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아오이 (20)
<종장. 새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비롯된다.>
“나야 원래 바람둥이로 통할 정도로 여자를 대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잘 대하지 못하는 사람 정도는 있었어. 아오이 누나가 그 가운데 하나였지. 나는 정말 아오이 누나를 좋아했고, 기쁘게 해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아오이 누나의 화를 돋운 경우가 많았어. 게다가 왠지 모르게, 아오이 누나 앞에서는 다른 여자들한테 하던 것 같은 달콤한 말이 나오지가 않았어. 그래서 아오이 누나는 내가 아오이 누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거야. 어느 날 내가 또 아오이 누나를 화나게 했을 때, 아오이 누나는 ‘하늘에서 별이라도 떨어지지 않는 이상 절대 히카루의 입에 발린 말은 믿지 않을 거예요.’라는 말을 했었어. 그래서 나는 ‘그럼, 별을 떨어뜨릴 방법을 알아내 볼게’라고 했지. 내 일곱 개의 선물 중 가장 중요한 일곱 번째는 아오이 누나가 나를 믿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거였어. 그것을 보여주고 난 뒤 키스하고 고백하려고 했지. 결국, 죽어버려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하치만 덕분에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었어. 정말 다행이야. 하치만, 고마워!”
미카도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내 방이다. 사오토메 선배와 헤어진 후, 집에 돌아온 나에게 미카도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그런 소리는 이제 됐어. 지금 내가 묻고 싶은 건…….”
나는 미카도를 노려보며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물었다.
“왜 아직 미카도-네가 나한테 붙어 있느냐는 거다.”
그 말에 미카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하하, 아무래도 내 미련이 아오이 누나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서 그런가 봐.”
나는 어이가 없어서 따졌다.
“야, 너 지난번에 이제는 사오토메 선배만을 바라본다고 하지 않았냐?”
그러자 미카도가 딴청을 피우며 혼잣말을 한다.
“아, 그 애도 좀 신경이 쓰이는데……아, 그 애도 어떻게 됐나 궁금하네……그 애 쪽도 한 번 살펴봐야 할 것 같아.”
“이 자식! 조금은 다시 봤었는데, 역시 네놈은 글러먹었어!”
내 분노에 미카도는 귀를 틀어막았다.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잠가놨기 때문에 노크를 한 사람은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방문 밖에서 코마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고함을 지르고 그래? 놀랐잖아!”
노크를 한 것은 코마치인 모양이다. 나는 문 너머의 여동생을 향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 미안하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코마치가 투덜거리며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미카도를 노려보자 미카도가 뻔뻔한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물론 아오이 누나를 선택하려 한 것은 진심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위해 다른 여자아이들과의 관계를 모두 정리하기 전에 죽어버렸어. 그래서 아직 신경이 쓰이는 거야. 그게 내 또 다른 미련일지도?”
뭐야, 이 사기꾼 유령! 날 지금까지 속여 왔단 말인가?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미카도가 덧붙였다.
“그런데, 하치만? 이제는 ‘히카루’라고 불러주지 않는 거야?”
윽! 미카도가 내 최신 흑역사를 언급했다. 내가 둘러댔다.
“그건 네가 사라진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한 번 불러준 거다. 나를 속이고 아직까지 들러붙어 있는 유령 따위 ‘미카도’면 충분해!”
미카도가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구나. 어쩌면 그것도 내 새로운 미련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구글에 ‘제령사’로 검색하면 믿을 만한 사람이 나오려나?”
내가 중얼거렸다.
“너무해, 하치만!”
시끄러워, 미카도! 나는 불평을 터뜨리는 유령을 바라보았다. 아직 한참은 더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언제나와 비슷한 시간에 등교를 했다. 자전거를 주차장에 대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걸어가다 보니, 학교 게시판에 무언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헤이안 신문’이라고 적혀 있다. 이게 오미가 말한 학교 신문인가 보군.
“하치만, 여기!”
내 옆쪽을 날아다니던 미카도가 신문을 살짝 훑어보더니 한쪽을 가리켰다. 뭔가 하고 봤더니 ‘1학년 6반 H-H군의 불운, 그리고 분노!’라는 제목이 보인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입학식 날, 갑자기 길가에 뛰어든 강아지 때문에 놀라 자전거의 방향을 바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던 히K가Y 하C만 씨(15)는 첫 등교를 하자마자 자신이 자해 공갈을 했다는 출처 불명의 헛소문을 알게 됐다……(중략)……미카도 히카루 씨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던 H 씨는 미카도 씨에 대한 그런 태도를 드러내다 미카도 씨의 팬클럽의 공분을 샀다……(중략)……이렇게 평판이 안 좋았던 H 씨에게 혐의가 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H 씨는 학생회장, 교감과의 삼자대면에서 곧바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냈다. 알리바이가 분명했던 것이다……(중략)……H 씨는 무죄를 증명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진범을 색출해내는 데 열정을 보였다. 마침내 범인을 색출해낸 그는 범인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독설을 날렸다. 그 동안의 울분을 모조리 퍼붓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중략)……H 씨를 취재한 기자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생각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무서운 사람! 웬만하면 화나게 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야, 이 기사는?
“오미가 약속을 지켰네.”
미카도가 말했다. 약속? 아, 그러고 보니 진상을 알려주면 내 헛소문을 일축하는 기사를 써주기로 했었지. 이 이상한 내용의 기사는 그래서 써진 건가. 그런데, 오미, 헛소문을 부정해주는 건 좋은데 왜 쓸데없는 내용을 붙이는 거냐. 이 기사를 읽으니 그 H 씨에 대해 결백하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원한을 잊지 않는, 성격 더러운 인물’이라는 인상이 들잖아!
주변에서 다른 학생들도 ‘저 사람이지?’, ‘확실히 성격이 좋아 보이지는 않네.’, ‘아사노미야와 말싸움을 해서 이겼대.’, ‘우와, 무서워! 건드리지 말자!’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 들렸다. 다 들린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이야기는 딴 데 좀 가서 해달란 말이다.
얼이 빠져 신문 앞에 서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쿡쿡 찔렀다. 뒤를 돌아보자 시키부가 있었다. 시키부가 먼저 인사를 하기에 내가 받아줬다. 시키부는 내 옆에 서서 내가 읽었던 기사를 훑어보더니 나를 향해 굳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잘된……거, 맞지?”
내가 대답했다.
“글쎄다.”
이 기사가 지금의 내 입장을 좋게 바꿔줄 거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아오이노우에에게 선물은 전했어?”
시키부가 이번에는 사오토메 선배 일을 물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모두 다 전했어. 어떻게 될까 불안했는데 결국 잘 끝나서 다행이었지.”
시키부가 생긋 웃었다. 이 녀석도 ‘퍼플 공주’만 아니었으면 꽤 예쁘장한데 말이지. ‘퍼플 공주’ 때문에 안쓰럽게만 느끼다가 이렇게 가까이서 웃는 모습을 보니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것도 비밀로 해두자. 요즘 내 삶에 비밀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키부가 말했다.
“그건 정말 잘됐네. 축하해. 수고했어, 히키가야.”
나는 미카도를 축하해주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시키부에게 축하받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미카도가 옆에서 싱글벙글한 얼굴로 날아다니고 있다. 나는 묘한 간지러움을 느끼며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뭐, 네 도움도 꽤나 많이 받았었지. 고맙다. 덕분에 일이 잘 풀렸어.”
내 말을 끝으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나와 시키부는 같은 반이다. 목적지는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이 있어서 꽤나 어울려 다니게 됐을 뿐이지, 원래 우리는 친하지 않았다. 그런 관계성을 증명하듯 우리는 너무 가깝지 않게 거리를 두고 걸어갔다. 시키부도 사오토메 선배 일이 다 끝나고 내 감사 인사까지 받자 이제 나와 어울리기는 어색하다는 점을 느낀 모양이다. 이전의 거리감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교실을 향해 가던 도중에 나를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히키가야 군!”
뒤를 돌아보니 사오토메 선배가 생긋 웃으며 살짝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순간 천사인 줄 알았습니다. 내가 걸음을 멈춰서고 그쪽으로 다가섰다. 사오토메 선배가 말했다.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그 이후 잘 들어가셨나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으레 하는 말을 내뱉었다. 사오토메 선배가 대답했다.
“네, 잘 들어갔어요. 그리고 잠도 잘 잤어요. 이렇게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다 히키가야 군 덕분이에요.”
“죽어서까지 마음을 전한 미카도 덕분이겠지요.”
내가 공적을 옆에 있는 유령에게 돌리자 미카도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대며 말했다.
“아냐, 역시 하치만 덕분에 아오이 누나가 기운을 되찾은 거라고 생각해!”
사오토메 선배도 내 말을 듣고 쿡 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히카루와 히키가야 군, 두 사람 모두 덕분이라고 하겠어요.”
그 말을 듣고 미카도도 ‘아오이 누나 말이 정답이네’라며 싱긋 웃었다.
잠시 그렇게 웃고 있던 사오토메 선배가 나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오늘부터 히카루의 초상화를 그리려고 해요. 히카루는 이제 없지만, 그래도 히카루는 제가 사랑했던 사람이니까요. 비록 아프게 끝나버렸지만 잊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 첫사랑의 추억을 그림으로 남기기로 다짐했어요.”
사오토메 선배가 덧붙였다.
“그림이 완성되면 히키가야 군도 봐줄래요?”
사오토메 선배의 이 말에 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감성이란 게 완전히 메마른 사람일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굳이 보여주신다면야.”
사오토메 선배는 또 웃었다.
……저기, 사오토메 선배? 저기 한 10미터쯤 뒤에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사이가 선배가 엄청 무서운데 말입니다. 사오토메 선배는 착한 사람이지만 사오토메 선배와 대화하는 것은 상당히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엄청 무서운 보호자가 있으니까다.
사오토메 선배와 이야기를 마치고 뒤를 돌았는데 시키부가 아직 그쪽에 서있었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오토메 선배가 어떻게 됐는지 정말 신경이 많이 쓰였었나 보다.
**
수업이 전부 끝나자 가방을 들고 잽싸게 하교하려는 나를 생활지도담당 선생님이 불렀다.
“히키가야! 히키가야 하치만 있나?”
고개를 돌리고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잠시 교무실까지 같이 가줘야겠다.”
무슨 일이지? 내가 눈빛으로 묻자 다시 선생님이 말했다.
“가면 알게 되니 잠자코 따라오도록.”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가 교무실까지 끌려갈 만한 일을 했었나 생각했다. 혹시, 지난번에 범인한테 독설 날린 것 때문인가? 조금 심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나도 간접적인 피해자인데 나에게도 처분이 오는 것인가?
미카도가 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 부탁을 들어주려고 한 일 때문이겠지? 미안해, 하치만! ……그래도 저 선생님은 말이 통하는 분이니까 사정을 잘 설명하면 알아주실 거야!”
괜찮다, 미카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하기를 선택한 일이니까 책임도 내가 져야지. 그리고 네 말대로 저 사람이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니까 말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교무실에 도착해서 선생님은 자기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나는 얌전히 그 앞에 섰다. 선생님이 물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널 불렀는지, 짐작이 가나?”
왠지 선생님은 화가 많이 난 듯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내가 다급히 변명했다.
“뎌, 저기, 저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할까요? 만약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 선생님도 저를 이해하고 동정하시게…….”
“호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럼 지금부터 네가 한 짓을 이야기할 테니 한 번 그 ‘사정’이란 것을 설명해봐라.”
선생님이 내 말을 끊었다. 그리고 책상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어라? 저거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이 한 호흡 들이켜고 그 내용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각오>. 1학년 6반 히키가야 하치만. 청춘은 거짓투성이다. 악의투성이다. 겉으로 보기에 청춘을 한껏 즐기는 것으로 보이는 자는 사실 거짓과 악의로 가득한 세계의 주민으로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 자들이다. 그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이에게는 부드럽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이에게는 가혹하다. 그래서 그들이 각종 헛소문을 통해 타인을 비방하고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이 반드시 생긴다. 그들은 그런 행위 때문에 상처를 입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이를 보고는 ‘다 쟤 잘못이지’라고 하며 책임을 전가한다. 세상에는 그런 이들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그런 이들만이 주변에 가득한 청춘이라면 누군가와 친해질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런 더러운 풍조에 몸을 맡기지 않고 혼자서 자신의 길을 관철하는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사람일 것이다. 옛말에 ‘참으로 곧은 길은 오히려 굽어 보이는 법이다’라고 했다. 이 말이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겉보기에는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여도 사실은 이 사회를 가장 올곧은 길로 나아가려 하기에 겉도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믿기에 고등학생이 된 나는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고고히 살아가는 외톨이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친구도 연인도 필요 없다. 오직 내가 선택한 길을 나아갈 뿐이다. 어떻게 보면 구도자(求道者)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끝으로, 고등학교에서 가슴 따뜻한 우정이나 풋풋한 사랑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현실을 봐라. 그런 거 없다!>!”
……생각났다. 저건 내가 등교한 지 3일째 되던 날, 선생님이 골든 위크 사이에 해오라고 한 과제다. 한창 우울할 때라 그 심정이 절절히 스며들었다.
“우와~. 이건 아니라고 봐, 하치만.”
미카도도 식겁하고 있었다.
생활지도담당이지만 동시에 1학년 현대 국어 교사이기도 한 히라츠카 시즈카 선생님이 나를 노려본다. 긴 흑발에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쭉쭉빵빵한 여자 선생님이지만, 하는 행동이 묘하게 남성스러운 사람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동안 바빠서 과제를 검사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제부터 검사를 시작했는데 설마 이 따위로 쓴 녀석이 있을 줄이야……. 그럼, 이제 설명을 해주실까?”
이것 때문에 불렀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체 뭐라 말하면 좋단 말인가.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래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고 있자 히라츠카 선생님이 오른손을 주먹을 쥐었다. 나는 엄청난 불길함을 느꼈다.
“변명은 없는 모양이군. 너도 맞을 만하다고 인정한 거겠지?”
그리고 내 대답도 듣기 전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 주먹을 내지르며 외쳤다.
“충격의! 퍼스트 불리이잇!”
선생님도 스크라이드 보셨습니까?! 그런 생각이 떠올랐으나 입으로 내뱉기도 전에 내 배에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충격이 닥쳤다. 나는 비명조차 내뱉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야 했다.
……역시 내 고등학교 생활은 여러모로 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