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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로즈는 잠들지 않아

イエローローズは眠らない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옐로 로즈는 잠들지 않아 (3)


 장마가 시작될 무렵엔 경사롭게 나도 산백합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어. 즉, 황장미 봉오리의 여동생이 되었다는 이야기지.
 여동생이 될 때, 결국 나는 마리아상 앞에서 선언했던 대로 내가 로자리오를 달라고 신청하게 됐어.
“그렇구나. 줘도 괜찮겠지만….”
“저론, 부족한가요.”
“으음―…….”
 언니는 말없이 평가를 하듯 나를 지긋이 바라봤었어. 왜 여동생이 되고 싶어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그걸 말하려고 했는데, 언니는 고개를 가로저었어.
“아니야. 당신을 여동생으로 삼는 건 뭐, 나도 바라던 일이지만……당신은 나를 잘 알지도 못하고 언니로 삼을 생각인가 싶어서.”
“그래도, 아카네 님이랑 만난 뒤 지금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눠서, 어떤 분인지는 어느정도 이해했다고 느끼고 있어요. 더욱 깊은 부분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 거라면, 그런 건 자매가 된 다음 서서히 알아가면 괜찮은 게 아닐까요?”
“아아, 아니, 뭐, 그렇긴 한데. 그런게 아니라, 정말 기본적인 거라거나.”
“그 말씀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니는, 잘 빠진 손가락을 턱에 대곤, 입을 열었어.
“요컨데, 나, 사실은 변태야.”
“……에?”
 언니가 뭐라고 말한 거지? 나는 당황했어. “변태”라고 들렸는데, 그건 곤충 변태같은 것 이야긴가? 아니,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상하다는 뜻의 “변태”기야 하겠지만, 네 그렇군요 하고 지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에에……어떤 식의 변태인 건가요?”
 일단 나는 질문을 꺼냈어.
“그건 뭐, 여러가지로. 언니가 아닌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언니한테 말했더니 변태라는 모양이야……확실히 나도, 스스로 생각해도 특이한 성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가요.”
 뭐라 대답할 수 없어서, 나는 그저 수긍할 수 밖에 없었어.
“나를 언니로 삼고 싶다고 하니, 그걸 알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고……그래도 괜찮니?”
 언니는 어째선지 자신에 넘쳐서 윙크를 했어. 나는 이마에 손을 짚으면서 언니에게 대답을 했어.
“저기……여기서 혹시, 역시 여동생이 되는 걸 그만두겠다고 말하면……어떻게 되나요?”
 언니가 아닌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에서 내가 여동생이 안 되면 예외를 만드는게 돼. 관계 없는 일반 학생에게 약점을 잡히는 상황이 되는 거야. 뭐, 설령 내가 그녀가 변태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어줄 것 같진 않지만.
 하지만, 언니의 움직임은 딱 굳었어.
 얼굴도 죄어들었어.
“에리코 쨩, 내가 언니가 되도 문제 없는 거지?”
 그러다 갑자기 “쨩”까지 붙이기 시작했어.
 뭐,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문제는 없었어. 오히려 아까 말을 듣고선 그녀에게 가진 흥미나 호기심이 더 커졌으니까.
“예, 변태 언니라도 괜찮아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단언했어.
 그 바로 뒤에, 언니는 완전 폭소했어.
 그때 언니는 정말로 웃긴 것 처럼 배를 잡고서 낄낄 웃었어. 뭐가 재밌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사롭게도 나는 로자리오를 받게 되었어. (이 2년 뒤에 1학년이 2학년에게 “여동생으로 삼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될 줄이야. 황장미의 전통인 거려나.)
 로자리오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 중에 산백합회의 일원이 되어서 요코의 옆에 있고싶다는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언니로 삼는다면 이 사람으로 해야 겠다고 느낀 것도 거짓말은 아니야. 요코와 다시 만난게 그런 생각에 등을 떠밀었다는 느낌.

 산백합회의 활동은 내게 자그만 만족감과 소소한 행복감을 가져다줬어. 처음으로 종사하게 된 학생회 활동은 나름대로 재밌었고, 같은 1학년인 요코랑 함께 있을 수 있는 때도 많았어. 나는 요코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드는 거에 놀랐어. 나 자신에게 이렇게나 순수한 부분이 있다는 거에 말야.
 장미관의 좁은 싱크대에서, 둘이 나란히 언니를 위해 홍차를 우려.
 다른 사람이 오기 전에, 둘이서 잡담을 나누면서 청소를 해나가.
 얼굴이나 태도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런 일들이 괜히 기뻐. 때때로는 요코를 놀리다 화나게 할 때도 있지만, 화내는 요코도 귀여워.
 나는 완전히 미즈노 요코의 노예가 되어 있었어.
 하지만, 나는 내 기분을, 마음을, 요코에게 전할 수 없었어. 나랑 요코는 둘 다 여자야. 좋아하게 버리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동성간의 그런 관계는 세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다가, 다른 사람 이야기랑은 별개로 요코에게 내 마음을 전한 뒤 거절당하는 게, 미움받는 게 무서웠어. 지금까지의 관계가 무너져 버리는 게 무서웠어.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보다 요코에게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로 일단 만족하고 있었어.



 그날도 뒷정리를 하면서 요코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집에 가는게 늦어져 버렸었어.
“차암, 에리코 때문에 늦어졌잖아. 대체 언제 이렇게 말을 잘 하게 된 거니? 중학교 때는 좀 더 조용했었지?”
“그래?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삐걱삐걱 울리는 계단을 내려가며, 요코는 한숨을 내쉬었어.
 요코는 눈치 못 챘어. 수다를 떠는 것도, 일거리를 늘려서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는 것도, 요코랑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라는 걸.
 그래도, 그 시간도 오늘은 이걸로 끝. 마음 속의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장미관 문을 열어보자,
“아…….”
“어머, 결국 내리기 시작했구나.”
 내 뒤에서 열린 문 밖을 보며 요코가 말했어.
 눈앞에선, 가는 빗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었어.
​“​아​차​―​실​수​했​네​.​”​
 아침에 본 일기예보에선 강수확률이 30%라고 했었지만, 밤까지 버틸 거로 생각해서 우산을 안 가져왔어.
“우산, 안 가져 왔니? 요즘 장마고, 오늘은 비 온다고 했었잖아.”
 이런 부분에서 틈이 없는 요코는, 당연한 것 처럼 가방 안에서 접이식 우산을 꺼냈어. 분홍색의 사랑스런 우산을.
 요코는 그 접이식 우산을 펼치면서, 옆에서 굳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나한테 고개를 돌렸어.
“어쩔 수 없네, 안에 들어와.”
“엣.”
 우산을 펴고, 내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어.
“괘, 괜찮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대론 에리코, 집에 못 가잖아.”
 요코는 당연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건 즉 우산을 같이 쓴단 소리잖아. 아니, 여자애끼리니까 그런 식으로 의식해 버리는 건 나뿐이겠지만.
“자, 가자.”
 요코랑 나란히 걷기 시작했어.
 처음엔 급작스레 내린 비가 원망스러웠는데, 지금은 조금 고마워.
“그러고 보면, 에리코는 뒷문 쪽이었지?”
“오늘은 정문으로 돌아갈게. 요코가 돌아가게 되니까.”
 일단 버스 정거장까지 도착만 하면 문제는 없어. 생각지도 못한 시추에이션에, 마치 소녀처럼 가슴이 콩닥거려. 접이 우산은 그렇게 크질 않으니까, 아무래도 둘의 몸이 들러붙는 꼴이 될 수밖에 없어. 하복으로 바뀌어서 반팔이 된 팔의 피부끼리 서로 맞닿아. 요코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말을 걸어 오지만, 나는 제 정신이 아냐.
“――에리코, 듣고 있어?”
“으, 응. 맞아, 요코. 모처럼 이렇게 같이 돌아가게 됐으니까, 가는 길에 어디 좀 들러서 차라도 마시지 않을래?”
“안돼. 집에 가는 길에 다른데 들르는 건 금지되어 있잖니?”
“엣―. 그쯤은 괜찮잖아. 요코는 ​성​실​하​구​나​…​…​앗​.​”​
 정문 즈음까지 걸었을 즈음에, 그제서야 나는 눈치를 챘어. 요코 몸의 오른쪽, 즉 우산을 안 들고 있는 손 쪽이 질퍽하게 젖어 있는 걸. 슬쩍 보니까, 요코는 가능하면 내가 비에 안 젖도록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이고 있었어. 당연히 요코는 그만큼 우산의 덕을 못 보게 된 거고.
“요, 요코, 너 흠뻑 젖었잖아.”
“에? 아아, 이 정도는 괜찮아. 겨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도, 왜.”
“그치만……안 그러면 에리코가 젖어버리잖니.”
 요코는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태연히 이유를 입에 담았어.
 그래, 요코는 이런 애였어. 다른 사람을 위한 고생을 고생으로 느끼질 않아. 아니,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없어.
“집에는 교복이 한 벌 더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
 요코는 그렇게 말했지만.
 젖어든 소맷부리. 물방울로 빛나는 젊고 싱싱한 피부.
 나는 전혀 엉뚱한 부분이 신경 쓰이는 걸 막을 수 없었어.


 사소한 행복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날 채워주는 일이었어.


 그래도, 그런 행복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어.


“――엑.”
“――으엑.”
 아무리 봐도 릴리안 학생 입에서 나오리라 생각되지 않는 신음소리가 나왔어. 그것도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입에서.
“이봐―, 뭘 그런 표정을 짓니.”
“참말, 에리코도.”
 언니에게 가볍게 머리를 두드려 맞아서, 일단 입을 다물었어. 그리고 모두의 앞에서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선 그 녀석의 얼굴을 바라봤어.
 옆에 서 있는 백장미 봉오리가 생글거리며 그 소녀의 어깨를 두드렸어.
“에―, 소개하겠어요. 제 여동생, 사토 세이 쨩입니다―.”
“……안녕하세요. 사토 세이예요.”
 그래, 그 이름은 사토 세이. 유치원 때부터 천적이었다 해도 모자라지 않는 존재. 중학교 1학년 때 오랜만에 같은 반이 되어서, 상성이 나쁜 걸 재확인했었어. 그 뒤로 반이 바뀌어서 한동안은 잊고 있었는데, 설마 이 장미관에서 다시 얼굴을 보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어.
“이건 또 얼굴 예쁜 애를 데리고 왔네―.”
“요코 쨩, 에리코 쨩, 그리고 세이 쨩……이거, 올해의 1학년은 대단한데.”
 언니의 말을 시작으로, 장미님들은 감탄스럽다는 듯이 뚫어져라 세이를 보고 있어. 나도 들어왔을 때는 이런 일을 겪었었지~ 하는게 떠올라.
 세이는 상급생들한테 둘러싸였는데도 무뚝뚝한 그대로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이의 기분을 풀려 하거나 당황하고 있을만한 분들이 아냐.
“설마, 세이랑 에리코랑 나, 셋이 산백합회에 모일 줄이야. 굉장하네.”
 요코는 순수하게 나랑 세이가 산백합회에 들어온 걸 기뻐하고 있는 것 같았어. 세이를 바로 환영해 줄 순 없었지만, 요코가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이것도 괜찮겠지 싶어졌어.
 실제로 세이는 산백합회 활동에 그리 열심히 아니어서, 제일 아래였던 1학년 때부터 늘 활동을 빼먹었었어. 그래도 되나 싶었지만, 백장미 봉오리는 “괜찮아. 산백합회 활동을 시키려고 여동생으로 삼은 건 아니니까.”라며, 신경쓰는 기색도 없었어. 세 장미님들도 딱히 세이를 타박하거나 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용납됐던 건 아냐. 특히 요코에겐 더더욱 그랬어. 원래 성실하고 참견쟁이인 요코다 보니까 1학년인데도 장미관에 오지 않는 세이를 다른 분들이 언짢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랑, 거꾸로 세이가 산백합회라는 장소에 잘 녹아들 수 없는 게 아닌가 걱정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날을 보냈어.
 한편 내 쪽은, 솔직히 말해서 세이가 안 와도 별 문제될 건 없었으니 아무 말도 안 했어. 잡무는 나랑 요코가 있으면 충분했고, 세이의 언니인 백장미 봉오리 뿐만 아니라 백장미님까지도 아무 말도 안 하시는데 내가 이야기를 할 만한 처지도 못됐고. 오히려, 요코와 보내는 시간이 줄지 않아서 잘 됐다고 생각하기까지 했어.
 요코는 세이가 쌀쌀맞게 대해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들러붙었어. 계속 거절하고 싫은 기색을 보여도, 산백합회의 활동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러 갔어.
 세이는 요코에게 이야기를 들어선지 아니면 언니인 백장미 봉오리님이 이야기 해서인진 모르겠지만, 간간히 장미관에 찾아와선 따분하다는 듯 일을 정리해나가곤 했어. 물론, 나는 필요 이상으로 세이랑 이야기 할 일은 없었어.
 그런 느낌으로, 1년은 순식간에 지나갔어. 장미님 분들은 졸업하시고, 언니들, 즉 각 봉오리들이 장미님이 되었고, 우리들은 장미 봉오리가 되었어. 봉오리가 되어도 세이는 여전했고, 나는 요코와 함께 봉오리가 된 걸 마음 속 깊이 기뻐하고 있었어. 나는 레이를 여동생으로 삼고, 요코는 사치코를 여동생으로 삼았어. 세이는 여동생을 만들려 하지 않았고, 그 대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쿠보 시오리라는 아이에게 푹 빠져 있었어.

솔직히 말해서 나는 눈이 멀어 있었어. 그래서 멍청하게도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었어.


 요코의 마음이, 세이를 향하고 있다는 걸―――




네 번째에 계속
~ 가운뎃말 ~
에리코님 러브.

역자의 말:
 에리코님, 괜찮아요. 진정한 역지명의 대표주자는 손녀인 요시노가 아니라 옆집 증손녀인 토코 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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