하지만, 코마치에겐 포인트 높달까?]
뭐야, 그 분간하기 어려운,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순간, 커피 다시 끓여와라고 할 뻔 했잖냐.
[자, 배고프니까 빨리 먹자구!]
우리는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였다.
피자 한 조각을 한 입 베어무니, 입 안에선 쫄깃한 스트링치즈가 사르르 녹아 들어간다.
다른 음식도 먹어보니 꽤나 맛있었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즐기도록 하자.
[와, 근데 진짜 요리 잘하네.]
[그렇니?]
[네 요리였구나, 일품이던데? 역시 대단한걸.]
[그래, 다행이구나.]
[아아. 너의 남편이 될 사람이 부럽구만.]
[에?]
뭐야, 왜? 사실대로 말한 것 뿐인데......?
왜 다들 이럴리가 없다며, 상어알처럼 신기한 것 마냥 쳐다보는 건데?
어이, 코마치 그러다 턱 빠진다?
[아니, 뭇남성들은 당연히 요리 잘하는 와이프를 얻고 싶어할 꺼 아니냐.
그래야 직장 내에서도 힘을 내지. 그래도 난 전업주부이니 상관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멀쩡한 대답을 기대했던, 내가 바보 같아.]
[하하하.... 역시 힛키야.]
[그러면, 그러면, 유이 언니는 어때?]
[그만 하렴. 코마치]
[네에.......]
[뭐, 좋을 것 같네...]
[...그래...?]
[그래도 너의 경우엔, 요리전담 가사지원로봇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지.]
[으....... 안 그렇거든! 지금은 부족한 것뿐이거든!]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디저트를 먹기 위해, 근사해 보이는 케익에 손을 댔다.
[음.............. 오! 이거 진짜로 맛있는데?]
[진짜? 다행이다!]
.........음? 유이가하마가 왜 저렇게, 기뻐하는 거지..........? 설...마... 이거!
[유이가하마양. 성공인 모양이네?]
[축하해요. 유이 언니!]
[응!]
[진, 진짜냐? 진짜나고.... 그 유이가하마가, 모든 음식을 숯덩이로 변하게 하는, 그 연숯술사가..... 만약 그랬다면...... 이 케익은 생크림이 아니라, 마요네즈 였었어야.....]
[너무해! 아무리 나라두 그 정도로, 머리 안 돌아가는 건 아니거든?]
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 내다니.... 대단하네...
이렇게 맛있는 케익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 그 남모를 깊은 정성을 생각해 보게된다.
[그래, 나도 살짝 마요네즈가 아닌지 냉장고를 확인했지만, 그건 확실히 유이가하마양이 만든 케익이야.]
[유키농도 너무하잖아~]
[유이 언니가 불쌍해....... 그런데 학교에서나 늦는 오빠가, 어쩐 일로 늦은거야?]
[아?..... 아니, 아무도 깨워주지 않으니까 지각한거지.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그냥, 히라즈카 선생님과 라면 먹으러 갔었어.]
[오빠는 히라즈카 선생님이 좋아?]
[.......무, 무슨... 켁, 켁...... 뭐?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릴 하냐?]
[오빠..... 아무리 오빠 모토에 맞는 직업이 선생이라지만, 히라즈카 선생님은 나이가.....]
겨우, 라면 먹은 거 가지고 이 야단법석이냐? 네가 벌레냐고...(벌레의 야단법석)
[야,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냥 같이 라면 먹으러 갔다고요!
뭐, 선생님이 다른 사람에 비해 자상한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오빠 주변사람들이, 선생님이 되는 수밖에 없겠네....]
[뭐냐, 그건? 주변사람들이 다 선생이라니..... 무슨 유행타기냐? 난 상관없지만, 사람들에겐 실례잖아.]
음, 한 번 생각해 보자. 주변 사람들이 선생님이 된다면..... 일단, 유이가하마.
음...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면 괜찮을지도.... 아이들 누구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상냥한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은 무조건 좋아하지. 선생님들 무리에서도 원만하게 지낼테고.
유키노시타.... 흠, 대학 교수면 어울리겠군.
질문도 못할만큼, 매서운 눈빛만 쏘아붙이면 귀찮은 일도 없잖아? 부럽구만....
뭣하면, 교장이나 교감도 어울리겠군.
코마치라면.... 안타깝지만, 고등학교는 무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치원 선생님도 괜찮지.
나와는 정반대인 성격이니, 아이들과 놀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좋은 선생님의 귀감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곳의 유치원생이라면, 앤 설리번인 것 마냥 떠받들지도 모르지....
토츠카... 토츠카가 선생님이라면......... 선생을 떠나서, 종교로 변하지 않으려나? 그것이 바로 종교의 자유화! 그 다음엔, 언어까지 생겨나는 거 아냐?
토츠카어를 만들어서, 토츠카란 단어만 들어도, 모두 행복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하와이어도 기초적인 단어밖에 안 쓰며, 한 단어에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좋게 보자면, 좋은 뜻으로 한정 되어 있겠지.
그것이 바로 세계평화! 신도 부처도 없지만 토츠카는 있다!
자이모쿠자............ 답이 없다.
[..... 무슨 음흉한 생각을 하는 거니?]
[음흉한 생각이라니? 세계평화를 위해, 잠시 생각에 잠겼던 것 뿐이다.]
그래, 토츠카를 생각하는 건 세계평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내 생각이 엿보인거야? 부끄럽게시리.....
이러다, 사토라레 특별관리위원회에서 누가 파견되는 거 아니야?
[하는 수 없구나.... 히라즈카 선생님이 이런 썩은 남자에게 물린다면, 너무 절망적인 삶을 살게 될 거야. 그러니......]
[그러니, 내가 선생님이 되는 수밖에 없겠어!]
............. 엉?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요리를 잘하게 되는 대신, 생각이랑 등가교환이라도 한건가?
[그래! 힛키, 문화제 때 약속한 거 있지? 그거, 내일 사용할래.]
[.... 아? ... 아... 별 수 없나.... 약속한 일이긴 하니까....]
잠깐.... 뭔가 이상한데......... 음? 뭐야...... 와인? 이거..... 무알콜이 아니잖아!
사고회로가 억제되고, 생각하는 것이 둔해지는 느낌이다아......
왠지..... 옆에 있던 코마치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유이가하마양의 미래를 위해서, 나도 동행하겠어.]
[에에? 유니농!]
유이가하마는, 붉게 물들인 볼을 부풀기 시작했다. 마치 복어같다. 그 반면, 유키노시타는 복어독보다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과연, 이독제독인건가???
잘못된 거란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그 잘못된 이야기 속에서 더할 나위없이 즐겁고, 허울과 공존하지 않았다. 잘못되었지만.... 만약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가 돌아온다면, 망설임 없이 똑같은 잘못을 번복할 것이다.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개편되는 일은 없다.
다시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아무리 불공평하더라도 참고 나아갈 수 있는 것....
처음부터 어긋낫기에, 후회할 수도 없는 이야기.......
코마치는 택시를 불러, 각자 집으로 돌려 보낸 뒤....
나는 머리가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다. 정신도 못 차릴만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던 찰나, 베게 옆에 둔 휴대폰에서,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FROM 자이모쿠자
TITLE nontitle
하치만이여, 본관이네. 내일의 너의 스케줄은, 절망적일 정도로 비어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네. 무하하하핳하하핳핳
그러니. 본관이 인심을 써서, 내일은 오락실에서 같이 놀아주도록 하겠다!
어으....... 머리 아파 죽겠는데, 이 빌어먹을 문자는 대체 뭐지...... 참 상큼할 정도로구만?
미안하지만,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구나.
FROM 하치만
TITLE Re:
꺼져
FROM 자이모쿠자
TITLE Re2:
호와아아아아아아아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