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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후


원작 |

10장(완)


작은 별은 언제나 어두운 밤하늘에 빛을 내고 있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못한 채, 자신의 생명을 태우면서.. 밤하늘 아래 길 잃은 자들은 그러나 그런 작은 별에 감사를 표한다. 그런 작은 빛이 그들에게 길을 비추니까. 그러나 그들도 결국 그 작은 별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누구도 이 작은 별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작은 별은 밤하늘 멀리 빛을 낸다. 자신의 생명이 끝에 다다르고 그 빛을 잃을 때까지.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이네. 하지만 난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이 목숨을 쓰지 않을 거다. 내 소중한 사람들만을 위해서 그들의 어두운 밤하늘을 비출 것이고 길을 잃어버린 그들을 인도할 거다. 그들이 시간이 흘러 내 빛을 잃어버려도 말이다. 나는 그런 작은 별이 될 거다. 그리고 그런 최후를 나는 당당하게 맞이할 거다. 그것이 내 성장 이였으니까.



세상은 우리에게 상냥하지 않다. 잔혹하고 차가웠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오늘 나는 내 인생을 건 거래를 하려한다. 내 옆에 유키노는 잔뜩 긴장해 아직 들어가기 전부터 몸에 힘이 들어가 잡고 있는 내 손이 아플 지경이다. 잿빛 하늘 아래 눈이 내리고 있다. 그녀와 재회 했을 때도 이런 날씨였지.
“유키노, 준비됬어?”
“응.. 하치만. 안에 들어가 지금 잡은 손 놓지 말아줘.”
은은히 붉게 상기된 그녀의 볼에 홍조가 들었지만 그녀의 눈은 비장함이 가득했다. 부끄럽지만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그녀는 어린 아이 같아 그만 웃고 만다.
“풋.”
“뭐야? 뭐가 웃긴 거야?”
“아니, 귀엽다고 생각한 거뿐이야, 유키노.”
더 붉어진 그녀의 모습에 만족감을 얻고 초인종을 누른다.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 날 바라보는 시선을 포함해서. 이 집에서 나는 예전과 똑같이 어쩌면 더 안 좋게 평가되는지 모르겠다. 접객실에서 만난 오랜만의 아버지는 쓸쓸한 미소를 보이시지만 어머니는 단단히 화가 나신 거 같다. 그에 비해 언니는 그저 웃고만 있다.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길건지 기대하는 아이의 눈으로.
“왔구나, 유키노.”
짧은 말이지만 긴 여운이 느껴진다.
“네, 어머니. 여기 있는 그를 소개시켜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히키가야 하치만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키노와의 결혼 허락해 주십쇼.”
자신감 있는 그의 말이지만 앞으로 해쳐나갈 길을 생각하니 실소가 지어진다.
“헤에, 히키가야군 유키노랑 결혼할 거야? 가하마짱이랑 사귀는 거 아니였어?”
“하루노 조용히하렴.”
“네~에.”
“하루노씨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닙니다. 끝까지 들어주세요.”
잡고 있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자신에게 힘을 달라고 하듯. 나 또한 힘을 주며 그에 답한다. 넌 혼자가 아니라고.
“정치에 입문하겠습니다. 절 유키노시타가에 거두어 주십시오.”
“잠깐, 히키가야군이라고 하셨나요. 우린 그쪽을 모릅니다. 그쪽도 그럴 거고요. 다짜고짜 찾아와서 하는 말이 그겁니까? 용건이 그것뿐이라면 돌아가 주세요. 그런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 들을 가치도 없죠. 그리고 유키노 너는 남아라.”
냉정하게 선을 긋는 어머니, 변함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한 고비를 앞으로 넘어야 하기에 여기서 기가 죽을 수 없다.
“어머니 기다리세요. 어머니가 반대하셔도 저희는 이미 정식적으로 결혼했습니다. 그는 유키노시타 하치만이 될 사람이에요.”
“뭐? 하루노, 네 수작이냐?”
“에?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전 오늘 이 둘이 결혼한 것도 몰랐어요.”
“시치미 때지 마라. 그딴 싸구려가면으로 날 조롱할 생각이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온도가 내려간다. 겨울이라 그런지 더 춥게 느껴진다.
“어머니, 아버지. 전 그와 결혼 했고 그는 우리 가문을 짊어질 각오를 한 사람입니다. 부디 믿어주세요. 그리고 그에게 기회를 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어머님의 어떤 한 요구도 따르겠습니다.”
무심코 열변을 하게 된다. 너무 간절했나?
“자자 유키노, 진정해라. 당신도. 일단 오랜만에 가족 전원이 이렇게 모였으니 좀 더 화목하게 지내자구나. 자네 ​히​키​가​아​군​이​였​지​?​”​
“네, 인정해 주실 때 까지 히키가야로 있겠습니다.”
“일단 자네와도 같이 천천히 이야기해보지. 츠즈키 간단하게 차와 다과 준비하게.”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아버지 역시 당혹스러움과 노여움을 느끼시고 계시는 것 같다. 쉽지 않은 길이 될 거라 생각하며 안경을 고쳐 쓴다.
“하치만, 잠깐만..”
그의 안경을 닦아주고 다시 씌운다.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너와 날 믿어. 그리고 그녀를 믿어.”
가벼운 입맞춤과 함께 웃어준다. 나에게 지금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린 포기하지 않을 거다. 우리의 꿈은 이곳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절대로 물러설 생각은 없다. 그녀와 같이 몇 번이나 찾아갔다. 유키노와 나는 그날 결심했다. 지금은 없는 그녀를 위해서 세상을 바꾸자고.



유키노시타 저택도 익숙해질 때쯤, 유키노 어머님도 날 보는 눈이 바뀌신 것 같다. 적어도 그렇게 나 스스로 믿고 싶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겨울에 찾아간 그곳에는 어느덧 꽃이 피기 시작했고, 다시 낙엽이 떨어진다. 끈질긴 설득과 주어진 테스트의 해결, 지난세월 힘들게 그녀와 이겨내며 장인어른의 허락으로 난 유키노시타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나는 정치로, 그녀는 회사를, 하루노씨는 내 보조,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유이. 널 맞이하러 갈께. 그녀는 아직 꿈속에 있다. 세상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친절하지 못하니, 이 세상을 바꾸기로 맹세한지 어느덧 5년이 훌쩍 지났다. 이제부터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에게 친절한 세상이 ​만​들​어​지​기​까​지​.​.​.​ 아마 이번일로 나와 그녀는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유이가 깨어난다 해도 우릴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해야만 한다.



아침5시 누구나 일반인들이라면 아직 숙면을 취하고 있을 때 우리 유키노시타가는 하루를 먼저 시작한다. 누가 먼저할 것없이 아침인사 준비를 한다. 킹사이즈의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혹시라도 늦으면 장인어른에 아침부터 잔소리를 듣게 될게 뻔하다. 여전히 적응 안 되는 님자 호칭을 들으며 거실로 나온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하치만군. 어제 일은 잘 처리 했네. 이번 일로 우리 당이 다음 대선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없지 않는 한 우세할 거라 믿네.”
“그렇군요. 하치만군 수고했어요. 이번 성과를 보면 역시 그를 선택한건 탁월한 선택 이였어요.”
이른 아침이지만 여전히 그들의 품위는 흔들림이 없다. 정말 인간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이 집에서 살면서 그들이 내게 틈을 보인 적이 없다. 이런 곳에서 유키노가 자라왔다는 걸 생각하면, 역시 우리 아이가 생기면 분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전 그럼 이만..”
“그러도록 하세요.”
하아.. 피곤하다. 좀 윗자리에 있으면 사축같이 일 안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인사를 드린 후 한숨과 함께 별동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야~ 수고했어, 의원님! 아하하하~”
내 등을 치며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루노씨는 기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의원님이 뭡니까, 하루노씨. 집에서는 제부라고 불러주세요. 매제라도 딱히 상관없지만...”
“그런 딱딱한 소리 말라고 하치만. 근데 이 누나는 한 가지 불만이 있어요.”
이 사람은 이 나이가 되도 역시 귀엽다. 저렇게 볼을 부풀리면서 일부로 시선을 피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뭡니까?”
“왜 나랑은 결혼 안 해주는 거야?”
“에엑?!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요. 유키노가 있는데..”
“에에?~ 그렇지만 하치만이 말한 거야 이거. 우리 모두는 다르니까 각자 다른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어차피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안 그래?”
“그만해주세요. 언제의 일입니까. 그 일 때문에 저 아직도 밖에서는 욕먹으면서 돌아다닌다고요.”
그렇다 그 일이 저지르고 나니, 언론사에서도 덕분에 내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럼, 이 누나의 행복은 누가 책임질 거야?” 훌쩍
이 사람은 정말 이런 기술만 늘어나는 건가. 왜 결혼 안하는 거야? 이런 모습 볼 때마다 그때의 유키노가 생각나서 지켜주고 싶다.
“윽...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왜? 나는 쓰다버리는 그런 여자인거야?!”
이번에는 또 어떤 드라마를 본 영향인지 참...
“그런 오해 살 만한 발언은...”
“하치만, 나 싫어?”
그러니까 그렇게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고 눈을 치켜뜨는 건 비겁하다는 겁니다. 왜 일까. 그늘에 있는데 눈이 부시다.
“아니, 그러니까 싫은 건..”
“그럼 나랑...”
“언.니.”
“히익!”
아직 겨울 아닌데 벌써 내 체온이 뚝 떨어진 기분이다. 뒤를 돌아보자 유키노가 팔짱을 낀 채, 노려보고 있다. 왜 난 몸이 굳어 있는 걸까. 그보다 하루노씨는 유키노가 나타나자 고래를 절래 절래 흔들며 사라진다.
“유... 유키노, 좋은 아침. 다 일어난 거야?”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넘어가 줄게. 좋은 아침 하치만. 다 일어났어. 자 빨리 와.”
웃고 있는 그녀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한숨을 쉬며 그녀의 손을 잡고 그대로 별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이 별관이야 말로 우리가 만들어낸 우리의 집이다. 역시 정정한다. 자식이 생겨도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다.

“핫치, 잘 왔어.”
“아아, 유이. 좋은 아침.”
우리는 만들었다. 우리에게 행복할 수 있는 세계를. 비록 세상이 우리를 손가락질 한다 해도 이 행복은 그마한 가치가 있다. 우리의 하늘은 더 이상 어둡지 않다. 당신의 하늘은 오늘 어때? 당신의 하늘에도 알지 못하는 작은 별이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아빠.”
“응?”
“아빠는 어느 엄마가 더 좋아?”
“글쎄, 그런 건 흔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닐까?”
순진무구한 눈. 이제는 너희들을 위해 너희에게 상냥한 세상을 만들어줄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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