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전혀 소설로 성립이 안되는데요
"아저씨. 아저씨는 왜 동물들을 죽이고 다니시나요?"
고개를 돌아보니 한 아이가 울고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애야. 여기는 오래전부터 동물들이 점령하고 있었지. 그리고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도 했어. 그런 동물들을 내가 죽이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니?"
"아저씨는 배려심이 부족해요!"
아이는 저 멀리 뛰어갔다. 내 앞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기까지 10초. 정말 멀리 떨어지기까지 30초가 걸렸다. 그리고 저 멀리있는 담장의 뒷편으로 사라지기까지 15초 정도. 그렇게 걸렸던 것 같다. 이러한 시간들은 화합물의 제조를 연상시킨다.
요 근방은 사람들이 정말 드물다. 사실 나는 일부로 이 반쯤 폐허가 된 동네에 찾아왔다. 나는 혼자있는게 좋으니까. 혼자가 편하니까.
이를테면 내 방에있는 이 전자기기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 기계를 버리지 못하지. 이 기기에는 신비한 무언가가 있을 것임이 분명해. 왜냐면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거든."
그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1시간 12분 39초 전에 우리집에 방문해서는 이런 말을 하면서 기계를 주고 간 것이였다.
"이 기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곳과 연결을 해주는 장치입니다. 잘 보관해주시면 좋겠네요."
내가 그의 제안을 거절할 권리는 없었다.
내가 다음날 집 밖에 나와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 바다위에 솟아있는 아파트. 그리고 우리집 바로 근처에 있는 탑. 그때 어제 나에게 뭐라고 했던 아이가 다가오는 것이였다.
"아저씨는 꿈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10살 남짓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나? 저기 저 탑이 우리집 근처에 있는 탑인데 저게 바로 꿈의 탑이란다. 저기가 꿈에서도 아주 중요한 곳이야.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요?"
"정확히 어째서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지."
"그래요. 하지만 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의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틀린 사실이 있다는 거요."
어느순간부터 두 세계가 중첩되어 있었다는 말인가?
나는 탑에 들어가서 어떤 방에 들어갔다.
'펑!'
요란한 트럼펫소리가 울리면서 천장에서는 종이쪼가리들이 떨어졌다. 음악중심 같은데에서 아이돌들이 춤출때 위에서 떨구는거 있잖아.
나는 그 종이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어떤 책을 열었다. 그럴사한 탁자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책 말이다.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지한 소설은 가볍게 시작하는 법이 없다. 크리넥스를 한장 뽑아서 공중으로 던지면 공기중의 질소분자, 산소분자와 부딧치면서 흣날린다. 나는 이것을 보고 가볍다라고 간주할 수 있다.
"정석아. 단편소설이 소설로서 인정받으려면 최소 분량이 얼마나 되어야한다고 생각해?"
정석이는 자바칩이 들어있는 커피를 자기 앞에 두고서 심리검사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 이 책. 오늘까지 반납인데. 생각해보니까. 학교에 다시 가야되는데 귀찮아."
그는 나의 말을 처절하게 씹고있었다.
"아! 미야야. 너 학교 근처에 살지? 나 대신 가져다줄 수 있어?"
"그냥 내일 학교와서 연체료 내."
"아앙. 그러지 말고."
나는 '진심으로 토 나올 뻔 했어'라고 대답해려주려고 했으나 진심으로 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이리줘."
"나중에 갈때 줄께."
"그러던지."
"아 이제 곧 시험이야! 괴로워......"
그렇다. 시험은 우리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 세상은 정말로 어렵다. 그래도 지금 정석이가 읽고 있는 저 책은 우리의 한없이 복잡해보이는 성격을 십여가지로 나누어버린다. 정말 단순화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세상을 복잡하게 사는 것은 정답이 아닐지도 몰라.' 미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일 또 보자."
"그래."
그렇게 미야와 정석은 헤어졌다. 그들은 서로 다른곳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미야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 왔어. 어? 아빠 또 술마셨어?"
"흐흐흐......"
미야는 한심한 눈으로 아빠를 보고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 요즘 시대가 어느때인데 아직도 저렇게 아빠라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저러는거야? 그래 저러고서 집을 파괴하거나 나를 때리지 않는 것은 참 다행이지만 말이야. 하지만 좀 쪽팔리고, 그리고 우리 아빠는 직장도 없잖아? 엄마가 돈벌어오고 큰고모가 돈보태주고 이게 뭐야."
미야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속에는 네모난 전자기기로 보이는 어떤 것이 있었다. 중간 크기의 오디오기기처럼 보이는 이것은 옛날 하드디스크를 4층정도 쌓은 정도의 부피를 가지고 있었고 초록색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언젠가 신호가 오겠지?"
그 짧은 글은 그렇게 끝이 나 있었다. 초록색 불빛? 네모난 전자기기?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았다.
나는 방에서 빠져나왔는데 못보던 남자가 길을 헤메고 있었다.
"저기요. 뭐하세요?"
"저는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어요!"
"여기는 꿈의 탑이에요. 꿈에서 깨셔야 여기에서 나갈 수 있어요!"
"그래요?"
그는 사뭇 당황한 느낌이다. 그는 그러고는 터벅터벅 그 탑으 복도를 걸어갔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나 알려드리죠. 이곳이 몇층인지 아세요? 40층입니다! 당연히 층마다 방이 있으니 방의 갯수는 그것보다 많죠."
그는 뒤돌아서 잠깐 나를 보더니 가던 길을 갔다.
"한가지 더 알려드리죠. 이곳에 여자들이 우글거리는 방도 있어요!"
"나도 들어가봤어요! 하지만 나는 열쇠가 필요해!"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 전자기기를 보았다.
"이 기계를 설계한 사람만이 이 깜빡이는 녹색 불빛을 보고서 '우와! 우와!' 거리겠지? 참으로 형편없는 모습이겠군. 그걸 이과감성이라고 하는건가?"
"아저씨 재미있는 이야기해주세요."
또 전날의 그 소년이다.
"애아.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모른단다. 집으로 돌아가렴."
"그럼 아저씨가 알고있는거 하나만 더 이야기해주세요. 꿈의 탑에 대한 것이라던지."
"그래? 알려주기 싫은데?"
아이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제가 그 대신에 저기 바다에 솟아있는 아파트에 대해서 이야기해드릴께요. 저기에 누가 사는지 말이죠."
저 아파트에 누가 사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엄청 고급스러워보였다. 그리고 대단히 멀리 있었다. '저 아파트 꼭대기에서 과연 이곳이 보일까?' 싶을 정도로.
"어디 한번 해봐라."
"아저씨 저기 아파트 주변 땅이 말이죠, 바닷물이 줄어들 때에 바닥이 보인다는 사실을 아나요?"
"아니. 근데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아무튼요, 물이 빠졌을때 아파트에 살고있는 여자가 땅으로 내려온데요. 그다음에 먹을걸 사러 주변을 방문한다고 하네요. 이곳에도 왔대요."
"그 여자는 왜 그런데에 살고 있다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요. 아무튼요. 저는 제가 아는거 말했어요."
"그럼 내가 한가지 이야기해주지. 꿈의 탑 말이지? 그곳에서는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단다. 하지만 그곳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그런데 사실 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현실이 아닌게 된다면 모든 것들이 흐릿하게 되는거지."
"그러면 어떻게해요?"
"사실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감각을 일깨운다는 것과 비슷한거야. 정확하게 반응하고 느끼면 모호함 같은 것은 없어지니까. 문제는 그러면 더이상 꿈이 아니게 되서 현실적인 것만을 할 수 있게 되는거야. 따라서 꿈의 탑에서 잘 지내려면 감각을 전부 깨워서도 안되고 전부 재워서도 안되는 그 중간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거지."
"그렇군요."
"이를테면 꿈속에서는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도 마음껏 탈 수 있단 말이야. 그 놀이기구가 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하지만 꿈속 상황을 너무 많이 조작해버리면 그 놀이기구가 더이상 재미도 없어진다고.
"아. 마치 치트키를 친 게임이 재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네요."
"아마도?"